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How I Became a Chaebol RAW novel - Chapter (197)
나는 이렇게 재벌이 되었다-197화(197/589)
< 197 : SOS >
“여기 A3-26 구역까진 팠으니, 27 구역부터 파면 돼. 측량 말뚝이 눈에 파묻혀 있으니까 안 부러뜨리게 조심하라고. 자칫 건드리면 또 측량사들 온종일 지랄해.”
“문제없습니다, 이 주임님. 들어가서 쉬십시오.”
알래스카에선 교대 시간을 칼같이 지켜야 했다.
괜스레 일 욕심을 내다가 동상이라도 입으면 큰일이었다.
능률급을 개인이 아니라 팀별로 나눠주기에 업무 인수인계를 잘해서 엉뚱한 곳을 안 파도록 하는 게 최선이었다.
부릉. 부르릉.
“으이그, 최 가야! 그렇게 바로 움직이면 어째. 교대할 땐 10분 예열하는 거 몰라? 누가 일식이 아니랄까 봐.”
“어이쿠, 깜빡했습니다. 시정하겠습니다.”
알래스카에선 업무 인수인계를 위해 잠시 장비를 끄는 것만으로도 엔진이 식어 버렸다.
장비에 무리가 가지 않으려면 예열은 필수였다.
자칫 장비 수리하느라 며칠 동안 공치게 되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장비 고장 나면 우리 보너스 날아가는 거야. 서두르면 안된다고.”
“예, 예!! 삼식이 형님.”
현장에선 삼식이라고 장난삼아 부르지만 듣는 사람은 나름 자랑스러워 하는 별명이었다.
삼식이는 해외 여권을 3번 갈아치웠다는 뜻으로, 월남, 요르단, 그리고 이번 알래스카까지 섭렵한 최고 베테랑이라는 뜻이었으니까.
재식이는 그중 두 번을 참여한 경력자다.
대세 직원은 최저 재식이였고 해외 건설은 처음인 현산 직원들은 현장에서 일식이라고 불리며 초짜 취급을 당했다.
“안 되겠다. 초짜한테 선물이나 주고 가야겠네.”
“선물이요? 뭔데요?”
“뭐긴 뭐야? 오줌통이지.”
“아니, 그 귀한걸. 역시 주임님은 다르네요.”
“아직 뜨끈하니 잘 사용하라고.”
이 주임은 초짜 기사에게 고무 주머니를 툭 하고 던져주었다.
회사 양호실에서 환자용으로 쓰는 오줌주머니인데, 거기다 뜨거운 물을 받아 입구를 묶으면 몇 시간은 뜨듯하게 보낼 수 있었다.
양호실에서도 직원들이 슬쩍해도 그냥 모른 척 넘어가 주는 건데, 직원들은 급하면 정말 그 안에 오줌을 담아 쓰기도 했다.
사타구니에 끼고 있으면 몸 전체가 뜨끈해져서 업무 효율이 아주 좋다나 뭐라나.
“후배 챙겨주는 거예요?”
“엇! 사장님.”
“이거 원, 보온 물통을 따로 만들던가 해야지. 오줌통은 너무 민망하군요.”
“하하, 뭐 물건이야 쓰기 나름이죠.”
귀국하면 핫팩이든 발열 조끼든 만들어야 할 것 같았다.
언제 극지 건설을 또 하게 될지 모르니까.
딱히 극지가 아니라도 겨울에 작업할 때도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여하튼, A3 구역 현황은 어때요?”
“예, 저희 팀의 진척도는 70%입니다. 내일모레면 신규 구역을 할당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진척도가 70%로 원래 계획대비 10% 정도를 더했다. 이런 속도라면 내년 5월까지 충분히 북쪽으로 120km를 준설하고도 남겠다.
나머지 30km 정도는 바닷물이 들었다 나갔다 하는 곳이라 강폭도 넓고 수심도 깊어서 얼음만 걷히면 배가 들어오는 데는 문제없었다.
“음, 여기도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군요.”
“더 돌아보시겠습니까?”
동행한 김주환 과장이 물었다.
김 과장이 전체 현장 감독을 맡고 있었다.
A3 구역이 제일 어려운 곳인데 여기 진척도가 70%라면 나머지는 돌아볼 필요도 없었다.
괜스레 직원들 일하는데 방해만 되지.
“아뇨, 그보다 허리케인 계곡 교량은 어때요? 현산이 진입로를 잘 내고 있나요?”
“왕 사장님이 길 하나는 정말 잘 뚫으시던데요. 그쪽도 진척도가 10% 이상 상회하고 있습니다. 현지인들이 그냥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여기서도 경부고속도로 뚫을 때의 실력이 나오는 모양이다. 솔직히 추운 것만 제외하면 공사는 더 쉬울지도 모른다.
강가 평지에서 협곡 쪽으로 약한 경사를 계속 올라가는 것이 전부니까.
그 사이에 나무를 베고, 뿌리를 뽑고, 바위를 치우고, 땅을 다지면 되는 일이다.
우린 파쇄석 정도만 뿌려 진입로만 형성하고, 나중에 송유관이 지나가면 주 정부가 세금을 들여 정식 아스팔트 도로를 만들어 줄 거다.
우린 교량 건설에만 돈을 받으니 다른 쪽에는 돈을 최대한 아껴야 했다.
“진척도가 빠르면 협곡 양쪽에 공사용 지주를 박고 케이블 정도만 걸어놔도 좋겠군요. 아치 철골이 들어오면 바로 작업할 수 있게 말이죠.”
“현산과 논의해서 가능하면 그렇게 계획을 조정해보겠습니다.”
현산이야 당연히 오케이 하겠지.
일이 커지면 받을 공사비가 늘어나니까.
“현산이 동의하면 내년 봄에 계곡 양쪽에 케이블부터 걸어야 하니, 소형 헬기도 미리 리스 계약을 해두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계곡 양쪽에 지주를 박고, 거기에 강선 케이블을 걸치면 공사의 절반은 미리 한 셈이다.
울산에서 아치 형태로 조립한 강재를 가져와 케이블에 걸어 계곡 가장자리부터 용접하면 된다.
일명 하이라인 공법이라고 부르는 방식이다.
계곡 중간에서 아치가 만나게 연결하면 그 위에 상판을 놓는 거야 식은 죽 먹기지.
여하튼 겨울에 그 정도까지 일해두면 봄부터 일사천리로 공사를 진행할 수 있을 거다.
반드시 그리해야 한다. 이 놈의 알래스카 겨울은 두 번 다시 겪고 싶지 않으니까 말이다.
땡땡땡~ 땡땡땡땡~ 우우우우웅~
종소리와 함께 비상 사이렌이 울렸다.
화이트 아웃을 알리는 경고 사이렌이었다.
이럴 땐 안전을 위해 모두 숙소 중앙에 자리한 회관으로 모여야 했다.
매일 밤 인원 점검을 하지만, 화이트 아웃일 땐 실종 우려가 있기에 인원점검이 필수였다.
“다들 철수해요! 철수!”
“철수!!!”
이 놈의 화이트 아웃은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들이닥쳤다. 강제로 쉬게 해 주니 무리하지 않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와중에 안전에도 크게 영향이 없는 게, 화이트 아웃은 프루도 베이에서 시작해 공사 현장을 덮치기에 철수할 시간도 충분했다.
현지인 중 일부를 프루도 베이 쪽으로 배치해 날씨를 살피게 하는 이유였다.
현지인들은 우리랑 달리 화이트 아웃의 조짐을 훨씬 빨리 알아차렸다.
공기 냄새와 하늘색부터 달라진다고 표현하는데, 나를 비롯해 한국인들은 아무도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
숙소 회관.
“자, 다들 뜨끈한 차 한 잔씩 하세요. 팔, 다리 가려운 분은 저에게 오시고요.”
현장 회관에 모이면 인원 점검과 함께 의사가 직원들의 건강을 살폈다.
너무 추워서 감기 바이러스도 얼어 죽는지 감기에 걸린 이들은 없었고, 대부분 노출된 얼굴이 햇빛에 타고, 가벼운 동상 같은 피부 질환이 많았다.
의사의 처방은 한결같았는데, 온찜질을 해주고 끈적한 글리세린을 피부에 듬뿍 발라줬다.
알래스카에서 가벼운 동상은 일상이었다.
나조차 밖에 있다가 이렇게 따뜻한 곳에 들어오면 그제야 피부가 간질간질한 게 밖이 춥긴 추웠구나 하는 걸 느낀다.
그럴 때면 부지불식 간에 얼어 죽는다는 말이 새삼 무섭게 다가왔다.
동상에는 석유 시추 배관 밸브에서 스며나오는 왁스(원유 찌꺼기)를 바르면 즉효인데 말이다.
“허허, 일주일에 한 번은 우 사장님 얼굴 보라고 날씨가 이러나 봅니다.”
뜨끈한 차로 몸을 녹이고 있자니 왕 사장이 들어왔다.
“어째 길은 순조롭게 뚫고 계신다면서요. 뭐 좀 도와드릴 일은 없습니까?”
“다들 고생하는데 우리 일은 우리가 해결해야죠. 그리고, 알래스카 환경 공무원들이 매번 벌목 숫자 확인하는 것만 빼면 힘든 일도 없습니다.”
“다행이네요. 김 과장, 인원 점검 끝났나요? 끝났으면 일찍 밥 먹읍시다.”
화이트 아웃으로 일찍 모이면 자연스레 단합대회를 하듯 한꺼번에 식사를 했다.
“와아아아! 고기 파티다!”
내 말에 사람들이 환호했다.
이렇게 모이면 언제나 고기 파티를 하는데도, 직원들은 언제나 좋아했다. 고기라면 절대 질리지 않는 70년대 한국인들이었다.
알래스카에서는 육류 가격이 엄청 싸서 고기 파티를 맘껏 할 수 있었는데, 사방이 냉장고라 보관이 유독 쉬워서 그런 것 같았다.
“현지인 날씨 담당만 안 오고, 다 있습니다.”
“그쪽이야 오늘도 못 오는 모양이죠. 우리끼리 먹읍시다.”
날씨 담당은 화이트 아웃을 제일 먼저 알아채는 곳이라 관측 대피소에서 무전만 보내고 꼼짝하지 않고 틀어박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고기 파티를 못한다뿐, 꿀 보직이었다.
다들 구내식당으로 나아가 고기를 굽고, 각자의 방식으로 음료수를 만들기 시작했다.
나처럼 콜라를 택하는 사람도 있고, 뜨거운 유자차, 또는 홍차에 시럽을 잔뜩 타서 먹는 이들도 있었다.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알래스카인지라 과하다 싶게 단속하는 술 대신 이렇게 음료수를 즐기며 왁자지껄 떠드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
솔직히 TV가 나오긴 하는데, 나조차 영어로 나오는 미국 방송은 내 취향이 아니었다.
벌컥!
“미스터 우… 아니, 사장님, 큰일 났습니다.”
“아니, 제이콥!”
날씨 관측 요원인 제이콥이 벌컥 들이닥쳤다.
그 뒤에 다른 현지인들이 들 것에 사람을 싣고 있었다.
“환자 내려놔요! 어서요.”
“예, 예!”
고기를 뜯고 있던 우리 담당 의사가 달려가 환자의 옷부터 벗겼다.
냄새로 보아하니 원유를 잔뜩 뒤집어쓴 것 같았다. 아니. 흠뻑 젖은 것이 원유에 녹은 눈구덩이에서 뒹군 것이 분명했다.
“쇼크입니다. 도와줘요. 어서요!”
의사가 정신을 잃은 환자의 옷을 벗겼고, 기능공 몇 사람이 웃통을 벗고 달려가 끌어안았다.
의사는 그들을 마른 담요로 둘둘 감았다.
이처럼 쇼크로 정신을 잃은 사람은 사람 체온으로 덥히는 것이 최선이었다.
사람 목숨이 걸린 일이라 민망함따윈 없었다.
“제이콥, 이게 무슨 일이죠. 이 사람 누굽니까?”
“BP사 직원입니다. 송유관 시험 운전을 하던 와중에 사고가 터졌다고 합니다. 저희에게 도움을 구하고는 이렇게 정신을 잃었습니다.”
BP사는 브리티시 페트롤리엄 컴퍼니로 우리말로 하면 이름 그대로 영국 석유회사다.
쉘사와 더불어 석유 회사 중에 사고 치는데 있어 양대 산맥이라고 하겠다.
21세기 미국에서도 텍사스 정유시설이 폭발해 수십 명이 죽는 사고로 퇴출당했다.
BP사가 이때 알래스카의 송유관을 건설했던가?
하필 BP사라니, 최악이군.
“BP사로 당장 전화 연락해요. 무슨 사고냐고, 뭘 도우면 되냐고요!”
송유관이 파손되기라도 하면 큰일이다.
환경담당 공무원, 지역 원주민, 환경 단체 등등이 나서면 단박에 송유관 사업이 중지될 수도 있다. 그러면 나는 개털 되는 거다.
프로도 베이에 위치한 석유 회사야 여차하면 저유고에 원유를 모았다가 한여름에 대형 유조선으로 실어나르면 되지만 나는 그럴 수도 없지 않나.
내가 강물을 따라 소형 선박으로 원유를 날라봐야 얼마나 나르겠나.
“사장님, 텔렉스로 SOS가 들어와 있습니다.”
김 과장이 텔렉스 전문을 뜯어서 내게 가져왔다. 펌프 스테이션 3호기 4호기 사이에서 송유관이 터졌다는 내용이었다.
장비와 인력을 지원해달라고 말이다.
그게 정확히 어딘지는 몰라도 우리 현장에서 세그 강을 따라 올라가면 된다.
송유관이 세그 강을 따라오니까.
“가야 합니다. 모두 출동 준비!”
“출동 준비!”
내 말에 직원들이 죄다 먹던 것도 뱉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미스터 우, 화이트 아웃 때 움직이는 것은 위험합니다. 현지인인 우리도 간신히 여기에 도착했습니다.”
“가야 합니다. 강이 오염되는 것만은 막아야 합니다. 안 그러면 우리가 유전을 개발해도 송유관 공사 허가 안나요! 그럼 여태까지 한 게 모두 헛고생이란 말입니다.”
내 말에 현지인들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지만, 우리 직원들과 현산 직원들의 표정은 훅하니 달라졌다.
“으헉! 큰일이네. 시동 걸어!”
“뭣들 해! 움직여! 시동 걸어!”
죄다 밖으로 쏟아져 나가 중장비와 트럭의 시동부터 걸었다.
“닥터! 부상자는 간호사에게 맡기고 날 따라와요. 거기 사고 현장에서도 동사 직전일 겁니다.”
“예, 사장님.”
“손 놀고 있는 사람, 담요 챙겨요!”
“예!”
나도 마른 옷과 담요를 집히는 대로 들고 뛰쳐나갔다. 사고 현장을 확실히 알 수는 없었지만, 송유관 건설현장을 거슬러 올라가면 그뿐이었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미스터.”
여태 눈치를 보던 제이콥이 안내를 자처했다.
“갑시다!”
“출발! 사장님을 따라가!”
“현산도 도와! 모두 쫓아가!”
대규모 구조단이라고 해야 하나?
여하튼 우린 중장비를 앞세워 화이트 아웃을 뚫고 나갔고, 그 뒤를 우리 직원들이 있는 트럭이란 트럭을 다 몰고 쫓아왔다.
‘내 기억으론 알래스카 송유관이 터진 건 2000년대 초반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일이라 당황스러웠다.
하긴, 내가 70년대 알래스카 송유관 건설 당시 무슨 일이 있었던 지 어찌 아나.
다행히 북쪽으로 갈수록 화이트 아웃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더 심각한 현상이 차 바퀴에서 느껴졌다. 동토를 가로지르는 차 바퀴가 이렇게 꿀렁거릴 이유가 전혀 없었다.
땅이 녹고 있었다.
“빌어먹을 새끼들! 송유관을 땅에 묻었어.”
어이없는 광경에 욕부터 튀어나왔다.
H빔 받침대에 얹혀 잘 오던 송유관이 하필 세그 강 근처로 와서는 땅에 처박혀 있었다.
“여긴 동물 보호 구역이라 땅 위에 인공 구조물을 세울 수가 없습니다.”
제이콥이 내 말에 답해줬다.
“땅에 묻으려면 제대로 묻어야지.”
법을 지키려면 제대로 지켜야지.
뜨거운 원유가 흐르는 송유관을 아무 조치 없이 동토에 묻으면 당연히 그 주변은 늪으로 변하고, 송유관은 자체 무게를 이기지 못해 휘어지거나 심하면 터지게 된다.
땅 속에 묻으려면 땅 위에 H빔 거치대를 만드는 것보다 더 돈을 많이 들여야 한다.
파일을 깊게 박아 지반을 다지고 거기에 단열 처리를 해서 송유관을 얹어야 한다.
“도와주시오! 도와주시오!”
BP사 직원들이 어찌할 줄 모르고 있었다.
땅속에 있는 송유관의 어디가 터졌는지 주변 땅이 죄다 액화가 되어 늪처럼 변하고 있었다.
“뭐 하는 거야! 밸브부터 잠가야지!”
“안됩니다. 밸브 잠그면 송유관을 영영 못쓰게 될 수 있습니다.”
원유가 파이프 안에서 굳어버리면 정말 못쓰게 된다. 파이프 벽에 달라붙은 원유 찌꺼기가 다시 데워도 잘 떨어지지 않거든.
오히려 거기에 찌꺼기들이 계속 달라붙어 지속해서 병목 현상을 일으킨다.
한번 막힌 혈관은 뚫어도 다시 막힐 확률이 높은 것과 마찬가지다. 인간도 그런 혈관은 잘라서 버리고, 혈관 자체를 갈아 끼우지 않나.
“그래도 잠가! 당장!”
“어어…”
나는 BP사 직원에게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안 되겠다. 김 과장! 트럭 한 대 끌고 북쪽으로 계속 가! 펌프 스테이션 보이면 닥치고 들어가서 밸브부터 닫아! 못 닫으면 우리도, 이 멍청한 새끼들도 다 망해!”
“예, 사장님. 1팀! 차에 타! 가자!”
“예, 과장님!”
한번 터진 송유관을 살리려고 하면 안된다.
대형 원유 유출 사고는 초기 대응을 잘못해서 피해를 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장비든 유전이든 송유관이든 피해를 줄일 생각 따윈 깔끔이 접고, 기름 유출부터 막아야 하는 거다.
“여기 경험자들 많지!!! 다들 대세 조선 도크 기억하잖아! 차수판 박아!!!!”
내 말에 베테랑들과 몇몇 현산 직원들의 눈이 휙하니 돌아갔다.
마침 우리 트럭엔 준설 공사 때 퍼낸 모래가 쓸려가지 않게 하는 차수판이 엄청나게 실려있었다.
울산 도크 사고 때보다 상황은 훨씬 좋았다.
아무리 유출량이 많다고 해도 수맥보다 많겠나.
장비 상황도 그때보다 훨씬 나았다.
“뭘 꾸물대! 박아!!!!!”
우리들은 늪지로 변한 웅덩이를 쫙 둘러쌌다.
< 197 : SOS > 끝
ⓒ 푸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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