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Germany needs a Führer RAW novel - Chapter (99)
이 독일은 총통이 필요해요-99화(99/246)
공화국 멸망 (4)
쿠데타를 일으키려면 많은 조건이 성립되어야 한다.
먼저,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부를 무너뜨리려면 그 후폭풍을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원래 프로이센군과 융커는 ‘국민의 지지’라는 개념이 희박했다. 이들은 패전의 그 순간부터 자다가도 공화국 타도를 꿈꿨던 이들이고, 올바른 국가 체제로 돌아가면 아무튼 다 잘되리란 희망도 있었다.
하지만 카프 폭동 때는 어디 그런 계획이 있었던가?
아무튼 어떻게든 될 것이다.
쿠데타 성공 뒤에 대한 고민은 잠시 뒤로 미뤄두고, 쿠데타를 성공리에 저지르려면 당연히 병력이 필요하다.
베를린 주변 수도권 병력을 장악하고 있는 이는 룬트슈테트지만, 원래 쿠데타는 포 스타가 아니라 그 밑의 사단이나 여단, 아니면 하다못해 연대급 지휘관이 몇 명이나 가담하느냐가 핵심.
유감스럽게도 이들 중에서도 쿠데타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이는 많지 않았다.
“내가 왜?”
“로젠바움 각하께서 나라를 되살리셨는데 그걸 몰아낸다니 반역도 아닌가?”
이 수준인 이들에겐 어차피 음모자들도 접근하지 않았다.
하지만.
“꼴통 같은 놈들 전부 옷 벗을 날만 기다리고 있는데?”
“숨만 쉬고 있으면 진급하겠구만.”
“재무장 선언까지 했으니 보직도 어마어마하게 확대되겠지.”
행복의 나라가 눈앞에 있는데 왜 굳이 반란 음모 같은 미친 짓거리에 합류하겠는가?
그렇다.
미친 짓거리를 하려면 당연히 비상식적이고 미친 놈들이어야만 했다.
“마침내 조국이 유대-볼셰비키의 손에 떨어지다니!”
“신께서 정녕 이 나라를 저버리셨는가!”
“오직 히틀러 당수만이 이 나라를 구할 수 있었는데, 그 유대인 놈이 협잡을 부려 애국자를 반역도로 낙인찍고 말았습니다.”
“하일 히틀러!”
“하일 히틀러!”
젝트의 숙청 대상은 당연히 고위 장성들이었고, 위관급은 대개 나치당에서 탈당했다는 서류만 제출하면 사면받았다. 당장 10만에 불과한 조직을 5, 60만으로 부풀려야 하는 마당에, 말단 위관급 되는 인원을 모조리 목을 칠 수는 없는 노릇.
그러나 젝트는 여기서 중대한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그것은 바로 상대방을 지극히 상식적으로 판단해버리는 실수.
나치 신봉자들 중에서는 이미 사이비 종교 신도의 영역에 빠져든 이가 제법 많다는 것을 그는 잘 몰랐다.
“내가 왔습니다. 나의 조국 독일을! 게르만족을 유대 볼셰비키의 손아귀에서 구원하기 위해!”
그리고 히틀러가 베를린에 도착했다.
최후의 최후까지 그를 따른 나치 돌격대, 그리고 친위대원들과 함께.
***
아돌프 히틀러는 궁지에 몰려 있었다.
무솔리니의 후원으로 죽기 일보 직전에 목숨을 부지한 히틀러와 나치당은 오스트리아로 건너갔고, 그곳에서 얌전히 사는 대신 오스트리아를 접수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무솔리니도 이러라고 그들을 건져준 것이고.
군소 세력에 불과하던 오스트리아 나치당을 낼름 접수한 히틀러는 곧장 특유의 선전 선동 능력과 깡패짓, 격정적인 유세를 동원해 가며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고 지지를 요청했고, 오스트리아는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하지만 돌푸스(Engelbert Dollfuss)를 정점으로 하는 오스트리아 집권 세력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 차라리 너희 이탈리아와 모든 관계를 끊고 말지, 저 실패한 반역도 따위와 겸상은 못 하겠다!
무솔리니는 ‘히틀러와 돌푸스를 경쟁시키면 서로 이탈리아에 충성을 맹세하려고 악다구니를 쓰겠지?’라고 생각했지만, 돌푸스가 ‘그래? 전쟁 한판 해보자. 근데 그 순간 우리가 누구에게 도움 요청 칠지는 알지?’라고 나와버리자 뇌가 정지해버리고 말았다.
독일의 친이탈리아 정서는 씨가 말랐다.
독일을 장악한 독재자 로젠바움은 누구보다 강경한 반이탈리아 정서를 보이고 있었다.
그래서 아쉬운 대로 본전이라도 찾기 위해 오스트리아를 장악하려 하는 건데, 그 오스트리아를 날려먹을지도 모른다?
이미 독일에서조차 패배하고 쫓겨난 히틀러가 돌푸스를 이길 것 같진 않았기에, 무솔리니는 고심 끝에 히틀러를 손절했다.
“독일의 우리 파시즘 동지들을 도와주시오.”
“두, 두체! 두체! 우리의 지도자 히틀러를 조금만 더 믿어주십시오!”
“믿고 있소. 그러니 독일을 거머쥘 기회를 주겠다 이거요.”
무솔리니도 포커 쳐서 독재자의 지위를 따낸 인물은 아니다.
히틀러라는 패를 쓸 수 있는 시간은 지금뿐이었고,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난다면 독일은 완전히 로젠바움의 손에 떨어질 게 뻔하다.
“원한다면 남미행 여객선을 잡아주리다. 그게 아니라면-”
“기회를 주십시오.”
적당히 낡은 무기와 장비를 대주는 것으로 끝.
로젠바움에게 아주 지독한 똥을 투척한 무솔리니는 오랜만에 두 발 쭉 뻗고 잠들었다.
한편 히틀러는.
“차라리 뮌헨에서 죽었어야 했는데.”
그는 이제 입버릇처럼 이 말을 반복했다.
장렬하게 죽어야만 했다!
유대-볼셰비키 아르민 로젠바움의 탄압에 맞서 순교자로서, 국가사회주의의 위대함을 설파하며 죽었어야만 했다!
그러면 룀이나 헤스, 힘러 같은 이들이 조르르 달라붙어 아닙니다 아닙니다, 우리 독일 민족은 지도자 각하의 영도가 필요합니다 하며 그를 달래주었고 히틀러는 몇 시간씩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히틀러 또한 사탄에게서 형님 소리를 들을 인류 최고의 인재 중 한 명.
그는 자신이 쥔 손패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결론을 내렸다.
“처음에 로젠바움을 암살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한다.”
혼란. 그리고 마비.
그리고 하나 더 이점이 있다면, 적들은 군부나 빨갱이들은 신경 쓸지언정 히틀러와 나치가 직접 움직였으리라곤 생각지 못하고 있으리라는 점.
히틀러가 기대할 수 있는 승산은 오직 이것뿐이었다.
처음부터 완전히 잘못된 가정이었지만, 그건 그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
두 전임 대통령, 에베르트와 힌덴부르크가 거주했던 대통령궁(Reichspräsidentenpalais)은 대대적인 수리와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 ‘수리’는 여러 가지 목적을 지니고 있었다.
일단 건물 자체가 낡아 수리가 필수불가결하긴 했고, 경호나 신변 안전을 위한 추가적인 방호 설비 또한 필요했다. 이미 비밀리에 폭격에 대비한 지하 벙커가 준비되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은밀한 속내.
‘모반자들이 결심을 하려면 아주 달콤한 먹이가 있어야겠지?’
‘각하! 각하의 목숨을 판돈으로 올려선 안 됩니다!’
‘그렇게 해야만 해. 안 그러면 놈들은 다시 수면 밑으로 들어갈 게 틀림없어.’
따라서 로젠바움 대통령은 자신의 또 다른 직위, 독일 공화국 총리에게 할당된 총리 관저(Reichskanzlei)에 살고 있었다. 무려 비스마르크가 재임 시절 살았던 유서 깊은 곳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곳도 낡기로는 만만치 않았다.
1934년 2월 25일에서 26일로 넘어가는 새벽.
막 일요일이 월요일로 바뀔 무렵.
“하암. 벌써 월요일인가.”
“빨리 해나 떴으면 좋겠습니다. 추워 뒤질 거 같슴다.”
“좀만 버텨 봐. 야. 재밌는 이야기 좀 해봐.”
“추워 뒤지겟는데 말임까?”
“그래. 떠들면 좀 덜 춥겠지.”
“알겠습니다. 어떤 피아노 연주자가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누가 문을 두드리길래 누구냐고 했더니 피아노 조율사라는 겁니다. 그래서 연주자가 ‘저는 당신 부른 적 없는데요’라고 했더니, 조율사가 뭐라 했는지 아십니까?”
“···저 트럭 뭐야.”
“틀렸습니다.”
“아니! 저 트럭 뭐냐고!”
“정답은-”
그 순간, 요란한 엔진 소리와 함께 한 대의 트럭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총리 관저를 향해 돌진했다.
“으, 으아아!!”
선임의 고함소리를 가뿐하게 묻어버린 트럭은 쇠창살 두툼한 정문을 박살내버리고 그대로 더 돌입했다.
“교, 교통사고다! 사람 살려! 누, 누가 좀 나와봐요!”
타앙!
“끅···?”
후임은 총에 맞은 그 순간까지도 열심히 고민했다.
뭐지? 이게 무슨 일이지?
탕! 타탕!! 타타타!!
곳곳에서 총성이 피어 오르고, 골목 이곳저곳에 숨어 있던 괴한들이 함성을 지르며 달려왔다. 그들의 손에는 하나같이 총기가 쥐여져 있었다.
“크, 큰일···.”
콰아아앙!!!
요란한 폭발음이 지축을 흔드는 걸 느끼며, 후임은 천천히 영원한 잠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로젠바움을 죽여라!!”
“빨갱이 유대인을 죽여라!!”
반란이 시작되었다.
***
쿵쿵쿵!!
한밤중에 누군가 문을 두드리자 베를린 주변 군관구를 책임진 사령관, 룬트슈테트 장군은 화를 내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이 새벽에 어떤 놈이지.”
쿵쿵거리는 소리가 계속되는 것이, 뭔가 일이 생긴 것 같았다.
“누구시오.”
– 사령관님? 지금 큰일 났습니다. 빨리 일어나셔야 합니다!
“무슨 일인데 그러나?”
– 총리 관저에 총기를 지닌 괴한이 나타나 로젠바움 대통령 각하께 해를 끼치려 했습니다! 당장 일어나셔야 합니다!
“내 당장 채비할 테니 준비하고 있게.”
– 각하. 시간이 없습니다! 긴급 소집입니다! 문을 열어주십시오!
그 순간.
룬트슈테트는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자들은 왜 전화를 내버려두고 여기 와서 이러고 있지?
내 부관도, 당번병도 아닌 저놈들은 누구지?
“다 벗고 있으니 3분만 기다려! 좀!!”
그렇게 버럭 소리친 그는 군복을 입는 대신 곧장 권총을 향해 달려갔다.
그러나.
쾅!
“게르트 폰 룬트슈테트! 유대-볼셰비키에 부역해 독일 민족을 팔아먹은 매국노 배반자! 역사가 네놈을 심판하러 왔다!”
“무슨 개좆같은 소리야!”
“장군! 때가 왔습니다. 구국의 결단에 합류해 주십시오!”
“로젠바움은 이미 죽었습니다! 사민당 놈들이 끼어들기 전에 군이 나라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합니다!”
죽었다고?
대통령이?
잠시 쿵쿵대더니 문이 버티지 못하고 박살났고, 앳된 애새끼들 같은 군인들 몇 명이 총을 든 채 잔뜩 흥분해선 그의 코앞으로 다가왔다.
“어찌하시겠습니까! 선택하십시오!”
“너희는 누구냐. 배후가 누구야!”
“우리는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떨쳐 일어난 청년 장교들입니-”
“네놈들 위에 누가 있냐고! 블롬베르크? 베크? 라이헤나우?”
“질문은 우리가 합니다.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거사에 동참하시겠습니까, 아니면 저 매국노 로젠바움의 편을 들겠습니까?”
“···프로이센의 군인은 결코 반역을 저지르지 않는다!”
타앙! 타앙!
두 발의 총성과 함께 독일군의 숙장(宿將)은 순식간에 싸늘한 주검이 되고 말았다.
룬트슈테트가 살해당하는 것과 거의 동시에, 다른 곳에서도 동시다발적으로 암살과 테러가 벌어지고 있었다.
“이, 이 빌어먹을 놈들이!”
“한스 폰 젝트! 순순히 최후를 맞이해라!”
“닥쳐!”
국방장관 젝트는 낌새를 눈치채고 필사적으로 도망쳤지만, 늙은 육신이 따라주질 못했다. 그 또한 룬트슈테트와 마찬가지로 같은 독일군의 손에 살해당했다.
하머슈타인 총장은 라인란트를 시찰하고 있었기 때문에 베를린 대살육극에 휘말리진 않았지만 이 난리통에 끼어들지도 못했다.
하지만.
“···없어?”
“여기도 없는데?”
“빌어먹을,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민족혁명당의 중진들 몇 명이나 내각 장관들을 줄줄이 살해하긴 했지만.
정작 로젠바움의 최측근 핵심 인사들을 죽이지는 못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로젠바움이 어디에도 없었다.
“애송이들을 믿는 게 아니었는데!”
“닥쳐, 늙은이들! 뒷짐만 지고 있던 주제에!”
왕정복고를 바라는 융커들과 히틀러의 집권을 바라는 청년 장교들은 완벽한 오월동주. 사민당을 얼굴마담으로 쓰고 팽하자는 데서만 신기하게 의견이 일치하는 걸 보니 군인은 군인이었지만, 그 외엔 하나부터 열까지 너무나도 달랐다.
하지만 이미 칼은 뽑았고, 주사위는 던져졌다.
그들 음모자들은 곧장 라디오 방송국과 청사를 점거한 뒤 전국에 라디오 방송을 개시했다.
[국민 여러분들께 긴급히 고합니다.] [2월 26일 새벽 현재, 암살자의 흉탄에 아르민 로젠바움 대통령이 서거했습니다.] [현장에서 체포된 범인은 공화국 수비대원으로, 공화국 수비대 상층부의 명령을 받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독일 국방군은 조국을 지키기 위해 긴급히 출동하였으며, 수도 베를린의 치안을 장악하고 공화국 수비대의 국가 찬탈 음모로부터 이 나라 독일을 지키기 위해 용전분투하고 있습니다.]됐다.
이제 그다음은, 로젠바움을 찾아내 죽이고 공화국 수비대를 무력화시키는 일뿐.
옛날 카프 ‘의거’ 때는 빨갱이들이 총파업을 일으켜 실패했었지만, 그 공산당은 로젠바움이 다 때려잡지 않았던가.
그리고.
[아아, 반란군들에게 알린다.] [암살당했다던 로젠바움은 여기 멀쩡히 살아 있다. 순순히 무장을 풀고 항복해라.] [다시 말한다. 항복하면 얌전히 죽여주겠다.]쩌렁쩌렁한 고함 소리가 저 멀리서부터 들렸다.
아직 새벽은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