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172)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172화(172/589)
< 172 : 함성과 괴성 >
“이제 어디로 가실 겁니까?”
염원철 수석이 물었다
“원래는 아세아 자동차를 좀 둘러볼까 했는데, 군납 결과로 인수권이 결정된다니 방문해도 될까 모르겠습니다.”
원래는 인수를 전제로 미리 업무 협의를 좀 할까 했는데 말이다.
“괜찮으시다면 제가 안내해드리죠. 제가 거기 아는 사람이 꽤 있습니다.”
염 수석이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그래요?”
“제가 우리나라 최초의 자동차 회사인 시발 자동차 출신이었다고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제 후배들이 잔뜩 포진하고 있습니다.”
동료들을 방문한다는 핑계로 갈 수는 있겠군.
하긴, 누가 청와대 경제수석 비서관이 방문한다는데 안된다고 하겠나. 염 수석이 나서주면 나야 고마운 일이지.
“그럼 소개 좀 해주시죠. 아세아 자동차 인프라와 기존 개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으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모쪼록 꼭 인수하길 기원하겠습니다. 일이 이리 꼬여서 정말 죄송합니다.”
염 수석이 내 손을 꼭 잡고 또 같은 말을 반복했다.
“너무 걱정마십시오. 열심히 하다 보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습니까? 그보다 아세아 자동차 자금 사정을 좀 알 수 있을까요? 아무리 궁금해도 직원들에게 그걸 물어볼 수는 없어서 말입니다.”
“아! 그건 보고서가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염 수석은 자신의 관용차로 들어가더니 보고서를 들고 나왔다. 마침 가지고 있었던 모양이다.
청와대 비서실 자료 같은데, 내게 줘도 되는 건가? 준다면야 안 받을 이유는 없지.
산업은행 부채 53억, 외채 2113만불, 누적 적자 7억 5천만원… 이야, 대단하네.
“부채가 엄청나군요.”
“그나마 조정한 겁니다. 외채 원금 상환과 이자 부담이 너무 커서 산업은행이 내자로 빚을 바꿔줘서 그 정도입니다. 내버려 뒀으면, 눈덩이처럼 늘어났을 겁니다.”
외채가 양날의 검이라고 하는 이유다.
아무것도 없는 우리나라가 산업에 투자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지만, 악순환에 한번 빠지면 그간 벌었던 돈마저 이자로 날리게 되거든.
평균 인플레가 10%를 훌쩍 넘으니, 차관 이자율이 7% 정도라고 해도, 대충 영업 이익률이 20%까지 가야 겨우 적자를 면할 수 있다.
“상환 연장은 가능합니까?”
“그게 안 돼서 부도 처리를 한 겁니다. 솔직히, 올해 우리나라가 상환해야 할 외채 원리금이 2억 7천만 불이 넘습니다. 게다가 요즘 원유와 자잿값이 하도 올라서 외환 가득률이 60%까지 떨어졌지요. 웃돈을 주고 상환연장을 할 상황이 못됩니다.”
알고는 있었지만 수치로 들으니 확 와닿네.
하긴 미국발 인플레 영향은 후진국일수록 더욱 크게 작용한다.
작년의 수출 총액이 7억불이니, 올해는 10억불을 넘긴다고 해도 그중에 2억 7천만 불은 곧바로 외국 은행으로 나가는 거다.
게다가 외환 가득률이 60%라면 10억불을 수출해도, 원자재 수입과 필수 경비를 빼면 우리나라 몫은 6억불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이거 빼고 저것 빼면… 이야… 미국에서 18억불을 안 뜯어냈으면 나라 살림이 정말 힘들었겠군.
‘중동 진출을 서둘러야 할지도 모르겠네.’
자동차를 빨리 제 궤도에 올려놓고 나는 중동을 좀 일찍 뚫어봐야겠다.
대세가 원래 역사대비 수억불만 더 벌어들여도 70년대는 훨씬 쉽게 넘길 테니까 말이다.
대세가 한국기업인 이상, 대한민국호가 순항해야 대세도 순항하는 거다.
“부채야 그렇다손 치고, 군용 트럭 예산은 얼마입니까? 알려주시면 투자에 반영하죠.”
다소 민감한 질문이었지만 염 수석은 지체없이 답변해주었다.
“군용 트럭은 연간 400대 정도, 군용 지프는 연간 200대 수준으로 교체할 겁니다.”
“총 600대면 그리 크지는 않군요.”
“그래도 승용차 모델 하나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작 600대로 회사를 유지하기는 불가능하다.
군납은 그냥 인허가를 받기 위한 수단이며, 목표는 픽업트럭의 북미 수출로 잡는 게 옳았다.
“알겠습니다.”
“사실 그 교체 사업마저 미국에서 지원하는 한국군 현대화 자금이 들어오기에 가능한 겁니다. 우 사장님의 공이 지대한데…”
“그 얘기는 그만하시고요. 가시죠.”
“예, 제가 앞장 서겠습니다.”
염 수석이 먼저 출발하고 기 비서가 그 뒤를 따랐다.
***
아세아 자동차.
“아이고, 송석형 부장. 이게 얼마 만이요.”
“아유, 선배님. 어쩐 일로 연락도 없이 이리 오셨습니까?”
“무슨 일은 무슨 일이겠어? 인수자가 되실지도 모르는 분을 모셔왔지. 미리 후배님이 눈도장 찍으라고 말이야.”
염 수석은 후배를 불러내서는 농담부터 했다.
서로 선후배라고 하는 걸 보니, 예전 직장 동료거나 대학 동문인 것 같았다.
“대세, 우찬수 사장입니다.”
“아이고, 우 사장님이 여길 다… 송석형입니다. 개발부장을 맡고 있습니다.”
송 부장은 직장인답게 인사와 함께 명함을 내밀었다. 아세아 자동차엔 개발팀이 따로 있었군. 나름 국산화를 해보려고 했었나보다.
“추운데 여기서 이러면 어째. 송 부장, 얘기는 안에 가서 하자고.”
“예, 예! 어서 안으로…”
송 부장은 우릴 건물 안으로 안내했다.
주인이 산업 은행으로 바뀐 회사이기에 사장 자리는 공석이고, 임원들도 죄다 잘렸다.
어쩔 수 없이 사무실은 칙칙한 분위기였고, 송 부장은 그런 사무실을 재빨리 지나쳐 비어있는 임원실로 들어갔다.
“우 사장님. 정말 아세아 자동차를 인수하십니까? 대세 조선처럼 화끈한 투자만 해주신다면, 저희도 얼마든지 잘 할 수 있습니다.”
송 부장은 내게 차를 권하며 투자 얘기를 했다.
“이른 말씀입니다. 대세는 아직 인수 자격이 없습니다. 군용 트럭부터 만들어야 하거든요.”
“예에? 군용 트럭이라고요?”
“송 부장, 그건 내가 설명하지.”
얘기하기 좋아하는 염 수석이 나를 배려해선지 아세아 자동차 인수전을 간략히 설명했다.
“… 그렇게 된 거군요.”
“신진한테 인수 당하기 싫으면 대세를 힘껏 도와야 해. 솔직히 신진이 인수하면 설비만 인수할 거 아닌가.”
염 수석의 말에 송 부장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일제 부품으로 조립만 하는 신진 자동차가 이곳 직원들을 탐낼 이유는 없었으니까.
한마디로 신진이 여길 인수하면 밥그릇 깨지는 사람들이 수두룩할 거다.
“빌어먹을… 신진이 무슨 자동차 회사입니까? 그냥 자동차 조립 공장이죠. 도요타 하청이 감히 아세아 자동차를 넘보다니, 세상 참 더럽군요.”
송 부장 같은 기술자들에겐 일본 기술에 의존하는 신진의 사업 모델은 전혀 달갑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쉽게 돈 버는 방법인 건 확실했다.
“비공식적이라도 우리 대세를 도와준다면 신진에 대항할 수 있습니다. 특히, 군용 트럭 관련해 개발 자료들이 있다면 좋을 텐데 말이죠.”
자동차 개발을 맨땅에서 시작하면 수백 명의 엔지니어가 최소한 4~5년은 고생해야 비로소 제대로 된 제품이 나온다.
하지만 기본 모델이 있고, 그걸 개선하는 수준의 일이라면 100여 명의 인력을 투입하면 몇 개월 안에 시제품은 충분히 제작 가능하다.
“송 부장, 몇 년 전만 해도 아세아 자동차는 국산 군용 트럭을 개발하고 있었지 않나. 그 자료를 우 사장님께 드려. 아주 큰 도움이 될 거야.”
염 수석이 옆에서 나를 두둔했다.
역시 군용 트럭 개발 이력이 있었다.
원래 아세아 자동차는 국산 군용차를 생산하기 위해 창립된 회사였으니까.
“개발 이력이 있긴 한데…”
“설계도만 있어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설계도를 만든 것까지는 아니고, 기존의 피아트 626 트럭의 설계도와 실물을 분석해 국산 제품을 만들어보려 했는데 실패했습니다.”
“피아트 트럭 설계도라고요?”
이탈리아 피아트사(社)가 트럭도 만드나?
설마 2차 세계대전 때 썼다던 그 트럭?
“예, 지금에야 기술 용역 계약이 끊어졌지만 초창기 때야 협업을 했었지요. 200만불이나 주고 엔진을 제외한 차체 설계도도 받긴 했는데, 돈 낭비에 불과했습니다. 에휴… 2차 세계대전 때 쓰던 구닥다리 트럭 설계도였으니 사기 당한 거죠.”
이런 재수가 있나.
2차 세계대전 때 썼다면 일단 기본 프레임은 검증된 것 아닌가. 게다가 엔진이야 우리 시제품을 쓰면 될 것이고 말이다.
“사기든 뭐든 어서 보여드려. 우 사장님의 손을 거치면 뭐든 명품이 된다고, 이 사람아.”
“잠시만요. 그게, 어디에 있더라? 여기도 한 부가 있었는데… 아, 여기 있군요.”
송 부장은 임원실의 책장을 뒤져 두툼한 책자 하나를 내게 건네주었다.
‘뭐야? 포터형 트럭이잖아!’
운이 따랐다.
밴 플린트 장군에게 받았던 사양서 중에 지프차는 아주 쓸만했지만, 트럭은 악어처럼 대가리가 앞으로 툭 튀어나온 형태여서 조금 아쉬웠다.
헌데, 피아트 트럭은 21세기 포터형 트럭과 자체 모양이 거의 흡사했다.
딱 내가 원하던 트럭 디자인이었다.
물론 눈앞의 책자는 설계도라기보다 차체 사양서에 가까웠다.
웬만한 기술자라면 이 책자로는 역설계를 할 엄두도 나지 않겠지만, 내겐 심재홍 과장이 있지.
그에게 맡기면 게임 셋이었다.
“이거 실물도 있다고 하셨나요?”
“있긴 한데, 하도 오래돼서…”
“뭐해, 송 부장. 어서 보여드리지 않고. 당장 가자고, 당장!”
염 수석이 송 부장의 등을 떠밀어 밖으로 나갔다.
***
“저 놈인가 보네. 멀쩡하구만!”
“선배님, 페인트칠만 그렇지 속은 다 썩었습니다. 가져올 때부터 반쯤은 썩어 있었는데요.”
구석진 곳에 있는 창고로 들어갔더니 얼룩무늬가 선명한 트럭이 한 대 세워져 있었다.
사양서대로 포터처럼 앞이 밋밋했다.
화물트럭이든 버스로든 활용 가능한 차체였다.
“이걸 수정하려고 했던 거야?”
“예, 등화관제용 조명을 설치하고, 전후 범퍼를 보강하고, 견인 장치를 달고, 기관총 부착용 브래킷을 설치했죠. 결과적으로 헛수고였지만.”
“뭐가 문제였습니까?”
듣자 하니 주요 동작 분야는 만질 생각조차 안 했던 모양이다. 스스로 기술이 없다고 한계를 지어버렸으니, 할 수 있는 게 없었으리라.
그 당시의 개발 보고서를 봐도 별 도움이 될 것 같진 않았다.
“일단 미국 군사 스펙(MIL)이 무리였습니다. 시속 60km로 70cm 장애물을 넘어야 하고, 비포장도로를 포함한 주행시험이 3만km라니 도저히 안 되겠더군요. 결국, 군용차를 포기하고 승용차 시장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때 쓰던 피아트 트럭으로 MIL 스펙을 통과하기란 쉽지 않지.
3만km 주행 시험은 물론, 모래 지역 주파, 도하 시험, 급경사 등판, 견인 능력 시험 등등 웬만한 차는 시험 한 번 하면 폐차장으로 직행한다.
그런데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고 해도 포기가 너무 빨랐네. 개발자가 그러면 되나.
했던 일이 죄다 수박 겉핥기에 불과했다.
아세아 자동차가 이리 나자빠진 이유가 딴 데 있는 게 아니었다.
역시 회사는 대세 출신이 맡아야겠어.
“이 트럭 제가 좀 빌려 갈 수 있을까요?”
“이런 구닥다리 트럭이 도움이 되겠습니까?”
도움이 되다마다. 사양서가 있지 않나.
이 트럭과 사양서, 그리고 대세의 엔진을 조합하면 국산 모델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밴 플린트 장군이 준 부품 사양서도 참고하고 말이다.
“실패도 자산입니다. 빌려주시면 제가 다시 한번 되짚어보지요.”
“하하하, 우 사장님께 빌려주고 대여료 받아.”
“아이고 무슨 대여료요. 서류상 폐기 처분된 자산이니, 가져가셔도 아무런 문제 없습니다. 그런데, 가져가실 수는 있으시겠습니까?”
염 수석 덕분에 일이 빠르게 진행되었다.
실물 트럭까지 생겼으니 개발이 훨씬 편해질 거다.
“제 차에 매달고 가죠. 여기 견인 고리도 있군요.”
옆에서 듣고 있던 기 비서가 대번에 차를 몰고 와서는 트럭을 엮었다.
다행히 트럭 바퀴는 잘 굴러가서 내가 차를 몰고 기 비서가 트럭 핸들을 잡았다.
21세기라면 경찰서로 잡혀갈 일이었지만, 70년대답게 나는 꾸역꾸역 트럭을 창원의 연구소까지 끌고 갔다.
***
대세 종합기술원.
“군용 트럭 시제품을 만드신다고요?”
“예, 그렇습니다. 이왕이면 미제와 일제를 능가하는 국산 트럭을 만들고 싶군요.”
내 말에 황 소장님은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스스로 방산 산업에 나섰으니 말이다.
“사장님, 이 트럭을 기준으로 만드실 겁니까?”
심재홍 과장이 피아트 트럭을 쓰다듬으며 담담한 표정으로 물었다. 올 것이 왔다는 듯 말이다.
여태 그는 꾸준히 디젤 엔진을 연구해왔다.
그걸 장착할 첫 제품은 차량이 되었든, 선박이 되었든 마음의 준비를 했을 것이다.
“이 피아트 트럭에 우리 엔진을 얹고, 미군 트럭의 장점을 합쳐야겠어요. 일단 내구성과 등판능력을 높이려면 타이어를 좀 키우고, 축간거리(앞바퀴와 뒷바퀴 거리)를 줄여야 할 거 같습니다.”
“그 말씀은 기어 비율을 모두 바꾸고, 차축 관련 부품을 전부 바꾼다는 뜻입니까?”
“맞아요. 이대로는 MIL 스펙의 주행 시험에서 바로 탈락입니다. 도요타 군용 트럭과 한판 붙을 건데 그래선 곤란하죠.”
“일본 자동차 회사와 경쟁하는구려.”
“예, 황 소장님. 도요타를 이겨야 아세아 자동차를 인수해 자동차 사업을 할 수 있습니다.”
내 말에 황 소장님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대세의 최고 마스터가 불타올랐다.
“우 사장, 내 이거 꼭 이기고 싶구려. 도와주시게. 어디 가지 말고, 여기서 같이 하십시다.”
“네. 그럴 참입니다.”
땡땡땡땡땡!
나는 연구소 입구에 걸린 황금종을 쳤다.
우리 대세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였다.
기쁜 일이 있을 때도 치고, 이처럼 급하고 중요한 일이 있을 때도 쳤다.
“와아아아! 황금종이다.”
“무슨 일이지? 무슨 일이야?”
직원들이 대번에 몰려들었다.
“사장님이 도요타랑 한판 붙는데요!”
언제 복귀했는지 주영길 교수가 크게 소리를 질러 분위기를 잡았다.
“뭐, 도요타?”
“시벌, 뭐야. 그 놈들이 덤볐어?”
“다들 조용히! 사장님께 주목!”
대세는 건설로 시작해서인지, 연구원들조차 약간은 다혈질이었다.
황 소장이 고함을 지르고서야 조용해졌다.
“오늘부터 우리 대세 종합기술원은 한시적으로 비상사태를 선포합니다.”
“와아아아아!”
미친 인간들.
비상사태라는 말에 함성부터 터져 나왔다.
“우린 다음 달 말까지 도요타를 압살할 국산 군용 트럭을 만들어낼 겁니다. 설계, 부품제작, 조립, 신뢰성 시험까지 해야 하니 잠잘 시간도 없을 겁니다. 각오 되셨습니까!!!!”
“크아아아아아아!!!”
함성이 더 커졌다.
이건 뭐, 숫제 괴성이었다.
“다들 외쳐요! 우린 할 수 있다!!!”
“우린 할 수 있다아아아!!!”
“와아아아아아!”
< 172 : 함성과 괴성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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