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194)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194화(194/589)
< 194 : 기왕지사 이리 된 것 >
“수고 많았다아? 나, 죽다 살았다니까. 너 다 알고 날 밀어 넣은 거지?”
광주 공장이 개판이긴 했나 보군.
하긴 제대로 된 공장이었음 망할 리가 없지.
“그래, 마음대로 생각해라. 난 알래스카 가서 잘 놀다 왔다.”
“… 알래스카… 어후, 뭔 말을 못하겠네. 그래, 유전은 찾았어?”
솔직히 알래스카에서 고생한 건 별로 없지만, 지명만 들이밀어도 고생한 척 할 수 있다.
“유전을 발견하긴 했는데 물을 집어넣을 플랜트부터 만들어야 해.”
“물? 석유도 마중물이 필요한 거야?”
삼복이는 내 말이 농담인지 진담인지도 구별하지 못했다. 하긴, 누구나 그럴 것이다.
“나중에 자세히 설명해줄게. 그보다 지금 중요한 것은 플랜트를 만들 돈이지. 베인 실장, 추가로 2500만 달러 정도가 필요할 것 같군요.”
내 말에 빌 베인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런 표정 지을 줄 알았다.
그래도 몇 달 전보다 유동 자금 상황은 괜찮아 졌잖아. 조만간 대세 인터내셔널에서 사우디 군복도 납품할 거라고.
“회장님, 그 정도 거금이면 신진자동차를 인수할 때 쓰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떤 플랜트인지는 모르겠지만, 내년으로 미루시면 어떨지요?”
빌 베인은 신진자동차 인수에 더 우선순위를 두었다. 자동차 시장이 더 유망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긴 자동차가 도박판에 가까운 석유 탐사 플랜트보다야 훨씬 안전해 보이긴 할 것이다.
하지만, 내 플랜트는 도박이 아니란 말이지.
“신진은 더 묵혀놓읍시다. 이제 도요타가 철수한 지 6개월째니 슬슬 효과가 나타날 겁니다. 한국 기계를 시작으로 하나씩 인수하면 됩니다.”
“신진이 조각날 것으로 생각하시는군요.”
“맞아요. 내년 초엔 인수금액이 5억 언저리까지 떨어질 겁니다. 그때 인수합시다.”
“자산가의 1/3에 매입하라는 말씀이군요.”
내 말에 빌 베인도 고개를 끄덕였다.
15억짜리를 5억에 인수할 수 있다면야 몇 개월 정도야 당연히 기다려야지.
“찬수야, 한국 기계 인수하면 우리 대세 자동차 산하로 넣어줘. 거기 MAN사 엔진 라이선스가 트럭이나 지프에 아주 유용할 것 같아.”
“너도 알고 있었구나. 그러려고 생각했어.”
“역시 판을 다 짜고 있었구나. 그럼 그렇지.”
삼복이는 아주 만족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내가 생각한 초기 그림은 여기까지다.
그 뒤로 지프차를 어떻게 21세기 SUV로 발전시켜 나갈지는 삼복이와 대세 자동차 개발자들의 몫이지 않을까 싶었다.
나야 전문 분야에 맞게 조선과 플랜트에 최선을 다해야지.
“그건 그렇고 이왕 청와대에 들어갔으면 훈장을 받아와야지. 표창장이 뭐냐? 표창장이.”
나는 삼복이가 받아온 표창장을 가리켰다.
국군의 날 행사를 마치고 청와대 다과회에 초청되었다고 했다. 필시 대통령이 삼복이를 칭찬했을 텐데, 녀석의 반응이 어땠을지 궁금했다.
“난 표창장을 받을 줄은 생각도 못 했어. 중정에만 안 끌려가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니까.”
“당연히 표창 받아야지. 국산 지프차를 저렇게 납품을 잘 했는데.”
“원래 108대를 납품해야 했는데, 70대밖에 못했잖아. 여하튼 각하께서 수고했다고 내 어깨를 두드릴 땐 진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줄줄 흐르더라.”
연신 가슴을 쓸어내리는 걸 보니, 정말 긴장했었던 모양이다.
“전무님께서 말씀은 저리 하시지만 정부는 매우 만족했습니다. 아니, 만족 정도가 아니라 기대 이상의 성능이라며 반응이 대단했습니다.”
“기대 이상이었다고요?
“예, 그렇습니다. 이미 국군의 날 행사에 참여했던 지프차가 삽시간에 일선 부대로 사라졌습니다. 서로 가져가려고 눈치작전이 대단했습니다.”
“그래요? 좋네요.”
“좋아할 일이 아니야. 그중 몇 대는 절름발이 차량이라서 고쳐줘야 하는데, 어디로 배송되었는지 찾아야 해.”
내 말에 삼복이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절름발이 차량? 그게 뭔데?”
“응, 조립 자체는 이상이 없는데 쇼바 부품이 나쁜 게 섞여 있어서 차가 좀 기울었어. 사용하다 보면 타이어 한쪽만 마모돼서 삐딱하게 굴러갈게 뻔해.”
“시가행진 때문에 임시로 출하했던 거구나.”
“응, 그마저도 출하 안 하면 도저히 수량을 맞출 수가 없었어 여하튼, 그것만 고쳐주면 전방에 배치해도 큰 문제는 없을 거야.”
삼복이가 정말로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었다.
대세 자동차는 문제 없겠네.
이로써 대세화학, 인천제철, 대세 자동차는 제 주인을 찾은 것 같다. 내가 굳이 세부적인 것까지는 핸들링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잘됐네. 이번 기회에 품질 A/S 팀은 따로 만들어서 운영하도록 해. 양산 초기엔 이런저런 문제가 많이 발생할 테니까 빠른 대응이 최선이야.”
“A/S팀? 오케이, 바로 만들게.”
실력이 오르면 사전에 품질 불량을 잡겠지만, 초짜는 어쩔 수 없이 양산 단계에서 불량 문제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
그럴 때는 재빨리 리콜을 하거나, 선제적으로 A/S를 하는 게 최선이다.
특히 현재의 대세 자동차는 양산 시험 단계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제품을 생산한 것이다.
자잘한 품질 불량을 겪게 될 것이 뻔했다.
어떤 측면에선 군부대라는 극한의 상황에서 피드백을 받아 품질 개선과 개발에 반영할 수 있기에 행운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최종 납품 계약은 맺었어?”
“응, 올해 말까지 트럭과 지프차 각각 50대를 추가로 납품하고 내년에는 생산량을 훌쩍 키워서 총 1334대, 내 후년에는 1595대까지 납품하기로 했어. 군납답게 짭짤할 것 같아.”
군납이라고 3년 계약을 했구만.
생각보다 납품 물량이 꽤 컸다.
역시 미국에서 15억불을 뜯어낸 결과가 이런 데서도 나타나고 있었다.
여하튼 군용차가 그 정도를 받쳐준다면 해외 시장 개척도 훨씬 쉬워질 것이다.
“정말 수고했어. 앞으로 군납은 품질 관리에 중점을 두고, 개발 인력은 민수용 자동차에 최대한 투자해야 해. 대세 자동차의 미래는 해외 수출에 있다는 거 잊지마.”
당장 수출은 힘들겠지만, 비전은 공유해야 했다.
“알고 있어. 우리 디젤 엔진의 마력수를 좀 줄여서 민수용 지프차와 2톤 트럭을 내년 하반기에 출시할 계획이야. 설계가 되면 보고 할게.”
“기대할게.”
삼복이가 제대로 방향을 잡고 있었다.
솔직히 민수용 지프차만 제대로 만들어도 대성공일 것이다.
지프차 프레임 위에 승용차 바디를 얹으면 21세기 SUV와 비슷하게 만들 수 있으니까. 스포티지 계열의 SUV가 그런 식으로 나온 것이 아닌가.
“아, 맞다. 그러고 보니 각하께서 너보고 청와대로 좀 들어오래. 분위기가 이번에도 그냥 출국하면 중정으로 보낼 것 같았어.”
“아, 나 바쁜데. 너도 있고 빌 베인 실장도 있는데 말이야.”
“야이 씨, 우리가 각하와 마주할 군번이냐? 너 정도는 가야, 국민차를 논의할 거 아냐. 이번에 현산 자동차도 같이 부른 것 같던데.”
“국민차?”
어째 70년대치고 국민차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난 여태 90년대 소형차 붐일 때 광고용 단어인 줄 알았더니, 자동차 정책 단어였던 모양이다.
“각하한테 직접 들은 건 아니고, 비서실을 통해 들었어. 신진 자동차가 공식적으로 국민차 개발을 포기한 모양이야. 그래서 우리랑 현산에게 맡기시려고 한다더군.”
“결국 값싼 차를 만들라는 거야? 현산은 승용차? 우린 트럭? 이런 건가?”
“응, 정확히 말하면 지프차 형태의 자동차도 우리 몫이야. 물론 2000불, 한화로 98만원 가량의 차를 만들라니 힘들긴 한데…”
뭐야… 2000불짜리 차?
현재 생산량으로 그 가격 맞추기는 불가능하겠지만, 나름 희소식이었다.
승용차만 아니면 국민차라는 타이틀을 이용해 내가 다 만들어도 된다는 거잖아.
“알았어. 청와대 대응은 내가 할 테니, 넌 개발에 집중해. 베인 실장은 자동차 원가와 시장 동향 분석 좀 해줘요. 여차하면 청와대에 제출할 수 있게 말입니다.”
“예, 회장님.”
오랜만에 청와대에 가는 데 빈손으로 갈 수는 없지. 보고서라도 들고 가야지.
“그리고 청와대에 들렀다가 울산으로 바로 내려갈 테니, 대세 조선에 플랜트 사업부도 신설해주십시오. 김춘석 이사에게 해수 담수화 경험자 중 차장급 한 명을 플랜트 사업부로 발령내라고도 해주고요.”
“예, 회장님.”
“김 이사는 국내에 잘 적응하고 있죠?”
“종횡무진 활약 중입니다. 월남 및 요르단 경험자라 실무 쪽에 탁월하고 그래서인지 직원들도 잘 따르고 있습니다. 조만간 포항제철이며 울산항이며 죄다 마무리가 될 겁니다.”
좋은 소식이네. 여차하면 알래스카 교량 건설에 불러도 될 것 같은데?
여하히 대세 건설 출신들이 우리 그룹 전반에 걸쳐 리더급을 많이 만들어내고 있었다.
***
사흘 뒤, 청와대 접견실.
“왕 사장님,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우 사장님은 바레인에 가신다더니 알래스카까지 가셨다고요?”
입구에서 왕 사장을 만나 인사를 나눴다.
“돈 벌려면 어디든 가야죠. 왕 사장님도 사업은 잘 되시죠?”
“어휴, 죽지 못해 삽니다. 사업 얘기는 나중에 따로 하시죠.”
어째 왕 사장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이상하네, 경부 고속도로 보수 공사로 그간 손해는 충분히 벌충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더 묻고 싶었지만, 대통령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기에 접견실로 향했다.
“다들 어서 오게.”
대통령은 나와 왕 사장을 보자마자 악수를 하고 등을 두드려주었다.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물론이야. 내 평생 국산 지프차를 타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그걸 이번에 이뤘어. 여태 다 낡아빠진 미제만 써왔는데 말이다.”
“아직 국산품이라고 하기 부끄럽습니다. 외국 차량 설계도와 각종 부품을 조합한 수준이지요.”
“그리 생각한다니 더더욱 기대가 되는군. 역시 국민차를 만들 사람은 임자들 뿐이야.”
대통령은 우리 손을 잡고 집무실로 행했다.
집무실 안에는 이미 회의 탁자가 세팅되어 있었고, 염원철 경제수석이 브리핑을 준비하고 있었다.
“각하, 국민차에 대해 설명을 할까요?”
“염 수석, 잠시만 기다려. 이것부터 좀 보여주고 말이야.”
대통령은 나와 왕 사장에게 서류를 내밀었다.
일본어와 영어가 병기된 문서였다.
어이없게도 수신인은 대한민국 정부, 발신인은 도요타 한국 지사장이었다.
“이런 미친 놈이…”
나는 문서를 보자마자 대통령 앞인 것도 잊고 욕부터 나왔다.
문서의 내용을 요약하면 도요타는 신진뿐만 아니라 한국의 어떤 회사, 어떤 기관과도 단교하겠다는 문서였다.
굳이 이걸 문서로 통보해? 건방진 새끼들.
“잘 봤나? 일개 회사가 국가를 상대로 단교 선언을 했어. 우리 대한민국이 일본 놈들에겐 얼마나 하찮게 보이는 건지.”
대통령도 분한지 이맛살을 와락 구겼다.
“도요타는 정말 약삭빠르군요. 아무리 중공이 중요하다고 해도 이런 서류를 보내다니요.”
“중공에 판매 대리점이라도 세우려나 보죠. 도요타로선 입국 티켓 끊었다고 생각할 겁니다.”
“참나…”
내 말에 왕 사장도 혀를 끌끌 찼다.
“뭐 일본 애들만 제 잇속 차리겠어? 포드社도 마찬가지 아니겠나? 아직도 현산이 합작 추진 중인 엔진 공장에 대해 사업계획서도 안 냈다면서.”
“그게 아직 협의 중이라…”
“20만대 규모의 엔진 공장을 만들겠다는 도요타가 이렇게 판을 깼으니, 포드도 투자 약속을 지킬 이유는 없겠지. 경쟁자가 없는데 말이야.”
대통령은 한국주식회사 총수답게 실무적인 일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승용차 부문에선 엔진 공장을 합작사 형태로 추진하고 있었군. 어쩐지 신진 사장이 대통령 앞에서 그리 기고만장하더라니.
“포기하십시오. 경쟁자도 없는 데다 포드사로선 한국은 그리 중요한 시장도 아닙니다. 절대 투자하지 않을 겁니다.”
“우 사장님!”
“임자는 말을 너무 세게 해.”
내 말에 둘다 얼굴을 붉혔다.
“외람되지만 우리 자동차 업계의 미래로 봐서는 오히려 잘된 일인지도 모릅니다. 외국 회사의 입김이 훅 줄어든 격이지 않습니까. 기왕지사 이리된 거 독자 개발밖에 길이 없습니다.”
원래 역사와 대비해서도 상황은 훨씬 좋았다.
일본 자금이 많이 들어오지 않았기에 빠져나가는 양도 덩달아 줄었고, 자재 수입처도 일본 외에 미국과 유럽으로 상당히 다각화되었고, 무엇보다 미국으로부터 15억불이나 뜯어내서 국내 경기 침체가 극심하지 않았다.
“바로 그거야. 외국 기술에 의존하면 결국 이런 사달이 나는 거야. 자동차같이 국가적인 사업은 더더욱 자생력을 가져야 해.”
“각하, 아직 우리나라는 자동차만큼은 멀었습니다. 합작사가 필요합니다.”
왕 사장조차 이때는 국산 엔진 개발이 시기상조라고 생각했군.
하긴 원래라면 때가 좀 이르긴 하지.
하지만 지금은 나라는 존재가 있지 않나.
“합작은 해. 누가 말리나? 대신 국산 엔진을 개발해서 싼 값에 국민차를 만들란 말이야. 대세가 트럭 엔진도 국산화했는데 승용차 엔진이라고 못할 게 뭐야. 염 수석, 얘기해 줘. 국민차가 어떤 것인지.”
“예, 각하.”
염 수석은 그제야 챠트를 휙하니 넘겼다.
「자동차공업 육성에 대한 대통령 지시 각서」
제목에 대통령이 들어가 있었다.
국민차는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다는 거군.
도요타 때문에 살짝 뚜껑이 열리긴 했나 보네.
“자동차공업의 획기적 발전은… (중략)… 정부는 경제적인 한국형 승용차의 생산체제 및 수출기반을 확립하고자 합니다.”
염수석의 발표는 대통령의 의사를 반영한 듯 아주 단호했다.
말은 장황했지만, 한마디로 싼 국산차를 만들어내라는 것이었다.
– 차종 : 독자적인 설계의 차종.
– 생산 가격 : 2000달러 이하.
– 엔진 배기량 : 1000cc 이하.
– 국산화율 : 95% 이상(KD 도입 불허)
– 생산대수 : 연간 5만대 이상
– 생산개시 : 1973년
프로젝트 목표를 나열해두고, 그 뒤에 지원금 규모와 세금 우대 등을 주르륵 설명했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른 건 다 그렇다 쳐도 가격과 엔진 배기량이 틀려먹었다.
“불가능합니다. 저런 사양으론 절대 수출 못합니다. 가격은 최소 3000불에 엔진 배기량은 1500cc 이상은 되어야 합니다.”
“우 사장님, 일단 내수부터 살려야 수출도 할 수 있는 거 아닙니까? 솔직히 1000cc급의 차라도 가격이 2000불 이하라면 국내 실정에 충분히 유용합니다.”
“차 사양을 국내 실정에 맞추다니요. 2000불 짜리 차가 굴러는 가겠습니까?”
굴러는 가겠지만, 나라면 안탄다.
거의 종잇장이나 다름없다.
생명을 걸고 타라고?
“국민들이 살 수 있어야 국민차죠. 필요합니다.”
“그런 차를 만드느니, 우리 국민도 3000불짜리 차를 살 수 있도록 소득을 올리는 게 낫습니다.”
내 말에 다들 표정이 달라졌다.
1인당 국민소득이 250불에 불과한 현재, 내가 하는 말이 터무니없게 들렸을 것이다.
“뭐라, 국민 소득을 올리면 된다고?”
시각을 달리하면 상황은 전혀 다르게 보이기 마련이다.
< 194 : 기왕지사 이리 된 것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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