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187)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187화(187/589)
< 187 : 돈줄은 곧 목숨줄 >
요르단 수로 공사 현장의 임충민 차장을 부장으로 승진시키고 사우디 파이프라인 현장의 곽대만 과장을 차장으로 승진시켰다.
이미 발전소와 파이프라인 쪽은 마무리 단계고, 해수 담수화 시설 모듈 또한 반복적으로 확장만 하면 되는 작업이라 신임 리더가 맡아도 큰 무리가 없었다.
나는 바레인으로 떠나기 전에 요르단 왕실에 들러 기성금 2000만불을 정산받아 본사로 송금했다.
요르단 국왕과 나의 관계 덕분인지 내가 직접 방문하면 기성금 정산이 빨라졌다.
요르단 왕실은 관개수로 공사와 2차 3차 해수 담수화 확장 공사를 부탁했지만, 언제든지 불러 달라는 립서비스만 해줬다.
확장 공사는 추가로 차관이 들어오는 걸 확인하고 끼어들어야 할 것이다.
중동은 정치 상황이 복잡하고 불안정해서 약속을 함부로 하면 안된다.
여하튼 이번 송금으로 유동자금 숫자를 들여다보며 속앓이를 했었을 빌 베인도 조금이나마 걱정을 덜게 될 것이다.
***
바레인 국제공항.
“여깁니다. 사장님, 어서 오십시오.”
“고생 많습니다. 성학진 차장.”
“고생이라니요. 월남이나 요르단에 비하면야 여기 바레인은 천국입니다, 사장님.”
바레인은 걸프만의 섬나라로 겨울에는 나름 쌀쌀하다 싶은 정도로 온도가 내려가고, 다른 사막 국가와 달리 그럭저럭 비도 내린다.
물론 중동치고는 비교적 양호하다는 뜻일 뿐, 바레인도 한낮에는 45도까지 올라가고 공기에 모래 냄새가 나는 중동이긴 매한가지였다.
“공사는 순조롭다고 보고 받았습니다. 보고서에 기재 못 한 애로점은 없습니까?”
“애로점이라면 녹 문제와 시멘트 양생 문제가 전부입니다. 현재로선 마땅한 방법이 없지만, 개선 아이디어를 내보겠습니다.”
“그게 바레인 기후 때문인지라 이렇다 할 해결이 어렵죠. 샌드 블래스터 장비를 더 구매하고, 최대한 5종 시멘트를 많이 실어오는 수밖에요.”
“예,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바레인에서 공사할 때 가장 힘든 점은 중동 특유의 해양성 기후에 있다.
특히 6월부터는 섭씨 45도를 넘나드는 기온에 후덥지근한 바닷바람이 쉴 새 없이 불어온다.
당연히 철근은 물론, 장비마저 하룻밤 새에 발갛게 녹이 슬어버린다.
작업 품질과 안전을 위해 샌드 블래스터로 녹을 완전히 제거한 후 사용하는데,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거기에 더해서 여기 바레인에서 조달하는 골재와 물에는 소금기가 많기 때문에 보통 시멘트로는 콘크리트 양생이 잘되질 않는다.
따라서 일반 구조물도 항만용 케이슨처럼 5종 시멘트로 만들어야만 했다.
“그보다 C6 프로젝트는 어떻게 진행되는 것 같던가요?”
C6는 Contract 6의 줄임말로 내가 바레인에 온 주된 이유라고 하겠다.
바레인 수리 조선소는 바레인 정부 방침에 의해 최종적으로 토목 공사와 건축 공사로 나뉘었는데, 토목공사는 C5(Contract 5)라고 해서 우리 대세건설이 따냈지만 C6는 결국 정해지지 않았다.
대세건설이 제출한 초기 설계안에 대해서 도크까진 동의했지만, 다른 건축물에 대해선 설계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C5는 대세가 사우디 나이프 왕자의 끈을 이용해 낙찰받은 거고, C6는 바레인 왕가가 저울질을 계속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여태 결정이 안되었다면, 내가 C6에 숟가락을 얹어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들리는 바에 따르면 이 조선소의 운영을 포르투갈 리스나브(Lisnave) 조선소에 위임했다는 소문입니다. 그 외엔 딱히 정보를 얻지 못했습니다.”
이게 중동의 문화다.
뭐든 자체적으로 하는 게 별로 없다.
대부분 왕족이 산업체를 독점하기에 조선소는 국가의 기간산업임에도 불구하고 남의 나라에 위임하는 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다.
여하튼 성 차장이야 현장감독을 전담하는 기술자라 안테나가 짧을 수 밖에.
그 소문이 전부라고 믿으면 안될 것이다.
“조선소 운영을 위임한다라… 알겠어요. 그럼, 내가 가지고 오라 했던 방명록과 받아놓은 명함들 챙겨왔죠?”
“예, 사장님. 여기 있습니다.”
우리가 토목 공사를 하고 있으니, C6 입찰자들은 당연히 현장 답사를 나왔을 것이다.
성 차장에게야 단순히 시찰 나왔다고 했겠지만.
“바레인 국립은행장이 여러 번 왔군요.”
“예, 알 마지드 총재 말이군요. 올 때마다 같이 오는 사람이 바뀌어서 확실히 기억합니다. 저야 여기 말을 잘은 모르지만 은행이니 우체국이니 하는 단어는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국립 은행장이 C6 입찰자들을 데려왔었구만.
“그래요? 좋은 정보네요. 알겠습니다.”
역시 이 공사는 단순한 선박 수리 조선소를 짓는 게 아니었다.
조선소를 빙자한 금융 허브를 만들려는 것이다.
그러니 근처에 은행까지 짓겠다고 하지.
일반적인 조선소였다면 은행장이 아니라 건설부 장관이 진두지휘를 했을 것이다.
방명록을 보니 더욱 그림이 확실해졌다.
영국 금융사와 그리스 해운사들이 한 두 번 현장을 방문한 게 아니었다.
바레인 정부가 선박 금융이 발달한 영국과 그리스를 수리조선소 입찰을 미끼로 끌어 들이려는 것이었다.
‘바레인이 원하는 것은 금융사와 해운사… 이거 정말 하늘이 나를 돕는군.’
내가 맡은 토목 공사가 9000만불 수준이니까, 건축 공사도 못해도 6000만불은 될 것이다.
탐이 난다… 작전이 선다…
“성 차장, 호텔 바레인에 내려줘요.”
“예, 사장님.”
“현장은 바레인 국립은행 총재와 함께 갈 테니 그때 봅시다.”
“예, 알겠습니다.”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해야지.
여기 토목 건설엔 대세 조선에서 경험을 쌓은 이들이 대거 참여했으니, 기술적인 일이야 직원들에게 맡겨도 잘 할 것이다.
따라서 이곳 바레인에서만큼은 정치질이야말로 내가 할 일이었다.
***
호텔 바레인.
“체크인 해주세요. 그리고, VIP를 초대하고 싶은데 주선 좀 해주겠어요?”
난 프런트에 명함을 건네며 부탁부터 했다.
나는 예전에 여기 호텔 바레인에 감금되어 있던 나이프 왕자를 끄집어낸 사람이고, 요르단 왕에게 검을 하사받은 사람이다.
당연히 호텔 바레인에서 나 또한 VIP이기에 이런 부탁은 충분히 할 수 있었다.
“물론입니다, 미스터 우. 초대할 VIP와 용건을 알려주십시오.”
프런트 매니저는 흔쾌히 부탁을 들어줬다.
상대가 내 초대에 응하든 말든 호텔에선 연락만 해주면 되는 일이니 어려울 것 없었다.
“바레인 국립은행 총재께 허브에 대해 말씀드릴 것이 있다고 전해주십시오. 시간은 언제든지 괜찮다고 해주시고요.”
“예, 알겠습니다. 미스터.”
“텔렉스도 쓰고 싶은데, 안내해주십시오.”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그리고 곧장 바클레이즈 부총재, 그리고 낸시와 밴 플린트 장군에게도 텔렉스를 보냈다.
바레인 수리 조선소에 관심이 있다면 위임장이라도 보내라고 말이다.
대번에 텔렉스는 회신으로 불이 났고, 바레인 국립은행장은 다음날 보자고 연락이 왔다.
많이 급하셨네. 그러게 처음부터 대세에 일괄수주로 맡기지 그러셨어.
***
다음날.
호텔 바레인, VIP룸.
“어서 오십시오. 마지드 총재님.”
나는 입구에서 정중하게 바레인 국립 은행장을 맞이했다.
아직 영국령에서 완전히 독립하지 않았기에 국립은행장이라고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이미 국제사회에선 바레인을 독립국으로 인정하고 있으니 그리 불러주자.
솔직히 바레인이 정식 독립했으면 대한민국 외교관을 대동하고 왔을 테고, 그랬다면 훨씬 더 무게감이 있었을 텐데 조금 아쉬웠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대체 우 사장님은 어떤 분인가 매우 궁금하긴 했습니다.”
한국인이 나이프 왕자와 끈을 연결하다니 궁금하긴 했겠지.
여하튼, 염 수석의 중동 버전을 보는 것처럼 동글동글하게 생긴 양반이었다.
“뵙는 게 많이 늦었습니다. 총재님께서 여기 조선소의 최고 정책 결정자인 걸 미리 알았다면 C5를 낙찰받았을 때 바로 찾아뵈었을 텐데요.”
“하하하, 그땐 건설부 장관이 주도하는 프로젝트이긴 했소이다. 하지만, 그 뒤에 OAPEC 7개국이 죄다 여기에 지분 투자를 하면서 상황이 달라진 것이죠.”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OAPEC은 전세계 산유국 협회인 OPEC과 달리 아랍 석유 수출국 기구로서 말 그대로 아랍쪽 산유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다.
어쩐지 바레인이 금융 허브를 꿈꾸기에 대단하다고 생각했더니 OAPEC를 뒷배로 두고 있었군.
나이프 왕자가 여기 줄을 댔던 이유도 알겠다.
여기 사우디의 지분이 상당하겠군.
이때 OAPEC 7개국이라면 사우디, 쿠웨이트, UAE, 카타르, 이라크, 리비아, 바레인이겠군.
일부러 이런 정보까지 알려주는 걸 보니 나를 떠보는 게 분명했다.
이 비즈니스를 받으려면 7개국이 마음에 들만한 제안을 가져와라, 이 소리 아닌가.
여태 C6 계약자를 정하지 못한 이유일 것이다.
“투자자분들께서 쟁쟁하시군요. 자본금이 대단하시겠습니다.”
“공동출자금도 알려드려야 하나요? 좋습니다, 알려드리죠. 30억 달러쯤 됩니다. 그 정도면 선박금융 허브를 노려볼 만 하지요?”
“… 크흠… 그러시군요. 제 협력사들도 무척 든든하게 생각하겠군요.”
솔직히 놀랐다.
이 시대에 30억불짜리 펀드를 만든 거야?
이거 딱 봐도 세븐 시스터즈에 맞서서 OAPEC산하의 유조선을 늘리려는 것이 분명했다.
아무리 세븐 시스터즈라고 해도 세상 모든 유조선을 다 용선할 수는 없을 테니까 말이다.
세븐 시스터즈의 힘을 약화시키려면 운송 독점을 깨는 것이 우선이었다.
“미스터 우의 협력사들은 어딥니까?”
“바클레이즈 은행과 실버스타인 해운사입니다.”
“으흠, 바클레이즈라면 대환영이지만, 실버스타인 해운사라니… 그거 유태인 해운사 아니오.”
마지드 총재는 나름 정보에 빠삭했다.
“세븐시스터즈의 독점을 깨려면 그만한 독종은 끼워야 일이 됩니다. 그리고 어디 유조선만 선박 금융의 대상입니까? 최근 화물선과 컨테이너선도 늘어가는데, 실버스타인 해운사를 끼우면 선박금융은 훨씬 늘어날 겁니다.”
“에이, 그래도 그건 아니오. 이스라엘을 돕는 막후 세력에 선박 금융을 제공하다니. 우리가 그 정도로 돈이 급하진 않소이다.”
비즈니스에 정치를 끼우려면 제대로 끼워야지.
“반대로 생각해보시죠. 목줄을 쥐고 있으면 아무리 사나운 개도 꼬리를 흔들기 마련입니다.”
“… 무슨 말이오?”
“실버스타인에게 돈을 빌려주고 선박도 용선하게 하고 원유 운송권도 주셔야죠. 평소 그렇게 잘 대해주다가 딱 필요할 때 돈이든 선박이든 운송권을 회수하겠다고 하면 무슨 말이든 들을 거 아닙니까? 기업에 있어 돈줄은 곧 목숨줄인데 말입니다.”
“그…그렇군요!”
물론 낸시가 호락호락하게 당하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타격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
분명 OAPEC이 칼자루를 쥐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끝끝내 바레인이 이 제의를 거부하면 실버스타인에서 리바노스로 방향을 돌리면 그뿐이다.
하지만, 나로선 낸시가 훨씬 낫다.
낸시가 잘되면 내 컨테이너가 더 잘 팔릴 거니까. 그에 반해 이 프로젝트에 리바노스를 끌어들여도 당장 내게 선박 발주를 더 하지는 못하리라.
“맘에 안 드는 적이 있다면, 적을 분열시키는 게 우선입니다. 적들 중 일부를 아군으로 끌어들이면 그 효과는 배가 되지요.”
“그 일을 할 수 있는 곳은 우리 바레인 밖에 없겠군요.”
“물론입니다. 교통 허브, 금융 허브, 정치 허브를 꿈꾸신다면 그 정도 어려움은 핸들링하셔야죠.”
“바클레이즈와 실버스타인이 우리와 협력하겠다고 하던가요?”
“여기 위임장이 있습니다. 양해각서에 먼저 서명하시고, 각 회사에서 실무진을 꾸며서 협상을 해야지요. 선박담보 대출, 수리 금융, 용선 보증, 컨테이너 리스 보증, 심지어 여기 조선소 C6 공사까지 협상할 것이 산더미니까요.”
나는 텔렉스로 쏟아져 들어온 위임장을 쑥하고 내밀었다.
“허, BR사가 건축 설계를 담당합니까?”
“BR사는 세계 최고의 건설업체입니다. 그리고, 군산 복합체라 여기 걸프만의 안보 이슈에 대해서도 논의하시기 적당할 겁니다.”
“크흠, 안보 이슈까지… 정부에 건의해보죠.”
미국 회사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가, 내가 BR사까지 끌어들이니 고민이 되는 모양이다.
C5 주관사는 이미 대세이니, 분리 발주의 정책상 C6 주관사는 BR사가 되는 게 최선이었다.
그럼 BR사는 당연히 건축 시공사로 날 선정할 거고, 인천제철의 각종 철강재에 대해 자재승인을 해줄 거다.
다른 회사가 C6 주관사가 되면 내가 시공사가 된다고 해도 이익률이 엄청 떨어질 테지.
영국제나 일제 자재를 쓰자고 할 테니까.
솔직히 풍신금속이 생산하는 전선만 추가로 자재승인을 받아도 엄청난 이익을 남길 수 있다.
“BR사를 주관사로 선정해 주신다면 저희 대세가 800만불 이내로 시멘트 공장과 배처 플랜트를 지어드리지요.”
배처 플랜트란 물, 시멘트, 골재 등을 자동 계량하고 혼합해주는 콘크리트 제조 설비다.
시멘트 공장과 같이 지어야 시너지가 좋다.
800만 불이면 거의 원가로 지어주는 거지만, 한국에서 5종 시멘트를 계속 실어오는 것보다는 이득일 것이다.
이왕 실어오려면 내가 직접 생산하는 강재와 목재, 전선과 주물 밸브 등을 가져와야 했다.
“뭐… 뭐라고요? 시멘트 공장을요?”
“바레인에 조선소를 짓는 이유가 뭡니까? 배로 사방팔방 물건을 실어나를 수 있는 교통의 요지라서 그런 것 아닙니까.”
“그렇지요. 당연하지요.”
“OAPEC 회원국들이 제일 필요한 게 국토 개발 아닙니까? 앞으로 국가 기간시설을 지을 일이 얼마나 많겠습니까? 그 기회를 그냥 두시겠다고요?”
나는 창밖의 사막을 가리키며 땅을 파는 흉내를 냈다. 그러자 마지드 총재는 대번에 내 말뜻을 알아들었다.
“바레인산 시멘트를 팔아먹자는 뜻이군요.”
“당연합니다. 솔직히 바레인의 운송 비용이라면 가격 경쟁력이 충분할 겁니다.”
“하하하, 이러다 바레인 시내 아파트 공사도 죄다 수주한다고 하시겠군요.”
“뭐든 대세에 맡겨만 주시면 품질과 가격, 둘 다 만족하실 겁니다.”
“하하, 그런가요?”
오케이, 샴페인을 꿀꺽꿀꺽 마시는 걸 보니 흥분했군. 국왕에게 보고할 생각을 하니 벌써 대박이다 싶지?
마지드 총재는 연이어 나온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더니 금세 자리를 떴다.
그의 차가 어디로 향할지는 보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 187 : 돈줄은 곧 목숨줄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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