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141)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141화(141/589)
< 141 : I자와 U자 >
대세 조선, 부산 영도 야드.
“변영식 부장, PSMM 사양 전달받았습니까?”
“예, 해군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만재 톤수 268톤으로 선체는 알루미늄 합금에, 최고속도 40노트로 가스터빈 엔진을 장착하기로 했습니다. 무장은 76㎜ 함포, 30㎜ 기관포로 결정되었습니다.”
백구급 초계함으로 최종 결정이 되었네.
인도네시아든 우리나라든 연안용 초계함으로는 딱 적당했다. 미사일을 장착하면 더 좋겠지만, 아직 그럴만한 돈은 없나 보네.
와중에 FMS(Foreign Military Sale, 대외 군사 판매) 차관으로 배를 들여온다니 대통령이 미국 정부와 협의를 잘한 모양이다.
FMS 방식은 군수업체가 설계와 제작을 담당하지만, 계약 주체는 미국 국방안보협력국이다.
이번 기회로 박 대통령도 낸시나, 키신저와 안면을 텄겠군.
“기술 지원은 어찌 되나요?”
“예, 미국 BR 사에서 설계할 때 당사 연수생을 받기로 했고, 알루미늄 합금 용접에 대해선 이미 기술 매니저를 파견했습니다.”
“벌써 왔어요? 그럼 기존 특수 용접 교육을 완료한 기능공들은 요르단으로 보내면 되겠군요.”
“예, 해수 담수화 프로젝트 말씀이시죠? 해당 프로젝트는 긴급하게 조직을 꾸몄습니다. 여기, 참고하십시오.”
변 부장이 내게 조직도를 내밀었다.
“좋네요, 바로 요르단으로 발령 내십시오.”
“예, 사장님.”
차장급을 팀장으로 삼은 조직이었지만, 이게 어딘가. 요르단으로 바로 보내자.
‘삼복이에게 맡기면 금방 자리 잡을 거야.’
일을 같이하다 보면 가까이만 가도 멀쩡한 기계가 고장 나는 거미 손이 있는가 하면, 아무 짓 안 해도 멈춘 기계가 돌아가는 행운아가 있다.
삼복이는 딱 후자의 경우다.
딱히 능력이 있는 것 같지는 않은데, 녀석에게 맡기면 이상할 정도로 일이 술술 풀렸다.
해수 담수화 프로젝트도 일단 녀석에게 맡겨놔야지 싶다.
BR사가 한창 설계 중이니, 사전 준비를 하는 것쯤은 문제없을 것이다.
대세 조선에 해수담수화 프로젝트가 합류했다.
아직 초창기이긴 하지만, 중공업 회사로서의 구색을 갖춰가고 있다.
“사장님, 출발하실 시간입니다.”
“그래요, 기 비서. 갑시다.”
오늘은 포항제철 열연 공장 준공식에 참석하기로 한 날이었다.
할 일이 태산이지만 가보긴 해야 했다.
국가적으로 열연 공장을 만들었다는 것은 축하할 일이었고, 무엇보다 전(前) 추진위원장으로서 같이 일했던 동료들을 응원해주고 싶었다.
***
포항제철, 추진위원회 사무실.
“아이고, 위원장님. 이게 얼마 만입니까.”
석기훈 차관보가 뛰어나와 나를 반겼다.
준공식보다 일찍 찾아온 보람이 있었다.
“무슨 위원장입니까. 석 차관보님이 추진위원장이 된 지가 언젠데요.”
“저야 뭐, 우 사장님께서 기획 다 하신 거 마무리만 하는 거죠. 그동안 많이 뵙고 싶었는데 준공식에서라도 뵈니 좋습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사장님께서 축하해 주시니 정말 기쁩니다. 그런데, 축하받을 자격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기껏 1개월 정도밖에 공기를 당기지 못했습니다.”
“정말 잠도 안 자고 열심히 하셨군요. 몸도 챙겨가며 하십시오.”
석기훈 차관보의 얼굴이 눈에 띄게 상해 있었다.
살이 빠진 것은 물론 혈색마저 나쁜 것이, 어디 아픈가 싶을 정도였다.
처음 짓는 플랜트 공기 한 달을 당겼다고 하면 21세기 인간은 놀라 자빠질 일이다.
“인천제철 뵈스트 공장장님이 기술 쪽으로 조언을 잘 해주셨고, 직원들도 3교대로 열심히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수많은 인력을 군대식으로 몰아붙일 수 있는 사회 분위기, 국가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자부심, 반드시 성공하고 말겠다는 개인적인 열망 등등이 불꽃처럼 합쳐져 말도 안 되는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결과는 어때요? 시험 생산은 해보셨습니까?”
“예, 연간 열연코일 18만톤, 대강(帶鋼) 18만톤, 박판 22만톤 생산 가능합니다. 수입대체 효과는 연간 3600만불 정도로 기대됩니다.”
놀라웠다. 첫 번째 완공된 공장치곤 훌륭했다.
역시 종합제철소는 사업 덩치가 참으로 컸다.
열연강판 라인 하나만 만들어도 연간 3600만불을 버는 효과를 가져오니까 말이다.
“일단 슬래브는 수입해서 쓰겠군요.”
“예, 그래야죠. 여하튼, 열연강판을 가공해서 팔면 어느 정도 건설비를 벌충할 수 있을 겁니다.”
“수입국은 일본인가요? 톤당 얼마입니까?”
“… 톤당 90불에 가져오기로 했습니다.”
나는 90불이라는 말에 깜짝 놀랐다.
제철소에서 슬래브는 뜨거운 쇳물을 틀에 부어 판재 형태로 굳힌 것을 말한다.
즉 가공 이전의 반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걸 다시 가열해 롤러로 밀어서 원하는 두께의 열연강판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만든 열연강판값이 글로벌 가격으로 톤당 110불 정도인데, 반제품인 슬래브를 톤당 90불에 가져오면 남는 게 거의 없을 것이다.
“아니 톤당 90불이라니요. 설마, 국제입찰을 안 한 겁니까?”
“입찰이 아니라 수의계약을 맺었습니다. 미쓰비시 중공업이 일본 수출입은행을 통해 열연 공장 건설비로 총 3600만 불에 달하는 차관을 내어주었기 때문입니다.”
공장 지을 돈을 빌려줄 테니 자기들의 반제품을 비싼 값에 사가라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정말 일본 기업의 잔머리는 징글징글했다.
어떻게 사업 파트너를 이렇게 끝까지 이용만 해 먹으려고 하는 걸까? 21세까지 가도 이놈들은 변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닙니다. 가와사키 중공업이 한일 청구권 무상자금 명목으로 330만불치 항만 하역설비를 지원했습니다. 그 대가로 제철소 전용항만의 실시 설계를 하게 되었습니다.”
미국 자본을 끌어들이니, 일본도 자극을 받아 한일 청구권 자금이 줄줄이 들어왔던 모양이다.
“무상자금이 무상이 아니죠. 세상에 공짜가 어딨습니까. 누차 일본 참여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어찌 된 일입니까, 석 차관보님.”
어째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포항제철의 메인 파트너가 미국 피츠버그 연합에서 일본 제철 연합(JG, Japan Group)으로 변한 것 같았다.
“일이 청와대를 통해 결정되어 내려와서 미리 막지를 못했습니다. 안 그래도 본격 공사가 진행되기 전에 사장님을 찾아뵈려고 했습니다.”
본격 공사?
내가 챙기지 못하는 사이, 경제기획원이든 친일 인맥이든 손 놓고 있지는 않았구나.
“본격 공사라니요, 말씀해 보십시오.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도와야죠.”
“추진위원회가 기획한 공장 배치 계획은 I자 형태였는데, 일본 회사가 용역을 맡고 난 뒤로 U자 형태로 변했습니다. ”
뭔 소리인가? U자 형태라니!!!
원래 역사에서 나 같은 플랜트쟁이가 포항제철을 볼 때마다 아쉬웠던 점은 말발굽 형태로 되어 있는 공장 배치였다.
형태 자체가 물류 등이 끊길 수밖에 없고, 자동화가 어려웠다.
어째서 선배들은 이따위로 설계를 했을까 하고 생각했었다.
그런 생각은 나만 했던 게 아니었던지 그 후에 지어진 광양제철소는 I자로 디자인되었고, 포항제철과 비교해서 생산성이 8%가량 개선되었다고 들었다.
8% 차이가 별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포항제철 같은 대형 플랜트에서는 무시 못 할 숫자다.
효율 8% 개선은 섹터 하나를 더 짓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것도 제철소가 망할 때까지 계속 누적되는 숫자이지 않은가.
“무슨 말이죠? 내가 강조하지 않았습니까. 포항제철소는 뵈스트 공법을 적용하기 때문에 I자 형태가 되어야 생산성이 극대화된다고 말입니다.”
대체 어떤 새끼가 이런 허튼짓을 한 건가?
나는 해안선을 따라 직선으로 안벽을 구축하고 안벽으로부터 육지 쪽으로 광석 야드, 재선 공장, 제강 공장, 압연 공장을 차례로 배치하는 형태로 포항제철을 디자인했었다.
추진위원들도 만장일치로 동의했고 말이다.
그래야 뵈스트 공법 및 연속 주조 공법과 궁합이 맞는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적극 반대했지만, 항만 실시 설계를 맡은 가와사키 중공업이 굴입형 항만 계획을 고집하는 바람에, 전체 공장 배치가 달라질 판국입니다.”
“굴입형 항만?”
엉뚱한 일본식 한자라 바로 이해하기는 힘들었지만, 육지를 만처럼 파서 항구를 만든다는 뜻인 것 같았다.
“눈으로 직접 보시면 바로 이해하실 겁니다.”
추진위원 중 1명 훅하니 지프를 몰고 왔고, 나와 일행은 곧바로 항구 쪽으로 향했다.
해안에 도착하니 어이가 없었다.
항만 쪽을 보자니, 정말이지 육지를 파서 바다로 만들고 있었다.
“바다를 메워 육지로 만들어도 시원찮을 판에 뭔 이따위로 공사를 합니까! 이따위 바보짓을 시킨 새끼가 누굽니까!”
“우에노 조자부로라고 가와사키 중공업 토목담당 고문이자, 일본 항만심의위원입니다.”
“그 작자가 이 일을 주도했다고요?”
“건설 공기가 촉박하고, 보유한 준설선 능력이 부족해 굴입 항만을 채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육지를 파면서 나온 흙을 성토에 활용할 수 있고, 파 들어간 만큼 준설 지역과 성토 지역의 거리도 줄어 공기가 단축된답니다.”
“뭔 개소리를 그렇게 창의적으로 한답니까?”
나는 화가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공장 부지의 성토가 어려우니 땅을 파서 성토할 면적을 줄이면 된다는 식의 말이잖나.
“어디서 굴러온 놈이 우리 항만을 이따위로 망치고 있어! 당장 멈춰! 당장, 멈추라고!!!!”
나는 현장으로 뛰어야 당장 공사를 중지하라고 인부들에게 소리쳤다.
“당신 누구야! 나, 여기 감독이야!”
“꺼져, 이 바보같은 놈.”
“이 놈이!”
내 얼굴도 모르기에 욕부터 뱉었다.
우리나라 건설 현장 감독 중에 내 얼굴을 모르는 이가 누가 있나? 일본에서 건너온 놈이다.
“아이고, 우 사장님 아니십니까.”
“도림건설 은준용 사장님.”
“자네, 이 분이 누군줄 알고 이러는 거야!”
마침, 도림 건설의 은 사장이 현장에 있었다.
다투는 소리에 달려와서는 나를 보더니 다짜고짜 현장 감독에게 소리를 쳤다.
“사장님, 제게 말씀하십시오. 뭐가 잘못되었습니까?”
“예, 잘못돼도 한참 잘못되었습니다. 여기 다시 땅을 메워야 하니 당장 중단하십시오. 일본 감독관은 모두 현장에서 쫓아내세요. 내가 책임집니다.”
“역시 그랬군요. 제가 봐도 엄청 이상했습니다. 꺼져. 새끼야!”
은 사장도 이제 됐다 싶었던지 팔을 휘휘 저어 일본인 현장 감독을 쫓아냈다.
“해안가의 저 기둥은 뭡니까?”
“저것 또한 이상한 것 중 하나입니다. 안벽을 만드는데 코러게이티드 셸(Corrugated Shell) 공법을 쓴다고 하더군요. 대세 건설의 케이슨 공법을 쓰겠다고 그랬는데, 씨알도 안 먹혔습니다.”
“코러게이티드 셸 공법? 그게 뭐죠?”
내가 모르는 안벽 축조 공법도 있나?
“바다에 철근으로 만든 원통을 설치하고, 그 안에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공법이라고 하더군요. 시공하기 쉽고 공기를 단축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뭐야? 현장 타설 말뚝 공법의 일종인가?
그걸 여기서 왜 써?
서해대교를 건설하는 것도 아니잖아.
“케이슨 공법을 쓰십시오.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항만 안벽을 일자로 쭉 뽑아야 접안도 편하고 하역도 편해집니다. 저럴 이유가 없습니다.”
21세기 공법이 있는데 왜 엉뚱한 공법을 쓰고 지랄이야.
“역시 우 사장님은 화끈하시군요. 사장님 말씀 믿고, 그대로 진행하겠습니다. 그 조자부로인지 조사뿌로인지 하는 놈의 소리를 들을 때마다 속에서 천불이 났는데 잘 됐습니다.”
나는 도림 건설 사장과 서로 다짐했다.
“우 사장님, 어떠십니까? 제가 찾아뵈려고 했던 이유가 이거였습니다.”
“개 같은 놈들. 포항제철을 확장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거군요. 석 차관보 생각은요?”
조자부로라는 놈 얼굴이라도 한번 봐야겠다.
아무리 그래도 기술자로서 이런 짓은 안되지.
기술자로서 양심을 저버리고, 남의 공장의 효율을 영원히 떨어뜨리려는 속셈 아닌가.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 김중필 의원을 필두로 경제기획원 장관이며 청와대 자문 교수들이 일본 기업하고 입을 맞춘 겁니다.”
“우리나라 교수들까지요?”
“예, 그 때문에 환장할 지경이었습니다. 동해안 파랑 데이터니, 물류 효율 분석 데이터니, 이런 걸 들고 와서 죄다 굴입형 항만을 찬성하고 나서니 추진위원들만으론 어떻게 판세를 뒤집어엎을 수가 없었습니다. 우리나라 교수들이 그리 나서니, 미국 기술자들도 강 건너 불구경했고 말입니다.”
참나, 청와대가 찍어누른 형태였다.
하여간 이때 교수들은 철저할 정도로 일본식으로 교육받은 데다 지원이든 뇌물이든 먹었을 테니 일본 손을 들어주는 것은 당연했다.
빌어먹을 놈들.
배울 만큼 배웠다는 놈들이 어찌 그래?
우리 대세 건설이 케이슨 공법의 안정성을 뀌년과 울산항에서 증명했고, 현산 건설도 인천항에서 증명하지 않았나.
썩을 대로 썩은 놈들.
“와중에 다행이네요. 공사 초기라 도림 건설이 지금부터 복구를 시작한다면 우리 기획안대로 갈 수 있습니다.”
“이왕 나서신 거, 끝까지 좀 도와주십시오. 열연 공장 준공식을 마치고 간담회 때 각하를 앞에 두고 담판을 지을 생각이었습니다.”
“내가 옆에서 도울 테니, 담판 지을 때 자신만만하게 말씀하십시오. 어떤 말이 나와도 방패가 되어줄테니, 절대 물러서지 마십시오. 아시겠죠.”
“예, 우 사장님.”
이제야 석기훈 차관보가 이렇게 살이 빠진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마음고생을 엄청나게 했겠군.
이 시대에 감히 대통령과 담판을 지을 생각을 할 정도니 말이다.
대통령이 의도한 바였는지, 내가 일복이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늦지 않게 왔다.
원래 역사에서 포항제철이 왜 엉뚱한 모양이 되었던지 이제야 알았다.
바꾸자. 더 늦기 전에 바꿔야 한다.
“가시죠. 준공식 시간이 거의 다 되었습니다.”
그제야 추진위원들의 안색이 사람다워졌다.
***
「(경) 포항제철 열연 공장 준공식 (축)」
펑! 펑!
와아아아아
참석한 지역 주민들이 환호하고 포항제철 직원들은 오와 열을 맞춰 줄을 섰다.
김중필 국회의원 겸 공화당 의장, 배학렬 경제기획원 장관 겸 부총리, 대통령 순으로 축하 연설을 했고 그때마다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가난한 어촌에 불과했던 포항에 양질의 직장이 생기고, 그와 함께 돈이 뿌려질 것이었으니 말이다.
이 무대가 끝나면 담판을 지어야 한다.
< 141 : I자와 U자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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