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179)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179화(179/589)
< 179 : 서열 정리 >
“하청을 맡기려 한다니요. 퉁 회장님의 물량이라 가와사키에서 특별히 기술협력을 해드리려 했더니, 이거 실망입니다.”
엄청 선심이라도 쓰듯 기술협력을 해주겠단다.
웃기고 있네.
기술협력이라면 내가 절이라도 할 줄 알았나?
이제 대세도 첫 번째 선박을 성공적으로 건조했으니 기술협력 해줄 곳은 많다.
내 눈은 일본 밖으로도 향해있다고.
“그래요? 하청을 굳이 기술협력이라 부르길 원한다면 그리 해주죠. 대신 외주 제작비는 두둑하게 주십시오.”
“뭐… 뭐라고요? 기술협력을 해주겠다는데 돈을 내라고요? 무슨 소립니까?”
“무슨 소리라뇨? 우리 회사 인프라와 인력을 이용해 자기 물건을 만들려고 하면서 돈도 안 낸다고요? 적어도 500만불은 받아야죠.”
하청을 맡기면서 돈도 안주면 그건 사기야.
기술 협력 따위가 아니라고.
“기술협력이 뭔지 모르십니까? 배를 만드는 기술을 알려주겠다고요. 그것도 아주 싼 값에 가르쳐주겠단 말입니다.”
“뭘 가르치겠다는 겁니까? 저기, 우리가 건조한 26만톤급 유조선이 안 보입니까? 게다가 지금은 유조선을 찍어 내기만 하면 그 즉시 팔리는 시국입니다. 이런 호황기에 가와사키의 감시까지 받아가며 배를 만들어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내가 그래야 하는 이유를 한 가지라도 대보십시오.”
“한국은 기술력이 딸리지 않소이까. 우리 가와사키가 기술협력을 해줘야 퉁 회장님의 배를 만들 수 있소이다. 우리가 부품을 납품해주지 않으면…”
“가와사키가 납품을 거절해요? 그럼, 다른 데서 가져오면 그뿐이에요. 내가 그러길 바랍니까?”
“… 아, 아니… 그런 말씀은 아니고…”
얼마나 한국이 얕잡아봤기에 갑을 관계를 착각하고 지랄인가.
대세조선은 조선사, 가와사키는 부품사다.
수틀리면 까짓거 부품업체는 바꾸면 그뿐이다.
널린 게 부품업체다.
“그리고 솔직히 가와사키가 월드 베스트 조선사입니까? 기술만 따지면, 미국 샌디에이고 조선도 있고,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회사와도 교류가 있습니다. 솔직히, 일본 조선사를 견제하자고 설득하면 백이면 백! 손을 잡을 겁니다.”
“그… 그렇게까진 하진 않으시겠죠. 일본이 바로 옆에 있는데…”
현재 서구 조선업계는 일본 조선업계를 견제하느라 난리다. 우리가 그걸 지렛대로 이용하면 기술협력을 끌어내는 건 문제도 아니다.
“하하, 우메다 회장님이 지셨습니다. 솔직히 제 생각에도 대세조선의 실력이면 우리가 원하는 배는 무난히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퉁 회장이 창밖으로 멀리 실루엣으로 보이는 1호선을 가리키며 웃었다.
“물론입니다. 저희는 로이드 선급이 요구하는 품질을 100% 달성하고 있고, 영국 애플도어사가 보증하는 기술 매니저들을 고용해 직원들을 교육하고 있습니다. 3개월마다 국가 공인 2급 기능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요.”
“국가 공인 기능사까지! 어쩐지 품질 수준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원하시는 사양만 말씀해주시면 저희 기술자들이 설계도를 꾸며서 직접 월드와이드쉬핑사와 논의하겠습니다. 믿고 맡겨주십시오.”
영국 유조선 도면에서 수정해가면 된다.
우리 기술자들은 대세조선 1, 2호선을 겪으며 설계 수정에 대해선 꽤 실습을 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립니다. 한국이 무슨 설계 능력이 있다고 고객을 직접 대응합니까? 가와사키 중공업 정도의 실력은 되어야 하는 겁니다.”
“자꾸 실력 타령하실 겁니까? 우리가 설계 능력도 없이 저런 VLCC를 1년 3개월 만에 건조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그것도 조선소를 동시에 지어가면서 납기와 품질을 맞췄는데, 기술력을 여기서 더 어찌 증명하죠?”
“이… 이런…”
내 말에 우메다 회장은 우물쭈물할 뿐 뭐라고 답변하지 못했다.
누가 봐도 우리 대세가 한 일은 기적이었거든.
세계 조선사에서 전무후무한 일이다.
“우 사장님 말씀이 백번 옳습니다. 대세조선의 기술력은 충분히 인정할 만 합니다.”
“무슨 한국 조선사를 인정까지…”
퉁 회장마저 내 편을 들고 나서니, 우메다 회장이 급했던지 본심이 튀어나왔다.
“우메다 회장! 남의 잔칫집에서 자꾸 이럴 거요? 다음 수주부턴 가와사키 부품도 수입 다변화를 생각해봐야겠군요.”
“아아, 오해 마십시오. 우 사장님. 그런 뜻은 아니었습니다. 언짢으셨다면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우메다 회장이 훅하니 허리를 숙였다.
참 일본은 독특하긴 해.
뭔가 정중하게 부탁하면 거드름부터 피우고, 오히려 고자세로 내려다보면 납작 엎드리는 게 일본의 비즈니스 문화다.
어쨌든 지금처럼 서열 정리만 끝나면 일본 업체와는 한결 일하기 편해진다.
“퉁 회장님 앞이니 사과는 받도록 하죠. 대신 비즈니스는 비즈니스이니, 퉁 회장님… 잠시 저와 따로 얘기하시죠. 저희 설계도를 좀 보여드리고 말씀드렸으면 합니다.”
“허허, 그럴까요?”
“아니, 우 사장님. 이런 법이 어딨습니까.”
“사양을 논하기 전에 기존 설계도부터 보여드리려고 하는 거 아닙니까. 같이 보시게요? 그럼, 가와사키 표준선 설계도도 보여주시던가!”
“그런 말이 아니잖습니까. 퉁 회장님은 내가 물고 온 손님인데… 헙!”
급기야 우메다 회장이 말실수를 했다.
내 반응이 워낙 예상 밖이라 능구렁이 같은 우메다 회장도 여간 당황한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물고 왔다고? 우메다 회장. 내가 물고기요?”
“아아, 그런 뜻이 아닙니다. 오해 마십시오. 퉁 회장님.”
“우 사장님. 어서 갑시다. 에이!”
이래저래 언짢았던지 퉁 회장은 훅하니 자리를 떨치고 일어났다.
“이쪽입니다. 퉁 회장님.”
난 퉁 회장을 VIP룸으로 안내했다.
퉁 회장은 기분이 상한 척 했지만, 내가 하도 자신 있게 나서니 내심 발주해도 될 것 같다는 계산이 선 것이다.
***
영빈관 VIP룸.
“오, 영빈관에 이런 곳이 다 있군요.”
“보안 상 VIP에게만 개방되는 곳입니다. 일단 목부터 축이시죠.”
나는 퉁 회장에게 위스키를 한잔 권했다.
VIP룸에는 간이 바와 우리가 건조한 26만톤 유조선 모형은 물론, 해당 설계도, 그리고 각 제작과정에 대한 공정 순서도를 벽에 액자로 전시해뒀다.
대통령이 영빈관을 방문하면 설명을 해주려고 준비했는데 수주전에 먼저 쓰게 됐다.
“이게 26만톤급 유조선 모형인가 보군요.”
“이렇게 뚜껑을 들어 내부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자세히 보시지요.”
섬세한 3D 모형이라 구조를 살피기에 이처럼 좋은 것은 없었다.
“대단하군요 공간 효율이 높으면서도 아주 튼튼해 보입니다.”
“현재 기관실 의장은 대부분 수입품이지만, 저희 대세는 증기 터빈과 보일러, 발전기용 디젤 엔진에 대해서는 나름 기술이 있습니다. 저희 부품을 채용해주시면 선가에 적극 반영해드리겠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는 않군요. 선체는 몰라도 기관실은 가와사키의 기자재를 그대로 탑재했으면 합니다.”
시범 케이스는 되고 싶지 않다는 뜻이군.
하긴, 배 한 척에 회사 순익이 오락가락하는 선사로선 당연한 자세였다.
“기관실은 그대로 유지하고 싶다고 하시면, 대체 어떤 설계 변경을 요청하셨기에 우메다 회장이 저러는 겁니까?”
“선체를 2중으로 했으면 합니다.”
“2중 선체라고요? 설마… 원유유출 사고를 우려하시는 겁니까?”
뭐야? 70년대에 2중 선체 유조선을 만들어?
2중 선체는 알래스카 원유유출 사고 때문에 90년대에 들어서 법제화되었는데, 그런 리스크를 벌써 고려해? 대단한 양반인데?
“아, 기억하시나 보군요. 3년 전인가요. 영국 해안에서 토리 캐니언호가 좌초하면서 원유 10만톤이 유출된 사건 때문이지요.”
“… 10만톤…”
태안 원유유출 사고가 1만톤이었는데, 10만톤이라니… 그야말로 초대형 사고였네.
“네이팜탄으로 불태우긴 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합니다. 여하튼 그 일로 영국과 프랑스의 주요 관광지가 회복 불능이 되었죠. 그 때문에 작년에 원유유출사고에 대해선 선사의 책임을 가중하는 국제해양오염방지 협정이 만들어진 겁니다.”
아니, 1967년도에 그런 일이 있었으면 당장 2중 선체를 법제화 했어야지, 방지 협정 정도로 끝이야?
그걸 알래스카 원유유출 사고까지 겪고 나서야 법제화를 해?
영국이나 프랑스 관광지가 오염되어도 미적지근하다가, 동토라곤 해도 미국 땅이 오염되니 법제화를 했군!
“국제해양오염방지 협정이라, 그 때문에 2중 선체를 고려하시는 거군요.”
“그렇습니다. 미국과 영국 같은 선진국은 자국의 선박에 대해선 관대하면서 타국 무역선에 대해선 철저하죠. 이런저런 꼬투리를 잡혀 항구에 하루 이틀만 묶여 있어도 어휴, 손해가 막심합니다.”
무슨 말인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연료유가 새니 마니 시도 때도 없이 검사하고 어떨 땐 입항도 거부당하고 야단법석이겠군.
나야 태평양 운임 동맹인데다, 포틀랜드 지부로만 드나드니 이런 일에 둔감할 수 있었던 거네.
만만한 홍콩 무역선이 가장 타격이 크겠어.
“2중 선체는 여러 문제가 있습니다. 철판이 2배 가까이 드니 선가가 당연히 올라가고, 배 두께만큼 적하중량도 줄고, 배가 뚱뚱해져서 연비도 떨어집니다. 이래저래 손실을 따지면 꼬투리 잡히는 비용 못지않을 겁니다.”
“그 문제를 해결했으면 하는 겁니다. 23만톤 적하 중량은 유지하고, 최고 속도도 15노트를 만족하며, 연비는 기존과 동일, 선가도 톤당 140달러 이내로 했으면 합니다.”
아주 어려운 주문을 하고 있었다.
이러니 가와사키가 두손 두발 다 들고 우리에게 하청을 주려고 했군.
성능 따윈 모르겠고, 그냥 부품만 팔겠다는 의도로 말이다.
나야 21세기 기술을 쓰면 해결 가능하지만, 그걸 싼값에 해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톤당 140불이면 리바노스의 톤당 125불에 비해서는 유리한 편이긴 하다. 거기다 VLCC 4척이면 두 번째 수주 물량으론 아주 훌륭하고 말이다.
하지만, 2중 선체에 들어가는 강재값을 따지면 이대로 수주를 받으면 대박이라고 할 수 없었다.
더 질러야 한다.
“23만톤이라면 척당 3220만 달러군요. 하지만, 선박 건조에 들어가는 강재는 26만톤급 못지않습니다. 적어도 3800만 달러는 받아야 합니다.”
“3800만 달러라고요? 한국에서 만드는 선박이 그리 비싸면 누가 발주를 하겠습니까?”
“3800만 달러에 퉁 회장님 사양을 맞춰줄 수 있는 회사는 대세밖에는 없을 것 같군요. 그리고, 솔직히 하루라도 더 빨리 배를 인도받아서 원유를 실어나르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최근 물동량은 원유, 석탄, 철광석 할 것 없이 연 7%씩 급등하고 있다.
미국발 인플레 조짐이 보일라치면 중진국과 후진국은 달러로 사야 하는 전략물자부터 비축해두고자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으흠, 사양을 맞출 수 있다고요? 그 말씀은 적하 중량과 연비를 맞출 수 있다는 말씀입니까?”
“물론이죠. 우리 대세의 26만톤급 설계면 2중 선체라고 해도 적하 중량 23만톤은 나오고, 속도나 연비야 선형(船形) 설계를 잘하면 해결되는 거 아닙니까.”
아주 간단한 설계로 해결 가능하다.
“사양 맞춘다고 약속하신 겁니다!!! 그런 조건이라면 척당 3800만 달러는 당연히 드려야죠!”
어라, 내가 3800만불을 불러도 오케이네.
역시 사양은 좀 낮추고, 선가는 조금 올려줄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네.
그럼, 여기서 한 가지만 더 질러보자.
“그런데 제한 조건이 있습니다.”
“제한 조건이라고요?”
“별거 아닙니다. VLCC 4척을 거의 동시에 인도해드리려면 도크를 하나 더 파야 합니다. 큰돈이 드는 일이라, 선수금으로 3000만 달러는 지급해주셨으며 합니다.”
“… 4척을 거의 동시에… 허허…”
기쁨과 당혹이 교차했다. 고민스럽겠지.
4척을 거의 동시에 인도하겠다는데 말이다.
물론 2척부터 건조를 시작한다는 가정 하에 선수금을 760만불로 생각하고 있었다면, 선수금을 거의 4배나 올려야 하는 격이었다.
“가와사키와 기술 협력 하는 조건이라면 수락하지요.”
오케이, 물었어!
“그건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입니다. 가와사키는 그런 사양이라면 터무니없는 가격의 기술용역비를 요구할 테니까요.”
기술용역을 맺어봐야 별로 도와주는 것도 없을 텐데, 뭐 하러 돈 낭비하나.
“그럼, 제가 어떻게 안심할 수 있겠습니까? 제 선박은 그리 쉬운 선박이 아니지 않습니까.”
아무래도 우리 대세는 너무 초짜다 이거군.
“반드시 성공한다는 믿음을 드리지요.”
“믿음을 주신다고요?”
“해당 유조선을 저희가 용선하겠습니다.”
“우 사장님이… 용선을?”
“제겐 해운사가 있거든요. 대세 해운!”
퉁 사장에게 내 히든카드를 내밀었다.
“헉, 해운사도 보유하시고 계십니까?”
물론 7척밖에 없지만, 해운사는 해운사다.
“제가 빌려 쓸 선박인데, 제대로 만들지 않겠습니까? 운항 중에 멈추거나, 사양대비 연비가 떨어지면 결국 제가 손해 볼 것 아닙니까.”
“하하하하! 우 사장님! 원더풀! 원더풀!”
퉁 회장은 내 손을 잡고는 기뻐서 어찌할 줄을 몰랐다.
당연한 반응이었다.
선주로선 누군가에게 배를 빌려주고, 용선료를 받는 게 최상의 비즈니스니까.
건물주도 직접 장사하는 것보다 상가 임대료를 받고 골프치러 다니는 걸 훨씬 좋아하지 않나.
심지어 배를 인도 받자마자 용선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시나리오는 없었다.
“여기 계약서에 특약을 적으시면 저희가 설계 검토를 마쳐 직접 방문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때 부품 수급 계획까지도 보여드리죠.”
“하하하, 그리 하시지요.”
내가 배를 빌려가는 조건을 특약으로 집어 넣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었다.
내가 스스로 문제를 일으킬만한 저급 부품을 장착할 일 따윈 없을 테니까 말이다.
쓱쓱쓱.
퉁 회장은 VIP룸에 비치된 계약서에 요구사양과 특약을 적더니 흔쾌히 서명했다.
***
“퉁 회장님… 이제 내려오십니까?”
“하하, 많이 기다렸나요. 우메다 회장님.”
“어째, 우 사장과 얘기는 잘 나누셨습니까?”
아래층 파티장으로 향하니 우메다 회장이 계단 입구에서 초조한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물론이죠. 계약까지 한 걸요.”
“예에, 계약까지요?”
계약을 했다는 퉁 회장의 말에 우메다 회장의 눈이 동그래졌다. 느낌이 싸했겠지.
“아, 이거 어쩌나… 계약서에 기술협약이라는 말이 죄다 빠져버렸군요.”
내가 계약서를 눈앞에서 흔들어 보여줬더니, 우메다 회장의 낯빛이 볼 만해졌다.
칼자루는 완전히 내게 넘어왔거든.
“우 사장님, 모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물론이죠. 부품 견적 다시 넣어주십시오. 기존 1, 2호선에 들어간 부품가에서 얼마나 신경 쓰시느냐에 따라 채용 여부가 결정될 겁니다.”
< 179 : 서열 정리 > 끝
ⓒ 푸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