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174)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174화(174/589)
< 174 : 쫄리면 뒈지시던지 >
“이만큼 오는데도 떨림도 없고 매연도 안 나다니요, 우와, 사장님.”
“정말 신기할 정도구려. 역시 우 사장은 만능이구려. 만능.”
주 과장과 황 소장님이 내 옆에서 계속 칭찬을 해댔다. 국밥 먹으랴 칭찬하랴 트럭 보면서 감탄하랴 아주 바빴다.
“감탄 그만하시고 식사들 하세요. 국밥 식겠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 또한 기분이 좋았다.
일부러 회사에서 멀리 있는 국밥집으로 왔는데, 비탈길을 오르는 힘도 좋고 승차감도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최고 속도인 시속 90km로 한참을 달렸는데도 전혀 떨림이 없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이제 두 발 뻗고 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간 고생 많았어요. 심 과장.”
늘 진중한 심 과장마저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이번만큼은 그도 기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던 모양이다.
하긴, 부품 하나 추가로 달아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었으니 얼마나 기쁘겠나.
“그런데 사장님, 정말 신기하긴 합니다. 오일 세퍼레이터 부품 하나 더했다고 이렇게 엔진이 깔끔해지다니 말입니다.”
“그래서 자동차는 극한의 양산기술인 겁니다. 작은 노하우가 품질을 크게 좌우하는 거죠.”
“결국 자동차를 많이 만들어보고 많이 고쳐본 회사가 이기는 사업이군요.”
“바로 그거에요.”
“그거라면 자신 있습니다.”
심 과장이 천직을 찾은 것 같았다.
하긴 내가 봐도 자동차는 심 과장에게 딱 맞는 일이었다.
“저도 자신 있습니다.”
“저두요!”
옆에 있던 연구원들도 저마다 숟가락을 치켜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래서 성공을 해본 이들이 성공하는 거다.
첫 번째 성공이 어렵지, 그다음부터는 맨땅에 헤딩했을 때도 성공했는데 이걸 못하겠어? 하며 자신을 다독거릴 수 있거든.
“이제 해볼 만 하다는 생각이 들죠?”
“예에에에!!”
대답 소리가 우렁찼다.
“성능 경쟁까지 보름 정도 남았군요. 이제부턴 미세 튜닝에 집중해 주십시오. 그간 실험했던 데이터와 경험치를 모두 보고서로 남겨둬야 하고요.”
이번에 얻은 데이터와 경험은 두고두고 대세 자동차의 자산이 될 것이다.
“할 수 있습니다. 화이팅!”
“화이팅!”
연구원들이 스스로 으샤으샤했다.
국산 자동차를 같이 만들어냈다는 동질감이 연구원들을 끈끈하게 묶었다.
“황 소장님, 미세튜닝이 끝나자마자 주행시험과 등판 시험도 해봐야 합니다. 거기서 발생하는 문제는 밤새워서라도 고쳐야 합니다.”
이미 황 소장님이 자동차 시험장 건설을 완료했다. 웬만한 차는 몇 번 굴리면 대번에 퍼져버릴 정도로 울퉁불퉁한 도로가 연속되는 가혹 시험용 트랙이었다.
“허허허, 염려 마시게. 내가 볼 때 저 트럭은 앞으로 더 좋아졌으면 좋아졌지 문제는 일으키지 않을 거야.”
“저도 그리 생각합니다만, 성능 경쟁에서 절대 밀리면 안되니 끝까지 집중해서 사전 검증까지 마쳐야 합니다.”
“그리 해야지. 암, 그렇고 말고.”
우리 대세는 다른 회사와 달리 비교적 이른 시간에 품질 개념을 갖춘 회사다.
그러니 이런 대화를 하는데 위화감이 없었다.
타사 직원이라면 실제 상황에선 일어나지도 않을 가혹 시험을 왜 하냐고 하겠지만, 대세 직원들은 일단 뭐든 깨질 정도로 굴려보고 거기서 개선점을 찾아야 한다는 걸 벌써 알고 있었다.
솔직히 개발용 엔진을 몇 개나 깨 먹었다고 칭찬해주는 회사가 대한민국에 흔하겠나.
“사장님, 이거 군납만 하는 게 너무 아까운데 정말 수출하면 안됩니까?”
주 과장이 다른 연구원들을 대신해 질문했다.
다들 궁금했던지 마구 들이키고 있던 국밥을 잠시 멈추고 집중했다.
“하긴 해야죠. 헌데, 지금 모델은 너무 오버 스펙이에요. 적당히 일반 화물용 트럭으로 다운그레이드도 시켜야 하고 엔진도 MAN사에 라이선스를 받는 게 좋을 것 같군요.”
지금 군용 트럭은 이윤을 무시하고 성능 위주로 만든 제품이었다.
6기통 엔진에 출력이 200마력이며, 차체도 ‘프레임 온 바디’ 형태로 범퍼조차 무적이나 다름없고, 무엇보다 온갖 군데를 크로몰리 특수강으로 도배해서 재료비가 너무 비쌌다.
솔직히 전봇대는 물론 웬만한 트럭과 충돌해도 흠집 하나 나지 않을 것이다.
“차량 가격이야 당연히 낮춰야겠지만, 엔진은 순수 우리 국산 아닌가? MAN사 라이선스는 왜 받으려는 건가?”
황 소장님이 진중한 표정으로 물었다.
정말 당장이라도 수출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우리야 심 과장이 슐츠나 MAN사 심지어 미국 장갑차 디젤엔진까지 참조해서 완전히 새로운 엔진을 만들었다는 걸 알죠. 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그걸 인정해 줄까요? 이 부품은 저 회사 거, 저 부품은 이 회사 거 베꼈다고 생각하겠죠.”
슐츠와는 포괄적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으니 문제없고, 미국은 디젤 엔진 종주국이 아니니 이슈가 생기면 대응하면 되지만, MAN사는 경우가 다르다. 추후 선박용 발전기 엔진도 염두에 둬야 하니 이번 기회에 라이선스를 얻는 게 좋겠다.
“그래도 베꼈다는 건 사실이 아니지 않은가.”
“사실이든 아니든 수출할 때 뒷다리 안 잡히려면 미리 라이선스 계약을 해둬야 합니다. 후진국의 비애라고나 할까요.”
실제로 우리나라가 선박 엔진이든 자동차 엔진이든 처음 개발했을 땐 울며 겨자 먹기로 여러 선진사들에게 로열티를 냈다.
엔진을 베낀 게 아니라 이런저런 점에서 차별성이 있다고 온갖 엔진 회사에 가서 브리핑을 해야 했고 말이다.
“후진국의 비애라… 하긴, 보고 참고한 것도 기술을 훔친 거라고 하면 할 말은 없군.”
“너무 억울해하지 마십시오. 차기 버전에서 외국산 엔진을 압도하면 자연스레 독자 기술로 인정받게 되니까요.”
차근차근 우리만의 엔진 기술을 특허로 제출하며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면 되는 것이다.
언젠가는 크로스 라이선스를 넘어 로열티도 받을 수 있을 거다.
“그리 되는 건가? 그럼 문제없지. 어느 시장이든 처음 들어가면 가입비는 내는 거 아닌가.”
“예, 가입비 같은 겁니다.”
옳은 말이다.
우리가 라이선스 소송을 우려한다는 것 자체가 세계 시장에 도전한다는 의미니까.
그리고 그 라이선스 비용도 그다지 비싸지 않을 거다. 이 시대엔 승용차 휘발유 엔진에서 경쟁이 치열할 뿐, 디젤 엔진은 살짝 뒷전이거든.
게다가 한국의 초짜 회사가 독자 디젤 엔진을 만든다고 누가 생각이나 하겠나.
심지어 한국 기계도 MAN사 디젤 엔진 라이선스를 가지고 있는데 말이다.
한국기계와 같은 조건으로 라이선스 계약을 하거나, 이래저래 여의치 않으면 찬밥 취급인 한국기계를 인수해버려도 된다.
그러고 보니 한국기계도 신진 계열사네.
“여하튼 사장님, 이제 우리는 준비되었으니까 신진 쪽은 어쩌는지 알아봐야 하지 않을까요? 신진은 부품업체를 통해 우리 쪽 염탐하려고 엄청 난리던데 말입니다.”
“주 과장. 그럴 시간 있으면 1시간이라도 더 자요. 기껏 해봐야 도요타 부품으로 조립하는 게 전부일 겁니다. 시간 낭비일 뿐입니다.”
“맞아. 우리가 신진도 아니고 뭔 염탐인가? 대세는 정면 돌파하는 회사라네!”
“자자, 국밥 다 드셨으면 목욕이나 하러 갑시다. 오랜만에 때 좀 벗기고 사람 모습을 갖춰야죠!”
나도 이제 서울로 올라가서 청와대가 부르면 달려갈 준비를 해야 한다.
올라가는 길에 조선소도 들러서 명명식 준비가 잘 되고 있는지도 살펴야 하고 말이다.
서면 보고를 받긴 하지만, 직접 보고 살피는 게 최선이었다.
“크하, 오늘 목욕탕 하수구 막히면 어쩌지?”
“탕에 들어가면 그냥 녹아버릴 것 같아.”
“갑시다. 일은 내일 다시 시작하고 오늘 하루는 다들 푹 쉬자고요.”
“와아아아아!”
씻고 쉬자는 말에 직원들이 벌떡 일어나 목욕탕으로 달려갔다.
목욕탕 아주머니는 거지꼴을 한 사내들이 백여 명이나 한꺼번에 몰려드니 깜짝 놀랐다.
한 달 넘게 샤워는커녕 세수도 제대로 못 한 이들이라 그럴 만도 했다.
“아주머니, 부탁 좀 드릴게요. 우리 직원 전원이 갈아입을 속옷이랑 양말 좀 사다주세요. 남는 돈은 가지시고요.”
나는 지갑에 있는 돈을 넉넉히 집어 아주머니에게 건넸다.
“아유, 대세 직원이시구나. 수고 많은 분들인데 당연히 사다 드려야지요. 어서 들어가세요.”
“감사합니다.”
기름때에 절어있어도 어딜 가나 대세 마크가 찍힌 작업복은 효과가 있었다.
***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
“이봐, 그러고 보니 내일이 대세와 신진이 겨루는 날 아닌가?”
대통령은 서류에 서명하다가 불쑥 나정렴 비서실장에게 물었다.
“예, 각하. 그렇습니다. 안 그래도 오늘 두 회사를 불러 사전 점검을 할 생각이었습니다.”
“우 사장이 온다는 건가? 언제 불렀나?”
“오늘 11시에 정부 청사에서 회의가…”
“뭐야? 곧 온다는 말이잖아. 왜 내게 보고를 안 했어? 청와대로 바로 불러!”
대통령은 둘 다 청와대로 호출했다.
대통령도 대세의 자동차 진출에 대해선 솔직히 신경이 쓰였다.
자신이 직접 신진과 대세를 경쟁시키라고 지시했지만, 대세가 별다른 반응도 없이 경쟁을 받아들인 것부터가 의외였다.
경쟁이 될 리 없으니 자동차 사업 인허가가 취소된 것이나 마찬가지라, 다른 요구조건을 가지고 독대를 청할 줄 알았더니 말이다.
***
잠시후, 청와대 접견실.
“아니, 실장님. 대통령님께서 직접 호출하신 이유가 뭡니까?”
“나도 잘 모르겠군. 각하께서 사전점검까지 직접 챙기실 줄이야.”
염 수석과 나 실장이 나와 신창수 사장을 앞에 두고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말을 주고받았다.
모르긴 왜 몰라?
대통령이 괜히 미안하니까 그러지.
나보고 자동차 사업을 포기하고 다른 사업권을 제안하라고 기회를 주는 거지.
물론, 나는 그럴 생각이 전혀 없고 말이다.
“크하하, 신진이 이길게 뻔하니 대세한테 포기하라고 말씀하시려는 게지요. 창원에 시설 투자를 꽤 한 것 같던데, 내게 넘길 생각이나 하시오.”
어쭈 염탐했다더니 탐이 났던가?
아서라, 장비며 시설재며 아세아 자동차 공장으로 고스란히 옮겨갈 거니까.
“이봐요, 신 사장. 지금 한 말 잘 기억해둬요. 내일 똑같이 돌려줄 테니.”
“허, 이 작자가… 설마 이길 생각이라도 하는 건가? 꿈 깨!”
“각하, 입장하십니다!”
“헙!”
접견실 문이 열리자 대통령이 뚜벅뚜벅 걸어와 우리 앞에 섰다.
“양쪽 다 준비는 되었나 보군. 표정만 보면 다들 자신 있는 모양이군.”
“신진이 어째서 국내 자동차 업계 1위인지 진면목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대세의 군용 트럭을 보시면 생각이 달라지실 겁니다.”
“그래, 둘 다 믿는 구석이 있겠지. 여하튼 국산화 계획은 어찌 되나?”
대통령은 실무자처럼 기본 조건을 물었다.
“신진은 J500에 대하여 올해 말까지 국산화 40%를 달성할 예정입니다. 여기에 자세한 내용이 있습니다.”
신 사장은 준비했던 계획서를 내밀었다.
대통령은 그걸 눈앞에서 직접 읽었다.
“현재 국산화율은 24%이군. 2달 전엔 21%라더니 그새 3%가 오르긴 올랐군.”
“한 달에 1.5%씩 올리면 연말엔 40%는 문제없습니다. 기필코 달성하겠습니다.”
연말이면 딱 국산화율 40%를 달성하겠군.
명목상 국산 부품을 쓰긴 쓰겠지.
극히 일부 물량만 국산화 40%로 생산해서 혜택은 챙기고, 대부분은 일제 부품으로 생산하겠지.
뭐, 신경 쓸 것 없다. 신진이 군용 트럭을 납품할 가능성은 전혀 없으니까 말이다.
“대세는 어떠한가?”
“현 시제품의 국산화율은 48%입니다. 부품 국산화는 꾸준히 하되, 양산 품질이 미흡한 국산 부품은 승인을 취소할 수도 있으니 올 연말까지 최종 국산화율은 대략 50%로 예상됩니다.”
“50%!!!!!”
“허헉, 정말입니까. 우 사장님.”
“염 수석, 각하 앞이네.”
“헙!”
염 수석이 대통령 앞인 걸 잊을 정도로 엄청난 숫자였다.
솔직히 나도 실적을 종합하기 전까진 시제품 국산화율이 48%나 될 줄은 몰랐다.
그런데, 연구원 전원이 미친 듯이 달려드니 어이없는 숫자가 나왔다.
“그럼 국산화율은 대세가 이긴 건가?”
“그렇습니다.”
“아, 아닙니다. 대세가 국산화 50%라면 우리 신진도 50%를 할 수 있습니다. 기술 개발은 보수적이어야 하는데, 대세가 업계 초짜라 마구 지르는 것에 불과합니다.”
신 사장은 대통령 앞임에도 주저함이 없이 날 헐뜯는 말을 내뱉었다.
여태 저렇게 경쟁자를 밟고 성장해 온 건가.
“그래, 국산화야 추이가 중요하니 기본은 만족했다고 보자고. 그럼 성능 시험은 어디서 하나? 어느 군부대에서라도 하는 건가?”
“각하, 그게 아니고 경인 고속도로를 달려서 성능 시험을 할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경인고속도로? 무슨 소리야! 군용 트럭은 완전 무장 병력 24명을 싣고, 105mm 곡사포를 견인하면서 60% 경사를 오를 수 있어야 하는 거야!”
대통령은 대뜸 고함을 지르며 나정렴 비서실장을 타박했다. 국회의원들이 주장하는 바를 고대로 읊었다고 혼나는 것이다.
안 그래도 항의하려고 했던 사안이었는데, 대통령이 먼저 나서주니 일이 쉽게 풀리는군.
“대통령님, 그런 미 군사 스펙을 검증할 수 있는 시험장을 대세에서 만들었습니다. 거기서 시험하면 어떨까 합니다.”
“뭐라? 시험장을 만들었다고?”
“비포장도로 주행 모사, 70cm 장애물, 그리고 60% 경사로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도로 경사도 60%는 31도 수준의 비탈길이다.
국내 도로의 허용 기준은 최대 17%이니 일반 도로에서 시험하려야 할 수가 없다.
“아니, 적진에서 시험하라는 겁니까? 그런 경우가 세상에 어디 있답니까? 실제 도로를 달려봐야지요. 실제 운행 검증인데 말입니다!”
신 사장은 어지간히 다급했던지 대통령 앞에서 내게 삿대질을 하며 소리쳤다.
뭐야, 반응이 왜 그래? 도요타가 그 정도까진 신뢰성 보장을 안 해줬던 모양이지?
하긴, 군용 차량은 오버 스펙 중의 오버 스펙이니 제대로 만들려면 돈이 좀 깨지지.
“MIL 스펙에 등재된 가혹 평가입니다. 전세계 군용 트럭의 표준이니 거기서 끝장을 봅시다. 먼저 퍼지는 쪽에서 깔끔하게 사업 접는 걸로 합시다.”
“지금 내게 협박이라도 하는 거야?”
뭔 협박? 이거 뭔가 쫄리는 게 있나 보네.
“협박? 웃기는군. 쫄리면 사업 접으시던지.”
“뭐… 뭐라고? 말이면 다야!”
신 사장이 당황했다.
“어디서 하든, 그게 뭐라고 언성을 높여! 대세 시험장에서 성능 검증해. 내가 직접 보겠어. 두 회사 트럭 중 어느 하나 멈출 때까지 돌려!”
“예, 각하! 그리 시행하겠습니다.”
대통령의 말에 신 사장이 한 마디도 못하고 쭈그러들었다.
< 174 : 쫄리면 뒈지시던지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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