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137)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137화(137/589)
< 137화 : 애국심의 가격 >
“어서 오십시오, 우 사장님.”
“예, 오랜만입니다. 비서실장님.”
뭐지? 분위기가 왜 이래?
어째서 껄끄러운 비서실장이 문 앞까지 나와서 날 맞이하는 거야?
“바쁘신 것 잘 알지만, 시급한 일이라 부득이 오시라 했습니다.”
예삿일이 아닐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정중하게 나올 리가 없지 않나.
이번에 번 돈을 다 토해내라는 건가?
빌어먹을… 또 외환보유고가 다 비어버린 거냐?
최대한 버텨서 삥 뜯기는 것을 줄여야 했다.
“아무리 바빠도 와야지요. 안 그래도 올림픽도 끝났기에 대통령님께 보고드리려 했습니다.”
“수출 실적이야 각하께서 늘 챙기시는데 따로 보고드릴 필요가 있겠습니까? 상공부나 경제 기획원에서 대세 실적만 따로 보고했을 겁니다.”
하긴 한국 주식회사 사장님이신데, 내 매출이 얼마고 순이익이 얼마인지 훤히 알 수 있다.
“일이 잘돼서 멕시코를 뚫을 수 있었습니다. 미국 합작사가 나서주긴 했지만, 정부에서 수출 진흥 정책을 쓰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나는 누구나 하는 칭찬을 늘어놓았다.
솔직히 수출 물량이나 건설 수주에 있어 무제한으로 국가가 보증해준다는 것은, 우리나라 기업가의 계약 신뢰성을 높이는 데에는 큰 역할을 했다.
“각하께서도 크게 기뻐하셨습니다. 이제 대세가 운영자금에 여유가 생겼을 테니 방위산업에 나설 수 있을 거라고 하시면서 말입니다.”
그래, 이런 말이 나올 줄 알았다.
예상한 말이었지만 기분이 착잡했다.
내가 벌어온 돈을 내 뜻대로 투자하지 못하는 게 짜증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국가 안보는 그 무엇 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일이긴 했다.
일단은 들어나 보자.
“이제 숨은 좀 쉴 만합니다. 그런데, 어떤 방위산업을 말씀하시는지요? M16은 한국기계 쪽에서 가져가기로 하지 않았습니까?”
한국기계를 신진자동차에 특혜성 불하를 했다고 신문에서 대서특필하긴 했지만, 어찌어찌 M16 부품 생산은 하기로 했다고 들었다.
“일단 안으로 드시고 말씀 나누시죠.”
“그러시죠.”
문 앞에서 말이 길어지자 비서실장이 사무실 안으로 자리를 옮겼다.
‘안녕하십니까, 우 사장님.’
‘응? 윤 태양 소령?’
청와대 비서실 안에 윤태양 소령이 차렷 자세로 서 있었다.
해군 장교가 여기 왜 있는지 알 수 없었다.
윤 소령과는 서로 빠르게 눈인사를 교환했다.
상황 파악이 안 돼서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M16이야 한국 기계가 하면 충분합니다. 대세는 그보다 바다를 좀 책임져 주셔야겠습니다.”
뭔 개소리… 아니, 청천벽력같은 소리였다.
설마 지금 군함을 건조하라는 거야?
아무리 60년대 청와대가 무소불위로 군림했다지만 너무 한 거 아냐?
“군함 건조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직 그걸 건조할 조선소도 없고 기술력도 시기상조입니다.”
“어렵더라도 하셔야 합니다. 상황 설명을 좀 드리겠습니다. 윤태양 소령, 시작하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윤태양 소령이 여기 왜 있나 했더니 챠트를 펼쳤다.
“윤 소령…”
오랜만에 봤지만, 반가움을 표현할 수도 없었다.
뀌년에서처럼 단정한 모습은 여전했지만, 표정이 심각해 선뜻 인사를 건네기가 마땅찮았다.
「해군 방송선 피랍사건 대응 방안」
윤 소령이 첫 장을 넘겼고, 제목을 보자마자 이거 보통 일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어제 오후 17시 20분, 대한민국 영해인 연평도 근해에서 해군 방송선이 북괴의 연안 경비함과 15분간 교전 끝에 승무원 20명 중 일부가 사상당하고 피랍되었습니다.”
담담하게 말했지만, 울분이 묻어 나왔다.
“우 사장님, 해군 방송선이라 하지만 우리 어선단을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 중이던 120톤급 포함(砲艦)입니다. 즉, 이건 명백한 군사 도발입니다.”
윤 소령의 브리핑에 비서실장이 말을 보탰다.
“아니, 잠깐만요. 이해가 안 됩니다. 지난해 말, 호주 캔버라 협상으로 미국으로부터 구축함도 받았지 않습니까? 아무리 노후화된 함정이라고 해도 북괴군 연안 경비함에 맞서질 못하다니요.”
내 말에 윤 소령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질문은 해야 했다.
“해군 방송선은 120톤급으로 최대속도 12노트에 무장은 40㎜포 1문과 기관포 각 1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반해 북괴 연안 경비함은 250톤급으로 최대속도 25노트에 무장은 75㎜포 1문과 기관포로 무장하고 있습니다. 교전 즉시 우리 해군의 구축함이 출동했으나, 이미 우리 해군 방송선을 나포한 채 도주해 격침에 실패했습니다.”
25노트 속도면 상당히 빠른 고속정이다.
“구축함이 즉시 출동한 게 맞습니까? 구축함의 속도라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었을 텐데요.”
“구축함의 최고 속도가 35노트이긴 합니다만, 그 속도에 다다르려면 스팀 터빈을 예열하는데 40분은 필요합니다. 그런데, 교전 시간은 고작 15분에 불과했습니다. 불가항력이었습니다.”
이때 구축함은 스팀 터빈만으로 움직였던 거야?
설마, 가스 터빈이 없었어?
“우 사장님,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쫓아갈 수 있었다고 해도 쫓아가서는 안 되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지금 북괴군이 이렇게 제집 앞마당을 드나들듯 지랄을 하는 겁니다.”
“무슨 말씀입니까? 비서실장님.”
“이건 극비 사항인데, 이스라엘 해군의 신예 구축함이 이집트 해군의 스틱스 미사일을 맞고 침몰했습니다. 미사일을 발사한 이집트의 함정은 소련제 코마형 초계정이었는데, 고작 75톤도 안되는 소형 함정에 3000톤짜리 구축함이 격침된 겁니다.”
“그게 이 사건과 무슨 상관이… 설마, 북한 함정이 스틱스 미사일을 장착하고 있습니까?”
어이없는 질문이었지만, 내 질문에 두 남자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북괴도 스틱스 미사일 2발을 장착한 코마형 초계정을 4척이나 보유하고 있습니다. 우리 구축함을 끌어내서 격침하려는 함정일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게 가능합니까? 윤 소령, 해군도 그렇게 판단하고 있는 겁니까?”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스틱스 미사일의 유효 사거리는 40km로 알려져 있는데, 구축함의 5인치 포 사거리보다 깁니다. 게다가, 코마형 초계정의 속도는 40노트여서 우리 구축함보다 빠릅니다. 치고 빠지는 전술 기동이 가능합니다.”
“그 말, 진짭니까?”
“우 사장님!”
“아, 미안합니다. 너무 의외라서요. 난 당연히 우리 해군이 북한 해군을 압도한다고 생각해서 나온 말입니다.”
나도 모르게 진짜냐고 질문해버렸다.
60년대를 살고 있다 해도, 21세기 인간인지라 우리 해군력이 북한에게 밀린다고는 상상도 못 했다.
“우리 해군은 구축함 3척, 호위 구축함 3척, 프리깃함 4척, LST 10여 척 등 거함(巨艦) 위주입니다. 이에 반해 북괴는 잠수함 4척, 미사일 초계정 4척, 고속어뢰정 50척 등등 연안용 함대로 함정 숫자와 기동력에서는 우리 해군을 훨씬 앞섭니다.”
해군의 입에서 북한 해군에게 밀린다는 말을 듣고 있자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때는 우리가 군사적으로 우위가 아니었군.
머릿속으로 대충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체감하니 느낌부터 완전히 달랐다.
하긴 자고 있는데, 갑자기 사이렌이 울리면서 무장공비가 서울을 습격했다는 긴급 방송이 나오는 시대가 아닌가.
‘이래서… 이래서, 내가 군함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대통령이 그렇게 반응했던 거구나. 대통령이 날 엄청 기특하게 생각했겠군.’
의도치 않게 내가 대통령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말을 했던 거다.
“상황이 이렇습니다. 일단 언론 보도는 통제했고, 각하께서도 대응책 마련을 긴급 지시하셨을 뿐 무력시위를 명하시지는 않았습니다. 미군도 지금 푸에블로호 사건으로… 협상 중이고… 하아… 어려운 상황입니다.”
“민간인인 제가 뭘 어떻게 도와드릴 수가 있을까요?”
대체 뭔 일을 시키려고 군사기밀을 이렇게 친절하게 알려주는 거야?
어서 말해봐, 나도 궁금하니까.
“아까 말씀드린 대로, 소련제 스틱스 미사일에 격침된 군함이 이스라엘 구축함입니다. 3차 중동 전쟁 이후로 여타 국가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이스라엘과의 외교 관계를 잠정 중단 중입니다. 산유국인 아랍 국가를 자극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 사장님은 요르단 건설 건으로 자연스럽게 이스라엘에 입국하실 수 있지 않습니까.”
“들어가는 거야 그렇다 쳐도, 원하는 정보가 정확히 뭡니까?”
“이스라엘 군함이 어떤 미사일에 어떻게 맞아서 어떻게 격침을 당했는지 그 대응 방안은 뭐가 있을지에 대해 알아봐 주셨으면 합니다.”
뭐야? 미친 거야?
이스라엘의 군사기밀을 알아 오라는 말이잖아.
그런 정보를 캐오면 간첩 행위란 말이다.
“그런 특급 군사기밀을 이스라엘이 알려주겠습니까?”
“그러니, 우 사장님께 부탁드리는 게 아니겠습니까? 국가 대 국가로 접촉하면 대가를 원할 테고, 분명 대외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지하라고 할 테죠. 그러고도 원하는 정보를 얻는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그래, 외교적으로도 국가 안보에 관한 정보를 얻는 건 매우 까다롭지.
정부도 고민할만하네.
어쩐지 날 마중 나왔더라니, 이런 아쉬운 소리를 하려고 한 거군.
그렇지만, 이건 그냥 부탁 수준이 아니잖아.
“자칫하면 제가 스파이로 몰릴 수도 있습니다. 그에 대한 대책은 있는 겁니까?”
“상황이 매우 급합니다. 시간이 2주 정도밖에 없습니다.”
‘이 미친 새끼가! 가는 데만 이틀이다!’
하마터면 욕이 튀어나올 뻔했다.
특급 군사기밀을 2주 안에 어떻게 뽑아.
“무리한 요구입니다.”
“우리 해군 장병이 끌려간 일입니다. 미국에 중재를 요청하고 군사분계선에서 무력시위라도 해야 와중에 그들이 무사히 돌아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가 숨죽이고 있으면, 끌려간 장병이 마주하는 건 지옥뿐입니다. 도와주십시오.”
그러네, 그들이 있었네.
이런 멍청이, 피랍된 국군 장병을 잊다니.
윤 소령이 내게 읍소를 했다.
같은 해군으로서가 아니라, 같은 국민으로서도 충분히 이해되는 일이었다.
“무력시위를 하려면 스틱스 미사일에 대한 방어 수단부터 마련하고 병력을 들이밀어야 합니다. 자칫하면 대형 참사에 자살행위입니다. 정보가 필요합니다.”
‘하아, 일이 이렇게 되나…’
이쪽 일은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영역이었다.
내가 중공업 업계에 오래 있었지만, 플랜트 전문이었고 방산 쪽은 어깨너머로 보는 것이 전부였다.
동기들이 허구한 날 머리를 부여잡고 혼자만 끙끙 앓았던 이유가 다 있었구나.
정보가 필요한 건 나도 알겠는데, 그걸 수집하는 게 너무 어렵네.
게다가 자칫 이 일에 깊숙이 빠져들었다가는 중동에서 사업하기가 힘들어질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나 몰라라 할 수도 없고…
“휴우, 알겠습니다. 그럼, 외람되지만 제가 얻을 수 있는 대가는 무엇인지요?”
나는 진중하게 비서실장에게 대가를 물었다.
솔직히 비서실에 들어설 때만 해도 비자금이나 챙겨주면 될 줄 알았다.
내가 벌어들인 돈 중에 얼마를 떼어 주면 면피가 될까를 생각했는데 그 정도 일이 아니었다.
이건 삥 뜯는 것보다 더한 일이었다.
설마, 내게 간첩 짓을 시킬 줄이야…
더욱이 그걸 거부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한국 해군은 신예 고속정이 필요합니다. 일단 3척 정도를 만들려고 하는데, 들어가는 돈의 50%를 정부가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런 개새끼가!’
정말이지 머릿속으로 온갖 욕이 스쳐 지나갔다.
간첩 짓을 시키면서 삥까지 뜯겠다는 거냐?
“…50%라니요?”
“방위산업을 하게 되면 군함을 수주하겠다고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 최근 수출에도 크게 성공했으니 국가에도 공헌하셔야죠. 국민들에게 방위성금을 거두면 고속정 비용의 50% 정도는 지원할 수 있을 겁니다.”
빌어먹을···
삥을 뜯지만 조금 뜯는 게 특혜라는 뜻이냐?
그리고 내가 간첩 짓을 안 하면 삥을 100%를 뜯겠다는 생각이었어?
참나, 60년대는 정말 60년대였다.
일은 극도로 심각한데, 처한 상황은 어이없었다.
“애국하신다고 생각하십시오.”
애국심이 이렇게 비싼 거였군.
그래도 와중에 다행이었다.
정부가 고속정 가격을 정확히 알지는 못할 테니까. 최대한 국산화를 해서 출혈을 최소화해야겠다.
“군함이라면 당연히 해야겠지요. 그런데, 당장은 제대로 된 조선소가 없습니다. 건설을 마무리하고 수주받은 유조선을 납품하고 난 뒤에나 고려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 울산 조선소는 부분 조업을 시작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면 기존의 부산 영도 조선소는 조금 여유가 생겼을 테고, 거기서 소형 군함인 고속정은 건조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입니다.”
이거 조사를 제대로 했군.
60년대 공무원들은 일을 참 열심히 했나 보다.
“그런 묘수가 있군요. 고속정은 언제까지 할 수 있을지 검토해서 보고 드리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스라엘에 가실 때 여기 윤 소령과 함께하십시오. 서류상으로는 전역을 시켰으니 문제없을 겁니다. 미사일과 군함 전문가이기도 하고, 개인 화기를 잘 다루니 신변 안전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신변 안전도 걱정할 정도로 위험한 일이라는 걸 알고는 있군.
이 일에 비서실이 날 부른 이유를 이제 알겠다.
일이 잘못되면 대통령은 모르는 일이었다고 하고 비서실이 알아서 기었다고 하겠군.
내 신변에 무슨 일이 생겨도 대통령은 모르는 일이었다는 얘기다.
“정리해보죠. 내가 미사일에 대한 정보를 얻어야 하고, 그 대응 방안도 모색해야 하며, 북한 해군에 대응할 고속정을 3척 정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군요. 맞습니까?”
“정확하십니다.”
비서실장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얘기가 잘 통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언제 출발하십니까?”
대뜸 출발 일정부터 물었다.
될 수 있으면 빨리 나가라는 얘기였다.
“바로 출발해야죠. 윤 소령 준비하십시오.”
“지금부터 함께 하겠습니다.”
이왕 맡기로 했으니 주저할 이유는 없었다.
무엇보다 국군 장병을 빨리 데려와야 했다.
그러고 보니, 푸에블로호 승무원이 돌아오는 게 올해 말쯤이지 않나? 싶었다.
그때, 같이 데려와야 했다. 그때를 놓치면 우리 장병들이 영영 못 돌아올 수도 있었다.
‘서둘러야 해.’
그렇다고 아무런 준비 없이 떠날 수는 없었다.
이제 막 미국 대선이 공화당의 승리로 끝났으니, 낸시가 가장 힘을 받을 때가 아닌가.
그녀를 통하면 이스라엘의 군부와 접촉하는 것도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닐 것 같았다.
< 137화 : 애국심의 가격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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