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134)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134화(134/589)
< 134 : 올림픽을 기회로 >
대세 화학,
“이게 얼마 만입니까? 황 사장님.”
차로 오면 금방인데,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얼굴도 내밀지 못했다.
“어서 오십시오, 사장님. 조선소 때문에 바쁘셨죠? 신소재를 개발했다고 한번 모시려고 해도 워낙 바쁘셔서 섣불리 말씀을 못 드렸습니다.”
나는 황혜성 사장과 한참 동안 악수를 하며 반가움을 나누었다.
최근에는 대세 화학은 거의 전적으로 황혜성 사장에게 맡기고, 어떤 신소재를 개발해 달라며 요청만 하는 것이 전부였다.
대세 인터내셔널에서 수출 실적을 보고 받기에 원단 현황을 파악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요즘 매출이 좀 줄긴 했지만, 여전히 원단 장사는 매달 수백만 불의 매출을 올리고 있었다.
베트남 군납과 동남아 트리코트 원단 수출이 양대 축이었는데,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쿠데타로 정권 교체가 된 뒤로 동남아 물량이 급격히 줄어든 영향이 컸다.
“회사가 아주 깔끔해졌습니다. 공사장 분위기는 아예 없군요.”
“예, 말씀하신 대로 중합 탑을 6개까지 확장하는 것이 모두 완료되었습니다. 이제는 각 플랜트의 생산 효율 향상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제 대세 화학은 막 안정기로 접어들었다.
시설 투자는 새로운 먹거리인 카블라 합작공장에 집중하고 있다.
“컨테이너 기숙사도 없어졌군요.”
“하하, 그럼요. 직원들이 편해야 회사도 잘된다고 누차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직원 기숙사는 아파트로 제공하고 식당도 3개나 지었습니다. 점심때 식당 메뉴를 골라 먹는 게 재미있는 일과 중 하나입니다.”
황혜성 사장은 사업장 자랑을 늘어놓았다.
직장인에게 맛있는 구내식당은 중요한 복지다.
“좋습니다. 직원들의 표정이 밝고 저렇게 중합로도 쌩쌩 돌아가니 마음이 푸근합니다.”
플랜트를 오래 겪다 보면 중합로가 잘 돌아가는지 아닌지 느낌으로 알 수 있다.
잘 돌아갈 때는 거대한 고양이가 고로롱고로롱 거리듯이 나지막이 운다.
지금 대세 화학의 플랜트가 딱 그러했다.
“알아주시니 감사합니다. 그동안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특히 최근 가동한 중합로 2기는 폴리우레탄 전용으로 정했습니다. 대량 양산 체제가 갖춰졌다고 하겠습니다.”
“이제 폴리텍 물량은 문제없겠군요.”
“그렇습니다. 추가 수출물량을 얼마든지 늘리셔도 대응 가능합니다. 헌데…”
황혜성 사장은 자신 있게 대답하다가 말꼬리를 흐렸다. 궁금한 점이 있나 보다.
“말씀하세요.”
“폴리우레탄 전용으로 중합로 2기를 배정하면 생산 물량이 엄청난데, 대체 그 정도 물량을 어디다 파시려는 겁니까?”
“하하하. 어디 팔지 걱정되십니까? 걱정 마십시오. 멕시코 올림픽에 가서 토목 공사 좀 하면 전 세계로 불티나게 팔릴 겁니다.”
“폴리우레탄으로 토목 공사를 하신다고요?”
“폴리우레탄을 굳이 원단 소재만으로 쓸 이유가 있습니까? 건설 자재로도 아주 훌륭합니다.”
“원단 소재를 건설 소재로 쓰신다니, 대체…”
폴리우레탄은 원료 조성을 조금 달리하는 것으로 다양한 특성의 폴리머를 만들 수 있어서 그 용도가 매우 광범위하다.
각종 쿠션 탄성체, 자동차 내장재, 건축 패널 및 발포 단열재, 페인트, 접착제 그리고 기능성 섬유로까지 쓰이기에 21세기엔 연간 소모량이 1000만톤에 육박할 정도로 중요한 공업재료다.
우리 인류가 개발한 소재 중 가장 훌륭한 것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갈 것이다.
세계최초는 아니지만, 우리 대세 화학이 자체 개발해서 양산에 성공한 거다.
그런 폴리우레탄이 멕시코 올림픽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대중들에게 알려지게 된다.
일단 올림픽 트랙부터 폴리우레탄으로 교체되었거든. 트랙 반발력과 탄성이 좋아서 육상선수들에게 마법의 양탄자로 불렸다.
기존의 트랙은 고온에서 구운 점토로 포장했다. 빗물이 잘 빠져서 좋았지만, 너무 단단해서 선수들이 부상 당할 위험이 컸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폴리우레탄 트랙이었고, 선수들이 트랙을 밟을 때 충격을 흡수하고 일부는 튕겨주기에 기록 단축에 큰 도움을 주었다.
멕시코 올림픽 100m 결승에서 미국 선수가 9.95초로 세계 신기록을 세우며 마의 10초 벽을 깨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따라서 내가 멕시코로 가서 폴리우레탄 장사를 해도 된다는 것이다.
분명 멕시코 올림픽 조직 위원회가 새로운 트랙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을 테니까 말이다.
“혹시 걸을 때 길이 푹신푹신하면 편하고 좋을 텐데 하는 생각 해보신 적 있습니까?”
“아뇨, 그런 생각을 왜? 그게 가능합니까?”
“충분히 가능하죠. 폴리우레탄으로 길을 덮으면 되지 않습니까.”
“이렇게 비싼 폴리우레탄으로 도로포장을 하신다는 말씀입니까?”
“물론 일반 도로포장은 아니죠. 비싼 만큼 특수한 용도로 써야죠. 육상트랙에 쓰면 기록 향상과 선수들 부상 방지에도 아주 탁월합니다.”
폴리우레탄은 트랙, 운동복, 신발 등등 온갖 올림픽 용품에 응용되면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는 스판덱스라는 이름으로 알려지게 되었고 말이다.
“사장님이 그렇다고 하시니 믿어야 할 텐데…”
황혜성 사장은 쉽게 믿기지 않는 모양이다.
“두고 보세요. 올림픽이 끝나면 폴리우레탄은 부촌의 동네 산책로를 까는 데도 쓰이게 될 겁니다.”
“이 비싼 걸 산책로에 깔다니… 세상엔 정말 부자가 많군요.”
그게 21세기 대한민국의 모습이다.
물론 지금은 미국 정도에서나 그런 소비가 가능하지만 말이다.
“잔뜩 팔아올 테니, 제품부터 보여주십시오.”
“일단 창고에서 폴리우레탄 펠릿 품질부터 확인하시고, 개발실로 가시죠.”
“그럽시다.”
황혜성 사장은 나를 창고로 안내했다.
창고를 여는 순간 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대체 몇 톤을 쌓아두신 겁니까?”
“사장님께서 재고를 최대한 많이 확보하라고 하셨지 않습니까. 200톤은 족히 될 겁니다.”
“잘하셨네요. 화끈하십니다.”
이 정도 양이면 올림픽은 전혀 문제없었다.
트랙을 몇 번이고 포장해도 충분한 양이었다.
솔직히 마음에 걸리긴 했다.
대통령한테는 돈이 없어 한국기계를 인수 못 하겠다고 했던 주제에, 창고에는 이렇게 재고를 잔뜩 쌓아두고 있다니 말이다.
역시 기업을 경영하다 보면 정치가들에겐 마냥 솔직할 수만은 없다.
최대한 효율적으로 돈을 굴려야 한다.
정권 덕 좀 보겠다고 적자 기업을 마구 인수하다간 한순간에 개털 되는 거다.
“만족하시니 기쁩니다. 그럼 개발실로 가시죠.”
황혜성 사장이 바로 옆 건물로 들어갔다.
보안 문을 몇 개나 통과하는 것이 개발실다웠다.
***
“말씀하신 펜싱복, 운동화, 수영복 모두 준비했습니다. 뭐부터 보시겠습니까?”
개발실은 벽면을 따라 각종 샘플과 보고서가 잘 정리되어 있었다.
컴퓨터가 한 대도 없다는 걸 제외하면 21세기 제품 개발실과 다를 바 없었다.
“펜싱복부터 보죠.”
펜싱복은 단순히 카블라로 만들기만 하는 거라 개발이 가장 쉬운 제품이었다.
21세기 펜싱 대회에서는 선수 보호를 위해 의무적으로 카블라 펜싱복을 입게 되어 있다.
멕시코 올림픽엔 아직 그런 조항이 없으니, 내가 가서 카블라 펜싱복을 입게 만들면 된다.
카블라 매출 증가는 물론, 나이크 브랜드 광고 측면에서도 아주 좋을 것이다.
카블라는 첨단 기술의 상징이 아닌가.
“사장님 말씀대로 카블라로 펜싱복을 만들었습니다. 카블라를 몇 겹으로 중첩했기에 펜싱 검으로 찔러도 아주 안전합니다.”
황혜성 사장은 어디서 구했는지 펜싱 검으로 옷을 몇 번이고 찔렀는데, 정말이지 작은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멋지네요. 합격입니다.”
여기 카블라다웠다.
딱히 더하고 뺄 것이 없이, 이 샘플 그대로 가지고 가서 프로모션을 하면 될 것 같았다.
“펜싱이 귀족 스포츠라서 그런지 펜싱복 자체가 엄청나게 비싸더군요. 멕시코 선수들에게 후원한다고 하시면 누구나 줄을 설 것 같습니다.”
맞는 말이었다.
90년대까지 우리나라에 펜싱 국가대표가 없었던 게 장비가 비쌌기 때문이라는 말도 있으니까.
“잘 팔아오죠. 그럼 운동화를 볼까요?”
“여기 보시죠.”
황혜성 사장이 상자를 가져와 열어 보였다.
일급 보안으로 취급하라고 했더니, 자물쇠 달린 상자에 넣고 샘플 관리를 했던 모양이다.
“일단 겉보기론 합격입니다. 내가 신어 봐도 되겠죠?”
“예, 당연합니다. 한번 달려보십시오.”
나는 특수 운동화를 신고 제자리 뛰기를 해보았다.
“하하, 멋지네요. 구름 위를 달리는 느낌입니다.”
“말씀하셨던 대로 신발 가죽은 폴리텍으로 교체하고, 카블라 기판(prepreg)을 밑창으로 쓰면서 그 위에 폴리우레탄을 깔았더니 가볍기도 엄청 가볍고, 무엇보다 충격 흡수 능력이 엄청납니다.”
폴리텍은 군화, 카블라 기판은 방탄 헬멧에 쓰는 소재다. 운동화에도 잘 응용했다.
투습 방수는 기본이었다.
“멋집니다. 제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군요. 역시 우리 기술자들 최고입니다.”
내가 21세기 아이디어를 알려주긴 했지만 이리 잘 만들 줄은 몰랐다.
운동화의 밑창과 깔창 사이에 삽입한 폴리우레탄의 두께와 탄성력이 기가 막혔다.
이 정도 탄성이면 육상선수들이 지면을 내디딜 때 에너지를 고스란히 돌려받게 될 것이다.
가속력과 지구력을 동시에 올려주는 획기적인 운동화다.
“대세에 군화를 납품했던 업체와 긴밀하게 협력해서 폴리우레탄 탄성력을 운동화에 맞춰 최적화했습니다. 품질은 믿으셔도 됩니다.”
“보안과 품질 둘 다 문제없겠군요.”
군납 업체는 보안을 철저하게 따지기에 협력업체로는 최고였다.
“그런데 사장님이 요구하신 대로 만들긴 했습니다만 일반 운동화 대비 자그마치 세배나 비쌉니다. 이런 제품이 과연 팔릴까요?”
황 사장이 말끝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팔립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요.”
“하하… 그렇습니까?”
안 믿기는 모양이다.
운동화가 맞춤 구두보다 비싸니 그럴 거다.
“나중에 실적 보면 놀랄 겁니다. 그건 그렇고, 나이크 상표는 이렇게 작게 새기지 말고 옆면에 큼지막하게 새겨요. 아주 잘 보이게.”
“그렇게나 크게요?”
나는 손으로 나이크 상표를 몇번이고 그려줬다.
“그럼요, TV에 송출될 때 잘 보여야죠.”
“아, 그렇군요. 옆면에 꽉 채우겠습니다.”
세계 신기록 제조기로 불릴 운동화가 아닌가.
선수들이 결승전 통과할 때 TV로든 신문으로든 수없이 보이게 될 것이다.
패션과 기술을 모두 갖춘 명품이 되는 거다.
상상만으로도 벌써 기쁘다.
“좋습니다. 이제 마지막 제품은 수영복인가요?”
1968년 멕시코 올림픽은 스포츠 과학 측면에서 기술적인 진일보를 이룬 대회였다.
대회장이 고도가 높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기술력 덕분에 세계 신기록이 육상 경기에서 20개, 수영에서 15개나 나왔다.
올림픽 신기록은 100개가 넘게 쏟아졌다.
가히 기록 경신에서 엄청난 성과를 거둔 올림픽이었다.
특히 수영 종목에선 리복과 아디다스 같은 스포츠웨어 전문 메이커들이 저마다의 수영복을 들고나와 수영복 시장에 일대 혁신을 몰고 왔다.
“예, 그렇습니다. 우리 직원이 시험 삼아 입고 수영을 해봤는데, 물이 저절로 갈라지는 느낌이 든다고 하더군요. 하하.”
“얼마나 잘 만들었기에 그럽니까? 보여주시죠.”
“여기 있습니다.”
황혜성 사장이 또 다른 상자를 가져와 열었다.
그 안에는 매끈한 수영복이 담겨 있었다.
“정말 코팅이 매끈하군요. 대단합니다.”
폴리우레탄은 발수성이 극단적으로 높기에 이 정도로 코팅이 잘 되어 있으면 물이 정말 튕겨 나가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폴리에스터로 골격만 잡고 폴리우레탄을 발랐습니다. 폴리우레탄 비율을 최대한 높인다고 높였는데, 현재로선 80%가 최선입니다.”
폴리에스터 20%에 폴리우레탄 80%면 60년대 원단 제작 기술로는 아주 훌륭했다.
21세기야 폴리우레탄 100% 쫄쫄이를 입지만, 80% 함량이어도 신축성이 충분했다.
그 정도면 몸에 착 달라붙어 물살 저항력을 줄이고, 경기 중 근육의 피로도 덜어줄 것이다.
솔직히 물에 젖고 너풀거리는 기존 수영복을 착용한 선수에 비하면 이 수영복을 입는 선수는 몇 미터는 앞서 출발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걸 입으면 세계 신기록도 나오겠는걸요?”
“하하하, 과찬이십니다.”
과찬 아닌데, 진짠데.
멕시코 올림픽은 첨단 섬유 소재의 각축장이 되겠지만, 최종 승자는 내가 될 것이다.
“두고 보십시오. 황 사장님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기능성 소재 전문가가 되신 겁니다. 축하드립니다.”
“축하라니요. 사장님이 시키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래도 이게 대단한 일이란 건 잘 알고 있습니다. 신제품이 아닌 양산 제품만 보고도 듀폰이며 다우코닝이며 깜짝깜짝 놀라거든요. 제가 다 어깨를 으쓱거릴 정도입니다.”
“당연히 어깨 으쓱하셔야죠. 시간이 지나면 명예박사 학위도 쏟아질 겁니다.”
“박사 학위는 사장님이 받으셔야죠. 여하튼, 멕시코로 바로 떠나십니까?”
“샘플만 챙기면 바로 출발해야죠. 펜싱복, 운동화, 수영복을 트렁크에 가득 채워주십시오.”
“문제없습니다. 물량 많이 따 오십시오.”
“그래요. 멕시코 올림픽이 끝나면 개발팀에게 특별 보너스도 줄 수 있을 겁니다.”
성과에 걸맞는 보상은 당연했다.
“특별 보너스라니, 다들 좋아하겠네요. 진짜 고생 많이 했거든요.”
“다른 말씀도 해주십시오. 이번 올림픽을 기점으로 대세 화학은 전 세계 폴리우레탄 시장을 석권할 테고, 세계적인 소재 회사로 명성을 날리게 될 거라고 말입니다.”
“……”
황혜성 사장은 순간 말을 잃었다.
상상만으로도 말문이 막혔던 모양이다.
“샘플 준비되면 연락해주세요.”
“예, 사장님. 서두르겠습니다.”
출발하기 전에 멕시코 대사관에 들러 정보 수집부터 해야겠다.
멕시코 올림픽 추진 위원장이 누군지, 사무실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닌가.
대규모 적자로 유명했던 올림픽이니, 후원에 나서겠다고 하면 멕시코 올림픽 추진 위원장은 주저 없이 만나줄 것이다.
그림이 참 재미있긴하네.
비즈니스라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올림픽은 꿈도 못 꿀 후진국인데, 중진국의 대표 격인 멕시코에 가서 후원에 나서다니 말이다.
새삼 우리나라의 저력이 대단해 보였다.
멕시코는 이번 올림픽을 기점으로 대규모 적자로 경제가 몰락하는 계기가 되지만, 우리나라는 88올림픽으로 중진국을 확고히 다지고 선진국으로 올라가는 계기가 되었으니까 말이다.
이래저래 우리나라는 특이 케이스다.
< 134 : 올림픽을 기회로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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