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181)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181화(181/589)
< 181 : 우리는 갑이다 >
2주 뒤, 우린 떠날 준비가 되었다.
“사장님, 모두 모였습니다.”
“들어오라고 하십시오.”
변 부장이 직접 선발한 기술도입 특공대였다.
화물선용 각종 기자재와 항해기기 관련 기술도입을 계약하러 떠나는 이들이었다.
외국어 능력은 기본이고, 협상 관련 교육도 집중적으로 시켰다. 그간 이들은 자료 조사와 교육으로 잠도 제대로 못 잤을 것이다.
척. 척. 척.
다들 기대와 열정으로 눈빛이 불타올랐고, 급조하긴 했지만 어디에서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세련된 헤어 스타일과 패션이었다.
“다들 이번 기술협약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알고 계시지요?”
“예, 그렇습니다. 탈 일본! 기술도입 다각화! 기술 수요자가 기술 공급자보다 우선이다!”
“좋아요. 잘 알고 있군요.”
“감사합니다.”
교육의 효과가 확실했다.
기존 일본 중심의 부품 수급에서 벗어나 서구 부품 업체를 끌어들이면 기술 이전의 폭과 깊이가 달라질 것이다.
그럼 부품 국산화 속도는 훨씬 빨라진다.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확인하죠. 라이선스 계약의 마지노선은 무엇이죠?”
“완제품 라이선스 계약은 절대 불가. 부품 단위로 라이선스 계약 체결! 로열티는 공장도 가격의 3% 이내가 되어야 한다! 이상입니다.”
“좋군요. 준비가 잘 되었습니다.”
“송구합니다만, 계약 조건을 그리해야 하는 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특공대 대표가 내게 물었다.
부품 단위로 로열티를 주면 전체 로열티는 올라가니 이상하게 여겨지겠지.
교육을 담당했던 변 부장도 그것에 대해선 만족할만한 답변을 못했던 모양이다.
“우린 완제품에서 부품을 순차적으로 국산화하는 전략을 사용할 겁니다. 싼 맛에 완제품으로 로열티를 주면, 우리가 수정한 부품마저 남의 것을 베꼈다고 시인하는 꼴입니다. 부품을 개선하고 또 개선해서 우리 제품이 원제품의 성능을 압도할 때 국산으로 규정해서 팔 겁니다.”
“부… 부품을 개선하다 보면 어느 순간 100% 국산품이 된다는 말씀이군요.”
“그렇습니다. 나사부터 시작해서 구동축, 기어, 회로 기판 등등 뭐든 개선할 수 있습니다. 상대가 부품 단위 계약을 거부하면, 당장 그 자리 털고 일어나 다른 회사로 가십시오. 알겠습니까!”
“예! 알겠습니다!!!!”
특공대들이 이제 제대로 알았다는 듯 목소리가 확실해졌다.
“기술 도입 업체는 많다는 걸 잊지 말고, 우리 계약 조건을 관철하십시오.”
“할 수 있습니다. 믿어 주십시오.”
각오가 대단했다.
“믿습니다. 각자 맡은 바 기술 협약에 성공하면 나이지리아로 합류하십시오.”
“알겠습니다!”
“다들 외쳐요. 우리는 갑이다!”
“우리는 갑이다!”
“화이팅!”
“화이티이이잉!”
우린 손에 손을 얹고 화이팅을 외쳤다.
각자 비행기와 배를 타고 도쿄, 홍콩, 싱가포르를 거쳐 사방으로 흩어졌다.
***
영국 런던, 대세 영국 지사.
“이게 얼마 만입니까, 우 사장님.”
“그간 잘 지내셨지요. 롱바텀 회장님.”
나는 미리 롱바텀 회장과의 면담을 요청했다.
롱바텀 회장은 흔쾌히 애플도어 본사가 있는 스코틀랜드 글래스고에서 런던까지 와주었다.
“그런데 무슨 일로 영국까지 직접 날아온 겁니까? 명명식에 참석 안 했다고 항의하러 온 것은 아니겠지요?”
“그럴 리가요. 참석 여부를 떠나 유조선 건조의 1등 공신이신데 말입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군요. 요즘 하도 호황이라 선박 계약이 많아서 말이지요.”
미국발 인플레로 각국이 전략물자를 사 모으다 보니 물동량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었다.
중개 수수료가 주된 비즈니스인 애플도어로서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것이다.
“사실 그 때문에 회장님을 뵈러 왔습니다. 혹시 나이지리아 다목적 화물선 건을 아십니까?”
“… 그걸 우 사장님이 어떻게… 그건 저희 업계에서도 일급비밀인데 말입니다.”
롱바텀이 내게 비밀로 했다는 뜻은 유럽 조선사들끼리 담합했다는 뜻이다.
선박 수주는 정보 수집이 우선인데, 이 시대 대한민국은 아프리카에 제대로 된 공관도 없었고, 기업의 해외 지사는 더더욱 없었다.
즉, 내가 비빌 구석이라고는 롱바텀 회장이 유일했다. 낸시나 밴 플린트 장군도 이번 건만큼은 정보가 없을 것이다.
“어쩌다 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이거 참 난감하군요. 안 그래도 덴마크 해운사에서 일본 조선소로 정보가 유출돼서 난리가 났었는데 말이죠. 이거, 대세까지… 담합 입찰은 물 건너갔군요.”
롱바텀 회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불법 행동인 담합 입찰을 계획했다고 털어놓는 걸 보니, 나이지리아 건을 중개할 생각은 방금 포기한 것 같았다.
“일본 조선사가 끼어들었다면 유럽 조선사는 가격 경쟁력에서 밀려 승산이 거의 없어진 거네요. 어차피 판이 어그러졌으면, 대세가 끼어도 상관 없지 않습니까?”
“하긴, 그 말도 옳군요.”
“이왕 일이 이리 되었으니 저를 도와주십시오. 솔직히 일본 조선사보다야 제가 낫지 않습니까?”
유럽 선사들끼리 담합하려다가 대한민국과 일본이 끼어든 형국이었다.
이미 애플도어로선 담합 중개라는 비즈니스가 망가졌으니, 내게 빚을 지우는 게 훨씬 나을 거다.
“어떻게 도우면 될까요?”
“낙찰을 위해서 공략 포인트를 조사해두셨을 텐데, 그 정보를 제게 좀 알려주십시오.”
“그래야죠. 하지만, 애플도어가 그걸 조사하는데 공이 많이 들었다는 걸 알아주십시오.”
“당연히 대가는 드려야죠. 말씀해보시죠.”
롱바텀 회장은 아주 장사를 잘하는 이다.
결코 내게 무리한 부탁은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호황이 향후 몇 년간은 지속되겠지요. 그러니, 애플도어가 중개하는 선박에 대해선 대세가 우선하여 건조한다는 약속을 해주면 좋겠군요.”
대세조선에도 나름 유조선 실적이 생겼으니, 발주를 중개할 생각을 하고 있었군.
나이지리아 화물선은 아니라고 해도 말이지.
“당연하죠. 중개 수수료도 잘 쳐 드리겠습니다.”
나는 애플도어사에 기술 용역료와 유조선 중개 수수료로 이미 200만불 가까운 돈을 지급했다.
서로에 대한 신뢰는 충분했다.
“좋습니다. 정보를 제공하지요. 대신 애플도어가 도왔다는 것은 대외적으로 비밀입니다.”
당연한 요구였다.
유럽 조선사의 담합입찰이 망가진 상황인데, 자칫하면 애플도어가 정보를 누출한 것처럼 오해받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고 보니 맥파젠 영애가 내게 정보를 유출한 이유도 알 것 같았다.
일본 조선사를 견제하는 목적도 있었지만, 이런 유럽 조선사의 담합도 달갑지 않았던 거다.
역시, 쉘사다운 행동이었다.
“알겠습니다. 일단 어떤 회사들이 입찰에 참여하는 지 알았으면 합니다.”
“한두 업체가 아니니 적어드리죠.”
롱바텀 회장이 펜을 들어 회사명을 적기 시작했다. 영국, 서독, 스웨덴, 일본 등등 수두룩했다.
다른 회사는 경계할 필요도 없고, 가장 가성비가 뛰어난 일본 조선사를 살폈다.
미쓰비시, 미쓰이, 이시카와 중공업이 입찰에 참여했다. 가와사키 중공업은 보이지 않았다.
슬롯이 꽉 찼다는 말이 거짓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조선사들이 대거 참여하는군요. 선진 조선소는 지금 죄다 물량이 넘치지 않습니까?”
“다목적 화물선은 12000톤짜리로 크기는 작지만, 척당 1000만불이 넘습니다. 물량도 11척이나 되고요. 활주대나 소형 구식 도크에서도 건조할 수 있기에 웬만한 조선사라면 관심을 보일만 하죠.”
한마디로 인프라를 최대한 이용하기에 좋은 물량이라는 것이다.
하긴, 나도 영도 조선소의 구식 도크를 이용하려는 전략이지 않나.
“대충 상황은 알겠습니다. 그럼 공략 대상은 누굽니까?”
“로티미 아미치, 나이지리아 교통부 장관입니다. 항만청이 교통부 소속이라서요.”
“공략법은 어떻습니까? 취미나 뇌물 성향 등등 말이지요.”
“이렇다 할 공략법은 찾지 못했습니다만, 그가 가장 자랑스러워 하는 것은 알아냈습니다.”
“자랑스러워하는 거라고요?”
뇌물을 밝히는 성향은 아닌가 보다.
뇌물이 판치는 저급한 수주전이 되지는 않겠어.
“그는 옥스퍼드 출신입니다.”
옥스퍼드 출신이라…
하긴 나이지리아는 60년대 초까지 영국 식민지였으니, 영국 유학도 가능했겠지.
영연방의 일원이라 공용어가 영어기도 하고 말이다.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옥스퍼드를 나왔다면 콧대 하나는 기가 막히게 높겠군.
‘학연과 그의 자존심이 공략 포인트군’
자존심이 이상한 쪽으로 발현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귀족 문화를 겪었다고 자신이 귀족이라고 여기는 이가 간혹 있지 않나.
“만나는 것부터 쉽지 않겠군요. 다리를 좀 놔주시죠.”
“그건 어렵지 않습니다. 코킨스가 옥스퍼드 출신이니까요. 그의 추천장을 받아가면 면담은 문제없고, 그다음은 우 사장님 몫입니다.”
코킨스라면 바클레이즈 은행 부총재다.
조선소 차관을 얻는데 2등 공신은 되는 이다.
“하하, 인맥이 그리 닿는군요. 코킨스 부총재도 싫어할 일은 아니겠군요.”
“물론이죠. 우 사장님이 1억 달러가 넘는 수주를 노리는데 추천장이야 몇 장이든 써줄 겁니다.”
당연히 코킨스도 반길 일이었다.
국제 입찰을 하려면 입찰 보증금을 어딘가 예치해야 하는데, 이 경우는 최저 입찰가가 1억불이 넘는 대형 건수다.
규정상 입찰 금액의 10%를 예치하면 되지만, 관례상 경쟁자들이 정보를 빼낼 것을 감안해 충분히 많이 집어 넣는다.
경쟁자들이 내 입찰 금액을 유추할 수 있게 되면, 내 입찰은 실패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이 경우는 입찰가가 2억불을 넘지 않을 테니, 2000만불을 넣어두면 되는 것이다.
여하튼 바클레이즈 은행으로선 내 입찰 보증금을 몇 개월간 예치하게 되는 것이다. 수주에 성공하면 나이지리아 프로젝트의 주거래 은행 역할도 맡기겠다고 하면 적극 도와줄 것이다.
“좋군요. 자리 한번 마련해주십시오.”
“미룰 게 뭐 있습니까? 오늘 코킨스 부총재도 불러서 저녁 식사를 같이하시죠.”
롱바텀 회장과 바클레이즈 부총재가 친분이 깊으니 가능한 일이었다.
“서비스가 빠르고 확실하시군요.”
“애플도어는 고객님을 끝까지 책임지죠.”
“가시죠. 와인은 제가 고르겠습니다.”
와인을 고른다는 말은 곧 식사를 대접하겠다는 말이다.
템즈 강변의 레스토랑에서 저녁 식사를 했고, 코킨스는 레스토랑 테이블에서 추천장을 써서 건네주었다.
나는 바클레이즈 은행에 2000만불을 예치하는 것으로 화답했고 말이다.
다음날,
나이지리아엔 한국 공관이 없었기에, 나는 인접 국가인 코트디부아르로 향했다.
다행히 거기엔 한국 대사관이 있어, 나이지리아 입국에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한국 대사관에선 나이지리아 치안을 우려했지만, 그렇다고 입국을 포기할 순 없었다.
결국 나이지리아 임시 입국 허가서를 얻었고, 대사관에서 경호원까지 붙여줘서 나이지리아로 어렵사리 입국했다.
***
나이지리아 수도, 라고스.
“반갑습니다, 아미치 장관님. 대세조선 찬수 우라고 합니다.”
나는 호텔 스카이라운지 입구까지 나가서 나이지리아 교통부 장관을 맞이했다.
바클레이즈 은행 부총재의 추천장을 들이밀고도 사흘이나 기다려서 얻어낸 면담이었다.
“앉으시죠. 내 솔직히 옥스퍼드 동문의 얼굴을 봐서 나오긴 했습니다만, 비즈니스 얘기는 하지 않기로 합시다. 이 근처 유명 관광지를 소개해줄 테니, 며칠 푹 쉬다가 돌아가시오. 그게 시간 낭비를 줄이는 길일 겁니다.”
내 명함을 식탁에 올려놓고 챙기지도 않았다.
벌써 쉴드를 치고 나오다니… 대세조선엔 입찰 자격도 주지 않겠다는 의도가 분명했다.
“영국, 독일, 심지어 일본 조선소까지 입찰에 참여한다고 알고 있는데, 한국 조선사 하나 입찰에 추가된다고 크게 문제 되겠습니까? 저희에게도 기회를 주십시오.”
명목상 입찰 초청장을 줘야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초청장은 자격 미달의 어중이떠중이 조선사를 사전에 걸러내는 역할이라고 하겠다.
“뭐가 문제가 안 됩니까? 한국은 기본적인 기술력이 안되지 않소. 최저 입찰가를 적어내면, 건조 능력부터 따져야 하고 결정에 혼선만 초래할 뿐이오. 각처를 설득할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최저 입찰자에게 낙찰을 안주려면 근거를 대야 하는데, 그 절차가 번거롭다는 얘기였다.
“대세 조선도 최근 26만톤급 유조선을 성공적으로 건조했습니다. 기술력은 충분합니다.”
“무슨 소리! 탱크선과 다목적 화물선은 차원이 다릅니다. 크기가 유조선의 1/20도 안되는 화물선이 가격은 1/3에 근접하는 걸 보면 모릅니까?”
우려하는 것은 당연했다.
국영 해운사의 배가 저질이면 대형 사고지.
국민의 혈세를 낭비한 꼴이지 않은가.
“대세조선의 기술은 선진사 못지않습니다. 그리고 기술협력 계획도 완벽합니다. 검토하시면…”
“그만! 그만! 됐다고! 한국에 배를 맡길 바에야 차라리 우리가 직접 만들겠소이다.”
탁자까지 치며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면 안된다.
거절이 재차 반복되면 정말 입찰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이럴 땐 차라리 한발 물러나서 다른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스트레이트로 가드가 안 뚫리면 옆구리를 노려야 하는 게 비즈니스다.
“알겠습니다. 제가 깨끗하게 포기하죠. 대신 바클레이즈 부총재의 체면도 있으니, 제가 장관님을 좀 도와드리죠.”
“뭐요? 날 돕는다고?”
포기한다는 말에 이어 도와준다는 말까지 하니, 아미치 장관은 순간 어안이 벙벙해졌다.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의 잔에 와인을 채워주었다.
그리곤 쨍하니 잔을 부딪혔고, 자연스레 다가온 웨이터에게 정찬 코스를 주문했다.
어어 하는 와중에 아미치 장관도 식사를 주문할 수밖에 없었다.
식전주를 입에 대면, 정찬 코스를 시작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그게 영국식 예절이었다.
“같은 개발도상국으로서 진심으로 돕고 싶습니다. 저희에게 발주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최저 입찰가와 최단 납기를 제시하겠습니다. 아니, 원하시는 입찰가를 그대로 써내겠습니다. 저희를 선진 조선사를 압박하는 지렛대로 쓰십시오.”
“지… 지렛대로?? 아!!!”
잠시 고개를 갸웃하다가 아미치 장관은 뭔가 깨달았던지 황급히 와인을 들이켰다.
솔직히 나이지리아 입찰 정보가 제대로 보안이 지켜지겠나? 그럴 리 만무했다.
담뱃값 정도만 쥐여줘도 공무원들이 내부 문건을 유출할 것이고, 최저 입찰가와 납기는 공공연히 알려지겠지.
“선진사가 우리보다 좋은 조건을 제시해오면 해당 조선사를 선정하시면 됩니다.”
“그… 그렇지.”
“그럼 저는 입찰 때까지 관광이나 하겠습니다.”
“그… 그러시오. 내가 수행원을 붙여주겠소이다. 크흠.”
오케이, 됐어!
문 틈에 발을 걸쳤어.
< 181 : 우리는 갑이다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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