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156)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156화(156/589)
< 156 : 시너지 >
“잠시만 실버, 개인적인 얘기는 나중에 편하게 하고 일단 업무 좀 챙길게.”
“당연하지. 어서 해.”
실버는 내가 반가워한다는데 만족했던지 옆으로 훅하니 빠졌다.
“소장님, 그간 연구소 현황이 궁금합니다. 각 프로젝트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요?”
“허허, 일단 중고 전차 사업부터 얘기하는 게 좋겠군. 마크 과장, 설명하시게.”
“예, 중고 전차 사업은 현재까지는 상황이 좋습니다. 현재 한국 육군에 19대를 납품해서 매출 305만 달러를 올렸고, 경비를 제한 순수익은 100만 달러입니다.”
순익 32%에 100만불이라, 와중에 한국군에 납품한다고 양심적으로 장사했네.
“좋군요. 그럼 남은 전차 수량은 얼마죠?”
“현재 뀌년에서 대기 중인 물량은 총 7대입니다. 그 이후부터 물량은 장담할 수 없습니다.”
당연한 일이었다.
중고 전차는 월맹의 구정 대공세로 망가진 미군 전차를 수리하는 것이라 수량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 뒤로는 유지 보수를 해주는 것 외에는 딱히 매출이 일어나진 않겠군요.”
“예, 그렇습니다.”
“정부가 방위 사업에 중점 투자를 한다는 소문이 있으니, 사업자 지정 신청을 했으면 합니다. 사장님 생각은 어떠십니까?”
황 영감님이 조심스레 내 의견을 물어왔다.
중고 전차 사업을 끝으로 방위산업을 접을까 봐 염려되는 것이리라.
그럴 리가 있나요.
마크까지 영입했고, 나중에 고델 장군을 계속 지원해야 하는데 말입니다.
“해야죠. 대신 소화기(小火器)보다는 군함이나 전차 같은 중공업 기반의 사업을 목표로 했으면 합니다. 우리 대세는 중공업 기업이지, 방위산업 기업은 아니니까요.”
“그래야지요. 그 말씀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예전의 기조를 한 번 더 반복했다.
황 영감님은 와중에 중공업 부문의 방위산업에 투자한다는 원칙만으로도 만족하는 것 같았다.
“아이고, 사장님. 저희도 좀 아는 척 좀 해주십시오. 섭섭하려고 그럽니다.”
주영길 교수가 타이밍 좋게 끼어들었다.
돌아보니 주영길 교수와 심재홍 과장이 날 보고 싱글벙글하고 있었다.
“당연히 아는 척해야죠. 오늘 온 게 CNC는 어찌 되어가는지 보러 온 겁니다. 잘 되어 갑니까?”
“그럼요. 저와 심 선배가 한 거 보면 깜짝 놀라실 겁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터빈 블레이드가 척척 깎여서 나온다면 믿으시겠습니까?”
“호오, 그래요?”
둘의 시너지가 대단한 모양이다.
벌써 터빈 블레이드를 CNC로 깎을 수 있다는 소린가? 최적화가 쉽지 않았을 텐데.
“본사가 GE로부터 면허 생산권을 획득했다고 들었습니다. 한국에 설치된 발전기 터빈 부품을 국산화할 권리라고 하길래, 밤잠도 설쳐가며 일했습니다.”
“보는 게 제일 빠르겠죠, 어딥니까?”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주 교수와 심 과장이 자신 있게 앞장섰다.
“마스터, 나도 CNC라는 거 구경해도 될까?”
“물론이지, BR사 마스터가 의견을 보탠다는데 누가 말려.”
“고마워.”
실버가 궁금했던지 참관해도 되냐고 물었다.
곧 대세 정공의 투자자가 될 분이니 흔쾌히 초대했다.
연구소 안쪽으로 쑥 들어가니 CNC와 볼 밀 (Ball Mill) 장비가 아주 잘 셋업되어 있었다.
풀 옵션을 갖다 붙여서 그런지 MIT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크고 복잡했다.
“이게 비싼 값을 하는 장비입니다. 5축으로 뭐든 깎아낼 수 있기에 장비를 만드는 장비, 일명 마더 기계(Mother Machine)라고 부릅니다.”
“자랑은 나중에 듣고 시연부터 해봅시다.”
“예, 사장님. 시료를 걸 테니, 이 버튼만 누르십시오. 그럼 터빈 블레이드가 깎여 나올 겁니다.”
정말이냐고 반문할 뻔했다.
원터치로 공정 최적화를 했다는 거야?
터빈 블레이드의 기계 가공은 90년대 들어서야 양산 공법이 되었고, 그전에는 주조 공법이 일반적이었다. 일방향 응고니 뭐니 하면서 주조 공법 최적화에 연구비를 써댔다.
CNC로 깎을 수만 있다면 품질이나 생산성 측면에서 훨씬 유리할 것이다.
“이 버튼만 눌러라, 이거죠?”
“예, 그럼요. 심 선배가 아주 완벽하게 셋업했습니다. 걱정마세요.”
주 교수의 말에 심 과장의 어깨가 살짝 으쓱거렸다. 심 과장도 자신 있나 본데?
딸깍. 위이이이잉…
버튼을 누르자 CNC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와, 세상에 이런 설비가 있다니 대단한데요?”
옆에서 실버가 실시간으로 감탄사를 내질렀다.
나도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했다.
얼마나 정교하게 셋업했는지 속도도 빠르고, 정밀도도 매우 뛰어났다.
마치 숙련된 조각가가 사과를 깎는 것 같았다.
“불과 15분만에…”
15분 만에 터빈 블레이드 모양이 거의 잡혔다.
60년대 기술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보기엔 다 된 것 같지만, 여기서 2시간 정도는 더 연삭해야 진짜 스펙 안에 들어옵니다. 더 지켜보셔도 되고, 이미 완성된 샘플이 있으니 그걸 보셔도 됩니다.”
“이거 계속 돌려주십시오. 볼수록 빨려드는 느낌이 아주 좋습니다.”
실버가 CNC의 매력에 푹 빠졌다.
나는 주 교수가 내미는 완성품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정말 흠잡을 데 하나 없이 멋졌다.
“정말 A급 품질이군요. 분말 야금법으로 소결한 잉곳을 가공했을 텐데, 작은 기공도 없군요.”
분말 야금법으로 만든 소재는 기공을 내포할 가능성이 매우 큰데,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한마디로 분말 야금의 제조 공정이 완벽했다는 뜻이었다.
“말도 마십시오. 소장님께서 하도 매의 눈으로 보셔서 소결 조건 실험만 수십 번은 했을 겁니다. 이보다 완벽한 조건은 없다고 자신합니다.”
“잘했어요. 잘했어요.”
나는 주 교수를 칭찬하고, 눈빛으로 황 영감님도 인정해줬다.
“그뿐만 아닙니다. 여기 공기 구멍 보이십니까? 이 구멍으로 차가운 공기가 흘러서 터빈 블레이드를 고온 증기로부터 보호해 줍니다. 심 선배가 가공했습니다. 아무래도 사람이 아닌 것 같습니다.”
“심 과장, 대체 어떻게 가공한 거죠?”
“사장님이 베트남에서 빼돌린 헬기 엔진의 터빈 블레이드를 보고 베꼈습니다. 거기 그렇게 구멍이 뚫려 있더군요.”
천재 재료공학과 교수와 예술가가 만나니, 뭐든 잘도 만들어내는군.
시너지가 내 예상을 훌쩍 뛰어넘었다.
“그게 베낀다고 베껴지던가요? 대단하군요.”
“별거 아닙니다. 가르쳐주니 다들 하던걸요.”
주조로 만든 공기 구멍을 기계 가공하다니, 정말 금손 중의 금손이었다.
심지어 금손이 남을 가르치는 재주도 있네.
“사장님, 오히려 미군 블레이드보다 우리 쪽 블레이드의 냉각 효과가 더 좋습니다. 미군 것보다 온도가 10도나 더 낮아집니다.”
당연하다. 주조법으로 공기 구멍을 만들면 그쪽에 이물질이 쌓여 표면이 매끄럽지 않기 때문이다.
통짜 소재에 매끈한 구멍을 팔 수 있다면, 냉각 기류의 압력 손실이 최소화되는 거다.
이 정도 품질이면 터빈 블레이드 표면으로 외부 공기가 피막처럼 흐를 수 있을 거다.
단언컨대, 이거 외국 기업은 흉내도 못낸다.
“우 사장, 여태 성과가 좋은 것은 사실이네. 하지만, 실제로 실험해보면 결과가 영 엉뚱해. 솔직히는 잘 이해가 안 되네.”
“결과가 엉뚱하다고요?”
“분명 분말 야금 품질이나, 냉각 유로 형성은 더 잘 된 것이 확실해. 그런데, 실제로 미군 블레이드와 우리 블레이드를 같이 끼우고 엔진을 돌려보면 우리 제품만 금이 가고 깨진다네. 아직까진 그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어. 그래서, 우 사장에게 보고하지 못하고 있었던 걸세.”
황 영감님께 연구소를 맡긴 건 확실히 잘한 결정이었다. 제품 개발에 있어, 외형이나 단편적인 검토가 아니라 신뢰성 검증을 해야 한다는 걸 체감적으로 알고 있었다.
겪을수록 감탄이 나오는 존재였다.
“그 이유는 제가 알 것 같군요.”
“그래? 호오, 역시.”
“봐! 내가 사장님은 알 거라 그랬죠!”
옆에서 주 교수가 훅하니 심 과장을 쳐다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둘이 내기라도 한 거야?
“심 과장, 설마 내가 불량 원인을 모를 거라는데 베팅했나요?”
“아아,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이 불량은 힘들더라도 우리가 원인을 분석해서 사장님께 보고드리자고 했을 뿐입니다. 언제까지 사장님의 도움에 기댈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것도 맞는 말이다.
그래도 이건 눈에 잘 안 보이는 문제이니 내가 알려주는 게 좋겠다.
“마크, 혹시 헬기 엔진의 터빈 블레이드 표면 처리에 대해 들은 것 좀 있나요?”
“설마요. 저 같은 공병에게까지 그런 고급 정보가 내려오겠습니까?”
어떻게 보면 당연한 얘기였다.
그리고 헬기 엔진은 미군이 아니라 군납하는 사기업에서 제작하니 더욱 그러할 것이다.
“그런가요? 여하튼, 내 생각엔 터빈 블레이드 표면에 내산화(耐酸化) 코팅이 돼 있을 것 같습니다. 눈으론 잘 보이진 않지만 말이죠.”
“내산화 코팅이라고요?”
“주 과장, 같이 실험한 미군 터빈 블레이드 하나 가져와 봐요. 우리 것과 비교해 봅시다.”
주 교수가 실험 테이블 서랍에서 블레이드를 꺼내주었다. 늘 곁에 두고 봤군.
“아무리 살펴봐도 두 개의 차이점을 모르겠던데요. 차라리 제 분말 야금 금속이 훨씬 내열 강도가 좋은데 말입니다.”
그냥 보면 안보이지.
“이건 그냥 봐서는 안 되고 형광등 불빛에 비춰봐야 겨우 보일까 말까 합니다.”
“형광등에 비춰본다고요?”
나는 두 개의 부품을 동시에 형광등 불빛에 비춰보는 시늉을 했다.
이렇게 봐도 실제로 큰 차이는 나지 않는다.
하지만, 있다고 믿고 보면 육안으로도 보인다.
약하게나마 표면에 물결무늬가 보이거든.
나는 두 제품을 신 과장에게 건네주고 답을 찾기를 기다렸다
“어어? 저… 정말… 물결무늬가 보입니다.”
“에이, 신 선배. 사장님에게 잘 보이려고 보이는 척한다. 우리가 이거 어디 한두 번 봤어요?”
“아니야. 정말 보인다니까! 여기 굴곡진 곳을 잘 봐봐. 물결무늬가 보여. 무지개가 어른거린다니까.”
신 과장이 흥분해서 특정 부위를 가리켰다.
“어, 진짜 신기하네. 우리끼리 볼 땐 아무리 봐도 아무것도 없던데! 정말 코팅이 되어있나 본데요?”
80년대만 되어도 전자 현미경으로 코팅층과 성분분석까지 가능하겠지만, 60년대인 지금은 그런 기술은 기대하기 어렵지.
“어때요? 내열 코팅이 된 것 같지 않아요? 적용해볼 만한 내열 박막은 많이 알잖아요?”
60년대라 해도 M-CrAlY라고 부르는 내열 코팅에 대해선 학계에선 충분히 알려져 있었다.
“소재야 선택의 문제지만 이렇게 눈에 안 보일 정도로 얇게 코팅하는 방법이 뭘까요? 용융 코팅은 아닐 게 뻔하고… 정말, 미국 기술이 대단하긴 하네요.”
“그건 나도 월남 때부터 고민했던 건데, 조선소에서 얻은 아이디어가 하나 있어요. 산소 절단기를 응용하면 어떨까 싶군요.”
“산소 절단기로 뭘 어쩌는데요?”
“그게 너무 세게 틀면 쇳물이 잘 튀지 않습니까. 쇠판의 쇳물도 튀는데, 그 근처에 분말을 뿌리면 거의 폭발할 정도로 튀지 않겠어요?”
내 말에 다들 어안이 벙벙해졌다.
각자의 방식으로 상상하기 시작했다.
“아… 그렇군. 시뻘겋게 달군 냄비에 물을 부으면 튀듯이, 산소 용접기에 분말을 분사하면 되겠군. 불꽃 방향으로 날아가 처음 부딪히는 곳에 달라붙을 거야. 그게 코팅이지 뭐야.”
황 영감님이 제일 먼저 반응했다.
“제 생각도 그렇습니다.”
미국 나사에서 개발한 화염 용사법이라는 코팅 방법이다. 60년대엔 최첨단 방식이지.
미세 분말을 뿌리면 코팅 품질도 좋아서 20세기 후반까지 썼던 방식이었다.
나사에서 제일 먼저 개발된 이유가 분말 야금을 연구하다가 그랬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그러고 보니 아크 용접에서도 쇳물이 잘 튑니다. 코팅 재료를 가는 와이어로 만들어서 초짜가 아크 용접하듯 뿜어내도 될 것 같습니다.”
“오, 그것도 좋은 방법이군요.”
심 과장이 더 진화한 방법을 말했다.
그게 아크 용사 기법이었다.
“이왕이면 전용 챔버를 만들어서 진공으로 만들면 더 좋을 것 같군요.”
역시 우리 대세 종합기술원에 천재들이 많이 모였네. 상상으로 금방 코팅 장비를 만들어냈다.
“이거 우리 연구소의 첫 번째 자체 개발 프로젝트가 되겠구려. 터빈 블레이드 국산화가 꿈은 아니겠습니다.”
황 영감님이 연구 과제를 승인해버렸다.
“황 소장님이 잘 챙겨주십시오. GE가 우리에게 면허 생산권을 준 걸 후회하도록 말입니다.”
“그리하겠습니다. 기대하십시오.”
황 영감님도 웬만큼 자신이 생겼나 보다.
현재로선 미국 제품을 베끼는 수준이지만, 연구를 지속하다 보면 언젠가는 GE와 크로스 라이선스를 맺을만한 우리의 특허가 나올 것이다.
그때가 승부처다.
“힘 내주시고요. 터빈 블레이드도 신경 써야 하지만, 디젤 엔진도 신경 쓰셔야 합니다.”
“그리해야지. 우 사장이 라이선스를 가져온 슐츠사(社) 엔진을 그대로 베낄 수는 없으니, 단순한 디자인에 효율 높은 우리만의 엔진을 개발하자고 연구원들이 죄다 힘을 모으고 있다네.”
“단순한 디자인과 효율에 집중한다라, 좋은 전략입니다.”
엔진은 단순할수록 고장도 적고 유지 보수도 편하다.
엔진 이상이 곧 사고로 이어지는 선박 엔진이라면 더더욱 중요한 요소가 아닐 수 없었다.
“품질 좋고, 유지 보수 비용도 적게 들면 아무리 후진국에서 만들었어도 팔릴 수밖에 없지 않겠나. 우린 반드시 선진사 못지않은 엔진을 만들어 낼 것이네. 반드시.”
황 영감님은 마치 자신에게 다짐하듯 말했다.
“반드시 성공할 겁니다. 절대 조바심내지 마시고 우보만리(牛步萬里) 하십시오. 전 끝까지 기다릴 수 있습니다.”
“하하, 내 죽기 전에 꼭 할 테니 걱정 마시게.”
“오랜만에 뵈었는데, 식사 한 끼 하셔야죠.”
“우린 퇴근하려면 멀었네. 먼저 가 있게나.”
하긴 직원들을 내버려 두고 소장이며 과장이 모두 자리를 비우면 곤란하지.
나도 오늘은 전체 회식은 곤란했다.
실버랑 단둘이 얘기를 좀 해야 해서 말이다.
“그럼, 실버와 둘이서 먼저 가 있을 테니, 다들 퇴근하자마자 합류하십시오.”
“그리하시게. 바로 합류할 테니 오랜만에 본 친구분과 대화라도 나누고 계시게나. 자자, 어서 들어가자고. 오늘은 정시에 일 마무리 해야지.”
황 영감님이 부랴부랴 사람들을 몰아서 사무실로 돌아갔다.
“실버, 가자고.”
“오랜만에 잭콕 한잔하는 거야?”
“오늘 위스키는 안돼. 가볍게 맥주 한잔하면서 사업 얘기나 하자고.”
“으흠? 나랑 사업 얘기를?”
“왜, 나랑 사업하기 싫어?”
“무슨 소리야? 마스터가 같이하자면 열 번이고 백 번이고 같이 하지!”
< 156 : 시너지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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