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154)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154화(154/589)
< 154 : 대세 정공의 시작 >
영빈관은 조선소에서 가까운 둘안산에 짓고 있었다. 해발 43m이니 산이라기보다 언덕인 곳이다.
넓은 잔디밭과 울창한 대나무 숲이 멋진 데다, 남쪽으로는 대왕암이, 동쪽으로는 동해가, 서쪽으로는 조선소가 한눈에 들어오는 명당이었다.
60년대답게 미포만이 9마리 용이 여의주를 놓고 다투는 구룡쟁주형(九龍爭珠形) 명당이고, 그 여의주에 해당하는 둘안산을 품고 있으니 대세 조선은 크게 번창할 거라는 소문이 돌았다.
딱히 미신을 믿는 건 아니지만, 둘안산 근처는 대밭이 방풍림 역할을 해서인지 바닷가임에도 불구하고 유독 온화한 기운이 넘치는 곳이라 영빈관 터로 결정했다.
“아이고, 사장님! 어서 오십시오.”
현장에 도착하니 현장 감독이 후다닥 달려 나와 나를 맞이했다.
표정이 밝은 걸 보니 별다른 이슈 없이 공사가 잘 진행 중인 모양이다.
“불쑥 찾아와서 미안합니다. 조선소에 온 김에 공사가 얼마나 진행되었나 궁금해서 들렀습니다.”
“예, 보고드린 대로 현재 공사 진척도는 70% 정도입니다. 내년 3월 완공 예정입니다.”
내년 3월 완공이면 공기를 한 달은 앞당기는 것이다. 잘하고 있네.
“순조롭군요. 구경 한번 시켜주십시오.”
“예, 이쪽으로 가시죠.”
현장 감독은 영빈관 안으로 날 안내했다.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로 호텔급으로 지었다.
내부 대리석 마감이 화려하면서도 청결해 보였고, 리셉션 홀과 멋스러운 중정(中庭)을 두어 잭콕 한잔하면서 담소도 나눌 수 있게 만들었다. 홀의 한쪽 벽면은 통짜 유리로 바깥으로 바로 연결되는 테라스 형태였다.
내 드로잉을 아주 잘 구현했다.
“노천탕과 파 3홀은 어느 쪽이죠?”
“예, 여기 대나무 숲 산책길을 통해 나아가게끔 설계를 했는데…”
내부를 보여줄 땐 자신만만하던 현장 감독이 야외 시설을 보여줄 땐 주저하는 모습이었다.
이상하네, 야외 공사가 더 쉬웠을 텐데…
“음, 고택이 있군요.”
대나무 숲 너머에 고택이 있었다.
오랫동안 방치되었던지 기와지붕이 다 허물어지고 있었다.
고택의 크기도 그렇고, 어마어마하게 큰 느티나무에 정자까지 있는 걸 보면, 한때 어느 양반가라도 살았을 법한 분위기였다.
“고택 철거야 별문제가 안 되는데, 저 나무가 문제입니다. 이렇게 큰 노거수(老巨樹)를 베려면 산림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된단 안된다 말도 없이 계속 허가를 미루기만 하니 난감합니다.”
하긴 산림녹화 사업은 중요 국가 정책이고 공무원들 인사고과에 바로 반영되니 허가가 어렵지.
솔직히 벌목 허가를 못하는 나무인데, 대세가 워낙 잘나가니 마냥 거부할 수 없어 공무원들이 난감해하는 것이리라.
“이런 멋진 나무를 왜 자릅니까? 그냥 두세요. 그리고 이 고택도 개축해서 별관으로 만듭시다. 여기 정자 근처에 노천탕을 꾸미면 딱 좋겠군요.”
고택은 돌아볼수록 멋졌다.
기둥도 굵고 곧은 것이 아주 고급이었다.
“별관이라면… 여기에 외국 손님들이 묵는다는 말씀입니까? 이런 기와집에 말입니까?”
현장 감독은 깜짝 놀랐지만, 외국인들은 외려 이런 한국적인 건물을 훨씬 더 좋아한다.
“그럼요. 한국에 왔으면 근사한 한옥에서 하룻밤 묵는 것도 멋진 경험이죠. 물론, 화장실과 드레스룸은 신식으로 꾸며야 합니다.”
나는 수첩을 꺼내서 한옥을 어떻게 리모델링할지 구조를 그려주었다.
부엌과 창고를 없애 방을 큼지막하게 만들고, 집안에 화장실과 욕실을 두었다.
“그리고 이쪽으로 길을 내면 파3 골프장과도 바로 연결이 되겠군요. 이렇게 설계 변경하십시오.”
나야 골프를 즐기지 않지만, 우리나라에 흔치 않은 천연 잔디를 굳이 놀릴 필요는 없었다.
“이렇게 설계를 변경하면, 내년 봄이 아니라 올해 말까지 완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하. 새해맞이를 여기서 할 수도 있겠군요. 잘 부탁합니다.”
“예, 맡겨주십시오. 사장님.”
내년이면 손님들을 초대할 수 있겠다.
밴 플린트든, 후세인 국왕이든 초대해서 여기서 가든파티를 하면 아주 멋질 거다.
외국에 나가 있는 동안 일이 잘 진행되어서 기분이 아주 좋았다.
‘내친김에 대세 컨테이너도 들러볼까?’
공장을 창원에 짓기로 했었다.
대세 목재의 야적장으로 쓰고 있던 부지 일부를 내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전포동 협력업체 사장들이 전 재산이나 다름없을 철공소 설비며 기자재를 현물투자 하겠다고 나섰기에 나 또한 그 정도 투자를 해준 것이다.
“기 비서, 창원으로 가주겠습니까?”
“연구소 말씀이십니까?”
“아뇨, 일단 대세 컨테이너 공장부터 가봅시다.”
“예, 알겠습니다.”
공장부터 본 다음 연구소도 들러서 CNC 연구도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살펴봐야겠다.
***
「대세 컨테이너」
기존 목재 야적장이었던 곳에 도착하니, 큼지막한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엔 대세 해운의 사업부로 지정했는데, 사업성 검토 끝에 결국 독립 법인으로 결정했다.
현물 투자한 이들을 발기인으로 등록해줘야 하는 문제도 있었고 말이다.
드넓은 땅에 3층짜리 본관 건물과 거대한 공장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제1공장일 것이다.
‘하하, 간판에 황금종을 달아놨네.’
전포동 사람들이 주축이 된 회사라서 그런지, 간판 옆에 황금종 모형을 매달아 놓았다.
대박을 기원하는 마음이리라.
실제로도 대박일 것이다.
컨테이너 사업이야 오일쇼크 때 잠시 주춤할 순 있어도 메가 트렌드인 데다, 우리나라처럼 인건비도 싸고 손재주가 좋은 곳이 흔하겠나?
20년은 족히 먹고살 만한 사업이다.
“공장이 벌써 완공되었군요.”
“목재 야적장으로 쓸 때 이미 정지(整地)작업이 되어 있던 데다, 대세 건설이 직접 나섰기에 완공에 3달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기 비서가 비서실 직원답게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창원 근처에 땅을 사놓은 건 참 잘한 일이었다.
엄청난 공간을 차지하는 컨테이너 공장임에도, 차후 공장 확장에 전혀 문제없을 것이다.
“공장 앞까지 들어갑시다.”
“예.”
경비원도 없어 공장까지 차를 몰고 갔다.
“우 사장님 오신다!”
“사장님!!!”
사람들이 내 차를 알아보고 몰려 나왔다.
사람들의 표정도 활기찼고, 공장 안에서 컨테이너를 찍어내는 소리도 힘차게 들려왔다.
벌써 수주 물량이 넘치는 모양이다.
“여기서 보니 더 반갑군요.”
대부분 전포동에서 낯이 익은 사람들이었다.
“어서 오십시오, 사장님. 언제 귀국하시나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공국태 부장, 어째 사장님 하시다가 부장님 되었는데 할 만하십니까?”
원래 공 부장은 자기 철공소를 운영하던 대세 협력업체 조합장이었다.
“아유, 그럼요. 맨날 계약 엎어지고 이런 불량 저런 불량 이의제기 당하던 걸 생각하면, 여기가 천국이지요. 대세가 나서니까, 보십시오. 일감이 쉴 새 없이 들어오고 있지 않습니까?”
하긴 우리 대세는 일에 대한 보상은 확실하게 해준다. 일감이 많을수록 신나는 곳이지.
“좋네요. 자, 이제 제가 왔으니 계약부터 완료해야지요. 다들 전 재산을 투자하셨을 텐데, 불안하실 거 아닙니까.”
“먼저 말씀해주시니 정말 감사합니다. 이제 짐 싸 들고 올 이들은 죄다 왔으니 도장 찍으셔도 될 겁니다.”
“자자, 주주분들 들어가서 도장 찍읍시다.”
내가 최종 서명을 하기도 전에 이렇게 공장에서 일부터 하는 걸 보면, 전포동 사람들의 나에 대한 믿음은 대단한 모양이다.
이 사람들이 나를 믿어주는 만큼 나도 사업을 잘 챙겨야 할 것이다.
“어서 오십시오. 사장님.”
“어서 오십시오.”
내가 본관 3층 건물로 들어서니 직원들이 모두 일어서서 인사를 해왔다.
3개월 만에 뚝딱뚝딱 지은 건물치고는 꽤 근사했다. 내부 마감이 깔끔해서 새 건물 냄새도 심하지 않았고, 방음과 난방도 아주 훌륭했다.
무엇보다 사무실 책상과 의자가 제각각이 아니라 한 종류로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이런 사소한 점에서도 대세에 들어왔음을 실감할 수 있을 것이다.
“다들 입사 축하합니다. 컨테이너 사업은 아주 전망이 밝으니 충분히 기뻐하세요.”
“우와아아아!”
내가 전망이 밝다고 한마디 해주니 다들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나는 3층으로 올라가 사장실로 들어갔다.
책상 위에는 이미 계약서가 펼쳐져 있었다.
내가 오면 바로 서명할 수 있게끔 몇 달째 여기 놓여 있었던 건가.
“지분율을 좀 봅시다.”
“예, 여기 보시면 됩니다.”
공 부장이 지분율 페이지를 펼쳤다.
‘역시… 내 지분율이 압도적이군.’
이미 대략 보고를 받았지만, 구체적인 숫자를 보는 건 처음이었다.
우찬수 489000주,
김춘석 3000주, 빌 베인 3000주, 공국태 2000주, 신정수 1000주, 방윤수 1000주, 홍영욱 250주, 연주익 250주… 등등.
총 자본금 5억 원에 주당 1000원인데, 내 지분율이 자그마치 97.8%였다.
그 와중에 아버지와 빌 베인이 3백만 원씩 투자해서 0.6%의 지분율을 가져갔고 다른 이들은 거의 지분율에 의미가 없었다.
토지 대금으로 0.9억, 수입 기계 1.8억, 중고 설비 매입 0.3억, 건물 1.5억, 비품과 설비 대금 0.5억으로 자산 정리가 되어 있었다.
지분을 확보한 이들 외에 나머지 철공소 사장들의 현물투자는 죄다 중고 설비 매입으로 처리한 모양이다. 지분보다 현금을 원했군.
이 시대의 영세 업자의 상황을 엿본 것 같아 마음이 착잡했다.
이런 영세 업자들이 컨테이너 수주를 받았다가 막판에 계약이 엎어지면, 철공소 전체가 흔들흔들했을 것이다.
아무리 사업 전망이 밝아도 클레임 몇 번만 맞으면 앞으로 남기고 뒤로 밑지는 게 사업이다.
쓱쓱.
내가 서명을 완료하자 지켜보던 모든 이들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다들 도장 찍으십시오. 그래야 계약 완료죠.”
“예, 물론입니다.”
다들 꾹꾹 도장을 찍었고, 빈칸은 딱 한 곳이었다. 내가 자필로 회사명을 적게끔 되어 있었다.
「대세 정공」
“사장님, 우리 회사 이름이 대세 정공입니까?”
“대세 컨테이너라고 하면 우리 사업을 제대로 표현 못 하는 것입니다. 우린 컨테이너뿐만 아니라, 소형 갠트리 크레인, 로딩 램프, 트랜스테이너, 컨테이너 전용 섀시 등등 다양한 제품을 할 겁니다. 그러니, 정밀 공업을 뜻하는 정공을 붙여 대세 정공이 좋겠습니다.”
시작은 컨테이너부터지만, 사업 비전은 물류 장비의 최정상에 서는 것이다.
일개 사업부면 몰라도 독립적인 대세 계열사인데, 20년 뒤에 없어질 컨테이너 사업을 회사 이름으로 쓸 수는 없었다.
대세 정공은 건설, 해운, 조선의 윤활유 역할을 잘해줄 거다.
“우와, 그렇군요. 뭔가 엄청나군요.”
“그럼 제가 대세 정공 지분을 갖게 된 겁니까?”
“아, 그럼, 간판부터 바꾸겠습니다.”
대세 정공이란 이름에 지켜보던 이들이 기대감에 차서 이런저런 말들을 보탰다.
“두고 보십시오. 대세 정공은 거대한 물류 인프라 사업체가 될 겁니다. 현재 수주 상황은 어떻습니까?”
“예, 미국 유니플랙스사(社)에서 자그마치 40피트짜리 컨테이너 1200대를 주문했습니다. 단가는 5500불입니다.”
단일 계약이 660만 불이라 대단한데?
그런데 컨테이너가 개당 150만원 정도니까, 수익률을 따지면 그다지 높지는 않네.
인천제철 철판을 쓰면 30% 정도 남겠지만, 일제 철판을 수입해서 썼다면 수익률은 5% 수준밖에 안 됐을 것이다.
하긴 대세 해운도 월남에 처음 진출할 땐 개당 300만원에 사줬다가, 이후 여유가 생겼을 땐 가격을 깎았으니까 말이다.
“라인을 좀 둘러볼까요?”
내가 라인을 살펴보면 원가를 아낄 수 있는 부분을 찾아낼 수 있을 거다.
이왕 대형 수주를 땄으니 이윤을 최대한 남겨야 할 것 아닌가.
이들이야 150만원이라는 단가에 만족하는 모양인데, 솔직히 난 목표 자체가 다르다.
연간 1000개 2000개 생산할 것이 아니지 않나.
아무리 못해도 연간 5만개 이상은 생산해야 세계 시장에서 의미있는 점유율을 가져갈 수 있다.
컨테이너는 리스 사업체가 갑이라, 최대한 시장 점유율이 높아야 많이 팔린다.
같은 메이커의 컨테이너는 서로 호환도 잘 되고 리스를 해주기도 편하거든.
컨테이너는 인건비 따먹기 사업이기도 하지만, 세계 1등이 점점 잘나가는 부익부 빈익빈 사업이기도 하다.
“물론입니다, 사장님. 안 그래도 저희 실력을 보여드리려고 단단히 벼르고 있었습니다.”
공 부장은 가슴을 텅텅 치며 자신감을 보였다.
**
‘이야, 자신 있을만 했네.’
아크 용접기와 반자동 CO2 가스 용접기가 수십 대가 늘어서 있었다. 대한민국에 있는 용접기를 죄다 모아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게다가 5톤짜리긴 하나, 천정 주행 크레인을 비롯하여 150마력짜리 에어 컴프레셔가 달린 도장(塗裝) 설비까지 갖춰져 있었다.
이런 설비에 공장까지 짓는데 5억이라는 자본금으로 다 처리할 수 있었다니 놀라울 뿐이었다.
치지직, 치지직…
공장을 둘러보자니 용접 기능공들이 한창 작업 중이었다.
“공 부장님, 대세 조선에 가면 용접재 자동 캐리지와 용접용 모자가 있으니 그걸 여기에도 적용하세요. 그쪽엔 제가 일러두겠습니다.”
“아… 예. 알겠습니다. 자동 캐리지, 모자…”
지금이야 수첩에 적을 뿐이지만, 실제로 보면 깜짝 놀랄걸?
일단 그거 두 개 정도만 적용해도 작업 효율은 급격히 올라갈 거다.
그리고 원가를 더 줄이려면 특정 공정은 자동화를 하는 게 좋은데, 불량률을 보고 판단하자.
어렵고 힘든 일을 기계한테 시켜야 효과가 제대로 나오거든.
“그런데, 어째서 ABS 검사관(미국 선급)이 안 보이죠? 물어볼 게 많았는데 말이죠.”
“ABS 선급 말씀이시군요. 사장님 말씀대로 포틀랜드 지사에 요청했는데, 컨테이너 관련한 규정이 확보되면 파견하겠다고 하더군요.”
“설마, 컨테이너 표준 규정이 없다는 겁니까?”
“예, 지금 한창 논의 중이라고 했습니다.”
뭐야? 아직 표준 규정이 없어?
지금쯤이면 미국 선급 협회가 당연히 만들었을 줄 알았는데…
그러고 보니 컨테이너에 모서리쇠가 없네.
심지어 컨테이너 하부에 하역 지게차가 포크를 꽂아 넣을 포크 로더도 없잖아?
눈을 씻고 자세히 보니 완전 신천지였다.
우리가 표준을 주도할 수도 있겠는걸?
< 154 : 대세 정공의 시작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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