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13)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13화(13/589)
< 013 : 갖다 버려 >
“당연히 너도 면접관이지. 우린 공동 창업자 아니냐?”
“어쭈, 말은 잘한다?”
“면접관답게 자세나 잡아. 먼 훗날 우리 면접을 통과했다는 게 굉장한 자랑거리가 될 테니까.”
“하하하. 제발 그리 됐으면 좋겠다.”
진담이었는데 녀석은 농담으로 받아들였다.
여하튼, 피식거리면서도 공장 입구에 책상과 의자를 세팅하기 시작했다.
“구 반장들!”
“예, 사장님.”
“10명씩 순차적으로 들여 보네요. 면접 볼 겁니다.”
“예, 사장님.”
“와아아아아! 우릴 뽑아준대!”
“공장 입구 닫아걸어요. 이제 딴 사람들 못 들어오게.”
“예, 사장님.”
면접을 보겠다고 하니 환호가 이어졌다.
못해도 4, 5백 명은 되니까, 평범한 방법으론 하루 종일 면접을 봐도 모자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내겐 비장의 무기가 있지.
“자, 들어와요.”
우르르르…
들어오는 이들의 모습이 제각각이었다.
환하게 웃으며 자신 있게 들어오는 이들부터, 조심스럽게 따라 들어오는 이들, 쭈뼛거리다 휙하니 문을 빠져나오는 이들까지 다양했다.
“자기소개부터 하세요.”
“예, 저는 성동공고 18회 졸업생으로 닭표합섬에서 2년간 일했고…”
“짧게요. 다음 분, 자기소개 해보세요!”
“예, 저는 인천공고…”
지원자들에게 자기소개를 시켰고, 난 삼복이와 눈빛을 교환했다.
우린 눈짓만으로 1차 합격자를 골라냈다.
삼복이도 자기소개를 하는 목소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다.
목소리가 또렷하고 크면 기본적으로 정직하며,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다.
“자 각자 큰 소리로 따라 해봐요. 난 정직하며, 성실하고, 언제나 솔선수범했다. 일 시켜봐라! 난 뭐든 잘한다!”
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 시범을 보여줬다.
지원자들은 순간 바짝 얼어버렸다.
내 말을 그대로 따라하면, 마치 그들이 사장인 내게 반말하는 꼴이었으니까.
난 반말도 전혀 상관없었다.
대세 그룹의 초창기 멤버가 되려면 이정도 깡은 있어야지.
“난 정직하며, 성실하고, 언제나 솔선수범했다. 일 시켜봐라! 난 뭐든 잘한다!”
“뽑아주십시오! 전 뭐든 잘합니다!”
어라, 쭈뼛거리며 못할 줄 알았는데 자신감 뿜뿜하는 이들이 꽤 있었다.
진정 자신에 대해 자부심이 있는 이들이었다.
다들 무슨 공고 1등이라더니 정말인가 본데?
‘60년대 창업은 땅 짚고 헤엄치기였네. 이런 이들이 사방에 널려 있다는 말이잖아.’
재벌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게 다 이유가 있었네. 이런 인재들이 월급 15000원에 성심성의껏 일해 주는 시대라니. 못할 일이 뭐가 있었겠나.
심지어 이런 적극적인 이들 중에서도 베스트 오브 베스트를 뽑아낼 수 있다.
역시 낭만시대!!!!!!
내가 해줄 일은 이들을 제대로 대접해주는 것이다. 우리나라 재벌들이 저질렀던 일을 절대 반복하지 않을 테다.
‘합격자는 기계실로, 탈락자는 뒷문으로 내보내. 다시 못 들어오게.’
“자, 2번 7번 분은 저쪽 방으로 가시고, 나머지는 저 따라 오세요. 어서요.”
삼복이는 척하면 척이었다.
단박에 1차 합격자와 탈락자를 나눴다.
“다음 분들. 들어오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됐고요. 모두 큰 소리로 따라 해봐요. 난 정직하며, 성실하고, 언제나 솔선수범했다. 일 시켜봐라! 난 뭐든 잘한다!”
“… 난 뭐든 잘… 한다.”
“… 어어…”
“난 정직하며, 성실하고, 언제나 솔선수범했다. 일 시켜봐라! 난 뭐든 잘한다!”
불쑥 들이미니 반응이 제각각이었다.
빠르고 좋았다.
“자자, 3번 분은 저쪽 방으로 가시고, 나머지는 저 따라 오세요.”
삼복이도 척척 알아서 잘 정리했다.
***
“휴우, 찬수야. 이제 끝이다.”
“합격자가 몇 명이냐?”
5백여 명을 일일이 구호를 외치게 하는 것도 시간이 꽤나 걸렸다. 벌써 해가 넘어가고 있었다.
“남자 반장급은 32명이고, 여공은 120명이야.”
“이야, 그리 골랐는데도 그렇게나 많아?”
“어쩔 거야? 이제 관상이라도 볼 거야?”
“아니, 밥 먹여서 보낼 사람 보내야지.”
“……”
삼복이는 아무런 말없이 내 얼굴만 쳐다보았다.
이제는 날 이해하려는 노력조차 안했다.
이번 일도 설명은 좀 해줄래? 하는 눈빛이었다.
“뭔 눈빛이 그래? 저녁 시간인데, 사람들 밥은 먹여서 보내야 할 거 아냐?”
“설마… 모두 합격시킬 건 아니지? 아무리 일감이 많아질 거라고 해도 다 뽑으면 우린 망해.”
“그래서 밥 먹여서 보낸다고 하잖아. 시간 없어, 이 앞에 나가서 국밥이란 국밥은 다 시켜와.”
국밥 150인분이면 이 근처 국밥집의 솥을 싹 쓸어 와야 할 거다.
“휴우, 그래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지. 어찌됐든 결과는 늘 좋은 것 같으니까.”
“난 순대국밥! 들깨가루 듬뿍!”
나는 공장 밖으로 향하는 삼복이 등에 대고 크게 소리쳤다.
“하아…”
“사장님, 저희들도 밥 사주시나요?”
“당연하죠. 구 반장들도 오늘 수고 많았는데요. 이 부장이랑 같이 가요. 가서 국밥이란 국밥은 싹 쓸어와요.”
구 반장들도 삼복이를 따라 시장으로 향했고, 곧이어 국밥 아줌마들이 솥 째로 리어카에 싣고 공장으로 들이닥쳤다.
역시 아줌마들이 제일 빠르다.
“이리오세요. 순대국밥이에요. 이리! 이리!”
“아가씨는 뜨끈한 우거지 해장국이 낫지? 이리와요. 어서요.”
“얼큰한 장터 국밥 있어요!! 이게 제일 맛나요.”
“뭐해요, 다들 한 그릇씩 해요.”
“감사합니다. 사장님.”
순식간에 공장 안은 식당으로 변해버렸다.
아줌마들은 서로 누가 먼저 국밥을 퍼주냐를 경쟁했고, 1차 합격자들은 어리둥절하면서도 다들 국밥을 한 그릇씩 받아들었다.
“1시간 뒤에 최종 면접 볼 겁니다. 시간은 충분하니, 다들 편하게 드세요.”
“감사합니다.”
“많이 드세요.”
60년대답게 다들 숟가락만 들고 있더니, 내가 숟가락을 들고 나서야 다들 국밥을 후후 불어가며 들이키기 시작했다.
아직 봄은 멀었기에, 뜨끈한 국밥만큼 괜찮은 식사는 없었다.
나는 국밥을 들고 2층 다락방에 올라갔다.
창문으로 1층을 내려다보면서 식사를 했다.
왁자지껄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식사를 마치는 시간도 제각각, 그 뒤에 하는 행동도 모두 제각각이었다.
“최종 면접은 어떻게 볼 거야?”
“뭔 최종면접? 다 끝났는데.”
“응?”
다락방에 올라온 삼복이를 창문 쪽으로 휙하니 돌려 세웠다.
“잘 봐. 저기 밥 빨리 먹고, 청소 도우는 애들 있잖아. 저들이 최종 합격자야.”
1차 합격자라면 웬만큼 자부심이 있는 이들이다.
그들 중에 밥도 빨리 먹고 청소까지 도우는 이들은, 진짜 솔선수범하는 이들인데다 몸까지 튼튼한 이들인 거다.
한마디로 베스트 오브 베스트지.
“미친 놈. 밥 빨리 먹는 순으로 뽑는 거냐?”
“우리가 가진 가장 큰 경쟁력은 속도야. 속도!”
“속… 속도?”
“농담이 아니야. 세상에 돈은 많아. 흩뿌려져 있을 뿐이지. 빠르게 뛰어서 먼저 줍는 자가 임자야.”
“… 왠지 느낌이 팍 온다! 속도전!”
짜식, 감은 좋다니까.
6, 70년대 같은 고도 성장기에는 속도가 곧 경쟁력이다. 먼저 사업 아이템을 선점하고 궤도에 올려놓는 자가 재벌이 되는 거다.
주어진 시간은 누구에게나 같다는 측면에서 공평하기까지 하다.
“어서 내려가서 저 사람들 한쪽으로 몰아. 이러다 탈락자와 섞이겠다.”
“알았어. 속도전!”
삼복이는 부랴부랴 1층으로 내려가 밥 빨리 먹고 청소하던 이들을 한쪽으로 몰아갔다.
못해도 반장급 9명, 여사원 48명은 충분히 될 거 같았다.
“식사 잘 하셨나요?”
“예!!!”
“자, 그럼 이제 집으로 돌아가세요.”
“??? 예에? 최종 면접은요?”
“최종 면접 끝났어요. 합격 통지는 개별적으로 할 테니, 돌아가시면 됩니다. 구 반장들, 이분들 밖으로 모셔요.”
“출문은 이쪽입니다.”
“합격은 개별 통지 하신답니다. 이쪽으로 나가세요. 어서요.”
“어어…”
구 반장들이 탈락자를 우르르 몰았다.
밥은 먹였으니, 면접비는 챙겨준 꼴이었다.
나는 공장 문을 잠그고 기계실 안쪽을 향해 소리쳤다.
“여러분들, 나랑 돈 좀 벌어볼래요?”
“어? 사장님, 저희 합격인가요?”
“네, 여러분들은 합격했어요.”
“와아아아!”
“우리 합격이래요. 합격!!!”
“화끈하게 돈 벌게 해줄게요. 일단 월급 15000원부터 시작합시다.”
화끈하게 돈 버는 것.
만들면 팔리는 초 호황기에 이런 이들과 함께라면 어렵지 않을 것이다.
“와아아아!”
“와아아아아! 15000원!”
기계실 안쪽에 있던 이들은 내 말에 펄쩍 펄쩍 뛰며 좋아라했다.
대세 그룹의 최초 신입사원이었다.
***
보름 뒤,
돈 빌리고, 사람 뽑고, 공장 인수하고, 제직기를 정비하고, 혜성 나일론에서 원사를 납품받고, 그걸로 원단 시험 생산까지 하다 보니 시간이 훌쩍 흘렀다.
겨우 초기 셋업을 했다고 할 것이다.
솔직히 혜성 나일론에서 원사를 제대로 납품받지 못했다면 시간은 더 길어졌을 것이다.
「수신 : 대세 실업) 찬수 우
발신 : 인도 상공연합) 압둘 라자크
신용장 개설 완료.
선적 및 요청 물량 : 4월 10일. 20만 야드」
“이야, 텔렉스 너무 좋다. 이거 싱가포르에서 온 거 맞지?”
삼복이 녀석은 텔렉스를 통해 들어오는 전문(電文)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드디어 우리 회사에 텔렉스와 전화를 설치했다.
신청하고 보름이나 걸린 셈이지만, 급행료까지 지불해서 얻어낸 결과였다.
“중요 서류니까, 잘 정리해둬.”
“그럼, 이게 자그마치 얼마짜린데. 근데, 우리 이렇게 비싼 기계를 써도 되는 거냐? 지난주엔 차도 샀잖아.”
삼복이가 이런 소리를 할만 했다.
전화 설치에 5만원, 텔렉스는 그 열배인 50만원이나 들었으니까. 21세기 기준으론 5천만 원에 해당되는 어마어마한 돈이었다.
회사 공용차도 중고로 30만원이나 주고 샀다.
“수출업자가 텔렉스 없이 업무를 어찌해?”
“기본요금이 8천원이나 되잖아. 그 정도 돈이면 은행가서 빌려 쓰는 게…”
“삼복아, 우리 경쟁력이 뭐라고 했지?”
“속도전이지!”
그리 잘 아는 놈이 그런 소리를 해?
삼복이는 내가 안살림을 믿고 맡길 녀석이기에 속도전이란 전략을 확실히 이해해야 했다.
기회가 될 때마다 주입시켜야 한다.
“남들이 돈을 기다릴 때, 우린 돈이 있는 곳에 도착해야 해. 남들 보다 앞서는 일, 시간을 아끼는 일엔 절대 투자를 아끼면 안 돼. 농담 아니야.”
“알았어. 알았으니까, 진정해.”
“너도 나 못지않은 경영자야. 아는 게 아니라 진심으로 느껴야 한다고.”
“명심하겠습니다. 사장님. 진정하시라니까요.”
속도전에 대해 다그치듯 반복하니, 삼복이도 진중한 표정으로 받아줬다.
사업가가 투자에 인색해지면 망하는 거다.
기업은 생명체나 다름없기에, 미친 듯이 투자하고 투자한 만큼 돈을 벌어야 한다.
사람도 먹지 않고선 일을 할 수가 없다.
이왕이면 좋은 걸 먹고, 좋은 걸 마셔야, 더 활기차게 일할 수 있다. 매 끼니마다 김치만 먹고 일하라면 그게 어디 사람 할 짓인가.
“좋아, 그쯤 할게. 공장 인수는 잘 끝났지?”
“응, 등기까지 마무리 됐어. 네 말대로 조홍은행장 앞에 현금 2500만원 쌓아두고 공장 넘길지 말지 결정하라고 했더니 단박에 서명하더라. 모든 채권을 일괄 소각했어.”
당연한 결과였다.
은행이 공장을 3000만원에 경매 내놓으면 몇 번 유찰돼서 2500만 원쯤에 낙찰되었을 거다.
은행도 그런 수고를 겪느니 그냥 내게 넘기는 편이 훨씬 낫다.
“잘했네. 수고 했다.”
“더 물어 볼 거 없으면 내려가자. 오늘 초도 물량 나오는 날이잖아.”
삼복이 녀석이 한껏 웃으며 좋아했다.
“드디어 초도품 나왔어? 품질은 어때?”
녀석 앞에서는 의연한 척했지만 솔직히 나도 기대가 되면서도 불안하긴 매한가지였다.
“품질이야 문제없겠지. 네 닦달에 구 반장들이 뺨이 홀쭉해졌던데. 그뿐인가? 혜성 나일론에서도 네 등쌀에 원사 샘플만 수십 번 바꿨잖아. 솔직히 그 뒤에 하는 염색이야 누가 해도 똑같고 말이야.”
맞는 말이었다.
혜성 나일론의 젊은 사장, 황혜성 사장이 정말 열심히 원사의 품질을 잡았다.
최적의 나일론 대비 면 혼방률을 알아내기 위해 가져다 준 샘플만 수십 종이 넘었다.
구 반장들도 마찬가지로 열심히 했다.
각 원사별로 칼 마이어 장비를 완벽하게 셋업했고, 실험 기간 동안 나와 함께 숱하게 밤을 샜다
결국 고객에게 납품할 원단은 각각 나일론 대비 면 혼방률이 92:8, 63:37이라는 답을 얻었다.
“구 반장들.”
“예, 사장님.”
“초도품 염색 보낸 거 들어왔어요?”
“예, 녹색과 노란색 모두 들어왔습니다. 1차로 5백 야드씩 작업했습니다.”
“봅시다.”
5백 야드면 한국 단위로 5백마에 해당되는 양이다. 염색 하청을 맡길 때 최소 단위다.
촤르르륵.
기계에 원단을 걸어 길게 늘어뜨렸다.
“어떻습니까? 사장님. 보시죠, 부장님.”
“초도품? 이게?”
“우와, 염색 잘 됐네. 깔끔하네.”
“그럼요, 이 부장님. 성수 공단에서 최고로 잘 하는 염색공장에서 한 건데요. 빛깔이 선명하다 못해 반짝거리기까지 하잖아요.”
구 반장들과 삼복이는 원단을 쓰다듬으며 만족해했다. 나는 어이가 없었는데 말이다.
구 반장들은 몰라도 삼복이 녀석만큼은 방직 회사에서 일했기에 염색 정도는 쉽게 할 줄 알았는데, 이 정도로 허접할 줄이야…
아니, 60년대는 품질 개념이 희박했던가?
촤아악.
나는 작업용 커터를 들고 원단을 사정없이 그어버렸다.
“갖다 버려!”
< 013 : 갖다 버려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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