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135)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135화(135/589)
< 135 : 커지는 화수분 >
“우리나라에 멕시코 대사관이 없다고요?”
“없습니다, 사장님. 그리고 멕시코로 가실 계획이라면 비자를 얻는 데만 3개월은 족히 걸릴 겁니다.”
나는 서울로 올라와 빌 베인에게 멕시코 대사관부터 접촉해야겠다고 말했다가 어이없는 대답을 들었다.
“아니, 멕시코에도 우리 한국 대사관이 없나요?”
“주멕시코 한국 대사관은 있습니다. 하지만, 멕시코는 한국에 대사는커녕 겸임 대사도 두지 않고 있습니다.”
“설마 한국인을 블랙리스트에 올린 겁니까?”
“대외적으론 아니라곤 하나 실질적으론 그렇습니다. 멕시코 출입국관리법에서는 대부분의 아시아국가와 공산국가, 그리고 한때 침략국이었던 스페인등 30여 개국을 블랙리스트로 간주합니다.”
설마 하고 물었는데 빌 베인은 내 말에 설명까지 덧붙여주었다.
“관광 비자도 안되는 겁니까?”
“아시아국가에선 멕시코에 산업투자를 하고 있는 일본인만 투어리스트 비자를 받을 수 있습니다. 사장님께서 멕시코에 들어가시려면, 주멕시코 한국대사를 통해 ‘대사가 직접 보증한다는 특별 비자’를 얻으셔야 합니다. 그 또한 시간이 걸릴 겁니다.”
완전 불법 체류자 취급을 하네.
참나, 멕시코가 한국인을 이리 취급해?
60년대는 60년대네…
여하튼 대사관의 교섭을 통할 건 아니었다.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한다면 시간도 시간이지만 내 비즈니스에 대해서 미주알고주알 다 알려줘야 하지 않나.
트랙용 폴리우레탄을 지원하며 공식 후원사 자격을 얻을 계획이라고 하면 대번에 대세 그룹에 감사부터 들어올 것이다.
방위산업을 할 돈도 없는 놈이 무슨 올림픽 후원에 돈을 쓰냐고 말이다.
그리되면 수출 전략이니, 예상 매출이니, 나이크 브랜드 마케팅에 대해 일일이 보고를 해야 한다.
정부에게 미리 알려 승인을 받는 것보다, 계약을 맺은 뒤에 사후 승인을 받는 게 낫다.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 비즈니스를 만든 게 아니라, 미국 나이크사(社)를 통해 수출이 성사된 것으로 꾸미는 게 훨씬 일이 부드러울 것이다.
“쩝… 그럼, 멕시코에 투자하면 갈 수 있다는 말이군요.”
“투자를 하신다고요?”
“지사 정도는 세울 수 있죠. 대세 지사를 세우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테니, 나이크 지사를 만듭시다. 미국 회사이니 사업 승인이 금방 날 테죠.”
“좋은 생각이십니다. 그럼 나이크 지사에서 사장님을 초대하면 문제가 해결되겠군요.”
“필 나이츠에게 지사를 세우라고 하세요. 거기에 샘플도 미리 보내놓도록 합시다.”
“예, 알겠습니다. 서두르겠습니다.”
어쩌다 보니 나이크 지사를 멕시코에 처음 세우게 되었다.
***
3주 뒤,
멕시코 시티 국제공항.
정말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초대장과 산업체 방문 비자가 날아왔다.
멕시코 입국 비자를 미국 대사관에 가서 받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지긴 했지만, 어찌어찌 필 나이츠의 수완으로 일이 해결되었다.
비행기로 날아오는데 경유지를 두 곳이나 거쳐 이동시간만 이틀이 걸렸다.
“정말 공기가 희박하긴 하군.”
해발 2200m에 있는 멕시코 시티의 공기는 옅으면서도 특유의 매연이 잔뜩 끼어 있었다.
“여깁니다. 사장님! 여기요!”
“필!”
“어서 오십시오.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비자를 얻느라 당신이 더 고생했죠. 고마워요.”
“별말씀을요. 여기서 올림픽 마케팅을 할 생각을 하니 흥분이 가라앉질 않습니다. 뀌년에서 약속하신 그 이벤트 맞지요?”
“맞아요. 하하.”
자의 반 타의 반, 이번 올림픽 마케팅은 필 나이츠와 함께하게 되었다.
원래는 내가 얼개를 잡고 후속 조치를 맡기려고 했는데, 첫 단추부터 같이 끼우게 되었다.
하긴 필 나이츠의 도움 없이는 입국조차 하세월이니…
“일단 차로 가시죠. 아, 이것부터 드십시오.”
“뭐죠?”
필 나이츠가 내게 뜬금없이 알약을 내밀었다.
“메호할이라는 안정제입니다. 여독과 고소증이 겹치면 두통으로 아주 괴롭습니다. 이걸 드시고 하루 이틀 지나면 이곳 기압에 익숙해질 겁니다.”
“고마워요.”
나는 메호할을 삼키고 차에 올랐다.
여기 적응하려면 약부터 먹어야 한다니, 외국 선수단이 멕시코 시티에선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다며 IOC에 항의했던 것은 당연했다.
“멕시코 올림픽 조직위원회와 미팅을 잡아뒀습니다. 말씀하신 자료입니다. 가시면서 보시죠.”
“잘 정리되어 있군요.”
나는 조직위 인물들의 조사를 부탁했고 그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올림픽 조직위원회장이 카를로스 크라크… 전(前) 국방부 장관이라고요?”
군 출신이 어째서 올림픽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지? 원래 위원장은 올림픽 유치, 참가국 협상, 스포츠 외교를 전반적으로 책임지는 자리라 대부분 대형 정치가나 재벌 총수가 맡는데 말이다.
“멕시코 혁명 패밀리의 순혈 계보라고 합니다. 군인 출신이지만 대형 정치가이자 대기업 총수이기도 합니다.”
“… 그렇군요.”
멕시코는 1900년대 초 노동자와 농민을 앞세우며 혁명에 성공했다.
제도혁명당이라는 단일 패권 정당을 중심으로 70년대 초까지 연 6%의 경제 성장을 이뤄냈다.
덕분에 남미의 기적이라고 불릴 정도였지.
하지만,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고 정경유착성 부정부패가 심해졌고, 급기야 외채 관리를 잘못해 오일 쇼크 이후로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졌지.
석유도 나겠다, 땅도 크겠다, 태평양과 대서양을 양쪽에 두고 있겠다… 대한민국보다 훨씬 환경이 좋은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멕시코가 중진국을 벗어나지 못한 근본 이유라고 하겠다.
“군 출신답게 스포츠를 아주 좋아하고, 특히 축구에는 아주 열광적이라고 합니다. 크라크 장군을 공략해 후원사 자격만 얻어주시면, 각 국가별 대표선수 후원은 제게 맡겨 주십시오. 정말 잘할 수 있습니다.”
필 나이츠는 연신 운전을 하면서도 자신에게 일을 맡겨 달라고 자기 PR을 잔뜩 해댔다.
당연한 자신감이었다.
나이크 브랜드로 미국 대표단 후원이야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닐 거고, 미국 선수단이 메달을 휩쓰는 건 문제도 아닐 테니 말이다.
더구나, 우리 샘플을 눈으로 봤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운동화며 수영복이 멕시코 올림픽에서 성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미국 시장에서도 골드 스킨 못지않게 흥행할 거라고 확신하고 있으리라.
“고객 미팅을 마친 뒤 논의합시다.”
“알겠습니다.”
필 나이츠가 차를 몰았고, 공항에서 도심을 거쳐 남쪽으로 쭉 내려갔다.
도심을 살짝 벗어나니, 올림픽 주 경기장이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고, 연이어 ‘스포츠 시티’라는 표지판과 함께 수십 개의 경기장이 모여있었다.
‘멕시코가 우리나라를 무시할 만했겠는걸?’
생각보다 훨씬 아름답고 현대적이었다.
“스포츠 시티라니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대체 경기장이 몇 개나 있는 겁니까?”
“축구장만도 69개가 있다고 합니다. 그중 22개는 유소년 축구장이고요. 그밖에 농구장이 23개, 배구장이 51개, 야구장이 28개, 대형 수영장이 3개라고 들었습니다.”
숫자만으로 기가 질릴 정도였다.
멕시코 이 나라, 스포츠에 진심인데?
정말 문자 그대로 스포츠 시티가 맞았다.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요? 길도 익숙한 듯하고요.”
그러고 보니, 아는 길을 가듯 평온하게 운전하고 있었다.
“물건을 팔 건데 조사를 했죠. 아, 그리고 길은 대학 때 카리브해에 몇 번 놀러 온 적이 있습니다. 그때 멕시코 시내 관광도 했었죠.”
역시 있는 집 자식이네.
아니, 미국에서 차로도 올 수 있는 곳이니 중산층 정도만 되어도 가능한가.
언젠가는 나도, 우리 직원들도 아무렇지도 않게 카리브해에서 휴가를 즐기게 되리라.
***
멕시코 올림픽 조직위원회,
“안녕하세요. 오늘 위원장님과 미팅 약속을 한 사람입니다. 안내 부탁드립니다.”
“아, 코리아에서 오셨다는 분이군요. 이쪽으로 오시죠.”
필 나이츠가 말을 거니 프런트 맨의 응대가 아주 자연스러웠다.
내가 뒤따르니 이상한 눈초리로 흠칫 쳐다봤다.
“사장님, 이쪽으로 오시죠.”
필 나이츠가 눈치를 채고 일부러 사장님을 힘주어 발음했다.
“어, 저분께서 사장님이신가요?”
“그럼요. 대세 그룹 회장님이십니다. 아시아에서 제일 큰 회사 중 한 곳이죠.”
필 나이츠가 뻥을 쳐댔다.
아시아에서 내가 제일 크다고?
아직 일본 대기업을 따라가려면 한참 남았다.
여하튼 나이츠의 말에 프런트 맨이 바짝 얼었다.
“아아, 예. 그러시군요. 이쪽 엘리베이터에 오르시지요. 최고층으로 가시면 됩니다.”
이건 뭐, 멕시코에서 인종차별을 당하다니.
자기들도 미국 가면 인종차별에 분노하면서 말이지. 예상했던 일이지만 씁쓸했다.
어서, 대한민국이 부자 돼야 이런 일이 없지.
아무리 그래도 내가 비서라면 필 나이츠보다 먼저 말을 걸지 내가 뒤에서 기다리겠냐?
샘플 캐리어도 필 나이츠가 들고 있는데 말이다.
역시 인종차별은 이성에서 벗어난 감정적인 판단이다
***
스르릉…
“웰컴투 멕시코! 어서 오십시오. 하하.”
위원장은 우리를 보자마자 소개도 하기 전에 볼 인사부터 하며 반겼다.
이렇게 과장되게 반겨주는 것이 멕시코에선 예의인 모양이다.
“처음 뵙겠습니다. 대세 그룹 회장 CS Woo라고 합니다.”
“저도 인사드립니다. 대세 그룹의 미국 파트너, 나이크사의 필 나이츠입니다.”
“하하, 전화 주셨던 분이시죠? 오너께서 올림픽 후원에 아주 관심이 많으시다면서요. 하하하.”
필 나이츠를 핑계로 내게 화제를 넘겼다.
“예, 그렇습니다. 저희 대세는 석유화학과 건설업도 하고 있기에 위원회에서 고민하시는 트랙 문제를 해결해 드리려 이리 찾아뵀습니다.”
“트… 트랙요? 후원금이 아니고요?”
멕시코 위원장답게 돈부터 만질 생각을 하고 있었군. 난 뇌물을 직접 줄 생각은 전혀 없다.
자칫 그게 드러나면 외환법 위반은 물론, 괘씸죄로 걸려서 골로 갈 수도 있다.
우리나라 정부는 내가 유동 자금이 전혀 없다고 알고 있거든.
“해발 2200m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라 안전사고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들었습니다. 아닌가요?”
나는 짐짓 말을 돌려 멕시코의 약점을 찔렀다.
“아, 그 말씀은 맞습니다. 그래서 트랙에 대해선 고심을 하고 있지요. 비가 내려도 미끄러지지 않는 전천후 트랙을 적용할 예정입니다.”
전천후 트랙(全天候 track)이란 비가 와도 평상시와 동일한 조건에서 경기할 수 있는 육상 트랙을 말한다.
“전천후 트랙은 물론, 세계 신기록을 쏟아낼 트랙을 만들어드리죠. 그게 저희가 위원장님께 드리는 후원입니다.”
“그게 왜 어째서 후원… 아니, 일단 궁금은 하군요. 대체 무슨 기술을 가지고 있길래 세계 신기록을 쏟아낼 트랙을 만든다고 하십니까?”
“저희는 폴리우레탄으로 트랙을 만듭니다. 세계 최초라고 할 수 있지요. 배수가 잘되는 것은 물론, 탄성이 뛰어나서 선수들 부상 방지와 기록 향상에 탁월하죠. 필, 자료 드려요.”
“예, 사장님.”
필 나이츠가 옆에서 비서 역할을 해줬다.
해당 보고서는 이미 국제 우편으로 보내놨기에 이리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오, 이런 구조의 트랙이라니… 유럽이나 일본 선진사가 말하는 천연고무 트랙과 유사하군요. 한국에도 천연고무가 많이 생산되나 보죠?”
크라크 위원장은 보고서를 보더니 대뜸 물었다.
대한민국을 고무나무가 무성한 동남아시아 국가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뭐, 할 수 없지.
솔직히, 지금 멕시코인이 대한민국이 어디 붙어 있는지 관심조차 있겠나.
우리나라는 이제 막 최빈국을 벗어나고 있는 국가니까 말이다.
솔직히 필 나이츠를 들이밀지 않았다면 미팅도 성사되지 않았을 것이다.
“천연고무가 아니라, 폴리우레탄으로 만드는 트랙입니다. 천연고무보다 훨씬 탄성이 뛰어나고 내구성이 좋습니다. 물론 훨씬 비싸지요.”
“천연고무보다 더 비싸다고요?”
비싼 천연고무보다 더 비싼 소재라고 하니 크라크 위원장은 인상부터 찡그렸다.
“보시면 당연히 비싼 걸 이해하실 겁니다. 이거, 트랙을 보여줄 수도 없고… 아, 운동화를 한번 신어보시죠. 필, 권해드려요.”
“예, 사장님.”
이미 차에서 내릴 때 얘기했던 차라, 필 나이츠는 멋진 상자로 포장한 운동화를 권했다.
상자를 여니, 금빛으로 반짝이는 운동화가 훅하니 드러났다.
“오오오…”
나름 위원장도 스포츠 관계자라고 평범한 운동화가 아니란 걸 알아채는 눈빛이었다.
“이런, 세상에. 이렇게 가벼운 운동화가 있다니 놀랍군요.”
“신어보시죠. 그래야 진가를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운동화는 신기가 부담스럽군요. 선반에 모셔놓고 감상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하긴, 이 초기 샘플은 잘만 보관하면 나중에 수천 달러를 호가하게 될 거다.
그래도 신어 봐.
그래야 내게 후원사 자격을 줄 것 아냐.
“운동화는 달리기 위해서 태어난 것이지요. 운동화 중창(middle layer)에 폴리우레탄을 깔았기에 탄성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그렇군요. 그럼…”
크라크 위원장은 운동화를 신더니 몇 번 제자리걸음을 했다. 점점 눈이 커지더니 급기야 제자리에서 뛰는 게 아닌가.
“어, 이거 뭐죠? 이렇게 얇고 가벼운데 발바닥에 스프링을 달아놓은 것 같군요. 통통 튑니다.”
“몸무게도 가볍게 느껴지지 않습니까?”
“그렇군요. 무릎이 전혀 아프질 않아요. 하하하.”
위원장은 사무실을 빙글빙글 돌아다녔다.
전형적인 멕시코인이었다.
“그게 바로 폴리우레탄의 특성입니다. 충격 흡수와 탄성력이 아주 뛰어나죠. 그걸 트랙에 깔면 세계 신기록이 쏟아지는 건 당연합니다.”
“트랙 건설을 발주해달라는 말씀이신가요?”
“바로 그겁니다. 다른 건설사가 천연고무로 트랙 포장을 한다고 했나요? 그 건설비의 80%로 해드리죠. 나머지 20%는… 뭐, 국고에 환원하시든 아니든 제가 결정할 것은 아니고요.”
난 폴리우레탄을 대량 양산하고 있고 건설사도 가지고 있다. 여타 건설비의 80%만 받아도 전혀 손해가 아니다.
“하하, 20%는 리베이트라고 해도 되겠군요.”
“뭐, 굳이 그걸 계약서에 쓸 이유는 없겠지요?”
옆에서 필 나이츠와 크라크 위원장이 농담인 듯 진담인 듯 리베이트를 거론했다.
돈으로 후원하는 것보다, 원래 책정된 건설비에서 남기게 하는 게 훨씬 낫지.
자기 조직에서 나가는 돈인데, 스스로 알아서 뒤탈 없게 먹을 수 있지 않나.
“위원장님, 계약 이전에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이야 당연히 공식 후원사 자격을 달라는 것이겠지요?”
< 135 : 커지는 화수분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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