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100)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100화(100/589)
< 100 : 내 사람들 >
“역사적인 포항제철소 발파식을 거행하겠습니다. 귀빈 여러분께서는 버튼을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셋, 둘, 하나, 발파!”
콰콰쾅쾅!
“와아아아아아!”
온갖 카메라 세례와 동시에, 감격에 찬 목소리로 기자들이 TV 생중계를 했다.
얼마 전 중정 요원들이 덮쳐서 부총리 일행을 모조리 연행해갔던 짜가 기공식과는 딴판이었다.
“이런 게 진짜 기공식이지. 그렇지 않나, 임자.”
모든 공사는 공개입찰을 했지만, 자의반 타의반 대세 건설이 대부분을 차지했고 현산 건설과 도림건설이 나머지를 맡았다.
대규모 공사는 중장비를 누가 많이 가지고 있냐의 싸움이고, 게다가 내겐 BR사라는 뒷배경과 기능공도 넘쳐났기에 낙찰에 매우 유리했다.
“예, 그렇습니다. 대통령님께서 주관하시고, 투자자도 모셔놓고 장비도 가져다 놔야 대내외에 공표하는 의미가 있습니다.”
“하여간 어이없는 짓거리를 초반에 진압해서 다행이야.”
대통령은 지난 일을 얘기하듯 무심히 말했다. 아직도 정치권에서는 종합제철소를 빌미로 누가 얼마나 뇌물을 먹었는지, 중정의 조사가 어디까지 번질지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건 그렇고 저렇게 민가를 밀어버려도 되는 건가? 죄짓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
“모두 빈집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옮겨가는 마을 옆에 차관 아파트라고 해서 외국인 거주지를 만들 예정입니다. 학교며 온갖 편의 시설이 들어설 테니, 마을 사람들에게도 큰 혜택이 될 겁니다.”
“외국인 마을을 만든단 말인가?”
“예, 외국 기술자들이 가족과 함께 공사 기간 내내 머물게 될 것입니다. 일부는 포항제철이 완공되면 직원으로 영입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하하하, 추진위에서 토목공사에 3000만 불이나 쓴다고 해도 관계부처에서 딴소리를 못 했던 이유가 있었군그래.”
정지(整地)작업, 도로, 항만, 상하수도, 공업용수에다 외국인 마을까지 지으면 3000만불을 깔끔하게 쓸 수 있었다.
남김없이 써버려야 일본이 비집고 들어올 틈이 없어진다.
“포항제철을 가교로 삼아 기술 협력이 꾸준하게 이어진다면, 우리나라는 제철 기술에서만큼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것입니다.”
나는 대통령에게 자신 있게 말했다.
파이넥스 공법은 세계 으뜸이라고 하겠지만, 특수강 영역에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든든하구먼. 하여간 단박에 이렇게 많은 기능공을 동원할 수 있는 사람은 임자밖에 없을 거야.”
“제가 동원한 게 아니라, 저들이 스스로 때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일각에서는 기능공들을 못 배운 이들이라며 무시하는 경향이 있지만, 여기 있는 기능공만큼은 향상심이 남다른 이들입니다. 핵심 인력이니, 추진위 명의로 포항제철에 적극적으로 흡수할 방침입니다.”
황금종 3기는 포항제철과 대세 건설 인력으로 분리해 정직원으로 채용할 생각이다.
난 포항제철의 지분을 챙길 생각은 없다.
인천제철을 챙긴 데다, 철강 플랜트 업자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더 낫다.
괜히 포항제철의 지분을 보유했다가 정치질에 휘말리면 그게 더 손해다.
“핵심 인력이라… 그러고 보니 기능공 못지않게 기술자도 꽤 보이는군. 외국 기술자들과 얘기도 곧잘 하는 것 같고 말이야.”
“베테랑이라면 영어가 좀 딸려도 자기 전문 분야에서만큼은 말이 곧잘 통하지요.”
“우리나라에도 철강 전문가가 있던가?”
“망해버린 삼화제철 출신의 경력자들입니다. 인천제철에서 재교육한 뒤 포항에 데려왔습니다.”
“하하, 그래서 저렇게 빠릿빠릿 하는구먼.”
누구든 자신 있게 움직이면 눈에 띄기 마련이다.
게다가 한 번 직장을 잃었다가 다시 찾은 사람들이니 일에 대한 애착이 엄청났다.
“포항제철의 완공에 맞춰 각 부서의 과장급을 맡기면 실무 조직이 탄탄해질 겁니다. 저들 또한 핵심 인력입니다.”
“하하하, 공장을 지어놓고 누구를 뽑아 어떻게 굴릴지 고민스러웠는데 임자가 잘도 처리했군. 역시 임자다워.”
대통령이 내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석유화학단지도 그렇고 포항제철도 그렇고, 우리 국민이 주도적으로 일하는 모습에 무척 뿌듯했을 것이다.
뭐든 하려고만 들면 돈이 없네, 원천 기술이 없네, 전문가가 없네, 장비가 없네 하는 말만 들어왔을 테니 말이다.
일단 이렇게 외국 기술자들과 설계도를 놓고 토론할 정도만 되어도 기술적으로 종속되지 않는다.
또한, 그 일이 반복되면 우리 민족 특유의 성실성으로 외국을 능가하는 것도 꿈이 아니다.
“아, 그건 그렇고 한국조선공사에도 수백 명을 이끌고 들이닥쳤다면서?”
“들이닥친 게 아니라, 조선소를 보호하러 간 것입니다.”
“보호?”
“예, 조선소가 파산했다는 소식에 사방에서 빚쟁이들이 설비를 다 뜯어가려 해서 일단 제가 가서 막았습니다. 정부가 나서서 제대로 된 주인을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하, 자네가 거길 차지할 생각에서 들이닥친 게 아니란 말인가?”
물론 그 이유 때문이긴 했다.
조선소로 가서 내가 주인이라고 으르렁거려야 양아치 놈들이 끼어들지 않을 테니까.
“그렇다기보다 지금 당장 철광석을 싣고 올 배를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나라 유일의 조선소가 망가지는 꼴을 두고 볼 수가 없었습니다.”
“뭐, 배를 만든다고? 정말인가!”
“배라고 하기는 민망합니다. 화물선이 이끌고 갈 멍텅구리 배를 만들려고 하는 겁니다.”
“멍텅구리 배라니? 그건 또 뭐야?”
“엔진이 없어 예인선이 끌고 가야 하는 배입니다. 배보다 리어카에 가깝다고 하겠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배를 가진 사람이 뭔 리어카까지 끌고 간다고 그래? 대체 철광석을 얼마나 실어오려고 그러는 거야?”
대통령은 잘 보면 별로 남의 말에 신경 쓰지 않는 듯하지만, 핵심은 절대 빠뜨리지 않는다.
핵심이 뭔지 알아내고 타이밍을 찾는 데에는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다.
“인천제철 용으로 연 30만톤, 포항제철을 생각하면 연 300만톤은 실어와야 합니다. 나중에 철강 생산량이 확대되면 연 1000만톤도 넘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뭐라 30만톤? 300만톤?”
“철강 1톤을 뽑기 위해선 철광석이 2.5톤내지 3톤이 필요합니다.”
저급 갈철석을 쓸 거라 그 정도가 필요하다.
솔직히 나도 이렇게 어마어마한 양을 가져올 생각은 하지 못했다.
하지만, 호주산 갈철석 가격을 알고 난 뒤, 참을 수가 있어야지.
가져오는 대로 돈인 데다, 지금 기준으로도 철강 1톤당 50불 가까이 남는 장사고 나중에 수에즈 운하가 닫히고 오일쇼크가 닥치면 철강 1톤당 250불까지 남길 수 있다.
오히려 너무 큰 이득에 대외적으로 수익률을 숨겨야 할 정도가 될 거다.
“그런 이유라면 더더욱 자네가 맡아야겠군. 필요한 걸 자기 손으로 딱딱 만들어 쓰겠다는데 그걸 누가 말려?”
“조선소 인수에는 걸림돌이 많습니다.”
나는 짐짓 걸림돌을 운운하며 정색했다.
둘 다 속내는 뻔해도 서로 주고받을 건 확실하게 계산해야지.
“걸림돌? 한국조선공사의 빚을 말하는 거겠군. 임자도 탕감해달라고 하는 거겠지?”
빚이 자그마치 20억이다.
자본금이 10억인데, 빚이 그 두 배다.
“그렇습니다. 대부분 부패 정치가의 비리때문에 발생한 빚인데 인수자가 책임지는 것은 억울한 일입니다. 범법자들이 배상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쥐어짜 내는 것도 어려운 일이야. 자네가 인수하겠다면 빚의 50%만 줄여줘도 되지 않겠어? 그럼 국회든 어디든 반대하는 이들이 없을거야.”
아니, 왜? 다른 이들이 인수하면 빚을 거의 다 탕감해 줄 거면서 왜 내겐 반만 해준대?
이럴 땐 최대한 죽는소리를 해야 한다.
“대통령님, 저는 내수 경기를 위해 무연탄, 석회석, 일부 철광석마저도 국산을 이용합니다. 인수 자격은 물론 빚을 탕감받을 자격은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빚을 탕감해도 순수 자산 인수금만 해도 10억입니다.”
한화로 10억이면 370만불쯤 되는 돈이다.
대규모 프로젝트 때문에 별거 아닌 돈처럼 보이지만, 이 시대엔 정말 큰돈이다.
거기에 빚을 수억이나 더 얹으라고?
빚을 갚을 돈으로 조금이라도 철광석을 더 실어오면 그게 돈이 얼만데.
쳇바퀴는 초반에 돈을 얼마를 붓냐에 따라 크기가 훅훅 달라진다.
“그래도 100% 빚 탕감은 안 돼. 나야 그리하고 싶지만, 만약 그랬다간 임자한테도 좋지 않아. 요즘 세간에 특혜니 뇌물이니 하는 얘기가 시도 때도 없이 튀어나오고 있잖나.”
“……”
“공개입찰을 해도 되겠지만, 그리하면 임자가 조선소를 차지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지지 않겠어? 양보할 건, 양보해!”
능구렁이 같은 인간.
내 상황을 자기식으로 완벽하게 해석했다.
내가 조선소를 원하는 걸 뻔히 알고, 빚 탕감 50%를 지르고 있는 거다.
“그럼, 이렇게 하시죠. 빚 탕감은 60%로 해주시고, 40%는 흑자를 내서 갚을 테니 대출 좀 해주십시오. 금액으론 8억쯤 될 것 같습니다.”
“흑자를 내서 갚겠다고? 그게 가능한가?”
아니, 흑자를 못 낼 거면 내가 왜 가져가나?
적자 기업을 내게 떠넘길 셈이었어?
“빚을 못 갚으면, 자연스레 자본 잠식이 될 것이고 그럼 대출 은행에서 매각 입찰을 하면 되지 않겠습니까?”
솔직히 난 이런 소형 조선소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단지 지금 당장은 워낙 급해서 이거라도 좀 빌려서 쓰고, 철강 사업으로 돈을 좀 모으면 제대로 된 조선소를 시작할 거다.
물론 수리 조선소로 운영하면 돈이야 벌리겠지만, 인력과 시간을 선박 건조에 사용한다면 훨씬 더 큰돈을 벌 수 있다.
솔직히 그때가 되면 이런 소형 조선소를 거들떠보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흑자를 낸다면야 당장 가져가야지. 좋아! 은행장들과 협의해서 융자해주라고 하지.”
“감사합니다.”
공무원들이 간섭하는 것보다, 차라리 은행이 지켜보는 게 낫다.
“협의가 완료되면 염 차관을 보낼 테니, 곧바로 인수 절차를 밟도록 해.”
“예, 대통령님.”
허, 염 차관보가 차관으로 진급했나 보네.
조기영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장이 해임되고 고위 공직자들이 대거 자리 이동을 한다더니.
보아하니 상공부 장관이 영전하고, 그 밑의 사람들이 죄다 한 단계 진급한 것 같은데?
다들 싱글벙글하겠군.
“그간 수고 많았으니, 술이나 한잔해.”
“감사합니다. 살펴가십시오.”
대통령은 내게 봉투를 쥐여주고는 차에 올랐다.
말로만 듣던 대통령의 금일봉이 아닌가.
두툼하네.
이 정도면 꽤 마음을 쓴 거다.
내가 한 일이 마음에 들었단 얘기네.
“이봐요, 석 국장님!!!”
“예, 우 사장님.”
저 멀리 현장에 있던 석 국장을 불렀다.
“석 국장님 맞습니까?”
“하하, 조만간 차관보라고 부르시게 될겁니다.”
“이야, 어젯밤에 잠 못 주무셨겠네?”
“아직까진 비밀입니다. 아직 정식 발령이 난 건 아니라서요.”
“뭐해요, 기공식도 마쳤는데 갑시다. 미리 승진 축하하라고 대통령님이 회식비 주고 가셨어요.”
“정말입니까?”
“여어, 다들 갑시다!”
나는 주변의 추진위원들을 죄다 모아 선술집으로 향했다. 포항제철이 한고비를 넘겨서 그런지 다들 얼굴이 훤하게 피었다.
인천제철에서 경험을 단단히 했으니, 포항제철에서 한 자리씩 차지하고 제 몫을 할 것이다.
고생에는 정당한 대가가 따라야 한다.
***
부산 영도, 한국조선공사
며칠 만에 사뭇 분위기가 달라졌다.
“어서 오십시오. 사장님.”
수백 명의 직원이 대세 작업복을 갖춰 입고 나를 맞이했다.
지난주만 해도 을씨년스럽게 보였던 조선소가 깔끔하니 활기차게 보였다. 너무 좋다.
대통령의 확답이 있었으니, 조만간 여긴 내 조선소가 될 테니 이렇게 해도 전혀 문제없다.
“깔끔하게 청소하셨군요.”
“예, 사장님께서 청소는 안전의 기본이라고 하셨지 않습니까. 이제 설계도만 있으면 당장 배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각 부서의 과장으로 임명한 황금종 2기로 불리는 이들이 가슴을 툭툭 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내가 조선소를 시작한다는 말에 대거 합류했다.
샌디에이고 조선소에서 연수했던 이들이라 이런 자신감을 내보일 만했다.
기능공들은 이미 팀을 짰기에 이들 과장을 필두로, 언제라도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사실 설계도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우리가 만들 것은 아주 단순하거든요. 다들 케이슨이 뭔지는 아시죠?”
“대세에서 케이슨을 모르면 간첩이지요. 기본 중의 기본입니다!”
“그 케이슨 형태로 배를 만드는 겁니다. 화물창을 격자 형태로 만들어서 견고한 구조가 되는 거죠. 그걸 화물선에 연결해 끌고 갈 겁니다.”
“멍텅구리 배를 만드신다는 말씀이군요.”
“맞아요. 35000톤짜리 멍텅구리 배를 벌크선 형태로 만들고, 벌크선 여섯 대를 연결해 20만톤짜리로 만들어 호주까지 끌고 갈 겁니다.”
“하하하, 그러시군요.”
황금종 2기들은 화통하게 웃었지만, 다른 이들은 얼굴이 흙빛이 되었다.
“… 과… 과장님, 그게 웃을 일입니까?”
특히 신입사원들은 내 말뜻은 이해하겠지만, 그런 미친 짓을 그리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냐? 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야, 사장님. 이번엔 호줍니까? 북미 항로보단 쉽겠네요.”
“이번엔 제대로 된 배로 끌고 가니 최소한 깨지지는 않겠네요. 하하하.”
황금종 2기 과장급들은 좌중을 내려다보면 거들먹거렸다.
대세엔 벌써 전설이 두개나 있다.
총알이 빗발치던 메콩강에서 폭포를 거슬러 올라갔다는 둥, 폭풍으로 쩍쩍 갈라지는 배를 쇠사슬로 엮어가며 태평양을 건넜다다는 둥 말이다.
인천제철에서 개고생하며 쇳물을 뽑은 건 숱한 회식을 거쳐 전설이 되어가는 중이니 열외다.
목숨을 걸고 전설을 얻은 이들이니, 이 정도 거들먹거림은 나조차 인정해줬다.
사세가 확장되면 제일 먼저 임원을 달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열정과 행동력을 증명했으니까.
“사장님, 그럼 설계도는 케이슨을 모방한다고 치고 자재 발주는 어떻게 합니까? 여기 자재 창고가 텅텅 비었던데 말입니다.”
“오늘 그걸 해결하러 내가 왔죠.”
“우와, 신난다! 자재가 있대! 자재가!”
일거리가 당장 있다는 소리에 벌써 신이 났다.
“텔렉스 어디다 설치했죠?”
“이리로 모시겠습니다. 사장님.”
사람들이 내 뒤로 우르르 따라왔다.
지나가면서 보니 조선소 야드가 정말 깨끗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대세 조선소」
사무실 건물 앞에 근사한 현판이 걸려 있었다.
마치 내게 글씨를 쓰라는 듯 현판에는 흐릿하게 대세 조선소라고 적혀있고, 그 앞에 붓과 페인트가 놓여 있었다.
“여기가 언제 대세 조선소가 되었죠?”
“사장님이 지금 명하실 거 아닙니까?”
황금종 2기들이 페인트 통을 들고, 내게 붓을 건네주었다.
“써 주십시오, 사장님.”
하긴, 안될 거 뭐가 있나?
나는 현판에 ‘대세 조선소’를 휙휙 써 내려갔다.
직원들에게 여기가 직장임을 확신시켜 줘야지.
“와아아아아아!”
“대세 조선소 만세!”
“하하하!”
부도 처리되었다고 깡패처럼 쳐들어와 제멋대로 청소하고 현판까지 달다니, 다들 제정신이 아니다.
살짝 미친듯한 이런 분위기에 젖어 드는 걸 알면서도 그다지 싫지는 않았다.
나는 사무실로 들어가 덩그러니 놓여 있는 텔렉스 앞으로 가서 전문을 써 내려갔다.
「수신 : 대세건설 김춘석 부장
B구역 창고 물건, 전량 본국으로 보내십시오.
발신 : 대세, 우찬수 사장」
뀌년의 잉여물자 창고를 비우면 35000톤짜리 벌크선은 만들고도 남는다.
그걸 만들쯤이면 인천 제철에서도 선박용 후판이 튀어나올 것이다.
“자, 자재는 주문했고 그동안 우린 설계도나 작성해볼까요?”
“와아아아! 설계팀 부르신다. 앞으로 나와!”
도면 좀 그려봤다는 이들이 눈을 반짝거리며 내 앞에 줄을 섰다.
< 100 : 내 사람들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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