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163)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163화(163/589)
< 163 : 가속 페달 >
“정부의 자동차 계열화 정책은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자동차 국산화는 요원한 일이 될 것입니다. 결국, 우리 시장은 수입차에 점령당할 것입니다.”
“무슨 소리야! 각 업체가 국산화에 얼마나 애를 쓰고 있는데! 현재도 국산화율이 21%야.”
“숫자에 속으시면 안 됩니다. 국산화 품목을 보셔야 합니다. 누구나 만들 수 있는 배터리, 타이어, 시트, 전선 국산화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서스펜션 스프링이나 피스톤 링 같이 조금만 난이도가 높아지면 국산은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는데요.”
“… 확실해? 지금 그 말, 나중에 가서 오해였다느니 말실수였다느니 하려거든, 지금 해. 내 기회를 주지.”
대통령은 담배를 깊게 빨았다가 내뿜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호통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저런 모습에 다들 기겁을 하지.
솔직히 나도 이 양반의 이런 모습은 버겁다.
하지만, 내 말은 100% 사실이다.
신진처럼 아예 국산화를 거부하든, 현산처럼 부품 국산화에 투자할 돈이 없든 결과는 똑같다.
내수만 생각한다면 국산화는 미친 짓이다.
부품을 싸게 들여와 조립만 해서 팔아야 이익이 커지는데, 부품 국산화를 위해 시설투자를 하면 그게 다 비용이지 않은가.
그렇다고 싸구려 국산 부품을 납품받으면 품질문제가 있고 말이다.
그냥 일본에서 죄다 수입하는 게 간단하면서도 수입가 협상에도 유리한 것이다.
“제가 어찌 대통령님께 거짓을 말씀드리겠습니까? 부품 국산화는 기업으로선 단기 이익을 희생하면서 투자해야 하는 일인데, 국내 기업은 그럴 필요가 없는 상황입니다.”
“… 경쟁자가 없다 이 소린가?”
“일차적으론 그렇습니다. 이차적으론 수출이 안중에도 없기에 부품 국산화는 그들에게 자금 낭비이자 자살 행위로 생각될 겁니다.”
솔직히 이 시절 국내 자동차 회사가 수출을 생각했겠나? 바로 옆 일본만 봐도 경쟁할 엄두가 나지 않았을 것이다.
있는 돈을 다 퍼부어도 일본의 자동차 기술 수준을 따라잡지 못할 것으로 보였을 테니까.
까막눈이 책을 마냥 쳐다본다고 글이 읽히나.
보면 볼수록 책이 어려워 보일 뿐이다.
전력을 다해 가나다라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그럴 필요가 없으니 책을 덮을 수밖에.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수출을 생각하는 이는 아마도 나와 현산의 왕 사장 정도가 아닐까 싶다.
현산조차 왕 사장이 수출 얘기를 꺼내면 내부 임직원들이 두 손 두 발 들고 말리겠지.
이 시절 우리나라 자동차 공업은 일본 부품을 누가 싸게 들여와서, 어떻게든 싸게 조립해서, 세금 특혜까지 받아 처먹는 사업이었을 뿐이다.
“아무리 정부가 국산화 진흥 정책을 펼쳐도 소용없다 이 말인가?”
“제대로 된 경쟁자가 없으면 하는 척만 할 뿐입니다. 일제 부품을 수입해서 치공구만 갖추면 자동차 생산이 가능한데, 뭐하러 비싼 국산화 인프라를 갖추겠습니까? 포항제철이 들어서기 전엔 우리나라에 온갖 열연강판 회사들이 난립했던 이유와 똑같습니다.”
“포항제철…”
포항제철을 예로 드니 대통령은 그제야 감이 잡히는 모양이다.
“정책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국산화율에 따라 세금 우대를 달리해야 하며, 수출기업에만 관세 면제 혜택을 줘야 합니다.”
“당근과 채찍을 확실하게 하라 이 말이군.”
“네. 그렇습니다. 대세에는 그나마 당근조차 필요 없습니다. 자동차 인허가 내어주시고 채찍을 마구 때려주십시오. 반드시 국산화 40%를 제일 먼저 찍고, 독자 모델로 수출까지 이뤄내겠습니다.”
아무리 언론이며 국회에서 특혜라며 떠들어대도 수출기업으로 우뚝 서면 그런 비판은 쑥 기어들어 갈 것이다.
대세 자동차가 앞장서면 자연스레 내수 시장도 국산화에 매진하게 될 것이고 말이다.
“그래도 명분은 있어야 해. 자칫하면 제2의 새나라 자동차 꼴이 될지도 몰라. 아무리 자네라도 자동차 산업은 그리 만만치 않아.”
대통령도 자동차 산업이 덩치가 크고 국가 경제에 끼치는 영향이 크다는 건 알고 있었다.
“우선 디젤 자동차 회사로 인허가를 내어주십시오. 트럭, 중장비, 디젤 지프 국산화는 물론 선박용 엔진까지 국산화를 목표로 하는 회사라면 명분은 충분할 것 같습니다.”
조만간 연구소에서 디젤 엔진의 1호 시제품이 나올 것이다. 그때 내가 적극적으로 합류해 그 엔진으로 상용차를 만들어내면 된다.
“설마, 자동차 회사 인가를 내주면 디젤 엔진을 국산화하겠다는 말인가? 그게 가능한가?”
대통령은 못 믿겠다는 듯 물었다.
엔진 국산화는 멀고 먼 일이라 여겼겠지.
“엔진 기술은 양산기술이지 첨단 기술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이미 한국 기계에서 라이선스를 얻어 소형 디젤 엔진을 생산하고 있지 않습니까. 대세는 100% 국산 엔진도 가능합니다. 일본도 하는데, 우리라고 못 하겠습니까.”
21세기 엔진은 전자기술이 접목되니 경우가 다르지만, 60년대 엔진이야 순수 기계공학이다.
국산 엔진 개발도 가능하고, 중장비와 트럭부터 시작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60년대는 개인용 자동차 못지않게 화물을 싣고 다니는 생업형 차량도 많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북미에 수출할 때도 픽업트럭은 디자인에서 그다지 감점 요인이 없고, 틈새시장을 노리기도 좋을 것이다.
“좋아, 긍정적으로 검토해보지. 하지만, 인허가를 내준다고 장담할 수 없어.”
이미 우린 병기 기술을 국방과학연구소에 넘겨주기로 했다.
대통령으로선 당장 아쉬울 것이 없는 데다, 심사숙고해볼 시간마저 충분했다. 국무 회의에서 관료들의 반응도 살피고자 할 것이다.
“예, 부디 잘 검토 부탁드립니다.”
대통령의 말에 만족하는 척 90도로 절했다.
나또한 급할 것이 없었다.
대통령이야 정말 검토해볼 요량이겠지만, 곧 아세아 자동차가 부도날 테니까 말이다.
원래 역사에선 뜬금없이 제강업체로 회사가 넘어가지만, 이번 역사에선 내가 주인이 될 것이다.
“허, 임자가 이렇게 쉽게 물러서?”
“대통령님께서 긍정적으로 검토하신다기에…”
“아니, 임자는 무슨 일이든 운에 맡기는 경우가 없어. 뭐든 치밀하게 계산하지. 그렇지 않나?”
대통령은 표정을 훅하니 달리했다.
내 진짜 의도가 뭐냐고 묻는 표정이었다.
“… 대통령님, 딴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 말씀을 따로 드려야 하나 고민하는 문제가 있긴 합니다.”
“역시 독대를 원한 이유가 따로 있었어. 내가 자네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이유겠지? 말해봐, 진짜 할 말이 뭔가?”
혹시나 해서 밴 플린트의 조언은 말미로 미뤄뒀는데, 아주 잘됐네.
솔직히 이걸 내 사업의 진출 대가로 삼고 싶지는 않았는데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멍석을 깔아주니 춤을 춰야지.
“주한미군 철수 건에 대한 제안이라 독대가 필요했습니다.”
“… 주한미군 철수를 원천봉쇄할 방법이라도 있다는 것인가?”
대통령은 내 말에 훅하니 빨려들었다.
하긴 나처럼 뭔가 아이디어를 들고 온 사람조차 없었을 것이다.
“아쉽게도 그런 방법은 없어 보입니다. 닉슨 정부의 대선공약이었던데다, 미국 내 여론과 재정문제까지 겹쳐있으니 철수를 하긴 해야 할 겁니다.”
“그럼 뭐야? 철수를 막을 방법이 없다면 전력 공백을 자네가 막기라고 하겠다는 건가? 항공모함이라도 만들겠다는 거야?”
대통령은 짜증 섞인 말투로 흥분했다.
하나 마나 한 소리를 하려면 그만하라는 뜻일 것이다.
“항공모함은 아니더라도 탱크와 전투기를 사 올 돈은 뜯어올 수 있지 않겠습니까.”
“… 돈을 뜯어내자고?”
“브라운 각서에는 월남 파병의 대가로 주한미군의 변동은 절대 없다고 되어 있습니다. 이건 엄연한 국가 간의 협정입니다.”
“맞아. 그 생각만 하면 분해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야. 우리 장병들의 숱한 희생에도 불구하고 여태 지켜온 협약을 휴짓조각으로 취급했어.”
“국가간 협정에는 책임과 보상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협상을 깨려면 최소한 브라운 각서에 적힌 한국군 현대화 사업이라도 조속히 마무리 지으라고 밀어붙이면 미 정부로부터 돈을 뜯어낼 수 있을 겁니다.”
나는 자신 있게 말했다.
벤 플린트 장군이 직접 중재한 브라운 각서라, 다방면으로 압박 로비를 펼치는 것은 문제도 아니었다.
“임자 생각엔 얼마나 뜯어낼 수 있을 것 같나?”
음? 뜯어내는 방법을 물을 줄 알았는데 금액부터 물어보다니… 재정이 어려운가?
하긴, 이 시대 우리나라 재정이 건전했던 적이 단 한 번이라도 있었겠나?
언제나 외줄 타기 상황이었을 것이다.
“15억불 정도는 뜯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5억불? 임자, 진심인가?”
이때 나라 전체 예산이 12억 불이었고, 연간 수출액이 7억불 수준이었다.
15억 불이면 얼추 10년 치 국방 예산에 해당하는 엄청난 거금이었다.
“앞으로 5년간 평균 6억불, 총 30억불 수준의 특별 군사지원을 해야만 한국군이 공산권의 장벽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하면, 결국 15억불 수준으로 합의 볼 수 있을 겁니다.”
“당위성 문제가 아니라, 15억불 지원이 말이 되냔 말이야. 그걸 누가 승인하겠나!”
“마냥 현금으로 달라고 하면 문제가 되겠지만, 미제 전차, 비행기, 군함을 주문한다고 하면 얼씨구나 하지 않겠습니까? 미국 군수 업체들이 쌍수를 들고 우리 대한민국을 도울 겁니다. 미국에서야 로비도 합법이지 않습니까.”
내 말에 대통령의 눈썹이 씰룩거렸다.
듣고 보니 말이 된다고 생각될 것이다.
대통령 정도면 미 재정 상태가 연일 나빠지고 있고, 조만간 긴축 재정 모드로 접어들 거라는 걸 알고 있을 거다.
그런 상황에선 이런 대형 건수는 미국 군수업체에 가뭄의 단비 같은 존재가 되어줄 거다.
당연히 우릴 돕지. 그것도 아주 쎄게!
“군수 기업들이야 정부 돈 빼먹으려 그런다고 치고, 미 국방부나 국무부와는 어찌 협상하려는 건가? 작전이라도 있는 건가?”
“부통령이 조만간 우리나라를 방문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때 우릴 도와줄 사람이 수행원으로 함께 오도록 하면 어떨지요.”
수행원에 낸시만 끼워 넣으면 절반은 이기고 들어가는 거다. 밴 플린트 장군까지 끼울 수 있으면 확률은 100%에 가까울 거다.
“옳거니, 우릴 협박하러 오는 자리에 아군을 부르자는 거군. 임자가 아군을 초청할 수 있겠나?”
“맡겨주십시오. 대신 그렇게 하라면 저도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왕이면 내가 참석해야 한다.
돈의 흐름이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야하니까.
“안방에서 직접 협상하겠다? 똥개도 제집에선 절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건가? 아니, 아니! 자네가 똥개라는 의미는 아니야.”
듣기 거북한 비유였지만 틀린 말은 아니었다.
“맡겨만 주시면 군사지원금뿐만 아니라 방산 기술이전도 끌어내겠습니다. 방산 기술은 방산뿐만 아니라 중공업 전반에도 쓰이니 국가 발전에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음… 수행원으로 군수업체 기술진도 요청하자는 소리군. 좋은 생각이야.”
맞다. 그렇게 판을 짜면 밴 플린트 장군도 수행원으로 초대할 수 있다. 그럼 게임 셋이다.
대통령은 들을수록 맘에 드는지 담배가 타들어 가는 걸 잊을 정도로 내 말에 집중했다.
“대통령님, 협상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내년도 국가 예산 조정을 해주십시오.”
협상 전략은 거의 모두 털어놓았다.
이제 대통령의 관심을 내 쪽으로 조금 틀어야 했다. 내가 이 일에 열심인 이유가 애국자라서 그런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예산 조정? 무슨 예산 조정을 해?”
“미국에서 최대한 현금을 뜯어 보겠으니, 그 돈 중 일부를 중화학공업 진흥기금… 아니, 정확하게는 자동차 산업에 넣어주십시오.”
15억불의 일부만 해도 엄청난 자금이다.
“국산 자동차 진흥기금을 만들라는 소린가?”
“예, 그렇습니다. 자동차 국산화는 멀고도 험한 길입니다. 국가의 도움 없이는 못갑니다.”
자동차 산업은 정말 돈으로 처발라야 한다.
서양이나 일본이 수십 년에 걸쳐 투자하면서 갔던 길을 몇 년 안에 따라잡으려면, 돈지랄하는 것 외엔 방법이 없으니까.
대세 자동차를 제대로 하려면 못해도 수년간에 걸쳐 몇억불은 투자해야 할 것이다.
그런 대형 투자를 국가 보조 없이 관세 혜택도 없이 한다면 아무리 나여도 파산할 것이다.
“조금 전 자신만만하던 모습은 어디 갔지?”
“채찍을 맞을 때야 자신만만해도, 당근을 원하면서 당당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하하. 좋아. 자동차 국산화 5개년 계획을 세워서 자금 지원을 하지. 기업끼리 국산화 경쟁을 하도록 말이지.”
심각한 얘기 중임에도 대통령은 호쾌하게 웃었다. 속으로 한번 해보자고 다짐했던 모양이다.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나는 기쁜 마음에 인사를 꾸벅했다.
이미 대통령은 내게 인허가를 내어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인허가를 논하다 보면, 아세아 자동차가 부도가 날 것이고 결국 내 몫이 될 것이다.
“여하튼, 일부라곤 해도 미국 돈을 이렇게 전용해도 되는 건가? 미국은 우리 동맹인데 말이야.”
“최전방 동맹이니 당연한 권리입니다. 우리가 미국의 후방에 있다면 미국도 이런 요구에 눈도 깜짝하지 않을 겁니다.”
“당연한 권리라고?”
“우리도 강원도 최전방 부대엔 속옷 한 장, 밥한 숟갈이라도 더 주지 않습니까. 책임엔 그만한 보상이 따라야 합니다.”
“임자말을 듣고 있자면 이게 제정신으로 하는 소린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 지금이 그래. 미국에서 돈을 뜯어내는 게 당연한 권리라니.”
대통령이 뭐라고 해도 난 진심이다.
책임만 있고 권리를 주장 못 하면 그게 호구다.
개인이든 국가든 그 어떤 관계든.
“대통령님, 주한미군 철수는 절대 놓칠 수 없는 호재입니다. 강하게 밀어붙이시면 반드시 성공합니다. 이건 위기가 아니라 기회입니다.”
“위기가 아니라… 기회다…”
대통령이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래, 15억불 대박을 언제 맞아 보겠나.
“좋아. 다 좋아. 15억 불을 약속받았다고 치자고. 그런데, 주한미군만 철수하고 또다시 입을 싹 닦아버리면 어찌하나? 아니, 그보다 우리가 돈을 중화학공업에 전용했다고 꼬투리를 잡아 자금을 끊어버리면 그땐 어쩔 건가?”
미국은 절대 그리할 수 없을 거다.
미국 업체가 관련되면 발 빼기가 곤란하거든.
이건, 우리나라 역사가 가속페달을 밟은 계기가 될 것이다. 협상만 잘하면 뀌년도 우리나라 땅이 될 거다. 가슴이 벌렁거렸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제가 모든 사업을 접고 군수산업에 올인하겠습니다.”
“혈서라도 쓸 기세군.”
“원하신다면 쓰겠습니다.”
“그 정도 각오면 됐어. 그래, 해보자고.”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초청인 명부는 비서실과 협의해.”
“예, 대통령님.”
길고 긴 독대가 끝이 났다.
어느새 대통령 집무실엔 담배 연기가 자욱했다.
< 163 : 가속 페달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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