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121)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121화(121/589)
< 121 : 은혜갚는 호랑이 >
“그래, 내 차가 빠지기라도 하면 여기 사람들이 괜히 고생하겠지. 묵고 가는 게… 아니야. 바쁜 사람들을 방해할 순 없지. 경호 때문에라도 숙소를 죄다 비워야 할 테니 말이야. 올라가야겠어.”
다소 반응이 의외일 때가 있단 말이지.
“그러면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밀물이 몰려오더라도 길에 자갈을 뿌리면 바퀴가 빠지지는 않을 겁니다.”
“그래, 그렇게 해. 여기 묵는 것보단 그게 덜 번거로울 거야.”
“기 비서, 단 차장에게 가서 시내 나가는 길에 자갈을 뿌리라고 하세요. 밀물 들어와도 웬만큼 견딜 수 있게요.”
“예, 알겠습니다.”
솔직히 밀물 때라도 진입로에는 물이 찰박찰박한 수준이라 안전엔 크게 문제가 없었지만, 직원들은 대통령 관련이라 과민 반응할 것이다.
덤프트럭이며 불도저가 몇 대씩 오가면 두어 시간은 족히 걸릴 것이다.
대충 그 정도 시간을 끌면 새벽까지 서울에 도착하는 게 불가능할 테고, 그럼 올라가는 도중에 무장공비가 토벌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될 거다.
“그럼, 어서 가서 일 봐. 난 길이 뚫리는 대로 서울로 올라갈 테니.”
“예, 대통령님. 살펴 가십시오.”
나는 정중히 배웅하고, 현장으로 향했다.
이래저래 생각이 복잡할 때는 현장에서 몸을 쓰는 게 최선이었다.
***
다음날 아침.
난 거의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무장공비가 울산까지 내려올 일은 없겠지만, 도통 잠이 오질 않았다.
왜에에에앵.
아니나 다를까 어디선가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고, 연이어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국민 여러분, 지금 북한 무장공비가 서울 시내를 습격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우리 국군이 무장공비의 대부분을 사살하고, 잔당을 쫓고 있으니 국민 여러분들께서는 주변 경계를 강화하시고, 라디오를 청취해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 한번 알려드립니다. 지금…>
TV를 틀어보니 청와대를 약 300미터 앞두고 대규모 교전이 벌어져 무장공비 수십 명이 사살되었고 아군도 몇 명 산화했다는 속보를 전하고 있었다.
우당당탕.
“사장님. 큰일입니다. 전쟁, 전쟁이 터졌습니다!”
단 차장을 비롯해 직원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진정해요, 진정. 전쟁이 아니라 무장공비가 쳐들어 왔다지 않습니까.”
“속보 못 들으셨습니까? 대통령 모가지 따러 왔다고 떠들어댔다지 않습니까!”
“김일성, 이 새끼가 미친 겁니다. 으으으.”
직원들이 패닉이었다.
이때 사람들 반응은 이랬군.
사방에서 사이렌이 울려 퍼지고, TV와 라디오에서 우리 군경이 비상배치 되고 어쩌고 하니 동요하는 것은 당연했다.
하긴 나도 불안하게 울리는 사이렌 소리에 심장이 벌렁거렸다.
“각하는 무사하신 거겠지요?”
“무사하시겠죠. 오늘 새벽까지 서울로 올라가는 도로에 계셨을 텐데요.”
고속도로 없는 게 이럴 때는 다행이다.
비상이 걸리고 잔당 토벌을 개시했으니, 대통령 주변의 경계는 극도로 강화되었을 터이다.
“사장님, 이거 저희는 어쩌면 됩니까?”
“어쩌긴요. 국군이 무장공비 잔당을 쫓고 있다지 않습니까. 국군을 믿고 우리는 열심히 일만 하면 되는 겁니다. 아침 먹고 일 나갑시다.”
나는 직원들을 다독거려 함바집으로 내몰았다.
다행히 밥하는 아주머니들은 불안해하면서도 뜨끈한 국밥에 찬을 준비해주셨기에, 양껏 먹고 현장으로 나섰다.
“사장님, 지금이라도 일본으로 가는 배를 알아볼까요?”
“기 비서, 그건 또 무슨 소리예요?”
“전쟁이 나면 돈이고 뭐고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일단 피신부터 하셔야지요.”
밥을 먹고 나오니 기 비서가 굳은 표정으로 의중을 물어왔다.
어이없었지만, 한편 이해도 되었다.
이때 사람들은 전쟁이라는 트라우마를 잊지 못했던 거다. 전후 세대인 내가 이해할 수 있는 범주가 아니었다.
“그럴 일 절대 없습니다. 오히려 동요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따끔하게 말해줘요. 전쟁 따윈 없다고. 동요하지 말라고 말입니다!”
“예, 사장님.”
내가 힘주어 말했지만, 기 비서의 불안한 기색은 그대로였다.
나는 바로 사무실로 가려다 현장부터 한 바퀴 돌기로 했다.
웅성대는 직원들에게 일부러 밥 잘 먹었는지도 물어보고 현장 상황도 체크하면서 ‘나 여기 현장에 있다’고 표시를 냈다.
그러고 나서야 텔렉스 실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다른 건 몰라도 뀌년에는 전문을 쳐야 했다.
「To. 고델 장군님」
「오늘 한국에 북한 무장공비가 침투하는 대대적인 도발이 있었습니다. 이는 필시 미국 정부의 레임덕 시기를 노린 공산 진영의 양동 작전입니다. 조만간, 뀌년에서도 월맹의 대대적인 공세가 있을 수 있으니 대비가 필요하다고 판단됩니다. 부디 고델 장군님은 물론, 저희 직원의 안전에도 만전을 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To. 뀌년 지사」
「오늘 한국에 무장공비 침투 사태 발생.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병참 수송을 최대한 자제할 것. 맹호부대와 청룡부대에 보호 경계를 요청할 것.」
나는 고델과 우리 직원들에게 무장공비 침투를 알리며 경계를 강화하도록 요청했다.
구정 대공세를 직접 언급할 순 없기에 이 정도밖에 할 수 없었지만 고델도 군인이니 양동 작전이라는 말을 흘려듣진 않을 것이다.
고델이든 지사 직원이든 준비를 해야 했다.
원래 역사처럼 미군 대사관이 공격받고 일부 방어선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뀌년만 무사히 방어를 해낸다면 고델은 또 한 단계 진급할 것이다.
미 정부는 반전 여론과 언론의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도 뀌년의 철통 방어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게 될 것이고 말이다.
그럼, 뀌년이 베트남의 홍콩이 될 가능성도 확연히 커지게 되리라.
“사장님! 큰일입니다.”
“무슨 일이에요?”
전문을 날리자마자 직원이 달려왔다.
“청… 청와대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전화기 선을 길게 뽑아서 내 앞으로 가져왔다.
여전히 사이렌이 울리고 있기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예, 우찬수 전화 받았습니다.”
<나야.>
“괜찮으십니까, 대통령님.”
<괜찮아. 소식 들었지?>
“예, 들었습니다. 무사하시니 다행입니다.”
<자네 덕분에 목숨을 건졌어. 호랑이도 은혜를 갚는다는데, 대통령이랍시고 목숨을 빚진 사람한테 전화 한 통화 안 하면 되겠어?>
원래도 살았었겠지만, 내 덕분에 청와대에서 멀리 있었다는 것 자체가 고마웠던 모양이다.
“아닙니다. 딱히 제가 한 일은 없습니다.”
<아니야, 자네 덕분에 딱 한 시간 늦었어. 그대로 출발했다간 언제 어디서 무장공비와 맞닥뜨렸을지 몰라. 지금은 경황이 없어서 전화만 하지만, 이 일은 내 꼭 갚아주지. 약속해.>
“어쩌다 일이 그렇게 된 것뿐입니다. 편하게 생각하십시오.”
<임자의 정성에 하늘이 감동한 게야.>
무슨 정성에, 하늘이 감동까지… 당황스러웠다.
난 그저 나비효과를 원치 않았을 뿐이다.
<그건 그렇고 미국에 어찌 따질지 고민 좀 해봐. 동맹국의 대통령이 암살 위협을 받았는데 자중하라니!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 빌어먹을.>
대통령은 울분은 참지 못하고 전화기에 대고 이를 부득부득 갈았다.
레임덕에 빠진 미국 대통령이 뭔 반응을 보이겠나. 푸에블로호 피랍 사건 정도는 터져야 미 항공모함을 동원해서 북한을 압박할 것이다.
지금은 얼마 남지 않은 대선을 어떻게 치를지가 가장 큰 관건이겠지
한낱 동아시아 후진국 대통령의 신변이 위협받든 말든 무슨 상관인가.
미국 입장에선 전쟁이 터져 적화통일이라도 되지 않는 한 또다시 친미 정권을 세우면 그뿐이다.
“예, 알겠습니다. 대통령님.”
<허투루 말하는 거 아니야. 이 일은 자주국방 하라고 하늘이 알려주는 거야. 방위 산업 어찌할 지 생각하고 있어. 알았어?>
“예! 대통령님.”
<들어가!>
“예.”
툭.
대통령은 방위 산업을 언급하며 전화를 끊었다.
막판에 대통령이 워낙 격노해서 나는 예스맨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의 반응이 영 뜨뜻미지근했을 거다. 말로는 동맹이니 뭐니 하지만, 북한에 경고조차 할 생각이 없었으니까.
‘푸에블로호가 피랍되면 미국 반응이 180도 달라질 테니, 그때는 더 격노하겠지?’
휴우, 정말이지 시대가 나를 정신 못 차리게 밀어붙이고 있었다.
방위 산업이 이때부터 기획되었겠거니 생각했는데, 여지없이 들어맞았다.
오히려 대통령의 반응이 예상보다 훨씬 더 격렬해서 시작을 뒤로 미루는 게 어려울 것도 같았다.
일단 조선 산업이 먼저인데 말이다.
방위 산업의 1순위 후보가 되는 거야 좋은 일이지만, 문제는 그것까지 커버할 인력과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조만간 유학생들을 잠시나마 귀국시켜서 방위 산업을 위한 연구팀을 구성하겠다고 하는 게 최선일지도 모르겠다.
“단충기 차장! 단 차장!”
나는 생각을 멈추고 눈앞의 일부터 처리하기로 했다. 해외 연수생부터 챙겨야 했다.
사무실 창문을 열고 단충기 차장을 찾았다.
마침 근처에 있던 단 차장이 뛰어왔다.
“예, 사장님!”
“2차 연수생들 인원 정리됐습니까? 여권, 비자 다 발급되었습니까?”
“예. 선발과 준비는 다 했지만 왜 그러십니까? 아직 출발은 한 달이나 남았습니다.”
“내일 당장 출발해야겠습니다. 내가 요르단으로 가는 김에 같이 출국할 테니 준비시켜요.”
“예에? 내일 출국하신다고요?”
원래 역사에선 이 사태로 향토 예비군이 창설되고, 방위 산업체 지정, 수도권 금지 구역 설정 등등 온갖 규제와 반공 교육이 강화된다.
무엇보다도 안타까운 건 해외연수 인력에 대한 규제도 강화된다는 것이다.
방금 대통령의 반응을 보면 내 예상보다 정부 반응이 훨씬 빠를 것 같으니, 내일 당장 연수생들을 출국시켜야 했다.
지금도 이러는데, 푸에블로호가 피랍되면 더더욱 난리가 날 것이다.
“내일 안되는 사람은 다음 차수로 미루고 되는 사람과 함께 출국할 테니, 바로 준비시키십시오.”
“예, 사장님.”
“그리고 변 부장과 과장급까지 죄다 모아주십시오. 내가 없을 때 뭘 해야 할지 업무 지시할 테니까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사장님.”
요르단을 살필 때도 됐으니, 여긴 일을 잠시 이들에게 맡기고 후딱 다녀와야겠다.
돌아오는 길에 고델을 만나 구정 대공세를 어찌 막았는지 확인하고 뀌년 지사도 챙겨야 할 것이다.
내게 운이 따른다면 중동, 베트남, 한국을 연결하는 물류 라인을 셋업할 계기가 될 수 있다.
조선업은 선주, 화주, 해운업자와 유기적인 관계를 맺는 사업이기에 해당 물류 라인은 내게 두고두고 돈을 안겨줄 것이다.
“제일 먼저 골리앗 크레인부터 최대 중량을 키워서 다시 발주하고…”
나는 지시할 업무 목록을 칠판에 적어나갔다.
회의 참석자가 사방에서 모여들었다.
***
며칠 뒤, 요르단 암만.
중간 기착지에서 연수생들을 보내고 나 혼자 요르단으로 날아왔다.
“친구야!”
“사장님, 괜찮으십니까? 한국에서 큰일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아버지는 걱정스레 물어보는데, 삼복이는 짐짓 장난처럼 받았다.
“김 부장님, 무슨 걱정입니까? 이놈은 총알도 피해갈 겁니다. 월남에서도 살아서 돌아왔는데요.”
“상무님, 저도 월남에 있었습니다만…”
“아! 그렇군요.”
“보다시피 멀쩡하니 염려 마세요. 그보다 일도 바쁠 텐데 웬 마중입니까? 제가 어련히 아카바로 갈 텐데요.”
“마중이 아니라, 널 왕궁으로 데려가려고.”
삼복이가 이상한 소리를 했다.
“왕궁? 왜?”
“네가 없는 동안, 어휴. 말도 마라. 여기 중동에서도 정치는 우습더라.”
“사장님, 일단 차에 타시죠. 가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옷도 갈아입어.”
아버지가 마음이 급한지 서둘러 차로 향했고 삼복이는 내게 중동식 복장을 건넸다.
“삼복아, 대체 무슨 일인데?”
나는 차 안에서 옷을 갈아입으며 물었다.
“네가 말한 대로 협곡 바위기둥과 절벽에 구멍은 다 뚫었는데, 요르단 왕실 관계자가 폭약을 터뜨리지 못하게 막고 있어.”
“뭔 소리야? 이건 요르단 정부가 허가한 공사인데. 그리고 폭약같이 세관 통과가 어려운 자재는 요르단에서 제공해주기로 했잖아.”
“그래서 우리도 항의를 엄청나게 했지. 그랬더니 겨우 속내를 말하더라. 후세인 왕이 폭약을 터뜨려야 한다는 거야.”
“뭐? 왕이 직접?”
“응, 해당 협곡의 바위기둥을 솔로몬의 기둥이라고 부른대. 그래서 그걸 무너뜨리는 건 요르단 왕만 가능하다는 거야. 게다가 원래 이 공사의 아이디어도 국왕이 내지 않았냐고 말이지.”
다소 어이없지만, 이해는 된다.
솔로몬은 이슬람교도들에게도 존경받는 왕이니 그 이름을 딴 기둥을 쓰러뜨리려면 왕이 나서긴 해야겠네.
이왕이면 잘 포장해서 국민을 위한 저수지를 만들기 위해 고대 전설까지 무너뜨렸다는 영웅담도 만들고 싶을 거고 말이다.
시나리오를 짜놓고 우리보고 손발을 맞추라는 거다.
하긴 이스라엘에 패한 마당에 평화 협정까지 맺으며 공사를 시작했는데, 이 정도 서비스는 해야지.
“사장님께서 직접 요르단 왕에게 폭탄을 터뜨려달라고 읍소하는 것부터 시작이랍니다. 참나.”
아버지가 운전하면서 말을 보탰다.
“때마침 내가 잘 온 거군요.”
“이 상무님이 텔렉스로 요청할 참이었습니다.”
“알았습니다. 이왕 할 거 제대로 합시다.”
우리는 훅하니 요르단 왕실로 향했다.
**
요르단 왕궁,
“국왕께 때가 왔다고 전해 주십시오.”
우리는 왕궁 앞에서 왕실의 측근들을 불러 정중하게 요청했다.
기다렸던지 말귀를 바로 알아듣고 예를 갖춰 우리를 왕궁 안으로 들였다.
“무슨 일인가, 형제여?”
“요르단 왕실에 평화가 있기를.”
후세인 왕이 모습을 드러내자, 우리는 넙죽 땅에 머리를 조아리고 인사부터 했다.
“국왕님의 뜻대로 솔로몬의 기둥에 폭약을 설치했습니다. 저희는 감히 발파 버튼을 누를 수 없으니, 국왕께서 부디 결단을 내려 주십시오.”
“으흠…”
내가 한 발짝 앞으로 나가 대사를 읊었다.
“모든 것은 알라의 뜻대로.”
“결단은 국왕의 뜻대로.”
삼복이와 아버지가 머리를 조아리며 미리 정해놨던 추임새를 넣었다.
자그마치 연 매출이 수천만 불에 달하는 대규모 건설인데, 이 정도 연극이야 못할까.
“좋다. 내 결단하리라. 과거의 영광을 끊어내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겠다.”
“모든 것은 알라의 뜻대로.”
“모든 것은 알라의 뜻대로.”
“요르단 왕실에 영광이 있기를.”
나는 감복한 듯 연신 대리석 바닥에 머리를 조아렸다.
“요르단 왕실에 영광이 있기를.”
왕궁 안의 모든 신하가 머리를 조아렸다.
“나를 따르라!”
각본대로 후세인 국왕이 앞장을 섰다.
< 121 : 은혜갚는 호랑이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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