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138)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138화(138/589)
< 138 : 위기를 기회로 >
“윤 소령, 나와 얘기 좀 합시다.”
나는 청와대를 나와 윤 소령과 얘기를 시작했다.
밑도 끝도 없이 일을 시작할 수는 없지 않나.
낸시에게 이스라엘 군부와 연결해달라고 한다고 해도, 일단 뭘 알아야 말빨이 서지.
“물어보십시오. 최대한 말씀드리겠습니다.”
“해군은 스틱스 미사일에 대한 대응책이 없습니까? 가장 많이 생각을 해봤을 거잖습니까.”
“대응책이야 있습니다. 첫째 스틱스 미사일도 항공기와 같아서 먼저 발견만 하면 대공포로 격추 가능합니다. 즉, 먼저 발견해야 합니다.”
“뻔한 얘기 말고요.”
대공포로 전투기를 손쉽게 격추한다면 세상의 그 어느 군대가 전투기를 운용하겠나.
“… 둘째는 더 뻔합니다. 스틱스 미사일보다 더 우수한 함대함 미사일을 보유하는 겁니다. 적보다 먼저 발견하고 먼저 발사하면 됩니다.”
“……”
군부에선 대응책이 전무한 거네.
“공항에서 봅시다.”
“예, 알겠습니다.”
나는 윤 소령과 헤어져 미 대사관으로 향했다.
그간 몇 번 얼굴을 비췄다고, 별다른 설명 없이 국제 전화를 쓸 수 있었다.
***
미 대사관 VIP룸,
“여보세요, 접니다. CS.”
“먼저, 대선 승리 축하합니다.”
<축하는 감사히 받죠. 하지만 용건은 그게 아니겠죠?>
“문제가 좀 생겼습니다. 이스라엘 군부와 줄을 좀 연결해 주십시오.”
<무슨 일이기에 그러죠? 한국 정부는 거의 단교수준으로 이스라엘을 멀리하고 있잖아요.>
국제 문제 담당답게 외교 관계를 잘 알고 있었다. 이스라엘 관련이라 다소 격양된 반응이었다.
“외교 문제가 아닙니다. 이스라엘 군함이 소련의 스틱스 미사일에 맞은 사건과 우리 쪽 함정이 북한군에게 피랍된 사건이 관련 있어서 그럽니다. 전화로 설명하긴 곤란합니다만.”
<설명 필요 없어요. 북한도 스틱스 미사일을 쓰잖아요. 그래서 우리 미국방부가 이스라엘에 새로운 미사일을 팔기로 했거든요. 유럽이 대(代)이스라엘 무기 수출을 중지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우리 사이에 굳이 변명할 필요는 없어요.
이참에 미국도 무기 장사로 돈을 벌어야겠죠.
그게 낸시 같은 국제 문제 담당의 일이다.
“이미 알고 있으니 이야기가 쉽겠군요. 우리도 스틱스 미사일에 대응할 수 있는 정보가 필요합니다. 함대함 미사일 방어체계를 갖추라는 원론적인 말 말고요.”
<한국이 함대함 미사일 정보가 왜 필요하죠? 당장 전면전을 할 것도 아니고, 자잘한 해군 교전이야 무시하고 육군 대치에 집중해야죠.>
낸시는 정말이지 국방부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돈 되는 일에만 관심 있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 국방 전략상 육군 우선주의라고 해도 해군을 전혀 신경 안 쓴다는 게 말이 되나.
그렇다고 이렇게 부탁하는 상황에서 따질 일은 아니었다.
“필요합니다. 우리 해군이 군사분계선 근처에서 무력시위를 좀 해야 합니다. 그리해야 푸에블로호 승무원들이 돌아올 때 피랍된 우리 해군도 같이 돌아오지 않겠습니까?”
<음, 듣고 보니 일리가 있군요. 납치된 미군들을 크리스마스까지 집으로 보내주는 게 우리 목표니까요. 그때를 놓치면 한국이 단독 협상에 나서야 하니 상황이 더 힘들어지겠군요.>
“이스라엘 군부가 스틱스 대응책에 대해 정보를 공유해준다면, 대한민국은 언젠가 그에 상응하는 보답을 꼭 할 겁니다.”
<외교에 ‘언젠가’라는 말이 어딨어요? 거래는 즉각적인 대가가 따라야 성사되죠. 한국이 내놓을 게 없다면 군부를 만나봐야 말짱 헛일이에요.>
낸시가 잘라 말했다.
반대로 생각하면, 적당한 대가가 있다면 우리가 적용할만한 대응 방안이 있다는 소리였다.
“도와줘요, 낸시. 한국 정부가 이스라엘에 빚을 질 수는 없지만, 난 당신에게 빚질 수 있죠. 당신이 도와준다면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이왕 이 일을 하겠다고 덤벼들었으니, 최선을 다해봐야 했다.
낸시의 정보는 진짜일 것이다.
<이 일을 어쩐다. 사실 이스라엘에서도 대응책으로 뾰쪽한 게 없어요. 아쉽게도 미사일 파편을 거의 얻지 못했거든요.>
“미사일 파편이 왜 필요하죠?”
<아니 기술 마스터가 그걸 내게 물으면 어떡해요. 미사일의 목표 탐지를 교란하려면 유도장치의 레이더 주파수를 알아야 한다면서요. 그걸 알아야, 전파 방해든 채프탄을 쏘든 한다고 말이에요.>
잠깐, 잠깐… 전파 방해? 채프탄?
전파 방해야 장비가 필요하지만, 채프탄이야 그냥 쏘면 되는 거잖아.
60년대엔 채프탄을 쏘면 미사일을 회피할 수 있었던 건가?
채프탄은 적의 레이더가 아군 항공기를 발견하지 못하도록 작은 금속조각을 살포하는 것이다.
머리카락보다 가느다란 금속체를 뿌려 적 레이더를 교란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금속체의 길이를 레이더 중심 파장의 반 파장(λ/2) 정도에 맞춰서 뿌려야 제대로 교란 효과가 나타난다.
만약 스틱스 미사일의 목표 탐지장치가 레이더 유도방식으로 목표물을 찾는다면 이론적으로 채프탄으로 교란할 수 있다.
채프탄을 펑펑 쏘고 회피하면 스틱스 미사일은 엉뚱한 데서 터지게 되는 것이다.
오히려 발사하는 함선으로 U턴할 수도 있다.
그래서 대부분 21세기엔 적외선 유도장치를 추가하는데, 60년대엔 그게 없나 본데?
더 나아가 전파 방해 장치를 만든다면 더욱 확실하게 미사일을 무력화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미사일의 목표 탐지장치의 주파수를 알아야 같은 주파수의 잡음을 더 강한 출력으로 쏘아 보낼 수 있다.
“채프탄을 날리고 회피해서 함포로 갈겨주면 적 함선을 격침할 수 있다는 뜻이군요.”
단기간에 무력시위가 가능할 수도 있겠다.
목표 탐지장치만 얻는다면 말이다.
<미사일 목표 탐지장치의 주파수를 알아야 제대로 채프탄을 쏠 수 있다고 하더군요. 괜스레 엉뚱한 채프탄을 날리면, 아군 레이더만 교란하는 꼴이라고 말이죠.>
“주파수 정보가 핵심이군요.”
<맞아요. 지금으로선 이스라엘 군부와 접촉해봐야 아무 소용없어요. 괜히 아쉬운 소리만 하는 꼴이 될 겁니다.>
낸시가 전화기 너머에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말에 벽에 부딪힌 느낌이었다.
현재 필요한 정보가 없고, 설령 이스라엘이 그 정보가 있다고 한들 한국에 그 정보를 넘기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이스라엘에 내줄 대가가 없었다.
“휴우, 어렵군요…”
나도 모르게 한숨부터 나왔다.
낸시를 통해 이스라엘 군부를 만나면 뭔가 뾰족한 수가 있을 줄 알았는데 말이다.
<차라리 한국의 정보부에 요청하는 건 어때요? 북한이든 인도네시아든 시리아든 간첩을 침투시켜서 목표 탐지장치를 빼 오는 게 더 빠를 거예요. 그걸 얻기만 하면 수많은 나라가 러브콜을 날릴 테니 그만한 위험도 감수할 만하지 않아요?>
그 정도 특급 기밀이면 정보 값으로 엄청난 돈을 받아낼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이든 이스라엘이든 말이다.
하지만 말이 쉽지, 간첩을 보낸다고 그런 특급 기밀을 손에 넣기가… 잠깐… 인도네시아?
“낸시, 인도네시아가 뭐 어쨌다는 거죠? 인도네시아에서도 스틱스 미사일을 쓰나요?”
<그럼요. 작년까지만 해도 인도네시아는 사회주의 국가였잖아요. 올해 3월에 쿠데타로 대통령이 바뀌었지만 말이에요.>
인도네시아의 30년짜리 독재가 올해부터 시작이었던가? 그 일이 이렇게 연관될 줄이야.
잘하면 인도네시아를 통해 스틱스 미사일의 목표 탐지장치를 가져올 수도 있지 않을까?
북한이나 시리아로 들어가는 것보다 백번 천번 쉬울 것 같은데?
싱가포르에서 인도네시아로 들어가는 밀수선에 우리 상품이 실려 간 것이 어디 하루 이틀인가.
싱가포르의 큰손인 라자크를 통한다면···.
“낸시, 미국은 왜 인도네시아와 접촉하지 않죠? 그쪽도 친미 정권이 되길 원할 텐데 말이죠.”
인도네시아 독재자 수하르토는 키신저가 지원한 독재자 중 한 명이지 않는가.
<물론 접촉해야죠. 단, 내각부터 꾸미고, 연방 소비세법도 통과시키고, 베트남전 관련해서 내부부터 다독거린 뒤에나 할 일이죠. 일단 정권 초기부터 공산권을 너무 자극하면 좋을 거 없거든요.>
인도네시아를 끌어안겠다고 나서면, 소련이 발끈할 거라는 얘기군.
나중에는 할 텐데, 정 급하면 나더러 일단 접촉해보라는 의미였다.
내게 아주 중요한 정보였다.
“고마워요, 낸시. 지금, 빚을 크게 졌어요.”
낸시는 내 말에 묵묵부답이었다.
긍정도 부정도 아니었지만, 질문과 대답을 반복하며 내게 길을 알려준 것이다.
<… 정말 시도하려나 보네요. 좋아요. 만약 정보를 얻게 된다면 저희도 해당 정보를 꼭 얻고 싶군요. 대가야 잘 쳐 드리죠.>
정보만 빼내 온다면 미국이든 이스라엘이든 큰돈을 지급할 것이다.
나로서도 이게 더 나은 선택이었다.
조만간 내게 엘도라도가 될 중동에서 괜히 이스라엘과 접촉하느니, 차라리 인도네시아가 낫다.
쿠데타가 났으니 지금 인도네시아의 정국은 혼란스럽고 돈이면 뭐든지 되는 상황이지 않겠나.
“조만간 뵙죠, 낸시.”
<행운을 빌어요, CS.>
낸시와 통화를 마치고 나니, 눈앞이 환하게 밝아 왔다. 길이 보이니 다행이었다.
일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뇌물이 통하는 인간이란 이 세상에서 가장 다루기 쉬운 존재니까.
나는 곧바로 본사로 달려가 싱가포르 라자크에게 텔렉스를 보냈다.
「To. 인도 상공회의소 라자크 소장님
오랜만에 소식을 전합니다.
인도네시아에 볼일이 있습니다.
거물과 긴밀한 접촉을 하고 싶습니다.
주선을 부탁드립니다.
이틀 뒤 찾아뵙겠습니다.」
띠리릭. 띠리릭.
「그때 그 장소로 오십시오.」
금방 회신이 왔다.
역시, 라자크 씨가 내 도움 요청을 거절할 리가 없지. 내 원단은 그에게 화수분이니까.
***
이틀 뒤,
싱가포르 아델피 호텔.
윤 소령은 목적지가 싱가포르로 바뀌었음에도 왜냐고 묻지도 않고 잠자코 내 곁을 지켰다.
뚜벅뚜벅.
나는 아델피 호텔의 스카이라운지로 향했다.
“어서 오십시오, 영 타이거. 정말 반갑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뵙는군요, 라자크 소장님.”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라자크와 악수를 하고 가볍게 포옹했다.
나를 위해 하루를 통째로 비운 것이 분명했다.
“바쁠 테니,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어느 쪽을 원합니까? 정치가? 군인? 기업가?”
“군부 쪽 인사를 원합니다.”
“신군부입니까? 구군부입니까?”
“신군부 쪽입니다. 정확히는 스틱스 미사일에 대한 정보를 내어줄 인물을 원합니다.”
“스틱스 미사일이라… 그런 정보라면 웬만한 돈으로는 안 될 겁니다.”
불가능하다는 말이 아니라 돈이 많이 든단다.
분위기가 아주 좋았다.
해당 정보만 얻어낸다면 미국에든 이스라엘에든 비싸게 팔아먹을 테니 전혀 문제없었다.
내 위험수당까지 쳐서 무지막지하게 비싸게 팔아먹어야지 싶다.
“대가는 충분히 제공하지요. 미국 고위 인사와도 연결해드리죠.”
내 뒷배가 미국임을 슬쩍 흘렸다.
“미국과 연결해 주는 것부터가 대가군요. 그쪽도 친미 정부가 되려고 노력하는 것 같던데 말이죠.”
역시 라자크는 큰손답게 인도네시아의 신군부 중에 뇌물이 통할만 한 인물을 아는 것 같았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신군부에게도 도움 되는 일이었다. 쿠데타로 학살을 자행했는데, 미국의 비호가 없다면 국가 승인을 받기가 힘든 상황이었다.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요. 그쪽은 국가 승인을 받고 돈까지 생기고, 회장님은 공식 교역로를 얻고, 저는 미사일 정보를 얻으니 말입니다.”
“하하, 한국은 참으로 복잡한 곳이긴 한가 보군요. 그런 군사 정보도 돈이 되다니 말이죠.”
“정치가 끼면 뭐든 복잡해지는 법이죠.”
라자크도 눈치가 빨라서 이게 돈이 되는 일이라는 걸 금방 알아차렸다.
“여하튼, 며칠 시간이 걸릴 겁니다. 그때까지, 여기 호텔에서 푹 쉬고 계십시오.”
라자크는 짐짓 자신 있다는 표정으로 스카이라운지를 벗어났고, 그제야 나는 윤 소령과 함숨 돌릴 수 있었다.
***
“우 사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예, 하세요.”
내내 말이 없더니 둘이 되자마자 할 말이 있다고 했다.
“제가 경호원이긴 합니다만, 이스라엘은 그리 위험한 곳이 아니라는 게 군의 솔직한 분석입니다. 사장님 인맥을 통한 일인 데다, 이스라엘 치안은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요?”
“청와대… 아니, 정확하게는 각하께서도 그리 생각하시고 사장님께 저만 붙여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신 겁니다. 그런데, 인도네시아는 정말 위험한 곳입니다. 싱가포르가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면, 정부에 보고해야 합니다.”
“… 보고가 필요하다면 해야겠지만, 의외군요. 신변 안전을 우려한다는 말이 과장이었나요?”
어쩐지 말의 뉘앙스가 현 상황이 의도치 않은 위험이라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
그리 보면 아까 이스라엘에선 내 인맥을 통하는 일이라 건, 밴 플린트의 존재를 알고 있는 대통령이나 할법한 말이었다.
“국무회의에서 경제 기획원이 대세의 특혜를 거론하며 여론을 우려하더군요. 다른 기업은 진출을 막은 멕시코에 대세만 허가한 것도 그렇고, 한국 기계 인수 거부도 그렇고,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식이라고 말입니다. 제가 스틱스 미사일 브리핑 건으로 문밖에 있었습니다. 띄엄띄엄 듣긴 했어도 틀리진 않을 겁니다.”
“어이가 없군요. 그래서요.”
이놈의 특혜 이슈는 끊이질 않네.
멕시코를 내가 뚫었지, 정부가 허가한 거냐?
“그리고 국민도 방위성금을 내는 마당에, 방위세법을 신설해 대세 같은 대기업은 더 많은 돈을 내야 한다고도 역설하더군요.”
경제 기획원이 이렇게 나라 살림을 했나.
“그때, 각하께서 특혜가 아니라 사장님이 궂은일을 맡아 성과를 내는 거라고 하셨습니다. 방위산업 측면에서도 이스라엘을 접촉하는 어려운 일까지 하고 계신다면서 말이죠.”
“……”
나름 대통령이 내 방패 역할을 해준 건가?
이 시대는 참 쉽지 않네.
정말 한국 주식회사 대기업에서 사내 정치를 하는 느낌이었다.
저 팀은 중요한 일을 맡았으니, 건드리지 말라고 회장이 직접 챙기는 것처럼 말이다.
“만약 인도네시아에서 정보를 빼내오는 것이 목표라면, 저 혼자 다녀오겠습니다. 지시만 내려주십시오.”
아니, 이건 내가 들어가야 해.
어째서 우리나라가 인도네시아에 군함을 팔게 되었는지 알 것 같거든.
< 138 : 위기를 기회로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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