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191)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191화(191/589)
< 191 : 허리케인 계곡 >
“알았어. 내려갈게. 광주 공장으로 가서 대세맨이 어떤 건지 확실하게 보여줄게.”
“그래, 삼복이 너만 믿는다.”
나는 대세 자동차 전무 직함이 찍힌 발령장을 건넸다. 그룹 이인자여서 전무든 상무든 딱히 직급이 중요한 건 아니겠지만 말이다.
“일단 인수인계는 주말에 몰아서 할 테니, 한 달쯤 걸릴 거야.”
“알았어. 뵈스트 공장장을 상무로 승진시킬 테니 후속 인사는 같이 상의하도록 해.”
“알았어.”
삼복이가 새삼 고마웠다.
한 달간 주말을 다 반납하겠다는 소리 아닌가.
솔직히 인천제철은 풍신과 대한알루미늄이라는 비철금속까지 산하에 두고 있으니, 계열화는 완벽했다. 이제 한동안 생산량만 늘려가면 될 것이다.
“그리고 내려가면 급한 일부터 챙기게 될거야.”
“급한 일?”
“이번 국군의 날 행사 때 국산 지프차를 선두로 내세워 시가행진을 하기로 되어 있어. 그간 보고받기로 시제품은 만들었다고 하니, 초도 생산할 때 바짝 신경 써.”
국산화율이 고작 35% 수준이라 국산 지프차라고 하긴 그렇지만, 일단 남의 부품을 그대로 가져와 조립한 건 아니니까 국산품에 가깝다.
청와대로선 그정도만 해도 기대이상일거다.
“그거야 당연하지. 테레비로 생중계할 텐데 가다가 멈추기라고 하면 큰일이잖아. 전수검사를 해서 문제없게 할게.”
“대세 정공에서 주물 부품 만드는 거랑, 공작 기계 셋업하는 것도 챙기도록 해. 최종 수혜자는 대세 자동차니까 말이야.”
“알았어. 연구소 황 영감님과도 소통 잘할게.”
“그래 이제 믿고 갈 수 있겠네. 그리고, 신진 자동차 건은 내가 맡을 테니 신경 쓰지 마.”
조만간 도요타가 한국에서 철수하면 신진 자동차가 공중분해 되기 시작할 텐데, 그건 내가 직접 다뤄야 하는 일이다.
괜스레 삼복이가 정치에 얽히면 일이 복잡해질 테니 말이다.
“오케이. 도요타나 신진 자동차가 어찌 돌아가는지는 실시간으로 보고할게. 그런데, 이번엔 대체 어디로 가는 거냐?”
“알래스카.”
알래스카라는 말에 삼복이가 한동안 말을 잊었다. 이 시절 알래스카는 북극과 동의어였다.
“거길 왜 가? 거기서 건설을 할 것도 아니고. 자칫하면 얼어 죽는 동토잖아. 북극이라고.”
“마, 넌 신문도 안 보냐? 거기서 대형 유전이 발견되었다고 하잖아.”
“그거야 미국 놈들 잔치인데 우리랑 무슨 상관이야? 유전 사업에 끼워주지도 않을 거잖아.”
“네 말대로 유전이야 미국놈들 잔치겠지만, 낸시가 교량을 만들어달라고 하니 가는 거야.”
“낸시 여사가? 그러면 가긴 해야겠네… 알래스카든 중동이든 몸조심은 해라. 알았지.”
삼복이도 낸시 얘기가 나오니 표정이 단박에 바뀌었다. 바레인에서 나이프 왕자를 빼낼 때 낸시의 영향력을 몸소 체험했기에 그럴 것이다.
“직원들과 같이 갈 테니 염려하지 마. 급한 일 있으면 빌 베인에게 연락해 놓고.”
“알았어. 너도 어서 출발해. 울산은 돌아보고 가야 할 것 아냐.”
맞는 말이었다.
***
“기 비서, 벌써 고속도로가 이렇게 막히나요?”
경부 고속도로에 올라탔는데 차가 꽤 막혔다.
70년대에 이렇게 차가 많았나 싶을 정도였다.
“부산으로 향하는 물동량이 많이 늘어난 데다 호남 고속도로도 착공하고 있어서 공사 차량도 많은 거 같습니다.”
예상보다 빠르게 물동량이 늘어나는 모양이다.
아마 대세도 이런 물동량 증가에 한몫 단단히 했을 것이다. 재고가 쌓이는 한이 있더라도 쿼터를 늘리려고 미국으로 물량을 밀어내고 있거든.
조만간 사우디 군복 납품도 시작되면 물동량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그와 더불어 고속도로 또한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망가지고 있었다.
선통행 후보수라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전략으로 세워진 고속도로다웠다.
다행히 현산도 고속도로 유지보수비를 받아 그간 손해를 벌충하긴 할 것 같군.
그리 보면 대한민국은 효율과 생존에 가장 최적화된 나라가 아닌가 싶었다.
국가에 필요한 일이라고 건설사가 주판을 엎어놓고 공사부터 하는 나라가 어디 있겠나.
대한민국은 내가 봐도 되는 나라다.
수치만 봐도 대세가 이끄는 제조업만큼은 기적이나 다름없다.
연평균 성장률은 45% 이상이며, 무엇보다 국가 전체의 총 수입액 20억불 중에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액이 6억불 정도로 30%대로 떨어졌다.
미국 기업의 한국에 대한 직접 투자도 2억불을 넘어섰고 말이다.
내가 그 길을 더 크게 뚫어주지.
다큐멘터리에 나오는 CEO들이야 기업은 사회적 부가가치와 사명감 어쩌고저쩌고 하지만, 나의 목표는 잘 사는 대한민국을 좀 더 이른 시간에 만나고 싶은 것뿐이다.
같이 고생한 내 동료들도, 언젠가 생길 내 가족들도 다 같이 몇 년에 한 번쯤은 해외에서 여름 휴가를 즐길 수 있도록 말이다.
***
다음날, 대세 조선소.
“어서 오십시오. 사장님.”
“잠시 못 본 동안 조선소가 엄청 변했군요.”
조선소 야드가 두 달 사이에 이렇게 확확 변하는 곳은 대세 조선소 밖에 없으리라.
벌써 제 3도크를 절반이나 파냈다.
그간 도크를 두 개나 건설해봤다고, 공사 속도도 더욱 빨라졌다.
물론 내가 빌 베인의 반대를 무릅쓰고 조선소 확장에 수천만불을 쏟아부은 덕분이다.
“예, 제 3도크 공사도 순조롭고 정부에서도 조선공업진흥법을 제정해서 시설재에 대해서 수입 관세도 감면해주고, 투자금액에 대해선 법인세도 감면해줘서 아주 신이 납니다.”
스코우 부사장이 연신 밝은 표정으로 설명했다.
투자금액에 대해 법인세 감면까지 해줬어?
나름 정부에서도 조선업을 엄청 밀어주네.
수성 조선을 살려보려고 애를 쓰는 모양인데, 오히려 내가 덕을 보는 셈이었다.
“좋은 소식이네요. CY 퉁 회장의 유조선은 어찌 되어 갑니까?”
“설계는 저희 26만톤 유조선을 기본으로 하기로 했고, 기관실과 의장도 최대한 저희 부품을 쓰기로 협의를 완료했습니다.”
협의가 순조로운 것은 당연했다.
내가 CY 퉁 회장의 유조선을 용선하기로 했으니 말이다. 대신 계약금으로 3000만불을 받아 신규 도크를 건설하고 있으니 서로 윈윈이었다.
“좋습니다. 블록 건조는 잘 되고 있습니까?”
“일단 육상 공장에서 소조립부터 하고 있고, 중조립부터는 제 2도크 옆구리에서 할 생각입니다. T자 도크라 여유가 좀 됩니다.”
올해 말 리바노스에게 2호선을 인도하면, 조선소의 모든 도크에서 CY 퉁의 선박을 건조하겠군.
CY 퉁이 요구하는 인도 시점을 맞추는 데는 문제없겠다.
수맥을 막기 위해서였지만 제 2도크를 T자로 건설한 것은 정말 전화위복이 아닐 수 없었다.
“2중 선체는 품질 체크에 특히 신경 써야 합니다. 안 보이는 부분을 어찌 처리하냐에 따라 최종 품질이 좌우된다는 거 잊지 마시고요.”
외벽보다 내벽이 수리하기가 훨씬 까다롭다.
선박은 각종 배관과 전기 배선이 빼곡히 들어찬 플랜트나 다름없기에, 내벽 안쪽으로 누수 같은 불량이라도 발생하면 수리하는데 아주 번거롭고 돈도 많이 든다.
“염려 마십시오. 사장님. 선급은 물론 저희 QC들도 눈에 불을 켜고 삽니다.”
“그래야죠. 그럼, 나이지리아 화물선은 어찌 되어가고 있습니까? 영도 조선소도 업무 챙기고 있죠? 스코우.”
“물론입니다. 영도 조선소에선 화물선 건조를 벌써 시작했습니다. 기존에 건조 중이던 초계함은 지난달 인도네시아와 한국 양국 해군에 모두 인도 완료했습니다.”
원래 올해 말까지 인도하기로 했는데, 자그마치 3개월이나 빠르네.
인도네시아도 우리 해군도 대만족이겠군.
나이지리아 화물선 설계를 변경해 10만톤급 대세 화물선도 만들어야 하는데, 그건 알래스카를 다녀온 뒤에 기안해도 늦지 않을 것 같았다.
선박을 건조할 도크도 빈 곳이 없지 않나.
“아, 맥파젠 영애의 요트도 인도했습니다. 그쪽에선 감사패까지 주더군요.”
그거야 사은품이니 전달만 잘하면 된다.
맥파젠은 정보 제공료로 수억짜리 초호화 요트를 선물 받았으니 당연히 감사하겠지.
“좋네요. 그럼 업무는 다 챙겼고 이제 스노우 버드 팀을 만나볼 차례인가요?”
“예, 이쪽입니다. 다들, 사장님께 인사드려요.”
스코우 부사장이 과장들을 데려왔다.
이제 스코우가 완전히 조직을 장악한 느낌이었다. 외국인이라고 겉돌던 느낌은 싹 사라졌다.
그가 이 정도 소속감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희소식이었다. 이만한 고급 매니저를 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니까 말이다.
“대세조선 강철산 과장입니다.”
“대세화학에서 합류한 연국환 과장입니다.”
“대세건설의 김주환 과장입니다.”
비서실에서 어제 연락을 했을 텐데, 벌써 셋은 잘 어울리는 느낌이었다. 서로 월남에서 한솥밥 먹은 사이니 그럴 법도 했다.
“다들 반갑습니다. 다들 월남에서 본 얼굴이라 더욱 반갑네요.”
얼굴을 알아봐 줘서 그런가, 내 말에 과장들이 격하게 감격했다.
둘은 월남에서 미국으로 유학 보낸 대학생이었고, 한 명은 황금종 2기였다. 그간 씨를 뿌려놓은 이들이 하나둘씩 합류하기 시작했다.
두 명의 유학 경험자에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실무형 과장이라니 시너지가 좋을 것 같았다.
플랜트 설계, 시공, 운영으로 담당을 나누면 딱 적당할 것이다.
“무슨 일이든 시켜만 주십시오.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대표로 말했던 것인지 강 과장의 말에 셋 다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은혜라뇨, 고생 엄청 할 텐데요. 그래도 힘든 만큼 보상도 확실할 테니 재밌게 일해봅시다.”
“예, 사장님.”
“출발합시다!”
나는 확장 공사가 무사히 끝나길 기원하며, 야드 전경을 다시 한번 눈에 담고 휙하니 돌아섰다.
3명의 과장도 나를 따라나섰다.
사장 직속 프로젝트 팀이라고 보무도 당당했다
****
알래스카,
휘이이이잉.
9월 말인데 벌써 바람이 매서웠다.
여기 지명이 왜 허리케인인지 대번에 알게 해주었다.
사방을 둘러볼수록 인간이 살 곳이 아니었다.
해발 6000미터의 맥킨리 산맥이 거대한 장벽처럼 서 있고, 사방에 급류가 흘렀다.
야생 다큐멘터리나 찍어야 어울릴 곳이었다.
“크크크, 춥소이까?”
“9월인데 벌써 이렇게 눈이 쌓입니까?”
이미 사방에는 눈이 무릎까지 쌓였다.
알래스카치고도 예년보다 눈이 빠른 것 같았다.
“이 정도로 뭘 그러시오? 이런 날씨면 우린 웃통 벗고 살지.”
현지 운전기사가 연신 농담을 해댔다.
바퀴가 사람 키만 한 트럭 덕분에 나름 손쉽게 허리케인 협곡으로 가고 있었다.
“다들 괜찮아요?”
“사장님, 생각보다 견딜 만 합니다. 알래스카에선 입김이 얼어서 툭툭 떨어진다고 들었는데 말입니다.”
“아직 겨울이 아니잖습니까? 영하 50도면 솔직히 견딜 만 하다는 소리는 안 나올 겁니다.”
현지인들조차 겨울에서는 현장에서 철수한다지 않나. 조금만 방심해도 동사가 남의 일이 아니다.
덜컹. 덜컹.
“다 왔소이다. 여기가 허리케인 협곡이오.”
탕! 탕!
운전기사는 차에서 내리더니 허공을 향해 라이플을 두어 방 갈겼다.
“놀라지 마시오. 간혹 뒤늦게 겨울잠 자러 가는 곰이 있어서 말이오.”
곰을 조심해야 하는 곳이라니, 알래스카답네.
“다들 봐봐요. 어째 다리는 놓을 만 하겠습니까?”
나는 드로잉을 하면서 의견을 물었다.
“협곡의 깊이가 어림잡아도 100m는 되어 보입니다. 지주를 세우는 건 어려워 보입니다.”
김 과장이 건설 출신답게 제일 판단이 빨랐다.
내가 봐도 무리였다.
이런 깊은 계곡에 지주를 세웠다간, 케이블 설치 등 이중으로 경비가 소요될 수 있다.
“하부에 철골 아치를 건설하고 그 위에 평판 슬래브를 얹는 공법이 좋을 것 같습니다.”
강 과장이 말한 설계는 차로가 교량의 아치 위쪽에 있는 상로교(上路橋, Deck Bridge)의 형태다.
이처럼 험준한 계곡에서 철골 구조물로 다리를 만들 때 적합한 설계라고 하겠다.
“아치 설계는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여긴 여름과 겨울의 온도 차이가 아주 극심합니다.”
“상판은 최소 4조각으로 나눠야 할 것 같고, 하부 트러스는 2힌지 아치형으로, 재질은 박스 타입 빔으로 제작하면 적당할 것 같습니다.”
연 과장의 의견도 아주 멋졌다.
미국까지 유학 보낸 보람이 있네.
각자 전공 분야 못지않게 건축 공법에 대해서도 충실히 공부했다.
이렇게 계절 간 온도 차가 큰 지역에선 어느 정도 유격이 있어야 교량 수명을 유지할 수 있다.
튼튼하게 한다고 절벽에 단단하게 고정하는 것은 초짜나 하는 짓이다.
“좋네요. 그런 공법이라면 PC(Pre-cast) 상판도 쓸 수 있겠어요.”
다행히 협곡 거리는 낸시가 말한 200미터 보다는 좀 짧아 보였다.
와중에 공사비를 좀 아낄 수 있겠다.
“어휴, 여기 다리 공사를 하실 분들입니까?”
현지 운전사가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맞습니다. 현지 답사차 온 겁니다.”
“다른 이들은 여길 보자마자 욕부터 하던데, 당신네는 정말 공사를 하려는 모양이구려.”
“해야죠. 그런데, 여기 현지인들은 여태 건너편으로 어찌 지나다녔습니까?”
“건너편으로 갈 이유가 뭐가 있소? 간혹 석유 탐사꾼들이 건너가긴 하던데, 그들도 헬기를 타고 건너가거나 여기서 50km쯤 떨어진 강 상류로 건너가지 허리케인 협곡을 건널 생각은 않지요.”
“음, 돌아가면 건너갈 수는 있다는 말이군요.”
강 상류라면 지금쯤 유량이 많이 줄었을 터이고 충분히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에이, 건너편에 뭐 있다고 가려는 거요? 여기서 보는 것이랑 별반 다를 것도 없소.”
운전 기사는 영 귀찮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가봐야 합니다. 우리 고객이 개발하다가 멈춘 유전이 있다고 하니 그곳을 원상복구 할 수 있을지도 알아봐야 합니다.”
“아, 거기? 그레이엄인가 뭔가 하는 놈이 사기 친 곳 말이오?”
“어딘지 아시나 보네요.”
“어휴, 알다 말다요. 유전을 발견했다고 일당을 세게 쳐준다고 해서 일하러 갔다가 진흙만 잔뜩 뒤집어쓰고 왔소이다. 냄새가 어찌나 고약하던지, 어휴…”
고약한 냄새의 진흙?
뭐야? 느낌이 좋은데?
“번거롭지만, 부탁합니다.”
나는 운전 기사에게 100불짜리 지폐를 쥐여주었다. 헉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눈이 커졌다.
“아유, 당연히 어디든 모셔다드려야지요. 어서 타십시오. 어서.”
자본주의 국가에서 팁과 서비스는 비례하지.
우리는 비포장 길을 마구 달려갔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협곡이 한 시간쯤 돌아가니 겨우 건너갈 만한 데가 나오긴 했다.
“와아아아…”
어느 순간 드넓은 툰드라 지역이 펼쳐졌다.
압도적인 광경에 다들 할 말을 잃었다.
땅만 파면 금방이라도 석유가 터져 나올 것만 같은 풍경이었다.
< 191 : 허리케인 계곡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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