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170)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170화(170/589)
< 170 : 물갈이 >
“맞아. 자동차 때문이지. 벌써 알루미늄 업체도 구했어?”
“구한 것까진 아니고 시장에 매물로 나온 게 있는데 아직 접촉 전이야.”
“일부러 접촉 안 한 거야?”
비철금속 사업체는 삼복이에게 전권을 줬는데, 왜 접촉을 안 했지?
“제일알루미늄이라고 여수에 있는 회사라서 말이야. 좀 시간을 두고 인수하는 게 낫지 않을까?”
“무슨 소리야? 알루미늄은 특수강처럼 자동차 부품에 많이 쓰이는 소재야. 사업성도 밝으니 미룰 이유가 없어. ”
“그걸 모르진 않아. 그런데 우리가 아세아 자동차도 인수할 거잖아. 제일알루미늄도 인수하면 외지인이 헐값에 호남의 알짜 기업을 사냥한다고 오해할 수 있어.”
쫄보다운 이유였다.
“… 참나… 그런 오해까지 받는다고?”
어이가 없었지만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였다.
그런데 알짜 기업은 아니지 않나.
제조 경쟁력 없이 무분별한 차관 도입으로 덩치만 키웠던 공장들이 원금 상환 시기가 오니 하나둘씩 쓰러지고 있는 건데 말이다.
솔직히 신규 공장을 세우고 셋업하는 시간이 너무나도 아까워서, 맘에 안 드는 구닥다리 설비에도 불구하고 인수하는 것이다.
“여하튼, 아세아 자동차 인수 소문이 좀 잠잠해지면 제일알루미늄도 인수할게.”
공청회가 끝난 지 사흘도 안됐는데, 벌써 소문이 사방에 쫙 퍼졌나 보네.
“그리 미룰 일이 아니니, 내가 직접 가보지 뭐. 아세아 자동차도 한번 돌아볼 겸.”
“역시 직진하는구나.”
“그게 대세지. 여하튼, 그런 이유로 알루미늄 주물을 포기할 순 없어. 국산화 비율이 단박에 5%는 올라갈 텐데.”
“하긴 소문보다 사업이 백배는 더 중요하지.”
“넌 주물용 선철이랑 특수강에 신경 써줘. 연구소에는 특수강에 대해서 인천제철과 협업하라고 해뒀다. 잘 도와줘.”
“그럴게. 그럼, 오늘도 저녁 거르고 바로 여수로 내려가냐?”
삼복이가 오늘도 회식하긴 글렀다고 생각했던지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아니, 풍신금속 인수는 축하해야지. 대박인데.
“아니, 나도 요 며칠 대충 끼니만 때웠더니 힘들다. 오늘은 너랑 고기 굽고 소주도 한잔하련다.”
“아이고, 듣던 중 반가운 말이네. 뵈스트 공장장도 불러서 같이 가자. 좋아할 거야.”
“그럼, 그럼. 고생한 사람들 죄다 불러.”
“이야, 오랜만에 전체 회식이네.”
땡땡땡땡!
오랜만에 공장 입구에 매달린 종을 쳤다.
“뭐야? 설마 지금 황금 종 울린 거야?”
“사장님이 오셨나보다!”
“전체 회식이다! 와아아아!”
필수 인원만 남기고 인천제철의 전체 직원들이 회사 앞 식당으로 쏟아졌다.
맘대로 먹고 마셔도 부담 없는 날이었다.
“풍신금속 인수 축하!”
“축하!!!!”
“인천제철이여, 영원하라!”
“영원하라!”
모처럼 밥 다운 밥을 먹었다.
***
비슷한 시각, 청와대.
“뭐라고? 신진 자동차가 군납을 하겠다고?”
“예, 각하. 신진에서 군용 트럭 사업을 하겠다고 사업 계획서를 제출했습니다.”
어이없어 하는 대통령의 질문에 나정렴 비서실장은 담담하게 사업 계획서를 책상으로 올렸다.
대통령은 마지못해 사업 계획서를 뒤적거렸다.
첫 장부터 연내 국산화율 40%라는 목표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연내 국산화율 40%? 현산이라면 몰라도 신진이 이런 말을 하면 믿음이 가나?”
대통령은 하도 많이 속았던지 혀를 끌끌 찼다.
“대세의 연내 국산화 목표를 그대로 베낀 것 같습니다. 실행에 옮길지는 비서실도 의문입니다.”
“참나, 우 사장의 말이 사실이군. 온갖 핑계로 군용 트럭에서 발을 빼던 신진이 경쟁자가 등장하자마자 대번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했어. 빌어먹을 놈, 할 수 있는 일을 여태 거부해왔던 건가?”
대통령은 당장 신진 자동차 사장을 잡아다 혼쭐을 내주고 싶었다. 괘씸하지 않은가.
“그동안 도요타가 기술 협력을 거부했는데, 신진이 포기하지 않고 끝끝내 설득해서 간신히 군용 트럭에 대해 합작하기로 했다는 명분입니다.”
“명분은 무슨. 그게 핑계가 아니고 뭐야.”
그간 하기 싫었던 게 아니라, 합작을 이끌어 내는데 시간이 걸렸다는 논리였다.
그래도 나름 도요타까지 물고 들어온 걸 보면 중간에 발을 뺄 것 같지는 않았다.
“각하, 어찌할까요? 자동차 국산화 5개년 계획, 아세아 자동차 인수, 군용 트럭 국산화 사업은 모두 연관되어 있는데 말입니다.”
“신진이 일을 복잡하게 만드는군. 비서실 의견은 어떤가? 군용 트럭도 방위 산업인데 동맹국인 미국을 내버려 두고 일본 기업과 합작하는 게 말이 되나?”
솔직히 대통령은 이참에 미국으로부터 기술이전을 받아 군용 트럭을 국산화하고 싶었다.
대세라면 주한미군 철수를 빌미로 미국과 기술 이전 협상도 가능할 것 같아서였다.
그런데, 뜬금없이 도요타라니.
어째서 계산에 밝은 일본 회사가 갑자기 이 사업에 나서는 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별 이익도 없는 일에 왜 합작하냐며 사업 계획서를 반려할 수도 없었다.
뭔가 다른 식으로 보상받는 것 같은데 그게 무엇이냐 물어 볼 수도 없고 말이다.
“비서실도 일본보단 동맹인 미국과 협력하는 게 옳다고 봅니다. 하지만, 군용 트럭 사업은 민간 자동차 사업과 연관성이 깊고 무엇보다 군인들의 생명이 걸린 사업이니 합작사의 국적을 떠나 안정성이 최우선이라는 의견도 있습니다.”
“군인들의 생명이라…”
하긴 군용 트럭이야 야전에서 빈번하게 쓰는 장비인데, 억지로 국산화를 하다가 비탈길에서 구르기라도 하면 대형 사고 아닌가.
아무리 자주국방이 중요해도 한 번 쏘면 포신이 갈라지는 대포로는 휴전선을 지킬 수 없다.
하물며 매번 군인을 실어나르는 트럭은…
“각하, 결단이 필요합니다. 신진 자동차가 이렇게 군용 트럭 사업계획서를 제출했고 일부 국회의원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기에 마냥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달성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명목상 국산화 40%도 공언했고 말입니다.”
“어제만 해도 비서실장 자네가 대세에 아세아 자동차를 넘겨주는 게 최선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송구합니다. 상황이 이리 될 줄은 저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대통령은 물론 비서실도 대세를 챙겨주고 싶었다. 미국으로부터 자그마치 18억불을 뜯어내어, 자동차 진흥기금 3억불까지 마련할 수 있었던 데에는 솔직히 대세의 역할이 매우 컸다.
마침 거기에 하늘이 화답하기라도 하듯 아세아 자동차가 부도가 나니 대세가 그 주인이 되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다.
그런데, 느닷없이 신진이 끼어들어 그 꼴은 절대 못 본다며 뒷다리를 잡고 늘어지는 꼴이었다.
일단 신진의 국산화 목표가 대세와 동일한데다, 늘 공정성을 강조해온 군납이었으니 대세에 우선권을 줄 수는 없었다.
“하는 수 없지. 둘 다 해보라고 해!”
“두 업체를 경쟁시키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럼 어쩌나? 미국과 협상 잘한 대가로 대세에 아세아 자동차를 넘겨줄 건가? 아니면 반반씩 뜯어서 나눠줄 건가? 군용 트럭을 만들어오면, 국산화와 품질 모두를 비교해서 이기는 회사가 아세아 자동차를 인수하게 해. 그럼 공평한 거 아닌가!”
“예, 알겠습니다. 각하.”
나정렴 비서실장은 얼른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난감한 표정을 감췄다.
대통령 말대로 한다면 신진 자동차가 월등하게 유리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대세가 기술력으로 출중한 기업이라도 해도 자동차에선 초짜인데, 도요타를 뒷배로 둔 신진을 이길 가능성은 없어 보였다.
대세로선 아세아 자동차를 거머쥘 절호의 기회를 눈앞에서 날리게 생겼다.
주한미군 철수 협상에서 그리 고생했는데…
“트럭을 만든다고 시설투자를 하게 된다면 이기는 기업이 진 기업의 시설을 인수하게끔 조율해줘. 그래야 지더라도 큰 손해가 없지.”
“예, 각하.”
대통령도 대세가 질 것으로 예상하는 건가. 그답지 않게 패한 기업의 편의까지 챙겼다.
‘대세도 자동차엔 사업운이 안 닿은 모양이지.’
이번에 아세아 자동차를 인수하지 못한다면 굳이 대세에 자동차 사업 인허가를 내줄 필요도 없어 보였다. 정치권에서 중복 투자니, 특혜니 하며 공격할 것이 뻔했으니까 말이다.
고생한 대가는 배려해주고 싶었지만, 대통령은 언제나 국가 전체를 놓고 저울질 했다.
냉정하게 보면 자동차 국산화를 하는 게 중요하지, 누가 국산화를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신진이 이번 건으로 자극받아 국산화에 본격적으로 나서면 되는 것이다.
비서실장은 대통령 집무실을 빠져나왔다.
“실장님, 어찌 되었습니까?”
밖에서 기다리던 염원철 제2 경제수석이 대뜸 결과를 물었다.
“휴우, 둘 다 시제품을 만들어보라고 하시네. 국산화와 안정성 모두를 보시겠다고 말이야.”
“… 아휴, 대세가 많이 섭섭해하겠군요.”
“이 사람아, 군용 트럭은 군인들 생명이 걸린 일인데 사심이 끼면 어쩌나? 원칙대로 하라는 말씀이시네. 당연한 거야.”
비서실장은 자신에게 말하듯 염 수석을 다그쳤다. 염 수석도 그 말뜻을 충분히 이해했다.
“그럼, 군용 트럭 입찰 공고를 내겠습니다.”
“그리하게.”
공고를 내봐야, 입찰자는 딱 둘일 것이다.
대세와 신진 자동차 말이다.
국산화 40%에 아세아 자동차 인수 건이 맞물렸으니, 그 둘 외에는 여력이 있는 기업이 없었다.
***
다음날, 호남 여수.
“여기가 제일알루미늄인가요?”
“예, 그렇습니다.”
기 비서가 길을 잘못 들었을 리 없었다.
그런데 어째 공장 분위기가 알루미늄 제련 공장 같지가 않았다.
제련 공정이라면 24시간 내내 공장이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야 하는데 너무 조용했다.
“들어가 봅시다.”
“예, 사장님.”
일단 미리 연락은 했으니 불청객은 아니었다.
공장 분위기가 너무 어두웠고, 생각보다 크기도 작았다. 생산 캐퍼가 영 부족할 것 같아 실망스러웠다.
“계십니까?”
“어디서 오셨습니까?”
“대세 우찬수 사장입니다. 여기 사장님 좀 뵈러 왔습니다.”
“헉! 대세 사장님이 정말 오셨네. 어서 오십시오. 이리로, 이리로.”
사무실 빌딩의 입구에 직원이 있었고, 내 이름을 밝혔더니 화들짝 놀랐다.
내가 직접 찾아올지는 예상 못했던 모양이다.
“아이고, 어서 오십시오.”
계단을 올라가자니 사장으로 보이는 이가 뛰어와 나를 반겼다.
중간중간 사무실과 창문 너머 공장을 봐도 바삐 움직이는 이가 없었다.
분명 직원들이 출근을 하긴 했는데, 공장이 멈춰버린 느낌이라고나 할까?
“반갑습니다. 대세 우찬수입니다. 바쁘신데 제가 방해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유, 무슨 말씀을… 잘 오셨습니다. 저는 안석진 이사입니다. 이쪽으로 가시죠.”
음? 안석진 이사? 사장은 없나?
나는 명함을 교환한 뒤, 그를 따라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제일 바쁘신 분이 이런 시골 회사까지 직접 방문하셨습니까?”
안 이사는 손수 차를 타서 내게 권했다.
많이 궁금했던지 찻잔을 내주며 찾아온 이유부터 물었다.
“최근 대세는 자동차 부품에 대해 관심이 많습니다. 제일알루미늄이 국내에 몇 없는 알루미늄 제련회사라고 해서 찾아왔습니다. 자동차 부품 중에 알루미늄도 꽤 쓰이지 않습니까.”
“아. 그러셨군요. 저희도 실은 아세아 자동차에 알루미늄 주물을 납품하는 게 목표였는데 아세아 자동차도 저리되고, 우리 회사도 사정이 녹록지 않다 보니 국산화는 엄두도 못 냈습니다.”
안석진 이사는 차를 들이키곤 쓴웃음을 지었다.
“무슨 이유로 사업 목표를 포기한 겁니까?”
사업 목표가 부러졌다는 말은 부도 직전이라는 말이다. 예상대로 목표를 달성해도 여차하면 쓰러지는 게 사업인데, 예상보다 못하면 어찌 버티나.
“보시는 바와 같이, 저희는 고작 17000톤 캐퍼 밖에 안되는 소형 제련 공장입니다. 가동률 100%를 넘겨도 흑자가 될까 말까인데, 가동률이 50%도 안됩니다. 주물부품은 엄두도 못 내고 잉곳이나 만들어 팔면서 겨우겨우 버티는 수준입니다.”
일단 두 가지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설마 했는데, 생산 캐퍼가 2만톤도 안되다니.
게다가 가동률 50%라면 치명적이었다.
“공장 가동률이 고작 50%라고요? 우리나라 직원들이야 누구보다 열심히 하려고 할 텐데요.”
“직원들에게 문제가 있는 게 아닙니다. 알루미늄 제련은 전기가 많이 드는데, 정전을 밥 먹듯 하니 공장을 돌리려야 돌릴 수가 없는 겁니다.”
“미친! 대체 한전은 뭘 한답니까? 알루미늄 제련 공장에 전기를 끊어버리면 어찌합니까? 죽으라는 소리잖습니까.”
알루미늄은 제련을 전기분해로 하고, 정련도 전기로를 이용한다.
특히 알루미늄은 공기 중에 노출시 산화에 워낙 민감해서 전기로에서 녹여 주괴(ingot)를 만들 때도 시간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한다.
“그러게 말입니다. 정전으로 인한 설비 수리 비용, 폐기 처분한 원소재 등등, 그간 피해액만 3억 가까이 됩니다.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지요.”
“3억이라고요?”
이런 작은 회사에서 생돈 3억을 날리면 부도는 당연한 일이었다.
“상대가 한전이면 어쨌든 돈을 받아낼 텐데, 한불전력과는 아예 협상이 안되더군요. 예전 사장님도 일찌감치 손 털고 나가서, 저희 직원들만 남아 새 주인을 기다리며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습니다.”
어쩐지 이사가 나를 맞이하더라니.
여기 사장이 공석이었군.
와중에 받아낼 돈 3억이 있으니 그나마 은행이 회사를 유지하고 있을 뿐, 순수 적자였다면 벌써 경매에 붙였을 것이다.
안 이사는 마치 나를 구세주 보듯 바라보았다.
“한불전력이라고요? 사장이 누굽니까? 당장 법정에 세워야지요.”
“그게 문제입니다. 주인이 알스톰(Alsthom)이라는 프랑스 회사입니다. 외국 법인이라 소송이 아주 어렵습니다. 피해자가 수두룩한데도 말입니다.”
“프랑스 전력 회사라…”
이 시대엔 한전만이 아니라 프랑스 회사도 전기를 팔았군.
여천 석유화학단지도 차관을 많이 들여오긴 했나보다. 민간 전력회사마저 유치하다니.
갈프사 위주로 돌아가는 울산 석유화학단지의 경쟁자로 칼텍스 위주의 여천 석유화학단지를 만든 전략 자체는 아주 훌륭했다.
하지만 그것도 미세 관리를 잘해야 빛이 나지.
“한불전력이 여천 공단 전체에 전력을 공급합니다. 공단이니 당연히 공장이 많은데 석유화학 공장이 정전되면 피해액이 엄청나니, 전압이 조금 떨어진다 싶으면 저희처럼 만만한 공장부터 전기를 끊어버리는 겁니다. 그러고선, 변압기에 까치가 집을 지었느니, 누가 연을 날리다 전깃줄 합선을 일으켰다느니 별 소리를 다하더군요. 빌어먹을 새끼들. ”
양아치가 따로 없네.
전압에 문제가 있으면 설비 증설을 해야지.
자칭 선진국이라고 하는 놈들이 만만한 후진국에선 사기를 엄청 쳐댄다.
여하튼, 이곳의 주인이 되려면 그놈들부터 족쳐야 하는 거네.
3억을 받아내면 공장 인수는 물론 공장 확장도 가능할 것이다.
< 170 : 물갈이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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