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140)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140화(140/589)
< 140 : 예의 바른 사람들 >
“임자, 수고했어.”
대통령이 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국방부를 통해 이미 충분히 보고를 들었으리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임자가 인도네시아로 들어갈 줄은 상상도 못 했어. 쿠데타가 일어난 위험한 곳을 택하다니.”
“이스라엘에서 정보만 얻는 것보다야, 좀 위험해도 실물을 가져오는 게 나을 것 같아 그리했습니다. 다행히 대세 인터내셔널 사업 파트너가 그쪽 군부에 끈이 있어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내 말에 대통령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미군도 미사일 정보에 관해 관심이 아주 많더군. 우리 해군이 군사 분계선에서 무력시위를 하는데 미군도 적극 동참했어. 채프탄을 뿌리고 포를 쏴대니 북괴 놈들이 코빼기도 못 내밀고 벌벌 떨었다지.”
당연한 반응이었다.
미군도 스틱스 미사일 정보를 알아야 하니 한국의 요청을 거부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피랍된 해군 장병들도 돌아오겠군요.”
“그래, 그것도 임자 덕이야. 미군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설 거야. 푸에블로호 승무원과 함께 우리 해군 장병들도 돌아올 것 같더군.”
대통령이 내 손등을 연신 두드렸다.
“특급 군사 기밀이니 이스라엘이든 미국이든 정보를 제값 받고 파셔야 합니다.”
“물론이야. 그런데, 특급 기밀인 만큼 의당 기름칠도 많이 했을 테니 얼마나 보전해 주면 되겠나?”
내 입으로 말을 꺼내기는 좀 껄끄러웠는데 당연한 듯이 물어왔다.
역시 노련한 정치인이었다.
“1000만불이 필요합니다. 중간 다리로 싱가포르 거물을 끌어들였고, 인도네시아 군부가 소련과 척을 지면서까지 정보를 넘겨주는 것이라 그만한 대가가 필요했습니다.”
“1000만불이나? 어마어마하군.”
“멕시코 올림픽에서 번 돈을 몽땅 다 그쪽으로 쏟아부었습니다. 국가 안보가 최우선이라는 생각에 금액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습니다.”
윤 소령이 들었던 돈만 400만불이니, 총 경비가 1000만불이라고 해도 문제 될 것은 없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의 군부와 관련된 일이니 돈 처리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건 대통령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미국에 미사일 정보를 넘기는데 1000만불이 대수겠나. 반드시 얻어내도록 하지.”
“그걸로 만족하시면 안 됩니다. 미사일에 필적하는 국방 기술을 대가로 요청하셔야 합니다.”
“국방 기술이라, 좋은 생각이군. 어떤 기술이 좋겠나?”
“이미 해군에서 보고드렸을 것 같은데, 인도네시아 군부가 연안 초계함을 원하고 있습니다. 초계함은 우리 군에서도 필요하니 그에 관한 기술을 요청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미군은 거함 위주의 해군 전략을 추구하기 때문에 고속정에 대해선 상대적으로 기술 이전에 관대했다.
충분히 시도할 만했다.
“으흠, 대세 조선에 3척을 맡길 생각이었는데, 미국에서 고속정을 들여오는 것도 방법이겠군.”
“인도네시아 군부가 원하는 물량이 3척이고, 우리 해군이 필요한 물량도 3척입니다. 한꺼번에 미국에 발주하면 설계비도 따로 들지 않고, 미사일 정보의 대가로 저희 대세 조선이 하청을 받으면 기술도 얻고 돈까지 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내게 고속정 3척을 발주하면서 군함 건조비를 50%만 지급한다는 터무니 없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나야 하청을 받을 뿐, 가격협상이야 미국하고 해야 하니까. 미국에 반값으로 후려치시던지.
“정말 기가 막힌 생각이군. 기술 도입에 돈까지 벌다니.”
“이참에 인도네시아와 수교도 추진하시지요. 조만간 미국이 국가 승인을 할 것이 명약관화하지 않습니까. 목재나 석유가 넘쳐나는 나라이니 수교를 맺으면 합작할만한 사업이 많을 겁니다.”
“이 일의 파급력이 생각 이상이야. 인도네시아와 수교까지 검토하게 되다니 말이야. 모두 임자가 목숨 걸고 일을 잘 처리해줬기 때문이야.”
“동남아 쪽과 무역을 하다 보니 운 좋게 길이 열렸던 것 같습니다. 국가에 도움이 되었다니 저도 기쁩니다.”
일이 잘되었으니, 립 서비스를 했다.
이 사달의 첫 발단이 경제기획원이 날 걸고넘어져서 그랬다 이거지?
한번 기회를 노려 밟아주긴 해야겠어.
“이번 달 말에 포항제철 열연 공장 준공식이 있으니, 바쁘더라도 참석해. 솔직히 자네 덕분에 포항제철이 시작된 거 아닌가.”
이것도 일종의 포상인가.
경제기획원 쪽 인사들 앞에서 내게 힘을 실어주려는 건가.
그보다, 포항제철 열연 공장이 벌써 준공되었나?
하긴 고로를 가동하기 이전에 슬래브부터 수입해 열연 강판을 생산하면 건설비를 조금이라도 벌충할 수 있지.
현실적으로 슬래브를 수입할 만한 곳이 일본밖에 없다는 게 아쉽긴 하지만.
“알겠습니다.”
“그래, 가서 일 봐.”
정말 다이내믹 코리아는 60년대가 최고였네.
내가 이런저런 일로 바쁜 와중에 포항제철이 꽤 진행되었다. 석기훈 차관보가 애를 많이 썼겠군.
***
대통령 집무실을 나서니, 입구에 윤태양 소령이 차렷 자세로 기다리고 있었다.
대통령과의 면담이 있는 모양이다.
이번 일로 훈장이라도 달지 않을까 싶다.
“윤 소령. 고마웠습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우 사장님 덕분에 해군 장병들이 돌아올 텐데, 감사를 드려야 할 것은 의당 우리 해군입니다.”
“몇 명이나 돌아오는 겁니까?”
“20명 전원 돌아옵니다. 비록 8명은 순국했으나, 고국의 땅에 묻히게 될 것입니다. 우리 해군은 그들의 용기와 헌신을 절대 잊지 않을 겁니다.”
군인다운 말이었다.
국가 보훈에 대해서는 굳이 묻지 않았다.
무슨 보상을 어떻게 하던 젊은 생명을 보상할 수는 없으니까.
“피랍되었던 군인이나, 순국 장병의 유족들이 원한다면 대세에서 적당한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주저하지 말고 방문해달라고 말씀 전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가족들에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물론, 윤 소령의 자리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자리를 옮길 의사가 있다면 언제든지 오세요.”
지금 이 시대에 대세에서 한자리 차지한다는 게 얼마나 대단한지 설명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우리는 업계 최강자이자 직원 대우도 최고다.
“사장님의 자리는 대세, 제 자리는 해군입니다. 저는 제자리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러시겠습니까?”
“살펴 가십시오. 필승!”
“필승! 무운을 빌겠습니다.”
윤태양 소령의 절도있는 경례에 나도 모르게 반응했다.
윤 소령 이 양반은 진짜네.
낭만 시대다웠다.
돈에 자기 사명을 팔지 않는 사람을 보았다.
***
며칠 뒤, 성수동 본사
“사장님 급한 연락이 왔습니다.”
“무슨 일이죠?”
뜬금없이 빌 베인이 보고를 해왔다.
표정은 전혀 급해 보이지 않은데 말이다.
조만간 요르단을 가봐야 해서, 급한 일이 생기면 안 되는데.
“밴 플린트 장군이 방한했다고 합니다.”
“오, 그래요?”
급한 일이 아니라 놀라운 일이네.
요르단에 한 번 불렀을 때도 무릎이 아프다며 투덜댔던 양반이, 초청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왔다고?
“아무래도 사장님께서 가져오신 정보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긴, 대통령도 밴 플린트와 인맥이 있으니 이번 정보를 미국으로 넘기면서 그를 중개자로 삼은 모양이다.
정보료도 협상해야겠지만, 미군 초계함에 대한 기술을 얻는 동시에 발주도 내려면 BR사가 적격이긴 했다.
“어디에 머문다고 하던가요?”
“반도 호텔입니다. 일정을 소화하기 전에 일단 사장님을 뵙고 싶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음, 비공식 방문인가 보네.
하긴 미사일 정보를 얻으러 온다고 동네방네 떠들 것도 아니니 당연한가?
“알았어요. 고마워요.”
나는 곧바로 반도 호텔로 향했다.
밴 플리트를 만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니까.
원래는 내가 울산에 고객 전용 호텔을 완공하면 초청하려고 했는데, 아직 공사를 시작도 못 했다.
***
반도 호텔.
“CS, 어딜 가나? 이쪽이야, 이쪽!”
스카이라운지로 가려고 했는데, 엉뚱한 데서 밴 플린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로비에 있는 대세 전시실의 소파에 앉아 나를 부르고 있었다.
“아니, 장군님. 왜 여기 계신 겁니까? 스카이라운지에 위스키라도 한잔하고 계실 줄 알았더니요.”
“스카이라운지보다 여기가 볼 게 더 많더군.”
“하하, 물론 그렇긴 하죠.”
우리 대세 전시실은 나름 21세기 백화점의 명품샵 같은 분위기로 꾸몄다.
주광색 조명과 함께 충분한 공간을 확보해 제품을 전시해 두었기에 갤러리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그건 그렇고 정말 멋진 물건이 많아. 특히 방탄복과 방탄 헬멧은 명품이야.”
제일 화려한 골드 스킨은 제쳐두고 방탄복과 방탄 헬멧을 칭찬하다니, 군산복합체 이사다웠다.
“모두 장군께서 도와준 덕분이죠. 베트남의 군납을 시작으로 요르단군까지 진출했으니 최근 들어 세계 곳곳에서 수주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비즈니스는 정말 잘하는군. 이번 스틱스 미사일은 전혀 뜻밖이었어. 그래, 대가로 뭘 원하나?”
“대가는 정부가 제시해야지요. 제가 왜?”
“그게 그거잖아. 말해봐. 미리 알고 가는 게 좋겠어.”
내가 대통령과 대가를 논의한 걸 아는 것처럼 말했다.
하긴, 예상 못 하는 게 이상하지.
“정보료로 최소 1000만 달러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인도네시아가 초계함을 요청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 기술 이전을 해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미 해군의 PSMM(Patrol Ship Multi Mission)을 기본으로 했으면 합니다.”
“PSMM의 기술을 이전해달라고?”
밴 플린트가 턱을 쓰다듬었다.
살짝 곤혹스러워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초계함은 미군이 철저하게 지키려는 특급 기밀의 범주가 아니거든.
“초계함은 미군의 대(大)전략 밖이지 않습니까. 기술 이전에 큰 반대는 없을 것 같은데요.”
빠르고 작은 배를 선호하면 미 해군 제독이 될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으흠, 틀린 말은 아니지.”
“인도네시아 초계함 3척에, 우리나라에서도 3척을 발주하고자 합니다. 대세 조선에 하청을 주시면 성심성의를 다하겠습니다.”
“하하, 어떻게 딜을 했는지 이제 알겠어. 설계비를 공짜로 먹겠다는 소리군.”
“사업가에게 공짜는 언제나 매력적이죠”
이 정도 말이면 충분했다.
상세 사양은 정부에서 알아서 할 거다.
인도네시아와도 알아서 접촉할 테고 말이다.
“멋진 시나리오를 짜 넣었군. 좋아, 예상 범주 내의 일이니 충분히 협상할 수 있을 거야. 낸시도 아주 호의적으로 나오고 있으니 말이지.”
“예상 범주라면 왜 굳이 직접 오신 겁니까? 때가 되면 울산으로 초대하려고 했는데 말이죠.”
“겸사겸사 들렀어. 웨스팅하우스 문제도 있고 해서 말이야.”
“이런, 웨스팅하우스가…”
“그래, 최종적으로 해수 담수화 플랜트를 포기했어. 도통 채산성이 없다고 판단했던 모양이야.”
대체 얼마나 먹으려고 했던 거야?
하긴 미국 엔지니어들이 그 사막까지 가서 플랜트를 짓고 싶겠나? 웬만한 돈으론 턱도 없다.
“그걸 저랑 얘기하러 오신 겁니까?”
“그렇지. 예전에 말했던 대로 해수 담수화를 맡을 시공사는 알아봤나?”
“아뇨, 그럴 만한 시간이 없었습니다. 누구한테 대신 맡길 일도 아니었고요.”
조건만 적당하면 내가 할 생각이었거든.
“잘 됐군. CS 자네가 하지 그래. 해수 담수화 특허 문제와 설계만 우리 BR사가 처리해주면, 대세 건설이 시공하면 되잖아. 이미 작업자들도 현지에 파견되어 있고 말이지.”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때가 좀 이릅니다. 특수용접을 가르치기 위해 프랑스에서 기술 전문가를 데려오긴 했지만, 아직 조선소 일부 인원들만 교육 중입니다.”
해수 담수화 플랜트는 해수를 증발시켜 담수를 만드는 시설이라 열전도도가 높으면서도 부식에 강한 재료로 만들어야 한다.
즉, 열교환기에 구리 니켈 합금이나 티타늄 합금을 사용하기에 용접 기술자들의 숙련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자칫 보증기간 내에 용접부가 부식되어 떨어져 나가기라도 하면 수리비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그 정도 준비를 하고 있었다면 충분해. 웨스팅하우스 게으름뱅이들보다 백배는 빠를 거야. 고속 초계함 건조에도 특수용접이 많이 쓰이니, 내가 기술자를 보내주지.”
재수! 초계함을 핑계로 기술자를 파견해준단다.
역시 코리아 소사이어티 의장답다.
“원천 특허는 어쩌시렵니까?”
“이참에 BR사와 대세가 50대 50으로 웨스팅하우스 특허를 구매하자고. 녀석들도 내가 나서면 팔아줄 거야.”
역시 이때는 해수 담수화 시설에 대해서 그다지 시장성이 크지 않다고 봤던 게 확실했다.
조만간 중동이 오일달러로 벼락부자가 된다.
그땐 해수 담수화 시설은 황금알 낳은 거위가 되는데 말이다.
“힘 좀 쓰셔야겠군요. 장군님만 믿겠습니다.”
“그런데, 자금은 있나? 특허 매입이나, 해수 담수화 플랜트를 하려면 설계비와 입찰 보증금은 있어야 한다고.”
밴 플린트는 내가 벌린 사업이 하도 많으니 돈 걱정을 대신 해줬다.
“이번에 미사일 건으로 500만 달러가 생겼습니다. 그걸로 일이 되게끔 해주십시오.”
“500만 달러? 미사일 정보료 1000만 달러에서 50%만 챙기기로 한 건가?”
“그렇습니다.”
“이런 바람직한 친구 같으니라고. 뒤탈이 없는 돈인데 50%만 먹었단 말이야?”
“아무래도 낸시가 도운 일이라, 정보료를 과하게 요청하면 안 될 것 같더라고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군. 하긴, 오래갈 사이니 그 정도 예의를 차리는 것도 나쁘진 않지.”
오래갈 사이라고 말해주니 싫진 않았다.
“그럼 500만 달러로 해주시는 겁니까?”
“좋아. 그러지. 설계비와 특허 매입비를 합쳐 500만불로 해보지. 입찰 보증금이야 나중에 돌려받는 것이니 BR사가 대신 내도록 하고 말이야.”
호의도 이런 호의가 없다.
마치 선물 보따리를 주려고 날아온 것 같았다.
앞으로 해수 담수화 프로젝트를 우리 대세와 계속 함께하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저보다 더 바람직한 분이시군요. 특허 구매비와 설계비를 500만 달러에 해결해주시다니요.”
“자네 덕분에 나도, 낸시도 국방부에서 체면이 섰어. 나도 자네에게 이 정도 예의는 차려야지.”
< 140 : 예의 바른 사람들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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