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189)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189화(189/589)
< 189 : 낸시의 선물 >
바레인 시멘트 공장 건설 현장.
수리 조선소 쪽은 해오던 대로 성 차장에게 맡기고, 나는 과장급들을 이끌고 시멘트 공장 플랜트를 지휘했다.
“14번 파일, 벤토나이트 안정액 계속 주입해야죠. 압력 떨어지면 굴착 다시 해야 합니다.”
<죄송합니다.>
“15번 파일, 철근망 투입하고 콘크리트 타설합시다.”
<콘크리트 타설 실시합니다.>
오랜만에 무전기를 들고 작업 지시를 했다.
기능공들은 물론 과장급들도 열심히 듣고 외우면서 신규 공법을 익혔다.
“이렇게 말뚝을 박는 것이 어스 드릴 공법이라고 하는 겁니다. 이렇게 점토와 사질토로 된 지반을 다지기에 적합한 공법입니다.”
“예, 알겠습니다.”
지반이 너무 약해 직경 1m짜리 말뚝을 박아야 시멘트 플랜트를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바레인은 지질이 모래와 점토질 위주로 되어 있어 건설에도 농사에도 최악이었다.
이런 땅에 석유라도 안 났으면 굶어 죽었겠다 싶을 정도였다.
“특히 이렇게 소금기가 많은 사질토의 경우는 벤토나이트 안정액을 아끼지 말고 퍼부어야 굴착 부위가 함몰되지 않습니다. 괜히 돈 아끼려다간 돈 더 들어가는 겁니다. 퉷!”
나는 굴착한 토질에 살짝 혀를 대어 맛을 보고 바로 뱉었다.
현장 감독들도 나를 따라 염도를 체크했다.
어느 정도 소금기에 어떤 공법을 쓸지에 대한 감각은 직접 맛보는 것이 최고였다.
“잘 알겠습니다. 사장님.”
“다들 모여요. 이제 대충 파일을 박았으니까, 각 팀별로 일을 나눠야 공기를 줄일 수 있습니다.”
삐이익!
“팀장들! 사장님이 모이라십니다! 어서!”
누군가 호루라기를 불자 각 팀장급들이 죄다 몰려들었다. 임시 그늘막 아래서 탁자 하나 두고 설계도를 같이 보는 것이다.
그늘이긴 하지만 계속 불어오는 텁텁한 해풍에 정말이지 숨이 턱턱 막혔다.
“일단 1팀이 분쇄기와 컨베이어 벨트의 위치를 정확하게 잡아야 합니다. 그래야 다른 팀들이 기준점을 제대로 알 수 있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문제 없습니다.”
나는 1팀에 제일 고참 과장을 배치했다.
시멘트 플랜트는 4~50개의 건물이 서로 유기적으로 얽혀있기에, 컨베이어 벨트가 기준을 잡아줘야 건물 배치가 헷갈리지 않는다.
플랜트는 자재 물류가 엉키면 생산성 저하로 원가가 급속도로 올라간다.
1팀장은 대세 화학 출신이라 자재 물류에 대해선 경험치가 충분하니 잘 할 것이다.
“소성로(Klin)와 버너 빌딩은 2팀이 맡도록 해요. 건물 올리는 것보다 내열공사와 버너 용량에 신경을 더 써야 합니다. 안전검사 미달하면 다 뜯어야 하는 겁니다.”
“문제없습니다. 맡겨 주십시오.”
소성로는 1500도까지 고온에서 동작하기에 전기 배선과 가스 공사가 만만찮다. 그래서 포항제철 공사에 참여한 경험자가 팀장을 맡았다.
그 외에 사일로, 밀 빌딩, 팩 하우스, 건조기, 예열 탑 등등 플랜트 각 부분을 나눠 일을 맡겼다.
여태 우리 대세 건설 직원들은 국내 공사는 물론 월남, 요르단을 거쳐 각종 공사 관리와 작업 수행방식을 익혀왔다.
이제 이처럼 각 현장에서 팀을 이끌 중견 직원들이 수두룩하다는 게, 정말이지 자랑스러웠다.
한두 번만 더 프로젝트를 맡아보면 정말 큰 공사를 턴키로 수주받아도 될 것이다.
“어머나, CS. 많이 바쁘신가 봐요. 나중에 다시 올까요?”
“낸시!!!”
“이러게 격하게 반겨주시다니 부담스럽군요.”
뭐가 격하게 반겨줘?
뜬금없이 이런 공사 현장에 나타나다니.
위험하잖아! 안전모는 써야지!
“미인께서 이런 곳까지 납셨는데 이렇게 반갑게 맞아주는 건 당연한 거 아닙니까?”
“어머, 역시 CS의 립서비스는 대단하다니까.”
모래바람이 풀풀 날리는 곳에 낸시가 직접 올 정도면 정말 내가 필요한 일이 있는 거다.
마침 업무 지시도 끝났고 해서 낸시를 안전한 현장 사무실로 데려갔다.
***
대세 현장 사무실.
“아 시원해, 여긴 꽤 살만하네요.”
“중동에서 에어컨은 기본이죠.”
바레인도 산유국이라 에어컨을 돌릴 전기는 충분했다. 게다가 중동에서 체온유지는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라 에어컨은 숙소든 휴게소든 마구 깔아놓았다.
“여하튼 차라도 한잔 내놔봐요.”
얼마나 대단한 걸 가져 왔는지, 손님 행세였다.
대체 무슨 일이기에 여기까지 찾아온 거야?
“차는 없고, 콜라에 대추야자 어때요?”
나는 냉장고에서 콜라와 대추야자 열매를 꺼내주었다. 땀을 많이 흘리는 중동에서 정말이지 이 조합은 끝내준다.
“역시 CS 센스는 굿이라니까.”
낸시는 달콤한 대추야자가 맘에 들었던지 한입에 집어넣고 오물거렸다. 달콤한걸 찾는 걸 보니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모양이네.
“사우디에서 바로 온 겁니까?”
“그럼요. 밴 플린트, 그 늙은이 보다 CS를 먼저 보러 왔다는 거 잊지 말아요.”
“장군님이 들으면 섭섭하시겠어요. 나름 실버스타인 가문을 OAPEC 펀드의 수혜자로 끼워 넣으려고 열심히 바레인 왕족을 구워삶았는데 말이죠.”
“그 펀드야 바레인 돈도 아니고, 사우디에서 충분히 논의했어요. 솔직히 실버스타인을 용인해주려면 사우디의 허락이 더 중요하다고요.”
맞는 말이긴 했다.
OAPEC 펀드에 바레인 왕가보다 사우디 왕가의 지분이 몇 배는 더 많을 것이다.
“결과가 좋았나 보네요. 축하합니다. 실버스타인이 바레인에 지사를 세우면 우리 대세 지사와도 가깝게 지내줘요. 서로 정보를 교환하면 좋지 않겠습니까?”
실버스타인 지사와 교류해서 나쁠 것은 전혀 없었다. 정보가 흐르는 곳에 돈도 같이 흐르기 마련이니까.
특히 중동 건설 정보와 공략 타깃은 실버스타인을 통하면 속속들이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때마다 정보료를 내긴 해야겠지만.
“그야 대환영이죠. 대세만한 건설사도 없고, 컨테이너도 싸게 주는 고마운 업체이기도 하니까.”
대환영이라는 말과 함께 낸시는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팔랑거렸다.
첫 번째 정보라도 된다는 듯 말이다.
“뭡니까?”
나는 서류를 낚아채서 읽어보았다.
“… 사우디가 군복을 교체한다고?”
엄청난 고급 정보였다.
“사우디 군의 전투력 향상을 위해 통풍과 땀 배출을 돕는 군복이 필요하다고 하더군요. 내 생각엔 군복만큼은 대세를 따라갈 업체가 없지 않나요?”
솔직히 공정하게 입찰에만 참여할 수 있다면 가격이든 품질이든 우리 제품이 압도적이지.
물론, 지구 최고의 당나라 군대인 사우디 군대가 군복을 교체한다고 전투력이 올라갈 가능성은 전혀 없지만 말이다.
여하튼 군복 교체는 미군과 교류를 하기 시작했다는 신호가 분명했다.
“물론이죠. 폴리텍과 골드 스킨을 적절히 조합하면 위장성과 통풍성을 모두 만족하고도 남겠죠. 방탄복, 방탄모도 덤이고 말이죠.”
“그걸 다 합치면 적어도 연간 5000만 달러짜리 장사는 될 것 같군요. 이 양반을 잘 구슬려봐요. 국방장관의 최측근이라니까 말이에요.”
낸시는 사우디 국방장관에 닿는 브로커의 명함까지 건네주었다.
그냥 5000만불짜리 계약이 아니었다.
독점 군납 업체가 될 수는 없겠지만, 그중 일부만 납품해도 대박이었다.
1, 2년하고 그만둘 일이 아니지 않나.
게다가 사우디 군인들이 우리 군복을 한번 걸쳐보면 다른 업체의 군복은 쳐다보지도 않을 거다.
“끈까지 연결해주다니, 이건 정말 굉장하군요.”
실버스타인은 군복 사업과는 전혀 관련 없기에, 이 정보는 전적으로 나를 위해 가져온 것이었다.
“이런 정보를 물고 왔으니 성의를 보여봐요. 컨테이너 한두개 끼워 주는 걸로 퉁치지 말고.”
그럼 그렇지.
이 정도 사이즈가 공짜일 리 없지.
마침 잘 됐다.
이 일에 딱 어울리는 제안이 있었다.
“군복 계약을 맺으면 운송을 도와줘요. 내가 물건을 미국으로 보내면 실버스타인이 내 물건을 사우디로 보내는 겁니다.”
“으흠? 왜 그리 번거로운 일을 하죠? 우리야 중간에 운송료를 받아먹으니 남는 장사이긴 하지만.”
낸시는 고개를 갸웃했다.
내 대가가 다소 예상 밖이었던 모양이다.
“내게도 도움이 되는 일입니다. 조만간 미국에서 섬유 수입에 대해선 쿼터제를 한다면서요. 올해 안에 군복을 실어 보내면 모두 미국 통관 물량으로 잡힐 테고, 그건 내 쿼터가 되겠죠.”
“… 그런 잔머리… 아니, 아이디어가. 상상도 못했던 방법이군요.”
미국을 경유하면 쿼터 물량을 늘릴 수 있다.
내년에 수출 쿼터를 우리가 직접 채워도 되고, 쿼터가 남으면 다른 회사에 팔아도 된다.
“올해 말까지는 그런 식으로 커미션을 챙겨요. 서로 윈윈이니까.”
“그런 전략이라면 부담 없이 받아들이죠.”
낸시도 기분 좋았던지 대추야자를 한 톨 더 오물오물 씹어댔다.
“여하튼 내 제의는 군납 정보에 대한 최소한의 대가입니다. 그러니 말해봐요. 날 찾아온 진짜 이유를 말입니다.”
“에이, 진짜 이유라니요. 그냥 CS가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죠. 뜬금없이 시멘트 공장을 짓고 있다기에 궁금하기도 했고 말이에요.”
“시멘트 공장을 짓는 이유가 궁금했다고요?”
낸시답지 않은 핑계였다.
그녀가 공장 짓는 것에 무슨 관심이 있나.
포항제철 짓는데도 별 관심 없었는데 말이다.
그녀의 관심은 오로지 돈이었다.
“밴 플린트와 통화를 하다 보니 CS가 프리캐스트(Pre-cast) 콘크리트 공장을 짓는다고 해서요. 헌데, 그게 뭐예요?”
“말 그대로 콘크리트로 미리 기둥이나 슬래브를 찍어두는 겁니다. 레고 블록처럼.”
프리캐스트 콘크리트 블록, 일명 PC 블록은 아파트처럼 일정한 모양의 구조물을 반복적으로 만들 때 아주 효과적이다.
미리 PC 블록을 만들어놓고 조립하다시피 아파트를 만들면 공기도 단축되고 가격도 싸진다.
“오, 정말 대세는 한국기업이 맞나 싶을 때가 있다니까요. 기술이 대단해요.”
“대세의 건설 능력은 선진국 못지않습니다. 아직 덜 알려진 것 뿐입니다.”
“대세가 아니라 CS의 능력이 선진국에 근접한 거겠죠.”
“립 서비스는 그만하고, 본론을 얘기해요. 누가 들으면 PC 블록에 정말 관심 있는 줄 알겠어요.”
“아하, 이거 참… 이걸 말해도 되나…”
낸시답지 않게 머뭇거렸다.
뭐, 들어봐야 승낙할지 거절할지 결정하지.
“우리가 하루 이틀 거래할 것도 아닌데 왜 그리 뜸을 들입니까? 내가 할 수 없는 일은 억지로 받을 생각 없으니 걱정하지 말아요.”
“그럼 얘기해볼게요. 솔직히 BR사를 포함해 접촉한 건설사들이 하나같이 불가능하다며 손을 들었어요. 대세도 포기한다면 그런 줄 알게요.”
“뭔데 그래요?”
“알래스카요.”
“알래스카? 당신네 가문이 투자했다가 쫄딱 망… 아니, 미안해요.”
“미안하긴요. 쫄딱 망한 게 사실인데요 뭘. 쫄딱 망하긴 했어도, 와중에 본전이라고 건질 수 있는 방법이 있어서 도움을 요청하려는 거에요.”
낸시는 내게 알래스카 지도와 사진을 건네주었다. 깎아지는 절벽을 찍은 사진이었고, 그 사이에 교량을 건설하겠다며 개념도를 그려놓았다.
“이야, 정말 절경이군요.”
“비웃지 말아요, CS. 난 정말 심각하다고요.”
낸시도 이런 곳에 교량을 건설하는 게 미친 짓이라는 걸 알긴 아는 모양이었다.
이런 곳에 자재를 옮길 진입로를 뚫는 것만 상상해도 끔찍했다.
“대체 여기에 왜 다리를 이으려는 겁니까? 그 이유부터 들어보죠.”
“올해까지 석유 관련 프로젝트엔 특별 소비세 감면 혜택이 있다는 거 알죠?”
“알죠. 그런데, 이 다리 건설이 석유 관련 프로젝트에요?”
“그 다리를 지으면 기존 파이프라인 경로가 자그마치 102km나 줄어요. 석유 탐사에 성공한 이들이 우리 땅을 지나가게 할 수 있어요.”
“유전탐사에 실패해서 땅이라도 팔아보겠다는 심사군요.”
파이프라인은 한번 지으면 수십 년간 쓰는 시설물이다. 당연히 초기 파이프 건설비용도 아끼고 유지보수 비용까지 줄어들 테니 다른 석유회사들은 실버스타인 땅을 사려고 하겠네.
다리만 건설되어 있다면 말이지.
“올해 안으로 공사 말뚝이라도 박아놓으면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어요. 도와줘요.”
“공사 비용은요?”
“221만 7천달러에요.”
“낸시…”
“어처구니 없는 공사비란 거 알아요. 헌데, 그게 우리가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금액이에요. 공사대금이 그보다 크면 우린 탐사지를 팔아도 의미가 없어요.”
지도를 다시 보았다. 협곡 크기를 보면 교량 길이는 200m는 되어야 할 것 같았다.
국내 자재를 쓰면 어찌어찌 겨우 본전치기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알래스카까지 가서 본전치기를 한다고?
이 더운 곳에서도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몸이 떨릴 정도의 빙벽이었다.
하긴 낸시로선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이 가격에 공사를 해줄 수 있는 업체는 우리 대세빼고는 없을 것이다.
낸시와 특별한 관계인 BR사마저 거부한 공사라니 어련하겠나.
“당연히 턴키로 발주하는 거겠죠?”
“아! 맡아주는 건가요?”
“일단 검토는 해봐야죠.”
“그럼요. 그럼요. 설계부터 시공까지 모두 대세가 해야죠.”
본전치기라고 해도 미국 땅에서 턴키 공사를 따냈다는 실적은 내겐 의미가 있을 것이다.
“여기 확대 지도 말고 정확히 위치가 어디쯤 됩니까?”
나는 사무실에 걸려있던 세계지도를 가리키며 물어보았다.
“프루도베이 지역에서 150km 남쪽으로 내려온 지역이 우리가 탐사 허가를 받은 곳이에요.”
“프로두베이 남쪽 150km 지역요?”
뭐야? 유전 지대잖아.
프루도베이처럼 초대형 유전이 있는 곳은 아니지만, 그 일대는 파기만 하면 기름이든 천연가스든 대번에 쏟아져나오는 동네였다.
“그래요. 이제 와서 보면 아쉽죠. 100km만 더 북쪽으로 올라갔어도 다른 투자자처럼 석유 탐사에 성공했을 텐데, 그 빌어먹을 사기꾼 때문에 망쳤어요. 어쩐지 우리 실버스타인만 콕 짚어서 접근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어요.”
“… 사기꾼요?”
사기꾼 아닌 것 같은데.
초대형 유전을 여러 투자자와 나눠 먹는 것보다 중형 유전을 혼자 먹는데 훨씬 낫지.
“유징을 발견했다기에 자그마치 1800만 달러나 투자했는데, 먹고 튀었다니까요. 기껏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뭔 줄 알아요?”
“뭐라고 했기에 그리 흥분하는 거죠?”
“자기는 잘못이 없대요. 기껏 유전을 발견했는데 우리 가문이 하도 닦달해서 원유를 무리하게 뽑다가 땅이 녹아서 유전이 함몰되었다나. 빌어먹을 새끼! 그딴 소릴 핑계랍시고. 원유 때문에 땅이 녹다니, 말이 돼요? 알래스카 같이 추운 땅에서!”
뭐야? 당연히 말이 되지.
지하 수백 미터에서 뽑아 올리는 원유가 얼마나 뜨거운데.
게다가 알래스카는 동토가 덮개암을 대신하는 경우가 많기에 정말 세심하게 뽑아 올려야 해.
안 그러면 정말 함몰되어서 유전이 막힌다고.
이거… 내가 직접 가봐야겠는걸?
공사비가 중요한 게 아니야.
< 189 : 낸시의 선물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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