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128)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128화(128/589)
< 128 : 40년짜리 솔루션 >
“사장님, 다녀오십시오.”
“내가 없는 동안 공사 잘 챙겨주시기 바랍니다.”
“염려 마십시오, 사장님. 크레인 꼭 가져오시기 바랍니다.”
단충기 차장이랑 직원들은 나를 배웅하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들도 일하다 보니 크레인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고 있었다.
부산 영도에서 50톤짜리 블록을 계속 갖다 주고 있는데, 그걸 도크에 가져다 놓고 이어붙인들 정 위치로 옮길 수 없으면 말짱 꽝이다.
솔직히 한두 개까지는 어떻게 한다고 해도, 100톤 이상 넘어가면 인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무게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블록이 쌓이는 속도를 보니 무엇보다 크레인이 아쉬웠을 거다.
“크레인을 가져오는 게 아니라 크레인의 기둥… 아니 됐습니다. 크레인 설치와 블록 조립을 동시에 시작할 테니까, 직원 교육 단단히 해두십시오. 이제 절대 연습 없습니다.”
“예, 사장님.”
와중에 조선소 경험이 있는 이들은 영도에 있고, 영국과 일본으로 연수를 보낸 베테랑들은 본격적인 조립이 시작될 때 합류할 것이기에 이곳 현장에서는 일반 용접공 교육이 한창이었다.
“기 비서, 창원으로 가주겠습니까?”
“예, 사장님. 아, 공항이 아니고요?”
“출국 수속까지 시간이 좀 남아서 짧게라도 둘러보려고요. 출발합시다.”
“네, 사장님. 눈이라도 좀 붙이십시오.”
기 비서 덕분에 나는 오랜만에 단잠에 빠졌다.
***
“도착했군요.”
“예, 사장님. 현재 연구소 인력은 총 85명으로 계속 충원 중입니다.”
기 비서도 비서실에 합류한 뒤로 정보 정리가 훨씬 깔끔해졌다.
‘황 영감님이 내려오신 지 이제 두 달짼가?”
건물은 연구소라기보다는 공장에 가까웠다.
하긴 이 시대에 21세기 인간의 눈에 연구소로 보일만 한 건물이 몇 개나 있겠나.
“우 사장, 먼 길 오셨습니다. 어서 안으로.”
“황 영감님… 아니, 황 소장님.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하하하, 보면 모르겠나? 오랜만에 젊은이들이랑 일하니 아주 힘이 펄펄 나고 좋구려.”
황 영감님의 표정이 아주 좋았다.
연구소 곳곳에 활기찬 분위기가 느껴졌다.
간혹 얼굴이라도 비춰서 직원들 사기를 챙겨줄 요량으로 찾아왔는데, 이미 으샤으샤 잘하고 있었다.
겉보기와 달리 건물 안은 연구소다웠다.
각종 공구와 설비가 즐비했고, 무엇보다 기술자료가 잘 정리되어 있었다.
도서관을 연상케 할 만큼 주제별로 잘 분류되어 있었고, 서로 논의할 수 있게끔 큰 칠판과 책상도 여러 개 놓여 있었다.
“찬 바람이 불 땐 따끈한 차부터 한잔하셔야지. 둘러보더라도 그다음에 둘러보시게.”
황 영감님이 내 손을 붙잡고, 휴게실인지 회의실인지 모를 곳으로 데려갔다.
창문 너머로는 실습실인지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심재홍씨를 비롯한 몇몇이 엔진을 가운데 두고 모여 있었다. 슐츠 디젤 엔진을 모사해보고 있는 것이리라.
역시 연구개발은 선진 제품을 모방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법이다.
“재홍씨가 아주 열심이군요.”
“응, 심 과장은 정말 사람이 아니야. 숫제 제작 기계야. 슬쩍 버니어 캘리퍼스를 갖다 대나 싶으면 어느샌가 선반을 드르륵 돌려 부품을 툭툭 만들어낸다니까.”
황 영감님은 신이 난 듯 온갖 의성어에다 과장된 손짓까지 섞어가며 칭찬을 했다.
“하하하, 드디어 마음에 드시는 제자 한 명 구하신 겁니까?”
“그게 표시가 났는가? 허허, 여하튼 내가 알고 있는 걸 죄다 알려줄 수 있겠어. 딱 한 번만 알려줘도 바로 알아들으니 말이야.”
“분야가 전혀 다를 텐데요?”
“나도 그게 아주 신기했다네. 어찌하나 하며 중합기를 설명해줬더니, 토시하나 안 까먹고 죄다 외워버리더군. 그리고 맨날 며칠을 끙끙 앓더니 나름대로 소화를 하더라고. 자네와는 좀 다른 종류의 천재같아.”
현재 한국 화학 산업에서 1인자라고 할만한 황혜성 사장도 모자란 아들이라며 타박하는 황 영감님이 천재라고 칭할 정도니 정말 대단한 모양이다.
“소장님께서 잘 가르쳐 주십시오..”
“그럼, 대세에 이바지할 인재로 키워야지. 내가 약속하지.”
황 영감님이 자신 있게 말씀하시는 걸 보니 정말 자신의 모든 것들을 가르쳐줄 생각인 모양이다.
솔직히 나도 황 영감님이 어떻게 석유화학 중합로를 만들었는지 알고 싶은데 그럴 만한 시간이 없는 게 아쉬울 뿐이다.
“아, 사장님. 오셨습니까?”
창문 너머로 날 봤는지 재홍 씨와 더불어 수십 명의 연구원이 죄다 달려왔다.
나는 일일이 이름을 묻고 악수를 했다.
대세 해운의 도서관에서 봤던지, 낯설지 않은 사람도 몇몇 눈에 띄었다. 역시 우리나라에서 열심히 하는 이들은 죄다 대세로 들어오는군.
열심히 해서 꼭 부자 되세요.
대세에서 진급하면 연봉이 세답니다.
“열심히 하니 보기 좋군요. 연구소 초창기라 부족한 게 많을 텐데 건의들 많이 해주십시오. 최대한 지원하겠습니다.”
“아닙니다. 연구소에서 장비, 서적, 인력에다 숙식까지 최고 수준으로 맞춰주시니 더 이상 바랄 게 없습니다. 모자란 게 있다면 제 능력이겠지요.”
“심재홍 씨 정도면 정밀 기계 분야에서는 한국 1인자, 아니 세계에서도 손꼽힐 겁니다. 엔진 초도품이 나오게 된다면 제일 먼저 나를 불러줘요. 그때 나도 아이디어를 보태고 싶으니까.”
모사품이긴 해도 초도품은 초도품이다.
어서 보고 싶었다.
“예. 황 소장님을 비롯해 많은 연구원이 함께하니 곧 초도품이 나올 것 같습니다. 그 즉시 본사로 달려가겠습니다.”
어느 정도 진전이 있는 모양이다.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21세기 엔진이야 수천 명의 연구 인력들이 온갖 시뮬레이션과 최첨단 설비를 통해 개발하지만, 초기 자동차 엔진은 대부분 고졸 출신의 엔지니어들이 기계 회사에 입사해서 만들어냈다.
심지어 스포츠카의 엔진은 기술자 출신이 아닌 레이서가 스피드에 매료되어 엔진 개발자로 거듭난 예도 많다.
그만큼 공학은 전문 지식보다 기계에 대한 애착이 개발에 가장 중요한 요소다.
특히 엔진은 수치 해석이나 이론으로 극복할 수 없는 노하우가 분명히 존재하니 더욱 그러하다.
물론 21세기로 넘어오면 기계 산업이 전자 산업과 융합되면서 순수 엔지니어링만으론 엔진 개발이 불가능해졌지만, 아직은 60년대 아닌가.
“바쁘신 우 사장이 우리가 뭘 하는지 구경하러 온 것은 아닐 테니, 말씀하시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뭔가?”
황 영감님은 내게 차를 따르며 점잖게 연구 과제를 내놓으라고 했다.
“여긴 황 소장님의 연구소입니다. 일단 뭐든 자유롭게 연구해보셔야죠. 심지어 출자금도 상당 부분 황 소장님이 내시지 않았습니까?”
“공치사는 그 정도면 충분하네. 허니, 해야 할 일을 말해보게. 회사를 세웠으면 돈 버는 일을 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
백번 옳으신 말씀이다.
“이번에 제가 미국 출장을 가면 정밀 가공 기계와 계측기를 들여올 생각입니다. 그걸 여기 연구소에서 운영하셨으면 합니다.”
“운영이야 얼마든지 해야지. 헌데, 무슨 제품을 만들려고 미국까지 가서 장비를 또 사 오나? 공작 기계라면 여태 실어온 것들이 꽤 되는데 말이지.”
“단순 수동 선반 정도가 아닙니다. 방위산업을 하려면 100분의 1밀리 이상의 정밀도가 필요합니다. 최신형 공작 기계와 계측기를 가져올 겁니다.”
“방위산업? 서… 설마 우리가 무기를 만든다는 건가?”
“완제품까진 아니고, M16 소총에 쓰이는 부품 생산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하아, 우 사장! 큰일 하셨네! 큰일 하셨어!”
황 영감님이 내 손을 덥석 잡더니 눈물을 글썽거렸다.
“황 소장님, 무기가 아니고요. 그냥 부품 정도를 시작하는 겁니다.”
“그게 어딘가? 나라 지키는데 필요한 일 아닌가. 뭐든 도와야지. 기계 살 돈은 부족하지 않은가? 내가 집이라도 팔겠네. 내가 징용 끌려가느라 독립운동은 못 했지만, 이제 돈이 꽤 있어!”
황 영감님은 얼굴이 상기되어 계속 내 손등을 두드렸다.
“황 소장님, 국가에서 투자할 테니 염려 마십시오. 그리고 이제 시작이니 정밀 기계 가공법을 연구해주십시오. 그게 독립운동입니다.”
“그래, 내, 열심히 연구하지. 우리 땅을 탐내는 놈들을 물리칠 무기만 만들어낼 수 있다면, 내 목숨이라도 바치겠네.”
이렇게 반응이 격할 줄은 몰랐다.
‘무기는 물론, 언젠가는 군함도 만들 겁니다. 기대하세요.’
확실히 황 영감님은 전쟁을 겪은 세대라 방위산업이 갖는 의미가 전후 세대와는 다른가 보다.
“그럼, 이 일을 맡으시는 거로 알겠습니다. 기계를 들여오면 엔진 개발과 함께 인력을 잘 배분해주십시오. 조만간 정부에서 요청이 올 겁니다.”
보나 마나 대세에서 M16 부품을 생산하게 될 거다.
이 기회를 놓칠 정부가 아니다.
대세로서도 조광권을 얻는 조건이면 나쁜 거래는 아니다.
“어서 미국으로 가게. 어서! 괜히 바쁜 우 사장 시간을 뺏었구먼. 다음엔 우리가 찾아가겠네.”
“아닙니다. 제가 종종 찾아오겠습니다.”
“황 소장님 말씀이 옳습니다. 결과물이 나오면 본사로 가서 보고드리겠습니다. 사장님.”
“허허, 심 과장 말이 맞아. 개발과장답구먼.”
벌써 황 소장님과 재홍 씨가 죽이 잘 맞았다.
이미 재홍 씨를 개발과장으로 임명한 모양이다.
황 영감님의 조직 장악력은 걱정할 필요 없겠다.
이미 다 잘하고 계시네.
역시 보통 영감님이 아니야.
“그럼, 첫 번째 보고를 기대하죠.”
“어서 가시게. 어서.”
“살펴 가십시오.”
나는 그 길로 도쿄를 거쳐 미국으로 향했다.
언제 직항이 생길까.
매번 비행기를 갈아타는 것도 고역이었다.
***
뉴욕 월가,
나는 약속 시각에 맞춰 코리아 소사이어티로 향했다. 아무래도 이 일엔 밴 플린트 장군이 편했다.
이런 일에 낸시 같은 현역 정치인의 도움을 요청할 이유는 없었다.
철컥.
“어서 오십시오. 우 사장님. 의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밴 플린트의 비서가 달려와 문을 열어주었다.
거침없이 의장실까지 올라갔다.
“어서 와, 요르단에서 만난 후로 처음인가?”
밴 플린트는 아침부터 시가를 피우고 있었다.
“다리 아프다고 계속 그러시더니 괜찮으십니까?”
“엘리베이터를 고장 내버릴 걸 그랬군.”
“하하하.”
날 보면 장난을 치고 싶은 모양이다.
시답잖은 농담이었지만 살짝 웃어주었다.
“대체 무슨 일이야? 점심시간에 맞춰서 오면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라도 하면서 얘기를 나눌 텐데, 사람을 이렇게 아침 일찍 나오게 하다니.”
“혹시나 케네디 우주센터를 가야 하나 싶어서 아침 일찍 서둘렀죠.”
“케네디 우주센터? 뭐야? 설마 이젠 우주선까지 띄우려는 거야?”
“무슨 농담도. 미국 정부도 힘겨워하는 사업을 제가 어떻게 합니까? 저는 거기에 버려진 것에 관심이 있을 뿐입니다.”
“나사에서 가져갈 게 뭐가 있어? 설마 로켓 기술은 아니겠지? 그건 나도 어떻게 못 해줘.”
그럴리가 있나.
괜스레 그런 걸 탐냈다간 다시는 미국에 들어오지도 못할 텐데 말이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저는 로켓 발사대의 메인 기둥을 사 갔으면 합니다.”
“로켓 발사대 기둥? 그건 대체 어디다 쓰려고?”
밴 플린트는 고개를 갸웃했다.
“조선소 골리앗 크레인의 버팀 지주로 사용하려고요. 서독 회사도 그런 지주를 대번에 만들지는 못하더라고요.”
옥포 조선소에서 81년도쯤에 나사에서 구매한 골리앗 크레인 기둥이 아폴로 발사대 기둥이었다.
말만 들으면 엉뚱해 보이지만, 이보다 나은 솔루션은 없다. 그걸 40년째 써도 문제가 없거든.
로켓 발사대의 메인 기둥은 엄청난 고온과 전단 응력을 견디는 놈이다.
60년대에 이보다 크고 튼튼한 기둥은 없다.
“허, 그런 용도로도 쓸 수 있단 말인가?”
“높이도 딱 110m 정도로 적당하고, 특수 강철인 데다, 나사로선 싸게라도 처분했으면 하는 구조물이니 이보다 나은 게 어디 있겠습니까? 다리 좀 놔주십시오.”
원래 역사대비 시점이 좀 이르긴 하지만, 구매하는 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나사는 아폴로 11호까지 매번 로켓 디자인과 발사대도 새것으로 교체했거든.
즉, 지금도 버려진 기둥은 수두룩할 거다.
“으흠, 그래. 도와주지.”
으흠? 너무 쉽게 들어주는데?
대가를 말하든, 빚을 지우든 할 줄 알았는데 말이다.
“이렇게 그냥 들어주시는 겁니까?”
“이 정도의 일에 대가를 요청할 생각은 없어. 사이공이랑 달리 뀌년에선 사상자가 없었던 것이 자네 덕분이었더군.”
‘고델이 연락을 해줬군. 역시 정치적이야.’
딱히 밴 플린트를 염두에 두고 한 일은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 일은 개인적으로 고마워.”
밴 플리트가 개인적인 고마움을 표시하다니, 상당히 의외였다.
“북한의 도발이 예전과 확연히 달랐기에 뀌년에도 경고를 주었을 뿐입니다.”
“목숨을 빚진 거야 내 후배들이지만, 갚을 건 갚아야지. 로켓 발사대 기둥 정도면 별다른 문제 없을 거야. 나사에도 아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니니까.”
역시 정재계의 큰손다웠다.
“감사합니다.”
“그보다 요르단 공사는 잘 되어가고 있겠지? 내가 CS 자네를 믿고 BR사 입김을 최대한 배제하고 있다는 건 알아줬으면 해. 삐끗하면 안 돼. 요르단이고 이스라엘이고 영 껄끄러운 상대라고.”
“잘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번에 저수지도 성공했으니 일단 시간은 벌었습니다.”
“비가 내렸다는 소리도 들었어. 우리에게 행운이 따르는 것 같아.”
“그냥 행운이 아니라 큰 행운이죠.”
“자네 조선소에도 행운이 따르길 바라네.”
밴 플린트는 내게 행운을 빌어주며 피우던 시가를 비벼껐다.
“지금 우주센터로 출발하시는 겁니까?”
“출발은 무슨? 여긴 한국이 아니야. 오늘 당장 찾아가서 물건을 빼 올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내가 먼저 의사 타진부터 할 테니, 자넨 쇼핑이나 하게.”
“쇼핑이라고요?”
“왜 그래? 미국 오면 늘 하는 게 쇼핑하잖아? 인재 쇼핑이든, 장비 쇼핑이든, 자네가 좋아하는 서적 쇼핑이든 뭐든 하라고. 내게 딱 사흘만 주면 돼.”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자의든 타의든 쇼핑 시간이 생겼다.
“귀국하기 전날엔 같이 저녁 식사나 하자고. 가기 직전까지 바쁘게 돌아다니지 말고 말이야.”
밴 플린트는 그리 말하며 휙하니 의장실을 떠났다. 이 정도 일 처리에 3일이면 미국인치고는 빠른 건가.
< 128 : 40년짜리 솔루션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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