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118)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118화(118/589)
< 118 : 1968년 새해의 시작 >
청와대.
“하하하, 어서 와. 스위스까지 날아가서 계약을 따냈다더군. 사실인가?”
대통령은 연신 양손으로 내 어깨를 두드렸다.
“예, 바클레이즈 은행이 적극적으로 다리를 놔줘서 계약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선주가 그리스 선박왕 리바노스라던가? 소문난 바람둥이라더니 자네에겐 은인이 되었군그래.”
“어쩌다 보니 일이 그렇게 되었습니다.”
“우 사장님, 최근 스위스 해운사에서도 리바노스에게 대형 선박을 15척이나 용선(배를 빌림)했다고 합니다. 차후 선박 계약이 더 들어올 가능성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같이 배석한 나정렴 상공부 장관이 정보를 알려주었다. 나라에서도 조선소 관련해서는 정보를 모으는 모양이다.
이런 정보까지 모을 정도로 조선업에 신경을 쓰면서 어째서 경제기획원을 밀어주는지 이유를 모르겠군.
정치자금이 얽힌 것은 아닌 듯한데 말이지.
“경제기획원 쪽이 궁금한 모양이군. 알려줄까?”
“예에?… 아닙니다. 굳이…”
“하하하, 그쪽도 나름 열심히 하고 있어. 처음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더니, 수성을 끌어들여 사업에 박차를 가하더군.”
“수성이 조선업을 한다는 말씀입니까?”
“드디어 수성도 중공업다운 중공업을 해보려나 봐. 임자가 포항 제철에서 했던 방식대로 주민들에게 옮겨갈 곳을 제공하고, 토지를 샀다고 하더군. 거제도 땅값이야 별거 아니겠지만, 수성의 행동이 예전과 달라졌다 이거지!”
확실히 수성의 의사결정권자가 바뀐 느낌이었다.
원래 역사와 같은 듯하면서도 달랐다.
원래 역사에서 수성은 경남 통영에 대형조선소를 지으려고 하다가 오일쇼크로 포기하고, 거제도에 짓고 있던 중형 조선소였던 죽도 조선소를 인수하면서 중공업을 시작하는데 말이다.
이번에는 다소 빠른 시기에 진입하네.
오일 쇼크가 터지기 전에 선박 수주를 받기만 한다면, 수성도 나름 가능성이 있다.
“덕분에 임자는 싫어하지만, 일본 자금이 상당히 좋은 조건으로 들어왔어. 연이율 5%밖에 안 되는 초저리로 차관이 6000만 불이나 들어왔단 말이지.”
연 5%면 이때 기준으론 매우 싼 이자지.
일본 조선 업계로선 한국이 독자적으로 조선소를 시작하니 불안했던 모양이군.
“수성과 합작한다면 이시카와 중공업이겠군요.”
“오, 어떻게 알았나? 꽤 대단한 기술합작인 모양이더군. 임자가 영국과 기술합작을 하니 바짝 자극받은 게지. 내년 연초에 울산과 거제도를 오가며 기공식을 하게 생겼어. 하하하.”
“수성에 행운을 빌어줘야겠군요.”
일본의 대(對)한국 전략은 언제나 지배와 이용이다. 당연히 경영권을 노리며 한국에 하청업체를 만들려는 속셈일 것이다.
하지만, 수성도 경영권 수호에는 진심인 집안이라 일본 상대로도 잘할 것 같았다.
나라 전체로 봐선 잘 된 일이다.
“각하, 대세가 뚫고 수성이 합류하면 앞으로 우리나라는 연간 30만톤급 선박을 10척 이상 건조할 능력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 이런 발전속도를 유지한다면, 연간 10억 불 수출도 꿈은 아닙니다. 정부 지원을 지속하셔야 합니다.”
나정렴 상공부 장관이 정부 지원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래, 어디 한번 선의의 경쟁을 해봐. 대세든 수성이든 돈 많이 벌어오는 쪽에다가 확장 자금을 지원해줄 테니까 말이야.”
“… 예. 알겠습니다.”
수성을 불러서도 똑같은 말을 했겠군.
이런 식으로 기업끼리 경쟁을 시키는군.
딱히 내 전략에 국가 지원이 필수는 아니지만, 받아서 나쁠 건 없지.
“조선소 얘기는 이쯤하고, 임자! 월남에 병참 노무지원단을 파견하기로 한 거 알고 있지?”
“예, 알고 있습니다.”
호주 캔버라에서 미국으로부터 얻어낸 외교 수확이었다.
“임자가 건설사 5개사를 뽑아서 보내도록 해.”
“……”
뭡니까? 월남에 건설사를 왜 보냅니까?
내 손으로 경쟁자를 뽑아 보내라고요?
“왜 말이 없어? 국가가 파병해서 얻어낸 사업장인데, 임자가 계속 독식할 순 없잖아. 특혜니 뭐니 하는 말이 자꾸 나오니, 이참에 다른 건설사도 보내. 어차피 일거리는 넘쳐날 거 아닌가?”
“결국, 외화벌이가 목적인데 한국 회사끼리 제살깎아먹기를 할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저는 달러를 벌어서 국고를 채우고, 국내 건설사는 고속도로와 소양강댐 같은 프로젝트에 동원하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월남은 내게 화수분이다.
최근 규모가 좀 줄긴 했지만, 각종 군납에다 잉여물자 불하와 원목 빼돌리기가 너무 짭짤하단 말이지. 게다가 뀌년 주변의 병참 수송만으로도 매년 900만불에 달하는 수익이 들어온다.
회사를 키우려면 새로운 프로젝트를 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것도 기존 자금줄이 꾸준하게 유지되어야 가능한 법이다.
“고속도로를 건설할 거라는 건 어찌 알았어?”
“요즘 신문 사설이 죄다 고속도로 관련이라 건설 시기가 어느 정도 결정이 되었나보다 짐작한 것뿐입니다. 그리고 언론에서 그리 반대하는 거로 봐서 이미 정부에선 결정을 내렸지 않나 싶습니다.”
“하하하, 눈치가 빨라도 너무 빨라.”
“현 산업 발전의 속도를 봤을 때, 대통령님께서 착공 결단을 내리실 거로 생각했습니다.”
“자네도 동의한다는 뜻인가?”
“예, 고속도로는 나라의 동맥이니까요. 다만, 영호남은 물론 강원도와 남해까지 확장될 전체 고속도로 계획을 밝히시면서 착공하셔야 여론에 문제없지 않을까 합니다.”
여타 후진국의 고속도로는 부실공사와 뇌물로 점철되어 있으나 마나 한 도로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우리나라에선 물류 대동맥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정치적인 참견은 웬만하면 하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이 고속도로 건설을 하기엔 최적기였다.
박 대통령이 권력의 최전성기인 지금 경부고속도로를 닦지 않으면, 이 같은 대역사를 시도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솔직히 나도 남해안을 따라 중공업 벨트를 만들려면 고속도로가 필수였다.
더욱이 울산 석유화학단지와 포항 제철에 미국 자본이 대규모로 들어오고, 한일협상을 통한 일본 자금이 보너스로 들어오는 형국이라 원래 역사대비 나라 곳간이 그럭저럭 괜찮은 편이다.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비전을 대중들에게 알리면 어찌어찌 여론도 호의적으로 만들 수 있을 거다.
지금 경제 분위기면 정부가 정치권에 기름칠할 여지도 충분하고 말이다.
“그래, 그래. 좋은 조언이야. 여하튼, 포항 제철 토목건설에 들어가는 장비가 좀 여유가 되면 고속도로 일부 구간을 맡도록 해.”
“… 대통령님, 저희 대세 건설 인원은 죄다 요르단 수로 공사에 투입했습니다. 모쪼록 대세는 달러를 벌어오는 일에 집중하게 해주십시오. 자칫 해외 건설이 틀어지면 국가에 큰 누를 끼치게 될까 두렵습니다.”
대통령이 주도하는 사업은 해외 건설을 핑계로 피하는 게 상책이다.
솔직히 이 시대 국책 과제는 탈세와 절세를 오가는 정경 유착이라는 편법을 쓰지 않으면 순익을 남기기 힘들다.
원래 역사에서도 경부고속도로를 400억원에 수준해서 1차 완공하고, 그 뒤에 보수 공사로 900억 가까이 추가 건설비가 쓰였다.
어찌 보면 수익을 남겨야 하는 건설사로선 당연한 방법이었겠지만, 이중 삼중으로 땜빵 처리하듯 일하는 방식을 우리 직원들이 경험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해외 건설에서 그따위로 했다간 외국 기업들에 바로 밀린다.
난 차후 중동 붐에서 외국의 일류 건설사와 대등하게 경쟁할 베테랑 직원을 키워내고 싶다.
단순히 돈 문제가 아니라, 제대로 일하고 그에 걸맞은 돈을 받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물론, 나도 돈을 벌고 말이다.
“음, 그것도 틀린 말은 아니군.”
“안타깝습니다만, 대세 건설은 이번에는 열외를 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울산 공단과 포항 제철 공사에 혹 차질이라도 생기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때마침 나정렴 상공부 장관이 내 편을 들어줬다.
“그래, 고속도로까지 맡겼다간 또 특혜 얘기가 나올 수도 있겠군.”
“감사합니다. 대신 포항 제철의 토목 공사가 대충 정리가 되면 장비는 현산 건설이나 대림 건설에 대여하겠습니다.”
“좋아, 임자를 만나면 언제나 내가 양보하게 되는군. 그럼 고속도로에선 대세는 빠지고, 월남에 건설사 3개만 보내. 알았나?”
“예, 알겠습니다.”
건설사 3개 정도면 어찌 될 것 같았다.
각각 다낭, 깜란, 메콩강 쪽으로 보내면 뀌년은 오롯이 내 영역으로 굳힐 수 있다.
“그리고 조만간 소양강댐 설계에 대해 논의할 거야. 자네 생각도 같이 보태도록 해.”
“예, 알겠습니다.”
다른 할 일이 많지만, 설계 개념을 보태는 정도는 해줄 수 있다.
보나 마나 일본 건설사와 현산 건설이 각자 방식을 주장할 테고, 나는 현산을 지지하면 그뿐이다.
우여곡절이 많겠지만, 원래 역사에서도 현산의 왕회장이 가격과 품질 측면에서 완벽한 공사를 하지 않았나.
“가봐, 다음번엔 조선소 기공식 때 보자고. 기공식은 구정을 앞둔 주에 했으면 좋겠어. 설맞이 술도 한잔하게 말이야.”
“예, 알겠습니다.”
기공식 날짜도 대충 정해졌다.
**
“휴우, 힘드네.”
청와대를 나와 성수동 집으로 향했다.
삼복이랑 같이 마련한 집이었다.
처음엔 전세였는데 금세 돈을 벌어 매입했다.
불 꺼진 집을 보자니 텅 빈 느낌이 들었다.
요르단에 가보긴 해야 하는데, 여기 일도 급하니 계속 미루게 된다.
텔렉스로 온 삼복이의 업무 보고를 보면, 이제 계곡에 폭탄을 터뜨려야 하는 상황인데 말이다.
“이제 오십니까, 우 사장님.”
누군가 내 집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으흠?”
보스턴 컨설턴트 빌 베인이었다.
“이제야 다시 뵙는군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죄송할 필요 없어요. 이미 너무 늦었거든요.”
“의뢰 결과를 들어보실 생각은 없으십니까? 한번 받은 의뢰는 어쨌든 마무리하는 게 제 방침입니다.”
“아뇨, 이런 피드백 속도라면 이미 제 기준으론 탈락입니다. 컨설팅은 없었던 일로 하죠. 공짜라고 한 사람이 당신이니 억울할 것도 없겠군요.”
“이번 사안은 좀 특이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회사를 퇴직하는데 인수인계는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장님도 그리 책임감 없는 사람을 비서로 원하시진 않을 것 같습니다만.”
무슨 말이야?
내게 오겠다고 사표 던지고 온 거야?
“당신이 직접 내 비서를 하겠다는 겁니까?”
“예, 고객님의 까다로운 요구조건을 맞추려다 보니 저밖에 답이 없더군요.”
대단한 자신감이라고 해야 할지 무모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대세를 지원한 이유… 아니, 내가 당신을 뽑을 이유가 있습니까?”
“대세라는 조직에 제가 반했거든요. 지금까지의 자금 흐름 규모를 고려하면 여태까지 별다른 부정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습니다.”
“당신이 내 회사에 반했다고 뽑아줘야 합니까?”
“실력과 비전을 갖춘 리더에 맹목적이라고 할 만큼 직원들이 열정적으로 따르는 조직이니, 저같이 능력 있는 조력자가 함께한다면 세계 일류 회사도 노려볼 만합니다. 제 회사가 될 곳이라서가 아니라 지극히 객관적인 시각입니다.”
이렇게 낯간지러운 말을 이렇게 진지하게 할 수 있다니… 이것도 능력이다.
“면접을 볼 자격은 되겠군요. 그럼 비서가 된다면 제일 먼저 할 일은 뭐라고 생각합니까?”
“먼저 조직 정비부터 해야 합니다. 내년부터 대세 그룹이라고 칭하고 본사가 계열사를 거느리는 형태로 확실하게 재구성을 해야 합니다.”
내가 원하는 답을 콕 짚어냈다.
“그게 말처럼 쉽지 않을 텐데요.”
“물론 내부에 적임자가 몇 명 없다는 데는 동의합니다. 외부에서 임원급을 영입하는 것도 내켜하지 않을 테고요. 하지만 부장급을 내세워서라도 계열 분리를 해야 합니다. 일이 잘될 때는 문제가 없겠지만, 자칫 불경기가 닥치면 연쇄적으로 자금 경색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내심 두려워했던 일이다.
오일 쇼크 이전에 조직을 정비해야 하는 이유다.
오일 쇼크로 대한민국 산업 전반이 격변기를 거칠 때, 나 또한 수익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접어야 한다. 그 자금으로 신규 사업을 하거나 나머지 계열사를 튼튼히 하는 데 써야 한다.
“좋아요. 일단 면접은 합격 점수를 받았군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연봉은 얼마를 생각합니까? 대답에 따라 합격 여부가 결정될 겁니다.”
나는 팔짱을 끼고 연봉 협상에 임했다.
“대세 그룹의 계열사가 상장될 때마다 지분의 0.3%를 가지고 싶습니다. 연봉은 상징적으로 1달러로 하시죠.”
생각대로 스톡옵션을 요구했다.
“대세 그룹이 언제 상장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그때까지 무보수로 일하겠다는 소린가요?”
“공장에서 식사는 제공되니 먹고 사는 데는 문제 없을 것 같습니다.”
“오, 그래요?”
“그래서 있는 재산 없는 재산 다 정리해서 오느라 늦은 것도 있습니다.”
이야, 완전히 인생을 걸겠다는 얘기네.
우리 회사가 아주 우량주로 보였던 모양이군.
“부자 될 자격이 있군요. 합격입니다. 대신 스톡옵션은 0.1%로 하죠.”
“… 사장님, 그건 너무 작지 않습니까?”
“당신이 생각한 것보다 대세는 열 배 이상 커질 테니까 나중엔 고마워할 겁니다.”
“아… 이런 비전이라면 0.1%로 만족하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사장님.”
내게 비서가 생겼다.
보스턴 컨설팅 출신이라면 21세기 대기업에 근접하는 조직을 만들어줄 것이다.
***
1968년 1월 1일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희망찬 무신년 새 아침이 밝았습니다. 저는 먼저 올해에도 국민 여러분 가정에 만복이 깃들기를 진심으로 기원하는 바입니다. 돌이켜보건대 지난 1년은 우리 대한민국이 중점 추진했던 일이 원하는 대로 이뤄졌던 역사적인 해였습니다. 파월 장병들은 그 용맹을 세계만방에 널리 떨쳤으며, 포항 제철을 비롯해…>
TV 속에서는 대통령이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었다.
국책 과제 대부분이 뜻대로 잘 돼서, 이대로 나간다면 중진국도 멀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가던 길을 멈추고 대통령의 신년사를 들으며 자신의 삶도 나아질 거라는 희망에 주먹을 불끈 쥐는 행인들의 모습이 60년대다웠다.
몇 년 사이에 자기와 이웃들의 생활이 눈에 띄게 나아지고 있었기에 그런 다짐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대한민국도 대세도 1968년을 맞이했다.
모든 분야에서 격동의 한 해가 될 것이다.
< 118 : 1968년 새해의 시작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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