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148)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148화(148/589)
< 148 : 물물교환 >
바레인 국제 공항,
“수리 전문 조선소니까 도크 길이는 400m에 폭은 50m면 충분하고, 동서 방향으로 하나씩 총 2개를 만들면 될 것 같아.”
“크레인은 6개면 충분한 거야?”
삼복이와 나는 출국하기 전에 바레인 수리 조선소 설계 드로잉을 놓고 의견을 나누었다.
“응, 6개면 충분해. 각기 50톤은 거뜬하게 들어 올리니 수리 부품을 옮기는 데는 전혀 문제 없을거야. 그리고 예비 견적 제출하고, 딴죽을 걸면 크레인 개수는 4개로 줄여도 무방해.”
나는 드로잉에다 크레인 숫자는 최소 4개라고 수정해줬다.
“솔직히 크레인은 많을수록 좋은 거 아냐? 6개로 밀어볼게. 다른 건 주의할만한 거 있어?”
“너무 자세하게 물어보는 거 아니냐? 그러다 여기 공사 맡기는 수가 있어!”
“… 잘 알아야 잘 전해줄 거 아니냐. 그럼 몸소 귀국해서 알려주던지.”
“농담이야, 농담.”
딱히 도크 크기와 크레인 숫자를 제외하곤 문제가 될만한 것이 없었다.
조선소 예정부지를 둘러봤더니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인 데다, 걸프만은 잔잔하기 그지없었다.
이 정도로 얌전한 바다라면 뀌년과 동해를 겪은 우리 직원들이 콧노래라도 흥얼거리면서 케이슨으로 안벽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예정부지를 안내해준 바레인 공무원들이 그늘 한점 없는 곳에서 정말 대규모 공사를 할 수 있겠냐 하는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낼 뿐이었다.
“여하튼, 현재까지 기준으로 사업팀을 꾸미면 되는 거잖아. 여기서 요구 사항이 늘면 나이프 왕자를 핑계 대면서 사업비 올리면 되는 거고.”
“어쭈, 많이 늘었다. 바레인 정부와 딜할 생각부터 하다니.”
웬일이지.
쫄보가 사업비를 올릴 생각을 다 하네.
“찬수 네가 그랬잖아. 이건 바레인 정부로선 국가 기간산업이라고. 그런 중요 프로젝트인 데다, 나이프 왕자가 다리를 놔준 일인데 함부로 못 할 거 아니야. 비싸게 받고 최고 품질로 지어줘야지. 안 그래?”
“맞는 말이다. 우리 인건비로 우리 건설 품질이면 공짜나 다름없어. 절대 비싼 거 아니니까, 프로젝트팀장한테 자신 있게 밀어붙이라고 해.”
요소별로 단가를 다 매겨놨으니, 요구 사항이 늘어나면 늘어나는 대로 총사업비를 올리면 된다.
“팀은 대세건설, 대세 조선소, 벡텔 연수생 이렇게 차출해서 꾸미라고 했지?”
벡텔 연수생은 각종 설계와 시방서 작성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응. 베인 실장과 논의해서 팀 꾸미고, 1차 토목 인원 파견까지만 챙겨줘. 그 뒤론 프로젝트팀장을 통해 일을 추진하면 되니까.”
“알았어. 그 정도면 내가 챙길 수 있을 것 같아. 그럼, 넌 인도네시아! 난 귀국!”
“그래, 무슨 일 있으면 인도네시아 영사관으로 텔렉스 쳐라.”
“알았어. 인도네시아에 가서 군함 몇 척 수주 더 받아와라.”
“그럴까? 너도 인천제철에서 농땡이 피우지 말고 열심히 해.”
“진짜로 농땡이 한번 피워봤으면 좋겠다.”
“잘 들어가!”
“너도!”
우린 서로를 배웅하며 각자의 출국장으로 향했다. 삼복이는 설계 드로잉이 빼곡하게 적힌 공책을 비롯해 온갖 서류를 잔뜩 가지고 갔지만, 나는 홀가분하게 여행용 가방만 하나 들고 출국했다.
정말이지 삼복이처럼 전천후 플레이어가 성실하기까지 하니, 고마울 뿐이다.
***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공항.
“어서 오십시오. 우 사장님. 처음 뵙겠습니다.”
입국장에 들어서자마자 누군가 인사를 해왔다.
“아, 총영사님이시군요. 반갑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나를 마중 나올 한국인이 총영사밖에 더 있겠나.
청와대 수석비서관이 조율한 방문인데, 영사관 직원이 나오지는 않았을 테니까 말이다.
“예, 한수동 총영사입니다.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총영사는 꿀보직이라서 그런지, 한수동 총영사는 스트레스 하나 없는 서글서글한 인상이었다.
열대 지방의 총영사로 딱 어울려 보였다.
“이렇게 마중까지 나와주시고 감사합니다.”
“당연히 마중 나와야지요. 우 사장님 덕분에 양국 수교가 아주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덕분에 저도 감투 하나 쓰게 되었고 말입니다. 하하.”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그보다 저기 뒤의 양반들은 누굽니까?”
몇 미터 떨어져 있긴 하지만 군인들이 각 잡힌 자세로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베니 무르다니 장군이 보낸 사람들입니다. 수라바야 해군 기지로 바로 와달라고, 헬기와 함께 사람들을 보냈더군요.”
“헬기를 보냈다고요?”
“예, VIP 출구는 이쪽입니다.”
총영사는 나를 공항의 다른 쪽으로 안내했고, 군인들이 나를 호위하듯 둘러쌌다.
“우 사장님과 독대를 원하더군요. 공식 행사는 사흘 뒤로 잡았습니다. 그때 영사관으로 복귀하시면 됩니다. 혹시나 해서 경호원을 두 명 붙였습니다. 안심하십시오.”
그럼, 이건 비공식 행사라는 소리군.
여하튼 총영사는 VIP 전용 출구로 나를 배웅했고, 인도네시아 군인들 사이로 영사관에서 붙여준 한국인 경호원들이 내 곁에 붙어섰다.
공항의 활주로에 들어서니 헬기가 보였다.
“타시면 됩니다.”
“그래요.”
한국인 경호원 두 명과 함께 타니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예전에 라자크의 밀수선을 타고 인도네시아에 잠입했던 때와는 완전히 격이 달라졌다.
자카르타 공항까지 비행기로 온 것은 똑같았지만, 헬기를 타고 해군 기지로 가잖나.
그것도 인도네시아의 서열 3위와 비공식 독대를하기 위해서라니 말이다.
“어서 오십시오. 미스터 우.”
“무르다니 장군님!”
어이없게도 헬기에 이미 무르다니 장군이 타고 있었다. 군인들이 헬기까지 안내하는데 과하게 긴장한다 싶더니 이 때문이었군.
“그리 놀라실 이유 없습니다. 해군 기지로 가면서 보여드릴 게 있어 자리를 함께한 겁니다.”
“그러셨군요.”
대체 뭘 보여주려고 이러지?
“기장, 출발해. 내가 말한 방향으로 돌아서 가도록.”
“예, 장군님.”
“채널은 나와 VIP만 열도록 하고.”
“예, 장군님.”
헬기를 타면 전용 헤드셋을 착용한다.
워낙 소음이 심하기에 바로 옆 사람이 고함을 질러도 듣기 힘들 정도거든.
이렇게 헤드셋 전용 채널로 둘이 얘기하면 독대나 다름없긴 했다.
부타타타타타…
헬기가 날아올라 쏜살같이 북쪽으로 향했다.
무엇을 보여주려나 했는데, 그 궁금함은 그다지 오래 가지 않았다.
“아래를 보십시오. 보르네오섬 남부, 칼리만탄 지역입니다.”
무르다니 장군은 끝없이 펼쳐져 있는 원시림을 지휘봉으로 가리켰다.
“장관이군요.”
“장관이죠. 원시림 그대로니까요. 길도 없기에 이렇게 헬기가 아니면 접근조차 어려운 곳입니다. 이곳의 삶을 자카르타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만개가 넘는 섬으로 이뤄진 나라의 한계라고 할 것이다. 섬끼리 다리로 연결할 수도 없고, 수도 자카르타 주변을 빼곤 도로조차 신통찮았다.
21세기에도 인도네시아 도시와 농촌의 차이가 극심한데, 60년대야 말해 뭣하리.
“국토 개발을 하시고 싶은 거군요.”
“맞습니다. 혁명을 일으킨 주된 이유죠. 섬마다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항만을 건설하고, 현대식 주택단지도 만들고, 학교도 짓고… 그런데…”
국토 개발을 하고 싶다는 말을 하다가 갑자기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현타라도 온 건가?
그래, 말을 멈춘 이유는 뻔하지.
“개발할 돈이 없다는 말씀이시군요.”
“맞습니다.”
“……”
이번엔 내가 할 말이 없었다.
돈 얘기를 왜 내게 하는 걸까?
나는 사업가이지 물주가 아니다.
미사일 건으로 나를 거물로 판단한 건가?
뭐, 기술적인 측면에서야 거물일 수 있겠지만 돈주머니를 따지면 내 코가 석 자인 사람이다.
인도네시아에 투자할 돈이 어디 있나.
“게다가 우리 인도네시아에 돈이 없다면 억울하지도 않을 텐데, 우리 돈을 우리 맘대로 쓰지 못하고 있으니 답답할 뿐이지요.”
“… 무슨 말씀이신지요.”
“저기 바다 위를 보십시오.”
무르다니의 지휘봉 끝을 쫓아가니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이해가 되었다.
해양 플랜트가 보였다.
원유를 뽑아 올리는지, 길게 뽑은 가스관에서 연신 불길을 뿜어대고 있었다.
“해상 유전이군요.”
“맞습니다. 우리 인도네시아의 석유 자원은 영국 석유 기업에서 시작해 미국 기업을 거쳐, 2차 세계대전 때는 일본군이 저들 마음대로 가져갔지요. 외국기업이 우리 석유로 아무리 많은 돈을 벌어도, 이익 배분이 필요 없다는 방임협정 때문에 30년간 꼼짝 못 하고 당했습니다. 굴욕적이고 불공정한 협정이었지요.”
2차대전 이전엔 석유 카르텔이 헐값에 조광권을 사가고 이익 배분이 없었던 건 익히 알려진 일이다. 이익 배분 대신 일부 정치인에게 뇌물을 주는 것을 택했지.
석유 국유화 운동이 일어나게 된 계기였다.
“… 그 계약이 끝났겠군요.”
“맞습니다. 최근 생산에 성공한 유니온 오일의 유전이 마지막 불공정 계약이었지요. 그 계약조차 4년 뒤면 만료됩니다.”
“유전 개발로 국토 개발 자금을 마련하려는 겁니까? 설마 저에게 그걸 맡기려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개도국끼리 뭉쳐야 선진국에 대항할 수 있습니다. 한국이라면 충분히 이해하실 것 같군요.”
다소 어이가 없었다.
유전 개발이라는 게 구멍만 뚫는다고 성공하는 게 아니지 않나.
나야 전생의 기억을 더듬어 유전 위치를 알지만, 이렇게 쉽게 얘기할 것이 아니었다.
“유전 개발 성공률은 고작 2%입니다. 그리고 유전 탐사 구멍을 하나 뚫는데 적어도 수백만 불이 듭니다. 그걸 제가 감당하기란 불가능합니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탐사 자금을 대주셔야 합니다.”
구멍 하나 뚫는데 최소 300만불에서 많게는 1500만불까지 든다.
그리고 설령 유징(油徵)을 발견해도 본격 생산을 하는데 최소 2년은 걸린다.
조광권을 준다고 얼씨구나 받을 일이 아니었다.
그냥 받으면 미친놈 아니면 멍청한 놈이 되는 일이었다.
“탐사 자금 따위가 있었다면, 미스터 우에게 부탁하지 않았겠지요.”
“… 너무 솔직하시군요.”
탐사 자금을 댈 수 있다면 인도네시아에 유리한 계약으로 메이저 석유 회사를 끌어들였겠지.
결국, 개도국끼리 뭉치자는 말은 립 서비스에 불과했던 건가?
“그래서 원시림을 보여드렸던 겁니다. 한국인… 아니, 미스터 우라면 개발할 수 있지 않습니까?”
“원목 사업으로 유전 탐사 비용을 벌충하라는 뜻입니까?”
솔직히 구미가 당겼다.
다른 이라면 수지타산을 맞추기 극히 어렵겠지만, 나는 가능하지.
“베트남에서 원목 사업을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벌목의 대가로 주민들에겐 논을 만들어주셨다고 하더군요. 우리 주민들에겐 집을 지어주십시오. 그럼 사업권을 내 드리겠습니다. 물론, 이익금을 석유 탐사에 쓴다는 전제조건하에서입니다.”
“복잡한 조건이군요. 길도 없고 항구도 없는 곳에서 원목 사업을 하라니요. 심지어 집까지 지어주면서요?”
제한 조건이 너무 많았다.
난 사업을 하지 자선 사업을 하는 게 아니다.
하려면 내 나라에서 해야지. 우리나라에도 집은커녕 끼니도 거르는 사람이 많다.
“길도 있고 항구도 있다면 한국에 기회가 돌아가진 않았겠지요. 솔직히 베트남보다는 낫지 않습니까. 총알이 날아다니지는 않을 겁니다.”
말은 잘하네. 솔직하기도 하고 말이다.
있는 그대로 맨땅에 헤딩하듯 딜을 걸어왔다.
‘더 압박해봐야 더 얻어낼 건 없다는 건가?’
뭐, 나로선 이 정도로도 충분히 해볼 만했다.
어차피 이런 계약을 받을 사람은 나밖엔 없을 테니 수익 배분에서 승부를 보자.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이 시기도 좋다.
원래 역사에선 70년대부터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무분별한 벌목이 시작되어서, 90년대 말에는 원목 수출 자체가 금지되어 버리니까 말이다.
내가 원목 사업을 맡으면 원시림에 길을 내고 중간중간 간벌만 하면서 지속 가능한 원목 사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뀌년에 이어 인도네시아에도 내 영역이 생길 수도 있고 말이다.
“우리가 원목 사업을 한다고 해도 관련 법규는 정비해야 합니다. 도로나 항만을 건설하면 그 일대는 우리에게 독점권을 주셔야 합니다. 그렇지않으면 남 좋은 일만 하는 꼴이 될 테니까요.”
“예, 아주 정당한 의심입니다. 도로를 놓으면 10년, 항만을 건설하면 30년 독점권을 인정해드리죠. 어디서 사업을 하실지, 벌목 허가 면적은 차후 논의하시죠. 실사부터 하셔야 할 테니 말입니다.”
“알겠습니다. 저희 직원들을 파견하죠.”
대세 목재 직원들이 조사하면 어디에 가장 비싼 나무들이 밀집해있고, 길을 어디로 내고, 항구는 어찌할지 단박에 알아낼 거다.
제2의 뀌년을 만든다고 보면 되니까 말이다.
“집을 지어주시는 것 잊으시면 안 됩니다.”
“목재 공장과 인부 촌을 만들면 자연스레 해결될 일이지 않겠습니까?”
목재 전처리 공장과 기숙사를 만들면 되는 일이었다. 그럼 그 주변에는 자연스레 식당이니 구멍가게니 하며 마을이 들어서게 되어 있다.
“듣고 보니 그렇군요. 여하튼, 원목 사업에 적극적이신 걸 보니 석유 탐사에도 동의하시겠군요.”
“원목으로 비용을 벌충할 수 있으니 시도는 해봐야죠. 그런데, 석유 탐사에 실적도 없는 우리 대세를 파트너로 지정한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석유 탐사는 모험심이 기본이라고 들었습니다. 미사일 정보 하나로 수교도 안 된 나라에 들어오는 강심장을 가진 분이라면 반드시 석유도 찾아낼 것 같더군요. 대세도 이미 기획한 사업이 아니었던가요? 시추선도 가지고 있다던데 말입니다.”
뭐야? 시추선을 가진 걸 알고 있었어?
누가 정보를 알려준 거지?
“어디서 그런 정보를 들으셨습니까?”
“아, 오해는 마십시오. 한국과 인도네시아 수교 협상을 하는데, 자원 외교니 하다가 조광권 얘기가 나와서 알게 되었습니다. 승승장구하던 미스터 우가 조광권에서만은 실패했다고 하더군요.”
“이야기가 그렇게 되었군요.”
“시추선까지 마련했다던데, 꽤 타격이 컸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국 정부의 결정이 이해가 안 가지만 인도네시아로선 행운이죠.”
나에게도 행운이다.
매장량 자체가 아예 비교불가니.
호프만 이 양반, 울산 앞바다도 뀌년 앞바다도 아닌 인도네시아로 올 운명이었던 모양이다.
< 148 : 물물교환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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