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123)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123화(123/589)
< 123 : 퍼즐 조각들 >
영국 런던 지사.
“어서 오십시오. 사장님.”
영국 지사에 도착하자 초대 지사장인 이영직 과장이 나를 반겼다. 과장을 지사장으로 발령한다는 것 자체가 60년대다웠다.
“영전 축하합니다. 어째 적응은 좀 됐습니까?”
“예, 물론입니다. 지사로 자리를 옮기자마자 자료 요청이 쇄도해서 강제로라도 적응해야 할 판입니다. 다들 열심이라 저도 조선기술 자료는 물론, 대세 해운과 인천제철 관련해서도 최대한 기술 자료를 모으고 있습니다.”
역시 잘하고 있었다.
지사는 수출입 업무를 주로 하지만, 길게 보면 기술 자료 수집 또한 중요한 일이다.
“롱바텀 회장에게 연락은 받았습니까?”
“예, 추천서는 모두 받았습니다. 서류 검토 후에 원하는 인원을 알려주시면 면접 준비를 시키겠습니다.”
이영직 지사장이 나를 사무실 한쪽으로 안내했다. 책상 위에는 추천서가 정리되어 있었다.
업무 처리가 이리 깔끔한 것을 보면, 확실히 대세가 대한민국의 인재란 인재는 다 쓸어오는 것 같았다.
“좋네요. 가서 일 보세요.”
“예, 사장님.”
나는 인사 자료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애플도어사가 추천한 인원들은 생각보다 숫자가 꽤 됐다.
대부분 영국인이었고, 간혹 덴마크, 스웨덴, 프랑스 기술자가 있었다.
확실히 이때부터 영국의 조선업계는 물론 제조업 전반이 내리막길로 접어든 것이 확실해 보였다.
나름 전문가라고 자부하는 양반들일 텐데, 후진국으로 취직하기 위해 고국을 떠난다는 건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내가 애플도어에 내건 조건이 최소 2년간은 한국에서 일해야 한다는 것이니 말이다.
‘어디 보자, 일단 부사장급은…’
추천서를 몇 장 넘기기도 전에 딱 적당한 인재를 발견했다.
“커트 스코우, 부사장으론 제격이네.”
덴마크 오덴세 조선소 출신의 인물이었다.
약력을 보아하니 실무와 경영에 대해 두루두루 경험이 있었다.
우리는 이미 오덴세 조선소에 연수생을 보내고 있으니, 여기 출신의 인물을 영입하면 궁합이 아주 좋을 것이다.
스코우를 영입하면, 자연스레 그의 측근들을 데려올 것이기에 더더욱 좋았다.
자칫 연수생을 가르치던 강사를 대세 조선에서도 보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기술자문은 애플도어사에 근무했던 윌리엄이면 될 것 같고…”
기술자문을 영입하는 표면적인 이유야 기술 도입이지만, 국제공인기관의 승인을 위한 인맥 확보 측면이 훨씬 더 중요했다.
윌리엄은 영국 선급인 로이드 선급협회 출신이니 확실한 도움이 될 것이다.
리바노스가 주문한 유조선은 로이드 선급협회의 승인을 받기로 최종 협의를 했으니까 말이다.
나는 웬만하면 미국 선급이 좋겠다고 했는데, 리바노스가 유럽 쪽 선급을 더 선호했다.
선급 결정이야 선주 입김이 훨씬 세니 리바노스의 의견을 따라주고, 나는 나대로 로이드 선급 출신을 데려오면 된다.
시험 문제를 미리 받아보는 꼴이랄까.
“선체제조, 장비제조, 전기장치… 매니저는 인력이 넘치네.”
분야별로 약력이 화려한 지원자들이 많아서 면접을 보고 적당한 인물을 뽑으면 될 것 같았다.
해당 분야는 리더가 아니라 일타 강사 역할을 해줄 사람들이 필요했다.
리더는 대세 조선의 직원들을 내부 승진시키는 게 내 방침이다.
따라서 매니저로 영입할 사람들은 기술력 못지않게 인성과 친화력도 매우 중요했다.
괜히 전문성만 보고 영입했다가, 직원들에게 고자세를 취하면 낭패니까 말이다.
“정밀 기계 쪽 전문가가 있었으면 참 좋았겠는데 좀 아쉽네.”
애플도어가 조선 쪽 전문가만 추천해서 방산 쪽 인재를 영입하는 것은 힘들어 보였다.
“어, 이 사람들은 뭐지?”
서류 맨 뒷장에 기타 추천 인력이라는 항목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 퇴직하지는 않았지만, 헤드헌터와 연락을 주고받은 인력이라고 되어 있었다.
이런 인력을 빼 오려면 연봉을 좀 더 줘야 하기에 1순위 영입 대상자는 아니지만…
“MAN사 영국 지사장? Technigaz사 수석 엔지니어?”
어이없게도 유명 회사의 핵심 인력이 퇴직을 원하고 있었다.
MAN사는 슐츠사와 더불어 디젤 엔진의 양대 축이며, Technigaz사는 LNG 탱크의 원천 기술을 보유한 회사가 아닌가.
특히 Technigaz사는 훗날 Gaz-Transport사와 합병되어 GTT라 부르는 LNG선 전문 회사가 되는 기업이었다.
한 번쯤 찔러봐야 하는 대어들이었다.
맨 뒷장을 놓쳤다면 큰일 날뻔했다.
“지사장님!”
“예, 사장님.”
“표시한 분들로 면접 준비해주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나는 추천서에 동그라미를 쳐서 이영직 지사장에게 건넸다.
***
이틀 뒤,
공고를 낸 지 불과 이틀 만의 면접인데 지원자 대부분이 면접에 참여했다.
기술자문역엔 윌리엄, 선체제조 매니저엔 닐슨, 장비제조 매니저엔 피터슨, 전기장치 매니저엔 포스를 뽑았다.
그리고 지금 내 눈앞에는 엔진관련 설계 매니저로 지원한 미스터 세메리가 있다!
“어서 오십시오.”
“피터 세메리라고 합니다.”
가볍게 악수하고 탁자를 두고 마주 앉았다.
조선업계 사람답게 손바닥이 두툼한 것이 첫인상이 좋았다.
“약력을 보면, MAN사 영국 지사장 이전에 프랑스 아틀랜틱 조선소에서 근무하셨군요.”
“그렇습니다. 거기서 선박 기계, 선각 설계 및 동력 제어, 원가 관리까지 했습니다. 물론 그 뒤엔 MAN사에 영입되어 영국 생활을 했고 말입니다.”
듣고 보니 영어에서 프랑스식 억양이 느껴졌다.
“MAN사 지사면 남부럽지 않은 곳인데, 나오려는 이유가 뭡니까?”
난 직설적으로 물었다.
문책성으로 해고당하는 것이라면 영입해서는 안 된다. 애플도어가 이미 조사했겠지만, 확인은 필요하다.
“MAN사는 영국 조선업계가 회생불능이라 여기고 지사를 폐쇄할 예정입니다.”
아예 직장이 없어지는군.
“지사가 폐쇄되어도 이 정도 경력이면 본사 쪽으로 갈 수도 있을 텐데 어째서 대세 조선에 지원하는 겁니까?”
“그건 제가 거부했습니다. 아무리 시장 상황이 어렵다고 해도 지사를 이렇게 쉽게 포기하는 회사에 뭘 바라겠습니까? 시장과 고객을 함부로 다루는 회사에 미래는 없습니다.”
어라, MAN사의 미래를 예견이라도 하는 건가?
결국 MAN사는 직접 제조는 포기하고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바뀐다.
“대세 조선의 미래는 밝다는 뜻인가요?”
“당연합니다. 수에즈 운하가 닫힌 기회를 놓치지 않고 조선 사업에 뛰어드니, 성공 가능성이 매우 큰 매력적인 회사입니다.”
어라, 이 양반 판단 제대로 하는데?
이력을 보면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 같고, 엔진 관련 설계 매니저를 맡기면 딱 적합하겠다.
MAN사 디젤 엔진 관련해서 수많은 프로젝트를 해본 사람이라면 내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합격입니다.”
“합격이라고요? 그럼 면접은 이걸로 끝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우리 회사에 지원하신다는데, 최고의 대우를 해드려야지요.”
나는 척하니 연봉 계약서를 들이밀었다.
금액란을 비운 채로 말이다.
“연봉을 저더러 정하란 말씀입니까?”
“그렇습니다. 엔진 관련 설계 매니저로 영입하는 조건으로 1차 계약 기간은 2년이며, 주택과 업무 추진비, 승용차도 제공하죠.”
“!!!!”
엔진 개발을 논의할 사람인데 이 정도 대우는 해줘야지.
나중에 상황 봐서, 엔진 개발 사업부를 분리해서 맡겨도 될 것 같았다.
“잘 부탁드립니다.”
세메리는 계약서에 정확히 4만불을 적었다. 딱 내가 생각했던 업계 최고 연봉이었다.
“한국에서 봅시다.”
“여기 정리되는 대로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세메리는 힘주어 나와 악수를 했다.
자신에게 최고의 대우를 해줬으니, 꼭 능력을 증명하겠다는 듯이 말이다.
슐츠사와 포괄적 라이선스를 맺고 있는데, MAN사의 인력을 영입했으니 양쪽 기술을 모두 접목할 기회를 얻었다.
***
잠시 후,
“안녕하십니까, 바쁘시죠?”
“어서 오세요, 롱바텀 회장님.”
면접을 마치고 쉬고 있자니, 롱바텀 회장이 날 찾아왔다. 마실 나온 모양새였다.
스미스 선장이 대세 해운으로 돌아가니 심심했던 모양이다.
“다들 괜찮았지요?”
롱바텀 회장은 점잖은 말투로 내게 물었다.
고르고 고른 인재들로 추천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었다. 그중에 누구를 영입해도 제 몫을 할거라는 믿음이 있었던 모양이다.
하긴, 이런 일을 어디 한두 번 했겠나.
“저도 이렇게 인재들을 단박에 영입할 줄은 몰랐습니다. 신경 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하하, 대세 조선이 잘 돼야 저희 애플도어도 수수료를 잘 챙길 수 있지 않겠습니까? 여하튼, 이제 전문가 영입은 다 끝낸 겁니까?”
장사치처럼 얘기하고 있었지만, 나에겐 특별히 S급 인력들을 오픈해 준 것이 분명했다.
스미스 선장의 친구라는 인맥이 플러스알파로 작용한 것이리라.
“그런데 두 명이 남았습니다. 부사장 자리와 트레이닝 매니저가 필요합니다.”
“으흠, 영국에 없는 모양이군요. 안 그러면 면접에 참석하지 않았을 리 없으니까.”
“하하하, 그렇습니다.”
“내가 맞춰 볼까요? 저녁 식사 내기도 할 겸 말입니다.”
영국인들도 저녁 내기를 하는군.
“재미있겠군요. 어디 한번 맞춰 보십시오.”
“부사장 자리는 커트 스코우겠지요?”
롱바텀 회장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
정답이었다.
“맞습니다. 쉬운 문제였죠? 제가 오덴세로 연수생을 보냈으니까 말이죠. 그럼, 트레이닝 매니저도 맞춰보십시오.”
“프랑스 Technigaz사의 수석 엔지니어, 니콜라스를 영입하려고 했겠지요.”
“… 어떻게 아셨습니까?”
나는 정말로 놀랐다.
현재 Technigaz사의 LNG 기술 관련해서 잠재력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다.
60년대까지만 해도 원유를 퍼 올릴 때 뿜어져 나오는 LNG는 태워버렸으니까 말이다.
60년대도 LNG선이 있긴 했지만, 대중화가 되지 못했다.
수송 기술이 매우 어려운 것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액화 처리 비용 때문에 LNG 가격이 원유대비 그다지 싸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오일 쇼크가 터진 뒤에야 비로소 주목받기 시작했다. 물론, 21세기야 환경 오염이 덜하다는 장점 때문에 더 선호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어떻게 알기는요. 니콜라스는 특수 용접 전문가 아닙니까? 트레이닝 매니저로선 아주 제격이지요. 게다가 대세는 요르단에서 해수 담수화 프로젝트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거기도 특수 용접 전문가가 필요하지요. 이리저리 도움일 될 인물이니 무조건 영입하실 것 같았습니다.”
해수 담수화 프로젝트로 넘겨짚었군.
활용도가 높은 인물이라는 건 확실했다.
“이거 완전히 졌습니다. 저녁은 제가 사죠.”
“와인은 내가 사지요.”
“그렇게 하십시오. 그런데 특수 용접 전문가가 어떻게 채용 시장에 나온 겁니까?”
특수 용접은 소재, 플럭스, 품질 분석 등등 전문 분야 중에서도 잡학 다식해야 하는 분야다.
웬만해서 회사에서 잘 놓아주질 않는다.
“니콜라스의 특허에 대해 일본 선사에 지분을 팔면서도 보상이 아주 짰다고 하더군요. 그 일로 회사 경영진과 완전히 틀어진 모양입니다.”
“그래요?.”
나는 이번에는 진짜로 놀랐다.
니콜라스의 특허가 일본 선사에 팔려?
설마 그 양반이 LNG 화물창 특허를 가지고 있는거 아냐? 그럼 완전 대박중의 대박인데?
내가 LNG 화물창 원천 특허를 내기엔 이미 늦었지만, 니콜라스의 특허 지분을 살 수는 있잖아.
거기다 나의 21세기 지식을 더한다면 원천 특허에 버금가는 기술 특허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경영진과 싸웠다고 해도 사람 됨됨이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미 조사는 충분히 했습니다.”
“이왕이면 스코우나 니콜라스 모두 롱바텀 회장님이 영입해서 한국으로 보내 주시죠.”
“으흠, 저더러 영입하라고요?”
“그럼요, 이처럼 제 마음을 척척 짚어내셨는데 최선의 계약으로 한국으로 보내 주셔야죠.”
“이거 원, 저녁이나 같이 할까 했더니 일을 받아가는군요.”
“감사합니다.”
차후 특허가 쟁점이 될지도 모르니, 내가 직접 나서 그를 영입하는 것은 피하는 게 좋겠다.
롱바텀 회장과 저녁 식사를 마치기가 무섭게 뀌년으로 넘어갔다.
이미 영국의 신문들도 베트남의 구정 공세에 대하여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었다.
반전 여론이 거세진 것이야 당연했지만, 원래 역사대비 사이공 쪽의 피해가 훨씬 컸다.
그에 반해 뀌년 캠프의 완벽한 방어에 대해선 영국 신문들조차 찬사 일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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뀌년 항구,
“어서와 CS, 언제오나 했었어.”
고델은 사이공에서 타고 온 연락선에서 내리는 나를 발견하자마자 훅하고 다가와 포옹을 했다.
누가 봐도 좋아 죽겠다는 표정이었다.
감정을 숨기지 않는 게 고델다웠다.
“아니, 고델 장군님. 미군이 대패했다는데 너무 좋아하시는 거 아닙니까?”
“대패는 무슨 대패야? 이 정도면 훌륭하지. 언론 나부랭이들이 전쟁에 대해 뭘 안다고 그리 떠들어! 미 대사관에 수류탄 몇 개 떨어진 거뿐이잖아. 여태 정글에서 죽어 나간 병사들이 얼만데, 미국 대사가 죽은 것도 아니었다고!!!”
고델은 사방에 손가락질을 마구 해대며 있지도 않은 기자들을 나무랐다.
“덕분에 뀌년이 주목받았으니 오히려 고마운 일인가요?”
“그건 그렇지. 그런 기사까지도 안 써줬으면 내가 신문사를 싹 다 불 질렀을 거야. 빌어먹을 새끼들, 이왕이면 내 사진도 좀 잘 나온 걸 썼어야지.”
“하하하.”
사실 고델은 어떻게 사진을 찍든 잘생겨 보이긴 힘든 얼굴인데 말이지.
“그건 그렇고, 자네 덕분에 내가 별을 하나 더 달 것 같아. 주베트남 미군 총사령관이 잘렸거든. 크하하하.”
“이런, 축하드립니다.”
즐거운 소식이었다.
그 말인즉슨 조만간 고델이 주베트남 미군 총사령관이 된다는 뜻이었다.
하긴 월맹의 구정 대공세에 맞서 미군의 강력함을 증명한 유일한 장군이 아닌가.
“그럼, 사이공 본부로 가시는 겁니까?”
“무슨 소리야? 여기 뀌년보다 완벽한 기지가 어디 있다고? 미 대사관이든 미군 사령부든 뀌년으로 와야지.”
이렇게 제멋대로라니, 멋진데?
사이공을 포기하고 뀌년을 택하다니, 고델다운 결정이었다.
“사이공은 베트남 수도인데, 거길 비우신다고요?”
“그 빌어먹을 수도 따윈 베트남군이 알아서 지키라고 해. 우린 뀌년과 메콩강 삼각주만 지켜도 충분해. 우린 지켜주러 온 게 아니라, 공산주의자를 막으러 온 거야.”
무슨 일이 있더라도 뀌년은 지키겠군.
다행히 내 그림이 망가지는 일은 없겠다.
< 123 : 퍼즐 조각들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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