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159)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159화(159/589)
< 159 : 60년대 마지막 크리스마스 >
“청와대 비서실에서 창원을 방문한다고요?”
대세 조선으로 막 출발하려는데 빌 베인으로부터 급한 전화를 받았다.
<예, 사장님께서 창원에 계신다고 했더니 직접 뵙겠다며 지금 출발한답니다.>
조만간 청와대로 들어오라고 연락이 오겠지 싶었는데, 직접 나를 찾아 온단다.
“알겠어요. 연구소로 오시라고 전해주십시오. 그 외엔 별다른 일은 없죠?”
<특이 사항 없습니다, 사장님. 다만 대세 조선에서 리바노스 측에 기성금 5% 지급을 요청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말하는 뉘앙스를 보니, 기성금을 요청할 보고서가 아직 안 나와서 불안한 모양이군.
리바노스와 유조선을 계약하며, 배를 인도하기 전에 선가의 20%를 기성금으로 받기로 했다.
관례대로 계약 당시 10%를 받았고, 진수식 때 5%를 받는다. 그 중간엔 의장을 장착할 때 5%를 받고 말이다. 나머지 80%는 선박을 인도할 때 받는다.
“알겠어요. 다른 업무 보고는 서면으로 받도록 하죠.”
<예, 알겠습니다.>
여하튼 청와대 비서실이 직접 날 보러 내려올 정도라면 일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모양이네.
뺑이칠 각오를 단단히 해야겠다.
시간 맞춰 연구소 정문으로 마중 나가야겠네.
청와대 비서실에서 방문한다는데 안에서 기다릴 순 없으니까.
아무래도 내게 소화기(小火器) 개발을 맡길 요량인가보다.
내가 매번 소화기는 시도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기에, 전화로는 말 못 하고 이렇게 직접 출동해서 설득하려는 것이 아니겠나.
이번 건으로 대통령과 독대를 하긴 해야 했다.
이번 기회에 필요한 것도 얻어내야 하고, 밴 플린트 장군의 조언도 전달해야 하니까.
내가 방위산업을 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국가 이득과 관계된 일이니 마냥 미룰 수는 없었다.
‘일단 대통령을 좀 진정시켜야겠지?’
대통령이야 주한미군의 철수에 흥분해서 당장 국산 무기를 개발하자고 하겠지만, 그보다 미국으로부터 돈을 뜯어내는 게 더 급한 일이라고 설득해야 했다.
전쟁이라는 게 결국 국가 총력전이니 돈 많은 자가 이기게 마련이다.
***
부르릉.
시꺼먼 관용차가 급하게 연구소 안으로 들어왔다. 딱 봐도 높으신 양반들이 탈 것 같은 차였다.
뭘 싣고 왔는지 연이어 트럭도 따라 들어왔다.
“아이고, 우 사장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염 수석님. 엇, 비서실장님도 오셨습니까.”
“오랜만입니다. 중요하고도 급한 일이라서요. 여기가 대세의 연구소인가요? 대단하군요.”
염원철 제2 경제수석비서관이 오는 것이야 당연했다. 제2 비서실을 신설한 이유가 방위산업을 염두에 두고 기술관료를 모은 거니까.
그런데, 나정렴 비서실장까지 같이 오다니…
“우 사장님께 드릴 말씀이 많습니다. 어디 조용한 데 없습니까?”
볼이 훌쩍해진 염 수석이 회의실을 찾았다.
동글동글한 사람이 이렇게 살이 빠지다니, 그동안 쪼임을 많이 당한 모양이다.
하긴, 방위산업이 단기 성과가 나오는 일도 아닌 데다, 뭘 해보려고 해도 우리나라에 관련 기술도 없고 제대로 된 설비도 없었을 거다.
머리를 아무리 쥐어뜯어도 마땅한 방법이 없었겠지. 와중에 한국 기계에 라이선스를 준 M16 부품 국산화가 전부였을 테고 말이다.
게다가 한국 기계에서 제대로 할 리가 없으니 더욱 난감했을 거다.
제대로 된 투자 없이 인원만 밀어 넣는다고 일이 되지는 않으니까 말이다.
제대로 된 회사라면 설립 이래로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기업으로 남았을 리 없다.
“제 사무실로 가시지요.”
사장실로 안내했다.
철컥.
“상황이 아주 긴급합니다. 각하께서 전체 예비군을 무장시킬 병기를 개발하라고 하십니다. 60㎜ 박격포도 포함해서 말이지요. 이걸 하실 수 있는 분은 아무리 생각해도 우 사장님밖에 없습니다.”
염 수석은 방에 들어서자마자 문부터 잠그고 대화를 시작했다.
예상대로 기본 병기를 국산화하자는 말이었다.
소총, 기관총, 박격포, 수류탄 등등이 국산화의 대상일 것이다.
“진정하십시오. 일단 제가 대통령님을 만나 보겠습니다.”
“그 전에 시제품이라도 만드신다는 약속을 해주셔야 저희가 독대를 주선하며 사전 보고를 드릴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음… 내가 곧바로 대통령과 독대하면 비서실을 패스해버리는 셈이로군.
비서실은 내 편인데, 패스하면 안 되지.
“시제품이라고요?”
“각하께서 총구가 갈라져도 좋으니 무조건 시제품을 만들어 오라고 하셨습니다. 이번 일에는 일의 선후를 살필 여유도 없는 것 같습니다.”
옆에서 나정렴 비서실장이 손수건을 꺼내며 말을 보탰다. 정말 땀을 흘리네… 분위기가 생각보다 심각했던 모양이군.
“시제품 만드는 거야 가능하지만, 자칫 그랬다가 저더러 소화기(小火器)를 생산하라 하실까 봐 걱정입니다. 한국 기계가 이미 소화기 전문 방산 업체로 지정되었고, 대세는 암묵적으로 전차와 군함을 담당하기로 한 것 아닙니까.”
“상황은 그렇지만, 도와주십시오. 올해 말까지 시제품을 가져가지 않으면 정말 비서실이고 나발이고 풍비박산 날 것 같습니다.”
“올해 말이면, 불과 한달 반밖에 안 남았는데 말입니다.”
번갯불에 콩 구워 먹자는 의미였다.
역시 대한민국다운 일 처리였다.
“일반 국민은 잘 모르겠지만, 휴전선 근처에선 연일 북괴의 도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탱크를 비롯해 병력을 전진 배치하고, 김일성의 환갑잔치를 서울에서 지내겠다며 대남 방송을 틀어대고 있습니다. 주한미군이 철수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한미 동맹에 균열을 일으키려는 겁니다.”
“우리가 예비군 전체를 무장시킬 수만 있어도 북괴 놈들이 저렇게 날뛰지는 못할 겁니다. 시제품만 만들어 주시면 나머지는 저희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솔직히 시제품이야 어련운 건 아니다.
고성능 CNC에다 초절정의 실력자까지 있으니까 말이다.
안 그래도 CNC 국산화를 마음먹고 있었으니, 이번 기회에 시도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네.
CNC는 마더 머신으로 국내 전후방 산업을 성숙시키는 설비라, 수출보다 내수 확산이 우선이기도 하다.
“해보기는 하겠지만, 올 연말까지면 정말 급하군요. 결과는 그걸 감안하고 지켜봐 주십시오.”
“물론입니다. 그래서 프로젝트명도 번개 프로젝트입니다. 사장님은 반드시 하실 수… 아니, 하셔야 합니다. 부디 말입니다.”
염 수석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 시대 한국 주식회사는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감옥 가는 시대였다. 21세기 인간에겐 정말 이해 안 되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졌다.
“그래요. 그래요. 진정하세요. 시제품은 올해 말까지 만들 테니, 그때 쯤 대통령님과 독대하는 자리를 마련해주십시오. 긴히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는 믿고 가겠습니다. 저희가 떠나야 일을 시작하실 것 아니겠습니까.”
청와대 비서실장과 제2 경제수석비서가 함께 기업을 방문했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런 정성을 보였으니, 지금 바로 일을 시작하라는 압박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여하튼 이 정도 빌미라면, 자동차 산업에 진출할 수 있을 거야.’
이런 상황에서 최고의 시제품을 보여주며 독대를 하면, 내 요구를 들어줄 것이다.
평상시라면 중복투자니 뭐니 하며 사업 인가를 해주지 않을 테니, 지금이 기회였다.
70년대에 들어서면 자동차 산업은 일대 격변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니 지금 준비해야 했다.
후발주자인 내게도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그럼, 여기서 배웅하겠습니다.”
“같이 온 트럭에 M16, M1919 A4 기관총, 60㎜ 박격포, 3.5인치 로켓 발사기까지 다 있습니다. 역설계하시면 시제품 제작은 가능하실 겁니다.”
염 수석이 트럭을 두고 가겠다고 했다.
뭔가 했더니, 병기를 싣고 온 트럭이었군.
역설계가 쉬운 일이 아닌데, 너무 쉽게 말하네.
“저희 비서실 도움이 필요하시면 언제든지 전화하십시오. 득달같이 달려오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살펴가십시오.”
청와대의 핵심 관료들이 내게 정중하게 인사했고, 나 또한 정중히 배웅했다.
***
“나오세요, 두 분.”
내 말에 병풍 뒤에서 두 사람이 나왔다.
내가 설명하느니, 직접 듣는 게 낫겠다 싶어 사장실 병풍 뒤에 황 소장님과 심재홍 과장을 뒀다.
주영길 교수는 혹시나 해서 제외했다.
“아이고, 이런. 올해 말까지 시제품을…”
“사장님, 병기 시제품이라니 뭘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 겁니까?”
“저기 앞마당에 트럭이 있죠? 저 안에 있는 무기를 모조리 베껴서 가져가야 합니다.”
“각하께 내보이려면 제대로 베껴야 할 텐데, 그걸 올해 말까지 어찌 하죠? 겁부터 납니다.”
심 과장은 슐츠사(社) 디젤 엔진을 베껴봐서 아는 것이다. 역설계를 제대로 하려면 부품 하나당 몇 번이고 반복해서 제작해봐야 한다.
도면 없이는 공차를 알 수 없기에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
소총의 부품을 만든다면 1/100㎜ 공차로, 박격포의 주퇴복좌기(반동제어장치) 같은 정밀 부품을 만든다면 1만분의 1인치… 즉, 1/400㎜ 공차로 가공해야 하는 거다.
게다가 공차에 더해 부품별로 어떤 특수강을 쓰는지도 알아야 했다.
“다른 이들은 몰라도 우린 가능해요. M16은 아예 설계도가 있고, 박격포와 로켓포는 미군 공병단 기술교본이 있잖아요.”
나는 그동안 보관하고 있던 기술교본을 심 과장에게 내밀었다.
뀌년에서 공병단에서 굴러다니는 것을 빼돌려 놓은 것이다. 물론 기밀 서류지만, 뀌년에서 이 정도를 빼돌리는 거야 식은 죽 먹기였다.
엔진도 몇 개 빼돌렸는데 말이다.
“헉, 사장님. 이걸 빼돌리신 겁니까?”
“잠시 빌린 거로 합시다. 여하튼 이게 있으면 부품 제작이 가능하겠죠?”
공병단 기술교본에는 부품별로 공차와 소재 코드도 실려있으니 심 과장 정도면 역설계를 제대로 할 수 있다.
“이보게, 병기를 만들려면 특수 강재를 써야 하는 것 아닌가? 자칫 시범을 보이다가 정말 대통령 앞에서 총구라도 갈라지면 낭패 아닌가.”
“염려 마십시오. 우린 전차를 수리하고 남은 특수강이 수두룩하게 있지 않습니까. 그걸 깎아서 쓰면 됩니다.”
“하, 그렇군. 그런 방법이 있었어.”
전차엔 미군 전용 특수강이 죄다 쓰인다.
덩치마저 어마어마하기에 쇳덩이 조금 떼어내 가공하기엔 충분했다.
“이거면 시제품은 문제없습니다. 사장님.”
심 과장은 기술교본을 품에 안고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방금 전의 표정과는 딴판이었다.
“우 사장, 이왕 이리된 거 우리가 병기를 생산하면 되지 않겠나? 장비도 있고, 역설계할 실력도 되고, 자재도 확보할 수 있잖은가.”
“소장님 의도는 잘 알겠습니다만, 이건 국가 차원의 문제입니다. 기본 병기는 기밀 관리 책임도 크고 이윤 창출도 곤란하니 우린 시제품만 만들고 국방과학연구소에 관련 기술을 넘겨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 우 사장 생각이 그렇다면 국방과학연구소와 기술 협업은 괜찮은가? 이미 우리가 방탄조끼와 방탄모는 군납하고 있지 않은가.”
“당연히 기술 협업은 하셔야죠. 카블라는 우리 주력 생산품 중 하나고, 앞으로 전차와 군함은 우리 몫이 될 게 확실하니까요.”
“옳거니, 알겠네. 그거면 충분하네.”
황 영감님은 국방과학연구소를 도와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했다.
“사장님, 이번 기회에 CNC를 몇 대 더 수입을 하면 좋겠습니다. 계속 수요가 커질 것 같은데 말입니다.”
“마더 머신이 있는데, 왜 수입을 하죠? CNC 컨트롤러와 서보 모터를 제외하고는 죄다 국산화를 해보십시오.”
“예에? CNC를 만들어 보라는 말씀이십니까?”
“그건 당연한…”
“심 과장! 만들어야지! 만들어야 하고말고! CNC부터 국산화해야 우리나라가 총도 만들고 대포도 만들고 할 것 아닌가! 그게 자주국방의 시작일세. 해야 하네. 기필코 해야 해!”
황 소장님이 최근 들어 가장 단호하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소장님. 알겠습니다.”
심 과장도 황 소장의 서슬 퍼런 호통에 허리를 굽히며 알겠습니다를 연발했다.
시작이 좋았다.
황 소장님이 이 정도 닦달을 해준다면 CNC 국산화도 조만간 성과를 보일 것이다.
솔직히 현재 보유한 CNC 정도는 아니더라도 직선 가공용 CNC만 만들어내도 우리나라 기계 산업은 한 단계 도약할 것이다.
“아, 그러고 보니 우 사장에게 드릴 말씀이 있네. 회사 하나를 끌어들이고 싶은데 말일세.”
“어디 합병할 회사가 있으신가요?”
살짝 의외였다.
황 소장님이 탐을 내는 기업이 있다고?
“여기 창원에 대세 실업 시절부터 같이 일한 동국 정밀이 있다는 걸 혹시 아는가? 칼 마이어 기계를 정말 잘 고쳤지. 최근 재봉기도 국산화했다기에 불러서 밥도 같이 먹었는데…”
아, 그러고 보니 동국 정밀이 있었지.
아주 가능성이 큰 회사였다.
언제고 합병해야지 했는데, 황 소장님의 눈에도 들었던 모양이다.
여하튼 황 소장님의 말꼬리를 흐리는 걸 보니 요즘 거기 사정이 좀 어려운가 보군.
하긴, 이제 칼 마이어 재직기를 우리가 자체적으로 수리하니 일감이 줄었겠군.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비서실에 연락해서 합병 의사를 타진하죠.”
“고맙네. 동국 정밀이 합류하면 우리에게 큰 힘이 될 것이네.”
초창기 때부터 우리 대세 실업과 신의를 지켜왔던 협력업체이고, 실력마저 출중하니 합병에 동의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여하튼 시제품을 서둘러 주십시오. 3주 뒤에 1차 시제품을 보고, 조금 수정해서 크리스마스 직전에 완성품을 들고 청와대에 들어가겠습니다.”
“사… 사장님. 3주만에 1차 시제품을…”
“심 과장이면 가능합니다. 난 알아요.”
“… 예, 알겠습니다.”
뭔가 잘못되면 고칠 시간이 있어야 한다.
이왕 시제품을 제출할 거면 대통령이 감동할 제품을 가져가야지.
“우 사장, 한미 동맹 어쩌고 하던데… 더 서둘러야 하는 것 아닌가?”
하하, 여기서 더 어떻게 서두르나.
“괜찮습니다. 크리스마스 전까지만 시제품을 가져가면 될 겁니다.”
“알겠네. 성탄절 전까지.”
미국 부통령이 온다지만, 양놈들이야 무슨 일이 있어도 크리스마스부터 1월 초까지 무조건 휴가를 즐기지 않나.
그전까지 대통령과 독대하면 미 부통령의 방문에 맞춰 주한미군의 철수에 대한 대가를 어떻게 뜯어낼지 작전을 세울 수 있다.
“그럼 저는 울산에 들렀다 서울로 가겠습니다. 3주 후에 본사에서 보시죠.”
“알겠네. 반드시 하겠네.”
“반드시 하겠습니다.”
나는 연구소를 믿고 대세 조선으로 향했다.
< 159 : 60년대 마지막 크리스마스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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