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186)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186화(186/589)
< 186 : 시원한 수박 한접시 >
성수동 대세 본사 사무실.
“그럼, 대세 그룹의 재무 현황을 보고 드리겠습니다.”
“각 계열사의 재무 현황은 보고서로 파악할 테니, 그룹 전체의 매출과 순익 위주로 알려줘요.”
“예, 회장님. 올해 7월 현재까지 그룹 전체의 매출은 4.55억 달러이며 영업이익은 1.21억 달러입니다. 영업 이익률이 27%로 제조업 회사로선 극히 양호한 결과라고 하겠습니다.”
그룹 전체의 대차대조표를 펼쳐 놓고 얘기를 시작했다. 7월까지의 취합 결과로는 매우 양호했다.
올해 12월까지 이때로 쭉 간다면, 매출 7억 달러를 무난히 돌파할 것 같았다.
‘올해 국가 총수출목표가 10억불 아닌가? 우리가 7억불을 달성하면 목표 초과달성 정도가 아니라 어닝쇼크 수준이겠는걸?’
물론, 국가 수출 목표 달성에야 도움을 줬겠지만 외화가득률을 생각하면 아직까진 샴페인을 터뜨릴 때는 절대 아니었다.
7억불이나 매출을 올려봐도 상당 부분 부품 수입과 차관 상환으로 빠져나가지 않나.
월급 받아봐야 잠시 돈이 통장에 머물렀다 빠져나가는 것이나 매한가지다.
“순이익은 어떻죠? 영업 이익률에 비하면 별로일 수 밖에 없겠지만 말이죠.”
“별로라기보다 투자가 과도합니다. 현재 순익은 3400만 달러 수준으로 순익률이 8%입니다. 차관 상환이야 어쩔 수 없다지만… 인천제철소, 대세정공, 비철금속, 자동차 등등 한꺼번에 투자를 너무 많이 하신 탓입니다. 이에 조선소 투자는 내년으로 미루셨으면 합니다.”
뒷장으로 넘기니 현재까지 순익이 3400만불 밖에 안된다고 엄청 굵게 표시를 해뒀다.
올해 말까지 예상 당기순익도 5800만불에 불과하다고 적혀 있었다.
내가 6000만불을 만들어두라고 했더니, 그래선 절대 안 된다는 소리를 하고 싶은가 보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것도 한계라는 뜻이군.
안돼, 투자해야 해.
오일쇼크 전에 최대한 투자해야 해.
그때가 되면 뭐든 가격이 배는 뛴단 말이야.
“유동자금이 3400만달러밖에 없다니…”
대세의 사업 확장세를 본다면 아슬아슬한 유동 자금이라고 할 수 있다.
“계열사 투자는 물론, 벌써 3개 업체를 인수하셨습니다. 심지어 유전탐사에만 2000만 달러나 쏟아붓고 계시지 않습니까. 솔직히 이번에 리바노스로부터 유조선 잔금을 받지 않았더라면 유동자금이 마를 뻔 했습니다.”
빌 베인은 내가 신진과 수성 조선소를 인수한다고 할까 봐 엄청 걱정이 되는 모양이다.
“우리 그룹은 투자를 멈추면 쓰러지는 제조업체입니다. 추가로 6000만불 정도는 투자해야 합니다. 그것도 올해 안으로!”
“회장님, 다시 한번 생각해주십시오. 국제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우리 그룹을 받쳐주는 대세 인터내셔널의 캐시 플로우에도 올해 말부터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왜요? 벌써 미국에서 섬유 쿼터제를 한다고 하던가요?”
“헉! 그걸 어찌 아셨습니까? 제 채널로 겨우 알아내 일급비밀입니다만…”
“작년에 월남전 전비지출도 최고를 찍었고 올해 미국의 경기 상황도 개판이니, 슬슬 무역 장벽을 높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미국 경기가 하락세로 접어들면 소비자가 싼 수입 물건만 선택하게 된다.
그럼, 미국 정부는 자국의 제조업이 도산하기 전에 당연히 무역 장벽을 높여야 한다.
그중 가장 손쉬운 방법이 저급한 물건을 원천적으로 배제한다는 명분으로, 기존 수입량을 기준으로 쿼터제를 실시하는 것이다.
총 수입량을 정해놓고, A국가는 몇 %, B국가는 몇 % 이런 식으로 말이다.
평소 자유무역 어쩌고저쩌고 하는 건 경기가 좋을 때나 하는 말이고, 정권도 바뀌었겠다 닉슨은 이 상황에서 당연히 무역 장벽을 높일 수 밖에.
“그러셨군요. 여하튼, 그런 상황에서 대세 인터내셔널의 현금 흐름성을 믿고 공격적으로 투자를 하시면 곤란하다는 게 저희 비서실의 생각입니다. 최소한 3000만 달러는 유동 자금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 수동적으로 대처하면 안됩니다. 공격적으로 연말까지 생산량을 두 배로 키워서 포틀랜드 창고에 쌓아둬요. 내년 물량까지 미리 생산한다고 생각하고 말입니다.”
“예에? 사장님, 내년이면 쿼터제가 실행될 겁니다. 재고 처리를 어찌하시려고요.”
“올해 말까지 미국 세관을 통과한 물량을 보고 미국 상공부가 쿼터양을 정해줄 거 아닙니까. 대세가 올해 확보한 잉여 쿼터를 내년에 다른 회사에 프리미엄 받고 팔아요. 북미 섬유 수출이 줄어드는 걸 벌충하고도 남을 테니.”
“헉!! 그런 아이디어를 어떻게…”
어떻게 알긴?
21세기 자본주의 과잉 적응자들이 발견한 편법을 보고 왔을 뿐이다.
70년대 미국 상공부도 이런 방식의 쿼터제 활용법은 예상 못할 테니 잘 사용해야지.
“그보다 달러가치가 하락하고 있는데 월가에서는 무슨 대책이 없답니까?”
“거기서도 심각하게 논의를 하고 있나 봅니다. 이대로 금태환제를 유지하다간 미국이 파산할지도 모른다는 비관론마저 있더군요.”
당연하지.
미국이 달러를 마구 찍어냈는데 다른 나라가 미친 척하고 모든 달러를 탈탈 털어서 35달러 = 금 1온스라는 원칙을 들이밀며 달러를 금으로 바꿔가면 미국은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되는 거다.
원래 역사에서도 닉슨이 전격적으로 금태환 정지를 선언함에 따라 변동 환율제가 시작되었다.
‘빌 베인도 이리 당황할 정도면 곧 미국 정부가 금태환제를 포기하겠군. 중동에 가긴 가야겠어.’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는 뻔했다.
금본위제가 붕괴하자 키신저가 사우디를 방문해 미국이 사우디 왕가의 안전을 보장하는 대가로 석유결제를 달러로만 하도록 만들었거든.
페트로 달러 결제체제, 또는 오일 달러 페그제라고 불리는 이 협약으로 미국은 달러를 다시 기축통화의 지위로 올렸고, 세계 경제에서 패권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솔직히 이 페트로 달러체제는 에너지 수출에 재정의존도가 높았던 소련을 고립시켜 동서냉전을 끝내게 만든 발판이 되었다.
사우디 근처에 얼쩡대고 있으면 반드시 대형 수주가 떨어진다.
미국이 사우디 왕가의 안전을 보장하려면 미군이 주둔할 기지 공사부터 해야 하지 않겠나.
“흐흠, 달러 가치도 계속 하락하니 부품을 직접 수입하는 것보단 국내 중고 시설재를 사는 게 낫겠습니다. 일단 신진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도요타가 철수한다는 소문에 벌써 자동차 업계 전체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한국 기계를 처분한다고 정부와 협의에 나선 정황이 포착되었습니다.”
인수한 지 불과 1년만에 다시 매물로 내놓으니 똥값이나 다름없겠지.
“정부에게 기존 부채를 탕감하는 조건으로 인수 의사를 전달하십시오.”
“회, 회장님… 한국 기계를…”
“MAN사 엔진 라이선스를 얻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큽니다. 1000만 달러 이하로 인수하세요.”
“…알겠습니다.”
한국 기계 인수가를 1000만불 이하로 한정하니 빌 베인이 어렵게나마 동의했다.
“수성 조선소는요?”
“이시카와 중공업이 수성과 합작을 포기했다고 합니다. 수성은 조선소 완공 계획을 75년도로 미룰 것 같습니다.”
“완공 계획을 5년 뒤로 미뤄요? 그럼 수주받은 배는 어쩌고요?”
“건조를 포기할 것 같습니다. 수성 조선소의 귀책 사유니 선주에게 위약금도 물어줘야 할 것 같고 말입니다.”
하긴 중공업 진출이 처음인 수성이 혼자서 조선소를 어찌 건설하나? 이시카와가 철수하면 조선소 건설 주체가 사라지는 것이다.
선박 건조 계약은 이시카와가 깬 것이나 다름없는데, 손해는 수성이 뒤집어쓴 꼴이 되었군.
이시카와야 여태 부품과 초기 시설재를 잘 팔아먹었을 테니, 지금 발을 빼도 큰 손해는 없을 것이다. 요번엔 아무리 일본과 가까운 수성이라고 해도 분통이 터지겠는걸?
이래저래 수성은 전자 쪽으로 올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겠군. 전자 산업이야 중공의 관심사가 아니니 주4원칙에서 다소 자유로우니까 말이다.
“수성과 접촉해서 시설재를 인수하십시오. 유동자금이 딸릴 테니 와중에 고마워할 겁니다.”
“시설재만… 맞습니까?”
“수성 조선소를 인수하자고는 안 할 테니 걱정 말아요.”
“예, 예! 회장님.”
보나 마나 수성 조선소는 건설을 중단하고 부평초처럼 떠돌게 될 것이고, 내버려 두면 둘수록 가격이 하락할 것이다.
내버려 두자. 몇 년 뒤에 인수하겠다고 나서면 땅값만 쳐줘도 되지 않을까 싶다.
“그럼, 한국 기계에 1000만불, 수성 조선소 시설재 구매에 수백만불, 그리고 나머지 4000만불은 대세 조선의 도크 건설, 의장 공장에 투자하도록 합시다. 아, 대세 자동차에도 투자해야겠군요. 이왕이면 군용 트럭과 지프를 제대로 만들어야죠.”
“회장님! 그러시면 안됩니다. 연말까지 벌어들일 순익을 깡그리 투자하시면, 자칫 유동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걱정 말아요. 돈은 내가 벌어올 테니까. 요르단에 가서 잔금도 수금해오고, 바레인에서도 추가로 일 거리를 받아올 겁니다.”
“해외로 나가신다고요?”
내가 중동을 다녀오겠다고 하니 빌 베인의 표정이 갑자기 밝아졌다.
내가 해외로 나가면 언제나 대박을 쳤으니 당연한 반응이다.
“그간 김춘석 부장의 파견이 너무 길었습니다. 교대도 해줄 겸, 중동 프로젝트를 한번 정리할 때가 되었습니다.”
“회장님께서 송금만 해주시면야 투자 집행이야 얼마든지 하고 말고요.”
빌 베인은 어렵고 힘든 실무 단계는 훌쩍 뛰어넘고 송금을 강조했다. 재무책임자다웠다.
“이번에 몇 명은 특진 시킬 테니 인사 발령을 챙겨주세요.”
“예, 회장님.”
나는 특진자 명단과 내가 없을 동안 국내에서 처리해야 할 일을 보고서 위에 쓱쓱 적어서 빌 베인에게 건넸다.
***
요르단, 아카바 항구.
“정말 감사합니다, 사장님. 한국 수박이 이리 맛난 과일인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아버지는 연신 함박웃음을 지으며 수박 한 접시를 눈 깜짝할 사이에 해치웠다.
다른 직원들도 구내식당에 모여 왁자지껄하니 수박을 즐겼다. 아카바가 개발이 될수록 대세건설에 대해서만큼은 요르단 정부가 편의를 봐주고 있었다.
“많이 드세요. 이제 요르단에선 과일도 세관 통과가 가능하니 종종 보내드리죠.”
중동 건설 현장에서는 최대한 수박을 많이 먹어야 한다.
중동에선 인체의 수분이 소변으로 배출될 겨를도 없이 땀으로 증발해버리기에 자칫하면 요로결석을 앓게 되는 것이다.
이럴 때 수박은 특효약이나 다름없다.
확실한 이뇨제라 그간 쌓였던 노폐물을 시원하게 소변으로 배출할 수 있거든.
우리 대세는 직원 한 명당 한 달 식비로 100불씩 지출할 정도로 신경을 쓰고 있지만, 한국에서 수송하는 과일은 특식일 수밖에 없다.
“이번 한 번이 아닙니까? 감사합니다. 사장님! 수박을 먹어서 그런가 힘이 펄펄 납니다.”
“그럼 가봅시다. 얼마나 변했는지 궁금하군요.”
“깜짝 놀라실 겁니다.”
나는 직원들과 함께 작업용 케이블카를 타고 바위산으로 올랐다.
펌프가 바닷물을 산 위로 끌어올리느라 거대한 파이프가 연신 웅웅거리며 울어댔다.
“어후, 이거 정말 대단하군요. 이게 내가 알던 아라바 계곡이 맞습니까?”
공사 초기만 해도 풀 한 포기 없던 아라바 계곡이 파릇파릇해졌다.
조금만 더 빽빽해지면 초원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았다.
“요르단 사람들도 칭송을 할 정도입니다. 성서에 나오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아직 담수화 시설이 본격 가동되지 않았을 텐데, 어찌 땅에다 물을 준 겁니까?”
“물을 뿌린 게 아닙니다. 바닷물을 대형 저수지에 가둬놓기만 해도 새벽마다 안개가 짙게 생깁니다. 그 안개 정도로도 풀이 이렇게 자라더군요.”
“이야, 놀랍군요.”
사막은 물이 없어서 그렇지, 땅 자체는 비옥하다는 말이 농담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물론 일부 시험 동작을 시작한 담수화 시설도 큰 도움을 되었고 말입니다.”
“으흠? 벌써 시험 동작을 시작했습니까?”
“예, 풍신금속에서 부품이 들어오고 난 뒤부터 공사에 가속도가 붙었습니다. 여기 요르단 정부가 매일 찾아오니 공사 진도가 빠릅니다.”
요르단 공무원도 한국식으로 조금 변한 모양이네. 매일 체크를 하다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화력 발전소는 이미 시험 가동을 했다고 보고를 받았다.
솔직히 천연가스를 원료로 쓰는 발전소라 가스터빈만 장착하면 그뿐이라 공사도 매우 쉬웠을 것이다. 발전소가 동작하니 해수 담수화 시설 공사도 덩달아 빨라진 것이다.
“그러고 보니 김 부장님이 이제 해외에 머문 지 몇 년째죠?”
이 정도 공사 진척도라면 아버지를 한국으로 보내도 충분할 것 같았다.
“월남부터 시작해서 1년만 더, 1년만 더 하다 보니 해외에서 떡국을 몇 번이나 먹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덕분에 가족들이 편안합니다.”
“이제 귀국해서 국내 공사 위주로 마무리 좀 해주십시오. 포항제철, 대세조선, 울산 항구 등등 꼼꼼히 챙겨야 할 곳이 많습니다.”
“서… 설마… 저를 국내 발령내주시는 겁니까?”
아버지는 너무 기뻤던지 말까지 더듬었다.
“그럼요, 여기 발령장도 가져왔는데요.”
나는 발령장을 쑥 하고 내밀었다.
“이야, 축하드립니다. 김 부장님!”
“김 부장님 국내 발령 떴다. 발령 떴다고!”
옆에 동료들이 모두 축하해줬다.
부럽기도 하고, 김 부장의 자리가 비면 자신들에게도 기회가 될 것이라 사방에서 축하하는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허헉!!!”
아버지는 발령장을 받아들다 말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발령장에 적힌 직급이 달랐기 때문이었다.
“영전 축하합니다. 김 이사님.”
“제가.. 제가…”
“와아아아아! 김 부장님 별 달았다! 별 달았어!”
“정말이야? 김 부장님이 별을!”
“와아아아아!”
“축하 드려요. 이사님!”
“고생끝에 낙이 온다니, 정말 축하드립니다.”
사방에서 아까와는 수준이 다른 환호와 축하가 이어졌다.
“저같이 못 배운 놈이 대세 임원이 되다니… 이렇게 하셔도 되는 겁니까?”
“월남과 요르단까지 몇 차례나 검증했습니다. 대세 건설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건설업계의 그 어떤 사람보다 낫습니다. 많이 배운 제가 보증하죠.”
“와아아아아!”
사람들이 내 말에 더울 환호했다.
학력보다 경험을 강조하는 내 말에 희망을 봤기 때문이겠지.
사실 여태 요르단에서 버티며 엄격한 대세의 시방서를 따라 공사를 수행했던 양반이라면, 웬만한 엔지니어보다 설계도를 잘 읽을 거다.
“김 이사님, 올해 말까지 국내 건설 현장을 챙겨서 대세건설의 차부장급 리더를 발굴하시고, 비서실과 함께 조직 체계를 갖춰 주십시오. 임원으로서 첫 번째 숙제는 대세건설 조직 정비입니다.”
“예, 사장님.”
“그러면 여기 요르단 현장을 맡길 차장, 부장은 지금 이 자리서 특진시킵시다.”
아버지라면 긴 시간, 숙식을 함께 하며 일한 직원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겠나.
그 중 평소 눈여겨 봐왔던 사람이 있을 것이다.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 186 : 시원한 수박 한접시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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