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162)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162화(162/589)
< 162 : 내가 원했던 독대 >
“입만 벌리고 서 있지 말고 인사들 하라고.”
“신임 경제부총리, 내완선입니다.”
“국방과학연구소 선응균 소장입니다.”
“국방부 곽원식 군수 차관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인사하는 데만 한참이 걸렸다.
비서실부터 국방부 차관보까지 자리하니 접견실이 북적북적했다.
‘소장님, 어서 설명하세요.’
‘아, 그렇군요.’
황 소장님이 시제품들을 가리키며 설명을 시작했다.
“대통령 각하, 그리고 귀빈 여러분. 대세 종합 기술원의 시제품에 대하여 설명드리겠습니다. 역설계한 것을 참작해 봐주십시오. 여기 M16, 60mm 박격포, 기관총…”
설명을 시작하자 병기로 갔던 눈이 모두 황 소장님에게로 향했다.
과장들이 장담했던 대로 차분하게 설명을 잘하셨다. 내가 외우지 못한 세세한 부품 치수까지 언급하며 설명하는 게 예사롭지 않았다.
역시, 일본에서 어깨너머로 보고 온 중합로를 손수 만들어낸 초고수다운 면모였다.
국방과학연구소장뿐만 아니라, 대통령조차 황 소장님의 설명을 경청했다.
“그러니까 이 시제품이 1/100㎜급의 초정밀 가공 기술로 만들었다는 것인가. 그리고 소재도 모두 특수 소재라 이 말이지.”
“예, 그렇습니다. 군인이 전장에서 자기 목숨을 맡기는 병기인 만큼, 그 정도는 되어야 합니다.”
황 소장님의 말에 참석한 모든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면 각국에서 병기 국산화를 왜 못하겠어. 정말 수고 많았네.”
“아닙니다. 오히려 영광이었습니다, 각하.”
“시험은 해 봤는가?”
대통령은 미루고 미뤘던 질문을 했다.
“기관총이나 박격포는 시험하지 못했지만, 소총은 쏘아보았습니다.”
“그래? 결과는 만족스럽던가?”
“각하, 직접 시험해보시는 것이 어떠십니까? 청와대 후원에 시험장을 꾸며놓았습니다.”
황 소장님이 대답하기 전에 나정렴 비서실장이 끼어들었다.
청와대서 직접 시연을 준비했군.
어쩐지 유독 경호원들이 오늘따라 몸수색을 심하게 하더라니, 이유가 있었군.
“잘했군. 당장 가지!”
대통령이 빠른 걸음으로 후원으로 향했고 경호원들이 M16 시제품을 챙겼다.
나머지 일행들도 뒤를 따랐다.
***
“충성!”
“충성! 쉬어!”
후원에는 장교급 군인들이 경호원과 함께 쫙 깔려있었다.
“음? 총이 더 있군.”
“예, 각하. 1번 총이 미군의 오리지널 M16이며, 2번 총이 한국 기계에서 라이선스를 받아 부품을 국산화한 M16입니다. 시제품의 성능을 가늠하시는 데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하여 준비했습니다.”
나정렴 비서실장답게 꼼꼼한 준비였다.
“좋아, 1번부터 쏴보지. 실탄은 들어있나?”
“예, 각하.”
대통령은 군인 출신답게 도움은 필요 없다는 듯 소총을 능숙하게 다뤘다. 시연을 돕는 군인은 ‘예’라고 대답하는 것 외엔 할 일이 없었다.
“저기 보이는 표적에 쏘면 되는 건가?”
“예, 그렇습니다. 각하.”
와중에 M16은 최신 기종인데, 탁자 위의 탄창을 익숙하게 끼우고는 사격 자세를 잡았다.
대통령은 그동안 M16을 몇 번이고 다뤄본 것이 분명했다.
“귀빈 여러분 다들 물러서 주십시오.”
군인들이 우리를 멀찌감치 떨어뜨렸다.
탕탕탕. 탕탕탕.
“역시 최신식 병기라 연발 사격도 잘되고, 반동도 적어. 훌륭한 소총이야.”
대통령은 역시 M16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다음은 한국 기계의 2번 제품입니다.”
“겉보기는 멀쩡하군.”
탕탕탕. 탕탕… 타앙.
“어떠십니까?”
대통령의 표정이 마뜩잖게 보였던지 비서실장이 나지막이 물었다.
“뭐… 격발에 문제는 없지만, 뭔가 총구를 막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군. 약실에서 탄피가 튕겨 나올 때도 걸리는 느낌이고 말이야.”
“한국기계에서 아직 부품 최적화가 진행 중이기에 그런 것 같습니다.”
비서실장이 한국기계를 대신해 변명을 해봤지만, 그런다고 대통령의 표정이 나아지진 않았다.
“대세 시제품을 줘보게. 어서.”
“예, 각하.”
대통령은 2번 총을 휙하니 군인에게 던져버리고는 우리가 만든 시제품을 들었다.
타타탕. 타타탕.
“음? 뭐지? 다시 한번!”
타타탕. 타타탕.
역시 내가 들어도 우리 제품의 격발음은 유독 경쾌했다. 우레처럼 큰 총소리가 경쾌하게 들리기는 힘든데 말이다.
“왜, 그러십니까? 각하.”
“말로 하긴 어렵군. 마치 탄환이 아니라 고무탄을 쏘는 느낌이야. 이봐, 선 장군! 이리와 보게.”
“예, 각하.”
대통령의 손짓에 선응균 국방과학연구소장이 급히 달려갔다. 장군이라고 부르는 걸 보니 군 장성출신인 듯했다.
“자네가 직접 쏘아봐.”
“예, 각하!”
선 소장은 능숙하게 탄창을 갈아 끼우고 총을 쏘기 시작했다. 경호원과 군인들이 화들짝 놀라 대통령 주변을 에워쌌지만, 대통령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사격 시험을 관전했다.
타타탕. 타타탕… 타타탕…
선 소장도 뭔가 느끼는 게 있는지 탄창이 빌 때까지 계속 쏘아댔다.
표적이 뭉텅이로 날아갈 정도로 탄착군이 명확하게 형성되는 것이, 1번, 2번 M16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 사격 시험이었다.
“선 장군, 어때!!!”
“허… 이거… 명품입니다. 저도 M16을 여러 번 쏴봤는데, 각하 말씀대로 이 총은 총알이 아니라 고무 알갱이를 쏴대는 느낌입니다. 이 소총이 정말 M16이 맞습니까?”
선 소장은 대통령에게 말하다가 내게 고개를 돌려 물었다.
“하하하! 이거 국산이 미제보다 좋구만! 다들 이리와!”
대통령이 손을 마구 휘저어 우리를 불렀고, 사람들은 부서진 표적과 대세의 시제품을 번갈아 보며 놀라워했다.
단박에 대통령과 신 소장을 특등 사수로 만들어버린 소총이 아닌가.
“이거 대체 어찌 한 거야? 설명해봐, 어서.”
“기존 M16 대비 공차 관리를 더 잘했기 때문입니다. 무게 중심과 강선 보강, 그리고 설계 최적화를 했는데 자세한 건 저희 황일갑 연구소장이 국방과학연구소에 기술이전을 할 예정입니다.”
“뭐야? 그 말은, 이 제품이 미제보다 나은 게 당연하단 것인가?”
“예, 그렇습니다. 공차야 양산 단계에선 다소 커질 수밖에 없겠지만 그래도 미제보다는 훨씬 기밀성과 내구성이 좋을 겁니다. 열처리도 완벽해서 극한의 상황에서도 잘 동작할 겁니다.”
“극한의 상황?”
“비바람은 물론 진흙탕에 뒹굴어도 격발에 전혀 문제없을 겁니다.”
M16을 제대로 만들면, 물과 진흙 알갱이가 들어가도 전혀 문제없다.
물론 전장을 빠져나오면 청소는 해줘야겠지만,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격발이 안 되는 문제는 없다는 소리다.
M16 원본과 나란히 두고 비교해보니 그 차이가 더 확연했다.
우리 시제품은 마감 자체가 훨씬 미려했고, 조립된 완성품 자체가 하나의 쇳덩이를 조각한 것처럼 꽉 짜인 느낌이었다.
이 정도면 1/100㎜ 공차가 아니라, 1/1000㎜ 공차로 제작되었다고 해도 될 것 같았다.
“어디 한번 해봐. 여기 연못물에 적셔보라고.”
“이왕이면 진흙탕이 좋겠군요.”
후원에는 작은 연못이 있었다.
바닥을 휘휘 저어 흙탕물을 일으킨 뒤 시제품을 푹 적셨다.
“허헉! 그렇게까지.”
다들 기겁했지만, 나는 자신이 있었다.
“너무 지저분하니, 제가 쏴보겠습니다.”
“그래, 임자가 쏴봐.”
진흙투성이의 총이라 대통령에게 쏴보라고 할 수는 없었기에 내가 쏴보기로 했다.
나는 양복이 더러워지는 것도 개의치 않고 시제품을 어깨에 결착하고 총을 쐈다.
타타탕. 타타탕. 타타탕.
예상대로 탄창이 빌 때까지 아주 경쾌하게 발사가 되었다.
“우와아아아아.”
모여 있던 모든 이들이 소리를 질렀다.
“M16 국산화, 문제없습니다.”
나는 시제품을 내려놓으며 선언했다.
더 이상 시연할 것도 없었다.
짝짝짝.
“역시 대세가 하니 다르군. 수고했어, 임자.”
대통령은 직접 손뼉을 치며 만족해했다.
미국이 우리나라에 부품 생산권이 아니라, M16 면허 생산권을 줘야 한다는 것은 생각하지도 않는 것 같았다.
기술만 있으면 정부끼리 거래하는 것쯤은 문제없다는 듯이 말이다.
“저 혼자 한 일은 아닙니다. 연구소의 노하우가 국방과학연구소로 고스란히 이전될 수 있도록 협조하겠습니다.”
“황 소장이 많이 도와줘야겠군. 고생 많았어.”
내 말에 대통령이 황 소장님의 손을 덥석 잡으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자주국방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무슨 일인들 못 하겠습니까. 영광입니다.”
황 소장님은 대통령이 말에 감격해 눈물까지 글썽이며 연신 허리를 굽혔다.
“자주국방이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벅차오르는군. 이 일을 시작으로 그 누구도 우리 땅을 한치라도 넘보지 못하게 만들어야 해. 도와주게.”
“예! 미욱한 저라도 도움이 된다면 뭐든 하겠습니다.”
“이런 날에는 막걸리 한잔해야지. 비서실장, 준비해뒀나?”
“예, 각하. 이쪽으로 가시지요.”
비서실에선 시연 성공을 예상했던지 축하 회식까지 준비해두었다.
“그리고 다른 시제품도 곧바로 국방과학연구소로 가져가서 시연 일정부터 정해. 성탄절 전까지… 아니, 아니야. 내일 당장 시연을 준비해. 내 눈으로 박격포탄이 날아가는 걸 보고 싶군.”
걸어가는 와중에도 대통령은 비서실장에게 연신 지시를 내렸다. 목소리에서도 흥분이 느껴졌다.
“예, 각하. 알겠습니다.”
내일 당장 박격포까지 시연해본단다.
밤새 여럿 뺑이 치겠네.
뭐, 그래도 실무자들도 몇 번 쏴보면 안심하게 될 거다. 문제없이 발사될 테니까 말이다.
인간이 아닌 자가 만들었거든.
***
“자, 모두 잔을 들어. 대세 연구소장에게 묻고 싶은 말이야 많겠지만, 막걸리로 배부터 채우고 일 얘기를 하는 거야. 하하하.”
“각하 말씀이 옳습니다.”
다들 막걸릿잔을 들고 건배 자세를 취했다.
막걸리는 밥도 되고 술도 되기에 좋았다.
“올해 성탄절 선물은 국산 병기로구먼. 산타클로스가 무기 장사였어.”
“하하하하.”
“병기 국산화를 위하여!”
“위하여~~~!”
다들 기분 좋게 막걸리를 가득 들이부었다.
김포에서 제조해 청와대에만 납품되는 막걸리는 정말이지 맛이 좋았다. 올 때마다 편치 않은 청와대였지만, 이것만큼은 간혹 생각날 정도로 말이다.
‘황 소장님, 이거 대체 어떻게 만든겁니까?’
‘설계도는 어찌하신 겁니까?’
‘특수강 수입은 어떻게 하신 거죠?’
‘제조가는 얼마로 생각하면 됩니까?’
어느새 황 소장님 옆에는 사람들이 빼곡히 모여 앉아 질문하기 시작했다.
술잔이 쉴새 없이 돌아가기 시작했다.
‘포항제철 1차 준공식 상차림이네.’
상차림이 김포 막걸리, 감자전, 파전, 두부김치 등등 인 것이, 망쳐버렸던 포항제철 회식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내가 그때 얘기했지. 술은 다음에 하자고 말이야. 오늘이 그날이군.”
대통령이 불쑥 말을 건넸다.
“예, 대통령님.”
이 양반 그걸 다 기억하고 있었어.
“한 대 피워.”
“감사합니다.”
담뱃갑을 내밀길래 나는 재빨리 담배를 뽑아 대통령에게 먼저 권하고 불을 붙여줬다.
나도 따라서 담배를 물었다. 평소 담배를 피우진 않지만, 대통령이 맞담배를 원하니 해줘야지.
“휴우, 오늘따라 담배 맛이 유독 달군.”
“여태 축하 말씀을 못 드렸습니다. 성공적인 내각 개편, 축하드립니다.”
포항제철 설계변경 사건 이후로 정치권을 휘저어 자기 맘에 드는 내각을 꾸미지 않았나.
이왕 그때 얘기가 나왔으니, 축하는 해줘야지.
“개헌도 했는데, 그건 축하 안하나?”
“각하, 우 사장이 긴히 드릴 말씀이 있다고 합니다. 독대를 요청했었습니다.”
내가 당황하기도 전에 나정렴 비서실장이 훅하고 끼어들었다.
역시 새 비서실은 내 편이었다.
말이 길어져 대통령이 내게 충성 서약까지 언급했다면 난감할 뻔했다.
“아, 그랬지. 하긴 시연회에 성공했으니 당연히 그 보답은 있어야지.”
대통령은 피우던 담배를 중간에 툭 꺼버리고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게 따라오라며 휙 턱짓하더니 성큼성큼 집무실로 향했다.
평소랑 달리 막걸리를 딱 한 잔만 하고 담배만 연신 피우던 것이 나와의 독대를 염두에 두고 있었던 거로군.
***
“그래, 임자가 원하는 게 뭐지?”
집무실로 들어오자마자 본론부터 꺼냈다.
한국에서는 뭐든 들어줄 수 있는 절대 권력자.
“자동차 산업 진출을 허가해주십시오.”
내 말에 대통령은 대번에 인상을 찌푸렸다.
“왜 하필 자동차 산업이야. 다른 걸 해.”
“자동차 산업은 중공업의 꽃이며, 대세의 미래입니다. 또한 자동차 산업은 조선과 마찬가지로 전후방 산업이 아주 크고 다양하니 국가 경쟁력 향상에도 이바지할 수 있습니다.”
“임자, 그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잖아. 엉망이던 업계를 자동차 계열화 정책으로 간신히 정리한 게 작년이야. 그 벌집을 다시 건드리라는 건가!”
대통령은 답답한지 다시 담배를 꺼내 물었다.
왜 모르겠나?
우리나라 자동차 업계는 코미디 그 자체였다.
60년대 초중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자동차 회사는 새나라 자동차였다.
명목상 일본 닛산 자동차와 기술제휴를 통해 국산 자동차를 개발하겠다며 사업을 시작했지만, 실상 SKD(Semi-Konck Down)로 자동차를 들여온 것에 불과했다.
녹다운(Konck Down)은 분해한다는 말이니, SKD로 수입했다는 말은 반제품으로 가지고 들어와 나사를 끼워 맞추는 수준이라는 뜻이었다.
차량 유리까지 끼워져 있을 정도로 국산 부품은 아예 쓰지 않았다.
SKD는 낱개 포장으로 수송비도 더 들고, 조립 실수를 감안해 여분의 부품을 더 발주하기 마련이다. 즉, 완성품을 수입하는 게 차라리 낫다.
그런데, 우습게도 자동차 공업 보호법에 따라 부품 수입이라는 핑계로 관세도 면제를 받았다.
게다가 국산 자동차 개발 회사로 지정받아 자동차세와 취득세까지도 면제되었다.
즉, 완제품이나 다름없는 부품을 수입하는 주제에 특례는 다 받아 처먹은 거다.
심지어 차량을 출고하면, 대리점에선 공장도가와는 별도로 ‘딱지값’이니 ‘넘버값’이니 하며 프리미엄을 얹어 팔기도 했다.
마치 아파트가 분양가보다 높게 팔리는 것처럼 말이다. 자동차가 귀하니 그래도 장사가 되었다.
당연히 세금이 줄줄 새고, 새나라 자동차는 특례 차익만으로도 어마어마한 돈을 벌었다.
결국, 이거 뭔가 이상한데? 하며 여론이 들끓기 시작하자 박노정이라는 재일교포 사장은 모든 돈과 인감을 가지고 일본으로 돌아가 잠적해버렸다.
그 뒤로 정부가 나서서 관련 법령을 뜯어고치고, 난립했던 자동차 회사를 강제로 합병시켰다.
정계 특혜 사건인지 법령이 미흡해 일어난 촌극인지 밝혀지진 않았지만 정·재계를 뒤흔들었던 일이었기에, 대통령이 이리 반응하는 거다.
그래도 해야 한다.
국가와 대세 둘 다를 위해서!
< 162 : 내가 원했던 독대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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