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106)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106화(106/589)
< 106 : 교두보 >
“생존이라니…”
“데이비드님은 물 없이 살 수 있어요?”
난 이스라엘과 요르단이 21세기에 뭔 짓을 했는지 알지. 그게 수십 년간 꾸준하게 물밑 접촉을 해왔던 일이라는 것도.
“설마 요르단강을 개발한다는 말씀입니까?”
“그건 절대 아니지요. 이스라엘이 주변국과 적대하게 된 계기도 요르단강에 파이프라인을 설치한 것 때문이지 않습니까.”
요르단강은 흔히 우리가 말하는 요단강이다.
성경에도 젖줄로 표현될 정도로 이스라엘, 요르단, 시리아, 팔레스타인 모두에게 귀중한 식수원이다. 함부로 건드렸다간 벌집을 쑤시는 격이다.
게다가 지금도 서로 경쟁적으로 파이프 꽂기, 관정 뚫기, 보 만들기를 반복해 수량이 급격히 줄고 있기에 개발을 했다간 독박쓰기 십상이다.
“그럼 물 문제를 어찌 해결하겠다는 겁니까?”
“바닷물을 끌어와 담수로 만들고, 농염수는 사해로 흘려보내야죠.”
“바닷물을 담수로 만든다고요?”
“해수 담수화 기술은 별로 어려울 것이 없습니다. 이미 쿠웨이트에선 하루 4천톤 용량의 해수 담수화 시설이 있습니다.”
내 말에 삼복이가 정말 그런 게 있어? 하며 눈만 껌뻑껌뻑했다.
그에 반해 데이비드의 반응은 덤덤했다.
“그건 알고 있습니다. 미국이 기술 원조를 했으니까요. 그런데, 쿠웨이트야 산유국이니 담수화 시설도 짓고, 남아도는 원유로 바닷물도 끓이는 거지요. 하지만 요르단은 그런 담수화 시설을 지을 돈도, 운영할 재원도 부족합니다.”
“그러니까, 이스라엘과 같이해야죠.”
“아무리 물이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지만, 경제성이 심각하게 떨어진다면 실현이 어렵습니다.”
“사해는 해발고도가 -430m로 지구상에서 가장 낮은 지역입니다. 바다에서 물을 끌어 올려 사해로 흘려보내면서 수력 발전을 하고 담수도 만들고 하는 거죠. 중간에 저수지를 만들면 그 주변에 사람들이 살기도 좋을 겁니다.”
내가 말한 아이디어는 중공업 업계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본 프로젝트일 것이다.
홍해와 사해를 잇는 대수로 공사는 매번 수십억 달러에 육박하는 어마어마한 사업비를 내걸며 입찰 공고를 하기에,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유수 중공업 기업들이 한 번씩은 다 입찰해봤을 거다.
문제는 이 대수로 공사는 60년대 이후로 몇 번이고 시도되었지만, 언제나 주변국의 정치적인 문제로 착공 직전에 좌초되었다는 것이다.
몇 년에 한 번씩 전 세계에 입찰 공고를 다시 하는 프로젝트로 유명하다고나 할까.
오히려 이스라엘이 압도적으로 전쟁에 승리한 지금이 홍해-사해 대수로 공사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고 하겠다.
“물을 끌어 올리는 에너지를 수력 발전으로 벌충하는 형태군요.”
“그렇습니다. 담수를 얻는 것 이외에 사해의 수위를 유지한다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죠. 사해는 이미 리조트의 역할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사해는 사막 한가운데에 있는 드넓은 짠물 호수로 중동인들에겐 유명한 휴양지다.
이스라엘과 요르단 공동의 자산인 사해를 유지하면서도 담수를 얻는다는 측면에서 홍해-사해 대수로 공사는 양국의 이해가 일치한다.
“사업성 측면은 양국을 설득할 수 있겠군요. 그런데, 그 어려운 공사를 누가 나설까요?”
“BR사가 컨소시엄을 이끄시죠. 대세가 토목 건설과 자재 납품을 담당하겠습니다. 각종 기술이야 GE와 벡텔… 아니, 이번엔 벡텔보다 웨스팅하우스가 좋겠군요.”
“BR사를 필두로 하는 컨소시엄이라. 웨스팅하우스도 참여하면 둘 간에 화해 분위기도 조성되고 좋겠군요. 미 상공부도 흔쾌히 지원할 것 같습니다.”
데이비드가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어려운 노가다를 우리 대세가 다 알아서 한다고 하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미국 기업들은 설계, 기술 지원을 핑계로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을 거다.
우리 대세는 토목 건설, 각종 건설 자재를 대면서 수익을 실현하면 된다.
특히 우리가 생산하는 철강 자재는 톤당 150불만 받아도 순익률이 100%가 넘는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웨스팅하우스의 발전소 관련 기술도 전수받을 수 있으면 더욱 좋으리라.
‘자재 납품… 찬수, 넌 천재야.’
삼복이가 두 눈에 존경심을 가득 담고 나를 쳐다보았다.
누가 보면 벌써 수주라도 받은 줄 알겠다.
“총사업비 책정은 BR사가, 요르단과의 물밑 접촉은 데이비드님이 맡아주시죠. 저희는 장비와 인력을 준비하겠습니다.”
“그러겠습니다. 미 상공부도 요르단에 차관을 빌려주는 데 딱히 반대는 없을 겁니다. 중동의 평화는 미국의 이익과 직결되니 말이죠.”
미국이 타국을 우방국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이 대부분 이러했다.
대형 경제 부흥 프로젝트를 같이 하고, 기술과 돈을 빌려주면서 정치적 협력을 끌어냈다.
그러면서도 선정 기준은 그 프로젝트가 미국에만 일방적으로 유리한 것이 아니고, 정말 그 우방국에도 실질적인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그런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신사적으로 일 처리를 했다. 냉전 시대를 거치며 초강대국이 될 수 있었던 근간이 아닌가 싶다.
요르단의 경우엔 인접한 사회주의 국가인 시리아를 견제하는 효과도 있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저희 대세는 대수로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카블라도 납품할 계획입니다.”
“카블라라면… 군수 물자 아닙니까? 그건 좀…”
“일단 무기는 아니지 않습니까? 인도적인 차원에서 요르단에 방호 물품을 지원하고, 그걸 이스라엘도 묵인하면, 양국 간에 호의적인 메시지를 교환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오, 그런 식의 접근도 가능하겠군요. 알겠습니다. 밴 플린트 장군에게 알려, 미 정계에서 크게 쟁점이 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말을 할수록 데이비드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스라엘이 기습으로 일방적인 승리를 했지만, 미국이 중재에 나서 패전국인 요르단만이라도 화해의 장에 나오게 만든다면 지역 평화에 크게 기여하는 것이다.
역사에 남을 물밑 접촉을 하는데, 자신이 메신저로 활약하는 것이다.
“역시 CS라면 믿고 드려도 되겠군요.”
“이건…”
데이비드는 감격한 표정으로 내게 ADI 차관 자료를 건네주었다.
현재 전 세계에서 누가 어떤 목적으로 차관을 주고받았는지 정리한 자료였다.
한마디로 큰 손이 누구인지, 그 큰 손이 염두에 두고 있는 산업이 뭔지 한눈에 볼 수 있는 엄청난 자료였다.
이 서류야말로, 밴 플린트가 데이비드를 보낸 주된 이유였다.
예상은 했지만, 그리스 선박왕 리바노스를 비롯해 팬마리타임사(社), 애플도어사(社), 버클리즈 은행 등등 온갖 인맥이 기재되어 있었다.
관계도 형태로 줄을 그어놔서 핵심인맥을 바로 파악할 수 있었다.
“이 자료는 극비 문서로, CS를 믿는 제 개인적인 판단과 한국의 성장이 자유 진영에 이득이라는 우리의 객관적인 판단으로 드리는 겁니다. 그러니 이 결정을 후회할 일은 절대 없어야 합니다.”
우리라는 말에서 극비 자료임을 실감케 했다.
우리는 데이비드와 밴 플린트, 낸시 등등을 지칭하는 말일 것이다.
냉전 연합이라는 단어가 더 어울릴 것 같았다.
여하튼, 그 우리라는 테두리에 나도 합류했다.
“물론입니다. 자료를 외운 뒤 소각하죠.”
내 이익을 위해서라도 이 자료는 절대 유출되어서는 안 된다.
거물의 인맥과 그가 투자한 산업체를 외우고 바로 태워버려야 한다.
‘응? 프레드릭 스미스?? 스미스 선장이 왜?’
어이없게도 조선 업계 주요 인맥 관계도에 프레드릭 스미스 선장의 이름이 보였다.
이 양반은 자신의 인맥이 이렇게 대단한 줄 모를 것 같은데? 어째, 케네디의 비밀 작전에 참여한 것이 우연이 아니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중동은 아니더라도 영국에 돈 빌리러 갈 땐 꼭 동행해야겠다.
“자, 할 말은 다 한 것 같군요. CS, 언제 출발하실 겁니까?”
“데이비드님이 먼저 요르단으로 가시죠. 저희는 따로 준비할 것도 있고, 무엇보다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출발할 수 있습니다.”
“하하, 그렇군요. 각자 보고해야 할 빅 보스가 많군요.”
데이비드도 밴 플린트, 상공부, ADI 관계자, 세계은행 총장, 미 외교부 등등 온갖 군데에 보고부터 해야 할 것이다.
일 이야기를 끝낸 우리는 기분 좋게 취할 정도로 술을 마셨다.
기분 좋은 회식이었다.
***
며칠 뒤, 청와대.
“우찬수 사장이 보고할 것이 있다고?”
“예, 그렇습니다. 각하.”
“무슨 일이야? 제철소야 매주 보고 받고 있는데, 설마 신공법에 문제라도 생긴 거야?”
“각하, 문제가 생긴 게 아니라 그 반대입니다. 포항제철 공사는 계획대비 실적이 앞설 정도로 순조로우니 자신은 중동을 개척해보겠다고 합니다.”
대통령은 비서실장의 말에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돈 되는 사업을 찾고 실행하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건 인정하지만, 지금의 중동은 사업을 하기엔 얼토당토않은 곳이었다.
전쟁터가 무슨 애들 놀이터도 아니고 말이다.
이스라엘군이 가까스로 진군을 멈췄지만, 중동 지역의 긴장 상태가 해소된 것은 아니었다.
“그래, 말은 들어보지. 내일 들어오라고 해.”
“예, 각하.”
“그리고 이번에 새로 신임장 받은 이들, 그러니까 경제기획원 장관이며 상공부 장·차관들도 우 사장과 얘기 끝날 때쯤 들어오게 해.”
“예에? 아, 알겠습니다. 각하.”
비서실장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마치 신임 장·차관들을 우 사장에게 소개하는 모양새였다.
“우 사장이 하는 걸 한 번쯤 보여볼 필요가 있어. 신임 장·차관들이 우 사장처럼만 하면 일이 얼마나 쉽겠어.”
“알겠습니다. 각하.”
대통령의 평가가 이 정도일 줄이야.
비서실장은 우찬수에 관한 판단을 한 단계 올렸다.
**
다음날,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대통령님.”
“어서 와, 임자. 앉아.”
“감사합니다.”
“그래, 고생 많다는 소리는 익히 들었어. 포항제철 건설이며 설비며 두루두루 잘 챙기고 있다고 하더군. 그 와중에 자린고비 수성이 돈을 토해내게 만들어서 사택까지 짓고 있다지?”
수성을 수식하는 말이 자린고비였다.
하긴 원래도 경공업에 치중하는 수성을 그다지 곱게 보지 않았지.
수성의 도병철 사장도 대통령의 중공업 추진 전략에 적극적이지 않았고 말이다.
“딱히 제가 요구한 건 아닙니다. 수성이 자발적으로 리베이트 자금을 공익에 썼습니다. 포항제철의 공익성을 생각해 보험료도 10%나 할인해주었고 말입니다.”
“그래? 수성이 그리 녹록할 리 없는데 희한하군. 여하튼, 그따윈 중요치 않아. 그래, 임자가 이번에 중동에 진출해보겠다고?”
대통령의 관심은 수출과 해외 진출이었다.
중동 진출이라는 말에 그쪽 일이라 짐작한 모양이다.
“예. 그렇습니다. 포항제철의 정지(整地) 작업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여유분의 장비를 요르단으로 옮겨 수로 공사를 해보려고 합니다.”
“요르단? 임자 제정신이야? 전쟁을 멈춘 게 불과 며칠 전이야. 그런 곳에 수로 공사를 하러 가다니? 전쟁은 멈춘다고 멈추는 게 아니라고. 언제든지 다시 붙을 수 있단 말이야.”
중동이라고 했을 때, 최소한 이번 전쟁 당사국은 아니겠거니 생각했던 모양이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접전지가 아니라 요르단 남쪽 홍해 쪽에서 공사를 시작할 겁니다. 바닷물을 끌어들여 민물을 공급하려고 합니다.”
“뭐? 바닷물을 민물로 만들어?”
“전체 계획도는 이러합니다.”
나는 준비해온 공사 모식도를 탁자 위에 펼쳤다.
아직 BR사로부터 설계도가 오지 않았지만, 내가 그린 모식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거다.
오히려 여기서 벗어나면 수정하게 해야 한다.
수십 년간 전 세계 중공업 업계가 몇 번을 갈아엎고 만든 21세기 홍해-사해 대수로 공사 계획도니까.
“여기 요르단 남부 아카바만 바닷물을 아라바 계곡으로 끌어와 수력 발전을 거친 뒤에 해수 담수화 시설을 거쳐 민물은 상수도로, 염수는 사해로 보낼 계획입니다. 연간 2억톤의 담수와 2억톤의 염수를 방류하는 꼴입니다.”
어마어마한 계획을 아무렇지도 않게 설명하니 대통령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이걸 진짜로 하겠다고?
지도에 그려진 수로의 길이만 200km가 넘는데? 하는 표정이었다.
“임자, 이게 정말 사업성이 있어?”
“예, 있습니다. 식수 확보와 사해 리조트를 보존한다는 측면에서 이스라엘과 요르단 양국이…”
“됐고. 그런 건 저들 나라끼리 알아서 할 일이고, 우리에게 얼마나 득이 되는 일인가?”
“아직 최종 사업비가 나오진 않았지만, 향후 15년간 12억불 가량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BR사라면 예상하건대 이 정도는 부를 거다.
“1년 공사비가 8000만불이란 소린가? 그걸 15년간 꾸준히 번다고?”
이스라엘과 요르단이 각각 4000만불씩 나눠 내면 별거 아니다. 그리고 미국이 양국 모두에 차관을 빌려줄 거라 더더욱 문제없다.
“미국이 중재에 나설 겁니다. 그리고, 8000만불 중 미국 기업이 설계와 기술 용역을, 대세는 토목 건설과 자재 납품을 담당할 예정입니다.”
“허, 미국을 중간에 끼웠다고? 좋아! 좋아! 벌써 포항제철의 철강 수출을 기대하게 만드는군.”
“그리고 카블라도 팔아볼까 합니다. 방탄조끼와 헬멧은 바로 군납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베트남 못지않은 중동 특수가 되겠군. 하하하.”
아직 본격적인 중동 특수는 멀었지만, 이 정도만 해도 꽤 짭짤한 사업이었다.
게다가 이걸 빌미로 밴 플린트로부터 유럽 물주들에 대한 정보를 얻었잖아?
중동과 유럽을 한 바퀴 돌고 오면, 연타석 홈런을 치는 격이다.
“그리고, 대통령님. 중동에 간 김에…”
분위기가 좋아져서 조선소 얘기를 꺼내려고 했다. 유럽에서 돈을 빌려와도 정부로부터도 2000만불 정도는 얻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외국 차관 비율이 너무 높아지면, 자칫 내가 조선소를 완공하고도 경영권을 뺏기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서 들어와, 자네들도 잘 들었지?”
‘응?’
난 도중에 말을 끊을 수밖에 없었다.
이미 대통령의 시야가 날 벗어났기 때문이었다.
“예, 각하. 말씀 잘 들었습니다.”
“우 사장의 기획 능력이 정말 대단합니다. 중동 전쟁을 기회로 활용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옆방에서 훅하니 고위 공무원들이 들어왔다.
누구인지는 단박에 알 수 있었다.
제2차 경제 5개년 계획을 이끌었던 핵심 멤버들 아닌가.
이렇게 대통령 앞에서 안면을 트게 되네.
< 106 : 교두보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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