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104)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104화(104/589)
< 104 : 점프 업 >
5월 31일
벌크 1호가 떠난 지 26일째 되는 날이었다
‘호주까지 정상적으로 간다면 22일쯤 걸리니까, 오늘쯤 텔렉스가 와야 하는데···.’
나는 애써 침착하려고 했지만 도통 업무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지금쯤이면 철광석 선적을 완료했다는 소식이 도착해야 하는데 말이다.
스미스 선장이라면 내가 눈이 빠지게 기다린다는 걸 모르지 않을 텐데.
삐리릭. 삐삑.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찬수야! 온 것 같아! 온 것 같아!”
“정말이냐!”
나는 물론이고 삼복이와 사무실 직원들이 죄다 텔렉스 앞으로 몰려들었다.
「적철석 4만톤, 갈철석 20만톤 선적 완료. 즉시 본국으로 출발 예정 – 스미스 선장.」
“와아아아아아!”
“성공이야! 성공!”
텔렉스가 뱉어낸 전문을 읽자마자 우리는 다들 부둥켜안고 기뻐했다.
정말이지 뗏목 수송 작전이 성공한 것이다.
벌크선이 무거운 철광석을 싣고 오는 것이니, 돌아올 때는 호주로 갈 때보다 훨씬 안전할 것이다.
무엇보다 해머슬리사로부터 1회차 선적을 무사히 마쳤기에 차후 물량 공급 계약에서 마이너스 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훅 낮아졌다.
선적 당시 재고 확인을 하니까, 실어줄 물량이 없다는 식의 어이없는 발뺌은 불가능하다.
‘이제 중동에서 전쟁이 나도 문제없어!’
나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을 정도로 좋았다.
“이야, 대세에 천운이 따르나 봐. 안 되는 일이 없어! 하는 일마다 대성공이야!”
그동안 나름 걱정을 했는지 삼복이가 유난히 기뻐했다.
“사장님, 본사 더 넓혀야 하는 거 아닙니까? 울산의 카블라 합작사도 본격 생산을 시작한 데다, 조만간 호주에도 지사 하나 내셔야죠.”
“하하하, 정말 그래야겠는걸요?”
주임들이 은근슬쩍 본사를 확장해달라고 했다.
솔직히 나도 그럴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이제 본격적인 선순환에 들어서는 때가 왔으니까 말이다.
대세 실업 성수동 공장은 이제 본사로 불렸다.
설비를 다른 공장으로 보내고 3층짜리 건물을 사무실로만 쓰고 있는데도 자리가 모자랄 정도였다.
대세 실업, 대세 화학, 대세 건설, 대세 목재, 대세 해운, 인천제철, 대세 조선 등등 사업부가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특히 대세 건설은 사업부 형태로 있기엔 너무 덩치가 커져서 계열사로 독립시킬 필요가 있었다.
게다가 부산 전포동을 중심으로 하는 대세 협력업체 조합까지 치면 관련 수출입 업무가 엄청났다.
여기에 석유화학단지의 카블라 공장까지 더해지면 본사 업무가 폭증할 것이다.
“사장님. 말씀 중에 죄송한데, 손님이 찾아오셨습니다.”
“손님이라고요?”
“보스턴에서 오셨답니다. 미국인이에요.”
“보스턴? 내 방으로 모셔요.”
“예.”
***
똑. 똑.
“어서 오세요.”
나는 문을 열어 손님을 안으로 맞이했다.
혹시 각종 투자회에서 본 사람인가 싶어 기억을 떠올려봤지만,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보스턴 컨설팅의 빌 베인이라고 합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대세 CS Woo입니다. 반갑습니다.”
명함을 보니 보스턴 컨설팅사(社)의 도쿄 지사에 근무하는 컨설턴트였다.
“N의 의뢰를 받고 왔습니다. 현재까지 물건에 대해 재고 파악이 필요하다고 말이죠.”
‘N? 아, 낸시.’
내가 무슨 일로 왔냐고 묻기도 전에 낸시의 의뢰로 왔다는 걸 알려왔다.
“여기 있습니다. 종합제철소와 석유화학단지 조성 원료로 들여온 거라, 다시 가지고 나가실 땐 기름칠이 조금 필요할지도 모르겠군요.”
나는 울산항과 인천항에 보관하고 있는 철광석과 원유에 대한 수입자료를 건넸다.
대부분 미국 합작사를 지원하는 원료로 서류를 꾸며놨기에, 다시 국외로 반출할 땐 공무원에게 수고비 정도만 쥐여줘도 될 일이었다.
원래부터 면세 대상이라 국내에서 소비할 것이 아니면 적법절차를 거쳐 다시 국외로 반출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우리나라가 대규모 공단을 짓고 있기에 한시적으로 가능한 일이며, 낸시로선 출처 세탁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솔직히 미국 국방부의 고위 관료가 이런 일에 관련한 게 알려지면 좋을 게 하나 없지.
“감사합니다. 깔끔하군요. 파는 건 우리가 알아서 할 테니, 매입하는 것만 챙겨주십시오. 원유는 올해까지만 매입하고, 철광석은 내후년까지 계속 매입할 겁니다.”
좋은 정보다.
실버스타인의 판단에 유가는 올해 말, 철광석은 2년까진 상승할 거라는 거네.
“어디로 실어다 드리면 되죠?”
“전량 고베 항으로 옮겨주십시오. 죄다 일본에서 사가게 될 테니까 말이죠.”
낸시는 보스턴 컨설팅과도 연줄이 있나 보네.
전쟁이 터지기도 전에 물건 처분을 믿고 맡기다니 말이지. 하긴, 전쟁이 터지기 전에 물건을 옮겨놔야 괜한 소문이 안 퍼지겠지.
세간엔 우연히 물건을 확보하고 있던 보스턴 컨설팅사가 전쟁으로 엄청난 행운을 거머쥐었다는 식으로 알려지게 될 거다.
혹시, 의심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그렇게 주장할 순 있을 거다.
“여하튼 신기하군요. 컨설팅사에서 이런 일까지 하다니 말이죠.”
“컨설팅 회사라고 해서 말 그대로 컨설팅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드러내기 곤란한 일도 수면 아래서 깔끔하게 처리해 드리지요.”
“그래요?”
“특히 저희 보스턴은 고객의 비밀을 철저하게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경쟁사를 압도하지요.”
어째 말하는 모습이 일반 컨설턴트 이상이다.
미국이나 유럽이 아니라 도쿄 지사에 근무하는 양반이라면, 본사 정치에서도 애매한 위치일 텐데 말이다. 능력은 있지만, 견제를 받는 양반일 가능성이 컸다.
게다가 왠지 빌 베인이라는 이름이 심상찮았다.
중공업 업계의 컨설팅에 특화된 베인앤컴퍼니사(社)와 이름이 같지 않나.
설마, 이 양반이 베인사(社)의 그 베인인가?
베인사 CEO가 보스턴 컨설팅 그룹에서 일을 시작했던가? 당장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이 양반을 시험해볼 가치는 충분했다.
“고객 비밀 엄수라… 그럼, 이런 질문은 가능합니까? 이 일의 컨설팅 비용은 얼마 정도죠? 잠재 고객으로서 이 정도 질문은 괜찮을 것 같군요.”
난 짐짓 잠재 고객이라며 빌 베인을 떠봤다.
“컨설팅비는 각 프로젝트 수익의 3% 수준에서 고객과 협의합니다. 고객님의 수익이 커야 저희도 가져갈 돈이 많아지기에 언제나 최선을 다하죠.”
어쭈, 말이 신기하네.
계약 당시부터 수익 전략을 논한단 말이야?
그럼 이 일은 처음부터 낸시와 보스턴 컨설팅이 함께 했다는 소리 아닌가.
실버스타인 가문과 보스턴 컨설팅은 모종의 관계가 있나 보네.
하긴, 컨설팅 회사가 실버스타인보다 행동반경이 훨씬 자유로우니까 정보를 물고 오기 쉽겠네.
둘이 협력할 만하겠어.
“그럼 헤드 헌팅도 합니까?”
“당연합니다. 헤드 헌팅은 컨설팅의 기본이니까요. 혹시 원하는 인재라도 있으십니까?”
“그보다, 헤드 헌팅 경비는 얼마쯤 하나요? 사람 뽑는데 생각보다 큰돈이 들면 피차 곤란하니까.”
“글쎄요. 어떤 인재를 원하시냐에 따라 비용이 달라지겠지요.”
빌 베인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원한다면 경쟁사 임원도 빼줄 기세였다.
아직 대세를 경쟁상대로 생각하는 글로벌 기업은 없겠지만 말이다.
“성장하는 대세에 발맞춰 조직을 재구성하고 경영과 재무 관리를 돕고, 글로벌 정보를 모을 수 있는 인재가 필요합니다.”
“오, 비서실을 이끌 인재를 원하시는군요.”
“그런 셈이죠. 대세가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의 인재였으면 좋겠군요.”
“그런 인재가 있긴 하겠지만, 비용 협상이 원만할 것 같지는 않군요. 솔직히 코리아에, 그것도 신생 기업에 그런 고급 인력이 자의로 지원할 리 없으니까 말이죠.”
“보스턴 컨설팅도 힘든 일인 모양이군요.”
“아뇨, 그런 뜻으로 드린 말씀이 아닙니다. 이 일은 회사가 아닌, 제 개인 자격으로서 검토해보겠다는 말씀입니다.”
“굳이 그럴 필요까진 없습니다만…”
“잠재 고객 확보는 컨설턴트의 기본이죠. 맡겨 주십시오.”
빌 베인은 자신이 맡겠다면 계약서를 내밀었다.
표준 계약서라 검토할 것도 없었다.
의뢰 항목에 ‘비서실 인재 영입’이라고 적어서 건네주었다.
“의뢰받았습니다. 고객님.”
“잘 부탁해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올 하반기엔 조직 개편을 하긴 해야 했다.
그때까지 비서실을 꾸밀 수 있으면 좋으련만.
***
6월 9일.
「전국 곳곳에서 6.8 총선 부정 규탄대회」
「막걸리와 고무신으로 얼룩진 선거」
「중동 전쟁 격화. 이스라엘 대규모 공습」
3차 중동 전쟁이 발발한 지 3일째 되는 날인데 우리나라는 총선 부정 때문에 야단법석이었다.
여당에서 농촌에 막걸리와 고무신을 대량으로 살포하며 표를 싹쓸이했다는 게 웃기고도 어이없지만, 하필 이럴 때 총선이 겹치나 싶긴 했다.
벌써 유가와 철광석 가격이 30%나 올랐다.
장차 닥칠 오일 쇼크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이었지만, 월남전쟁에도 꼼짝하지 않던 유가와 원부자재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걸 보면 전 세계가 당황했다는 증거였다.
하긴, 수에즈 운하가 막히는 것은 누가 봐도 뻔한 결말이니 가격 상승은 당연했다.
이스라엘이 기습 공격으로 이집트, 요르단, 시리아 공군기지를 초토화 해버렸기에, 물리적인 경계선인 수에즈 운하까지 국경을 확장하는 건 시간문제였다.
이 사건으로 원유 공급은 전체 수요의 6% 남짓, 일 평균 2백만 배럴 정도 부족하게 될 거다.
수요와 공급이 2% 정도만 어긋나도 가격 평형이 깨지는데 6%면 한동안 가격 폭등이 지속될 거다.
낸시가 올해 말까지 원유를 매입하라고 했으니, 내년도 상반기면 다시 가격이 안정되겠군.
그 정보를 해석해보면 올해 말에 전 세계 선주들이 수에즈 운하가 단기간 내에 뚫리는 건 포기하고, 희망봉을 돌아나가는 물류 라인을 새로 구축할 거라는 뜻이다.
그 선봉에 실버스타인이 있을거고 말이지.
20만톤급 대형 유조선 발주는 올해 말을 기점으로 무수히 쏟아지게 될 것이다.
“찬수, 너 이거 예상했던 거냐?”
“뭘 예상해?”
“기사 보고 있으면서 그래! 이스라엘이 아랍연합을 공격한 거 말이야.”
삼복이는 내가 보고 있던 전쟁 기사를 콕콕 짚어댔다.
“에이, 내가 무슨 예언자도 아니고 전쟁을 어찌 예측하냐?”
“마, 아무리 그래도 너무 공교롭잖아. 호주 철광석은 물론이고, 베트남에서 전쟁 고철을 잔뜩 가져온 것도 대박친 거잖아. 심지어 인천제철에서 생산한 강판도 다 쟁여놨고.”
“쟁여놓긴? 다 배 만들려고 했을 뿐이야.”
난 피식 웃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내가 생각해도 빠듯할 정도로 시간 쪼개가며 계획대로 수행했다. 이 정도면 타임머신 타고 가서 다시 한다고 해도 최선이었다.
“웃기시네. 인천 제철에서 가져간 양의 1/3은 남겼으면서 그래. 맨날 운영비 쫄린다~ 골드 스킨 더 많이 수출해라~ 이러면서 톤당 50불 넘게 남는 철강은 대체 왜 쟁여놓았어?”
“그러게. 내가 천잰가?”
“야이, 죽을래? 나한테도 속일 거야? 말해봐, 전쟁 날 줄 어떻게 알았어? 진짜 말 안 할 거야?”
삼복이가 탁자 너머로 발을 쳐들고 킥을 날리는 시늉을 했다.
“그만해, 새꺄. 알려줄 테니, 발 치워.”
“하여간, 폭력을 써야 말을 들어요.”
“이리 와. 보여줄 테니까.”
나는 책상 밑에서 각종 자료를 스크랩한 걸 꺼냈다. 나비 효과도 그렇고, 내 기억도 완벽한 것은 아니기에 최대한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관련 정보를 모으는 거다.
“이게 뭐야?”
“국제수로 회의에서 매년 발간하는 보고서야. 대세 해운이 가입한 태평양운임 동맹에서 보고서를 받을 수 있지. 해상 교통로에 대해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너도 시간 되면 읽어.”
“이야, 너 대세 해운 사장답네.”
“어이구, 그걸 이제 아셨어? 흰소리 그만하고, 여길 봐. 작년 보고서에 아랍연합이 티란 해협 봉쇄를 선언했다는 정보가 있잖아.”
“티란 해협? 그게 어디냐? 아니, 그게 이 전쟁이랑 무슨 상관이야?”
삼복이의 어이없는 대답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신문사마저 이렇게 중요한 국제 이슈를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21세기와 달리 60년대는 세계화가 시작되기 전이라, 국제 정세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하여 그다지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일본에만 다녀와도 선진문물을 맛본 사람으로 대접받고, 미국이나 유럽 유학을 갔다 오면 그 이력만으로도 고위 공무원을 할 수 있는 시대였다.
“어휴, 마! 티란 해협은 이스라엘이 석유를 수입하는 사실상 유일한 해상 통로야. 네가 이스라엘 사람이라고 생각해봐. 산유국도 아닌데, 석유 수입통로에 누군가 막고 검문을 하겠다잖아. 그것도 적대국이! 너라면 가만있겠냐?”
주변국이 죄다 적대국이라, 이스라엘에 석유를 팔아주는 나라는 이란이나 쿠웨이트 정도였다.
티란 해협을 통하지 않으면 희망봉을 돌아 지중해안 쪽까지 다시 와야 했다.
“헉, 유일한 통로? 시발, 아랍국이 이스라엘한테 까불면 석유 끊는다고 협박한 거네.”
“맞아. 원유 통제를 해서 이스라엘 목줄을 쥐려고 한 거야. 그러니까 난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몰라도, 이스라엘이 한판 붙을 거라고 생각했지.”
물론 티란 해협 봉쇄보다 이스라엘의 유일한 식수원인 요르단강에 댐을 건설하겠다는 주변국의 협박이 더 직접적인 원인이었지만, 그건 이 시대엔 알려지지 않은 일이니 덮어두자.
“헉! 그래서 철을 모았던 거구나. 전쟁 나면 탱크든 비행기든 철이 있어야 만드니까! 넌 천재야! 천재라고.”
“이제 알았냐, 크하하하.”
나는 짐짓 허리에 손을 얹고 크게 웃었다.
삼복이를 앞에 두면 나도 덩달아 유치해지는 것 같았다.
“그래, 너 잘났다. 중요한 건, 이게 엄청 대박이라는 거 아니냐? 그래, 언제 팔면 최고가에 파는 거냐? 톤당 120? 140? 아니면 150불?”
“아, 그게 고민이야. 지금 팔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뭔 소리야? 이런 기회에 안 팔면 언제 팔아? 자그마치 톤당 100불 가까이 남기는 일이라고, 톤당 10불도 아니고 100불!”
삼복이가 엄청나게 흥분해서는 빨리 철강을 팔자고 야단법석이었다.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팔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개미투자자다운 모습이었다.
슬프지만 현실이었다.
“삼복아, 좀 더 경영자다운 모습을 보여줄 순 없는 거냐? 이런 기회는 우리 인생에 두 번 다시 오지 않아. 최고로 잘 이용해야 한다고.”
“누가 뭐래? 그러니까 꼭대기에서 팔아야지. 톤당 160불에 팔자! 내가 볼 때 이거 무조건 160까진 올라! 오른다고.”
“결정했다. 네가 팔자고 하는 걸 보니, 안 파는 게 정답이네.”
“마!!! 너 또 뭔 짓을 하려는 거야?”
< 104 : 점프 업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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