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111)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111화(111/589)
< 111 : 베이스캠프 >
“이야, 멋지네.”
아카바로 들어서자 감탄부터 나왔다.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었네.
우리 직원들이 정말 제대로 길을 뚫고 있었다.
바위산의 약 1/3 지점까지 꾸역꾸역 뚫은 상태였다. 내가 딱 적당한 때에 도착한 거다.
“다이너마이트 완전 잘 터뜨렸네. 바위산 어느 쪽이 화강암 기반인지 제대로 찾았어.”
중동에서도 요르단 땅은 수만 년을 걸치며 침하와 융기를 반복한 때문인지, 화강암 암반에 석회암과 사암이 섞여 있다.
이렇게 길을 뚫으면 시멘트에 섞을 골재도 채취할 수 있으니 가성비가 좋은 공사이기도 하다.
“아니, 쨔식. 저렇게까지···.”
저 멀리 삼복이가 지게를 진 채로 산을 오르는 모습이 보였다.
나도 모르게 가슴이 울컥했다.
젖먹던 힘까지 짜내어 산길을 뛰어올랐다.
“우와!! 사장님이다.”
“사장님 오셨다!!”
“만세! 사장님이 오셨다! 이제, 고생 끝이야!”
주위의 직원들이 날 보고 환호했다.
고생 끝이 아니라, 이제 본 공사 시작이죠.
“이삼복 상무!!!!“
녀석이 내 목소리에 그 자리에 우뚝 섰다.
“수고하셨습니다. 이삼복 상무.”
나는 삼복이를 와락 껴안고 등을 두드렸다.
‘빌어먹을 놈. 왜 이제 나타나? 내가 얼마나 피똥을 쌌는지 알아? 있다 따로 좀 보자!’
삼복이는 직원들 앞이라 큰 소리도 못 내고, 얼굴만 붉으락푸르락하며 귓속말로 욕을 쏟아냈다.
“자자, 모두들 작업 멈추시고 잠시 쉬십시오. 곧 작업 지시하겠습니다. 김춘석 부장님, 이리 오세요. 얘기할 게 있습니다.”
“예, 사장님.”
나는 둘만 데리고 바위산을 올랐다.
“아우, 이 뺀질이! 아무리 바빠도 그렇지, 어째 연락 한 통 없어! 업무 지시를 제대로 해야 할 거 아냐! 내가 얼마나 뺑이쳤는 줄 알아?”
직원들 시야를 벗어나자마자 삼복이가 발길질을 해댔다. 물론, 그 정도 발길질에 맞을 내가 아니지.
“알아, 알아! 다 알아. 데이비드가 네 덕분에 정상회담도 연결하고, 착공비 3000만불도 내일 보낼 수 있게 되었다고 하더라.”
“착공비 3000만불?”
“이야, 상무님이 한 건 하셨군요.”
아버지가 훅하니 끼어들어 엄지 척을 하며 삼복이를 치켜세워줬다.
월남에서 손발을 맞췄던게 어디 가겠나.
“그럼요. 우리 회사도 살리고, 중동에 평화도 가져왔죠. 세계사의 뒷얘기로 길이 남을 겁니다. 삼복아, 너 나중에 꼭 자서전 써라.”
“… 뭐, 그 정도 가지고.”
삼복이는 눈썹을 씰룩거리더니 차츰 표정이 풀어졌다. 다행이다.
“여하튼 길도 잘 뚫었네요. 이 거대한 바위산에서 화강암 쪽을 잘도 찾아냈군요.”
“예, 폭약을 터뜨려서 덜 깨지는 쪽으로 계속 방향을 잡아가며 길을 텄습니다. 그러지 않고선 계속 진입로가 무너져 내려서 말입니다.”
“그것도 이 상무 의견이었나요?”
“당연합니다. 직원들 안전이 최우선이니 돌아가는 한이 있어도 확인해 가며 진행해야 한다고 작업 지시를 하셨습니다.”
삼복이가 쫄보라 참으로 다행이었다.
안전사고 없이 내가 원하는 대로 길을 뚫었다.
“흥! 나도 대세맨이야. 그 정도는 알아!”
“그래, 잘했다.”
마음 깊이 삼복이가 고마웠다.
아직은 삼복이의 말이 좀 짧았지만, 대화를 시작하기는 했다.
“좋군요, 이제 1/3정도 올라왔으니 여기에 베이스캠프를 만들어볼까요?”
“베이스캠프라면, 구체적으로 어떤 뜻입니까?”
“이 산 너머로 바닷물을 끌어 올려야 하는데 단번에 끌어올리는 건 아무래도 힘듭니다. 세 번 정도로 나누어서 끌어 올리면 될 겁니다.”
“아! 사장님께선 이 바위산에 펌프를 세 단계로 설치하시려고 하는군요.”
아버지가 단박에 알아들었다.
“그래야죠. 이 바위산 높이가 대략 200미터쯤 되니, 3번으로 나누면 펌프 가동에 전혀 무리가 없을 겁니다.”
아무리 고성능 펌프라고 해도 200m를 단박에 물을 끌어 올리는 건 무리다.
7~80m씩 끊는 게 훨씬 안전하다.
“여기다 공장을 짓는 거냐?”
“공장까지는 아니야, 시설이라고 해야지”
“휴, 공장이 아니라니 그나마 다행이다.”
내 말에 삼복이가 마음이 놓이는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녀석도 건설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대충은 감을 잡는 것 같았다.
“김 부장님, 이 일대에 500평 정도 평지를 만들어야 합니다.”
“펌프 설치에 500평씩이나 필요하십니까?”
“펌프도 설치하고 크레인도 설치해야 하니 그 정도 평지는 필요합니다.”
“여기에 크레인을 설치하신다고요?”
“그럼요. 계속 산꼭대기까지 이렇게 진입로를 뚫으며 갈 겁니까? 여기서부턴 크레인으로 중장비를 집어 들어서 위로 보내야죠.”
“헉!”
내 말에 아버지가 경악했기에 그림을 그려줬다.
말로 들으면 굉장히 무식해 보이지만, 21세기에 들어서면 흔히 쓰이게 되는 공법이다.
이런 바위산에 공사를 할 때는 중간중간 베이스캠프에다 크레인을 설치한다.
마치 놀이동산처럼 중장비를 집어 들고 강선 케이블에 걸어 공사장 곳곳으로 옮긴다.
“크레인을 설치하면 다이너마이트로 디딜 곳만 만들면 중장비와 수로 파이프를 올려보낼 수 있습니다. 거대한 계단을 만들고 계단마다 강선 케이블을 꽂으며 올라간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사장님이 크레인을 3개씩이나 가져오라고 하셨군요.”
“맞아요. 펌프 시설도 만들고 장비도 크레인의 힘을 빌려 현장 곳곳으로 옮기는 거죠. 올라가는 계단을 다 만들면 반대쪽에 내려가는 계단도 만들어야 합니다. 거기선 수로 파이프를 설치하는 게 아니라, 댐을 만들어야죠.”
“하하하! 해야 할 일을 생각하면 끔찍하지만, 공사는 진행이 될 것 같습니다.”
아버지는 내게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어려운 일에도 가능성이 보이면 좋아했다.
우린 20세기 건설사의 전설이 될 겁니다.
“하하하, 끔찍한 정도는 아니고 할 만할 겁니다. 내가 맥을 짚어줄 테니까요.”
“맥이요?”
“백 번 듣는 것보다 한번 보는 게 빠르죠. 거기 폭파조 올라와요! 페인트 통도 하나 가져오세요.”
“예, 사장님!!!”
내가 소리를 치니, 멀리서 멀뚱히 지켜보고 있던 직원들 사이로 폭파조가 우르르 몰려왔다.
다들 안전띠를 맨 채로 드릴을 들고 있었다.
“다들 따라오세요.”
나는 안전 장구를 갖추고, 절벽 위로 올라갔다.
이미 비계(가설발판) 전문 기능공들이 절벽에 쇠말뚝을 박아 비계를 단단히 설치해뒀기에 올라가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바위산을 오르려면 이렇게 하얗거나, 노란 층을 집중하여 공략하는 겁니다. 발파석이 절벽 아래로 굴러떨어질 수 있게, 사선으로 줄줄이 구멍을 내면 됩니다. 내가 페인트로 표시하죠.”
“파편이 튀는 곳을 미리 살피시는군요.”
나는 바위의 결을 설명하고 구멍을 뚫어야 하는 곳을 페인트로 표시했다.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할 곳은 반드시 이렇게 표시를 해야 한다.
“크레인을 설치한 곳에 바위가 떨어지면 큰일 나니까요. 한번 해보면 감이 올 겁니다. 표시된 곳에 구멍 뚫고, 다이너마이트 채웁시다.”
“예, 사장님.”
폭파 전문가들이라 말귀를 바로 알아들었다.
바위에 구멍을 뚫고, 다이너마이트에 뇌관 끼워 구멍에 집어넣고, 모래로 구멍 채우고, 뇌관 전깃줄을 길게 뽑았다.
엉뚱한데 구멍을 뚫거나 구멍 안으로 제대로 폭약을 집어넣지 않으면 안전사고가 발생한다.
베테랑이라 해도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모두 안전 위치로!”
“안전 위치로!!!”
사람들을 바위산 멀리 뒤로 물렸다.
뇌관을 연결한 전깃줄이 충분히 길어서 안전 거리 확보에는 문제가 없었다.
“카운트다운!”
“카운트다운, 10, 9, 8… 2, 1, 발파!”
“발파!”
콰콰쾅콰쾅!
21세기라면 각 다이너마이트의 폭발시간을 조절해 더욱 정밀하게 바위를 쪼갤 수 있겠지만, 지금으로선 이 정도가 최선이었다. 폭발음이 아주 좋았다.
이렇게 폭발음이 경쾌하면 바위가 쩍하고 갈라진다.
쿠르릉! 쾅!
“와아아아!! 저것봐, 매끈하게 잘려나갔어.”
“정말이네! 마치 계단 같아!”
바위가 잘려나간 면이 살짝 비스듬하긴 했지만, 계단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마, 좀 일찍 오지 그랬어! 일주일 치 일을 단박에 하잖아!”
삼복이가 내 옆구리를 마구 찔러댔다.
“억울해할 것 없어. 산 중턱에 크레인을 설치하려면 어쨌든 진입로를 뚫어야 해. 여태 한 고생은 꼭 필요했다고.”
“… 정말이지?”
“그렇다니까! 쨔쌰!”
삼복이의 표정이 그제야 환해졌다.
지금까지도 잘해왔고 이제부턴 공사가 속도를 내기 시작할 것이다.
“사장님, 맥을 짚는다는 말씀을 이제 알겠습니다. 저렇게 만든 절개지에 크레인으로 중장비를 올리면서 메뚜기 뛰듯 오르는 거군요.”
“맞아요. 절개지마다 말뚝을 박고 강선 케이블을 걸면 직원들도 쉽게 이동할 겁니다.”
“다들 들었습니까! 저기 산 중턱에 크레인을 설치하면 공기가 팍팍 단축되는 겁니다!”
“와아아아아!”
공사 기간 단축은 서로 이익이다.
대세에선 성과로 돈을 주니 공기를 단축하면 직원들은 같은 시간에 돈을 많이 가져가고, 난 고정 경비를 아낄 수 있다.
“뭣들 합니까! 크레인이고 파이프고 옮겨야죠!”
“와, 어서 갑시다!”
직원들은 좋다고 항구로 달려갔다.
어디다 쓰려고 가져온 건가? 하며 배에 실어뒀던 크레인을 조립하면, 더 이상 진입로 뚫는 고생 없이 훌쩍훌쩍 산을 오를 수 있다.
“조선소 일은 잘됐냐?”
“이제 물어보냐? 잘 됐다.”
“얼마 빌렸냐?”
“아직 확실히는 못 빌렸다. 그래도 빌려주려는 사람들은 많더라. 성사되긴 할 거다.”
“뭐, 거의 성공했다는 얘기네. 역시 넌 능력 있는 놈이야. 바위도 잘 깨고, 돈도 잘 빌리고.”
“어이구, 이제 좀 화가 풀렸냐?”
“풀리긴! 이건 10년 치 안줏거리지!”
삼복이가 짐짓 화난 척을 했다.
밤에 숙소로 돌아가서 영국에서 챙겨온 양주나 한잔 먹여야겠다.
“그래그래. 마, 나도 고생했다고.”
“할 일 있으면 지금 말해. 또 대충 말하고 출장 가버리지 말고 말이야.”
“하하, 알았어. 우선 우물부터 파고, 주변 지형을 측량해서 BR 사에 줘야 해. 그래야 설계도를 꾸민다고.”
“측량이야 당연한데, 우물을 파? 여기 사막인데?”
“사막이라고 공사하는 데 콘크리트 안 치냐? 우물은 필수다. 그리고 여긴 물의 기운이 느껴져. 걱정하지 마, 친구.”
여긴 요르단에서 우물을 파면 물이 나오는 몇 안 되는 땅 중에 하나다.
우물을 뚫고 측량 데이터를 던져주면 BR사가 대번에 설계도를 만들어 올 거다.
“이번에도 맥을 짚은 거냐?”
“앗! 느껴진다… 수맥이 느껴진다… 아아!”
“아, 시바! 농담인지 진담인지 알 수가 없어.”
“하하하.”
바위산 1/3 높이에 베이스캠프를 짓는 것은 어떤 식의 공사를 하든 필요한 일이라 설계도 없이 해도 되지만 앞으로는 아니다.
1년 안에 저수지를 완공하려면 내가 빨리 움직여서 전체 공기를 당겨야 했다.
소수력발전소나, 해수 담수화 시설은 일단은 뒤로 미뤄둘 수밖에 없다.
외려 총공사비를 협의하기 위해선 해당 시설 메이커 선정을 뒤로 미루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저수지만 만들어 보여주면 요르단 정부는 이 대수로 공사에 애가 달을 수밖에 없고 내가 원하는 대로 협상 방향이 정해질 거다.
조선소 차관은 두 달 정도는 기다려야 될 거다.
애플도어 롱바텀 회장이 적극 나서주고 있지만, 신디케이트 차관을 주관할 유럽 은행이 사업성 평가를 해야 할 테니까 말이다.
원래 역사대로 바클레이즈 은행이 주관 은행이 되겠지?
내가 아등바등한다고 은행의 평가 기간이 짧아질 것도 아니고, 그동안 여기 요르단 일에 집중하는 게 낫다.
유럽 은행의 평가 보고서가 나오면 청와대가 나를 부를 것이고, 그때 가서 조율해도 늦지 않다.
‘조용히 넘어가지는 않겠지? 조선소 규모 갖고 또 한소리 하겠지?’
이놈의 청와대.
차관에 대해 무한 보증을 서주는 건 정말 고마운데, 내 전략을 수행하려면 설득부터 해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참 부담이 된다니깐.
하긴,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겠나?
얻는 게 있으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
“찬수 너! 딴 생각하지!”
“아냐, 마. 수맥 찾고 있는 거 안 보여?”
***
한 달 뒤,
“헉헉, 대체… 어디까지 올라갈 셈인가?”
“장군님, 존경받는 전쟁 영웅이 이 정도를 힘들어하면 어쩝니까?”
“세월을 상대로 승리하는 인간은 없어.”
“하하, 다 올라오셨으니 승리하셨습니다. 경치 좀 즐기시죠. 야아아아아아!”
나는 바위산 정상에서 크게 소리쳤다.
펌프를 설치할 봉우리엔 작업용 케이블카로 쉽게 갈 수 있었지만, 밴 플린트 장군에겐 이쪽 봉우리에서 경치를 보여주고 싶었다.
이 자리에서 보면 저수지를 만들 계곡이 한눈에 들어온다.
“중동에도 이런 곳이 있었던가? 멋지군.”
밴 플린트 장군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나무뿌리가 뻗어가듯 복잡한 계곡이라 저수지를 만들기 딱 좋습니다. 계곡 왼쪽은 바닷물을 채우고, 오른쪽은 민물을 채울 겁니다.”
“보아하니 사력댐을 만들 셈이군. 계곡 사이를 적당히 무너뜨리면 물길을 조절할 수 있겠어.”
이미 설계도를 꼼꼼히 보고 왔군.
“그 말씀 대롭니다. 폭파 전문가도 있고, 골재는 사방에 깔려있고, 시멘트를 굳힐 우물물도 확보했으니, 소형 사력댐 한두 개야 금방이죠.”
“설계도엔 저수지를 총 6개를 만들겠다고 되어 있던데, 맞아? 크기로 보면 대형 호수라고 불러야겠지만 말이야.”
“일단 1개만 먼저 만들어 해수담수화 시설을 시험해봤으면 합니다. 1년 안에 저수지 하나를 만들어주겠다고 약속도 했고 말이죠.”
“그런데, 왜 하필 웨스팅하우스를 추천한 거야? 해수담수화 메이커는 여럿 있잖아.”
밴 플린트는 웨스팅하우스가 영 껄끄러운 것 같았다. 그쪽에서 최근 방위산업을 찝쩍거리고 있어서 그렇겠지?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닙니다. 세계최초로 쿠웨이트에 MSF(다단 증발법) 방식 해수담수화 플랜트를 설치한 게 웨스팅하우스이니까요. 요르단에도 그 방식이 적당한 것 같습니다.”
난 웨스팅하우스와 관계를 돈독히 해야 한다.
언제고 망할 회사이니, 해수담수화 특허든 원자력발전소 특허든 내가 인수해야 하니까 말이다.
21세기라면 소형 원자로 기술을 탐냈겠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니 해수담수화 기술부터 시작이다.
기술 도입은 어렵진 않을 거다.
웨스팅하우스는 대세를 완전 후진국 회사로 여기고 있을 테니까.
< 111 : 베이스캠프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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