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157)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157화(157/589)
< 157 : 물량 공세 >
“실버, 컨테이너 임대사업 한번 해보면 어때?”
“컨테이너 임대사업?”
실버는 고개를 갸웃했다.
“뀌년에서도 많이 봤잖아. 컨테이너로 실어오는 화물이랑 일반화물이랑은 하역 속도에서 경쟁이 안 되는 거 말이야.”
“그야 당연하지. 그래서 요즘 해운사마다 죄다 컨테이너로 바꾸고 있잖아. 그런데 컨테이너는 해운사의 자산인데 임대사업이 가능해?”
“무슨 소리야. 벌써 일부 업체가 임대사업을 시작했다고. 생각해봐! 해운사든 화주든 컨테이너를 항구에 내려만 놓으면 임대 회사에서 수거와 배분을 다 한다고. 고객들은 화물 운송에만 신경 쓰면 되는 거야.”
“… 너무 편하겠는걸?”
해운사와 화주들은 모두 대환영할 일이었다.
화주 입장에서는 도어투도어 서비스를 받으니 비용 절약, 편의성,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고, 해운사 입장에서는 운항비, 하역비, 포장비, 해상보험료, 보관료 등을 절감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해운사로선 신속한 하역으로 운항 횟수를 늘릴 수 있으니 컨테이너는 필수품이 되었다.
지금에야 대부분의 해운사가 컨테이너를 직접 매입해 운용하지만, 임대를 한번 맛보면 중간에 그만둘 수가 없을 거다.
집에서 직접 요리해 먹는 게 싸다는 걸 알지만, 배달 한 번 시켜보면 그만둘 수 없지 않나.
게다가 임대업이 활성화되면 가격마저 싸진다.
“그런데 컨테이너 임대사업은 자본금이 좀 있어야 해. 컨테이너 개수가 고객사 물동량의 3배수 정도는 되어야 하거든.”
“3배씩이나?”
“당연하지. 배에 실려있는 컨테이너, 항구에서 대기 중인 컨테이너, 화주의 물건을 실으러 가는 컨테이너, 고장 나서 수리하는 컨테이너 등등을 고려하면 3배수 정도는 되어야 중간에 정체가 생기질 않아.”
컨테이너는 뷔페식당의 접시 같은 존재라 무지막지하게 회전한다. 잔뜩 쌓아놓지 않으면 밀려드는 손님을 처리할 수가 없다.
“그리 들으니 이해가 되네. 그래도 초기 비용이 클 뿐 임대사업이니 다른 경비는 그다지 들지 않겠네. 결국, 남는 장사겠어.”
제법인데. 핵심을 바로 짚었다.
썩어도 준치라고 실버스타인 가문의 아들이긴 한 모양이다.
임대사업의 가장 큰 장점이 한번 투자를 해놓으면 유지 보수만 하면서 계속 현금 장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해운사가 알아서 제품 신뢰성을 광고해주는 꼴이라 대형 해운사와 계약만 하면 자연스럽게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는 사업이다.
해운사를 가지고 있는 데다 태평양 운임 동맹의 주축인 실버스타인 가문이라면 말 그대로 땅 짚고 헤엄치기지.
“어때, 실버. 이제 좀 구미가 당겨?”
“구미야 당연히 당기지. 아까도 말했다시피 집안에서도 이제 내 사업을 시작할 때라고 등 떠밀고 있어. 나도 BR사에서 경험은 쌓을 만큼 쌓았으니 뭐든 하려던 참이야.”
“그럼 얼마나 투자할 수 있어?”
대뜸 투자금부터 묻다니, 무례한 질문일 수 있지만 실버에게는 가능한 질문이다.
“사실 그것 때문에 한국에 온 것이기도 해. 누님 말로는 이미 CS에게 맡겨둔 자본금이 있다고 하던데? 무슨 사업을 하든 찾아서 쓰라고 말이야.”
“뭐? 내게 맡겨둔 자본금?”
“인천인가 어딘가 원유 저장고가 있다고 하면 알 거라고 했어.”
아, 원유 저장고!
저장해둔 원유는 이미 다 팔아서 현금화했지.
수에즈 운하가 닫혀 치솟았던 원유가는 다시 시장이 안정화되면서 제자리를 찾았다.
치고빠지는 장사를 하려고 지은 저장고라, 당연히 지금은 놀고 있지.
이거 표정 관리를 어찌해야 할지 난감할 정도였다. 자그마치 50만 배럴짜리 저장고가 총 4개, 총 200만 배럴이나 저장할 수 있는 대형 원유 저장고가 아닌가.
아무리 낸시라고 해도 몇 년 뒤에는 오일쇼크로 대박 나는 인프라임을 알 리가 없지.
지금으로선 빨리 처분해야 하는 잉여 자산일 뿐이었다.
“인천의 원유 저장고를 내게 팔겠다고? 실버스타인 가문이라면 자본금이 넘쳐서 좋은 투자처를 찾는 줄 알았더니 아니네.”
“돈 좀 있는 투자자들은 여유자금을 죄다 유전 개발 쪽으로 돌리고 있어서 그래. 내년 초까지 한시적으로 원유 사업에 특별 소비세가 감면되니, 그때까지 작은 유전만 발견해도 큰돈을 벌 수 있으니까 말이야.”
하긴 거부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게 세금이지.
1969년도에 유전 개발이 우수수 터져 나온 것도 절대 우연이 아니었어.
“실버스타인은 어디에 투자했어?”
“알래스카 광구에 투자했다더군. 다른 투자자들은 산타바바라나 북해 광구에 투자했다고 하던데… 어떨지 모르겠어.”
역시나 대형 유전들이 발견되는 곳이었다.
가장 확률이 높은 곳에 돈이 모인 건지, 아니면 성공할 때까지 돈을 퍼부은 건지 알 수는 없지만 말이다.
“자금 사정이 그리된 건 알겠지만, 내게 매각을 결정한 이유는 들어야겠어. 처음부터 내게 팔려고 했는지, 아니면 중간에 일이 꼬였는지 알아야지. 이건 동업자 간의 믿음의 문제라고.”
원유만 팔아먹고 인프라를 내게 처분하려고 했다면 처음부터 그렇게 계약을 했어야지.
내게 대박인지 아닌지를 떠나 낸시의 의도는 꼭 알아야 했다.
“아아, 오해는 하지 마. 누님도 곤란한 상황이 벌어졌다고 하더군. 원래 미 7사단에 중유 저장고로 넘기기로 했는데, 조만간 7사단이 철수… 아… 이거 함부로 떠들 일은 아닌데 말이야. 여하튼, 그게 힘들게 되었다고 하더라고.”
음? 벌써 7사단이 철수해?
원래 역사에서도 이때쯤 결정이 되었던가?
아직 우리나라가 월남전에 대규모 파병을 해놓은 상태인데, 주한 미군을 빼면 어쩌자는 거야.
닉슨 정부의 재정이 어지간히 어려운 모양이네.
“음, 그런 일이 있었군.”
어찌 되었든 낸시의 의도가 처음부터 내게 원유 저장고를 떠넘길 심사는 아니었군.
내게 넘기는 건 B플랜 정도였고, 그걸 직접 말하기 뭐하니 실버를 시킨 거군.
오케이, 그 정도면 계속 동맹으로 인정.
“어어, 마스터는 어째 놀라지 않아? 주한미군이 철수한다는데 말이야.”
“놀랄 일은 아니지. 닉슨 정부의 대선 공약인데다, 괌 독트린에서 해외 주둔 미군을 줄이겠다고 선언했잖아. 주한미군도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했었어. 철수 시기가 생각보다 빠르긴 하네.”
“… 마스터가 보통 사람이 아니긴 한가 봐. 한국 정부는 격렬하게 반응한다고 하던데.”
“우리 정부에도 공식적으로 알렸어?”
“공식 통보는 아니고 물밑 외교 채널로 알렸다고 하더라고. 나도 자세한 건 몰라. 부통령이 조만간 그것 때문에 특사로 방문할 예정이라는 것까지 들었어.”
나름 낸시도 내게 원유 저장고를 넘기는 게 미안했던지 실버를 통해 국방부 정보를 넌지시 흘려주는 것이리라.
어쩐지 청와대가 조용하더라니.
평소 같으면 귀국하자마자 나를 불러 뭐든 부려먹으려고 했을 텐데, 주한미군 철수 문제에 어찌 대응할지 고민이 크겠군.
닉슨 정부야 반전운동과 해외 주둔 미군의 감축을 요구하는 여론을 무시할 수도 없고, 계속 나빠지는 재정 형편상 군사비 절감을 위해 주한 미군 감축은 필연적이라고 할 것이다.
나 또한 기다리고 있던 일이었다.
우리나라 정부는 이 위기를 아주 잘 극복한다.
무기 생산을 전담하는 군수공장은 평상시엔 인력과 장비를 놀리는 꼴이라 비경제적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에 선진국 수준의 중화학공업을 먼저 셋업하고 방위산업은 부품별 모듈별로 유관공장에 분담시켜 무기 수요의 변동에 따른 비경제성을 극소화하는 전략을 추진했다.
즉, 연필 공장에선 탄피를 생산하고, 기차 바퀴를 만드는 회사에선 탱크 바퀴를 만드는 식이었다.
해당 부품을 조립하는 것은 국방과학 연구소에서 담당하면서 말이다.
그런 투자 전략은 대단히 효과적이어서 대한민국의 중화학 공업은 한 단계 도약했다.
주한 미군이 철수한다는 말은 월남에서도 조만간 미군이 빠진다는 말이니, 내 입장에선 뀌년만큼은 우리 육군이 이를 악물고 지켜내자고 정부를 설득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으흠… 이거 어쩐다…”
청와대가 부르면 들어가긴 해야겠네.
동남아를 경제적 배후지로 삼고자 하는 일본의 전략을 우리가 낚아채야 한다고 설득을 해야 해.
그 전진 기지가 뀌년이 될거라고 말이야.
“정 부담스럽다면 원유 저장고 매입은 안 해줘도 돼… 다른 방법을 알아볼 테니까.”
음, 잠시 딴생각을 하다가 실버가 내 표정을 오해했다.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데.
“아니야. 그간 낸시 여사에게 빚진 것도 있으니 인수하지. 얼마에 넘길 셈이지? 말해봐.”
“그거야 마스터가 정하는 대로 받아야지. 솔직히 인수하지 않겠다면 그냥 내버려 둘 수밖에 없는 시설이잖아. 유니온 오일이나 갈프사야 자체 저유소가 있고, 한국 정부도 굳이 인수할 이유가 없으니 말이야.”
낸시와 한 핏줄이라기엔 터무니없이 솔직한 실버였다.
실제로 내가 인수하지 않으면, 낸시에게 원유 저장고는 전혀 쓸모없지.
미군에게 파는 게 유일한 솔루션이었는데, 국방부 고위 인사라고 해도 그건 어찌 안되나 보군.
“총건설비가 1800만 달러 수준이었으니, 감가상각을 해서 900만 달러에 인수하도록 하지. 어때?”
실버의 표정이 확 밝아졌다.
“역시 마스터라면 그 정도는 챙겨줄 줄 알았어. 저장고는 언제든지 가져가. 900만 달러라면 지불 조건은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해.”
지불 조건을 따지지 않겠다니 판가가 나름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그 돈으로 컨테이너 임대사업을 할 거야?”
“당연하지. 컨테이너 한 개에 얼마지?”
“원래는 개당 6000달러 수준이지만, 대량 주문이니 5500달러로 해주지.”
“지인 할인은 없어?”
“좋아, 2%쯤 깎아서 5400달러로 해주지.”
지인 할인이 아니라, 유니플랙스사보다 더 대량 주문을 할테니 이 정도는 깎아주지.
“그럼 900만 달러면 컨테이너 1600개 정도를 주문할 수 있겠군.”
실버는 그 정도면 임대사업을 시작하기엔 충분하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아닌데. 많이 부족한데.
“1600개면 대량 주문이지만, 그렇다고 경쟁사를 압도하는 수준은 아니야. 유니플랙스사(社)가 벌써 1200개나 주문했거든.”
“그래? 그쪽도 리스 사업을 하려는 건가?”
“아마도 그렇겠지. 경쟁에서 이기고 싶다면 최소 1만개는 주문해. 그럼 치킨 게임에서 확실하게 이길 수 있어.”
“그렇게나 많이?”
실버가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생각지도 못한 수량이었던 모양이다.
“실버, 너가 놀랄 정도라야 다른 회사들은 놀라 자빠지지.”
“1만 개를 임대할 수 있을까?”
“뭔 걱정이야? 세상에 물동량이 얼만데. 태평양 운임 동맹만 공략해도 1만 개는 족히 있어야 할 거야. 대서양 물류까지 커버한다면 1만 개도 부족하지.”
원래 역사에서 70년대 중반 컨테이너는 연간 20만 개씩 팔려나갔다.
솔직히 내가 실버였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1만개를 주문했을 것이다.
“물량으로 경쟁사를 압도하라는 거군.”
“게다가 대세 컨테이너는 전 세계 표준이 될 거야. 타사 물건은 상하역에 효율이 떨어져 자연스럽게 도태될 거고. 걱정하지 말고 올인해.”
“좋아. 내가 우리 집안을 설득할게. 1만개라, 컨테이너 임대사업에 5400만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하면 다들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네.”
내 설명에 틀린 말이 없긴 했지만, 바로 결심을 굳히네.
역시 실버스타인 가문 출신이라서 그런가?
돈 냄새는 맡을 줄 안다.
“잘 생각했어.”
“대신 내가 한국에서 지켜봐도 되지?”
“굳이 한국에?”
“5400만 달러나 투자하면, 대번에 우리 집안에서 참견하려고 할 거잖아. 내가 막아줄게.”
“……”
실버, 장사꾼 집안 출신다운데?
사업을 하는 데 있어서 뭘 집중적으로 관리할지 잘 알고 있었다.
사업의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 자재 수급 및 생산, 둘째 자금 관리, 셋째가 판로 확보다.
그런데 컨테이너 임대사업은 컨테이너만 잘 만들면 나머지는 전혀 문제없는 사업이다.
“외부 간섭을 막아주겠다는 핑계로 여기서 빈둥거릴 작정이야?”
“당연하지. 지금도 빈둥거리고 있지만, 더 열정적으로 빈둥거려야지. 내가 뭘 하든 마스터보다 더 잘할 순 없을 거잖아. 간섭하지 않고 빈둥거리는 게 돈만 있는 투자자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노력이지. 암, 그렇고말고.”
똑똑한 건가? 순간 말문이 막혔다.
자본주의 갑부 집안의 금수저다웠다.
실버는 그동안 열심히 하지 않았던 게 아니라, 열심히 할 필요가 없었던 거다.
와중에 나를 만나고 열심히 해볼 뭔가를 찾아낸 것이고 말이지.
그래, 열심히 내 주변에서 빈둥거려라.
“건배하지. 빈둥거리는 투자자를 위하여!”
“위하여!! 하하하!”
맥주잔을 부딪치며 계약 성사를 즐겼다.
최종 계약서는 낸시를 통해서 날아올 것이다.
“아, 맞다. 밴 플린트 장군이 직접 전한 말이 있어. 혹시나 해서 텔렉스보다 인편이 낫겠다고 직접 BR사 핫라인으로 내게 전화를 하셨더라고.”
“응, 밴 플린트 장군이?”
내가 인도네시아에 있었을 때 정보를 전하려 했던 모양이다.
“아까 주한미군 철수하는 거 말이야. 그것에 대해 마스터가 정부와 협의를 했으면 하더라고.”
“협의? 뭐에 대해서?”
“주한미군이 공짜로 철수하게 내버려 두지 말래. 철수의 대가로 한국 정부가 군사 원조를 요구하면, 한미 방위 조약상 미 정부가 승인할 수밖에 없데. 가능한 한 많은 돈을 요청하라더군.”
역시! 밴 플린트 장군은 친한파야.
그래, 미국에서 차관이 끊긴 지 꽤 됐는데 이걸 기회로 초저리로 돈을 빌릴 수 있겠군.
닉슨 정부가 돈줄을 죄기 전,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겠다.
군사 원조로 돈을 빌려서 중화학 공업에 투자하건, 국산 무기를 개발하든, 미국에서 첨단 무기를 수입하든…
아니지, 무기를 사 올 필요가 뭐가 있어?
국산 무기 개발을 핑계로 중화학 공업에 죄다 쏟아부어야지.
한국은 미국의 최전방기지인데, 국방력이 부실해지면 무기를 지원할 수밖에 없을 거잖아.
밴 플린트 장군의 뉘앙스도 벼랑 끝 전술을 쓰더라도 이번 기회에 미국에서 최대한 돈을 뽑아내라는 것 같았다.
원래 역사에서는 세금은 물론 방위성금까지 거둬서 중화학 공업과 방위산업에 투자했는데, 이번 역사에선 미국 돈으로 훨씬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있겠다.
“마스터, 내 얘기 듣고 있어?”
“어? 어어! 듣고 있지. 좀 생각할 게 있어서.”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어서 잠시 실버의 말을 놓쳤다.
“하하하, 두 분께서 무슨 말씀을 그리 심각하게 하십니까. 오늘처럼 좋은 날에.”
“어서 오세요. 소장님. 이쪽으로 앉으십시오.”
때마침 연구소 인원들이 우루루 몰려왔다.
“여기요, 상 새로 깔아주세요.”
“막걸리도 한 주전자 내주구려.”
“와, 고기 안주다. 제가 굽겠습니다.”
연구소 회식이 시작되었다.
연탄불에 고기를 구워 먹는 시대라 매캐한 냄새가 올라오긴 했지만, 이 또한 정겨웠다.
< 157 : 물량 공세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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