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139)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139화(139/589)
< 139 : 궁극의 전리품 >
며칠 뒤,
라자크가 나를 직접 찾아왔다.
“어떻게 좋은 소식이 좀 있습니까?”
“수하르토 신군부의 서열 3위가 우리의 의사를 받아들였습니다.”
넘버3와 접촉한다고? 대단했다.
“감사합니다.”
“자카르타로 가셔서 수라바야 해군 기지까지 이동하시고, 거기서 정보를 얻으신 뒤 바로 한국으로 돌아가셔야 합니다. 공해상에서 대세 해운으로 갈아타실 수 있도록 조율하겠습니다.”
마치 군사작전 같았다.
밀수도 이렇게 치밀하게 하나?
라자크는 내가 미사일 정보든 부품이든 얻게 되면, 정식 인도네시아 공항을 이용하는 것은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애써주신 것, 잊지 않겠습니다.”
“사장님의 일이 잘돼야 제 사업도 번창하겠지요. 그보다 조언 드릴 게 있는데, 그들과 직접 돈거래를 하시면 안 됩니다. 꼭 저를 자금 운반책으로 써주십시오.”
“그래야겠지요. 저도 목숨은 하나뿐이니까요.”
“제 비서인 산시바를 데려가십시오. 통역과 계약을 도울 겁니다.”
“산시바 굽타입니다. 우 사장님.”
여태 스카이라운지에서 바텐더로 만났던 이였다.
바텐더로 얘기를 나눴을 때 상식이 대단하길래 보통내기가 아니라고 여겼는데, 역시나 라자크의 오른팔이었다.
“언제 한번 한국으로 오십시오. 라자크 님의 부탁이라면 기꺼이 돕겠습니다.”
라자크가 이렇게 성의를 보인다면, 내게 제안할 뭔가가 있다는 소리다.
어떤 제안을 언제 가져올지 모르지만, 나 또한 최선을 다해 도울 것이다.
“그때를 기대하죠. 그럼, 행운을 빕니다.”
***
다음날,
비행기로 자카르타에 도착한 뒤, 어둠이 깔리자 배로 이동했다. 그것도 모자라 해안가에 접근할 때는 고무보트로 갈아탔다.
라자크의 밀수 루트 중 한 곳이 분명했다.
“동작 그만!”
우리가 상륙하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자들이 몸수색부터 시작했다.
순간 당황했지만, 산시바가 고개를 끄덕이는 거로 보아 당연한 절차인 모양이다.
”오늘따라 인원이 많군.”
몸수색이 끝나자 상대도 안심하는 것 같았다.
“라자크님이 주선한 손님입니다. 약속 장소로 안내해 주십시오.”
산시바가 접선책과 얘기를 나눴다.
“타시오.”
시커먼 지프를 타고 한참을 달렸다.
수라바야 해군 기지라고 했던가?
이름만 해군 기지였던지 도착한 곳은 허름한 판잣집이었다.
“창고 안에 요청한 물건이 있소. 보스께서 딱 1시간만 보여주라고 했으니, 그리 아시오.”
접선책은 딱 1시간이라는 뜻으로 집게손가락을 흔들어댔다.
“우 사장님, 한 시간으로 되겠습니까?”
“문제없습니다.”
우리를 창고 안으로 들여보내고 산시바가 입구를 지켰다.
“이게 스틱스 미사일일까요?”
겉보기로는 만화책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전형적인 미사일 모양이었다.
탄두가 무지막지하게 커서 1톤은 될 것 같았다.
제대로 맞으면 대형 군함이 단박에 침몰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이런 모양이라면 음속 돌파는 못할 것 같고, 크기도 커서 충분히 대공포로 격추 가능합니다.”
윤 소령은 군인답게 외형만으로도 어느 정도 정보를 얻어냈다.
그리고 탁자 위에는 얼마든지 보라는 듯 각종 부품이 널려져 있었다.
“일단 측정부터 하죠.”
“예, 사장님.”
시간이 한 시간밖에 없었기에 서둘렀다.
미사일과 각종 부품의 모양을 대략 그리고 최대한 수치를 기재했다.
몸수색을 거쳐 지참할 수 있었던 건 줄자 하나와 필기구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주파수 측정기를 가져왔다고 해도, 여기 사람들이 반입을 허용했을 리 없었다.
“눈대중은 다 했고, 아무래도 이 부품이 목표 추적장치 같지요?”
“예, 그렇습니다. 제가 숨겨서 나갈까요?”
윤 소령이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왜, 숨기죠? 당당히 들고 나가면 됩니다.”
“예에?”
“이렇게 좌판을 깔아놓은 건 팔겠다는 의미입니다. 최소한 한 개는 구매해야 예의죠.”
윤 소령은 황당한 표정이다가 금방 정신을 차리고 목표탐지 장치를 챙겨 들었다.
넘버 3의 의도는 뻔했다.
부품까지 해체해서 늘어놨다면, 필요한 부품이 있다면 값을 치르고 가져가라는 소리였다.
하는 짓이 영락없는 장사꾼이었다.
창고에서 나오니 접선책이 인상을 와락 구겼다.
“미쳤나! 그걸 들고나오면 어떡해? 당장 제자리로 돌려놔.”
“물건도 안 주고 돈만 챙길 생각이었어? 보스에게 데려다줘.”
“뭔 개소리야? 산시바, 어디서 이런 놈들을…”
“말조심하시오. 라자크 님이 보증한 VIP십니다.”
산시바가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이익…”
“이봐, 어서 가지. 당신 보스가 기다리고 있을 거야. 당신 목을 걸어도 돼.”
나는 접선책의 목을 두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려주었다. 날 데려가지 않으면 목이 잘릴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접선책은 내 말에 흠칫했다.
머뭇거림은 짧았고, 결국 우리를 지프에 태워 더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제야 멀리 철책이 보였다.
수라바야 해군 기지였다.
****
“기다려. 보스께 보고부터해야 하니까.”
접선책은 우리를 초소 사무실에 들이고는 휙 하니 사라졌다.
“산시바, 여기서 기다려도 괜찮을까요?”
“염려 마십시오. 이들도 돈값은 할 겁니다.”
라자크가 이미 어느 정도 쥐여준 모양이다.
불안도 잠시, 웅성웅성하는 소리와 함께 반대편의 문이 열렸다.
그리곤 시커먼 사내가 저벅저벅 들어왔다.
딱 봐도 군 장성 같았다.
‘이 사람이 넘버 3인 모양이군.’
서열 3위임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의 등 뒤에는 십여 명의 부하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
“물건을 사고 싶다고?”
“그렇습니다. 1시간 관람료에 이 부품 가격을 더 하고 싶군요.”
“말씀해 보시오. 얼마나 줄 수 있는지?”
말투가 군 장성답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의 재무 담당 비서 같은 느낌이었다.
“굳이 가격 협상이 필요 없는 물건입니다. 그러니 원하는 가격이나 들어보죠.”
“가격 협상이 필요 없다니, 무슨 뜻이지?”
“인도네시아가 국가 승인을 받으려면 스틱스 미사일을 통째로 미국에 넘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럼 미사일 정보는 그때 가서 미국을 통해 얻으면 그뿐입니다. 지금, 이 부품은 크리스마스 케이크 같은 존재라고 하겠군요.”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크리스마스이브를 지나면 세일을 해도 잘 안 팔린다.
모름지기 인도네시아가 국가 승인을 받게 된 계기는 미국에 스틱스 미사일을 비롯해 각종 군사기밀을 넘기는 대가였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5공 시절 미국으로 날아가 핵 개발은 물론 미사일 개발조차 중지하겠다는 협상을 통해 국가 승인을 받았다.
쿠데타 세력은 그런 식의 협상을 하기 마련이다.
“크흠…”
내 말에 넘버 3가 입을 꾹 다물었다.
“말씀해보시죠. 얼마를 원하십니까?”
“천만 달러는 받아야겠어.”
“참나, 이래서 여태 이 정보가 안 팔린 것이군요. 꼴을 보아하니 앞으로도 손님은 없겠습니다.”
난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윤 소령도 눈치 빠르게 부품을 탁자 위에 놓아두고 나를 뒤따랐다.
“멈춰. 내 허락 없인 아무도 못 나가.”
순간 그의 부하들이 입구를 막더니 허리에 찬 총에 손을 얹었다.
움직이면 총을 뽑겠다는 위협이었다.
“장군, 어찌 이러십니까. 라자크 님의 VIP를 이런 식으로 대하시다니요!”
“그 총 뽑기만 해봐. 누구 한 놈은 뒈진다!”
산시바가 넘버 3에게 얼굴을 붉혔고, 윤 소령은 거기서 한술 더 떴다.
줄자를 쫙 뽑아 양손으로 쥐고 입구를 막아선 군인들을 위협했다.
총을 뽑는 순간 사생결단을 내겠다고 말이다.
줄자로 사람의 목을 베어낼 수 있을 거라고 믿지 않았지만, 윤 소령의 살기만큼은 찌릿찌릿할 정도로 강했다.
“난 물건 가격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하고는 거래를 하지 않아. 라자크가 소개해서 왔는데, 이 정도일 거라곤 상상조차 못 했군.”
나는 인상을 찌푸리며 최대한 평온하게 말했다.
심장이 쿵쾅거리다 못해 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지만, 이 연기 하나가 몇백만 달러 짜리다.
해내야 한다.
“앉으시오.”
재차 으르렁댈 줄 알았더니, 말투가 사과에 가까웠다.
‘오호라, 넘버3가 확실하군.’
정치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판단 또한 빨랐다.
“거래를 제대로 하려면 부하들부터 내보내. 오른팔 왼팔만 남기고 말이야. 그래야 서로 원하는 걸 얘기할 수 있지 않겠어?”
이런 일을 논하는데, 듣는 사람이 많아 봐야 좋을 거 하나 없었다.
“그러지.”
잠시 생각하던 넘버3가 눈짓을 하니 딱 두 사람만 남고 다른 부하들이 우르르 빠져나갔다.
각자 오른쪽, 왼쪽 문을 막아섰고, 우리는 다시 자리에 앉았다.
“이제 사업 얘기를 제대로 해보겠군.”
“얼마를 줄 수 있지?”
“이 건은 아무리 많이 쳐줘도 400만 달러 정도야. 그보다 더 비싸게 팔 자신 있다면 묵혀둬. 그도 아니면 미국에 공짜로 상납하던지.”
이스라엘이든 미국이든 이 정보를 내밀기만 하면 1000만 불은 거뜬하게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국방부에 끈이 있는 나만 가능한 일이다.
라자크에게 100만불 정도를 떼어 준다면, 내가 내줄 수 있는 돈은 400만불 정도다.
이 정도 위험을 감수했는데, 나도 수고비로 500만 불 정도는 챙겨야 하지 않겠나?
“400만 달러가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애매한 숫자 400만불이다.
지금 인도네시아 기준으로 거금인 반면, 국가 특급 기밀이라는 측면에서는 극히 작은 대가였다.
“그래서 사업 얘기를 하잖아. 나머지는 알아서 챙기라고 말이야. 필요한 게 뭐지? 배? 전차? 무기?”
넘버3도 금방 말귀를 알아들었다.
무기 브로커가 대부분 이런 방식으로 리베이트를 주니까 말이다.
“군함을 줄 수 있다는 건가?”
그럼, 그렇지.
인도네시아에 전차가 필요하겠나?
그렇다고 소총을 보상으로 달라고 하겠나.
“싸게 팔아주지. 수의 계약을 하고 글로벌 가격의 80%로 넘겨주지. 나머지 20%야 당신 재량껏 해보라고.”
“처음부터 그렇게 얘기했으면 좋았잖아. 초계함을 만들어줘.”
“초계함?”
“연안을 순찰할 거야. 고무보트보다 빠르고 무기도 다루기 쉬운 최신식이었으면 해.”
그럼 그렇지.
연안 초계함은 인도네시아가 미국과 수교하면서 발주했던 군함이었다.
원래 역사에선 우리나라가 하청을 받았지.
인도네시아에 신군부가 들어서면서 가장 먼저 해야 했던 일은 밀수를 단속하는 것이었다.
경제를 틀어쥐어야 쿠데타를 도운 세력에게 콩고물도 나눠주고, 자기들도 축재를 할 테니까.
하지만 연안 경비를 담당할 초계함이 턱없이 부족했고, 있다고 한들 갯벌에 빠져 낭패를 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렇다고 밀수꾼처럼 군대가 고무보트를 타고 연안 경비를 할 수는 없으니, 미국과 수교를 맺고는 가장 먼저 초계함을 구매했다.
방산 사업부에 근무했던 동기와 술자리를 함께했던 것이 이렇게 도움이 되네.
“그런 용도의 군함이라면 조금 곤란하군. 라자크 씨의 사업을 방해하는 꼴이니까. 밀수도 사업이라고 한다면 말이지.”
초계함을 만들어주면 정말이지 라자크가 곤란할 수도 있었다.
덩달아 내 원단 사업도 곤란해지고 말이다.
“그건 걱정하지 마. 라자크 씨에겐 공식 수출입 권리를 부여하지.”
잘됐네.
이참에 라자크도 제대로 챙기겠네.
대세 인터내셔널의 싱가폴 수출도 늘겠군.
이번에도 화수분이 커지겠어.
“좋아, 그럼 사양을 읊어봐.”
“미군이 쓰는 다목적 초계함 수준이면 좋겠어. 최고속도는 40노트 이상, 수심이 낮은 연안 갯벌에서도 운행에 문제가 없도록 말이지.”
발주 사양은 더더욱 마음에 들었다.
이걸 핑계로 미국으로부터 백구급 초계함의 기술을 도입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안보에도, 내 사업에도.
“발주 물량은?”
“처음 1척을 받아보고 성능이 만족스러우면 곧장 추가로 2척을 더 발주하겠어.”
“좋은 판단이야.”
넘버3로선 초계함 3척으로 수백만 불을 삥땅치고, 거기다 보상금으로 400만불까지 더하면 1000만불 정도는 문제없이 챙길 수 있을 것이다.
미사일 정보를 넘기는 대가로는 충분했다.
넘버3 정도라면 여태 자국에서 충분히 비리를 저질러봤을 테니, 그 정도 돈을 뒷구멍으로 챙기는 거야 문제도 아닐 것이다.
“좋은 협상이었어. 이 정도라면 다음 사업도 충분히 같이할 수 있겠어. 당신 이름을 알고 싶군. 난 CS Woo. 대한민국의 대세 그룹 회장이야.”
나는 자리에서 일어서며 악수를 청했다.
“후, 누군가 했더니 영 타이거였군. 난 베니 무르다니오.”
허, 베니 무르다니였어?
누군가 했더니 장차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이 될 양반이잖아.
수하르토 못지않게 국방장관을 오래 해 먹었던 양반이었다.
인도네시아 쪽 플랜트 사업을 할 때 이름을 주야장천 들었던 양반이었다.
인도네시아 연안의 조광권은 국방부가 막후 세력으로 강력한 권한을 행사했었으니.
서류에서 이름만 봤던 자를 내 눈으로 보다니…
“이 협상 결과가 마음에 들거든 다른 사업도 제의하시오. 건설이든 플랜트든 목재든 말이오. 뭐든 서로에게 손해는 아닐 거요.”
정체를 알았으니, 말투도 약간은 달리했다.
30년간 유지하는 독재 정권이니, 인맥을 엮어두어도 나쁠 건 없으리라.
길고 긴 밤이 지나고 우리는 전리품을 품에 안고 한국으로 향했다.
고무보트, 밀수선, 그리고 대세 해운의 배를 갈아타는 길고 지루한 여정이었다.
배를 갈아타는 수고비만으로도 500만 불은 족히 챙겨도 될 일이었다.
< 139 : 궁극의 전리품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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