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131)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131화(131/589)
< 131 : 사필귀정 >
뉴욕, 코리아 소사이어티.
“CS, 샌프란시스코에 다녀왔다면서?”
“예, 벤처 업체와 계약할 게 있어서 말이죠.”
“쇼핑하러 멀리도 갔군. MIT까진 그러려니 했는데 말이지.”
“원래 의도한 건 아니었습니다. CNC라고, 쇠 깎는 기계중에 괜찮은 걸 발견해서, 그걸 구매하러 간 겁니다.”
“장비 하나 사러 샌프란시스코까지 갔다니 대단한 정성이군. 뭔진 몰라도 쇠를 깎는다고 하니 조선소에 도움이 되긴 하겠어.”
밴 플린트는 그러려니 하는 표정이었다.
나름 잘나가는 군산 복합체인 BR사의 이사가 CNC를 모르는 걸 보니, 아직 그렇게 대중화가 된 건 아니군.
“CNC가 원래 공군에서 지원한 기술이니 수출 제한이 걸렸을 수도 있습니다. 저희 포틀랜드 지부를 통해 수입할 테니 뒤를 좀 봐 주십시오.”
“뭐, 그 정도는 일도 아니지. 나사에서도 자재를 수입하면서 그런 걸 걱정해?”
“그렇긴 하군요. 기둥 협상은 잘하셨습니까?”
“여기 구매 계약서야. 최대한 깎았지만 460만 달러가 최선이야. 거기에 서명만 하면 기둥은 자네 것이네.”
“460만 달러면 아주 근사한데요?”
가격을 깎은 것도 고마웠지만, 더 고마운 건 기둥뿐만 아니라 발사대 거치대도 같아 가져가는 조건이었다. 철골 구조물이니 그것도 돈이다.
나름 알뜰하게 챙겨준 것이다.
여하튼 아무리 밴 플린트가 나섰다고 해도, 발사대 거치대를 끼워주다니 정말이지 60년대 미국은 자원이 남아돌던 시대였나보다.
하긴 월남전이 끝나기 직전까진 너무 풍족했지.
괜히 인플레가 생기는 게 아니야.
이렇게 사회 곳곳에 엄청난 자원들이 버려지고 있다니.
“500만 불을 부르기에 딱 10%를 깎았네. 물론 10만 달러는 내 수수료야.”
“그래서 460만 달러로군요.”
미국인답게 돈 계산은 확실했다.
수고비가 10만불어치는 된다는 뜻이리라.
3일 치 수당치곤 무시무시하지만, 밴 플린트라면 그 정도 수당은 쳐줘야지.
“오랜만에 플로리다를 방문했더니 좋더군. 여기 동부는 다 좋은데 날씨만큼은 영…. 간혹 부탁하라고. 너무 자주는 말고 말이지.”
“네. 그러죠. 운반은 대세 해운을 우주 센터로 보내면 되죠?”
“빨리 보낼수록 좋을 거야. 이미 그쪽에선 팔았다고 생각하니 보관료를 물릴지도 몰라. 하하.”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차후 조선소 준공식에는 꼭 참석하시죠. 멋지게 대접하겠습니다.”
조선소가 완공되면 고객 전용 호텔도 만들 거다.
선주가 협상하러 오면 직원 숙소에서 재울 수는 없지 않나.
한국의 멋이 느껴지게 잘 지을 생각이다.
그 호텔의 첫 번째 손님이 밴 플린트가 되었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고 말이다.
“준공식엔 낸시도 초대해. 이번 일 도와줘서 고맙다는 소리도 하고 말이야.”
“낸시가요?”
“나사가 국가안보 어쩌고저쩌고하니, 대세는 실버스타인과 해운 동맹인데, 거길 못 믿으면 누굴 믿냐고 한소리 보태더군. 나사 쪽도 꼼짝 못 했어. 엔간히 앙칼져야 말이지.”
“다음에 만나면 고맙다고 해야겠군요.”
대답은 그리했지만, 사실 낸시는 내게 진 빚을 갚은 것이다.
호주 캔버라에서 민주당이 이번 대선의 승자라고 알려 준 것에 대한 보답이겠지.
역시 정치인답게 빚을 지면 바로바로 화답하네.
그러고 보니 낸시와의 계약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철광석은 이미 일본에 죄다 팔아치웠고, 원유 저장고도 거의 비어가고 있었다.
이제 낸시 물건 대신 내 배로 내 물건을 채워 넣을 때가 다가왔다.
낸시야 손 털고 나갈 때라 생각하겠지만, 나는 지금이 꾸준히 채워야 하는 때임을 안다.
원유는 저장고를 만들어야 하니 조금 힘들지만, 철광석은 쌓아두면 되니 저축하는 셈 치고 꾸준히 실어오고 있다.
솔직히 원유가 더 돈이 되겠지만, 괜스레 오일 메이저의 눈에 띄어서 좋을 게 없다. 오일 쇼크 전까지 적당한 수준에서 모아야 할 것이다.
“조선소 일을 도와줬으니, 요르단 건설도 챙겨줘야 해. 특히 웨스팅하우스 녀석들이 계속 건설을 지연시키고 있던데 혼 좀 내주라고.”
“그거야 BR사가 챙기셔야죠. 프로젝트의 주 계약자이지 않습니까?”
“그야 그렇지만 웨스팅하우스를 합류시킨 건 순전히 자네 때문이라고.”
“해수담수화 원천기술을 가진 회사라 합류시킨 것뿐입니다. 계속 공사를 지연시킨다면 기술이 있든 없든 프로젝트에서 배제해야죠. 여하튼 웨스팅하우스가 자본이 많이 딸리나 봅니다.”
“원자력 발전소 프로젝트를 딴다고 로비를 너무 많이 했어. 적당한 선을 몰라. 유동자금마저 다 써버리면 어쩌자는 거야? 바보 같은 놈들.”
웨스팅하우스가 로비 자금 때문에 망한 것은 익히 알려진 일이다.
그게 이때부터 시작이었군.
“그렇다면 지금 당장 배제하는 것이 맞겠군요. 고객에게 믿을만한 설비 업체를 소개하는 것은 시공사로서 당연한 의무이니까요.”
“우리 BR사가 바람을 잡을 테니, 옆에서 한목소리를 내도록 해. 다른 건 몰라도 요르단 프로젝트는 이렇게 지연시켜선 안 돼. 와중에 이스라엘과 요르단 사이가 좋을 때 해치워 버려야 해. 발전소 건설사야 많으니, 해수담수화 업체만 구해봐.”
“알겠습니다. 문제없습니다.”
웨스팅하우스 스스로 기회를 차 버린다면 굳이 함께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요르단 프로젝트에서 배제되면, 웨스팅하우스의 입지가 더욱 곤란해질 테니 그때 해수담수화 라이선스를 얻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이러면 웨스팅하우스의 해수담수화 라이선스도 생각보다 일찍 쇼핑 목록에 넣어야겠는걸. 이번 미국 출장은 쇼핑 출장이군.
“좋아. 이제 남은 것은 저녁 식사뿐이지?”
“가시죠.. 다음 식사는 한국에서입니다.”
“기대하지.”
나는 밴 플리트와의 저녁 식사를 끝으로 미국 일정을 마치고 한국으로 향했다.
***
김포공항,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기다리고 있던 빌 베인이 정중히 나를 맞이했다.
헤드록을 걸든 등짝을 후려치든, 어떻게든 장난을 치는 삼복이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한국은 별일 없었죠?”
“예, 특별한 일은 없습니다. 단지 상공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최대한 빨리 뵈었으면 하더군요.”
방위산업에 대해 청와대 지침이 떨어졌나 보다.
“그건 내가 알아서 처리하죠. 그건 그렇고, 이렇게 바통 터치를 하게 되네요.”
내 귀국에 맞춰 빌 베인이 출국하기로 했다.
인텔이 우리에 대해 정보를 얻어내기 전에 계약을 마무리 지어야 하니까 말이다.
“다녀오겠습니다. 참, 개인적인 인맥을 통해 알아보니 인텔에 대한 투자는 적절한 선택인 것 같습니다. 지금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성장 가능성이 엄청난 벤처더군요.”
당연히 적절한 선택이지.
21세기 최고 회사 중의 하나인데.
“향후 좋은 관계가 되도록 계약 부탁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럼 잘 다녀와요.”
서로 배웅과 마중을 나누며 공항에서 헤어졌다.
공항을 나서니 기 비서가 대기하고 있었다.
“어디로 모실까요?”
“기비서 덕분에 편하게 이동하네요. 상공부부터 갑시다.”
울산으로 내려가기 전에 상공부부터 들러야지.
기비서가 운전을 잘해준다고 해도 울산에서 서울까지 올라오는 건 역시 고역이었다.
“예, 알겠습니다. 회장님.”
***
종합청사.
종합청사 입구에서 연락을 넣었더니, 염 차관이 입구까지 뛰어 내려왔다.
“아이고, 우 사장님. 출장 잘 다녀오셨습니까?”
“연락하셨다면서요? 청와대와 협의는 잘 되신 모양이군요.”
“잘 되었… 여하튼, 지침이 떨어지긴 했습니다.”
“어떤 지침 인지요?”
“그건 상공부 장관님이 직접 말씀하실 겁니다.”
염 차관은 말을 아꼈다.
표정과 말투로 보아하니 딱히 만족스럽진 않은 모양이다. 다소 의외였다. 내 요구는 그다지 무리한 요구가 아니었는데 말이다.
여하튼 염 차관을 앞세우고 상공부 장관실로 급히 들어갔다.
집무실은 온갖 서류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60년대 장관은 일을 열심히 하긴 했나 보다.
하긴 한국주식회사 사장이 서슬 퍼렇게 일을 시키는데 목이 달아나지 않으려면 온종일 일을 해도 시간이 모자랄 것이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국가 프로젝트만 해도 수십, 수백 건은 족히 넘어갈 테니까.
미래를 알고 있는 나조차 몰려드는 일 때문에 버거울 지경이니, 말 다 했지.
“안녕하십니까, 나 장관님.”
“어서 오십시오. 우 사장님. 어째 염 차관에게 미리 말씀은 들으셨는지요?”
“중요사안이라 장관님께 직접 들었으면 합니다.”
염 차관이 눈길을 피하기에 적당히 둘러댔다.
나 장관은 염 차관에게 미리 말해주라고 했군.
“일단 각하께선 원칙적으로 우 사장님의 요구 조건에 대해서 모두 동의하셨습니다. 단, 선결 조건을 말씀하시더군요. 아무래도 특혜 이슈가 있을 것 같다고 말이죠.”
“선결 조건이라니, 구체적으로 뭡니까?”
“국영 기업 하나를 인수해주셨으면 합니다. 경영을 정상화하려면 우 사장님 같은 분께서 좀 힘써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국영 기업 인수라는 말에 짜증이 확 솟구쳤다.
“국영 기업 인수라뇨. 저는 인천 제철을 인수해서 대규모 투자를 계속하고 있고, 강원도 삼화 제철도 인수해서 포항제철에 사람도 대드렸지 않습니까? 게다가 석유 화학단지 조성을 위해 공장 부지 기부까지 했습니다!”
“아아, 들어보십시오. 인천제철 옆에 한국 기계라고 들어보셨을 겁니다. 방위산업을 하실 때 기계 전문 기업을 인수하시면 큰 도움이 될겁니다. 각하께서도 나름의 뜻이 있어 제의하신 겁니다.”
뜻이 있긴 있겠지.
적자 국영 기업을 내 돈 들여서 흑자 기업으로 만들라는 뜻 말이다.
웬만하면 나도 기계 전문 회사는 가진다고 하겠는데, 한국 기계만큼은 예외다.
한국 기계는 주인이 수없이 바뀌었으며, 21세기에 들어서야 중공업 회사로서 겨우 자리매김했다.
손바뀜할 때마다 새 주인이 기약 없이 돈을 밀어 넣어서 그 긴 세월을 견딜 수 있었던 거다.
즉, 한국 기계를 먹었다간 어마어마한 돈을 날릴 각오를 해야 한다.
옥포 조선소와 더불어 돈 먹는 하마로 유명했다.
가히 양대 산맥이라고 해야지.
더욱이 지금 인수해봐야 실적을 개선할 방법을 찾으려야 찾을 수 없다.
내수 시장은 형편없는 데다, 기계 공업 전반에 걸쳐 기술력이 없으니 수출을 뚫을 수도 없다.
조선산업과 달리 기계 산업은 선진국도 쉽게 포기하지 않는 산업이니까.
자동차, 중장비, 정밀 기계 시장으로 대변되는 기계 산업은 그 전후방 산업이 어마어마해서 후진국이 선진국이랑 대결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즉, 우리나라는 기술력부터 닦으며 때를 기다려야 한다. 오일 쇼크로 전 세계가 휘청일 때 틈새시장부터 공략해야 하는 거다.
“저도 돈만 있다면 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인천제철 하나도 버거운 상황입니다. 조선소 건설만 해도 원래 계획보다 공사비가 2920만불이나 더 들어갔습니다. 인수할 상황이 아닙니다.”
“2920만불이나 더 쓰셨다고요?”
“일을 하다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제 2도크를 T자로 설계 변경을 한데다, 크레인 스펙을 900톤으로 올려서 투자금이 올라갔다.
딱히 길게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
“아이고, 이거 말씀도 꺼내기 전에 포기부터 하시니 어쩌나요? 나름, M16 부품 라이선스를 운용할 회사는 대세밖에 없다고 여겼는데 말입니다.”
음, 나보다 황 영감님이 아쉬워 하겠군.
나라 지킬 무기를 만드는데 일조한다는 데 엄청나게 감동하셨는데 말이다.
“한국 기계를 인수하는 쪽에서 M16 부품 생산도 책임지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시죠. 한국 기계를 저렴하게 인수할 수 있도록 배려하겠습니다.”
그런 배려 따윈 필요 없다.
“그것이야말로 특혜입니다. 정상화도 어렵고 인수조차 구설수에 휩싸일 일이니 포기하겠습니다.”
“… 너무 비관적으로 보시는 것 아닙니까? 지금 신진 자동차에선 한국 기계를 인수하겠다고 적극 나서고 있는데 말입니다.”
“신진 자동차가요?”
이때 신진 자동차가 자금력이 있었나 보네.
하긴 70년에 도요타가 합작을 때려치우고 나가기 전까지는 재벌 소리를 들었던 회사라고 했다.
결국, 현산 자동차에 밀렸… 그러고 보니 현산 자동차도 사업을 막 시작했을 때구나.
여하튼, 신진 자동차가 한국 기계를 인수해서 인력과 장비를 끌어당길 모양인데 자충수가 될 게 뻔했다.
오히려 내버려 두면 내가 원하는 그림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럼 내 요구 조건은 어찌 되는 거지?
모두 폐기되는 건가?
“제가 한국 기계를 포기하면, 제가 제의한 3가지 사업은 모두 무효가 되는 겁니까?”
“아닙니다. 일단 중고 전차 도입은 특혜가 아니니 유효합니다.”
이건 다행이네.
창원 연구소에서 중고 전차를 만들라고 하면 될 것이다. 심재홍 과장도 뀌년 공병대에서 전차는 꽤 만져봤을 테고, 심 과장 외에도 미군 정비사 자격증을 딴 이들도 꽤 포진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예, 알겠습니다.”
“군함 발주는 먼 미래 일이니 논외로 하시고, 문제는 조광권인데…”
3개중 1개만 들어주겠다는거네.
“조광권도 따지고 보면 에너지 주권이니, 특혜가 아닌데 말입니다.”
“그래서 각하께서 말씀하시길 관련 법령은 공표하되, 한국 기계를 인수하지 않을 시 조광권은 국제 입찰을 하겠다고 하시더군요.”
조광권을 돈 받고 팔겠다는 소리인데, 관련 법령만 먼저 공표한다면 전혀 문제없었다.
아무리 입찰 공고 때려봐라, 나설 회사도 별로 없을 거고 누군가 나서봐야 허탕만 치게 될 거다.
누가 그 넓은 바다에서 가스전을 발견하겠나?
원래 역사에서도 10년 넘게 걸린 일인데.
외려 호프만에겐 베트남 쪽으로 가서 백호 유전을 먼저 파라고 해야겠다.
구정 대공세로 뀌년이 확실히 내 영역이 되었으니 말이다.
유전을 발견하고도 원유를 본격적으로 뽑아 올리려면 몇 년 정도는 걸리니 딱 시기도 좋네.
그러고 보니, 스미스 선장말처럼 호프만 그 양반이 프로젝트 운이 없는 것 같긴 하네.
가까운 울산을 놔두고 먼 걸음을 하게 생겼다.
< 131 : 사필귀정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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