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144)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144화(144/589)
< 144 : 선물과 숙제 >
“예, 나이크 말고 아디다스나 리복 같은 다른 업체에서도 계속 대세 원단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나이크에게 우선권을 줘야죠. 다른 거래처에는 골드 스킨까진 안되고 폴리텍 원단만 풀도록 하세요.”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폴리텍은 워낙 광범위하게 퍼져 다른 업체에 줘도 나이크 매출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잘하겠지만 싱가포르 라자크 쪽으로 가는 원단 품질에도 좀 더 신경을 써주세요. 인도네시아로 수출되는 라자크의 물건이 확실하게 자리를 잡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빌 베인이 합류하고 나서는 그룹 전체의 요소요소만 짚어낼 수 있어 시간이 많이 절약되었다.
나이크 매출이 이렇게 이른 시일 안에 급격히 상승하다니, 이런 추세라면 섬유사업만으로도 1억불 수출을 달성하는 날도 멀지 않았다.
21세기 기준으로야 1억불이 별거 아니지만, 이때는 우리나라 전체 수출 목표가 7억불에, 국가 1년 예산이 3억불 밖에 안되던 때다.
외환 보유고는 2000만불이 될까 말까 하는 수준일 것이다.
“예, 염려 마십시오. 그런데, 사장님께서 결정해주셔야 하는 사안이 또 있습니다. 여기, 대세 해운에서 올라온 사업 보고서입니다.”
“대세 해운에서요?”
대세 해운에서 무슨 일이지?
배를 더 늘리고 싶다는 건가?
「표준 컨테이너 수출 시장 개척」
보고서 제목이 눈길을 확 끌었다.
“대세 해운에서 컨테이너 수출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사업성도 충분히 있어 보입니다.”
“사업성이야 있겠죠. 이제 모든 해운사가 컨테이너의 유용성을 다 알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 사업은 대세 협력업체 조합의 밥그릇 아닙니까? 굳이 대세 해운이 나설 이유가 있습니까?”
컨테이너를 쓰면 예전엔 일주일이나 걸리던 하역작업을 반나절 만에 끝낼 수 있다.
효율성에서 차원이 다르기에 전포동에서 컨테이너를 만드는 족족 팔린다고 들었다.
“초반에 대세 해운이 화물을 싣고 나가면 컨테이너 채로 팔았습니다만, 요즘에는 그게 여의치 않은가 봅니다.”
“대충 짐작이 가는군요. 표준화 문제입니까?”
“예, 전포동 철공소마다 조금씩 사양이 달라 고객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겁니다. 협동조합에서 스스로 조합장도 뽑고 표준 사양서까지 만들었다고 하는데, 출하 관리가 안 되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표준 컨테이너를 수출하자고 했군.
“사공이 여럿이니 배가 산으로 가겠죠.”
“더욱이 바이어들이 발주하러 왔다가도 전포동을 돌아보고는 일본으로 발길을 돌린다고 합니다.”
“악순환이군요.”
작은 철공소들의 한계라고 할 수 있다.
영세 업체에서 바이어들의 눈에 들만한 시설을 갖추기는 어려운 법이다.
“무엇보다 대세 해운에도 악영향이 전가되고 있습니다. 수출항에서 컨테이너 채로 내려놓고 다른 컨테이너로 바꿔 싣고 들어와야 물류가 편한데, 인수 거부를 당하는 컨테이너가 있어 불필요한 경비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일단 협력업체 조합과 얘기해보는 게 우선일 것 같은데, 어땠습니까?”
“예, 협력업체들도 대세가 컨테이너 전문회사를 만들어주면 현물출자 형태로 귀속되거나, 하청업체로 등록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래요? 의외인데요?”
하청업체로 해달라는 건 이해되지만, 개인 사업을 하던 양반들이 대세의 월급쟁이가 되겠다고?
컨테이너 사업이 돈이 안됐을리가 없는데.
“고객들조차 표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기껏 요청대로 만들어놔도 인수 거부가 잦다고 합니다. 그렇게 손해 볼 바에는 차라리 대세의 일부가 되거나, 하청업체가 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는 모양입니다.”
“수주는 날리고 고객은 계속 일본에 뺏기니 위기감이 든 거군요.”
“예, 그렇습니다. 컨테이너 업계 전망은 밝으니, 이참에 사업을 확장하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컨테이너 사업은 인건비 따먹기 싸움이라 오래 할 사업은 못 되는… 아니지, 그건 내 기준이고… 지금부터 한다면 20년은 족히 하겠군.
“상황이 그렇다면 알겠습니다. 그러나 무턱대고 데려올 순 없으니, 그동안의 실적을 분석해 실력 있는 철공소를 가리도록 하십시오. 그런 다음, 대세 해운의 컨테이너 사업부로 통합해 주시고요.”
“사업부로 통합! 알겠습니다.”
“탈락한 철공소엔 일부 하청을 주는 것으로 협의하고요.”
QA만 제대로 하면 하청 정도는 가능할 거다.
“대세 협력업체 조합에 그리 전하겠습니다.”
“그리고 컨테이너 사업부는 컨테이너뿐만 아니라, 소형 갠트리 크레인(Gantry Crane), 스턴 로딩 램프(Stern Loading Lamp, 컨테이너 미끄럼), 트랜스테이너(Transtainer, 이동용 크레인), 섀시(Chassis, 컨테이너 받침대) 등등 하역 운송 장비도 만들어야 합니다. 포틀랜드 지사의 기술 고문들을 합류시켜 개발에 착수하세요.”
“멋진 전략이십니다. 컨테이너 표준에 맞게 하역 장비도 표준화를 하시려는 거군요.”
“포틀랜드 고문들이라면 미국 선급(ABS)을 구워삶는 거야 문제없을 테니, 우리가 제일 먼저 표준 제품으로 인증받고 생산해야 합니다. 돈이 좀 들더라도 빨리하는 걸 우선하세요.”
미국 선급의 인증을 받아 포틀랜드에 일부라도 시범 적용을 하게 되면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즉각 실시하겠습니다.”
빌 베인이 가슴을 활짝 펴며 반색했다.
미국 선급을 끌어들여 표준화를 한다면, 컨테이너 사업 전반을 휩쓰는 것도 꿈은 아니다.
태평양 운임동맹도 숟가락을 얹을 것이 뻔했다.
괜스레 사업 확장을 미루다가 일본을 비롯한 다른 국가에서 먼저 치고 나가면 곤란해진다. 컨테이너는 전포동에서 우리가 제일 먼저 시작했다고!
“대세 해운이 많이 바빠지겠군요. 석 달 뒤에 사업 현황 살피겠다고 전달해주세요.”
“예, 윤상수 이사에게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투자는 결재 바로 올려 주고요.”
“예, 회장님.”
나이크로 번 돈을 좀 쓰긴 해야겠다.
그런데, 대세 컨테이너 사업부를 만들면 공장은 어디다 세워야 하나?
철공소들이 현물투자를 하면, 진달래 철공소를 중심으로 대형 공장이 들어설 수도 있겠다.
나중에 한번 들여다봐야겠네.
이참에 열악했던 철공소 환경도 확 개선해야지.
“그럼, 나는 요르단으로 출발합니다.”
“말씀하셨던 웨스팅하우스 조사 보고서입니다.”
“수고했어요.”
내가 요르단으로 출발한다고 하자 빌 베인이 대뜸 보고서를 내밀었다.
‘음? 웨스팅하우스가 견딜만한데?’
왜 해수 담수화 프로젝트를 포기했는지, 정확히 알고 싶어서 조사를 시켰었다.
이상했다. 흑자를 내고 있진 못했지만, 그렇다고 적자의 폭이 아주 크지는 않았다.
내가 볼 땐 견딜만한 정도의 수준인데 어째서 프로젝트를 포기했을까? 순익이 크지 않아도 매출이 늘어나서 나쁠 건 없는데 말이다.
‘설마 기술적인 문제가 있는 건가? 웨스팅하우스도 풀기 어려운 문제라는 뜻인가?’
조사해볼 필요는 있었다.
만약 기술적으로 난제가 있다면, 그걸 해결해 해수 담수화 시장에서 입지를 다질 수도 있다.
그럼 중동 특수 때 우리 대세는 단순히 건설 시장이 아니라 플랜트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일 수 있으리라.
가자, 요르단으로.
****
며칠 뒤,
“하하, 다들 잘 지내셨습니까?”
“우왓! 사장님이다. 김치도 왔다!!!”
“김치다! 김치야!”
직원들이 내가 가져온 아이스박스를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항공편으로 김치를 이렇게 많이 가져오는 사람은 아마 나밖에 없을 거다.
“하하, 사람들이 사장님만 보면 한국 음식이 생각나는 모양입니다.”
“가져오느라 고생했다. 찬수야.”
아버지와 삼복이가 반겨주었다.
“진달래 사장님, 아니 부장님도 한국 음식이 고프셨죠? 잔뜩 가져왔으니 많이 드십시오. 삼복이 너도 많이 먹고 많이 커.”
“이 나이에 크겠냐?”
“어? 이건 뭐야? 전갈을 왜 말려 놨어?”
“직원들이 한국 가서 한약방에 팔 거라고 말려둔 거야. 정력에 좋다고 소문나서 한약방에 비싸게 팔린다고 하더라고.”
“하하하. 전갈이 정력에 좋아?”
전갈이 씨가 마르겠네.
여하튼 일부 직원들이 귀국 준비를 하는 것이다.
한데, 어쩌지? 일이 늘어날 것 같은데.
“그건 그렇고, 너 괜찮냐? 들리는 말엔 공산당에게 잡혀서 나라에서 몸값으로 천만 불이나 줬다고 하던데.”
“뭔 소리야, 쨔샤. 내가 공산당엘 왜 잡혀가?”
“본사서 그러던데? 인도네시아에 들어갔다가, 몸값으로 천만 불을 주고 풀려났다고 말이야. 그래도 그 인연 덕분에 나라끼리는 수교하게 되었다고 말이지.”
미사일 정보료가 내 몸값으로 둔갑했나?
일부러 그렇게 소문을 냈을 수도 있겠군.
미사일 정보를 캐러 외국에 보냈다고 할 수는 없었을 테니 말이다.
“쓸데없는 소리. 이제 인도네시아는 공산국가도 아니고, 아, 몰라, 몰라. 그냥 아무 일 없었으니 됐어. 여기 일이나 신경 쓰자고.”
“그러게, 무사하면 됐지. 참, 인천 제철은 어때?”
어쭈, 삼복이 녀석 은근슬쩍 귀국 준비를 하네.
“너 없으니까 더 잘 돌아가던데.”
“야이 씨, 죽을래! 난 돌아갈 거야. 여기 파견만 마무리되면 돌아갈 거라고.”
삼복이가 내 머리통을 잡고 마구 흔들어댔다.
대세 그룹에 넘버 원 투라는 사람들이 이렇게 장난을 치다니 안 보면 누가 믿겠나.
“사장님, 여기 일은 순조롭습니다. 저수지 4개는 모두 마무리 단계고 펌프도 1차 공사는 완료되어서 해수 저수지는 물을 채우고 있는 와중입니다. 이제 해수 담수화 시설을 건설해 담수 저수지를 채워야 하는 단계입니다.”
우리가 시공사로서 해야 할 토목 공사는 대충 끝냈다는 얘기였다.
삼복이가 귀국할 거라고 들뜬 이유였다.
생각보다 공사가 빨리 끝났다.
역시 우린 빨리빨리 대마왕들이다.
“웨스팅하우스가 해수 담수화 프로젝트를 포기했습니다. 그 공사도 우리가 해야 합니다.”
“우… 우리가?”
삼복이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수주를 받았으니 분명 돈 버는 일이었지만, 여기에 더 있어야 한다는 게 끔찍했던 모양이다.
“왜 돈 버는 게 싫어?”
“누가 싫데?”
“마, 건설업자는 돈을 좇아서 다니는 역마살의 화신이야. 그리고 한국 들어가 봐야 하루 일당 여기보다 쎈 곳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벌기만 하면 뭐해? 제발 돈 좀 쓰고 싶다고. 미치도록 쓰고 싶어. 여기 사막엔 부식 가게도 하나 없다니까, 네가 가져오는 김치가 제일 맛나. 그런 곳이야! 여기가.”
“해수 담수화 프로젝트는 좀 길어질 테니, 이제 휴가 계획을 짜야지. 부장님, 뀌년처럼 조를 짜서 고국서 휴가 보낼 수 있게 해주십시오. 바쁜 양반들은 사해에라도 휴가를 보내십시오.”
“예, 사장님.”
“우와! 휴가다! 휴가!”
솔직히 삼복이도 직원들 휴가를 보낼 권한이 있었다. 하지만, 현장에서 구르다 보면 일이 널렸는데 휴가를 생각하긴 쉽지 않지.
차라리 빨리 공사를 끝내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프로젝트가 길게 가게 생겼으니 휴가를 생각해야만 했다.
“그런데, 사장님… 웨스팅하우스가 요르단 정부로부터 매우 힘든 요청을 받았다던데, 아십니까?”
“힘든 요청요? 부장님, 뭔가 들은 게 있습니까?”
“소문이라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원래 화력 발전소와 해수 담수화 시설을 연결할 계획이었지 않습니까?”
“당연하죠. 화력 발전소의 남는 폐열을 이용하면 아주 효율적이니까요.”
“거기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들었습니다. 터무니없는 요청이었다던데…”
진짜 이유를 멀리 가서 들을 필요가 없었다.
아버지의 말이라면 꽤 신빙성이 있을 테니까.
“말씀해보십시오. 내가 가려서 듣죠.”
“예, 사장님. 여기 요르단에선 그 화력 발전소를 돌릴 석유가 충분하지 않아서 이라크에서 시리아로 향하는 원유 수송관의 일부를 요르단으로 빼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하더군요.”
“아니, 일개 기업에 경제 외교를 시켰다고요?”
“그래서 소문이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음…”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었지만,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았다.
예전에야 요르단이 이라크, 시리아 두 나라와 관계가 좋았지만, 지금은 이스라엘과 평화 협정을 맺었으니 사이가 훅하니 멀어진 꼴이다.
이래저래 껄끄러우니 미국 기업을 통해 미국 정부에 압력을 가한 모양새였다.
미국도 고민스럽긴 하겠네… 평화 협정의 조건으로 이 담수화 프로젝트를 실시한 건데, 화력발전을 돌릴 석유가 없다니.
어쩐지 웨스팅하우스가 휙하니 프로젝트를 걷어치우더라니, 국가 사이에 끼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거군.
이놈의 요르단은 부족한 게 한둘이 아니네.
물도 부족하지, 석유도 없지. 심지어 화력 발전소를 돌릴 석탄마저 없다.
아랍의 전통 왕가임에도 불구하고 정말이지 살기 어려운 땅을 골랐다.
옛날에야 모든 아랍국가들이 낙타 타고 돌아다녔으니 서로 누가 낫니 비교할 바가 아니었겠지만, 지금에야 주변 산유국과 요르단의 사정은 날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었다.
요르단으로선 이 프로젝트로 물이라도 풍족하게 써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왕 하는 김에 에너지 수급대책도 마련하고 말이다.
“처음엔 웨스팅하우스도 어떻게든 해보려고 했다더군요. 그런데, 이라크 원유가 워낙 끈적끈적해서 뜨거운 사막을 통과하는 데도 중간중간 펌프질을 해야 한답니다. 그런데, 계곡이 많은 요르단이라 파이프로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끌고 오려니 공사비가 기하급수적으로 올랐답니다.”
“배보다 배꼽이 큰 꼴이겠군요. 알겠어요.”
외교적으로도 기술적으로도 어려운 문제였네.
그래서 웨스팅하우스가 손들고 나갔군.
그럼 동쪽에 있는 사우디와 접촉하는 것은 어떨까?… 아, 그쪽은 연결할 파이프가 없는 모양이네.
하긴 오일 쇼크 이전에는 죄다 걸프만으로 배를 통해 수출했으니까.
“찬수야, 웨스팅하우스도 두손 두발 다 들고 나간 일인데 우리라고 용빼는 재주 있냐? BR사한테 맡기자. 그쪽이라면 뭔가 수를 내겠지.”
“그 수가 아무래도 우리인 것 같은데?”
어쩐지 밴 플린트 장군이 한국까지 와서 내게 사업을 제안하더라니… 특허까지 해결해주겠다고 해서 선물인 줄 알았더니, 어려운 숙제였군.
“뭐… 뭐라고? 설마, 너 이 프로젝트 받았냐?”
“당연히 받았지. 이거 한두 푼짜리 아니잖아. 게다가 해수 담수화 프로젝트가 이번 한 번으로 끝날 일도 아니고 말이야.”
삼복이가 급기야 손에 얼굴을 묻었다.
“그래, 내 복엔 휴가 따윈 애당초 없었던 거야.”
그래, 삼복아. 직원들은 휴가 보내고 너랑 나랑은 열심히 굴러보자.
< 144 : 선물과 숙제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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