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94)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94화(94/246)
라인강의 기적 (3)
프랑스 제3공화국은 빈말로도 ‘안정적’이라고 불러줄 수 없는 체제였다.
세계대전 종전 후 지금까지 내각이 대충 한··· 서른 번? 14년 동안 내각이 서른 번쯤 바뀌었다. 바이마르 공화국만 병신인 줄 알았는데 옆집에 비하면 참으로 선녀가 아닌가.
물론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다당제 의원내각제면 저럴 수도 있다고.
그런데 프랑스인들이야 워낙 레볼루숑을 사랑하고 모닝 커피 대신 단두대와 죽창으로 정치인의 피맛을 봐야 하루를 개운하게 시작할 수 있는 민족이니 저런 내각 교체도 축구 리그처럼 즐길 수 있다 치자. 저런 끔찍한 체제를 대뜸 세 번째 팔이나 눈깔처럼 이식당한 독일인들은 무슨 죄를 지었단 말인가?
– 아아, 그거? 그건 바로 전쟁도 못하는 좆밥들 주제에 전쟁을 일으킨 죄란 거다···.
팩트 멈춰.
프로이센 놈들은 전쟁을 즐기는 호전광들이지만, 유감스럽게도 즐기는 자는 일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는 법. 출퇴근하듯 전쟁을 치르는 해적의 민족 앵글로색슨에게 패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조국을 수호하기 위해선 최소한 60만 명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사람이 어디 쉽게 바뀌던가?
유감스럽게도 프로이센 전쟁뇌는 패전을 경험해도 딱히 바뀌지 않은 듯했고, 나는 두 눈깔에 <전> 과 <쟁>이란 글자를 박아 넣은 채 쌍라이트를 켜고 달려드는 두 노인네를 상대해야만 했다.
“60만이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공화국 수비대가 아닌 순수히 군만 따졌을 때입니다.”
“공화국 수비대는 어째서 빠집니까?”
“그들의 전투력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머슈타인 총장은 겉으로는 그럴듯하게 말했지만, 속으로는 쌍욕을 하고 있을 게 뻔할 뻔 자였다.
“공화국 수비대의 가장 큰 역할은 국내 불온분자들의 제압이지 적 정규군과의 교전이 아닙니다. 정규전을 상정하고 있다면 그에 걸맞은 대비가 필요합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정규군에 걸맞은 지원을 해야겠군요.”
그리고 나는 전혀 군부의 계산에 어울려줄 의향이 없었다.
명분이 없는 것도 아니다.
“비록 연합군 통제 위원회는 철수했지만, 여전히 우리 군을 지켜보는 시선은 매우 날카롭습니다. 신무기나 새로운 전술 도입과 같은 실험적 요소를 공화국 수비대에서 적극적으로 도입하면 신구의 조화를 이룰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한 연구도 당연히 정규군에서 진행하는 것이 훨씬 효율이 좋-”
“으음··· 대통령 각하의 혜안에도 분명 일리가 있습니다.”
“장관님?”
언제나 반골 정신과 군대 최고라는 마인드로 무장한 하머슈타인이 무어라 반박하려 했지만, 내 표정이 묘하게 바뀌는 걸 본 젝트가 얼른 말을 끊었다.
– 역시 젝트가 눈치는 빨라. 한번 인생 호로록 말아먹어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인가?
그러면 우리 범석이는 눈치의 달인이어야 할 텐데 말야, 그치?
– 이 개같은 놈이···!
결국 군바리가 눈치 늘어봐야 거기서 거기지. 슐라이허 같은 친구가 아니라면 말이야.
그러고 보니 갑자기 슐라이허가 그리워진다. 뜨끈뜨끈한 육개장이 땡기는데.
– 누가 들으면 육개장 먹어 본 적이라도 있는 것 같이 말하는구만.
조용히 해. 이러니까 눈치 없단 소릴 듣지.
지금 중요한 건 단단히 삐져 있는 젝트와 하머슈타인, 그리고 그 뒤의 군부다.
당장 히틀러만 해도 군부의 쿠데타를 경계했었고, 이 나라에서 국가 원수의 머리통에 총알을 심을 수 있는 실력이 있는 조직도 결국은 군부뿐.
이놈들이 폭발할 만큼 적당히 긁어주면서도 내 목숨은 온존하고, 동시에 군의 전투 능력 자체는 큰 타격을 입지 않아야만 한다. 복잡다단하다.
“어쩌면 프랑스가 실력 행사에 나설지도 모릅니다.”
“······.”
“프랑스뿐이겠습니까? 이미 이탈리아는 잔뜩 독이 올랐고, 이탈리아의 입김이 크게 닿는 오스트리아도 있습니다. 여기에 전쟁에 미친 폴란드까지. 영국이 개입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순식간에 삼면전선에 처할 위험한 상황입니다.”
두 사람도 최소한의 상식은 있는지, “그런 안보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군대가 60만은 필요합니다!” 같은 소릴 지껄이지는 않았다. 그랬다간 내가 10분 정도 한참 비웃고 쪽이란 개쪽은 다 팔게 해줬을 텐데.
부랴부랴 벌크업을 하고 있지만 아직 독일군은 한참 부족하다.
얼마 전까지 깡패 무리 형제단에 불과했던 공화국 수비대는 셀 가치조차 없고, 폴란드와 1:1로 전쟁이 터지기만 해도 베를린의 안위를 보장할 수 없는 게 지금 우리 앞에 놓인 현실.
따라서 ‘너네 말 들어주려다가 전쟁 터지면 어떡할래?’라는 내 무언의 압박은 잔뜩 독이 오른 군부의 머리에 얼음을 올려주는 효과가 있었다.
그러니 이제 슬슬 당근을 줘야지.
“하지만 말입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국방력 강화야말로 가장 시급한 조치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각하!”
노인네들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60만 대군을 단숨에 편성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전쟁이 발발하지 않는 선에서 우리의 정당한 국방력 강화를 타국으로부터 공인받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만약 저들이 최후까지 타협하지 않는다면, 나는 이번 군축 회담을 탈퇴하는 것도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이 시대를 사는 이들 그 누구도 모르는 사실.
오직 나만 알고 있는 사실.
프랑스고 폴란드고,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까지 전쟁만큼은 하기 싫어서 몸 비틀다가 결국 차례차례 최후를 맞이한다.
그걸 뻔히 아는데 등쳐먹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각하야말로 독일 민족을 이끌기 위해 나타난 초인이 틀림없습니다!”
“군부는 오직 로젠바움 각하만을 따릅니다!”
이 친구들 포함해서.
***
독일의 좌우를 막론하고.
베르사유 조약과 그로 말미암아 빼앗긴 권리를 그리워하지 않는 독일인은 없었다.
그리고 베르사유 조약을 저주하지 않는 독일인 또한 없었다.
그 말인즉슨.
[친애하는 독일 국민 여러분.]조약을 파기하고 정상 국가로 발돋움하려는 모든 노력은, 전 독일 국민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다는 뜻.
나는 전국, 더 나아가 전 세계를 향해 퍼져나갈 라디오 방송을 위해 마이크 앞에서 입을 열었다.
[이 세상의 모든 국가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국민 여러분은 이 나라의 국민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국가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가 있으며, 따라서 국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국가란 존재할 가치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하지만 우리 독일은 많은 권리를 상실했고, 그 결과 국민 여러분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잡음이 끼는 걸 피하기 위해, 방송국의 송출용 마이크가 설치된 곳은 당연히 최대한 방음이 되는 형태로 지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다!! 그렇다!!”
“우린 두렵다!!”
“우린 평안히 살고 싶다!!”
나는 바깥에서 내 목소리를 듣고 있는 이들이 한껏 울분을 토하고 있으리란 확신을 가졌다.
[범죄로부터 보호받을 권리.깡패들을 걱정하지 않고 길거리를 누빌 권리.
복면 쓴 괴한이 담을 넘을까 걱정하지 않을 권리.
외적의 침략으로부터 가족과 재산을 보호받을 권리.
14년 동안, 우리는 이 모든 것들이 없었습니다.
우리에겐 국가가 없던 셈입니다.]
야만의 시대였다.
오로지 힘만이 통용되던 시기.
자경단의 몽둥이와 소총의 화염만이 나를 지킬 수 있던 시기.
무수한 참전 군인들을 거느리고 거대한 로젠바움 그룹을 손에 쥐고 있던 나조차 몇 차례씩 목숨의 위협을 느끼고, 협박을 당했으며, 매 순간 순간마다 신변을 걱정해야만 하는 타이밍이 왔었다.
그럼 도대체, 서민들은 어떠한 삶을 살아왔을까.
[겨우 1년 전, 우리는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한 기나긴 여정에 돌입했습니다.온 나라가 다시 한번 불탔지만, 우리는 마침내 스스로를 지키고 평화로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초석을 다졌습니다. 비록 우리는 오늘 밤도 아무 일 없기를 바라며 불안에 떤 채 잠이 드는 나날을 보냈지만, 우리의 아이들은 결코 그럴 일이 없을 것입니다. 우리의 아이들이 뛰어놀 골목엔 더 이상 깡패도, 돌격대도, 테러리스트도, 암살범도 없을 것입니다.]
“로젠바움!! 로젠바움!!”
“하일 로젠바움!!”
“독일민족혁명당 만세!! 로젠바움 정부 만세!!”
[하지만 반란의 마지막 순간, 우리는 깨닫고 말았습니다.이 나라에 닥친 끔찍한 위기는 결코 우리만의 잘못이 아니었다는 것을.
바로 외부의 누군가가 우리의 평온을 무너뜨리기 위해 암약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만 것입니다!
1919년 6월 28일! 우리가 굴욕을 삼키며 베르사유 궁전에서 서명했던 바로 그 조약!
어째서 우리가 그 조약에 서명했습니까? 평화를 위해서였습니다! 독일 민족이 더 이상 전쟁을 원치 않았기 때문에 그 모든 고통스럽고, 모멸적이며, 끔찍하고 비열한 그 모든 조항을 수용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오직 단 하나! 평화! 그 하나 때문에! 이제 그만 살고 싶어서 그 이유 하나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깨달았습니다.
전쟁은 계속되고 있었다는 걸.
전쟁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건 오직 우리뿐이었다는 걸.]
무솔리니, 고맙다. 살아 숨 쉬는 명분이 되어주는구나.
[지금 제네바에서 전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가 군축을 위해 모여 회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이러한 회의를 하는 까닭은 분명 세계 평화를 위해서지만, 우리 독일의 평화가 짓밟혔는데도 불구하고 저들은 끝없이 군축만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어째서입니까. 어째서 우리는 독일인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침략의 공포에 떨어야만 합니까!
얼마 전 우리의 외교관들은 국명을 밝힐 수 없는 모 국가로부터 ‘독일이 군축 협상에 순응하지 않는다면 물리적 압력을 받을지 모른다’라는 조언을 받았습니다.
예, 이것은 공갈이자 협박입니다. 다시 한번 침략해주겠다는 분명한 메시지입니다. 이 협박이야말로 우리가 스스로를 지킬 힘이 없다는 증명이며, 우리가 그 어떤 고난과 시련에도 불구하고 다시 무장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 자리에서 엄숙하게 선언합니다.
나 아르민 로젠바움은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이 성실히 협상에 임할 것을, 독일인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조건을 제안해 줄 것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로젠바움 정부는 마지막 순간까지 평화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성실히 협상에 임하겠으나, 우리의 모든 기대가 이루어지지 못한다는 결말이 나온다면.
독일 공화국은 제네바 군축 회담은 물론 우리를 전혀 보호해주지 못하는 국제연맹으로부터 탈퇴하고 완벽한 재무장을 달성할 것임을 천명하는 바입니다.
사랑하는 나의 형제자매인 독일 국민 여러분.
독일 공화국의 대통령 겸 총리로서 나는 여러분의 의지를 대행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공격받을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다시 전쟁이 터질지도 모릅니다. 우리를 영원히 노예로 만들기 위해 우리의 이웃이 총칼을 들고 달려올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우리 독일 민족은 그 어떠한 침략에도 단호한 의지로 적들을 격멸하리라고!
이제 더 이상,
우리는 양보하지 않으리라고!]
***
1933년 11월.
아르민 로젠바움은 스스로 총리직을 사임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었다.
그리고 이와 동시에.
로젠바움 정부는 개헌을 포함한 국민투표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
기호 1.
독일 공화국은 재무장한다.
독일 공화국은 제네바 군축 회담을 거부한다.
독일 공화국은 국제연맹을 탈퇴한다.
독일 공화국은 베르사유 조약을 전면 파기한다.
2년 한정이었던 아르민 로젠바움 대통령의 총리 겸직 기간을 <대통령 임기 기간 동안>으로 변경한다.
기호 2.
독일 공화국은 베르사유 조약을 준수한다.
아르민 로젠바움 대통령은 사임한다.
===
투표 결과.
투표율 99%.
기호 1, 득표 98%.
아르민 로젠바움은 신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