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93)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93화(93/246)
라인강의 기적 (2)
마침내 독일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오래도록 누워 있던 식물인간이 잠에서 깨어나듯.
모든 것이 불타 잿더미만 남은 숲에서 새싹이 트듯.
가장 끔찍하고 절망적이던 시기가 지나가자 이제 반등할 시기만 남아 있었다.
“로젠바움 대통령께서 마침내 경제를 살리셨습니다, 여러분!”
“하일 로젠바움!!”
왜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했는가?
보통 사람들은 경제학에 무지했고, 경제학을 아는 사람들조차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절대 다수의 독일인들이 보기에 경제가 살아나는 이유는 간단했다.
“거 봐. 정치인들이 더 이상 안 싸우니까 나라가 슬슬 살아나지.”
“그동안 나라를 좀먹던 놈들이 얼마나 많았으면 그놈들이 싹 사라지자마자 경기가 풀리겠어?”
독일인들에게 민주정의 시끄러움이란 그다지 긍정적인 무언가가 아니었다. 아니, 애초에 그런 걸 좋아하는 서민은 이 세상에 없다.
레볼루숑의 민족 프랑스인들조차 심심하면 총리가 교체되고 정권이 무너지는 자신들의 공화국을 지긋지긋해하는 마당에, 역사상 단 한 번도 인연이 없었던 민주정을 강제로 이식당한 독일인이 그걸 마음에 들어 하면 더 이상한 일.
민주주의를 증오하고 절대적인 지도자를 그리워하는 국민이 항상 일부.
투표권의 소중함과 민주주의의 대의를 아는 이들조차도 이 끔찍한 바이마르 공화국의 혼돈을 10년 넘게 겪으며 회의감이 속에서 샘솟았다.
그리고 마침내 깨달았다.
“역시 독일엔 이게 맞는 모양이지.”
“그렇지.”
행정부와 입법부가 하나가 되었고, 중앙 권력과 지방 권력이 하나가 되었다.
독일 역사상 가장 강대하고도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행정력을 확보한 로젠바움 정권은 날이면 날마다 대공황에 맞설 새로운 정책들을 선보였다.
“아르민 로젠바움은 지난 수십 년간 빈민 구제와 자선을 위해 매진해 왔습니다. 이제 안심하십시오! 독일 정부는 당신의 보금자리를 지키기 위해 일하고 있습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로젠바움은 결코 당신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정부에서 직장 알선 프로그램을 신설했습니다! 일자리가 없으면 즉각 해당 프로그램을 신청하십시오!”
“이제 국가가 신용 거래를 보증합니다. 차를 새로 사야 한다고요? 36개월 할부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순식간이었다.
짙은 먹구름을 뚫고 태양의 뜨거운 빛이 대지를 밝게 비추듯,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고 지갑이 활짝 열리매 순식간에 경기가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독일민족혁명당은 일제히 프로파간다를 개시했다.
[국민 여러분. 우리의 영명하신 지도자(Führer) 로젠바움께선 마침내 이 나라를 좀먹는 거악들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쟁취하셨습니다.] [가난. 부패. 범죄. 1919년부터 1932년까지 이 나라를 14년 동안 좀먹던 끝없는 악덕! 마침내 로젠바움이 해냈습니다!] [오직 그였기에 거둘 수 있었던 승리입니다!하지만 명심하십시오, 그는 도움이 필요합니다!
여러분의 강철과도 같은 지지만이 지금의 안정과 평화, 나아가 국가 재건의 시금석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하일 로젠바움!”
“하일 로젠바움!!”
그 누가 그의 영도력을 부정할 수 있으랴? 영국, 프랑스, 미국이 모두 허우적대는 대공황을 빠져나오고 있는데!
전 독일이 로젠바움 광풍으로 뒤덮이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독일에 이를 염려하는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
원 역사의 나치 독일은 <파면 팔수록 괴담>이라는 용어에 가장 적합한 나라라고 할 것이다.
히틀러나 군부나 적어도 전쟁광이었단 점에선 오십보백보. 달랐던 건 오직 히틀러가 조금 더 광기 넘쳤고 군부가 조금 더 쫄보였다는 것뿐.
– 독일 군부? 걔들 프랑스와 영국 상대해야 한다고 하니 덜덜 떨면서 쿠데타 준비하다가, 막상 이기니까 “우리 이제 러시아인을 멸종시키러 가죠!” 하면서 더 설치던 놈들이지.
조스비는 내가 불쌍함을 느낄 만큼 무자비하게 군인들을 까 내렸다.
– 당연하지. 허파에 헛바람만 들어차선 제대로 된 분석도 안 해, 정치 욕심은 못 버려, 근데 나치 노선은 꼬박꼬박 따라. 뭐가 좋다고 우쭈쭈해줘?
그래. 니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런 거겠지.
아무튼, 당시 독일인 모두는 패전을 경험한 세대였고 당연히 우리가 왜 졌는가를 따져야만 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우리가 전쟁에서 진 건 자원줄이 막혀서였음. 그러니 모든 걸 다 자급자족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자!’라는 정신병자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석유? 석탄 액화.
비료? 암모니아 합성.
고무? 합성 고무.
식량? 음··· 빼앗으면 되지 않을까?
따라서 나치 독일은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원료는 물론 인적 자원, 공장, 금괴 등을 탐스럽게 집어삼키기 위해 끊임없이 침략을 자행해야만 했다. 20세기에 훈족 메타를 실현시킨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저건 나라가 아니다. 아틸라도 저거보단 더 자기 부족을 잘 굴렸다고.
저 지랄을 해도 당연히 모든 걸 자급자족한다는 건 망상에 가까웠고, 필요한 자원의 상당량을 제공해주던 소련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킨 건 도무지 무슨 발상인지 짐작도 되지 않는다. 그냥 살인이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20세기 아틸라를 선보인 나치 독일의 결말이 결국 전 국토의 잿더미화와 반갈죽, 그리고 무수한 묘비라는 걸 고려했을 때, 독일은 절대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할 체급이 되지 않는다.
– 아르민아··· 그러니까··· 그냥 전쟁을 안 하면 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정치도 경제도 모르는 조스비는 나가 있어.
21세기 독일이 행복하게 돈이나 벌면서 유럽의 패왕으로 떵떵거릴 수 있던 이유는 간단하다. 다 같은 미합중국의 꼬붕이 되었기 때문에 평화와 안정, 팍스 아메리카나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1932년은?
왼쪽엔 프랑스, 오른쪽 폴란드.
아랫집 이탈리아에 소문난 동네 깡패 영국과 바바리맨 소련.
전부 다 제정신들이 아니다.
자국의 이익, 자기 당의 당리당략, 심하게는 정치가나 독재자 일신의 영달을 위해 화약고에 불씨를 던질 만반의 준비가 된 또라이들뿐이다.
외눈박이 마을에선 두 눈 있는 놈이 이상한 것.
그러니 우리 독일 또한 기꺼이 눈 하나를 뽑고 외눈박이가 되어야만 하는 셈이다.
– 비유가 엉터리잖아! 지금처럼 그 통상 조약 같은 거 체결해서 시장 규모 키우면 되는 거 아니냐?
그러니까 그게 안 된다고.
패전국의 멍에를 지고 있는 이상, 어떤 식으로든 그걸 빌미로 견제가 들어온다.
그리고 국외도 혼란스럽지만 다른 나라들 욕할 필요 없이 독일도 장난 아니게 혼란스럽다. 지금은 일단 대청소를 해서 다 총칼로 찍어눌렀지만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판.
승리가 필요하다.
딱 깔끔하게.
보불전쟁처럼 이득만 챙기고 빠질 전쟁이.
– 모든 전쟁이 다 그런 식으로 시작했지. 내가 이익을 얻은 상태로 끝낼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그치만 걔들은 2회차가 아니잖냐.
설마 미래 귀신이 들러붙은 내가 다른 병신들과 똑같겠어?
– ······아니. 그게 지금 무슨.
그게 아니면, 뭐.
베를린 벙커에서 자살하면 그만이야.
내가 아무리 거하게 말아먹는다손 치더라도, 어차피 히틀러나 믿고 가스실이나 돌리다 천벌받는 놈들 아닌가. 아우슈비츠에 비하면 새 발의 피지. 내가 뭘 해도 히틀러보단 나을걸.
어중이떠중이들에게 방해받지 않으려면, 조금 더 많은 권력이 필요했다.
어차피 아직 좀 더 죽여야 할 놈들은 남아 있었다.
***
“독일민족당은 1932년 12월 31일부로 당을 해산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왜냐! 우리는 마침내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독일 민족을 하나로 결합시켜 줄 진정한 지도자, 아르민 로젠바움이 나타난 이상 우리 당의 강령은 이미 달성되었다고! 우리는 민족혁명당의 대의와 함께해야만 한다고!”
우파의 최후 보루와도 같았던 민족당이 해산을 선언했다.
중앙당 또한 그 세가 이미 크게 꺾였고, 독일 외교부는 교황청과 접촉해 ‘중앙당 활동을 접거나 가톨릭 교회도 정부 당국의 통제를 받아라.’라는 최후통첩을 날렸다.
<옛날 카이저 시절처럼 가톨릭을 핍박하던 것도 아닌데 어째서 가톨릭은 정교분리를 똑바로 하지 않는가?>
<교회의 독자적 자율성을 보장받고 싶다면 정치에서 손을 떼고, 정치를 지속하고 싶다면 성당도 국가의 통제를 받아라.>
바티칸은 얼마 지나지 않아 ‘독일 영내에 있는 가톨릭 성직자들의 정치 활동 금지’에 동의했고, 이것을 최후의 일격으로 중앙당 또한 껍데기만 남은 정당으로 전락했다.
이런저런 잡스러운 군소정당을 배제하면, 독일 정계의 정당은 이제 민족혁명당과 사민당 단 두 곳만 남게 되었다.
물론 민족혁명당은 어중이떠중이가 죄다 몰려온 잡탕 정당이고 그 내부에도 여러 파벌이 판을 치고 있다.
하지만.
당의 중진들은 슬슬 현실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당원 여러분! 우리 당이 어떤 당입니까!”
“로젠바움!! 로젠바움의 당!!”
“그렇습니다! 우리의 목적은 단 하나! 경애하는 지도자 로젠바움 대통령 각하를 결사옹위할 일꾼을 뽑아 그분의 노고를 덜어드리는 것입니다!!”
2년간 총선은 일절 올 스톱되었지만, 민족혁명당 내부의 당원 선거는 그와 별개.
당내에서 내게 비판적인 언행을 하거나, 우려를 표하거나, 권력의 집중보다는 분산을 중시하는 발언을 한 당원들은 차례차례 주요 당직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꼼짝 마시오. 민족혁명당 윤리위원회에서 나왔소.”
“윤리위원회? 어째서?”
“뇌물 수수 혐의로 당신을 조사하겠소. 거부한다면 우리는 모은 모든 자료를 경찰 당국에 넘기리다.”
그리고 슈타지의 감시와 감찰.
공화국 수비대와 슈타지는 창설과 동시에 국가 내부의 적을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하며 상호 경쟁했고, 이 과정에서 무수한 ‘국가의 적’들이 식별되었다.
1년 만에 반 로젠바움의 깃발을 들 만한 이들은 이 과정을 거쳐 거의 모조리 ‘솎아내기’당했다.
단 1년.
이미 반역자로 찍혀 집요한 추적과 탄압 끝에 소멸 단계에 이른 나치와 공산당을 배제하면, 우리의 감시 대상은 정해져 있었다.
사민당 잔존 세력.
그리고 군부.
내 정권을 뒤흔들기 위해 움직일 만한 놈들은 이제 이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 빨리 누구든지 꼼지락거려서 내 목에 칼을 좀 들이밀어주면 좋겠는데. 그래야 싹 다 치워버리지.
하지만 저들이 침묵한다고 해서 나쁜 것은 또 아니다.
국가 내부가 조용해졌으니 슬슬 독일이라는 나라의 선장으로서 국제 무대에 나가야 할 타이밍. 당분간 내 발목을 잡을 생각이 없다면 그건 그것대로 괜찮지.
이제부터는 정신 똑바로 차려야만 했다.
그 어떤 나라도 독일의 성장을 호의적으로 바라볼 리는 없었으니까.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장 첫 번째 잽이 날아왔다.
“대통령 각하. 각하?”
“급한 건인가.”
“프랑스가 최후 통첩을 날렸습니다. 군축에 불응할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고 합니다.”
나는 슈미트에게서 곧장 서류를 낚아챘다.
“독일군과 공화국 수비대를 합쳐서 총원 20만 제한?”
“그렇습니다.”
“우리가 40만을 제안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장관의 말로는 프랑스의 반응이 극도로 완강하다고 합니다.”
개구리 놈들이 가만히 있으면 개구리가 아니다.
“50만.”
“예?”
“총병력 50만을 용납하지 않겠다면 우린 군축 협상을 탈퇴하겠다고 전해.”
누가 이기나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