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108)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108화(108/589)
< 108 : 폭파 전문가 >
“여길 저수지로 만들 방법은 있습니까? 여기에 수로를 뚫을 생각을 한 사람은 수도 없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 계곡 앞에서 모두 항복했지요.”
당연히 그랬겠지.
여기 아라바 계곡은 깊이가 200m를 훌쩍 넘는 대협곡이다. 깎아지는 절벽이라 중장비를 가지고 와도 진입로조차 제대로 만들기 힘든 곳이다.
“한국인이라면 가능합니다.”
“가능한 수준이 얼마쯤입니까? 프랑스는 공사비로 30억 달러를 요구하더군요.”
그 동안 여기 대수로 공사비는 천차만별이었다.
요르단의 숙원 사업임을 알고 한몫 챙기려고 나섰던 건설사도 한둘이 아니었다.
사막에 물길 내는 공사쯤이야 몇억 불이면 충분하지 하며 답사를 왔다가, 여기 계곡을 보면 공사비가 수십억 불로 수직 상승했다.
“총공사비야 BR사가 계산할 테고, 저희 대세는 2년 안에 펌프 시설과 저수지부터 만들어 드리죠. 저희는 돈보다 요르단을 돕고 싶습니다.”
난 립 서비스를 하면 되는 상황이다.
BR사가 공사비를 계산하면, 데이비드가 그에 맞춰 차관을 빌려줄 것이다. 괜히 내가 나서서 딜을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2년이라고요?”
후세인 국왕이 깜짝 놀랐다.
“늦습니까? 으흠, 그럼 첫 번째 저수지는 1년 안에 완성해보죠. 대신 저수지의 담수화는 BR사와 협의를 해봐야 합니다.”
나는 짐짓 말귀를 못 알아들은 척 일정을 당겼다. 빨리빨리 문화가 없는 중동에서 1년 안에 저수지라니, 기대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
‘CS, 너무 지나친 약속은…’
‘데이비드, 걱정 말아요. 난 한국인이에요.’
다행히 데이비드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한국인이 어떤 민족인지 알고 있다.
“그 약속, 지킬 수 있겠습니까?”
“1년 이내에 저수지를 만들지 못하면 받은 공사비의 두 배를 배상하겠습니다. 대신 착공비는 최소 3000만 달러는 받아야 합니다.”
3000만 불이면 인건비, 자재비를 빼고도 단기 순익이 남는다. 그 순익을 조선소 건설에 쓰면 한결 일이 쉬워질 것이다.
“착공비가 3000만 불이라…”
비행기는 이미 사해 근처인데 계속 공중을 선회하고 있었다.
후세인 국왕이 원하는 말이 나오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손수 비행기를 조종하는 이유가 있었군.
“돈 문제라면 염려 마십시오. ADI 차관으로 충분한 공사비를 빌려드리지요. 대신 이스라엘과 항구적인 평화 협정에 서명하시는 조건입니다.”
“항구적이라니요. 이스라엘은 믿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닙니다. 잠정적인 평화 협정이 최선입니다.”
후세인 국왕은 휴전임을 강조했다.
데이비드는 인상을 찌푸렸다.
잠정적인 평화 협정 따윈 돈 낭비에 불과했다.
한 번 더 내가 나설 차례였다.
“국왕 폐하. 분쟁 지역인 서안지구에 대한 권리를 깔끔하게 포기하는 조건이라면, 이스라엘과 항구적인 평화 협정을 맺을 수 있습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거주하는 서안지구는 요르단의 히든카드였다.
“나더러 영토를 포기하라는 겁니까?”
후세인 국왕이 어금니를 우두득 깨물었다.
“중동의 평화는 그 정도 결단 없이는 한 발짝도 나갈 수 없습니다. 그건 폐하께서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이스라엘이든 미국이든 그 정도 이권은 있어야 요르단의 손을 잡는다.
“우린 패전국이 아니외다.”
실질적인 패전국이지.
그러니까, 이때가 기회지.
이스라엘은 이집트와 대치 중이지만 뒤통수가 엄청 따갑거든. 요르단이 등 뒤에 칼을 꽂을까 봐 말이다.
“그러니, 이스라엘에 협박하셔야죠. 미국이 중재하는 이번 기회에 손을 잡자고 말이죠. 만약 거부하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거라고 말입니다.”
“!!!!!”
내 말에 후세인 국왕의 몸이 살짝 떨렸다.
정치적으로 수세에 몰려 평화 협정을 맺는 것과 상대를 협박하는 모양새로 평화 협정을 맺는 것은 천지 차이다.
한마디로 대내외적으로 자세가 나온다.
후세인 국왕은 내심 전쟁보단 왕실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백만 배는 더 클 거다.
“미스터 우는 요르단 국민이 아니니 하는 소리입니다.”
“그러니 더더욱 객관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는 겁니다. 총으로 싸우지 마시고 돈으로 싸우십시오. 피와 눈물이 흐르는 땅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바꾸면 승리하시는 겁니다. 저희가 돕겠습니다. 함께 가시죠.”
나는 알고 있다.
후세인 국왕은 영구 중립을 원한다는 걸.
이렇게 제삼자가 자기 생각과 일치하는 말을 해주면 결단을 내릴 수 있다.
“그 말 지킬 수 있습니까?”
“1년 안에 저수지 하나를 만들어 보이겠다고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후진국에서 온 건설사 대표가 이런 말을 하니 우습게 보이는가?
내 말을 무시하면 당신은 평생 후회할 거야.
난 마음을 다해 눈빛으로 말했다.
“다들 꽉 잡도록. 급강하할 테니까!”
“흐억! 어어어.”
“음??”
부우우웅!
“으아악, 웁!”
후세인 국왕은 우리의 기를 꺾듯 사해를 향해 비행기를 곧장 내리꽂았다.
데이비드와 삼복이가 서로 부둥켜안고 비명을 삼켰다. 크레인을 좀 타본 나도 아찔할 정도였다.
수면에 내리꽂히기 직전에야 휙하니 수평을 잡더니 백조처럼 내려앉았다.
쏴아아아아… 콰콰콰콰…
“비행은 즐거우셨습니까?”
“예, 아주 즐거웠습니다.”
‘크, 두 번 즐거웠다간 사람 죽겠군.’
정신 못 차리는 삼복이를 부축해 비행기에서 내렸다.
이미 근처 물가에는 요르단 왕가가 자랑하는 호화 요트가 정박해 있었다. 줄지어 서 있는 경호원들 사이로 배 위로 올랐다.
“인사들 나누시오.”
“한국에서 오셨다고요? 국방장관 다하드입니다.”
“대세 건설, CS Woo라고 합니다.”
국방부, 재무부, 상공부 등등 온갖 고위 관료들이 요트 위에 모여 있었다.
비행기 안에서 우리가 국왕의 맘에 안 들었으면 이들과 만나지도 못했으리라.
“데이비드 처장에게 들으니, 군수 물자도 지원하기로 했다고 들었습니다.”
국방부 장관이 불쑥 얘기를 꺼냈다.
국방부 장관답게 수로보다 카블라에 더 관심이 갔던 모양이다.
“저희 가방을 가져와 주시겠습니까?”
내 말에 경호원들이 어디선가 가방을 가져왔다.
역시, 그쪽도 비행기로 뒤따라 왔었군.
캐리어를 열어 샘플을 꺼냈다.
월남전에 검증된 세계 최고의 군용품이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정글 군화가 사막 전용 군화로 바뀌었다는 것 정도였다.
“보통 군복이 아니군요.”
“군복은 폴리텍입니다. 햇빛은 막고 통기는 잘되니 전투력 향상에 크게 도움이 될 겁니다.”
국방부 장관이 옷소매를 걷고 토시를 팔에 끼어보더니 대번에 감동했다. 눈썰미가 꽤 있군.
“헌데, 설마 이렇게 얇은 조끼를 방탄복이라고 납품하려는 건 아니겠지요? 따로 방탄재를 넣어야 하는 겁니까?”
“방탄복 완제품입니다. 한국과 미국이 전략 물자로 규정한 카블라 제품이지요.”
“이게요?”
국방부 장관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21세기 방탄복을 어디서 봤겠나.
얇아 보여도 카블라 원단을 결을 달리해 12겹이나 쌓아 올려 만든 방탄복이다. 웬만한 총알은 다 막는다.
“거기 경호원, 총을 한 번 쏴보겠어요?”
나는 요트 난간에 방탄복을 걸고 말했다.
“총을 쏘라고요?”
“어서요. 보기에 얇아 보일 뿐 방탄복이니까.”
괜히 듀폰이 로열티까지 주면서 합작하겠다고 했겠나? 명품 중의 명품이다.
“뭐해, 쏘라잖아!”
후세인 국왕이 답답했던지 경호원의 권총을 뺏어 들더니 탕탕탕하고 방탄복을 향해 연사했다.
영국 육사 출신답게 3발 모두 명중시켰다.
짝짝짝
“멋지십니다, 국왕 폐하.”
나는 진심으로 박수를 쳤다.
솔직히 아무리 타깃이 가까워도 저렇게 정확하게 쏘기는 쉽지 않다.
나는 카블라 방탄복을 들고 왔다.
모두 보는 앞에서 방탄복을 흔들자, 총알이 후드득 바닥으로 떨어졌다. 방탄복이 찢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뚫고 나가지는 못했다.
“정탄을 맞았는데도 이 정도이니 파편탄을 맞으면 타박상 정도겠지요? 베트남에서 이 조끼를 착용한 뒤로, 전투병들의 파편탄 사망률이 70% 가까이 줄었습니다.”
“허, 그 말씀이 정말입니까?”
파편탄 사망률이 70%나 줄었다는 건 정탄을 맞거나, 재수 없게 얼굴에 파편탄을 맞지 않는 바에야 죽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 헬멧에도 한 번 쏴 보시죠.”
탕탕탕!
이번엔 난간에 헬멧을 걸자마자 권총을 쏴댔다.
정통으로 맞은 곳엔 구멍이 났지만, 빗맞은 곳은 흠집만 났을 뿐이었다.
구멍을 낸 총알마저 관통하지는 못했다.
“놀랍군요. 이런 방호구가 존재하다니.”
“협상만 순조롭다면 이 제품은 한국군, 미군과 함께 요르단군에게도 납품될 것입니다.”
국방부 장관은 물론 경호원들조차 눈빛이 반짝거렸다. 누구에게나 목숨은 소중한 법이다.
“협상이라면, 수로 공사를 말하는 거겠지요?”
“물론입니다. 협상이 타결되면 미 군납 가격에서 10%를 깎아 드리지요. 다시 없을 제안입니다.”
나는 다시 없다는 말에 악센트를 넣었다.
‘후세인 국왕, 비행기에서 한 결심을 여기서 공언해. 다시는 기회가 없어.’
많이 깎아주는 척했지만, 울산에서 양산을 시작했으니 10%를 깎아줘도 순익은 충분했다.
“다들 들어라. 우린 이스라엘과 평화 협상을 맺을 것이다. 대외적으론 영구 중립을 표방하겠다.”
“폐하, 평화 협상이라니요. 무슨 말씀입니까? 수로 공사든 군수품이든 일단 받고 난 뒤에 생각하실 문제입니다. 자칫, 이스라엘이 협상을 거부하고, 주변국에 배신자로 낙인찍히고, 대수로 공사는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고위 관료들이 쌍수를 들고 말렸다.
후세인 국왕이 가장 두려워하는 시나리오였다.
“요르단이 독자적으로 수로 건설에 착수해도 우리 한국은 공사를 맡겠습니다.”
“미국은 요르단에 긴급 전후 복구자금으로 5000만 달러를 지급하지요. 착공부터 하시면서 이스라엘을 압박하시죠.”
“믿을 수 없습니다. 착공비만 날리고 수로 공사든 평화 협정이든 지지부진할 겁니다.”
“대세의 공동 창업자인 SB Lee가 남아 공사를 지휘할 겁니다. 저희 대통령께서 친서까지 보내실 정도로, 한국 정부가 보증하는 공사입니다.”
“공동 창업자를 여기 남기겠다고?”
삼복이는 나의 히든 카드였다.
후세인 국왕이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새꺄.’
‘표정 관리해라. 보름만 지나면 사람들이 배 타고 도착할 거 아냐. 나도 그때 맞춰서 돌아올 테니, 푹 쉬고 있어.’
난 한국을 떠날 때 기능공들을 추려 요르단으로 배에 태워 보냈다. 중간에 뀌년에 들러 베테랑도 같이 올 거다. 삼복이가 여기서 그들을 맞이할 준비를 차근차근하면 되는 거다.
‘이젠 하다 하다 친구까지 팔아먹냐.’
‘팔아먹는 게 아니고 국빈 대접받게 해주는 거다. 부러워 죽겠구만, 쨔샤.’
우리 둘은 정면을 바라보며 속삭이듯 대화를 나눴다. 후세인 국왕도 고위 관료들과 귓속말을 나누긴 마찬가지였다.
“저도 같이 남겠습니다. ADI 처장의 명예를 걸고 요르단의 편에 서서 이스라엘과 평화 협정을 끝까지 끌어내겠습니다.”
“오오오, 데이비드님.”
데이비드마저 스스로 볼모가 되겠다고 나섰다.
삼복이도 데이비드가 같이 남는다니 안심이 되는지 표정이 확 밝아졌다.
그래, 서로서로 일을 거들면 좋지.
“다들 들었나? 멀리서 친구가 왔으니 이번 기회에 이스라엘을 협박해보자고.”
“그… 그래도… 폐하! 이건…”
쿵!
“반대하는 자는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 나는 전쟁보다 내 조국과 국민이 더 중요하다. 저수지를 만들어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만들 것이다. 이 땅에 더 이상의 피와 눈물은 없다. 그것이 알라께서 내게 내린 사명이다. 모든 것은 알라의 뜻대로!”
“모든 것은 알라의 뜻대로.”
후세인 국왕이 발을 구르며 크게 호령했다.
모든 이들이 이마를 땅에 붙이며 경의를 표했다.
“모든 것은 알라의 뜻대로.”
데이비드는 고개만 숙였지만, 나는 삼복이를 잡아당겨 그들을 따라 바닥에 머리를 조아렸다.
로마에 오면 로마법을 따르는 거다.
“앞으로 미스터 우와 미스터 리를 국빈으로 대접하도록 하라.”
“예, 폐하.”
“계약서를 가져오라, 그대들의 약속을 옮겨 내 직접 서명하겠다.”
“알라의 뜻대로.”
나는 정중하게 계약서를 내밀었다.
후세인 1세가 큰 결심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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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뀌년 항,
부우우우~
기적을 울리며 뀌년에 도착한 대세 3호의 분위기가 평소와 조금 달랐다.
한국에서 선적한 군납 화물을 내리는 것은 똑같았지만, 갑판 위에는 기능공들이 잔뜩 탑승하고 있었고 중장비도 잔뜩 실려 있었다.
기능공들은 조금 어리바리 한 것이, 며칠 전에 전포동에서 채용한 황금종 4기였다.
“우와와, 저 양반이 대세 건설 부장님인가 봐.”
“이야, 대세 건설의 전설이라더니 척 봐도 온몸에 돈이 줄줄 흐르네.”
게다가 김춘석 부장을 비롯한 대세 건설의 베테랑들이 배 위로 오르고 있었다.
베테랑들을 태우고 요르단으로 향하라는 우찬수 사장의 명령이 있었다.
“나도 어서 저렇게 성공해야 하는데.”
황금종 4기에게 황금종 1기는 부러움의 대상이자 동경의 대상이었다.
불과 2년 만에 일반인의 수십 년 치 연봉을 벌어들인 사람들이 아닌가.
전쟁터라도 나가서 돈을 벌겠다고 덤벼든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었다.
“뭔, 걱정이야! 우 사장님이 막장에서 나오던 우리보고 하셨던 말씀 기억 안 나? 이번에 가는 곳도 월남 못지않을 거라 하셨잖아.”
“맞아! 우리도 거기 가면 부자가 될 수 있어.”
“그래, 어서 가서 부자 돼 보자고.”
양양 철광석 광산에서 온 폭파 기능공들은 서로 주먹을 불끈 쥐며 다짐했다.
대세에서 광산 경험자를 뽑는다길래, 인천제철에 취직하려나 싶었는데 느닷없이 배를 타게 된 이들이었다.
< 108 : 폭파 전문가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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