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158)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158화(158/589)
< 158 : 싹트는 씨앗들 >
“주 과장, 어째 다른 유학생들은 귀국 소식이 없습니까? 몇 명은 귀국하기로 했다고 보고하지 않았던가요?”
나는 술잔이 몇 번 돌자 그간 궁금했던 것부터 물었다.
“예, 학기 마치자마자 대거 귀국할 겁니다. 다들 이번 학기까지는 마치고 싶어 하더라고요.”
그렇군. 내년이면 우리 대세에도 박사들이… 아니, 박사 중퇴생들이 꽤 보이겠군.
“다들 일단 연구소로 들어와서 각 사업체를 살피고 어디서 일할지 생각해 보라고 해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지원할 곳은 벌써 다 생각해 둔 것 같던데요.”
“아, 그래요?”
“대세 화학, 건설, 조선, 해운, 인천제철 등등 매력적인 곳이 많지 않습니까.”
하긴, 일부러 전문 분야를 달리해서 박사과정을 밟은 양반들이니 어디로 갈지도 생각했겠군.
“좋네요. 그럼 발령처와 일정은 비서실과 논의하라고 해요.”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대세에서는 플랜트 사업은 계획이 없는지 묻는 이들이 몇 있었습니다.”
미국 산업체를 돌아봤으니 이런 질문을 하는 거로군. 역시 보는 만큼 성장하는 법이다.
“대세 조선이 플랜트를 담당할 겁니다. 플랜트 분야를 원한다면 대세 조선에 입사하라고 해요.”
요르단을 필두로 지금도 하나둘 하고 있지만, 대세조선이 안정화되면 플랜트 사업부를 발족시킬 거다.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내가 뿌린 씨앗들이 하나씩 싹트기 시작했다.
주 교수가 유독 빨랐을 뿐, 내년 초에 합류할 인원들도 이 시대 최고의, 뽑고 뽑은 인재들이다.
같이 뺑이칠 인원들이 늘어났다.
***
며칠 뒤,
“으, 추운데 계속 기다릴 거야? 한국의 겨울은 정말 춥네. 뼈가 다 시려.”
실버는 야적장에서 춥다고 호들갑을 떨었다.
우린 오늘 방문하는 ABS 선급을 마중하러 나온 것이다.
“추우면 들어가. 와중에 ABS 선급(미국 선급)에서 검사관을 파견한다는데 반겨주긴 해야지.”
“그냥 프로토 타입만 받아보면 될 걸, 공장까지 둘러볼 참인가?”
원래 공장까지 둘러보지는 않는데, ABS 선급에서도 컨테이너 인증은 처음이니 설계 컨셉과 규정에 대해 우리와 협의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잘 대응해서 표준 등재를 해야 한다.
나는 ABS 선급을 기다리는 와중에 낸시의 텔렉스를 한 번 더 살펴보았다.
「To. CS.
초기 비용이 생각보다 크더군요.
물량으로 경쟁사를 압도한다는 전략에는 동의하지만, 차수로 나누어서 진행하겠어요. 1차로 3000만 달러를 투자하죠.
3000만 달러면 컨테이너 숫자가 5500개가 넘으니 시장에 충격을 가할 순 있을 거예요.
그보다 표준 선점이 급하니, 서둘러줘요.
대세의 포틀랜드 지사에 ABS 선급을 파견했으니, 잘 처리해줄 거라 믿어요.
행운을 빌어요. – 낸시 J. 실버스타인.」
낸시도 이 사업을 확신하고 있었다.
조만간 3000만불짜리 신용장이 도착하면 대세 정공 직원들이 날 엄청나게 존경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겠군.
대세 조선과 인천 제철에도 챙길 일이 태산이니 대세 정공을 하루빨리 궤도에 올려야겠군.
삼복이와 스코우 부사장이 있으니 제 역할을 해주고 있으니 와중에 다행이다.
베인의 서면 보고를 봐도 대세 그룹은 잘 굴러가고 있었다. 닉슨 정부가 본격적으로 긴축 재정을 펼치면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상공부… 아니, 이제 비서실이지… 염원철 비서관을 만나봐야 할 타이밍인가?
“사장님,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어서 와요, 토마스.”
잠시 눈 돌린 사이 기다리던 이들이 도착했다.
포틀랜드 지사에서 항만 기술에 대해 자문 역할을 해왔던 토마스 고문이 직접 왔다.
스미스 선장의 동료로 꼼꼼하게 일 잘하기로 소문난 사람이었다. 그 뒤에 ABS 선급으로 보이는 이가 멀찌감치 서 있었다.
“제가 자단목을 판 매출전표를 들고 오려 했는데, 컨테이너 건이 급해 일단 날아왔습니다.”
“하하, 자단목이 인기가 좋죠?”
“인기가 좋은 정도가 아닙니다. 아주 난리가 났습니다. 자단목 품질 등급이 초특급이라 입찰가가 톤당 190달러는 돌파할 것 같습니다.”
톤당 190달러?
내가 생각했던 판가보다 수십 불이나 높았다.
“철강값은 저리 가라 수준이군요.”
“예, 자단목은 입고하는 족족 팔려나갈 겁니다. 축하드립니다. 사장님.”
인도네시아에서 그리 개고생을 했는데, 그 결과가 좋으니 뿌듯했다.
“자단목이야 대세 목재 직원들이 열심히 할 테고, 일단 우리는 컨테이너 일에 집중합시다.”
“예, 사장님. 인사하시죠. 이쪽은 ABS 선급 녹스 검사관입니다.”
토마스 고문이 일행을 소개했다.
낸시가 파견한 ABS선급일 것이다.
“안녕하십니까. 대세 그룹 CS Woo입니다.”
“도널드 녹스입니다.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해운업계의 떠오르는 샛별이라고 말입니다.”
어째 낸시가 콕 짚어서 보낸 양반답게 내게 매우 호의적이었다.
“샛별이라니, 감사합니다. 해운업은 몰라도 컨테이너 사업에서는 초짜이니 많은 조언 바랍니다.”
“조언이라니요. 외려 저희 선급과 동등한 위치에서 기술 협의를 해야겠던데요. 여기 야적장에 들어오면서 본 컨테이너만 해도 여타 컨테이너와는 확연히 차이나던데 말입니다.”
검사관답게 눈썰미가 좋은 양반이었다.
하역이 편하고, 견고하게 설계한 프로토 타입 컨테이너를 눈에 잘 띄는 곳에 내놨었다.
“그간 수많은 고객과 긴밀하게 논의하여 만들어낸 표준 컨테이너입니다. 상하역 실무를 고려한 설계 아이디어를 엄선해 제작했으니, ABS 선급 표준으로 삼아도 문제없을 겁니다.”
나는 자신 있게 표준을 언급했다.
고객과 논의하기보다 실패사례를 분석한 게 더 많았지만, 그게 그거 아닌가.
“디자인 외에도 내구성과 신뢰성까지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 관건이겠지요.”
“물론입니다. 대세 정공에서도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입니다. 일반적인 테스트는 물론, 외부 환경에 따른 신뢰성 검증까지 하고 있습니다. 한번 보시겠습니까?”
나는 녹스 검사관을 이끌고 나아갔다.
그간 야적장 일부를 시험 장소로 개조했다.
“아니, 저 철골 구조물은 뭡니까? 컨테이너를 찍어 누르고 있는데요?”
“하중 테스트를 하는 장치입니다. 모서리 부위가 얼마까지 견디는지 실험하는 장치지요. 단순하게 컨테이너를 쌓아서 휘는지 보는 것보다 훨씬 정량적인 테스트입니다.”
“일부러 망가뜨리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100개 중에 한 개를 랜덤하게 선택해서 부서질 때까지 실험합니다. 저희 제품의 신뢰성은 세계 최고입니다.”
시험 규정을 만든 지 며칠 되지도 않았지만, 늘 그래왔던 것처럼 말했다. 앞으로 그리할 것이니, 거짓말은 아니었다.
“저기… 살수차도 있군요. 물도 뿌립니까?”
“당연합니다. 담수가 아니라 소금물을 뿌리지요. 비바람은 물론, 큰 파도가 덮쳐도 누수가 생기면 안 되니까요. 도장면도 쉽게 녹이 슬어서는 안 될 테고요.”
“대단합니다.”
“각종 신뢰성 시험을 거치고 30일 동안 방치 테스트마저 통과하면 비로소 고객에게 인도됩니다.”
“30일이나 방치를 한다고요?”
녹스 검사관은 내 말에 깜짝 놀랐다.
그러고도 생산량을 감당할 수 있냐는 말이었다.
그 정도 방치해도 괜찮은 놈만 내보내면 클레임을 먹을 가능성이 없어지니까, 그리하는 거다.
이걸 할 수 없는 경쟁사는 자연스레 퇴출당하는 거지. 이렇게 돈과 시간, 넓은 장소마저 필요한 표준은 가격을 후려치는 경쟁자를 정중하게 쫓아낼 수 있는 기술 장벽이 된다.
“대세 정공의 품질 시험은 가혹하지만 확실합니다. 그렇지요, 실버스타인 고객님.”
나는 짐짓 실버를 들이밀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럼요, 제가 몇 날 며칠 이 공장을 견학해본 결과 품질에는 더 없이 만족합니다. 제가 5000개 넘게 물량을 주문한 이유가 뭐겠습니까?”
“… 5000개 씩이나요?”
녹스 검사관이 실버의 말에 깜짝 놀랐다.
“원래 그 정도는 있어야, 리스를 하지요. 여하튼, 5000개나 주문했는데 ABS 표준에서 벗어나면 난감하지 않습니까? 꼼꼼히 봐주십시오.”
“아직, ABS 표준이 없습니다. 제정해야 하는 상황이지요. 그런데, 정말 여기 상황을 통째로 표준으로 삼아도 될 정도로 체계적이군요.”
검사관 눈에도 그리 보인다니, 매일 챙긴 보람이 있었다.
“여기 저희 설계도와 신뢰성 시험 표준이 있습니다. 참고하시지요.”
나는 기술 정보를 노출하지 않는 수준에서, 표준 치수, 신뢰성 검증 항목, 시험 방법이 적힌 보고서를 내밀었다.
그대로 ABS 표준으로 등재해도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의 양질의 자료였다.
“정말 대단… 아니, 제가 참고하겠습니다.”
“예, 그럼요. 검토 부탁드립니다.”
녹스 검사관은 보고서를 들고 시험장을 돌며 이것저것 메모하기 시작했다.
검토하러 온 사람이 아니라, 배우러 온 사람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우리 표준을 ABS 표준으로 등재하는 데 큰 힘이 되어줄 것이다.
물론 ㎜ 단위를 인치와 피트로 바꾸긴 하겠지.
미국 선급이라면 당연한 일이었다. 우리가 아파트 넓이를 평수로 따지는 것처럼 말이다.
“사장님, 이 정도 준비를 하셨다면 생산 공장에 대한 인증도 받으시죠.”
토마스 고문의 말이었다.
이때 벌써 공장 인증 제도가 있었나?
“인증기관이 따로 있습니까?”
“예, 프랑스에 본부를 둔 뷰로 베리타스(Bureau Veritas)의 인증을 받으면 표준 등재가 훨씬 빨라질 겁니다.”
인증된 공장에서 발행한 표준은 여느 표준과 격이 다르다, 이거군.
역시 포틀랜드의 고문들은 보물이었다.
“좋은 생각입니다. 공장 인증은 제가 챙기죠.”
“예, 사장님. 이왕이면, 한 말씀 더 드려도 될까요? 여기 고객분도 계시니 말입니다.”
“네. 얼마든지 말씀하십시오.”
“대세 목재에서는 자투리 목재가 많이 남지 않습니까. 그걸로 파렛트를 만들어 고객에게 서비스로 제공한다면 컨테이너가 훨씬 잘 팔릴 것 같습니다.”
“오, 파렛트.”
그러고 보니 임대 사업에 파렛트 사업도 있네.
이땐 목재 파렛트가 일반적이지만, 나는 튼튼한 플라스틱 파렛트의 존재를 알고 있지 않나.
대세 화학에서 플라스틱을 받아, 대세 정공에서 파렛트를 만들어도 될 것 같은데?
굳이 왜 목재로 만들어서 공짜로 주나.
제대로 만들어서 임대 사업을 해야지.
“이야, 그 서비스의 첫 번째 고객이 내가 되는 건가?”
실버가 히죽거리며 좋아했다.
“그러지 말고, 파렛트 임대 사업도 같이하지 그래. 우리가 아주 싸게 공급해주지.”
“응? 파렛트도 임대를?”
“컨테이너랑 똑같지 뭘. 몇 번 쓰면 망가지는 목재가 아닌 플라스틱으로 튼튼하게 만들어주지. 항구와 물류센터에서 빌려주고 임대료를 받으면 되는 일이잖아. 정기적으로 고객사를 돌아다니며 남은 파렛트 수량만큼 정산하면 되는 일이야.”
“오홋.”
실버의 눈이 커졌다.
땅 짚고 헤엄치기인 신사업을 또 발견했다.
이 또한 선점해버리면 끝나는 시장이었다.
컨테이너 안에 파렛트째로 화물을 포장해서 옮기는 거야 얼마나 흔한 일인가?
시너지가 장난 아닐 것이다.
“아, 회사 이름은 정했어? 컨테이너와 파렛트에 새겨줄 테니까.”
“지금 정했어. JS Line으로 말이야.”
“JS Line?”
“응, JS Line. 전 세계를 선으로 잇는 제프리 실버스타인!”
“멋진 이름이군. 사업 번창하길 빌지.”
“번창해서 마스터한테 컨테이너를 한도 끝도 없이 계속 주문하겠어. 하하하.”
덕분에 내 사업도 날개를 달겠군. 좋다.
***
청와대.
“비서실장, 미국이 이럴 수가 있는 건가? 우리는 월남에 군대를 파병했는데, 주한 미군을 빼겠다고? 아니, 이게 말이 되냔 말이야. 아무리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도 국가와 국가 간의 약속이지 않나.”
대통령은 울분을 토했다.
존슨 정부와 월남 파병에 합의할 때 가장 중점 사항이 사단급 병력을 파병하면 주한미군의 병력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은 것이었다.
바꿔말해서 월남에 맹호, 청룡부대 등등 2개 사단 이상의 대병력을 파병하고 있는 이상 주한미군의 감축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각하, 다시 한번 더 접촉을 해보겠습니다.”
“무슨 의미가 있어? 벌써 3번째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반복하고 있잖아. 닉슨 독트린이니 뭐니, 전 세계적으로 미군 감축은 불가피하다고!”
“그래도 71년 6월까지 철수라니, 너무 갑작스럽습니다. 이럴 수 없습니다. 우리 국군이 준비할 시간은 있어야 합니다.”
미국은 1970년 회계 연도가 끝나는 1971년 6월 말까지 미 7사단을 철수시켜서 해체할 방침이라고 알려왔다.
아직 미국 언론에는 공표되지 않았지만, 미 부통령이 직접 특사로 온다는 소리는 그걸 공식화하려는 의도가 분명했다.
“우리가 독자적으로 병기를 대량 생산할 수 있게는 체제를 갖추려면 얼마나 걸리나?”
“… 중화학 공업을 촉진해 부품별 기술을 확보한다면 병기의 국산화도 조만간 가능…”
쾅!
“그 조만간이 몇 년이냔 말이야!!!! 지금 나랑 말장난하자는 건가!”
대통령은 책상을 치며 노발대발했다.
“4, 5년은 족히 필요합니다. 각하, 그때까지는 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나정렴 비서실장은 입 밖으로 내기 어려웠던 숫자를 내뱉었다.
솔직히 4, 5년이라는 시간조차 소화기(小火器) 정도를 국산화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이었다.
그런데 대통령은 보나 마나 탱크와 군함까지 국산화하는 걸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었다.
차마 거기까지 국산화하는 것은 기술력이든 자금력이든 요원한 일이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
“비상시국이야! 내년까지 전 예비군을 경장비(輕裝備) 사단으로 무장할 수 있게 국산 병기를 개발하고 생산하도록 해. 60㎜ 박격포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처음 나오는 병기는 총구가 갈라져도 좋으니, 시제품부터 만들어! 필요하면 어느 기업이든 설비든 인력이든 죄다 끌어모아! 올해 말까지 반드시 시제품을 내 눈앞에 가져와!!! 알겠나!!!”
“예, 각하.”
나정렴 비서실장은 하마터면 거수경례를 할 뻔했다. 예라고 대답하지 않으면 즉결 처분해버리겠다는 듯 대통령의 서슬이 시퍼렜다.
‘한국 기계를 더 밀어붙여서… 아니야, 안돼… 대세 우 사장을 불러야 해.’
나정렴 비서실장이 떠올릴 수 있는 해결책은 하나뿐이었다.
한국 기계는 라이선스가 있어도 아직도 M16 부품조차 제대로 만들지 못하지만, 우 사장은 부서진 중고 전차를 새것처럼 수리해 납품했다.
병기 국산화를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은 단언컨대, 대한민국에서 우찬수뿐이었다.
< 158 : 싹트는 씨앗들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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