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136)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136화(136/589)
< 136 : 예상 밖의 떼돈 >
“예. 공식 후원사 자격을 원합니다.”
“지금 와서 후원사 지정이라… 굳이 하시겠다면 타사대비 광고에 불리할 수밖에 없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좋습니다. 선수들에게 저희 제품을 후원할 수만 있다면 문제 될 것 없습니다.”
아직 60년대라 올림픽 공식 후원사가 되기 위해 엄청난 후원금이 필요하다거나, 해당 비즈니스 권한이 엄격하지도 않았다.
참여에 의의를 두는 올림픽 정신에 따라, 원래 IOC는 직접적인 후원금을 받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80년대 초 IOC 위원장이 바뀌면서 본격적인 올림픽 상업화가 시작되었다.
1984년 LA 올림픽부터 공식 후원자에 대해서 거금의 후원금을 얻고, 엄격하게 독점적 지위를 부여하여 사상 처음으로 흑자 올림픽을 만들어냈다.
몇 년 뒤 자본주의 끝판왕 미국이 만들어낼 시스템에 비하면, 지금 멕시코 올림픽에서는 충분히 웃으며 비집고 들어갈 수 있었다.
이처럼 올림픽위원장의 주머니에 돈을 좀 꽂아주면 후원사 자격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직접적인 후원금이 아니니 올림픽 정신을 훼손한 게 아니라고 우길 수 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인터뷰 배후 패널, 결승선 테이프, 경기장 광고판은 이미 모두 계약이 끝났습니다.”
크라크 위원장은 다짐하듯 말을 반복했다.
현재 올림픽 마케팅이 이 정도 수준이다.
각종 광고판과 경기에 쓰이는 물품을 제공하며 자사 로고를 새기는 것이 거의 전부였다.
나에겐 그런 정적인 패널 광고보다 선수들이 결승전을 통과할 때 나이크 상표가 클로즈업되는 것이 중요했다.
아드레날린이 뿜어져 나오는 그 순간에 관중들의 뇌리에 나이크 로고가 각인되어야 한다.
“전혀 문제없습니다. 단지 TV 화면에 우리 제품 상표가 송출될 수만 있다면, 광고판 계약은 딱히 상관없습니다.”
“하하하, 그거야 후원사가 아니라고 해도 어떻게 막겠습니까? 오히려 제품을 후원받은 선수가 메달권에 들어가야 TV 카메라에 잡히겠지요. 대세 그룹의 행운을 빕니다.”
위원장은 껄껄 웃으며 알아서 하라고 했다.
이 양반은 이미 내게 트랙 공사를 싸게 넘기면서 뒷돈을 챙길 궁리에 빠져있었다.
그리고 내게 후원사 자격을 준다고 해서 싸구려 제품을 뿌려 문제를 일으킬 거 같지도 않으니 흔쾌히 허락한 것이다.
운동화의 품질이 최고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럼 계약을 하시죠. 필, 계약서 부탁합니다.”
“예, 사장님.”
필 나이츠가 계약서를 내밀었다.
“허, 이거 역시 미국에서 협력하는 회사는 다르군요. 이렇게 완벽한 계약서를 들고 오시다니요.”
크라크 위원장은 계약서를 훅훅 읽어보더니 대번에 서명했다.
딱히 쟁점이 될만한 특약도 없었다.
내가 후원금을 내는 게 아니고 광고판을 사는 것도 아니기에 협의할 것이 거의 없었다.
말 그대로 공사를 싸게 해주고 공식 후원사라는 자격을 따낸 것이다.
“그럼, 수주가 확정되어 L/C(신용장)가 개설되면 바로 공사 시작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때 뵙죠.”
우리는 기분 좋게 악수를 했다.
각자 이득을 봤다고 생각하는 윈윈 계약이었다.
***
우리는 조직 위원회 건물을 나와, 가까운 스포츠 시티로 향했다.
멋진 잔디밭이 펼쳐져 있어, 햄버거로 점심을 때워도 즐거웠다.
“필 나이츠, 마케팅은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나는 그제야 필 나이츠에게 물었다.
“여기 스포츠 시티에 대형 체험 부스를 만들 생각입니다.”
“체험 부스라고요? 놀이 공원 같은 건가요?”
“딱 그겁니다. 역시 사장님다우십니다.”
“체험 부스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야 광고 효과가 있는데, 괜찮은 장소인가요?”
“스포츠 시티는 최고죠. 제가 학생 때 몇 번 놀러 와본 적이 있어서 사람들이 어디에 모이는지 잘 압니다.”
스포츠 시티가 핫플인가 보다.
그러고 보니 오가는 사람들이 꽤 눈에 띄었다.
“대부분 관광객은 시티 투어를 하게 되는데, 스포츠 시티에서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올림픽 기간에는 그 인파가 어마어마할 것 같고요.”
“어마어마한 인파라… 여기, 관광객이 많나요?”
내 질문에 필 나이츠는 다소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당연합니다. 멕시코는 관광 대국이니까요. 관광객의 대부분이 미국인이긴 하지만 연 관광 수입이 7억 달러가 넘는 곳이 바로 멕시코입니다. 올림픽 때는 더욱 대단하겠지요.”
“7억 달러라고요? 대단하군요.”
내가 멕시코를 너무 물로 봤구나.
60년대에 관광 수익만으로도 연간 7억불을 벌었다면 중진국에 오르는 건 문제도 아니었겠다.
역시 부자나라 옆에 있으니 떨어지면 콩고물도 어마무시하네.
“그래서 여기 어린이들을 위한 축구교실도 열어서 축구화, 유니폼, 축구공을 팔았으면 좋겠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축구공이라, 괜찮은 아이디어인데요?”
“호응이 엄청날 겁니다. 멕시코를 비롯해 중남미 국가에서 축구는 거의 종교거든요. 나이크 로고가 찍힌 축구공과 가볍고 통통 튀는 축구화를 만들어주신다면 없어서 못 팔 정도가 될 겁니다.”
역시 필 나이츠는 세계적인 마케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림픽 관광하러 왔다가 대세가 만든 축구화로 공 한번 차보면 중남미인들은 환장할 것이다.
“북미 시장 공략은 괜찮을까요? 북미에선 축구에 별 관심이 없지 않습니까?”
난 북미 수출을 우선하다 보니 축구화나 축구공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축구화가 아닌 운동화 개념으로 프리미엄 제품을 만들어서 여기 올림픽에 내놓은 상품보다 더 비싸게 판매하면 됩니다.”
이 또한 대단한 아이디어였다.
비슷한 운동화 제품을 디자인만 살짝 바꿔 프리미엄 제품으로 출시하자는 말이었다.
21세기 마케팅 기법을 60년대에 쓰다니.
“좋아요. 원하는 디자인으로 최대한 빨리 보내줄 테니 마음껏 팔아보십시오.”
“부스 운영비도 지원을 좀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축구공을 경품으로 나눠주고 유명 운동선수도 초청하려고 합니다.”
“얼마든지 하세요. 그리고 축구공도 폴리우레탄을 써서 최고급으로 만들어주겠습니다.”
“… 축구공도 폴리우레탄으로 만드신다고요?”
“그럼요. 반발력과 내구성에서 비교가 안 되니까 만들기만 하면 대유행할 겁니다.”
21세기에는 축구공은 당연히 폴리우레탄으로 만든다. 아직 60년대라 고무와 가죽을 쓸 뿐.
“하, 이거. 멕시코 월드컵 공인구가 바뀔지도 모르겠네요.”
“아니, 왜 뜬금없이 월드컵 이야기죠?”
“아, 모르셨습니까? 내후년에 열리는 월드컵도 여기 멕시코에서 개최됩니다. 올림픽 축구가 월드컵 축구 예선전 같은 거죠.”
역시 나는 중공업쟁이고 마케팅과 패션 스포츠는 전문가가 따로 있는 것이다.
듣고 보니 2년 주기로 올림픽과 월드컵이 번갈아 가며 열리는데, 설마 멕시코가 연달아 개최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어떻습니까? 제게 맡겨주시지 않겠습니까?”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이런 좋은 아이디어를 낸 데다, 미국 국가 대표에게 대세 제품을 입힐 사람이 아닌가.
“축구공과 축구화는 물론 모든 이벤트 권한을 다 인정해주죠. 대신 우리 운동화와 운동복은 무조건 미국 국가 대표에게 입히는 겁니다. 할 수 있겠지요?”
“당연합니다. 무조건 가능합니다. 믿어주십시오”
하긴 누구나 한 번만 대세 제품을 입어보면, 입지 말라고 해도 서로 입으려고 할 거다.
누구 한 사람만 일단 뚫어내면 입소문은 금방일 것이다. 대세의 제품력에 필 나이츠의 마케팅 능력이 더해지면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물량은 얼마나 갖다 놓으면 되겠어요? 아직 부스도 없는데 말입니다.”
“부스를 여는 데는 2주면 충분하고 홍보 행사를 하면서 선수들에게 제품 후원을 병행하면 금방 광고 효과가 나올 겁니다. 못해도 제품당 10만 벌은 가져다주십시오.”
솔직히 놀랐다.
그렇게 많은 양을 한꺼번에 팔 수 있다고?
“그 정도 물량이면 재고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말 팔 수 있겠어요?”
“당연합니다. 재고가 남을 리도 없고, 만에 하나 재고가 남는다면 미국에 가서라도 제가 팔겠습니다. 여기 창고만 채워 주십시오.”
대단한 자신감이었다.
여기서 그만큼 팔 수 있다면 미국에선 얼마나 더 팔겠다는 건가.
성공만 한다면 골드 스킨의 아성을 훌쩍 뛰어 넘을 것이다.
“좋아요. 물량이야 얼마든지 줄 테니 팔아봐요.”
여기 판매는 필 나이츠에게 맡기는 게 좋겠다.
건설하러 왔을 때 잠시 매출 점검만 하면 될 것 같았다.
역시 내가 사람을 제대로 보긴 했어.
필 나이츠는 지분 협상보다 파이를 키우는 게 최우선임을 잘 알고 있었다.
이 정도 패기면 아디다스든 리복이든 원래 역사 대비 훨씬 짧은 시간 내에 압살할 수 있겠다.
나중에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 관계가 어찌 될지 몰라도, 앞으로 한참 동안은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 확실했다.
***
석 달 뒤,
“사장님, 시작했습니다!”
나는 밥을 먹고 현장으로 복귀했다가 TV가 있는 구내식당으로 다시 불려갔다.
단충기 차장을 비롯하여 수많은 직원이 TV 앞에 모여있었다.
<이렇게 신기록이 많이 쏟아지는 올림픽이 있었을까요? 역대 최고의 기록 제조기, 멕시코 올림픽입니다.>
<육상의 하이라이트 남자 100m 결승전을 앞두고 있는데요, 마의 10초 벽이 깨질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제일 주목을 받는 선수가 저기 3번 레인의 미국 선수, 짐 하인스죠. 저 선수가 신고 있는 신발이 우리나라에서 만든 제품이라고 합니다.>
<네. 그렇습니다. 대세 실업이 미국 회사랑 합작한 제품이라고 합니다. 운동화뿐만이 아니죠. 입고 있는 육상복도 대세 제품이라고 합니다.>
<뛰어난 품질로 대세 제품들이 품귀 현상을 보인다고 합니다.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우리 대한민국의 기술이 세계로 뻗어가고 있습니다.>
중계 캐스터들이 공짜로 대세를 광고해주고 있었다.
우리 선수가 결승전에 출전하지 못했기에 낯선 외국 선수들의 약력을 읊는 것보다야 우리 제품을 자랑하는 게 시청률 면에서도 나으리라.
<아, 시작합니다. 준비…>
탕!
<출발했습니다. 역시 짐 하인스 선수, 총알처럼 튀어 나가는군요.>
<쭉쭉 뻗어 나갑니다. 쭉쭉 뻗어 나갑니다.>
<좋습니다. 벌써 1m 이상 치고 나가죠.>
<8초… 9초… 9초 95!>
<세계 신기록입니다! 멕시코 올림픽에서 육상 남자 100m, 마의 10초 벽을 돌파했습니다!>
<대단합니다. 남자 100미터도 세계 신기록입니다. 여기 트랙도 대세 건설의 작품이라죠?>
<예. 그렇습니다. 우리나라가 건설한 트랙에서 우리나라 운동화를 신고 미국 선수가 세계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대한민국 만세입니다!>
<언젠가는 저 신발을 신고 우리 선수가 메달을 따기를 기원합니다. 곧 그런 날이 오겠지요?>
<언젠가는 옵니다. 당장 단거리는 힘들더라도 장거리나 마라톤은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와, 우리 대세가 올림픽 중계에도 나와!”
“그러게, 선수보다 신발이 더 많이 나오네.”
직원들은 TV를 보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 또한 자랑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더욱이, 생각지 못한 행운도 따랐다.
방금 100m 결승에서도 나이크 로고가 화면에 잡혔지만, 높이 뛰기는 말 그대로 대박이었다.
미국 선수 중에 리처드 포스베리라는 높이뛰기 선수가 배면뛰기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때까지 높이뛰기 기술은 정면 도약(Scissors jump)이나 복면 도약(Belly roll over)이 주류였다.
정면 도약은 다리를 가위처럼 차올려 바를 뛰어넘는 기술이고, 복면 도약은 엎어지듯 배 쪽으로 바를 넘는 기술이다.
그러나 포스베리는 하늘을 바라보며 등 쪽으로 바를 넘었다.
포스베리가 1차 시기, 2차 시기를 할 때마다 배면뛰기의 특성상 신발이 계속하여 클로즈업되었다.
결국, 2m 24㎝로 기존 세계 신기록을 6㎝나 경신하며 수많은 신문의 스포츠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선수 얼굴 대신 나이크 로고가 선명히 빛났다.
“사장님, 기쁘시겠습니다. 본사에 수주가 엄청나게 들어왔다고 다들 난리던데 말입니다.”
“하하, 좋죠. 하지만, 대세 조선이 그보다 더 많은 돈을 벌 날이 올 겁니다. 얼마 안 남았어요”
“하긴 그렇죠. 자잘하게 옷 파는 것보다 우린 한 방이 있지 않습니까? 그럼 저는 야간 근무나 하러 가겠습니다, 사장님.”
단충기 차장은 내게 화이팅이라며 으쌰으쌰하더니 야드로 나갔다.
솔직히 이번 올림픽 특수는 내 예상을 훌쩍 벗어났다.
필 나이츠가 내 예상보다 훨씬 더 높은 단가로 물건을 팔아 재꼈기에 자그마치 순익이 1200만 불이나 됐다.
필 나이츠에 떼준 이익과 이벤트 비용을 모두 제했음에도 어마어마한 돈을 벌었다.
이 짧은 시간에 말이다.
특히 이런 특수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 같아 더욱 기대되었다.
올림픽이 끝난 뒤에도 프리미엄급으로 포장해서 미국 시장에 내놓았던 제품의 열기가 식을 것 같지 않았다.
제품의 품질에 필 나이츠의 마케팅 수완이 더해지니 말 그대로 시장을 잡아먹을 듯한 기세였다.
“사장님, 본사에서 긴급 전화입니다.”
“아, 그래요. 알았어요.”
사무실에서 누군가 달려와 빌 베인에게 전화가 왔다고 알려주었다.
그가 찾는 거라면 긴급 전화가 맞았다.
통상적인 보고는 텔렉스나 인편으로 서면 보고를 해왔으니까.
“여보세요, 전화 바꿨어요.”
<예, 사장님. 긴급 보고입니다. 멕시코의 크라크 올림픽 조직 위원장에게서 감사패와 제안서가 함께 도착했습니다.>
크라크 위원장이 왜?
감사패야 그러려니 할 수 있지만, 제안이라니?
트랙 건설도 잘 끝났고, 대금도 다 받았다.
“무슨 제안입니까?”
<우리가 차기 멕시코 월드컵의 공인구를 개발해줬으면 한다고 합니다.>
“월드컵 공인구라고요?”
<예, 그렇습니다. 추신으로 추가 협의를 했으면 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추가 협의라면 축구공을 비롯해 축구화와 축구 유니폼까지 맡길 생각인 모양이다.
그걸로 월드컵 위원장도 맡을 생각인가 본데?
크라크에겐 내가 뜻밖의 귀인인 셈이었다.
어쩌다 보니 월드컵에서도 큰돈을 벌게 생겼다.
“좋군요. 협상에 임하시고, 답장과 함께 우리 샘플 위주로 기념품을 꾸려 보내주도록 하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사장님.>
멕시코에 인맥을 만들어놓는 것도 나쁠 거 없다.
“그게 전부인가요?”
<아닙니다. 하나 더 있습니다.>
그럼 그렇지.
이 정도 일을 굳이 이 시각에 전화로 보고할 이유가 없었다.
“말해봐요. 뭡니까?”
<청와대, 아니… 정확히는 비서실에서 뵙고 싶어 합니다.>
“비서실에서요?”
그래, 청와대에서 언제 날 부르나 싶었다.
떼돈을 번 걸 전 국민이 다 아는데 말이다.
그런데, 비서실이 나서다니 좀 의외인데?
< 136 : 예상 밖의 떼돈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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