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143)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143화(143/589)
< 143 : 행복한 고민 >
“김 의원, 가만있어. 우 사장이 얘기하잖아. 그래, 생산성이 뭐 어쨌다는 거야?”
“생산성이 8% 정도 떨어집니다. 심각한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심각해? 그 8%라는 게 돈으로 하면 얼마야?”
“예, 포항제철 1차 완공 목표가 연 100만톤 철강생산입니다. 그걸 기준으로 하면 연 8만톤, 매출로 따지면 대략 880만불 정도 손실이 발생합니다. 차후 연 1000만톤으로 확장한다면 8800만불이라는 어마어마한 매출 손실이 난다고 하겠습니다.”
원래 톤당 100불이던 철강 가격이 수에즈 운하가 막히고 엄청나게 올랐다가 가격 안정세로 돌아온 게 110불대다.
하지만 세계 각국이 철강 부족의 심각성을 깨달은 상태라, 철강 비축 수요가 늘어나고 있기에 중장기 가격 상승은 불 보듯 뻔했다.
그러니, 일본 철강업체가 포항제철을 반제품 가공 하청으로 삼으려고 하는 것이며, 그러면서도 확장 저지를 위해 술수를 쓰고 있다.
더욱이 오일쇼크 발생으로 철강값이 천정부지로 오를 것을 생각하면, U자 구조는 정말 뼈아픈 손실이 될 것이다.
“허! 8800만불!”
“각하, 일회성 손실이 아니라 포항제철이 존속하는 한 계속 발생한다는 게 더 큰 문제입니다.”
옆에서 석 차관보가 일의 심각성을 일깨웠다.
“각하, 과장도 이런 과장이 없습니다. 포항제철이 뭘 얼마나 확장을 할 거라고, 무슨 손실이 8800만불이나 된다는 겁니까!”
김중필 의원이 팔을 휘휘저으며 끼어들었다.
“아니, 그럼 김 의원께서는 포항제철을 확장할 생각이 아예 없는 겁니까? 아니, 누가 이런 터무니없는 설계 변경을 승인했나 했더니 설마 김 의원께서 주도하신 겁니까?”
“무슨 소리를…”
나는 김 의원의 말실수를 물고 늘어졌다.
정곡을 찔렀던지 순간 김 의원이 움찔했다.
“김 의원… 정말 자네가 포항제철을 건드렸다는 거야? 여기 어딘지 모르나?”
“각하, 오해십니다. 제가 어찌…”
“여기서 나오는 철로 무기도 만들고 군함도 만들고 전차도 만든단 말이야. 이걸 건드리는 건 반역행위야! 그것도 모르나!!”
대통령은 눈치가 빠른 양반이다.
김중필이 뭔가 꾸몄음을 알아차렸다.
게다가 대통령은 제철소에 특별한 의미를 두고 있었다. 부평초처럼 떠돌던 계획을 내가 피츠버그 연합을 끌어들여 극적으로 이뤄낸 성과 아닌가.
이곳 포항제철 계획 덕분에 67년 대선에서도 압승할 수 있었다.
대통령의 싸늘한 표정에 김중필 의원의 안색이 흙빛으로 변했다.
“각하, 명하신 일본 기술자를 데려왔습니다.”
“어어… 여기가… 어디…”
딱 좋은 타이밍에 중정 요원이 우에노 조자부로를 끌고 왔다.
“당신, 누구 명으로 여기 설계를 변경했어?”
대통령의 말을 비서실 직원이 즉시 통역했다.
“굴입형 항만은 공기 단축과 물류에 도움이…”
텅!
“닥쳐! 누구 명으로 그 짓을 했냐고 물었다!”
“말해! 각하께서 명하시잖아.”
“끄아아악!”
대통령이 술상이 부서져라, 주먹으로 내려치며 고함을 쳤다. 그러자 대통령의 기색을 살피던 중정 요원이 우에다의 목덜미를 우악스럽게 짓눌렀다.
당연히 놈은 자지러졌고 말이다.
“김상… 김상… 도와주시… 끄아아아…”
“바른대로 말해!”
바닥에 철퍼덕 엎어져 자지러져도 중정 요원의 손아귀엔 자비가 없었다.
60년대에 대통령의 영역에서는 아무도 그의 심기를 거스를 수 없다.
“대답해! 누구야!”
“김상! 도와… 주시오. 당신 말대로만 하면 다 된다고… 끄아아아… 경제 대통령은 당신이라고 했잖소. 도와주시오. 나 죽소.”
“뭐… 뭐? 경제 대통령?”
우에다는 잘 몰랐겠지만, 박 대통령은 일본어에 극히 능통했다. 통역은 겉치레였을 뿐이었다.
“어어… 각하, 오해십니다.”
“오늘따라 오해가 아주 많군. 김. 중. 필. 의원.”
대통령의 말에 주변이 싸늘해졌다.
권력의 화신인 그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다.
무소불위의 대통령이 내심 두려워하는 것.
그건 누군가 그의 자리를 탐하는 것이다.
“김. 중. 필… 자네가 스스로 경제 대통령이라고 떠벌렸던가? 대한민국이 언제 정치 대통령과 경제 대통령이 분리된 나라였지?”
“으… 그게… 술자리서… 오해십니다. 오해!”
김 의원이 머리를 땅에 붙였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누군 피와 땀을 바쳐 쇠를 만들고, 누군 그 쇠로 배를 불릴 생각을 했군. 천박하다 못해 이건 반역행위야. 국가 반역행위!”
“각하!!!!”
“모조리 끌고 가! 철두철미하게 조사해! 경제기획원이고, 국회고, 청와대 자문 교수들이고, 관련된 작자들은 싹 다 처넣어!”
대통령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사방으로 손가락질을 했다.
그의 권력에 도전하는 자들은 싹을 잘라버려야 한다고 여겼을 것이다.
“각하께서 명하셨다. 싹 잡아들여!!!”
“일어나!”
“어어, 나는 잘못 없습니다.”
“난 아니오! 아니라고.”
“그건 남산에서 판단한다! 일어나!”
“아닙니다. 전 아니라고요!”
중정 요원들이 참석자를 모두 끌려갔고, 남은 사람이라곤 나와 석기훈 차관보뿐이었다.
“오랜만에 좋은 일로 술 한번 거나하게 취해보려 했더니, 이런 사달이 났군.”
대통령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직도 화가 진정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외람되지만, 김 의원 주변에서 부추긴 놈들이 분명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 다 처넣어야지. 술은 다음에 하지.”
“예, 대통령님. 살펴 가십시오.”
나는 허리를 90도로 굽혀서 정중히 배웅했다.
대통령은 인사도 받는 둥 마는 둥 휙하니 자리를 떠났다.
아마도 숙청은 잘 진행될 것이다.
원래 역사에서도 김중필이 이때쯤 쫓겨나니, 주변을 뒤지면 쫓아낼 이유는 수두룩하게 나올 거다.
다른 어떤 이유보다, 자신의 권력에 위기감을 느낀 대통령이 그냥 두고 볼 리 없다.
이왕이면 상공부 위주로 내각까지 개편되면 내 일도 한결 편해질 것이다.
어쨌든 술자리가 휑하니 비었다.
막걸리와 안주가 잔뜩 남았는데 말이다.
“우리끼리라도 마십시다.”
“… 덕분에 제철소가 제대로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우 사장님.”
석 차관보는 대통령의 서슬에 놀랐던지 한껏 움츠러들어 있었다.
분위기를 바꿔주고 싶었다.
열심히 일한 사람이 주눅들 이유는 없으니까.
“다들 같이 고생했잖아요. 저런 놈들이 망치게 둘 순 없죠. 그보다, 다들 들어와요. 거기 서서 뭐합니까? 우리가 죄지은 것도 아닌데요! 오늘 원래 우리가 축하받는 자리지 않습니까.”
나는 문을 훌쩍 열고 앞마당에 웅성웅성 모여 있는 이들을 불렀다.
추진위원들과 도림건설 관계자들이었다.
“저… 정말 들어가도 됩니까?”
“어서 들어와요. 고생한 사람들이 먹어야죠. 이 비싼 음식을 버릴 겁니까?”
“와아아아! 그러네요.”
“이야, 이게 청와대 막걸립니까?”
“쌀 막걸린가? 정말 달달하네요.”
몸도 마음도 바짝 얼어있다가 실내로 들어오니 다들 좋아했다.
“은 사장님, 대세에서 준설선과 중장비를 좀 내어드릴 테니 항구 원복하시기 바랍니다.”
“아이고, 고맙습니다. 당연히 해야지요. 그러려면 케이슨 공사로 돌아서야 하는데, 일부는 대세에서 좀 만들어주시죠. 시간이 빠듯합니다.”
“울산항에서 만들던 것이 있는데, 그걸 좀 나눠드리죠. 물론 공짜는 아닙니다.”
“하하하, 돈은 여기 석기훈 위원장님이 처리하시겠지요.”
“케이슨이야, 가져오시는 대로 가격을 쳐드려야죠. 안벽을 일자로 만들어버리면 그 어떤 놈이 와도 U자로 바꾸지 못하지 않겠습니까.”
“그럽시다. 그럽시다.”
나, 도림 건설 은 사장, 석 차관보. 셋이 얘기가 잘 통했다. 막걸리와 파전이 술술 넘어갔다.
사방에서 업무 얘기가 오갔다.
일이 제대로 돌아가자 다들 표정이 달라졌다.
“자, 건배합시다! 포항제철을 위하여!”
“포항제철을 위하여!”
“일자로 쭉 뻗어라! 하늘까지!”
“하늘까지!”
“와아아아아!”
정말 오랜만에 부어라 마셔라를 했다.
대통령이 자리를 제대로 마련해주고 갔다.
***
며칠 뒤,
“이야, 이거 대박인데?”
나는 신문을 보고 놀랄 수밖에 없었다.
「김중필계 의원들 민주공화당서 제명. 김중필 당 의장은 정계 은퇴 선언」
온갖 신문에서 김중필의 은퇴를 대서특필했다.
포항 제철건으로 김중필 민주공화당 의장 주변을 조사했더니, 뜻하지 않게 해당(害黨) 행위가 발각된 것이다.
「박 대통령의 3선 개헌을 막기 위해 저지세력을 확보해야 하고, 박 대통령이 더 이상 정치에 야심을 갖지 못하도록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71년 선거에 있어서 우리들의 대안은 오로지 김중필 당 의장이다… (후략)」
김중필계 의원들이 가지고 있던 ‘시국판단서’라는 문서 일부가 언론에 누출되었다.
여당 내에서 발견된 문서라고 하기엔 어이없을 정도였고, 대통령의 입장에선 반역도 이런 반역이 없었을 것이다.
민주공화당은 즉시 김중필계 의원을 제명했고, 김중필 의장은 모든 공직을 사퇴하고 탈당계를 제출했다. 당 의장직은 잃은 것은 물론, 국회의원직도 상실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한동안 숙청으로 바쁘겠군.
「대통령 비서실 개편. 정무 제1 비서실, 경제 제2 비서실로 개편」
비서실 개편 내용도 실려있었다.
정치 대통령인 동시에 경제 대통령임을 비서실을 통해 대외적으로 천명한 것이었다.
***
며칠 뒤, 성수동 본사.
“경제 제2 수석비서관 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이제 청사가 아니라, 청와대서 뵙겠군요.”
“하하, 모두 우 사장님 덕분입니다. 상공부 차관보에서 수석비서관이라니, 이렇게 특진에 특진을 거듭한 것은 절대 제 능력은 아닌 것 같습니다.”
“열심히 하셨으니 운도 따르는 것이죠.”
뜬금없이 염원철 차관이 본사로 찾아왔다.
원래라면 내가 영전 축하 인사를 하러 가야 하는데, 염원철 비서관이 방문했다.
둥글둥글한 성격은 정말 발군이다.
“포항제철 건으로 상공부가 제 목소리를 못 낸 것은 죄송합니다. 국회가 중간에 끼니, 정부 부처끼리 싸우는 것도 모양새가 안 좋아서 말입니다.”
김중필 의원이 끼어서 조심스러웠다는 말을 돌려서 했다. 내게 인사차 온 이유이리라.
“이해합니다. 경제기획원이랑 상공부가 싸우는 게 하루 이틀이 아닌데, 매번 제 목소리를 낼 수는 없었겠지요. 그래도, 이제 수석비서관이 되셨으니 국가 기간산업은 잘 챙기실 것 같습니다.”
“그래야죠. 사장님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정말 꼼짝없이 당할 뻔했습니다. 이런 일이 다시는 생기면 안 되지요.”
“대통령께서 후속 조치는 내리셨는지요?”
“예, 당연합니다. 터무니없는 설계 변경을 주도한 정치인과 자문 교수들은 모두 옷을 벗겼고, 내각도 통째로 재정비했습니다.”
“다행이군요.”
조만간 중화학 공업화 선언을 하겠군.
원래 역사보다 다소 빨라졌다.
여하튼 상공부 출신이 비서실을 장악하면, 차후 한일 인맥 때문에 일이 꼬이는 건 훨씬 덜하겠다.
석기훈 차관보도 능력이나 열의가 아니라 정치력이 부족해서 일이 꼬인 것 아닌가.
“여하튼… 이 얘기는 부수적이고, 드릴 말씀이 있어 찾아뵈었습니다.”
“뭔데 그러십니까?”
어째 이상하다 싶었다.
염원철 수석비서관이 이런 얘기를 하러 굳이 날 찾아올 이유는 없었으니까.
“조만간 출국하셔서 두어 달 정도 자리를 비우시는 게 좋겠습니다.”
“외국에 나가라고요?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신문에서 보셨겠지만, 여당 내에서도 각하의 3선 개헌에 반대하는 세력이 있었습니다. 이에 각하께서 대노하셔서, 각계각층에서 충성 서약을 받고 있습니다.”
“… 충성 서약…”
“예, 어떤 경로로든 각하의 3선 개헌을 지지한다는 의사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굳이 우 사장님께서 거기에 끼어서 좋을 게 없지 않습니까.”
염원철 수석비서관이 참으로 고마웠다.
솔직히 내가 3선 개헌에 동의할 리 없다는 걸 눈치로나마 알고 있었으리라.
그렇다고 지지 표명을 하지 않고 가만있으면 청와대에 미운털이 박히는 꼴이다.
이럴 때는 자리를 비우는 게 상책이었다.
“안 그래도, 요르단 공사 건으로 자리를 비우려고 했습니다. 두어 달이야 공사판에선 금방이죠.”
“그럼, 그렇게 알고 있겠습니다. 그리고 급한 일이 있으면 텔렉스로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충성 서약 시즌이 끝나면 연락준다는 소리였다.
염원철 비서가 이렇게까지 꼼꼼한 사람이었나.
나정렴 비서실장이 조언한 건가.
“그리고 다시 귀국하실 때 잠시 인도네시아에도 들러주십시오. 인도네시아 정부가 초계함에 대하여 궁금한 점이 많은가 봅니다. 해군에서 대응할 건 하겠지만, 선박 기술 측면에선 조선소에서 대응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어려울 것 없죠. 인도네시아에 영사관을 설치한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거기로 가면 되지요?”
“예, 그러시면 됩니다. 다른 일은 저희가 처리 해두겠습니다.”
아무래도 수교협상이 급물살을 타나 보네.
그러니 이렇게 정성스럽게 대응을 하지.
“그럼, 살펴 가십시오.”
나는 염 비서를 보내고, 빌 베인부터 불렀다.
외국으로 나가기 전에 대세 인터내셔널 현황을 챙겨야 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수출이 엄청나게 늘어 업데이트가 필요했다.
“부르셨습니까, 사장님.”
“내가 요르단에 좀 오래 있을 것 같습니다. 대세 인터내셔널 현황 파악을 하고 출발해야겠군요.”
“안 그래도 보고드리려 했습니다. 아직 매출 집계 중이지만, 역대 분기 매출 최고 기록이었던 골드 스킨 매출보다 두 배 이상 될 것 같습니다.”
“두 배 씩이나요?”
그땐 정말 목숨 걸고 내 공장과 하청 업체까지 풀로 돌려서 만들어낸 매출인데, 그걸 두 배나 뛰어넘는다고?
“예, 운동화와 스포츠 웨어의 단가가 높아서 매출은 물론 수익률도 50%를 넘습니다. 저도 같은 미국인이지만, 비쌀수록 구매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다는 게 참으로 우습고 희한합니다.”
“우리 제품 품질이 받쳐주니 그런 명품 마케팅이 통하는 거죠.”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60년대에 21세기 제품을 보니 눈이 돌아가지.
“옳으신 말씀입니다. 지난 올림픽을 기점으로 우리 대세 제품은 스포츠 웨어와 기능성 의류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고급 상품 이미지를 심었습니다. 그래서 즐거운 고민도 생겼고, 말입니다.”
“고민이 생겨요?”
싱긋 웃으며 고민이라고 하는 걸 보니 매출이 늘어나는 고민인 모양이다.
< 143 : 행복한 고민 > 끝
ⓒ 푸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