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161)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161화(161/589)
< 161 : 대세라서 가능한 일 >
“풍신금속?”
“응, 네가 그랬잖아. 인천제철은 특수강과 비철금속을 다 아우를 수 있게 끝없이 투자해야 한다고. 중요도를 따지면 특수강, 알루미늄, 구리 순서라고 말이야.”
“잘 기억하고 있네. 맞아 그랬지.”
비철금속은 크게 나누면 알루미늄, 동(銅), 아연, 납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비철금속도 있지만, 산업 중요도에서 그 4가지를 능가할 것은 없다.
내 사업은 건설과 중공업이 메인이니, 건축재, 프레임, 전선, 주물 등에 많이 쓰이는 알루미늄과 동(銅) 제품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뵈스트 공장장을 비롯해 직원들과 얘기를 좀 해봤는데, 특수강은 인천제철에서 하더라도 알루미늄이나 동(銅)은 차라리 공장을 분리하는 게 낫겠더라고.”
“공장을 분리하자고?”
“알루미늄은 전기 제련방식에다 인발로 뽑아야 제대로 된 제품이 나오니 설비 인프라가 너무 다르고, 동은 자칫 용광로에 혼입되면 쇳물을 모두 버려야 하는 심각한 품질문제가 있으니 말이야.”
음, 아주 실무적인 이유긴 하다.
하긴 제철소에서 비철금속까지 다루는 경우는 거의 없지.
“음, 듣고 보니 생각해볼 문제네.”
“그래서 알루미늄 회사야 최신 인발 인프라를 들여와서 우리가 직접 만든다고 쳐도, 우선순위가 떨어지는 구리 회사는 풍신금속을 인수했으면 해.”
“풍신금속이라는 회사가 어려운 모양이지?”
할 수만 있다면 무조건 인수해야 하는 회사다.
21세기에 세계적인 방산 회사로 성장하니까 말이다. 특히, 탄약 제조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응. 전선 사업을 노리고 재작년인가 창업했다는데 마음대로 안 되나 봐. 이미 대한전선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서 그런지, 전선 대신 동(銅)으로 주방용품을 만들고 있더라.”
하긴 이때 풍신금속은 방산 업체로 지정받지 못한 상태지.
풍신금속은 방산 업체로 지정되면서부터 재벌의 반열에 오른 경우라고 할 것이다.
소총이야 한번 만들면 수십 년간 쓰지만, 탄환은 소모품이지 않은가. 알짜배기 사업이지.
“내수 시장에만 목숨 걸면 위험하지.”
우리나라 제조업이 실패하는 이유 중 하나다.
워낙 시장이 좁아서 나눠 먹을 파이가 없다.
기술이 있어도 내수 시장에 진입하려면 가격을 후려칠 수밖에 없고, 가격을 후려치다 보면 이익률이 떨어지고, 그러다 보면 신제품 개발이나 사업확장에 투자할 수 없게 되는 거다.
결국, 악순환에 빠져 부도 위기에 처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고용 승계와 지분 일부를 보전해주면 인수하는 데는 문제 없을거야. 인수대금도 5억 정도면 충분할 거고.”
딱 대세 정공 크기의 사업체인 모양이다.
하긴 이때 웬만한 기업이 아니라면 자본금이라고 해봐야 수천만 원 수준이고, 설비는 죄다 은행에서 빌린 차입금으로 투자한 것일 테니 5억 원만 투자해도 내 지분은 80%를 훌쩍 넘어갈 것이다.
원래 역사대로라면 풍신금속은 부도 위기에 몰린 이때, 정부가 내려준 방산 업체 지정이라는 구명줄을 타고 기사회생하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번 역사에선 그 구명줄이 내가 될 것 같군. 지분을 인정해주고, 고용 승계도 한다면 인수할 때 잡음도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 바레인에서 큰 거 한방 터뜨렸는데 그 정도 인수야 못 하겠어? 빌 베인과 논의해서 인수해. 이왕이면 올해가 지나기 전에 마무리 지어.”
“오케이, 회장님 명 떨어졌다!!!”
삼복이도 빌 베인처럼 날 회장님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언제고 우리도 내 주관으로 사장단 회의를 하는 날이 올 거다.
우리에게 70년대라는 엄청난 기회가 오고 있다.
“잘하리라 믿어. 그럼 나 서울로 간다.”
“밥도 안 먹고 가는 걸 보니, 또 청와대에서 일이 있구나.”
“눈치 빠른데? 하지만, 당장은 아니야.”
3주 정도 남았으니 그간 밀린 일부터 해야 했다. 대세 인터내셔널도 챙겨야 하고, 무엇보다 스코우 부사장이 정보를 물고 온 홍콩의 선박왕 CY 퉁 회장을 공략할 정보를 모아야 했다.
일단 운이라도 띄워놔야 나중에라도 회신을 하지 않겠나.
물론, 지금에야 관심 밖이겠지만 내가 1호 유조선을 성공적으로 진수시키면 없던 관심도 생기리라. 솔직히 가격대비 성능비는 우리 대세 조선을 따라올 조선소는 이 세상에 없다.
“일만 하지 말고 연애도 좀 하고 그래라. 이제 우리도 장가갈 나이가 됐다고.”
“너부터 좀 하지 그러냐.”
“뭔 소리야? 너가 넘버원이잖아. 뭐든 먼저 해야지.”
그러고 보니, 이때는 나이 서른이 넘으면 노총각이라 불리던 시대지.
21세기 관점으론 아직 결혼은 멀었는데 말이다.
“인연이라면 언젠가 만나겠지. 뭘 굳이 찾아?”
“울산, 창원, 베트남에다 요르단까지 찍고 다니는데 인연이 닿을 새라도 있겠냐?”
“그쯤 해. 아, 대세 조선에서 고맙다고 하더라. 주조 밸브 잔뜩 구해준 거 말이다.”
쓸데없는 소리를 하길래 화제를 돌렸다.
“뭘 그거 가지고. 멀쩡한 놈을 용광로에 녹이려니 너무 아깝더라고.”
그래, 이 녀석은 뭐든 잘 모아두지.
아,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업무 하나 더 있다. 처리해줘.”
“뭐든 말만 해.”
삼복이 녀석, 바레인 건 이후로 자신감이 넘치는데.
“인천항 쪽에 원유저장고 있는 거 알지?”
“당연하지. 현산 건설이 지었잖아.”
“그거 인수하기로 했으니까, 대세 해운과 협조해서 원유 좀 채워놔. 인도네시아 원유를 중동 원유로 바꿔서 채우는 거 알지?”
내 말에 삼복이가 고개를 갸웃했다.
“시키니까 하기야 하겠다만, 왜 돈을 거기다 묻어 두려고 해? 그럴 돈 있으면, 빚이라도 좀 갚자. 우리가 빌린 돈이 한두 푼이 아니잖아.”
“사업을 할 땐 최후의 보루라는 게 있어. 우리에겐 철광석과 원유가 최후의 보루야. 그게 있어야 공장을 돌려 제품을 뽑지. 그 두 가지가 바닥나면 우리 그룹은 그날로 파산이야.”
사업에선 자금 운용 못지않게 원부자재 확보도 중요하다. 아무리 운용자금이 충분해도 생산이 멈추면 끝이다. 심장이 멈추면 혈액 순환이 끊기고, 결국 말라 죽는다.
“… 음, 하긴 대세 인터내셔널도 석유화학부터 시작하니까… 알겠습니다요, 회장님!!!”
듣고 보니 이해가 되었던지 거수경례를 하며 날 배웅했다. 그 원유저장고로 나중에 4배 장사를 하게 되면 제일 기뻐할 녀석이다.
“믿고 간다.”
“조심해서 올라가!”
그러고 보니 원유뿐만 아니라 철광석도 더 가져와야겠네.
내년부터 인천제철 생산량이 연 100만톤 규모로 본격화되면 지금 수준으로 철광석을 들여와서는 대번에 바닥이 날 거다.
남에게 배를 팔 게 아니라, 우리 대세 해운에 광석 운반선을 제작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
생각하다 보면 또 일이 늘어나고, 그걸 해결하려면 또 돈이 필요해졌다.
‘이래서, 연애따윈…’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내게 연애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생존과 확장은 나의 가치.
성장하는 나에게 어디 한 곳에 머무는 것은, 해서는 안 되는 일처럼 느껴졌다.
전생의 기억도 썩 좋지는 않았고 말이다.
잊자. 부질없다.
***
3주 후.
“이게 시제품입니까?”
창원에서 시제품을 가지고 올라왔는데, 실물을 보니 정말 놀라웠다.
한 번쯤은 수정할 생각으로 3주라고 했는데 이건 뭐 거의 예술품이었다.
하마터면, 너무 잘 만들면 곤란한데… 하는 말이 튀어나올 뻔했다.
“마음에 안 드십니까? 사장님…”
심 과장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이게 마음에 안 들면 어찌합니까? 눈 씻고 찾아봐도 수정할 곳이 없는걸요.”
“허허허, 그럼 그렇지. 괜히 걱정하더라니.”
“그러게요. 심 선배. 이건 예술품이라고요.”
같이 올라온 황 소장님과 주영길 교수도 내심 안심하는 것 같았다.
정말 흠잡을 데가 티끌만큼도 없었다.
무기 시제품 만들기 경진대회가 있으면 금메달은 떼놓은 당상이었다.
이렇게 만들려고 했으니 3주로는 어렵다고 했던 모양이다. 역시 심 과장이 생각하는 시제품은 평범한 우리가 상상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다른 건 몰라도 소총은 한번 쏴 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심 과장이 탄환을 내밀었다.
“탄환은 어디서 났습니까?”
“트럭에 잔뜩 실려있더군요. 비서실에서 쓰라고 챙겨준 물건이 아니겠습니까.”
그래, 비서실에서 실수로 놔뒀을 리 없지.
시제품을 시험해보라는 게 분명했다.
대통령이 시제품은 총포가 갈라져도 된다고 했다지만, 정말 시연 중에 그런 일이 벌어지면 낭패다. 솔직히 격발에 문제가 있어도 안 된다.
기관총이나 박격포는 몰라도 소총만큼은 시험을 해봐야 할 것이다.
“그럽시다. 마침 적당한 곳도 있군요.”
이제 성수동 본사에서는 공장 설비를 다 옮겼기에 사무실 건물 뒤쪽엔 빈 공장 건물이 있었다.
누가 들어올 사람도 없고, 소음도 새어나가지 않으니 그곳에서 사격 시험을 해봐도 될 것이다.
***
일행 모두 카블라 조끼와 헬멧을 장착하고 빈 공장으로 향했다. 한쪽에 표적을 세워두고 양옆과 뒤를 카블라 원단으로 쌓았다.
안전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사격 자세를 취해봤다. M16 소총은 뀌년에서 보급품 운송 때 간혹 쏴봤기에 나름 익숙한 물건이었다.
그런데, 어째 그립감이 그때보다 훨씬 좋은데?
어깨에 결착할 때 느껴지는 균형감도 훨씬 좋은 것 같았고 말이다.
“쏩니다. 뒤로 물러서세요.”
“예, 사장님.”
타타탕. 타타탕. 타타탕.
경쾌하기 이를 데 없었다.
3연발을 연속으로 격발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쏘고 싶을 정도였다.
“이야, 이거…”
“왜 그러십니까?”
“이거 표현이 어떨지 모르겠는데, 총신에서 총알이 아니라 개구리가 튀어 나가는 느낌입니다. 총신이 위로 들리는 것도 훨씬 덜하군요. 대체 기존 M16과 뭐가 달라진 거죠?”
“총열을 조금 두껍게 해서 무게 중심을 맞추고, 총열의 강선을 조금 늘려 회전력을 높이고, 총구 앞 소염기의 화염배출구를 상부만 뚫어 격발 시 총구가 위로 들리는 현상을 줄였습니다. 물론 주물이 아니라 CNC로 깎아서 공차를 최대한 줄인 것도 영향이 있을 겁니다.”
완전 디테일 대마왕이었다.
그런 최적화를 불과 3주 만에 다 했다고?
듣고 나면 그렇구나 싶은 아이디어지만, 그걸 맨땅에서 생각해냈다는 거야?
“이건 뭐, 역설계를 잘한 수준이 아니라 원래 제품을 업그레이드했다고 해도 되겠군요.”
“과찬이십니다.”
과찬 아니다. 진심이다.
“양산할 때야 이 시제품처럼 명품으로 만들 수는 없겠지만, 기존 제품보다는 훨씬 더 낫겠어요.”
“허허, 우리가 소총은 물론 다른 병기도 100% 국산화해서 양산하겠다고 하면 미 국방부가 어찌 나올지 그걸 걱정해야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황 소장님. 아마도 미 국방부는 설득이 가능할 겁니다.”
오히려 미 국무부가 문제지.
미 국무부야 우리나라에 대해 강력한 영향력을 유지하는 게 목표지만, 미 국방부 입장은 우리나라가 공산권에 맞서는 전진기지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즉, 기본 병기 국산화에 대하여 미 국무부는 마땅찮게 여길 테고, 미 국방부는 기본 병기쯤은 한국이 직접 생산하는 게 좋겠다고 나설법하다.
“그런가? 우 사장 생각이 그렇다면 맞겠지.”
“여하튼 그런 협상은 정부끼리 알아서 할 일입니다. 우리야 맡은 일을 잘했으니, 이제 청와대 가서 보고해야죠. 다들 수고 많았습니다.”
나는 수정 따윈 필요 없고 바로 청와대에 보고하자고 선언했다.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모두 황 소장님께서 잘 지도해주신 덕분입니다.”
“허허, 나야 뭐 한 일이 있나. 자네들 밥 사주고 옆에서 지켜본 것밖에 더 있나.”
이야, 닦달을 점잖게 하셨네.
“에고, 저도 한몫했다고 칭찬 좀 해주십시오. 고철 더미를 뒤져서 자재도 찾아오고 열처리도 돕지 않았습니까?”
“수고 많았습니다. 국방과학연구소에 소재 관련해서는 주 과장에게 문의하라고 하겠습니다.”
“네. 성의껏 답변하겠습니다. 제가 연구한 열처리 이론이 쓸모가 있어서 나름 뿌듯했거든요.”
하긴 이때는 원서만 구해다 읽어도 선진 기술을 습득할 수 있던 때였다.
솔직히 이들이 미국에서 교육을 받았다면 대세가 아니라 NASA에 있었겠지.
그래도 한국에 태어난 걸 후회하지 않게 해줄 테니 억울해하지 말아요. 함께 날아오릅시다.
“자, 청와대엔 누가 들어갈 겁니까? 작업 전반을 자세히 설명해줄 사람이 필요합니다.”
“당연히 소장님이 가셔야죠.”
“이야, 소장님. 대통령 각하를 직접 뵙겠네요.”
“아니, 내가 무슨 기술을 안다고?”
둘은 동시에 황 소장의 등을 밀었지만, 황 소장은 연신 손사래를 쳤다.
“무슨 말씀이세요. 교본 한번 보시더니 그냥 달달 외우시더니만요. 솔직히 저희보다 말씀도 잘하시잖아요.”
“그럼, 소장님이 가시죠. 개발 이력도 설명하시고, 국방과학연구소 담당자도 올 테니 기술 협력방안도 그 자리에서 논의하셔야죠.”
“국방과학연구소도 같이 자리합니까?”
“당연히 그럴 겁니다.”
“… 그럼 가야겠군요. 허 참, 준비를 어떻게 하나?”
이미 시제품은 실패할 가능성이 없었다.
실제 군인들이 사용해보고 불편한 점이나 개선점을 피드백 받아 조금 수정해주는 단계만 남았다고 해도 무방했다.
물론 양산 방안이야 국방과학연구소가 고민해야 하는 일이고 말이다.
“그럼 저는 연락부터 하겠습니다.”
나는 사무실로 가서 청와대 비서실에 전화부터 했고, 대번에 내일모레로 시연 날짜가 잡혔다.
소식이 언제 오나 초조하게 기다렸던 모양이다.
***
이틀 뒤,
“이거 경호원만 보면 오금이 저리는군.”
경호실이 직접 나서서 황 소장님의 몸수색은 물론 사상 검증을 한다고 면담까지 했다.
“긴장하실 필요 없습니다. 우린 국가가 부탁한 걸 훌륭하게 수행한 사람들입니다.”
우린 청와대 접견실에서 시연 준비를 했다.
나는 황 소장님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멀쩡한 넥타이를 다시 매주었다.
황 소장님도 근사한 양복을 입으니, 백발이 멋진 박사님 같았다.
박사보다 낫지. 내가 인정하는 마스터니까.
빨간 카펫이 깔린 청와대 접견실에는 샹들리에 불빛이 찬란했는데, 그 아래 우리 시제품이 놓여 있으니, 예술품이나 다름없었다.
웅성웅성. 벌컥.
“여기가 시연장인가?”
밖이 소란스러워지더니, 문이 벌컥 열렸다.
대통령을 필두로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졌다.
비서실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이 죄다 참석했다.
“엇!”
“우와아아!”
대통령은 순간 걸음을 멈췄고, 다른 이들은 감탄사를 내질렀다.
탁자 위에 놓인 국산 병기 시제품을 보자마자 자신들도 모르게 감동한 것이었다.
“하하, 어떤가? 우리가 만들어낸 병기들이야!”
대통령은 시제품을 가리키며 자랑스러워했다.
자신이 만들라고는 했지만, 이렇게 빨리 제대로 만들어 올 거라 예상하지는 못했던 모양이다.
우리 대세니까 가능하다.
< 161 : 대세라서 가능한 일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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