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97)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97화(97/246)
공화국 멸망 (2)
제아무리 젝트가 무자비한 숙군(肅軍)의 칼날을 휘둘렀다고 하지만, 젝트가 완전한 로젠바움의 심복이냐고 하면 그것은 또 아니었다.
이들의 결합은 어디까지나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했기 때문에 이루어진 일종의 정치적 결합.
젝트는 권력, 그리고 복수를 원했다.
로젠바움 정권은 군부의 지지, 정확히는 방조가 필요했다.
따라서 슐라이허와 친나치 인사 숙청, 재무장에 이르는 구간까지 이들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게 손발을 맞추었지만, 그 뒤에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선 조금 이견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젝트가 역으로 주인을 향해 칼을 거꾸로 돌릴 만큼 본인의 힘이 충만하냐면 그것은 아니다.
젝트는 한참 전에 군복을 벗어야만 했던 노장이고, 복귀한 지금도 로젠바움 내각의 국방부 장관으로서만 공식적인 힘을 휘두를 수 있다는 사실이 바뀌진 않았다. 당장 하머슈타인 총장만 해도 젝트를 선임자로서 대우하곤 있지만 부외자로 선을 긋고 있었으니.
그렇다면 군부 내에서 불온하게 움직이고 있는 이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일까.
“하루빨리 재무장을 완료한 뒤 네덜란드에서 고통받고 계시는 카이저 폐하를 모셔와야 합니다.”
“글쎄요. 퇴위하신 폐하께 국정의 무거운 짐을 다시 맡기는 건 올바른 신하의 태도가 아닐 듯합니다. 차라리 황태자 전하께 이 막중한 소임을 맡아 달라고 해야지요.”
왕당파.
“어중이떠중이들의 지지로 정통성을 갈음하려 하는 모양인데, 정말이지 너무나도 천박해서 말문이 막힐 지경입니다.”
“암요. 젝트 장군도 참 지독하지. 어떻게 개인의 복수를 위해 저런 놈과 손을 잡는단 말입니까?”
이들이 그리워하는 것은 전쟁 이전의 독일 제국.
<국가를 가진 군대>라는 소리마저 듣던 프로이센의 후신인 이들이 어째서 문민정부의 통제를 받아야 한단 말인가.
바이마르 공화국의 역대 정부는 모두 하나같이 군부의 힘을 옥죄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고, 정치인들에게 다스림받지 않고 자유로울 권리는 심심하면 침해당했다. 이걸 어떻게 참고 배기겠는가.
물론 모두가 권력욕에 물든 이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이미 재무장으로 프랑스를 도발한 마당에 라인란트 재무장까지 단행한다니, 이건 오직 프랑스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희박한 가정에만 의존하는 건데.”
“로젠바움은 폴란드와의 관계 정상화가 프랑스를 억누를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모양이지만···.”
“그 반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와 폴란드의 관계가 더욱 진전되기 전에, 재무장이 완료되기 전에 지금이야말로 공격을 해야 한다는 압력을 받을지도요.”
“이러다 정말 나라가 망하게 생겼습니다.”
도대체 로젠바움 정권은 무슨 배짱으로 이렇게 풀악셀을 밟는가?
지난 세계대전에서의 씁쓸한 패전.
그리고 루르 강점까지.
폴란드나 체코 같은 다른 나라가 개입하지 않는다손 치더라도, 베르사유 조약으로 인해 형편없는 수준이 된 지금의 군대로 프랑스와 일 대 일 정면 대결한다는 자체가 현직 군인들에겐 악몽 같은 상상이었다.
이런 군부 일각의 우려가 점점 더 깊어져만 갈 때, 갑자기 나타난 이가 있었으니 바로 루덴도르프였다.
비록 패배자와 매국노와 내란음모자라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긴 했지만, 썩어도 준치는 준치.
갑작스레 정력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루덴도르프를 보고 떨떠름해하는 이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루덴도르프는 체면을 따질 여지가 아니었다.
‘이러다간 정말 죽는다. 슐라이허처럼 비참하게!’
히틀러의 뒤에 누가 있었는지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았다.
히틀러를 픽업하고, 나치당을 키워주고, 그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무수한 물주와 후원자를 물어다준 사람이 누구겠는가. 루덴도르프였다.
<탄넨베르크의 영웅>이라는 휘황찬란한 명성 덕택에 아직 정부가 그를 잡아들이진 않았지만, 슐라이허 부부의 비참한 최후를 본 루덴도르프는 언젠가는 죽는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로젠바움을 몰아내야만 합니다.”
“하지만 어떻게요?”
“조력자들을 확보해야지요.”
그리고 군부 이외에 로젠바움을 반대할 만한 이들은 단 하나뿐이었다.
“사민당.”
그들과는 전혀 코드가 맞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
사민당은 가면 갈수록 약화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빼앗겼으니 실로 흡성대법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지긋지긋한 총파업을 막고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불필요한 갈등을 막기 위해, 그리고 노조의 뒤에서 암약하는 공산당을 저지하기 위해 전국의 모든 노조가 해체되어 <독일노동자연합>이라는 단일 단체가 결성되었다.
이 과정에서 사민당 또한 기존 노조에 대한 영향력을 크게 잃었고, 중핵이 될 만한 노조 간부들 상당수도 ‘국가반역자’ 딱지를 받고 체포되었다.
사민당이 거느리던 깡패 조직, 국기단 또한 형제단이 소멸할 때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해산 명령을 받고 자진 해산했다.
민족혁명당이 사회를 안정시키고 경제를 부활시키자 대중들의 지지는 모조리 그들에게로 흡수당했다.
“독일의 대중들은 독재자가 나타났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지 않습니다.”
“이걸 독재··· 라고 볼 수 있을까요?”
“그 엉터리 국민투표가 요식행위가 아니면 뭐요!”
“하지만 98%입니다. 국민들이 저능아도 아닌데, 98%라는 지지율이 그냥 튀어나옵니까?!”
이건 일종의 거래였다.
국가를 계속해서 잘 굴리는 대신 네가 처음부터 끝까지 총대 메고 국정을 운영하라는, 조건부 독재 체제.
그렇다면 사민당은.
이 바이마르 공화국 체제를 성립시킨 당은.
국민의 뜻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엄밀히 따지면 그가 전제 군주가 된 것도 아닙니다. 대통령과 총리의 겸임을 허용하는 법률의 기한이 5년쯤 더 연장되었을 뿐이니까요.”
“5년 뒤에 그가 다시 출마해서 당선된다면?”
“그럼 유권자들이 그더러 7년 더 다스리라고 허가해준 셈이지요.”
“애초에 부정선거가 아닐 리 없잖습니까. 98%가 누구 옆집 애 이름도 아니고.”
이러던 찰나.
군부 소장파들의 제안이 조용히 접수되었다.
그리고 이는 사민당을 결정적으로 분열시키는 황금 사과가 되고 말았다.
“다들 미쳤습니까? 선거로 당선된 사람을 밀어내기 위해 군바리들이랑 손을 잡는다고요?”
“제정신들이 아냐! 권력에 굶주려 미친 놈이 아니고서야 이딴 제안을 받아들이는 자가 누가 있겠소!”
누군가는 듣자마자 귀가 더러워졌다며 자리를 떠났고.
“로젠바움 정권은 법률을 제멋대로 뒤틀어 자신들의 독재를 정당화하고 있습니다. 지금으로서는 공화국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군인들과 손을 잡는 게 맞는 듯합니다.”
“단, 왕정복고는 절대 안 됩니다. 공화정 체제를 지킨다고 해야만 조건부로 합류하겠습니다.”
누군가는 공화국 국체 유지를 약속받지 않으면 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젠바움 타도를 목표로 한 반정부 인사들의 집합.
<검은 오케스트라>는 우여곡절 끝에 활동을 개시했다.
***
[라인란트, 마침내 우리의 권리가!] [공화국 수비대, 라인란트에 입성하다!] [베르사유 조약 – 영원히 지옥으로!]“만세!!”
“로젠바움 만세!! 독일 만세!!!”
라인란트 재무장이 단행되었다.
공화국 수비대 2개 사단, 그리고 무장 경찰, 마지막으로 육군 1개 연대.
누가 봐도 소박한 규모였지만, 독일의 현 상황에선 이것도 충분히 무리한 셈.
아직 충분히 벌크업이 되지 않아 육군을 다짜고짜 밀어넣기엔 외교적으로도, 군사적으로도 부담이 크다는 장성들의 말을 받아들인 나는 공화국 수비대에 기회를 넘겼다.
저렇게 판단들이 느려서야. 아직도 자기네들이 대체 불가라고 여기나? 이번 라인란트 재무장이 국내 대중들에게 어떻게 보일지를··· 아, 저 친구들은 여론이라는 거에 별로 관심이 없지.
당연히 프랑스는 맹렬하게 비난했다.
[불경한 독재자, 사악한 훈족 추장, 추악한 야만족 부족장, 역겨운 도적떼 두령, 눈 뜨고 볼 수 없는 빨갱이 두목, 평화의 위협자 로젠바움의 위선적 행보!] [“라인란트 재무장은 독일이 평화에 관심이 없다는 증거”]하지만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고 했던가?
프랑스가 저토록 짖어댄다는 사실이 바로 공격해 오지 않는다는 증거였다.
“프랑스는··· 조용합니다.”
“내가 뭐라고 했소.”
하머슈타인 총장이 송구해 하는 동안, 나는 곧장 새로운 지시를 이어나갔다.
“라인란트에 주둔한 공화국 수비대를 더욱 늘립니다. 새롭게 징병될 병력들도 공화국 수비대에 더 많이 배치하도록 합시다.”
“각하. 그렇게 했다간-”
“프랑스와의 국경인 라인란트에 최대한 많은 병력을 배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멍청한 놈들. 너희가 진주했다면 당연히 육군을 더 키워줬을 텐데. 명분을 스스로 걷어찼으니 어쩔 수 없다.
이제 육군을 배제해도 되도록, 본격적으로 내 친위 세력을 확대시켜야만 했다.
나는 즉각 붉은 남작, 리히트호펜을 불렀다.
“각하.”
“때가 되었소.”
“마침내···!”
공군(Luftwaffe)의 독립.
베르사유 조약을 찢어버렸으니 이제 거리낄 것도 없다.
곧장 독립 군종으로서의 공군을 부활시킨 나는 리히트호펜에게 공군 육성의 막중한 임무를 하달했고, 덤으로 다른 명령 또한 내렸다.
“공군육전대, 라고,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그게 뭡니까?”
“해군도 해군육전대(해병대)가 있잖습니까. 그러니 공항이나 기지 방호를 목표로 하거나, 수송기를 통한 적진 침투를 담당하는 공군육전대를 별도로 설립해야지요.”
공수부대를 공군 예하로 붙여버리면?
당연히 하머슈타인은 잔뜩 골이 나서 달려왔다.
“각하! 공군육전대라니요? 기지 방호 같은 건 육군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내가 가만 생각해 봤는데, 이 편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소수 정예부대를 뺀다면 기지 방호만을 목표로 한 부대는 기동성을 갖출 필요도, 보급 소요도 무척 다르지 않겠소?”
“하지만···.”
친위대 격인 공화국 수비대도 불편한데 내 사병집단이나 마찬가지로 친 로젠바움 파벌로 가득 찬 공군에 육전대를 만들겠다고 하니 육군의 기분이 전혀 좋을 리가 없다.
터져라.
이렇게 더 몰아붙이고 있는데 터지지 않으면 융커가 아니잖냐. 어서 터지라고.
하머슈타인에겐 조금 미안하지만, 부하 관리를 제대로 못 했으니 당신도 같이 짐 싸서 집에 가줘야겠어.
***
“먹이가 성공적으로 파고들었습니다.”
“아주 좋아.”
국가안전부. 일명 슈타지.
공화국 수비대와 함께 새로 설립된 체제 수호 기관.
···이라고 하지만, 그 속알맹이는 명백히 로젠바움 정권의 영원한 집권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공화국 수비대는 정규전을 목적으로 한 ‘군대’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육군 출신 인사들을 제법 많이 받아들였지만, 슈타지는 소수 군인 출신이 있긴 했지만 해군 출신도 제법 있었고 무엇보다 경찰에서 더 큰 영향을 받았다.
방첩 기관이라는 특성상, 그리고 독일의 혼란스럽기 그지없는 정치 환경상.
슈타지는 국외의 간첩을 잡는 것보다 오히려 국내의 ‘불온 세력’들을 감시하는 데 훨씬 더 힘을 기울였다.
그리고 그들의 성과는 눈부셨다.
“놈들의 몸통은 루덴도르프가 틀림없습니다.”
“이 반역자 자식은 목숨이 아홉 개쯤 되나? 왜 이렇게 설치는 거지?”
반역 사건이 필요했다.
그냥 음모 말고, 실행에 옮겨진 국가에 대한 반역 시도.
이 거추장스러운 법률이나 제도나 선거 대신.
오직 로젠바움주의를 따르는 하나의 국가로 거듭나게 해줄 마지막 시련이.
“각하께, 조금 더 압력이 필요하다고 보고드려야겠군.”
건수가 더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