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127)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127화(127/589)
< 127 : 골리앗 크레인 >
“원하는 특혜는 딱 세 가지입니다.”
“세 가지나요?”
“들어보시면 납득이 될 겁니다. 먼저 제가 뀌년에서 가져온 중고 부품으로 전차나 트럭을 만들면 우리 군에서 그걸 사주셔야 합니다.”
“아, 중고 부품을 들여오시는군요. 그럼, 혹시 도입 가격은…”
“신품 대비 70% 정도를 받으면 충분합니다.”
“아이고, 그러면 당연히 구매해야죠. 그 정도는 특혜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염 차관이 호쾌하게 웃으며 구매를 약속했다.
내가 만들면 품질은 문제가 없을 테고 가격은 70%니 정부로서도 반길 일일 것이다.
“염 차관님께서는 그리 생각하셔도 명문화를 해놔야 합니다. 일단 뭐라도 사주셔야 제가 방위 사업체를 꾸려갈 수 있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그럼 두 번째는 뭡니까? M16 부품을 생산할 수만 있다면야 뭐든 해야지요.”
염 차관은 확신에 찬 표정이었다.
상공부 장관과 사전에 의견을 맞추고 온 것이 분명했다.
“두 번째는, 차후 정부가 군함을 만들 때 대세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해 주십시오. 투자는 잔뜩 해놓았는데 막상 다른 업체를 선택하시면 굉장히 곤란해집니다.”
“그건 당연한 거 아니겠습니까? 솔직히 대세 말고 군함이나 전차를 만들 회사가 어디 있습니까?”
왜 없나? 앞으로 많이 생긴다.
우리나라의 발전 속도는 상상이었다.
“그래도 명문화를 해주십시오. 그래야 안심하고 투자할 수가 있습니다.”
“그 또한 문제없습니다. 외려 군함까지 생각하신다니 역시 대세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지막 특혜는 무엇인지요?”
염 차관은 군함 제작을 먼 훗날의 일로 생각하지만, 70년대 중반만 되어도 군함을 연이어 발주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은 연안 대륙붕에 대한 조광권입니다.”
“조광권이라뇨, 그게 뭐죠?”
이때 우리나라 관료들은 조광권에 대한 개념도 없을 수도 있겠다.
“조광권은 석유 탐사 및 채굴 권리를 말합니다. 제가 갈프사와 교류가 좀 있지 않습니까? 우리나라 인근 해안에서도 유전이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간 미뤄왔던 조광권을 요청했다.
현재 호프만이 시추선 수리를 거의 마쳤고, 선급을 불러 선체 인증을 받기 전에 정부로부터 조광권을 획득하는 것이 먼저였다.
그다음에서야 탐사하든 가스를 뽑아 올리든 하는 거다.
“석유요? 우리나라에 유전이 있습니까?”
“동해와 남해 대륙붕 쪽에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요? 석유가 얼마나 나올까요?”
“파보기 전에는 아무도 모르죠. 하지만 시도는 해봐야죠. 외국 기업이 관심을 가진다는데, 한국 기업이 먼저 탐사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게 무슨 특혜입니까? 당연히 외국 회사가 우리나라 땅을 파는 것보다 대세가 파는 게 백배 천배 낫지요.”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유전을 발견한다는 보장이 없으니 조광권을 외국 회사에 파는 것이 더 낫다고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바로 달러가 들어오니 말입니다.”
“에이, 매국노나 그리 말하겠지요. 그리고 솔직히 대세가 하면 말릴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염 차관은 우리 대세가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시추 설비를 마련하기조차 쉽지 않은데 말이다.
나도 호프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리 생각해주시니 감사하군요. 여하튼, 우리 대세에 조광권을 내어주십시오. 울산 앞바다와 제주도 먼바다를 탐사해볼까 합니다.”
“어디를 탐사할지까지 준비해두신 겁니까? 제철소와 조선소 챙기는 것만도 바쁘셨을 텐데요”
“준비가 아니라.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하여간 놀랍습니다. 저는 눈앞의 일도 제대로 쳐내기 바쁜데 말입니다. 하하하.”
“염 차관님, 서울 가시면 세 가지 중 조광권부터 챙겨 주십시오. 승인에 필요한 관련 법규부터 제정하셔야 할 겁니다. 대륙붕 탐사권은 국제적인 문제이니, 외교부와도 사전 협의가 필요할 거고요. 여기 관련 서류입니다.”
“허, 이런 국제법이 있었습니까?”
염 차관은 내가 준 서류를 보고 깜짝 놀랐다.
해당 서류는 해양법 국제회의에서 마련된 대륙붕 규정이었다.
1958년 제네바 회의에서 발의되어 1962년에 발표되었으니, 나름 따끈따끈한 국제법이다.
이 역시 태평양운임 동맹을 통해 손에 넣었다.
역시 석유탐사는 해운업과 연관성이 짙었다.
입수한 대륙붕 규정에 따르면 수십 200m까지의 해저 지하자원에 대해선 연안 국가의 배타적인 개발권을 인정하게 되어 있었다.
이 법적 근거는 우리 대한민국에 아주 유리한 국제법이었다.
연안 국가의 범주가 무인도를 제외하고 유인도를 기준으로 하기에 제주도를 기점으로 하면 일본 근처의 제7광구도 온전히 우리 영역이 된다.
원래 역사에서 우리나라는 1970년도에 관련 법령을 만들어 배타적 해역을 주장했는데, 이래로라면 2년 정도 빨라지는 거다.
게다가 지금은 우리 정부가 한일협정에서 평화선도 유지하고 있기에 제7 광구의 주권을 주장하기에는 더욱 유리한 상황이었다.
원래 역사에서는 미국의 알래스카 유전 발견, 노르웨이의 북해 유전 발견으로 1970년도에 세계 곳곳에 석유 탐사 붐이 불자 우리나라에서도 급히 공표된 법령이니 지금 제정해두면 더욱 유리하다.
내가 조만간 울산 앞바다에서 가스전을 발견할 것이고, 7광구는 동아시아에서는 석유 탐사로 가장 의미 있는 곳이니까 말이다.
“음, 정말 우리나라에 유리한 규정이군요. 여하튼, 대세의 조광권에 대한 명분이 있겠습니까? 누군가 특혜라고 공격하면 방어는 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명분은 충분합니다. 일단 석유 탐사 시추선은 해양 플랜트이니 조선의 일종입니다. 게다가 방위산업과도 연관이 있지 않습니까. 석유는 에너지 주권, 즉 국가안보 차원에서 실패를 무릅쓰고서라도 시도해야 하는 사업이 아니겠습니까.”
“그렇군요. 대세 조선의 사업 영역인 데다 방위산업까지 연계되는군요. 명분은 충분하겠습니다.”
“예, 그렇습니다.”
솔직히 정부가 조광권을 승인해준다면 투자자도 수두룩하게 몰려들 것이다.
내가 동해 가스전을 발견하는 즉시 말이다.
“해보겠습니다. 정리하자면 중고 무기 매매권, 차후 군함 사업권, 연안 대륙붕 조광권. 그게 전부인 거죠?”
“예, 맞습니다. 그리만 해주신다면 정밀 가공 기계, 계측기, 전문가들을 투입해 방위산업을 시작해보겠습니다. M16 정도야 마음만 먹으면 6개월 안에 만들 수 있게 말이지요.”
“6개월이라고요?”
“왜, 안 믿기십니까?”
“아닙니다. 우 사장님이라면 하고도 남겠지요. 하지만, 청와대에 그리 보고하진 않겠습니다.”
염 차관도 나와 일하는 시간이 길어져서 그런지, 판세를 읽는 눈이 꽤 늘었다.
“예. 염 차관님만 믿겠습니다. 정부에서 대륙붕 주권을 선언하고, 국회에서 해저 광물자원법이 통과되면 그때 찾아뵙겠습니다.”
“아하, 그게 신호가 되는군요. 그럼, 조선소 일도 바쁘실 텐데 이만 가보겠습니다.”
“예. 오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다음엔 제가 서울로 가겠습니다.”
나는 염 차관을 배웅하고 다시 현장으로 향했다.
강재 전처리 공장이며, 소조립 공장이며, 마무리며 할 일이 태산이었다.
***
며칠 뒤,
“사장님, 서독 기술자 회의 준비 되었습니다.”
“드디어 오늘이 그날이군요.”
우리 골리앗 크레인 제작을 맡은 서독 PHB사(社)와 기술 회의를 하는 날이었다.
항공편으로 보내온 자료를 미리 살펴보았는데 뉘앙스는 뻔했다.
최대 중량 1000톤짜리 크레인은 말도 안 되고, 최대 중량을 450톤까지는 어찌어찌 올려주겠다는 게 요지였다.
“반갑습니다. CS Woo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PHB 기술팀장 누만 그라프라고 합니다.”
PHB사의 팀장을 비롯해 엔지니어들도 우르르 몰려와 각자 소개를 했다.
엔지니어가 다섯 명이나 몰려온 것으로 보아 머릿수로 찍어 누르려는 느낌이 들었다.
괜히 예의상 이야기를 들어주다간 시간이 한도 끝도 없이 들겠다.
“그라프 팀장, 실무진끼리 얘기하라고 하고 저와 같이 산책이나 하시죠.”
“예에? 회의 전인데 산책이라니요.”
“우리가 자리를 비워야 실무진끼리 잘 싸우지요. 기술적인 논쟁은 실무진에 맡깁시다.”
내가 모두를 설득할 필요는 없었다.
타깃은 팀장 하나로 족했다.
“아, 그렇군요.”
실무진끼리 잘 싸운다는 말에 그라프 팀장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나는 그에게 야드 건설 현장부터 보여주었다.
보여줄수록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신생 조선소로 알고 있었는데, 벌써 이렇게 건설을 진행되었을지 예상 못 했을 것이다.
“저기가 강재 전처리 공장이고, 여긴 소조립 공장입니다. 엊그제 동시에 개관했지요. 저쪽 해안에 서 있는 것은 하역 안벽 크레인인데 50톤짜리 블록을 들어 옮길 수 있지요. 여기 1, 2 도크는 진척도가 대충 30%를 돌파했고 말입니다. 이제 크레인이 들어와야 하는 시점입니다.”
“신생 조선소라고 들었는데…”
이게 어찌된 일이냐는 얘기겠지?
“모두 석 달 사이에 지었습니다.”
“석달이라고요? 그… 그게 가능합니까?”
가뜩이나 돌출된 그라프 팀장의 눈이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았다.
“가능합니다. 우린 지금 사투를 펼치고 있거든요. 이 조선소는 자그마치 1억 7000만 달러짜리 도박입니다. 만약 이 도박이 실패한다면, 우리 회사는 물론 한국이 통째로 흔들흔들할 겁니다.”
내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지금 우리나라 외화보유액은 수억 불도 채 안 되며, 올해 수출 목표조차 4.7억 불에 불과했다.
그런 와중에 1.7억 불이 나자빠지면 나라가 무사하겠나? 나 혼자 중정에 끌려가는 것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그런 큰 도박을 하시는데 크레인마저 도박을 하시면 어찌합니까? 최대 중량 1000톤짜리 크레인은 포기하시지요. 여타 일류 조선소조차 450톤짜리로 조업을 충분히 잘하고 있습니다.”
“내가 450톤에 만족한다면 영원히 삼류 조선소 취급을 받겠지요. 그 정도 설비로는 일류 조선을 쫓아가기도 바쁠 테니까요. 난 설령 도박이라고 해도 초일류 시설을 투자해 경쟁에서 이기고 싶습니다. 1000톤짜리 골리앗 크레인은 우리의 최대 무기가 되어줄 겁니다.”
내 말에 반박하기가 쉽지 않았던지 한참을 생각하던 그라프 팀장이 입을 열었다.
“저희는 고객에게 검증된 설비를 제공해야 하는 책임이 있습니다. 최대 중량 450톤짜리 크레인은 서독, 일본, 벨기에, 영국, 스웨덴 등등 선진 조선소에서 검증된 최신형입니다. 신생 조선소라면 그걸로 시작하셔야 합니다.”
장비 제작사로선 보수적으로 말할 수밖에.
이해가 안 되는 바는 아니었다.
“우리 도크를 보시죠. 폭 80미터에 길이가 600미터가 넘는 초대형 도크입니다. 저곳에 고작 450톤짜리 블록을 옮기며 조립한다고 하면 저 도크를 100%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죠. 우린 반드시 1000톤짜리 크레인이 필요합니다. 우릴 통해서 검증하십시오. 도와주겠습니다.”
“도와주신다고요?”
“우리 회사 외에 어떤 미친놈이 1000톤짜리 크레인을 시험해줄까요?”
내 말에 그라프 팀장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헌데, 그 표정이 점차 진중하게 변해갔다.
만약 1000톤짜리 크레인이 성공한다면?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을 것이다.
“무슨 말씀인지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저희도 아무 근거 없이 최대 중량을 늘릴 수는 없습니다. 설계 모형실험, 강재 특성까지 감안하면 시도해 볼 만한 최대 중량은 900톤이 한계입니다.”
900톤이라니 450톤의 딱 두 배였다.
900톤까지는 모형실험을 해봤다는 소리네.
“최대 중량 900톤이라면 내 기준에 거의 부합하는군요. 그 스펙으로 만들어봅시다.”
“만약 사고라도 난다면…”
“사고 안 납니다. 내가 도와주리다.”
“도와주신다고요?”
21세기 중공업 엔지니어가 도와준다니까.
이런 일 한두 번 해본 게 아니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마시라.
“크레인 단가도 1500만 달러를 쳐주죠.”
우리나라 돈으로 40억이나 되는 거금이다.
이때 크레인이 대부분 25억 정도 하니까, 자그마치 60%나 올려준 가격이다.
팀장으로선 거부하긴 힘든 단가일 것이다.
“도와주신다니, 일단 외관 사양부터 결정해야 합니다. 스펙 제시가 가능하겠습니까?”
어쭈, 바로 시험에 들어가는 건가?
그 정도는 쉬운 질문이었다.
“높이 104m, 폭은 206m로 합시다. 최대 리프트 높이는 91m로 하고 말이죠. 소재는 항복강도 400MPa을 만족하는 고강도 탄소강으로 하고 총 무게는 5500톤으로 산정합시다.”
나는 21세기 최대 중량 900톤짜리 크레인 스펙을 줄줄 읊어 주었다.
“그… 그렇게 설계한다면… 그러게요, 숫자는 적절해 보이는군요. 하지만…”
“우려하는 문제가 더 있습니까? 말 해봐요.”
“900톤짜리 블록을 들어 올린다고 가정하면 크레인의 변형 허용한계를 정해야 합니다. 해당 근거 데이터가 없으면 누구도 승인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 회사는 물론 보험회사도 거부할 테고, 그리고 수출 승인도 나지 않을 겁니다.”
그래 맞는 말이다. 책임질 사람이 없지.
“버팀대 중앙을 기준으로 1m가 휘어질 수 있고, 기둥은 좌우로 1m씩 흔들릴 수 있게 허용한계를 설정하고 설계합시다. 초속 50m 강풍을 고려해 모형실험 데이터를 주면 내가 승인하겠습니다.”
“… 정말 그 조건으로 승인을 하시겠다고요?”
“그럼요. 그 조건만 만족하면 쓰다가 망가져도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습니다.”
소송을 제기할 이유가 없다.
그 스펙이면 10년 20년을 써도 아무 문제 없으니까. 21세기에 실제 사용으로 증명되었다.
“진심입니까?”
“팀장님 보기에 제가 지금 농담하는 것 같습니까? 그럼 이제 딴소리 없이 만드는 겁니다.”
“아아, 한 가지 더 남았습니다. 입고 일을 조정해야 합니다. 6개월은 더 걸릴 것 같습니다.”
“뭡니까? 재료야 다 있을 거 아닙니까?”
“그게 아니라, 말씀하신 스펙의 기둥을 만드는 게 그리 쉽지 않습니다. 자그마치 100m가 넘는 특수 강재 기둥이지 않습니까?”
이 양반 엄청 깐깐하네.
아니, 깐깐해서 오히려 믿음이 갔다.
일을 하려고 생각하니 이것저것 챙기는 거다.
“기둥은 내가 구해줄 테니까, 본사로 돌아가서 크레인의 나머지 부문만 만들어요. 기둥값으로 500만 달러는 들어갈 테니, 설비가는 1000만 달러로 합시다.”
“무슨… 기둥을 어디서 구해오신다는 겁니까?”
“어디서긴요? 미국에서 가져오면 되죠.”
“우 사장님. 뭔가 착각하시는 것 같은데, 미국 아니라 전 세계 그 어떤 크레인 제작사를 뒤져도 그런 기둥은 없습니다.”
“크레인 제작사만 기둥을 만드는 게 아니니 걱정은 그만하시고, 나머지만 스펙대로 잘 만들어 주십시오.”
밴 플린트나 낸시를 통하면 될 것이다.
모스볼 군함처럼 100m짜리 기둥이 버려져 있을 테니까.
< 127 : 골리앗 크레인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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