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169)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169화(169/589)
< 169 : 최대한의 투자효과 >
어떤 자동차 부품을 먼저 해보자느니, 주조 공장을 확장할 때 설비는 어떤 걸 어떻게 배치하고 등등… 홍 과장 주변으로 직원들이 잔뜩 몰려와서 주위가 시끌벅적해졌다.
“팀을 나누자, 부품과 공장 확장 팀으로!”
“와아아아!”
홍 과장의 말에 환호성이 터졌다.
팀을 나누면 주임 자리가 몇 개씩 튀어나오기 마련이니까 말이다.
‘잘 되겠군.’
나는 안심하고 자리를 떠났다.
시도하는 부품 중 20%만 성공해도 대박이었다. 나머지는 국내 협력업체와 함께하자.
우리 직원들이 부품 제작을 시도했던 경험은 협력업체와 공동 개발을 할 때 큰 도움이 될 거다.
제대로 된 품질 정책과 안정적인 공급을 약속해주면 서로 윈윈할 수 있을 것이다.
‘큰 고리가 하나씩 연결되고 있네.’
철광석을 운송해 제철소에서 강재로 만들어 선박, 자동차, 각종 부품에 쓰고 시간이 지나 그것들은 고철이 되어 다시 제철소로 들어올 거다.
내 사업체를 따라 자원이 순환하는 것이다.
“으흠? 주 과장. 왜 여기 있어요?”
나는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공장을 빠져나가다 깜짝 놀랐다.
“어, 사장님! 어디서 나타나셨습니까?”
“질문은 내가 먼저 했어요.”
주물공장 구석에 주 과장이 있었다.
“넵. 여기 주물공장에 CNC 시제품을 셋업하고 있습니다. 실제 적용해서 고객 피드백을 받는 거죠.”
“CNC 시제품이 나왔어요? 내게 보고도 안 했잖아요?”
CNC 시제품이 나왔다는 소린 처음이었다.
얼마나 기다린 일인데… 아니, 그보다 이렇게 빨리 CNC 시제품이 나오는 게 가능해?
“여기서 피드백을 받아서 더 보강해서 보고드릴 생각이었습니다. 기껏해야 3축 CNC 시제품인걸요. 5축까지 가려면 개선할 게 얼마나 많은데요.”
“3축 CNC도 훌륭하죠. 그게 왜 보고 거리가 아닙니까? 어딨어요?”
인간이 아닌 이들이 모여있으니 주영길 교수의 눈도 한껏 높아진 것 같았다.
솔직히 CNC는 5축 가공 CNC보다 3축 가공 CNC가 산업적으론 훨씬 더 유용하다.
대부분의 부품 모양이 2D 도면으로 표현 가능한 2.5D이기에 XYZ로 움직이는 3축 CNC만으로도 충분히 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5축 대비 3축 CNC 설비 가격이 월등히 싸기에 양산 설비로 더욱 가치가 있다.
“저기 있는 게 저희 시제품입니다.”
주영길 교수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쪽엔 놀랍게도 벌써 쇠를 깎고 있었다.
“시제품이 저리 잘 돌아가요?”
“동국 정밀이 합류한 덕분입니다. 그쪽 도움으로 많은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황 소장님이 합병한다고 했던 곳 말이군요.”
“예, 그렇습니다. 심 선배… 아니, 심재홍 과장도 놀랄 정도로 실력이 좋더라고요.”
불과 2억에 지분 90%를 확보해 인수했다.
대세가 보유한 칼 마이어 설비의 수리를 전담하는 것만으로도 밥값은 하겠지 싶었는데, CNC 제작에 한몫하다니 기대 이상이었다.
“이 정도면 CNC 선반도 가능하겠는데요?”
선반은 밀링 머신과 달리 원소재를 회전시키면서 깎는 공작 기계로 축이나 베어링 같은 원통형 부품을 제작하는 기계다.
난이도로 따지면 3축 CNC보다 쉽다.
“당연합니다. 그런데, 선반은 희천 기공인가 하는 회사에 이미 국산화 제품이 있던데요. 필요하면 거기 회사 제품에 우리 인텔 컨트롤러만 달면 될 것 같습니다. 우린 그 시간에 3축 CNC에 집중하는 게 어떨까 합니다.”
음? 이때 벌써 희천 기공이 있었나?
희천 기공이면 공동개발사로 딱이지.
21세기에도 살아남은 실력 있는 회사인데.
거기에 인텔 컨트롤러 모듈을 심어서 최적화 작업만 하면 될 것이다.
희천 기공도 우리와 기술협력을 반기겠지.
우리가 그들의 최대 고객이 될 테니까 말이다.
“주영길 과장보!”
“옙! 사장님.”
오랜만에 주영길 과장의 정식 직책을 불렀다.
주영길 교수도 내 말투에 뭔가를 느꼈던지 차려자세로 대답했다.
“최대한 빨리 3축 CNC 10대, CNC 선반 10대를 이곳 대세 정공에 셋업 하십시오. 희천 기공쪽과는 비서실에서 공동개발을 협의할 겁니다.”
“예, 알겠습니다.”
뭔가 할 말이 더 있지 않냐는 듯, 주 교수의 입술 끝이 바르르 떨렸다.
주 교수치곤 엄청난 인내심으로 하고 싶은 말을 참고 있었다.
“그것만 성공하면 당신은 과장입니다.”
“으아아아, 정말이시죠! 야호!”
주 교수답게 신나는 마음을 숨기지도 않았다.
내가 맡긴 일은 자신있다는 뜻이리라.
“주 과장. 설비를 10대 만드는 건 1대 만들 때와는 전혀 차원이 다릅니다. 설비끼리 품질 차이가 없게 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제품마다 품질이 다르면 그 회사는 망한다.
누가 신 상품을 살 때 뽑기 운을 기대하며 사고 싶겠나?
일반 상품도 그러한데, 부품을 만드는 마더 머신의 품질이 기계마다 달라진다면 그건 더이상 마더 머신이 아닌 거다.
“무슨 말씀이신지 알겠습니다. 우리 CNC를 사면 누구든 가공 공차 1/100㎜를 눈감고도 맞출 수 있게 하겠습니다.”
연삭이라면 몰라도 70년대 공작 기계로 그 정도 가공 공차를 맞추면 거의 마스터 급인데?
하긴, 주영길 교수가 제 실력을 발휘하면 명품 CNC를 만들긴 할 것이다.
“믿어보죠. 그리고 하나 더.”
“하나 더! 설마, 차장 승진입니까?”
“그건 아직이죠. 특진도 짬밥이 필요합니다.”
“옙!”
짬밥만 먹으면 차장 시켜준다는 의미로 들렸던 모양이다. 차장 이상의 리더가 되려면 기술력은 물론 동료들에게 인정을 받아야지.
뭐, 주 교수는 그것도 무난히 잘 해내긴 할 것이다.
얼핏 보면 천방지축 같은데, 솔직하고 쾌활해서인지 동료들이랑 잘 어울리고 일도 곧잘 했다.
“하나 더 해줄 일은 ASTM(미국재료시험학회) 표준을 뒤져서 고성능 차축에 맞는 특수강과 열처리 기법을 찾는 겁니다. 결과를 추려서 인천제철에 보고서를 제출해줘요.”
“차축용 특수강요? 그거 싸구려 중(中) 탄소강 말고 크롬 몰리브덴 합금을 쓰면 아주 좋다는 논문을 어디서 본 것 같은데요.”
역시 우리나라 최고의 재료공학자다.
말을 듣고 보니 나도 크로몰리라고 부르는 소재를 들어본 것 같았다.
중장비 차축으로 쓰였던 것 같은데…
“그 논문 찾아요. 그리고 열처리 조건까지 알아내서 전달하세요.”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최적 열처리 조건은 논문에도 나오진 않을 것 같습니다. 제가 직접 실험해서 전달해도 될까요?”
더욱 좋지. 우리 노하우가 될 것이다.
“좋죠. 필요하면 인천제철과 논의해서 조성별로 실험하세요. 보고서는 극비로 다루고요.”
“예, 사장님.”
“단, CNC처럼 내게도 비밀로 해선 안됩니다. 인천제철엔 내가 지시했다고 말해요.”
“예, 알겠습니다.”
우리 자동차에 현산이 겪었다던 차축 부러짐 불량 따윈 절대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삼복이를 한번 보긴 해야겠다.
구리를 맡아줄 풍신금속 인수가 막바지인 데다, 특수강과 알루미늄 사업도 챙겨야 하니까 말이다.
자동차 부품엔 알루미늄 합금으로 된 것도 많다. 비율로 따지면 5%는 족히 될 것이다.
원소재만큼은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대세가 자체 조달하고 싶었다.
‘환율과 유가 변동이 원래 역사보다 다소 빨라. 최대한 자원을 선점해야 해.’
작년 말에 환율이 달러당 290원을 돌파하더니, 이제 겨우 1월인데 벌써 300원대를 넘었다.
이대로라면 조만간 350원도 넘을 것 같았다.
원유나 철강 시세도 덩달아 10%나 상승했다.
구리나 알루미늄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관련 회사를 인수해 구리 광석과 보크사이트(알루미늄 원료)를 잔뜩 수입해둬야 했다.
오일쇼크가 닥치면 값싼 원소재 확보는 자동차 부품 산업의 경쟁력이 될 것이다.
북미에서 일본 자동차 회사랑 한판 붙어야지.
승용차든, 픽업트럭이든 말이다.
***
종로 명월관.
명월관은 서울 시내 최고급 요릿집으로 일본인들조차 극찬하는 곳이었다.
신진 자동차의 신창수 사장은 도요타 지사장을 설득할 일이 있을 때마다 이곳을 찾았다.
입에서 살살 녹는 귀한 요리와 함께 어여쁜 여자가 하늘거리는 손놀림으로 가야금을 튕겨주면 안 되는 일이 없었다.
“토이조 상, 우리가 이번에 군납 한 번 합시다. 기술의 도요타가 우리 신진과 함께라면 군용 트럭 정도야 문제없지 않습니까?”
“한국군이 미군 트럭 사양을 고집한다면 꽤 까다로워서…”
도요타 한국 지사장인 토이조는 연신 술만 홀짝이며 시원한 대답을 하지 않았다.
“뭔 그런 걱정을 하십니까? 현산이라면 몰라도, 생초짜인 대세가 상대인데 그놈들보다 품질이 좋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그럼 아세아 자동차를 인수하는 핑계로 쓰고, 설비만 옮긴 뒤에 부지를 팔아버리면 엄청 남는 장사입니다.”
신 사장은 답답해 죽을 지경이었다.
도요타가 도와주고 정치인들에게 뇌물을 찔러주면, 군용 트럭을 들이미는 조건으로 아세아 자동차를 꿀꺽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좋은 건수를 알려줘도 도요타는 왜 이리 미적지근하게 나오는 건가?
“군용 트럭이라고 해도 신형 모델을 하나 만드는 것인데, 한국군이 수만 대씩 사줄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개발 비용을 생각하면 부도난 회사를 팔아봐야 이문이 남겠습니까?”
신모델 개발은 무슨, 그냥 하는 소리였다.
군용 트럭이라고 해봐야 그냥 기존 상용 트럭에서 내구성만 좀 올려서 팔아도 충분했다.
좀더 질러보라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아유, 무슨 소릴 하십니까? 아세아 자동차에 들어간 자본재가 자그마치 1250만 달러입니다. 공장부지만도 30만평이 넘습니다.”
“아, 그래요? 30만평이나 됩니까?”
“아세아 자동차 인수만 도와주시면, 부품가에 500만 달러를 2년에 걸쳐 얹어드리지요.”
신 사장은 지를 만큼 질렀다.
아세아 자동차를 처분하면 500만불은 나눠줘도 이익이었고, 무엇보다 대세의 자동차 진출을 무산시킬 수 있었다.
신 사장도 사실 이 정도까지 해야 하나 하는 마음이 들긴 했지만, 감이 좋지 않았다.
대세를 내버려 뒀다간 두고두고 화근이 될 것 같았다.
아세아 자동차를 인수해서 팔아먹는 게 최선이었지만, 만약 대통령이 인수를 불허하면 정치인을 동원해 공중분해 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대세에게 넘어가서 안된다.
“500만 달러 보너스요? 그 약속, 지키셔야 합니다. 본사에 바로 보고합니다!”
“그럼요. 언제나처럼 계약서를 보내십시오. 곧바로 도장 찍어서 보낼 테니까.”
신 사장은 인감을 꺼내 흔들어 보였다.
“이왕이면 거기 아세아 자동차인가 뭔가를 신진 도요타 합작사로 만들어도 되지 않겠습니까? 물량으로 찍어눌러서 현산이든 기호든 죽여버릴 때도 됐는데 말입니다.”
“하하, 군용 트럭 군납 도와주시는 것 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신진을 도와주시면 한국시장이야 도요타 시장이나 매한가지 아닙니까.”
신 사장은 정식 합작사는 원치 않았다.
도요타가 경영에 간섭하면 자신의 입지는 그 즉시 사라질 것이 뻔했으니까.
신진으로선 도요타를 뒷배로 두고, 다른 회사를 견제하면서 내수 시장을 과점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그것이 신진이 가진 사업전략의 핵심이었다.
“그야 물론이죠. 여하튼, 도요타는 언제나 신진의 파트너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그럼요. 그럼요. 박 부장 뭐해? 아가씨들 더 불러야지. 언제까지 가야금만 탈 거야.”
“예, 사장님.”
신 사장은 훅하니 사업 얘기를 접고, 끈적한 분위기로 몰고 갔다.
도요타가 500만불짜리 미끼를 물었으니, 눈앞에 아세아 자동차 인수증이 날아오는 것 같았다.
‘대세 자동차? 훗! 시작하자마자 망하는 거야.’
도요타 지사장의 확답에 공청회 때부터 불안했던 신 사장의 마음도 느긋해졌다.
***
인천제철.
“여어, 삼복아!”
“어서 와라, 안 그래도 언제 오나 싶었다.”
삼복이가 인천제철로 들어서는 나를 반겼다.
얼굴이 훤한 걸 보니 일이 잘되나 보다.
“어찌 지냈냐? 오늘은 꼭 저녁 같이하자.”
“좋지. 안 그래도 술 얻어먹을 일이 있거든.”
“호, 그래? 뭐냐?”
“짜잔~ 봐라. 풍신금속 인수 계약서다.”
역시나 내 예상대로였다.
내가 서명할 자리만 쏙 비어있었다.
계약 조건도 아주 좋았다.
지분 88%를 인수하는데, 고작 3억밖에 들지 않았다. 1억이든 3억이든 여유자금이 주는 건 부담이지만, 이런 양질의 회사를 고작 3억에 인수하다니 대박이지.
“기존 사장 일가들의 지분을 다 합쳐도 12%가 전부이니, 우리 경영권 확보는 전혀 문제없어.”
문제 있을 리가 있나.
내가 지분을 안 팔 건데.
“좋아. 아주 잘했어.”
나는 쓱쓱 서명해서 삼복이에게 건네줬다.
공증만 받으면 인수는 완료되는 것이다.
“그런데, 당장 올해 장사는 어찌할지 고민이긴 해. 여태처럼 계속 적자를 볼 수는 없잖아.”
이제 우리나라 방위 산업이 막 시작하는 단계이니 탄환 국산화 얘기는 나오기 전이다.
나중에야 탄환으로 대박 나겠지만, 일단 다른 쪽에서 살길을 찾아야 했다.
“뭐가 걱정이냐? 우리가 포항제철 시공사 중 하나잖아.”
포항제철은 뵈스트 공법을 채용했다.
덕분에 고로와 산소 공장을 대세에서 시공한다.
“음, 그렇긴 한데 포항제철 공사랑 풍신금속이 무슨 상관이냐? 뵈스트 공법에 구리를 쓰냐?”
“제철소가 고로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 고로며 산소 공장이며 주변 설비에 죄다 전선이 들어가잖아. 못해도 몇만 미터는 될걸?”
제철소 플랜트를 짓다 보면 전기 케이블을 10만 미터는 족히 쓴다.
“전선! 그렇구나! 풍신금속이 포항제철에 입찰할 수 있구나. 대한전선과 붙는 거네.”
풍신금속이 시장에서 밀린 게, 기존 판로를 뚫지 못해서이지 가격 경쟁력은 충분했다.
“대한전선에서는 경계를 안 할 테니 무조건 최저가로 적어내. 그럼 입찰에 성공할 거야.”
“그렇지. 수익은 적어도 일단 매출이 생기면 투자도 할 수 있고, 투자를 하면 단가도 싸지고!”
“맞아. 인천제철이 뒤를 받쳐주면 풍신금속도 금방 정상화될 거야. 그리고 대세정공에서 주조 밸브 중 일부는 황동으로 만드니까 그쪽으로도 구리를 납품해.”
“이야, 거기서도 매출이 나오겠네. 적자 걱정 따윈 완전 기우였네!”
삼복이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실렸다.
포항제철 건설에 전선을 납품하고, 대세 정공에 황동만 납품해도 흑자는 당연했다.
거기에 탄환 사업이 터지면, 3억 투자로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이윤이 뭔지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
“그건 그렇고, 알루미늄은 어찌 되고 있어?”
“자동차 부품 소재 때문에 그러지?”
어라, 바로 아네.
알루미늄 업체도 발굴했나?
< 169 : 최대한의 투자효과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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