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195)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195화(195/589)
< 195 : 동행 >
“국민소득을 올리다니 어떤 의미인가?”
대통령은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말 그대로 입니다, 대통령님. 국민들이 비싼 차를 살 수 있게끔 정부에서 보조금을 지원해 주는 것입니다. 1000불 정도를 지원하면 3000불짜리 차도 2000불짜리가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보조금을 주면 국민 소득이 올라간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린가? 우리나라 1년 예산이 얼마인지 아나? 4300억이야. 그중에 재정 적자가 1200억이지. 그 와중에 보조금이라니!”
전세계적으로 미국발 인플레가 심해지고 있고,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기에 재정적자가 난 것이다.
그렇다 해도 대통령은 모르겠지만 원역사 대비 적자가 많이 줄어든 것이다.
주한미군 철수를 핑계로 미국으로부터 돈을 뜯어냈고, 수출 실적도 양호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건 내 생각이고, 대통령은 소비재에 국가 보조금을 지원했다간 당장 국고가 텅 빌 것 같을 것이다.
“재원은 있습니다. 대통령님께서 군 현대화 자금의 일부를 자동차산업 진흥기금으로 전용해주시기로 하셨지 않습니까? 3억불 정도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 설마 그 진흥기금이 보조금을 의미했던 것이었나?”
“소비가 있어야 기업이 생산 활동을 하고, 해외수출도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거시적으로 보시면 보조금 지원도 엉뚱한 정책은 결코 아닙니다. 물론, 한시적인 조치입니다.”
취약 산업을 띄우려면 국가 보조금이 답이다.
21세기 여러 산업부문에서 검증된 정책이다.
한시적인 혜택이라고 하면 소비 진작에는 효과 만점이다.
게다가 국민차의 본격 생산 시기를 72년도 이후로 생각하고 있지 않나.
연이어 다가올 오일쇼크 직전이라 불황을 빠져나가는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거 원, 내가 이해가 안되는 건가? 염 수석, 경제수석으로서 이거 어떻게 생각해?”
대통령은 챠트 앞에 서 있던 염 수석에게 의견을 물었다.
“재원 내에서라면 재정손실의 부작용보다 경기 부양의 순기능이 더 클 것 같습니다. 보조금은 훗날 세금으로 돌려받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말입니다.”
“세금으로 돌려받아? 국민들이 차를 사면 국가 전체의 자동차 산업과 물류가 발전하게 될 것이다… 뭐, 그건가?”
“예, 그렇습니다. 각하.”
염 수석의 말에 대통령도 턱을 쓰다듬었다.
70년대야 절약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할 때라, 보조금 지원이 말도 안 된다고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자생력이 없는 자동차 산업에 한해선 이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다.
그보다 나는 대통령이 뭐라고 하든 1000cc급의 자동차를 만들 생각은 아예 없었다.
만들어봐야 적자를 낼 자동차를 왜 만드나?
내수야 덤이고, 수출 경쟁력이 있는 차를 만들어야지. 괜스레 눈 밖으로 나고 싶지 않아 대안을 제시했을 뿐이다.
그리고 군 현대화 자금 18억불 중에 3억불만 보조금으로 내놓는 거잖아.
내 덕분에 얻은 거면서 말이다.
“그래, 부족한 국고를 털어서 지원금을 준다 쳐. 그 돈이 화수분도 아니고 그 뒤엔? 차를 먼저 산 사람만 이득을 보고 다시 자동차는 안 팔릴 거 아닌가.”
“그다음엔 해외 건설로 경기 부양을 하면 됩니다. 중동에서 시작해 북아프리카 산유국까지, 건설이 필요한 곳은 죄다 공략하는 게 좋겠습니다.”
“중동이라… 임자가 지금 조선소를 짓고 있는 곳이 바레인이지? 거기 일거리가 많은 모양이지?”
“바레인뿐 아니라 사우디, 쿠웨이트, 이란, 나이지리아, 리비아 등등 대상은 다양합니다.”
“리비아? 거긴 공산국가인데, 그런 곳까지?”
“미국과 일본도 중공에 진출하려고 외교전까지 펼치고 있지 않습니까? 미국도 이념보다 국가 이익을 앞세우는데, 우리가 나라를 가릴 필요가 있겠습니까? 오히려 저들이 중국에 신경 쓰고 있을 때가 기회입니다.”
“중동은 이스라엘 때문이라도 친미국가를 백안시하는 경향이 있지 않나. 임자야 인맥이 있으니 거길 진출했지, 다른 회사는 쉽지 않을 거야.”
대통령의 말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사실이지.
하지만, 세상이 바뀌고 있다.
아주 급격하게 말이지.
“중동 국가들이 이스라엘을 공동의 적으로 두고 똘똘 뭉쳐 미국 석유회사들을 쫓아내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과 달러의 가치 방어를 위해서 그걸 방관하고 있고 말입니다. 지금이 중동 건설 시장을 뚫을 절호의 기회입니다.”
오일 쇼크가 터지면 전세계 건설사들이 죄다 중동으로 몰려가지.
지금 들어가면 정말 초기에 진입하는 것이다.
온갖 건설 프로젝트를 선점할 수 있다.
“으흠, 하긴 석유 국유화가 줄을 잇고 있지. 미국이 그걸 용납하고 있다는 게 나도 의외이긴 했는데, 그런 정치적 거래가 있다는 건가?”
“예, 정황상 그리 판단됩니다. 미국이 패권국이 된 것도 석유를 지배했기에 그런 것인데, 중동을 포기하겠습니까? 단지 여태까진 민간 석유 회사들에 맡겨놓았는데, 이제 직접 정부와 정부끼리 국가 안보를 두고 협상한 것이 분명합니다.”
“그럼… 석유 회사로 들어가던 돈이 중동의 각국 정부… 아니, 왕실로 들어가겠군.”
대통령은 이제야 훤히 보인다는 듯 읊조렸다.
곁에 있던 왕 사장과 염원철 수석도 정말 그러냐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우 사장님, 그래서 요즘 석윳값이 계속 오르고 있었던 거군요.”
왕 사장이 딱 좋은 말을 해줬다.
“그렇습니다. 산유국들이 펀드를 모아 바레인에 30억불이나 투자할 정도로 돈을 많이 벌고 있지요. 원래는 미국 기업으로 흘러 들어갈 돈이었는데 말입니다.”
“30억불!!! 저희 현산도 좀 끼워주십시오. 요즘 불경기로 저희 현산은 자동차 할부금도 못 받고 아주 죽을 맛입니다. 어째 다리 좀 놔주십시오.”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 다만, 그러려면 국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모쪼록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공관을 개설해주셨으면 합니다. 국제 수주야 외교력의 총집합체이지 않습니까. 우리 같은 장사꾼이야 그 바탕 위에서 실무를 할 뿐입니다.”
나도 일이 넘쳐서 나눠줄 상황이면 좋겠다.
하지만, 아직은 그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여태 해외공관이 없어서 사업이 힘들었나?”
“송구하지만 그렇습니다, 대통령님. 최근 저희가 나이지리아 화물선을 수주할 때도 공관이 없어서 옆 나라 코트디부아르를 통해 입국했습니다. 수주 정보도 아주 우연히 입수했고 말입니다.”
“일리가 있군. 참나… 이거 원 국민차 얘기하러 불렀다가 내가 설득당하는 꼴이군.”
대통령은 휙하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어디선가 양주 한 병을 꺼내 털썩 소파에 앉았다.
“다들 이리와. 한 잔씩들 받으라고.”
뜬금없이 술이라니.
처음에는 강압적으로 국민차 개발을 밀어붙일 생각을 했던 대통령도 상황을 보아하니 그게 아니다 싶었던 모양이다.
일단 사전 준비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감사합니다.”
나는 물컵을 들고 가서 한잔을 받았다.
“보조금이든 중동 진출이든 정부가 도울 방법부터 찾지. 국민차 계획은 그 뒤로 미뤄야겠군. 그렇다고 임자들까지 국산차 개발을 미루면 안돼!”
“예, 대통령님.”
“명심하겠습니다. 각하.”
“염 수석, 비서실에서 이들을 전방위로 지원할 방법을 찾아서 보고해. 알겠나.”
“예, 각하.”
모두 위스키를 한 잔씩 비웠더니 대통령은 가서 일보라는 듯 손을 휘휘 내저었다.
우리는 집무실을 빠져나왔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염 수석은 청와대 로비에서 날 한참 동안 잡아놓고, 국민차 프로젝트에서 보완해야 할 것에 대해 이것저것 질문을 했다.
“다른 건 몰라도 엔진 용량만큼은 승용차는 1500cc 내외, 디젤차는 2000cc 내외로 해주셔야 합니다. 그래야 내수 시장과 수출 시장을 동시에 노릴 수 있습니다.”
“으흠, 알겠습니다. 다시 검토해보겠습니다.”
염 수석마저 고개를 끄덕였으니, 다행히 1000cc짜리 국민차는 안 만들어도 될 것 같았다.
삼복이가 시제품을 만들어내면 그걸 들고 가서 보조금 협상을 해야겠다.
****
“우 사장님, 저랑 잠시 얘기 좀 하시지요.”
왕 회장은 청와대를 빠져나오자마자 나를 휙하고 잡아끌었다.
“네, 말씀하시지요.”
접견실에 들어가기 전부터 표정이 안 좋았었지.
골치 아픈 문제가 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해외 건설, 뭐든 좋습니다. 별로 안남아도 좋으니 저희에게도 다리를 좀 놔주십시오.”
“저도 당장은 정보가 없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시죠. 해외공관만 생기면 정보가 우수수 들어올 테니…”
“아니, 그때까지 못 견딥니다. 바레인이든, 알래스카든 건설 하청도 필요하실 것 아닙니까? 저희 현산 건설을 쓰십시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까부터 죽을 맛이라고 하시던데, 왜 그러십니까? 무슨 일이 있으신 겁니까?”
내 질문에 왕 사장은 얼굴을 몇번 손으로 비비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잠자코 기다리니 겨우 입을 열었다.
“사장님이 바레인으로 가셨을 때, 여기 한국에선 큰 물난리가 있었습니다. 저희 자동차 공장도 수해를 입었지요.”
“이런…”
현산 자동차는 울산에 공장을 세웠다.
원래 석유화학 단지를 조성하려다 내가 다른 땅을 기부하는 바람에 땅값이 폭락했던 곳이었다.
땅값이 싸서 매입할 땐 좋았겠지만, 성토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수해에 취약한 지역이다.
말 그대로 해수면과 그다지 차이가 없는 염전지역이었으니까.
“분명 부속품을 깨끗이 세척해서 이상 없는 것만 조립을 했는데도, 최근 한달 새 택시 100여대나 반납하겠다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물먹은 부속을 썼다는 이유 때문이겠군요.”
“예, 품질에는 문제없고 심지어 부속을 새것으로 갈아주겠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반납하고 있습니다. 국회의사당 앞에 차를 두고 가는 차주, 반납한다는 메모하나 달랑 끼워서 회사 정문에 두고 가는 차주, 심지어 차 부품을 모두 빼낸 후 빈 껍데기만 공터에 버리는 차주까지… 아이고…”
“그래서 아까 할부금도 못받고 죽을 맛이라고 하셨군요.”
그냥 지나가는 말로 들었는데, 큰 일이 있었군.
침수 피해가 있었다는 사실이 자연스레 부품 불량으로 비화하고, 불경기로 영업이 안되던 운수업체들엔 좋은 빌미가 되었겠군 싶다.
“할부금도 할부금이지만 시중에선 우리 코티나 자동차를 고치나, 코피나, 골치나로 부르니 수모도 이런 수모가 없습니다.”
“포드쪽에서 뭐 좀 안도와 줍니까?”
“조사단까지 와서 해결책이라고 한다는 소리가 비포장도로에서 운행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결국 차량엔 문제가 없고, 문제가 된다면 그건 우리나라 도로나 운전자 잘못이라는 겁니다.”
“포드 답군요.”
도로가 잘된 미국이나 유럽을 기준으로 설계했다면 우리나라 도로와 기후에는 힘들지.
게다가 초짜인 현산자동차의 정비 미숙과 부품 기술 부족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을 것이다.
“저도 이참에 국산차 개발을 하고 싶은데, 당장 돈을 구할 방법이 없습니다. 도와주십시오.”
웬만한 국내 건설은 도맡아 했던 왕 사장이 이 정도 문제로 돈 얘기를 꺼낼 정도면, 경부고속도로에 퍼부은 돈이 치명타였던 모양이다.
보수 공사로 돈을 회수한다고 해도 시간이 좀 걸릴 테고 말이다.
“알래스카 같이 가시겠습니까?”
“알래스카에 다리 때문에 실사 가셨다고 들었습니다. 다리라면 맡겨만 주십시오. 누구보다 빠르고 튼튼하게 해드리겠습니다.”
“교량은 아직 설계도 덜 됐고, 강재 조립도 아직 안 했습니다. 그 전에 준설 공사를 하려는데, 같이 하시죠.”
준설공사야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그리고 아무리 나라고 해도 한겨울에는 공사 못하잖아. 그 전에 최대한 공사를 해둬야 봄에 눈 녹은 물이 터지기 전에 뱃길을 뚫지.
“준설 공사야 또 저희 전문이지요. 하하하.”
“출발할때 연락드리겠습니다.”
“예, 꼭 부탁드립니다.”
이 한 건은 언 발에 오줌 누기지만 북미에서 공사를 해봤다는 실적은 차후 해외 공사를 수주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왕 회장도 그걸 알기에 두말 않고 따라나선 것이다.
***
대세 조선소.
“선박 엔진 공장에 플랜트 야드까지 투자하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스코우 부사장은 내 투자 결정에 감탄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작은 동아시아 후진국에 쉽 야드, 엔진 공장, 플랜트 야드가 어우러진 조선해양업체가 있다는 것 자체가 예상 밖일 것이다.
플랜트 야드는 조선소 야드 못지 않게 크다.
블록이 선체처럼 거대하지 않을 뿐, 온갖 의장이 빽빽이 붙어 있기에 복잡하기로 따지면 선박 건조보다 더 어려운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해양 플랜트와 조선은 상호 보완적이니 둘 다 신경을 바짝 써주십시오. 최대한 양질의 인원을 뽑아야 합니다.”
“생각보다 대세 그룹의 인력풀이 풍부해서 문제없을 것 같습니다. 설계자는 물론 특수 용접 기사들과 비철금속 전문가가 이렇게 많다니 깜짝 놀랐습니다.”
“다행히 인원 모집이 잘 되었나 보군요.”
“대세건설과 조금 이슈가 있긴 했습니다. 교량 건설은 대세조선이 아니라 대세건설이 주관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이지요.”
“철 구조물의 제작은 대세조선이, 건설 시공은 대세건설이 주관하는 것으로 교통정리 하십시오. 설계 정보는 공유하시고요. 해양 플랜트만큼은 오롯이 대세조선이 주관하십시오. ”
“예, 알겠습니다.”
일반적으론 대세건설이 주관사이고 대세조선이 철 구조물 제작 하청인 셈이다.
해양 플랜트만큼은 예외고 말이다.
“연국환 과장이 어쩌고 있나 가볼까요?”
“초도 개념은 완성한 모양인데, 잔뜩 긴장해 있더군요.”
나는 스코우와 함께 설계팀 사무실로 들어갔다.
내가 미국에서 낸시와 협상에 열을 올리는 동안, 연 과장은 워터 인젝션 플랜트에 대해 정말 열심히 정보를 수집했던 모양이다.
온갖 논문과 사진들로 사무실이 꽉 차있었다.
“사무실이 지저분해서 죄송합니다. 치운다고 치웠습니다만…”
“설계실답고 좋은데요, 뭘. 사무실 크기는 좀 키워야겠군요. 회의실도 따로 두고.”
이 시대에 땅을 넓게 써야지.
“사장님이 오시기 전에 최대한 설계를 완성해보려고 했지만 역부족이었습니다. 현재 개념 정도만 잡았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여기 모형이 있군요.”
탁자 위엔 개념도와 함께 멋진 플라스틱 모형이 마련되어 있었다.
“예, 연구소에서도 엔진을 개발할 때 3D 모형을 두고 연구했다고 들어서 말입니다.”
이제 확실히 우리 대세는 대세 그룹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았다.
각 계열사 간 정보 공유와 시너지가 아주 좋았다. 심지어 이런 개발 노하우까지 주고받지 않나.
< 195 : 동행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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