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152)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152화(152/589)
< 152 : 식혀라, 끓여라. >
“호프만 선장, 유징을 발견하면 텔렉스 치세요. 바로 사람들을 더 투입할 테니까 말입니다.”
“예, 알겠습니다.”
호프만을 먼저 탐사지역으로 보냈다.
맘 같아선 같이 가고 싶었지만, 내가 본사를 너무 오래 비웠다. 귀국해야 했다.
“사장님, 선적 완료되었습니다.”
마침 자단목의 1차 선적이 완료되었다고 김완득 부장이 알려왔다. 딱 귀국하기 좋은 시간이었다.
“갑시다.”
“예, 사장님.”
연락선을 타고 대세 3호에 오르니, 자단목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었다. 그간 직원들의 고생을 대변하는 보물이었다.
“김 부장, 자단목은 전량 포틀랜드 지사로 보내기로 했죠?”
“예, 그쪽에서 샘플은 이미 받았고 고객들이 언제 물건이 오냐고 난리라고 합니다.”
“아무리 급해도 본사에서 판상으로 가공해서 보냅시다. 괜히 반품받으면 그게 더 손해입니다.”
여기 현지에서 방제 전처리를 다 했지만, 그래도 본사에서 판재로 가공하면 반품받을 가능성은 아예 없을 것이다.
“예, 사장님. 그렇게 조치하겠습니다.”
김 부장은 연신 싱글벙글하였다.
포틀랜드에서 가격이 최소 톤당 120불은 될 거라고 연락이 왔었다.
철강보다 더 비싼 가격이었는데, 딜러들끼리 입찰 경쟁을 시키면 가격은 더욱 올라갈 것이다.
지금 미국 시장 상황이 아주 좋다.
미국의 국가 재정은 어렵지만, 그렇다고 닉슨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긴축 재정을 펼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당분간 인플레가 지속될 거다.
아마 금 태환을 포기하는 게 1971년일 거다.
그때까진 이런 악기 및 고급 실내장식용 원목은 불티나게 팔릴 수밖에 없다.
“북미에서 얼마나 비싸게 팔지 기대되는군요. 여하튼, 첫 번째 판매 실적이 나오면 여기에 항구 정비도 하시고, 우리 캠프에 병원부터 짓도록 하십시오. 비용 결제는 바로 할 테니까 말입니다.”
“예, 알겠습니다. 사장님.”
여기에 사람이 살게끔 해놔야, 화수분이 제대로 돌아가지. 병원을 지으면 주변 원주민들이 이 마을로 몰려들 것이다.
사람들이 몰리면 자연스레 지역 개발도 수월해질 테니까 말이다.
“그럼 나는 귀국합니다.”
“사장님, 살펴 가십시오.”
우린 악수와 포옹을 나눴고, 직원들은 작은 배로 옮겨타서 다시 해변으로 돌아갔다.
그에 맞춰 대세 3호도 바다로 나아갔다.
“자단 엄청 비싸게 팔아주세요.”
“보너스 많이 주세요, 사장님!!!”
“하하하, 기대하십시오!!!”
배가 멀어질 때까지 우리는 서로를 응원했다.
나는 자카르타에 내려 귀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
사흘 뒤,
“이야, 대체 몇 달 만이야?”
한국은 벌써 가을로 접어들고 있었다.
공기에서 열대 특유의 축축한 냄새가 안 나는 것만으로도 살만했다.
“어서 오십시오. 사장님.”
빌 베인이 입국장에 마중을 나왔다.
“베인, 그간 수고했어요. 혼자서 힘들었죠?”
“별말씀을요, 회장님께서 저보다 백배는 힘드셨을 텐데 말입니다.”
“나야 몸이 고생한 거고, 본사에선 자잘한 일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일어날 거 아닙니까.”
정기 보고 외에 딱히 긴급 메시지가 안 왔다는 것만으로 빌 베인이 그룹의 자잘한 일까지 잘 챙겼다는 의미였다.
“이제 그룹의 시스템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기에 가능했습니다. 다행히 나이크에서 연신 매출 신기록을 올리고 있어 조선소와 제철소에 들어가는 투자를 어찌어찌 막아냈습니다.”
말은 그리했지만, 솔직히는 힘들었다는 듯 흐르지도 않는 이마의 땀을 닦아냈다.
“이번에 대세 목재가 큰 거 한방 터뜨렸으니 더욱 할만할 겁니다. 포틀랜드 지사와 협조하여 업무 잘 챙기십시오.”
“예, 회장님.”
빌 베인도 자단목 수출을 기대하고 있었다.
“조선소는 별일 없습니까?”
“공사는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만 선박 부품 제작상에 말썽이 조금 있는 모양입니다.”
“말썽이라고요?”
“예, 엔진 부품이 조립이 안 된 채 입고되었다고 보고가 올라왔습니다. 여기 보고서입니다.”
어쩐지 서류 가방을 들고 마중을 나왔더라니.
긴급이라는 빨간 도장이 찍힌 보고서를 내게 건네주었다.
‘기술 매니저는 물론 커트 스코우 부사장까지 부임했으니 문제가 있으면 곤란한데…’
모르는 게 있으면 척척 가르쳐줄 외국 매니저들이 수두룩한데, 대체 무슨 일이지?
보고서를 읽어볼수록 어이가 없었다.
슐츠사(社)에 주문한 크랭크 축과 일본 가와사키 중공업에 주문한 크랭크 스로우가 가공이 잘못되어 서로 끼워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크랭크 스로우는 선박 엔진에 연결되어 크랭크 축을 회전시키는 부품이다.
엄밀히 말하면 다른 부품이지만 그냥 평형추가 달린 크랭크 암의 일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크랭크 축은 그런 크랭크 스로우든 크랭크 암이든 꼬치구이처럼 줄줄이 꿰고 있는 축이다.
“이해가 안 되는군요. 같은 설계도를 주고 만든 부품이 서로 연결이 안 된다니요.”
우리 대세 조선에서 선박용 CNC만 있다면 직접 만들어도 되는데, 국내에선 그런 대형 가공 기계가 없어 부득이하게 외국에 주문했었다.
크랭크 스로우를 가와사키에 맡긴 건 연수생을 보낸 대가이기도 했고 말이다.
지금 창원 연구소에서는 MIT에서 가져온 CNC로 한창 연구 중이니, 선박용 CNC 국산화는 아직 한참 멀었다.
“그게 서독 회사는 1인치를 25.4mm로, 일본 회사는 25mm로 계산해서 부품 치수가 서로 달랐다고 합니다.”
“… 아우, 그런 일이.”
그러고 보니 내가 영국 킹스톤 조선소에서 받아온 설계도는 인치로 작성되어 있었지.
젠장, 인치 단위는 늘 잡음이 생긴다니까.
일반 산업계에선 1인치를 25.4mm로 환산하지만, 조선업계에서는 워낙 덩치가 크다 보니 25mm로 환산하는 경우가 잦다.
오히려 25mm 환산하면 계산도 쉽고 가공 실수를 줄이기에 유리한 구석도 있다.
하지만, 크랭크 부품만큼은 다르다.
굴절 오차나 평형도 등등 온갖 공차가 0.04mm 이하가 되어야 하는 초정밀 부품이거든.
엔진의 폭발력을 지속적으로 회전력으로 바꿔주는 동력부라 최대한 정확히 환산해서 가공 오차를 줄여야 한다.
“그래서, 여기 서독과 일본 회사가 서로 싸우고 있는 겁니까?”
“예, 누구에게 클레임을 걸어야 할지 난감하다고 하더군요.”
크랭크 축과 부품 제작 과정은 가공부터 후속 열처리까지 아주 섬세한 작업의 연속이다.
아무리 빨라도 제작하는 데 수개월은 걸리기에, 수정해서 가져오라고 선뜻 말하기 어렵다.
치수를 수정하려면 열처리를 다시 해야 하는데, 그러면 부품 전체가 미세하게 뒤틀리기 때문에 다시 처음부터 재가공해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럴 때가 아니군요. 기 비서, 울산으로 바로 갑시다.”
나는 빌 베인을 따로 보내고 바로 차에 올랐다.
기 비서가 급히 차를 몰고 공항을 벗어났다.
이럴 줄 알았으면 부산으로 들어오는 건데.
***
울산, 대세 조선소.
“단 차장, 크랭크 가공에 문제가 있다면서요.”
“헉, 사장님. 귀국하셨군요.”
“귀국 인사는 나중에 하고, 부품부터 보죠.”
“예, 사장님.”
퇴근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서독 기술자와 일본 기술자들은 자리에 없었다.
입고 창고에는 크랭크 축과 크랭크 스로우가 거치대에 놓여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원래는 조립된 완제품으로 입고되어야 했는데 말이다.
“원래 일본에서 조립해서 가져오기로 한 거, 아니었습니까?”
“원래는 그랬는데, 추가 가공비로 10만불은 받아야 한다며 이렇게 입고시키고는 서독 엔지니어와 며칠째 싸우고 있습니다.”
일본 기술자들은 저들 기준에서 벗어난 게 있으면 융통성 있게 일 처리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플랜트 건설을 위해 컨소시엄을 맺고 일하다 보면 속에서 천불이 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추가 가공비로 10만불요?”
“예, 한번 시도하는 비용이 그 정도니까 실제로 인정해주면 곱하기 몇 배는 될 겁니다.”
일본의 행태를 제대로 알고 있군.
단 차장도 그간 비슷한 경우를 많이 당해봤던 모양이다. 여하튼 이 문제는 단 차장 수준에서 융통성을 발휘할 일이 아니었다.
그보다 이 부품을 수정하면 몇 달간 또 기다려야 하는데, 그러면 엔진룸 후속 공정이 지연된다.
업체끼리 해결하라고 내버려 둘 일도 아니었다.
“대체 가공 공차가 얼마나 틀어진 겁니까?”
“설계에서 허용 오차는 0.02mm인데, 실제 오차를 측정하니 0.08mm입니다. 그것도 축의 지름이 크랭크 스로우의 구멍보다 0.08mm가 커서 끼워지지가 않습니다.”
“0.08mm라고요?”
뭐야? 0.08mm라면 충분히 열박음이 가능한 오차잖아. 왜 작업이 안된다는 거지?
“제가 부품 업자면 수작업으로 연마해서 끼워 맞추면 될 것 같은데 그게 왜 안된다고 그러는지 원… 우리가 직접 하겠다고 해도 새로 오신 부사장님은 손을 못 대게 하더군요.”
단 차장은 가슴을 텅텅 치며 답답해했다.
부품에 손을 대면 그때부터 우리 책임이니 웬만해선 안 하는 게 좋겠지만, 지금은 예외다.
단 차장말대로 무슨 수를 내긴 냈어야 했다.
“스코우 부사장 어딨습니까? 당장 불러와요!”
나는 말을 들을수록 화가 났다.
왜 마스터 급 기술자가 일 처리를 이리하지?
나름, 스코우는 덴마크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경력자 아닌가.
설마 열박음 기법을 모르나?
그러고 보니 단 차장도 아까부터 계속 수작업으로 갈아내면 된다고 하고 말이지.
이게 크랭크 축은 수작업 연마가 쉽지 않다.
완벽한 원통으로 가공해야 하는 거라, 전용 기계에서 빙글빙글 돌려가면서 천천히 연마해야 한다. 그래서 제작 기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다.
“우 사장님, 이 시간에 오시다니 몰랐습니다.”
부사장급에 퇴근 시간이 어디 있나?
“스코우 부사장. 0.08mm 오차 정도로 작업을 중단하다니요. 설마 해결책을 모르는 겁니까?”
“사장님, 크랭크 축은 배의 척추나 다름없습니다. 수작업으로 억지 끼워 맞춤을 한다고 해도 공차는 지금의 절반은 되어야 합니다. 시간이 들더라도 제대로 가공해서 와야 합니다.
억지 끼워 맞춤을 한다고?
이거 정말 스코우 부사장도 열박음 기법을 모르는 모양인데?
60년대에는 열박음 기법이 노하우였나?
하긴, 그렇지 않고서야 가와사키가 부품 수정과 조립 비용으로 10만 불씩이나 달라고 배짱을 튕길 이유는 없었다.
“게다가 이 문제는 저희 잘못이 아닙니다. 이참에 부품업체도 교육할 겸, 서로 시시비비를 따지게 하면 우리는 손해 보는 것이 없으니…”
“손해가 없어요? 지금 우린 시간과 싸우고 있습니다! 조선소를 지으면서 유조선을 건조하는 게 안보입니까! 공기 맞추는 게 장난입니까!”
“아니… 그게 아니고…”
부품업체를 핑계로 몸을 사리는 것인가? 부사장이 되어서는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건가?
“내가 하는 거 봐요! 단 차장! 여기 석유화학단지로 가서 액체 질소와 알코올 한 트럭 가져와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이거 크랭크 스로우가 들어갈 만한 드럼통 가져와서 윤활유부터 끓이세요.”
“예! 사장님.”
“사장님, 어쩌시려고… 액체 질소는 왜?”
스코우 부사장이 물었지만, 난 묵묵히 쳐다만 보고 대답해주지 않았다.
역시 기술이 아무리 뛰어난 이들도 낙하산으로 앉히는 것은 문제가 있었다.
지식과 경험이 많았지만, 단기 부임이라 여기고 리스크가 있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할 의지가 없었다.
시간이 들더라도 내가 좀 살펴주고, 내부에서 인물을 키워야겠다.
기술과 경험에서 모자라는 부분은 해외 연수로 채우는 것이 오히려 낫겠다.
“거기 방수포 좀 가져와요. 크랭크 축 주변에 깔아야 합니다.”
“예, 사장님.”
***
잠시 후,
“사장님, 가져왔습니다!”
단 차장이 직접 트럭을 몰고 액체 질소와 알코올을 잔뜩 가져왔다.
울산에 이런저런 공단이 다 몰려 있으니 이런 시너지도 나는구나 싶었다.
“문 닫아요. 이건 우리만의 노하우니까, 절대 회사 밖으로 새면 안 됩니다. 알겠습니까!”
“예!!! 다들 들었지! 사장님 비법이 바깥으로 새면 반드시 범인 색출할 거야! 우리 밥그릇 깨는 놈은 절대 용서 없어. 알지!!!”
“넵!!”
노하우는 언젠가는 새어나가기 마련이지만, 이렇게라도 유출 시간을 최대한 늦춰야 한다.
“액체 질소와 알코올을 섞어서 크랭크 축에 골고루 뿌려요. 카블라 입고 보안경도 끼세요. 극저온이니까, 맨살에 닿거나 튀면 안 됩니다.”
“아앗, 이제 알겠습니다. 크랭크 축을 줄여서 끼우시려는 거군요. 이런 방법이!”
스코우 부사장이 방법을 깨달았던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맞습니다. 이제 여기에 끼울 크랭크 스로우를 기름으로 뜨겁게 달궈야죠. 잘하고 있습니까?”
“예, 사장님. 부글 부글 잘 끓이고 있습니다.”
크랭크 스로우를 크레인 쇠사슬로 연결해서 철제 상자에서 끓이고 있었다. 사방에서 직원들이 버너로 분사하니 기름은 금방 끓었다.
“사장님, 이것보다 그냥 버너로 직접 달구면 더 빨리 온도를 올릴 수 있지 않습니까?”
“작은 부품이면 몰라도 중공업 부품은 안됩니다. 부품 전체의 온도를 균일하게 올려야 하거든요. 기름으로 데우는 게 최선입니다. 부품을 서로 끼울 때 윤활유 역할도 하니까.”
“아, 그렇군요.”
단 차장이 직원들을 대신해 질문을 잘했다.
스펀지처럼 지식을 흡수하는 것은 대세 직원들의 장점이었다. 공채에서도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항목이었다.
“이쯤이면 됐어요. 이제 끼워봅시다. 다들 안전복 입고, 크랭크 축에 크레인 사슬 걸어요!”
“사장님, 직접 힘쓰시는 겁니까?”
“후딱 안 옵니까! 양쪽으로 10명씩 붙어요!”
나는 크랭크 축의 최선단을 잡고 섰다.
수작업으로 크랭크 축을 밀어 크랭크 스로우의 구멍에 끼워야 하는 거다.
원래라면 크랭크 축을 수직으로 세우고 크레인으로 각 부품을 끼우는데, 지금은 인프라가 마땅치 않아 인력으로 시범을 보이는 수밖에 없었다.
“와아아아아!”
“자세 잡아요. 정확히 구멍을 맞춰 밀 겁니다. 단 차장, 거기 크랭크 스로우도 구멍 맞춰 밀어요. 한 방에 맞춰야 합니다. 집중!!!”
“예, 사장님. 다들 집주우우웅!!!”
크랭크 스로우는 구멍 반대쪽에 크랭크 핀(가로핀)이 있어 크레인 사슬을 고정하면 된다.
“셋! 둘! 하나! 밀어요!”
“밀어!!!”
단숨에 끼워야 한다.
중간에 온도가 식으면 부품끼리 꽉 물려서 꼼짝하지 않게 된다.
각각 온도를 맞출 수도 없으니 그야말로 대재앙이다.
“선배님들! 힘 좀 줘요! 얼어 뒈지겠어요!”
“시발, 나는 뜨거워 뒈지겠다!”
“집중하라니까! 새끼들아. 밀어!!!”
“닥치고 밀어요!!! 지금 못 끼우면 이거 버려야 한다고! 힘줘어어어!!!”
“끄아아아아악!”
아무리 크레인에 연결되어 있다고 해도 수십 톤에 달하는 쇠뭉치를 서로 끼우는 게 쉽진 않았다.
이를 악물고 젖먹던 힘까지 다해서 밀어붙였다.
들어가라, 들어가!
< 152 : 식혀라, 끓여라.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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