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145)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145화(145/589)
< 145 : 돈 채찍을 휘둘러라 >
“음, 요르단 유전이라도 개발해야 하나?”
“사장님… 이 땅에서 원유를 찾느니, 차라리 비를 기다리는 게 더 나을 것 같습니다.”
내 말에 아버지가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나도 진심으로 한 말은 아니었다.
요르단에선 석유가 나오는 유전이 없지.
가스전이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딱히 채산성이 있는 수준은 아니다.
‘21세기 기준으로 생각해봐도 시도해볼 만한 건 3가지 정도인데. 원자력, 천연가스, 막 분리…’
막 분리 방식은 소재 개발이 되어야 하니 당장은 어렵고, 원자력은 해볼 만하지만 기술적인 장벽이 너무 높지. 결국 천연가스네.
천연가스는 원유와 달리 운송이 쉬우니.
태웠을 때 열량도 비교적 높고, 공해도 적고, 무엇보다 가격이 싸지.
게다가 지금 사우디는 유정을 개발하면서 나오는 천연가스는 노지에서 태워버리고 있지 않나.
이왕 버려지는 자원을 요르단에서 돈을 주고 사 간다면, 사우디가 굳이 반대할 이유는 없을 거다.
현재 사우디 왕실은 미국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타이밍도 좋다.
‘결정적으로 나는 누굴 공략해야 할지도 알지.’
나는 지금껏 오일 쇼크를 대비해 다각도로 정보를 수집해왔다.
“그렇죠. 요르단에서 유전 탐사를 하는 건 무리죠. 사우디에서 천연가스 파이프를 연결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법인 것 같군요.”
“천연가스… 예, 알겠습니다.”
아버지는 일단 내 말이라면 외우고 본다.
“김 부장님은 파이프 수급을 미리 해두십시오. 저는 사우디… 아니, 바레인에 들렀다 오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사장님.”
나는 곧바로 요르단 왕실로 향했다.
사우디나 바레인 입국은 요르단 왕실을 통하면 문제없으리라.
“기다려, 같이 가!”
“뭐야? 삼복이 너도 같이 간다고?”
“당연하지, 바레인으로 출장 간다며! 바레인! 아무 데서나 맥주 마실 수 있는 곳이잖아.”
“그런 건 언제 알았대? 좋아. 같이 가자.”
“그런데, 대체 천연가스가 뭐야? 그것도 발전소 연료냐?”
“시간 없으니 가면서 설명해 줄게.”
잘됐네.
믿음을 주려면 인질이 필요했는데, 딱이다.
역시 인질 노릇은 삼복이 전문이지.
요르단에 진출할 때도 해봤으니 잘할 거다.
***
요르단 왕실.
“대세에서 해수 담수화 프로젝트를 맡았다고?”
“예, 그렇습니다. 발전소는 벡텔사가 맡을 것입니다.”
“원료 문제를 풀 방법이 있는가? 웨스팅하우스도 포기한 일인데 말일세.”
“당연히 풀어야지요.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사우디에 천연가스를 요청할 생각입니다. 파이프라인을 연결해서 말입니다.”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그게 가능한가?”
후세인 국왕은 반색하며 물었다.
와중에 중동인이라고 천연가스를 알고 있었다.
“예, 물론입니다. 천연가스는 대부분 메탄가스이니 태웠을 때 열량이 높고 운송도 편리합니다. 발전소 원료로 쓰기에 그만한 게 없습니다.”
“그래, 파이프로 옮겨올 수만 있다면야 석유 대신 쓰는 것도 문제가 없겠군. 그래, 내가 무엇을 도와주면 되겠는가?”
“사우디 왕족을 만날 수 있도록 주선해 주십시오..”
“왕족을 만나도록 해달라… 내, 친서를 써주겠다. 아랍 어디를 가도, 왕실의 일원으로 환영받을 것이다. 공항에서도 왕실 전용 창구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후세인 국왕은 금빛 문양이 박혀 있는 친서를 건네주었다.
이걸 지니고 있으면 아랍국가 공항에서 VIP 대접을 받는 모양이다.
“감사합니다. 요르단 왕실에 축복을.”
“모든 것은 알라의 뜻대로.”
삼복이와 나는 졸지에 요르단 왕실의 특사가 되었다.
***
바레인,
“이야, 여기가 바레인이야? 중동같지 않다더니 사실이었네!”
삼복이는 자유로운 분위기만으로도 좋아했다.
바레인은 아랍국가 중에 요르단과 함께 술이나 돼지고기를 먹을 수 있는 나라다.
다른 점이 있다면 요르단에선 사해 리조트를 제외하곤 제대로 술을 구할 수 없지만, 바레인에는 사방에 널려 있다는 것이다.
여긴 사우디, 카타르, 쿠웨이트 등지에서 관광객들이 대거 회포를 풀러 오는 곳이니까.
이슬람의 교리가 뭐 어쩌고저쩌고하지만, 이렇게 자유롭게 먹고 마시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웃긴 건 왕족이나 부자들만이 이렇게 술과 유흥을 즐기고, 일반 백성들이야 그리 못한다는 거지.
엄격한 규율과 왕가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만을 강요당한다.
“맥주 어디서 파냐? 왜 안 보이냐?”
“지금은 술을 안 팔아. 낮이잖아.”
“뭔 소리야? 맥주는 이렇게 더울 때 마셔야지.”
“낮에 술 취하면 열이 올라서 죽을 수도 있어. 안전사고 때문에 밤에만 판다고.”
“제길, 그 얘길 왜 지금 해? 그럼, 출발할 때 저녁에 떨어지는 비행기를 탔어야지. 요르단 왕실 근처에서 한잔할 수 있었는데!”
“쨔사, 뭐든 예외가 있잖아. 우린 지금 VIP만 가는 특별한 곳에 갈 거야. 거긴 낮이고 밤이고 술을 판다고. 치외 법권 지역이나 마찬가지거든.”
“뭐해! 어서 가야지. 어서!”
우리는 바로 바레인 베이로 향했다.
해안가의 섬에 세운 5성급 호텔이었다.
최고급 호텔은 맞지만, 그거야 해양 스포츠를 즐기는 외국인들에게나 그런 거다.
유배를 와 있는 나이프 왕자에겐 감옥이지.
***
호텔 바레인 베이.
“크아아아, 좋다.”
삼복이는 스카이라운지에서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키며 좋다를 연발했다.
“천천히 마셔라. 그러다 체하겠다.”
“오랜만에 마셔서 그런가? 취하질 않네.”
“한 병만 마셔라. 일해야지.”
“일? 그러고 보니, 바레인엔 왜 온 거냐? 사우디에서 천연가스 라인을 끌어오는 거면, 사우디로 가야 하는 거 아니냐?”
“이제 그게 궁금해졌냐? 여기에 사우디 왕자가 감금되어있거든. 그를 통하는 게 가장 빠를 거야.”
사우디를 포함해 중동은 플랜트나 건설 프로젝트를 하기에 참으로 어려운 곳이다.
정말 보수적인 데다가, 계약서에 없는 사항도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를 들이대며 자기들 유리한 쪽으로 해석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거든.
그러니 사우디에서 사업하려면 현지 기업과 합작을 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사우디 왕가에 줄을 대는 것이 제일 현명한 방법이다.
그런 측면에서 여기 갇혀 있는 사우디의 나이프 왕자가 최적의 공략 대상이다.
나이프 왕자는 60년대 후반부터 21세기 초반까지 사우디 내무부 장관을 역임할 정도로 경제 분야에선 역대 최장수 실세였거든.
원래 역사에서는 우리나라를 방문하기도 했을 정도로 아시아에 대해서도 영향력을 넓히고 싶어 했던 인물이기도 했고 말이다.
“사우디 왕자가 여기에 감금되어있어? 왜?”
“바레인이 유흥의 나라잖아. 향락에 빠져 본국으로 돌아오지 말라고 유배를 보낸 거지.”
이렇게 유배를 당하면서 견제당하는 사람이라면, 나름의 정치력도 있고 능력도 있다는 소리다.
나이프 왕자와 끈을 연결하기엔 지금처럼 좋은 기회는 없었다.
“돈 많은 사우디라서 그런가? 왕권 경쟁도 특이하게 하네. 그런데, 유흥에 흠뻑 빠져든 왕자라면 곤란한 거 아니냐? 멀리해야 하는 거 아냐?”
삼복이는 바로 내 말을 알아들었다.
“그러니까 실제로 접촉해서 어떤지 봐야지. 이런 향락 유배에 빠져들지 않고 있다면 향후 왕실로 복귀할 가능성이 크지 않겠냐?”
삼복이에게는 어떤 사람인지 보자고 했지만 나는 미래를 알지.
나이프 왕자는 이곳을 빠져나와 화려하게 왕실로 복귀한다.
오일쇼크가 터졌을 때도 이스라엘을 압박하면서 미국과는 협상에 나서는 등 정치 감각도 매우 훌륭했다.
“사우디 왕자가 와신상담하고 있는 거냐?”
“궁금하냐? 그럼, 확인하러 가자.”
“… 가자!”
삼복이는 남은 맥주를 훅하니 비우고 따라나섰다. 갈 곳은 뻔했다.
엘리베이터가 멈추지 않는, 스카이라운지 바로 아래층이 감옥이었다.
뚜벅뚜벅.
“멈추십시오. 길을 잘못 드셨으니 돌아가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십시오.”
아래층 계단으로 접어들자 바로 제지당했다.
“우린 제대로 왔습니다. 나이프 왕자를 뵙고 싶군요.”
“당신들 뭐지?”
내 말에 경호원 겸 간수들이 자세를 잡았다.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무력을 행사하겠다는 듯이 말이다.
“우린 요르단 국왕의 특사입니다. 나이프 왕자와 만나야 하니 문을 여시오. 지금 당장.”
나는 후세인 국왕의 친서를 펼쳐 보였다.
금빛 찬란한 친서에 간수들이 흠칫 놀랐다.
“정말, 요르단 국왕께서 보내신 분들입니까?”
“요르단 왕실에 축복이 있기를. 모든 것은 알라의 뜻대로.”
옆에서 삼복이가 알라를 찾자 간수들이 문을 열어주었다. 그들을 뒤따라 안쪽으로 들어갔다.
자욱한 물담배 연기와 아슬아슬한 천으로 몸을 가린 여인들이 곳곳에 있었다.
호텔 한 층이 통째로 나이프 왕자의 감옥인 셈이다. 이런 아방궁을 헤어나왔다는 걸 보면 이 양반도 참 대단한 양반이긴 했다.
“찬수야, 여기 여자들이 죄다 옷을…”
“눈 함부로 돌리지 마. 여긴 아랍이라고.”
이슬람에서 남의 여자를 함부로 보았다가 무슨 꼴을 당하겠나.
“멈춰라. 이들은 뭐냐?”
“요르단 왕실의 특사이십니다. 왕자님을 뵈러 오셨다고 합니다.”
간수들끼리 말을 섞길래 나는 또다시 친서를 꺼내 들었다.
“자리를 비워주시오. 왕실 간의 일입니다.”
“모든 것은 알라의 뜻대로.”
왕실의 일이라고 하자 간수들이 멀찌감치 떨어졌다. 중동은 역시 왕가의 땅이다.
***
“처음 뵙겠습니다, 나이프 왕자님.”
“그대들은 누구인가?”
나이프 왕자가 창가에 서 있었다.
100평은 족히 되어 보이는 방을 혼자서 쓰고 있었다. 창밖으로 수평선이 보이는 것이 최고급 스위트 룸이 분명했다.
‘감옥치곤 너무 훌륭한데?’
감탄은 뒤로 미루고 정중히 인사부터 했다.
“대세 건설의 CS Woo라고 합니다.”
“대세 건설의 SB Lee라고 합니다.”
다행히 삼복이도 쫄지 않고 듬직한 모습을 보였다. 인질로 둬도 괜찮을 정도의 자세였다.
“대세 건설? 기업인이 내게 무슨 일이지?”
잘 교육받은 왕실의 자손답게 유창한 영어로 내게 물었다
“요르단에서 수로 공사를 맡고 있습니다. 사우디 정부에 부탁이 있어 이렇게 찾아뵈었습니다.”
“이렇게 갇혀 있는 사람에게 무슨 부탁을 한다는 건가? 잘못 찾아도 한참 잘못 찾았군.”
“잘못 찾지 않았습니다. 조만간 나이프 왕자님께서는 왕실로 복귀하실 테니까요.”
“내가 복권을 한다고?”
“그럴 때도 되지 않았습니까? 이렇게 유배를 당하고도 조용히 때를 기다리셨는데 말입니다. 누군가 왕권에 무리한 욕심을 내다가 왕위 계승에서 탈락한다면, 첫 번째로 복귀할 분은 바로 나이프 왕자님이십니다.”
조만간 사달이 일어난다.
사우디의 입헌군주제를 요구하는 운동이 일어나고, 그 배후에 왕위 계승 2순위인 탈란 왕자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거든.
그의 추종자들이 그를 ‘붉은 왕자’라는 암호명으로 칭했고, 그 암호명은 온갖 왕실 암투 드라마에서 패러디되었기에 나조차 알게 되었다.
사태는 당연히 초기 진압되고, 현 국왕을 비롯한 왕실에서는 권력에 별 욕심이 없어 보이는 왕자들로 주변을 채우길 원하게 되지.
그 주변 인물 중 한 명이 바로 나이프 왕자였다.
물론, 오일 쇼크가 터지자 본색을 드러내며 최고의 실세로 거듭났지만 말이다.
“날 허수아비 취급하는 인간들이 많긴 하지. 그게 외려 내게 기회가 된다는 건가?”
“그걸 아시기에 이렇게 때를 기다리시는 것 아닙니까? 제가 모자란 부분을 채워드리기만 하면 복권은 시간문제입니다.”
“당신이 나의 모자란 부분을 채운다고?”
믿어라!
조만간 사우디 왕실은 입헌군주제 운동으로 발칵 뒤집힐 거고, 자연스레 피바람이 불 거니까.
“복권은 당연하니, 모자란 것은 돈과 정치 뒷배이지 않습니까? 제가 힘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이때의 사우디는 석유 카르텔로부터 완전히 독립하지 못했다.
즉, 석유 판 돈은 미국 기업으로 흘러 들어가고 왕실은 돈이 필요할 때마다 미국 기업에 통치자금을 요청하는 식이었다.
따라서 석유회사를 온전히 국유화하고 그 이익금을 왕실이 배분할 수 있게 된다면 그 어느 때 보다 강력한 왕권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문제는 그러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의 암묵적인 동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석유 카르텔과 사우디 왕실 사이에서 이익 배분을 위한 중재자로 나설 수 있는 존재는 미국 정부뿐이니까.
“돈과 뒷배라… 당신이 그걸 어찌 채워줄 수 있지?”
“제가 왕자님이라면 복권이 되자마자 석유 기업을 온전히 국유화하고, 미국과의 외교 관계를 재정립하겠습니다. 미국 기업이 아니라 미 정부 요인에게 이익을 떼어주고, 막대한 오일 머니로 왕실과 국민을 다독거린다면 그 누가 왕자님께 반기를 들겠습니까?”
나는 미 정부 요인으로 내세울 만한 인물을 둘이나 알고 있다.
“미 정부 요인에게 이익을 떼주라… 그 방식이 맞을까?”
“돈줄을 쥔 자는 칼자루를 쥔 자보다 백배는 더 강한 법입니다. 솔직히 왕자님의 생각도 그러하지 않습니까?”
내 말에 나이프 왕자가 순간 움찔했다.
내가 그의 정곡을 찔렀을 것이다.
원래 역사에서 그가 했던 일이니까 당연한 반응이었다.
“미국 기업 대신 미국 정치가라… 더 곤란한 존재를 불러오는 격이 될 수도 있어.”
맞는 말이다. 미국 석유 기업에 흘러가는 돈줄을 미국의 정치가 쪽으로 돌리면, 늑대무리를 몰아내고 호랑이를 불러들이는 격이었다.
“물론, 늑대무리보다 호랑이가 더 곤란할 순 있죠. 하지만 호랑이도 돈 채찍 앞에선 얌전한 고양이가 됩니다. 그리고 호랑이를 옆에 두면 다른 이들은 물론 다른 국가도 섣불리 덤비질 못하죠. 이왕 양날의 검이라면 늑대무리보다 호랑이 한 마리가 낫습니다.”
“… 안보 이슈도 같이 엮으라는 말인가?”
맞아. 미군이 사우디에 주둔하게끔 만드는 양반이 당신이라니까.
국왕과 국방장관이 내심 바라는 일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면서 정치 세력을 넓힌다니까.
“돈과 안보는 아주 잘 어울리는 한 쌍이니까요.”
내 말은 인류 역사를 통해서 증명되어 왔다.
아직 2차 세계대전을 기억하는 이 시대엔 더욱 신빙성 있게 들렸으리라.
“좋아, 다 좋아. 그럼 본론으로 들어가지. 당신이 그 모든 걸 아우를 수 있는 내 뒷배… 아니, 미국 고위급을 연결해줄 수 있다는 건가?”
“그러려고 온 건데 당연합니다. 대신 조건이 있습니다.”
< 145 : 돈 채찍을 휘둘러라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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